At the end of the world, Cry Clear RAW novel - Chapter 130
Chapter.9 스타 폴(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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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장게이바 : 와, 진짜 침 넘어간다.
– Jokass : 엔트리 겁나 화려한 것 보소. 히어로 유닛이 몇 명이냐?
– takealook : 바커스 율랜, 마궁(魔宮) 티아나, 파이오니어 저 씨발놈 까지 온 것 보니까 에르겔 3국 출신 히어로 유닛은 다 온 것 같고. 옆에 머리 파란 여자, 대정령사 알리시아 맞지?
– 하이웨이나초맨 : ㅇㅇ맞음. 로드릭 인근 국가에서 연락 닿는 히어로 유닛중 선, 중립 성향 애들은 다 모였네. 눈이 호강한다 야.
– 노루Drug해요 : 야, 저기 구석지에 앉아서 단검 가지고 노는 놈, 퍼리 더 잭 아냐? 맞는 것 같은데?
– takealook : 엌ㅋㅋㅋㅋㅋㅋ 털박이 잭ㅋㅋㅋㅋㅋ 쟤는 여기 왜 있어ㅋㅋㅋㅋㅋ
– 간장게이바 : ‘등과 배에 털이 없는 생물은 죽여도 흥분되질 않습니다. 그러니 안심하세요 여러분’ <- 실제로 한 말ㅋㅋㅋㅋㅋㅋㅋ
– 스피드 웨건 : 자비, 광명, 풍요, 지혜, 용기까지 5개 대형 교단에서 온 기사단장 총 다섯. 각 교단 공인 용사 다섯. 에르겔 3국 출신 용사 셋. 녹지의 정령사 하나, 거주지 불분명 털박이 하나. 지금 보이는 건 이 정도인 듯. 빨리 일어나보셈. 뒤에 있는 다른 히어로 유닛도 확인해보게.
– 노루Drug해요 : 스샷 열심히 찍어라. 이거 팔림.
‘진짜 눈 돌아갈 정도로 화려하긴 하네.’
여길 봐도 미녀. 저길 봐도 미남.
누가 봐도 어디 벽화나 이야기 속 삽화에 나올법한 남녀노소가 거대한 원형 테이블에 둘러 앉아있었다. 나 같은 땜빵 용사가 아니라 다들 용사라는 이름에 걸맞은 위업을 세우고, 수많은 사람들의 입을 타고 그 소문이 퍼지고 퍼진 게 몇 년도 더 된 사람들. 히로익 포인트(Heroic point)가 아무리 적어도 10000점은 넘었을 것이다. 그만큼 그 사람을 영웅답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다는 소리니까. 못생긴 얼굴도 영웅답게 바뀐 것이겠지.
띠링-!
[플레이어 ‘교수’ 히로익 포인트 : 943 / 빌런(tag : 붉은 뮤트) 포인트 : 4372]‘엥?’
혹시나 해서 확인해봤는데 히로익 포인트는 아직 천 점도 넘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투란에서 천인대장으로 활약했던 때를 빼면 죄다 혼자 하거나, 숨어서 하거나, 아무도 보지 않는 적진 한가운데에서 싸웠으니까. 열심히 일해도 영웅으로 소문이 나지 않으니 포인트가 쌓일 리가 없지.
그런데 빌런 포인트는 벌써 4300이 넘어버렸네?
– 간장게이바 : 참고영상 : 토브룬 마탑 .avi [14,15,16- 으아아아! 흔들지마! 으아악! 으아아아!!!]
– Jokass : 잊고 있었는데, 맨날 같이 다니던 물마법사랑 저때 처음 만났었지.
– takealook : 교수랑 제법 친해진 모양인데 얘가 붉은뮤트랑 동일인물인 거 밝히면 어떻게 되려나. 저것 때문에 고소공포증도 생겼다던데.
– professor : 아니, 그래도 나름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한 일인데 웬만한 유명 악성향 유닛보다 빌런 포인트가 높다는 게 말이 됨?
– Jokass : 공공의 이익을 위해 도시에 홍수를 일으키고, 마탑을 부쉈으며, 선량한 노마법사에게 트라우마를 안기고 리드 플로우 학파를 홈리스로 만들고 노획한 재산으로 내 배를 불렸다. 아무튼 공익을 위해서 였으므로 나는 죄가 없다.
– 하이웨이나초맨 : 대범하다 못해 날강도가 따로 없네.
빌런 포인트는 이름 그대로의 수치다. 히로익 포인트가 사람들이 나를 얼마나 영웅으로 보는가에 대한 객관적 수치라면, 빌런 포인트는 나를 얼마나 악당으로 보는가를 나타낸다.
대충 어떻게 됐는지는 알만했다. 홀연히 나타나 토브룬을 작살내고 사라진 붉은 뮤트. 지금 이 순간에도 토브룬 중앙에는 공마수정이 박힌 마탑의 잔해가 기념물처럼 남아있으니 지금도 사람들의 기억 속에 끊임없이 붉은 뮤트라는 무시무시한 적을 상기시키고 있겠지. 그 와중에 전장에서는 흉흉한 소식만 들려, 수도에서 쫒겨난 평민과 난민들은 그나마 안전한 동부, 토브룬으로 이동했을 테니 그 소문이 또 퍼지고, 토브룬을 파괴한 붉은 뮤트에 대한 정보는 각국 정보부에서도 제법 중요하게 여기며 찾고 있으니 그 악명이 일파만파 퍼져나간 것이다.
‘쓰벌. 어쩐지 좀 외형에 변화가 생길 때가 됐다고 생각했는데 몸이 자꾸 크더라니.’
히로익 포인트가 대상을 영웅처럼, 그러니까 샤방샤방하고 잘생기게 만들며 영웅적인 상황이 일어날 가능성을 높여준다면, 빌런 포인트는 악당처럼 만들어준다. 마초 계열 캐릭터는 더 크고 흉악하고 사납게 만들고, 암흑가나 뒷세계 사람들의 존중을 받으며, 상황이 텃다 싶을 때 절벽에서 몸을 던지면 높은 확률로 살아나거나 하는 그런 일들이 벌어진다.
‘그 유아 납치 식인노괴 플레이어의 빌런 포인트가 3700대였는데. 내가 그 인간보다 더 악당이라니! 붉은 뮤트의 명성이라곤 해도 내가 악당이라니!!!’
젠장. 어쩐지 그레고린가 그렉인가 하는 놈이 검사를 하기도 전부터 확신에 차 있더니! 이렇게 생겨 먹어서 지금 눈앞에 선남선녀들이랑 ‘같은 용사입니다, 허허’ 하고 성물을 들이댔으니 의심할 수밖에!
눈앞을 가득 채운 훤칠한 히어로 유닛들과 내 캐릭터를 비교하니, 아무리 정신 똑바로 차리려고 해도 자꾸 주눅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생각보다 정말 많이들 모였다.
‘평범한 플레이어라면 게임 진행 중에 적으면 셋, 많으면 일곱 명 정도를 만나는 게 평균인 히어로 유닛이 여기에만 30명이 넘게 모였군. 심지어 이곳에 모인 것은 ‘용사’라는 공식적인 직함을 달고 있는 이들일 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암살자 계열이나 어디 구속되는 게 싫어서 용사 때려치우고 개인적으로 움직이는 히어로 유닛도 상당히 많을 테지. 대충 1 : 1 이라 치면 지금 킹스랜드에 모인 히어로 유닛만 해도 어림잡아 60명. GG역사를 통틀어 이 정도 숫자의 히어로 유닛이 한 도시에 모인 것은 처음이군. 방송인으로서 이런 최초는 기쁘지.
안타깝게도, 그 끝내주는 히어로님들이 죄다 도끼눈을 뜨고 나를 보고있다는 게 문제지만.
아, 화장실 가고 싶어라. 무심한 듯 은은하게 비치는 기운에도 심장이 오그라드는 것 같았다. 그들의 시선은 높이 들어올린 내 오른팔, 지금도 실시간으로 재생 중이라 어느새 손목 어림까지 자라난 그 팔의 끝부분을 따라 시선을 옮기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기에 손을 얹은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조용히 관찰하고 있던 노인이 먼저 입을 열었다.
“대단히…. 인상적인 입장이로군요. 팔라딘 그레고리오? 무슨 일이지요?”
“대주교님! 이 악적으로 말할 것 같으면, 감히 신성한 교단에 잠입하여 병마처럼 교단을 좀먹어 들어가고자 한….”
“음…. 그래요. 기억에 있는 얼굴이로군요. 이번에 새로이 이 세상의 빛이 되기를 서원한 용사 교수…. 라고 기억하고 있는데….”
정신이 번쩍 들었다. 대주교. 기억에 있는 얼굴. 내 이름도 알고 있음. 그걸 지금 언급함. 결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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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 딩 딩 딩!
‘대주교님이 나 세이브하려고 먼저 나서셨구나! 감사합니다 대주교님! 로하람 충성충성!’
교단 상층부에는 죄다 세나디스 같은 너구리만 있는지, 알아서 간절하게 원하던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주셨다. 이렇게 훌륭한 서포트가 들어왔는데 기회를 놓칠 수야 없지.
교수는 말을 하는 대신, 그대로 한쪽 무릎을 꿇고 인벤토리에서 챔버 메이드의 목을 꺼냈다.
“광명이 함께하시길, 대주교님. 처음 받은 단독 여왕 암살 임무가 불가하다 판단하여, 교단의 지도 아래 적지 정찰 및 요인 암살 임무를 수행하고 지금 막 복귀했습니다.”
툭, 데구르르.
반은 인간, 반은 식물로 만들어진 머리가 테이블의 중앙을 향해 굴렀다. 인간의 닮은 머리가 혀를 쑥 빼물고 나뒹구는 그 모습이 사뭇 그로테스크했지만 아무도 탓하는 이는 없었다. 이곳에 앉아있는 사람 중 사람이든 괴물이든 베어 넘긴 목의 갯수가 세자리 이하인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니까.
수수한 사제복에 배꼽까지 오는 흰 수염이 인상적인 대주교는 그 머리를 물끄러미 보다가, 마치 다른 사람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는 듯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라투라, 로 하람. 훌륭합니다, 용사 교수.”
“대주교님! 제가 분명히 확인했습니다! 이자의 영혼 속에 또 다른 속삭임이 분명-”
“팔라딘 그레고리우스. 교단을 위한 당신의 헌신에는 늘 감사하고 있지요. 허나…. 내 누누이 말하지 않았습니까? 빛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이는 결국 맹인이 되어 다시는 빛을 담을 수 없게 된다고. 조금 더 사고의 폭을 넓히도록 하세요. 아니면 교단을 위해 힘쓰는 다른 모든 이를 존중하도록 노력하거나.”
“그…. 으음.”
성기사는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하였으나 대주교의 흔들리지 않는 눈빛에 조용히 부복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였다.
짝짝짝짝!
“광명에서 준비한 회합이라길래 부족한 잠이나 보충하려고 왔더니, 시작부터 이벤트가 알찬걸요? 조금 감동했어요, 세인트 노먼.”
“허허허, 풍요에서 온 마리아 성녀님의 마음에 들었다니, 이 늙은이가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빛이란 어디에나 있지만 눈으로 쫓을 수 없는 것. 가끔 이렇게 신자들 사이에서 견해의 차이가 생겨 다툼이 있곤 하지요.”
“앞으로도 계속 잡담이 이어진다면, 나는 가겠다. 낭비할 시간이 없으니.”
“자아. 그렇다고 하시니, 슬슬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올 사람은 다 왔고, 무엇보다 기다리던 이가 도착했으니.”
‘기다리던 이’ 라는 말에 내가 의문을 품는 동안, 대주교는 손끝에서 작은 빛무리를 띄워 어둑했던 회의장 위로 띄워 올렸다. 빛무리는 주변을 밝히며 스포트라이트처럼 내가 꺼낸 챔버 메이드의 머리를 강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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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다들 아시겠지만 모르는 분도 있을 수 있으니 지금 인류가 직면한 위기에 대한 이야기부터 하는 것으로 하지요.”
대주교가 말을 꺼내자 기다렸다는 듯 시간이 없다고 말한 회색 갑옷의 남자가 말했다.
“자비 교단의 성기사단장 카브릭이라고 한다. 길게 말하지 않겠다. 우리 교단은 놈들이 성녀님을 납치했을 때부터 모든 교단에 협력을 요청했고, 그 하얀 뮤트가 얼마나 강한지, 얼마나 노련한지에 대하여 끊임없이 성토하였다. 하지만 로드릭을 제외한 대부분의 왕가에서는 말도 안 되는 수준의 이권과 보상금을 요구하며 거절하였고, 다른 교단도 제 소관이 아니라는 듯, 마치 우리가 무능해서 당했다는 듯 치부하며 덮어 넘겼지. 그 결과가 작금의 상황이다. 악신의 탄생. 풍전등화에 놓인 로드릭과, 이미 놈들이 힘을 갖춘 후에야 싸울 준비를 하는 여러 국가들이지. 이미 한참 늦었지만 더 늦기전에 인류가 가진 모든 힘을 쏟아부어야 한다. 최소한의 방위 병력? 근위 기사단? 인류의 존망 앞에 국가의 경계따위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타앙!
제 분을 이기지 못한 듯 자비의 성기사는 테이블을 내리쳤다.
“그렇게 말씀하시면 좀 섭섭한걸요? 과거 저희 풍요의 교단이 언데드의 준동으로 고사하기 직전까지 갔을 때도 그쪽에서는 신권을 침범할 수 없다고 하며 지원을 거절했는데.”
“그럼, 지금 그때의 복수를 하기 위해 일부러 우리에게 손을 내밀지 않았다는 거요! 성녀님이 놈들의 손아귀에 들어갔다는 얘기를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옛 사례를 따랐을 뿐인걸요?”
“테라 마리아!! 우리 모두의 ‘자비’를 이미 북부에 두고왔음을 잊지 말라! 성녀라 하여도 봐주는데 한계가 있다!”
시작부터 불안하더니, 회의를 시작한지 몇 분도 채 안 돼서 터져버린 해묵은 앙금과 분노.
‘내 이럴 줄 알았지. 이렇게 한대 모아두면 뭐하냐고. 구심점 하나 없이 자기 얘기만 하다 고성방가로 끝날 것을.’
저렇게 유치하게 싸우고 있지만 한 교단의 성기사 단장에 성녀다. 단장급이 얼마나 강한지는 방금 그 멍청이한테 한방에 털리면서 확실히 깨달았고. 성녀도 그거랑 동급이니 마찬가지로 엄청 무시무시한 사람이겠지.
아아, 끼어들기 싫다. 그냥 샬롯이나 세나디스한테 전령의 편지나 전해주고 돌아가고 싶은데. 레벨에 맞는 사람들이랑 그냥 오손도손 살고 싶은데….
“한 말씀만 해도 되겠습니까~”
내 그런 피눈물 나는 속내와는 달리 이미 내 입은 일촉즉발의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나른한 목소리로 사람들의 시선을 불러모으고 있었다.
내가 접속하자마자 시작된 용사 회합. 절대 우연일 리가 없다. 아마 내 발로 본단에 찾아오지 않았어도 타이밍에 맞게 누군가 나를 데리러 왔겠지.
‘플레이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분기점이다. 지금 킹스랜드에 모여있는 무력집단을 통솔하는 대가리들이 모인 회의장. 게임 시스템이 딱 알맞은 시기에 플레이어가 이곳에 있도록 만들어 놓은 거야. 여기서 열심히 입 털어서 향후 일어날 전쟁을 입맛대로 굴리라고!’
물론 정상적인 플레이어였다면 문을 박살 내고 피가 흐르는 팔과 함께 ‘살려주세요!’ 같은 소리를 하며 들어오진 않았겠지만. 덕분에 저 미치광이의 검을 멈추긴 했지만 지금 이곳에서 내 이미지는
[용사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약하고 쓸모없는 광대 같은 놈]수준으로 하락해버렸다. 거의 발언권이 없다는 얘기지.
그 사실을 일깨워주기라도 하듯, 자비의 성기사가 분노가 새어 나오는 눈으로 나를 응시하며 으르렁거렸다.
“너 따위가 함부로 끼어들 자리가 아니다…. 내 성녀님이 납치당하셨을 때 광명이 건네준 도움의 손길을 생각하여 한 번만 참아줄 터이니, 조용히 분수에 맞게 행동하라….”
“분수고 나발이고, 그딴 거 따지러 왔으면 뭐하러 저희 광명에서 이런 원탁을 준비했겠습니까. 한 100미터짜리 긴 테이블 가져와서 앞에서부터 급수대로 한 명씩 앉혀놨지. 뭐, 따로 랭킹이라도 있습니까? 무자비의 기사는 앞에서 열 번째, 풍요는 그 언저리, 나는 저 맨끝, 하이고 유치하기도-”
쩌어엉!
툭.
“어머, 미안해요. 방어용 성법은 특기가 아니라.”
“아, 예, 뭐. 괜찮습니다. 목은 멀쩡하네요.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별말씀을. 편들어준 게 감사해서 그런 거니까. 덕분에 잠도 깼고.”
순간 흐릿한 광채가 스치더니 극적인 설명을 위해 휘두르던 오른손이 날아가고, 성기사의 칼날이 내 목 바로 앞에 생성된 흰 장막에 가로막혀 있었다.
“놈…. 분명 한 번만 봐준다고 말했을 텐데!”
“시간 없다는 분이 지금 이러고 계십니까? 빨리빨리 회의 끝내고 싸울 준비를 해도 모자랄 판에 아군한테 칼이나 휘두르고?”
“그건!”
타앙!
“지금 뭐하자는 거냐고! 자 봐요! 광명에서 회의를 준비했어! 지원군을 통솔하는 사람도 죄다 모아놨고! 댁들이 서부에서 대판 깨지는 동안 적진 한가운데에 가서 놈들의 정보를 찾아온 사람이 눈앞에 있는데 당연히 그쪽 입에서 가장 먼저 나와야 할 말은 ‘우리 성녀님 못 봤소?’ 아닙니까? 아예 포기했어?”
“감히, 감히 네가 나의 마음을 농락하느냐!!!”
제기랄. 진짜 숨을 못 쉬겠네. 무자비의 기사에게서 숨 막히는 기세가 쏟아져나오며 그가 몸을 일으키자, 나도 따라서 일으켰다. 여기서 숙이면 안 된다. 더 강하게! 뭐 있는 것처럼 확실하게!
나는 잘려나간 오른손을 마치 결투 신청하듯 자비의 성기사 카브릭에게 던졌다.
“썰어봐. 백번이고 천번이고 그렇게 해서 이 지랄 같은 상황이 해결되면 어울려 줄 테니까. 그게 싫으면, 닥치고 얌전히 앉아서 대가리나 식혀. 광명이 회의를 소집하고, 그 광명 교단이 임명한 용사가 막 적진에서 돌아와서 하겠다는 얘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모르는 돌대가리들만 있다면 나도 이 회의는 시간 낭비라 치고 네놈이랑 주먹다짐이나 할 테니까.”
“으…. 으아아아아!”
카앙!
넘실거리는 분노가 유형화된 듯한 오러를 휘두르던 카브릭은, 검을 휘둘러 그대로 자신의 앞에 박아버렸다. 테이블을 뚫고 석재 바닥에 깊숙이 박힌 검 앞에, 성기사가 자리에 앉았다.
“….그래도 머리는 있는 모양이군.”
살짝 지릴 뻔하긴 했지만, 아무튼 얘기할 분위기는 갖춰졌다. 처음에는 시큰둥한 눈을 하고있던 다른 용사들이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고, 대주교는 세상 흐뭇한 표정으로 내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저 할아버지는 뭘 믿고 나를 이렇게 막 밀어주는지 모르겠네.
아무튼, 이렇게 적극적으로 밀어주면 나야 편하지.
교수는 대주교가 띄운 빛무리가 자신을 비추는 것을 보며 입을 열었다.
“자아, 이제야 좀 얘기가 통하겠네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광명 교단의 용사, 교수입니다.”
몇몇은 박수를, 몇몇은 팔짱을 끼고 탐색하는 용사들.
지금부터, 이놈들을 내 입맛에 맞게 구워삶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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