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end of the world, Cry Clear RAW novel - Chapter 134
Chapter.9 스타 폴(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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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화염구!”
철썩!
“론 디아드의 [살아 움직이는 불꽃]!”
철썩!
“으아아아! 잿더미 속에서 태어난 불꽃이여! 적의 숨통을 태우고 비틀어라! [애쉬 플레임!]”
쩌어얽!
음, 마지막 마법은 제법 강력했다. 내가 선공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아서인지 뒤로 갈수록 준비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강력한 주문으로 응수해왔는데, 덕분에 마법을 받아낸 블러드 아머가 피를 쭈욱 빨아들이며 살짝 빈혈기가 느껴졌다.
자그락, 자그락.
“어이, 좀 괜찮아? 사람 치아가 서른 두개니까…. 대충 스물네 개 정도 남은 것 같은데. 시간 없으니까 빨리 빨리 좀 하자고. 응? 강한 주문으로다 팍팍! 그래야 추진력도 팍팍 받아서 남은 거 다 털고 끝내지.”
“어으으…. 으아아아….”
교수가 뽑힌 이빨을 주워들며 묻자, 주저앉은 자세로 뒷걸음치던 마법사는 붉은 로브 자락을 붙잡았다.
“스, 스승님! 이이이건 아닙니다! 놈은 교묘한 말로 사람들을 속이고, 마법사 결투에 육체적인 힘을 사용해 저를 마구 폭행했단 말입니다! 결투가 아니라 폭행을 당했으니 우리 쪽의 정당방위! 스승님, 놈을 불태워 주십-”
“스티키 플레임(Sticky flame : 끈적이는 불꽃).”
화르륵!
“으아아아아악!”
오트만과 말싸움을 할 때보다 더욱 처참하게 일그러진 얼굴을 하고 있던 붉은 수염의 마법사가 주문을 외우자 퉁퉁 부은 얼굴로 그의 옆에서 떠들어대던 세브람의 얼굴에 불이 붙었다.
“으아아악! 뜨, 뜨거! 뜨거워어어! 스승님! 제발! 제바아아알!!!”
“….제자가 추태를 보였구만.”
“보‘였’군이 아니라 지금도 보이고 있는 것 같은데. 저거 괜찮은 겁니까? 화염계 마법사라고 해서 아예 안 타는 건 아닐 텐데?”
내 말에 비명을 지르며 나뒹구는 제자를 슬쩍 본 마법사는, 코웃음을 치며 외면했다.
“흥! 저 정도 마법에 타버린다면 그것밖에 안 되는 녀석일 테지. 나는 저런 잔불에 사라질 정도로 제자를 약하게 키운 적이 없으니, 저것으로 죽는다면 그만큼 수련을 게을리했을 뿐. 거기까진 내 알 바가 아니다!”
“뭐, 그거야 그쪽 사정이니까 알아서들 하시고. 아무튼, 그쪽 마법사가 도망쳤으니 패배를 인정하시는가?”
“그건…. 감히 수계 마법사 따위가 우리 론 플레임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하는 붉은 수염의 마법사, 말쿠르의 몸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자마자 재빨리 카운터 쪽으로 몸을 던져 막아섰다. 4위계 끄트머리나 5위계 초입에 있는 마법사. ‘창염’이라는 이명까지 붙을 정도의 마법사가 날뛰기 시작하면 이런 여관 하나는 순식간에 불쏘시개로 변할 것이다.
“인정할 수 없다! 그건 불가능해! 물은 불을 이길 수 없어! 이 창염의 말쿠르가 직접 그것을 증명해줄-”
파바박!
“윽!”
“어허! 이거 왜 이러십니까! 공증인까지 있는 결투에서 한쪽이 도망치질 않나, 아예 판을 뒤엎으려고 하질 않나! 이거 아무리 마법사라지만 경우가 너무 없는 거 아닙니까!”
말쿠르가 그의 주변에 모여든 열기를 터트리기 직전, 여관 한쪽 구석에서 날아온 단검 다섯 자루가 정확히 그의 급소를 향해 날아들었다. 말쿠르는 순식간에 작은 불꽃의 고리를 겹겹이 쌓아 단검을 막아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시전하려던 공격 마법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누구냐! 누가 감히 론 플레임 학파의 행사를 방해하느냐!”
“심판 보던 하플링이다 이 영감탱이야! 그냥 자기들끼리 죽이겠다고 하는 결투면 구경났다 하고 보겠는데, 돈이 걸렸잖아! 판 엎어져서 수수료 못 받으면 그쪽이 갚아 줄 거야? 앙!”
“그렇지. 정당한 결투에서 도망치는 것으로도 모자라 그 스승이라는 자가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승자를 겁박하다니. 이건 도리가 아니지.”
“어이차! 술도 알딸딸, 하게 마셨고, 돈도 꼴아서 기분도 더러운데 도끼나 한번 휘두를까?”
“어이, 말쿠르 라고 했나? 미안하지만 여기 있는 놈들은 대부분 ‘용사’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녀석들이거든? 직업으로 정의를 관철하는 놈들이다, 이말이야!”
사태를 관찰하고 있던 주점의 손님들이 면박을 주자, 말쿠르는 그들의 면전에 대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 이런…. 화염의 비의도 모르는 쓰레기 같은 놈들이!”
.
.
.
.
.
드르륵!
드르르극!
벌떡! 벌떡 벌떡! 와장창!
“어어어어, 욕했다! 마법사가 욕했어!”
“세상에! 쓰레기라니! 나의 정의로운 마음이 모욕당했다! 참을 수 없어! 결투다 마법사!”
“화염계 중에서도 외골수인 론 플레임은 그 괴팍함이 대인 관계를 지속할 수 없을 정도라더니…. 명불 허전이네요. 들어주기 힘들 정도예요.”
“싸움이야? 나도 끼어야지!”
“결투다! 내 장갑 가져와!”
“내 것도 받아라!”
“우우우우! 꺼져라!”
야유와 함께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나 말쿠르를 향해 장갑을 던져대는 주점의 손님들. 개중에는 오러를 담아 포탄처럼 던져대는 장갑도 제법 있었다.
“크으윽…. 제기랄! 오늘 일은 잊지 않겠다! 너희들 모두, 언젠간 가장 뜨거운 불꽃 속에서 녹아내리리라!”
“우우우우! 도망칠 때 대사마저 구리다!”
“꺼져라 삼류! 가서 모닥불 피워놓고 불꽃 보면서 자가발전이나 해라!”
그렇게, 화염계 마법사 일행은 주점 사람들의 야유와 욕설을 들으며 주점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 비참한 모습을 보고있던 오트만은 십년 묵은 체증이 가라앉은듯한 화사한 얼굴로 교수의 곁으로 다가왔다.
“흘흘흘흘! 고생했네! 내 자네라면 저들의 코를 아주 납작하게 만들어 줄줄 알았지! 자네 전문이 아닌가!”
“중간부턴 지들이 알아서 자멸하던데요 뭐. 쯧쯧쯧. 이래서 사람은 입을 조심해야 해. 조용히 패배를 받아들이고 그 말쿠르라는 양반이 자기랑 한판 붙어달라고 했으면 충분히 그래 줄 의향도 있었는데. 뭔가 어정쩡하게 끝났잖습니까.”
“자자! 두 분 이야기하는데 죄송하지만, 일단 경기는 끝내야지요! 승자 쪽, 손 높이 들어주시고!”
언제 왔는지 갑작스럽게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든 그 회색 발바닥인가 하던 하플링은 키가 모자라자 테이블 위에 의자를 두어 개 쌓아 올린 다음 곡예하듯 그 위로 올라가 교수의 손을 들어 올렸다.
“자아, 붉은 깃발 측의 항복 및 실격으로 패배! 승자는! 푸른 깃발! 2위계 리드플로우 학파 출신! 광명 교단의 용사 교수입니다!”
홀로 남은 경기장 안에서 교수가 손을 들어 올리자, 주점의 손님들이 작게 환호하며 박수를 쳐주었다.
“잘했다!”
“덕분에 술값 벌었다! 나중에 테이블로 찾아와라!”
“제법인데, 형씨! 혹시 나중에 일없으면 이그지스 용사대로 한번 찾아와! 같이 한번 일해보고 싶으니까!”
“기분이다! 내기로 번 돈의 절반은 팁으로 줄 테니까 여기서 제일 비싼 걸로 사 먹으라고! 으하하하!
“아아, 이것 참 아쉽게 됐구만. 그 멍청이가 중간에 박살 내지만 않았어도 훨씬 괜찮은 구경거리였을 텐데.”
짤그랑, 짤그랑!
띠링-!
[정보 업데이트 : 히로익 포인트 : 993]띠링-!
[정보 업데이트 : 히로익 포인트 : 1002]띠링-!
[정보 업데이트 : 히로익 포인트 : 1013]“으, 은화가! 은화가 하늘에서 비처럼!”
“포인트가! 히로익 포인트가 마구 쏟아진다! 끝도 없이 올라가!”
하플링은 쏟아지는 팁의 향연에, 교수는 온갖 용사들과 고위 귀족들이 그를 인식하며 올라간 히로익 포인트를 보며 기쁨의 환호성을 지르다 눈이 마주쳤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둘은 순식간에 서로가 같은 것을 원한다는 걸 눈치 챘다.
“저…. 교수 용사님? 혹시 지금부터 따로 일정이 없으시면 짭짤한 부업 하나 안 해보시렵니까?”
“안 그래도 분위기 띄울 줄 아는 심판이 필요하던 차였는데. 결투가 어정쩡하게 끝나서 흥이 깨져버렸는데,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어?”
“히히히. 그럼요! 용사는 어떤 일이든 그런 책임감을 지고 임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역시! 뭘 아시는구만! 자, 그러면…. 이런 식으로 진행해보는 건 어때?”
쑥덕쑥덕
“오오! 그것참! 그게 정말이라면 호응이 정말 대단하겠네요! 좋습니다, 좋아요!”
그렇게 교수가 하플링과 손바닥을 짝, 마주친 다음, 아예 웃통을 벗어 흉터투성이 근육질 몸매를 과시하며 다시 경기장으로 돌아가자, 하플링은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외쳤다.
“자아~ 여러분!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저 불쟁이들 때문에 몸 좀 풀어볼까~ 하다가 그냥 도로 앉아버리니 몸이 근질근질 하시죠! 전쟁을 앞두고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지며, 날카롭게 갈아둔 기운이 무뎌질까 두려우시지요! 그런 의미에서 준비했습니다! 오늘의 스페셜~ 이벤트! 교단의 용사 교수와 친선 대련입니다!”
“오오.”
“재밌겠는데?”
처억!
“단순한 재미가 아닙니다! 용사 교수님은 무려! 뮤트와 같은 특성을 가진 재생력이 몹시 높은 육체를 가지고 계신답니다아아아!!!! 광명 교단에서 직접 보이고 밝힌 더할 나위 없이 명확한 사실! 자자! 대련권은 1인당 3천 실링! 흔한 기회가 아닙니다! 수준 높은 전투 기술을 발휘하는 뮤트형 육체 소유자와 대련이 단돈 3천 실링! 이보다 더 좋은 예행연습이 또 있을까요!”
“나! 내가 하겠다!”
“바람의 속삭임 학파 마법사다! 재생력이 높은 개체를 상대로 실험해보고 싶은 마법이 있다!”
“5천! 5천 줄 테니 나부터 받아!”
“뭐 이 새끼야! 누군 돈 없는 줄 알아!”
“새끼? 몸풀기도 안 될 놈이 말하는 뽄새 봐라?”
“꼬우면 붙어 이 자식아! 순식간에 정리하고 예행연습 하러 갈 꺼니까!”
“오냐! 무기 들어 임마!”
안 그래도 가만히 있지를 못해서 노상 떠돌아다니는 용사 파티가, 그것도 돈 많고 지위도 높아 여관의 좋은 숙소만 이용하던 이들이 지원군이라는 명목에 묶여 이 좁고 할 일 없는 곳에서 얼마나 답답했던가?
“아아, 아아아아…. 내 여관이…. 여보, 미안해…. 난 여관을 지키지 못했어….”
주점 가운데 둥글게 비워진 공간에서 첫 번 째 상대를 맞이하는 교수와 저마다 무기를 뽑아 기운을 끌어올리는 용사들을 보며, 여관주인은 바 아래쪽에 고이 모셔둔 아내의 사진을 붙잡고 대성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수도에서 홀로 여관을 운영하던 거친 홀아비의 울음소리 너머로 거친 타격음과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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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 불마법사 놈들이랑 한바탕 한 것으로도 모자라 다른 손님들이랑 신나게 날뛰어서 이 꼴이 났단 말이오?”
“어…. 그렇지. 결과적으로 말하면. 나 알잖아? 매일 필요한 양 만큼 몸을 혹사시키지 않으면 감염인자가 나를 잡아먹는다고. 나름 불가항력이었단-”
“잘했다! 아주 자알-했어! 덕분에 길바닥에서 자게 되었어! 이제 우린 어디로 가야 한단 말이야!”
그날 저녁, 외출을 마치고 돌아온 보르카와 알드리치는, 2층 천장이 통째로 무너져 내려앉은 여관과 일행의 짐을 짊어진 상처투성이 교수를 보며 전투태세에 들어갔고, 자초지종을 듣고 나서는 황당함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니, 용사라는 놈이 대전비를 받고 친선 경기를 뛰어줬다고? 다른 놈들은 또 그걸 받아줬어?
“오트만 자네는 말리지 않고 뭐 했나!”
“그, 그게…. 화염계 마법사랑 싸울 때는 응원하고 있었고….”
“그리고! 그그그, 뭔 친선대련인가 할 때는!”
“나도 그땐 이건 좀 지나치지 않나 싶어서 말리려고 했는데, 그 대전비를 받아 챙긴 하플링이 어느새 도망을 가고 없는 게 아닌가! 화들짝 놀라 놈의 흔적을 쫓아가다가 빈손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여관이 이런 꼴이….”
“그럼 하플링에게 돈을 맡겨놓고 그들이 도망가지 않길 바란 건가? 반푼이도 이런 반푼이가 없군! 이런 녀석이 하플링 옆에 있었다니. 가진 돈이나 도둑맞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겨야겠어.”
“크, 크흠! 흠!”
“설마…. 은화 주머니도?”
“미, 미안하네….”
“아이고, 아이고오오!!”
알드리치는 하늘이 노래지는 기분이었다. 종은 다르지만, 성격도 좋고 재능이 넘치는 새 제자와 수업을 하고 왔더니 파티의 대장이라는 놈은 숙소를 때려 부숴놓았고, 그걸 말렸어야 할 놈은 주머니를 털렸다. 그것도 하필, 영혼들 중에는 은화에 대한 원한이 있는 녀석들도 많아서 그의 돈까지 오트만에게 맡겨두었던 그 은화 주머니를!
“맙소사. 영혼술사들 사이에 악령은 괜찮아도 마법사의 영혼은 거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군! 마법사들은 원래이런가?”
“적어도 내가 알기론 원래 그렇소. 그동안 오트만이 마법사치곤 과하게 정상적인 편이었지. 교수는…. 내 기억에 정상의 범주에 들어갔던 적은 없으니 평상시 그대로고.”
“그워억. 귀신 늙은이 스승. 성장기 수컷, 자주 싸운다. 싸우고 싶을 때 싸우지 못하면 작은 수컷으로 자란다. 큰 작은인간은 좋은 선택을 했다. ”
“노툼…. 역시 내 편은 너밖에 없구나!”
잘못한 것은 알고 있어서 쥐죽은 듯 숙이고 있던 교수는 노툼의 따듯한 말에 그녀의 품에 달려들다가, 그녀 주변에 희끗 희끗하게 일렁이는 사람 얼굴 모양 아지랑이에 화들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
“뭐, 뭐야 그건! 설마 무덤 파다가 저주라도 걸렸어?”
“죽은 인간이다. 귀신 늙은이 스승이 한번 이 인간의 마음을 풀어보라길래, 답답하게 한 곳에만 머물러서 정신이 썩은 거라고, 여행이라도 가보라고 했더니 그때부터 내 뒤를 따라다닌다.”
“그럼…. 저 많은 숫자를 그렇게 하나씩 설득한 거야?”
“아니. 첫번째 녀석이랑 같이 한번에 우르르 따라붙었다. 많이 친했나 보다.”
고개를 들어보니 영혼이 한두 마리가 아니었다. 아직 해가 지지 않았는데도 희끄무레하게 형태가 보일 정도로 강한 영혼도 있었고, 아지랑이처럼 보이는 녀석은 셀 수도 없이 많은 게 무슨 아우라처럼 노툼의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멍청한 오트만과 네 녀석과는 달리, 노툼은 아주 충실한 시간을 보냈거든! 영혼술사는 흑마법사에 그 숫자도 적다 보니 근처에 지날 일이 있으면 대부분 만나서 견해를 나누곤 하는데, 내 살면서 이렇게 영혼술사의 재능이 출중한 인재는 본 적이 없다네! 남들이 십년이 넘도록 수련해서 깨닫는 경지를 그냥 본능적으로 도달해버리지 뭔가! 이런 아이가 그냥 평범한 트롤로 숲에서 몇 년이나 살아왔다니, 자칫 몰지각한 이들에 의해 토벌이라도 됐다면 그야말로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손실 중 하나였을 걸세! 내 이름을 걸고 자부하지!”
– Jokass : 3월드 초반 돈벌기 공략 올리신 분, 글 내리세요~ GG 역사상 가장 병신 같은 짓이라고 하십니다~
– 간장게이바 : 본문 스크랩 해왔다. [귀족 전쟁이 끝난 시기에 맨손으로 시작했다면 돈 벌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투란 근처 숲에 노툼이라는 특이한 트롤이 있는데, 순진하고 멍청한 편이라 사람 말을 쉽게 믿어요. 속여서 데려가도 좋고, 적당히 힘줄만 끊어서 곡마단에 팔아넘기면 상당히 짭짤한 돈이 됩니다.]
– 홀리 : 저 착하고 순수한 트롤을….ㅠㅠ
– 노루Drug해요 : 엌ㅋㅋㅋㅋ 방금 진짜로 글 수정됨ㅋㅋㅋㅋㅋㅋ 공략본 작성자 방송 보고있냐! 저렇게 착한 애의 힘줄을 뭐가 어쩌고 어째? 반성해라!
– 간장게이바 : 팩트. 제일 먼저 팔아넘긴 선구자는 레빗 프린세스다.
확실히. 곡마단 그거 잘 쳐줘 봤자 2만 실링 정도일 텐데 노툼의 포텐셜은 감히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일취월장(日就月將)이라는 단어에 걸맞게 실력이 무슨 죽순이나 콩나물 마냥 쑥쑥 성장하고 있었다. 일반적인 성장형 히어로 유닛이 월드 클리어 이후 다음 시드 계승용으로 취급받는 것과 달리 이 녀석은 몇 달, 아니 한 달만 있으면 다른 파티원 처럼 충분히 제 몫을 할 것이 틀림 없었다.
“얘기가 셌는데, 그래서 우린 이제 어디로 가지? 교수, 혹시 교단에서 새로운 숙소를 구해줄 수 있을까?”
“음…. 그것도 가능하지만, 기왕 이렇게 된 거 그냥 출발합시다.”
“출발이라니? 어딜? 분위기로 봐선 아직 전장에 적의 움직임이 없는 것 같은데? 설마 또 별동대인가?”
인상을 찌푸린 채 싫다는 티를 팍팍 내는 알드리치에게 나는 대답 대신 대주교가 내게 맡긴 편지를 보여주었다.
“이게 뭔가? [내가 외면한 형제들에게 바치는 사죄]?”
“내용은 교단 외부 유출 금지라 보여 드릴 수 없지만, 대충 교황이 이종족에게 보내는 밀서입니다. 당연히 어디 가서 봤다고 말하면 안 되고요.”
“그 정도는 나도 아네. 그나저나 대주교의 밀서가 자네 손에 있다는 것은 밀서를 전달할 사람이 자네라는 뜻인데, 그 수취인이….”
“이종족이죠. 우리 파티는, 이종족의 수장을 찾아가 광명 교단의 사죄를 전하고, 그들을 지원군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움직일 겁니다.”
“세상에, 인간주의의 선두주자인 광명 교단이 이종족과 화해를 원한다니. 참으로 역사적인 일이로군.”
알드리치는 짐을 메고 있는 교수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다 찢어진 옷에 반쯤 부서진 여관을 배경으로 입에 담기에는 너무 역사적으로 중요한 얘기가 아닌가.”
“어허, 영혼술사님. 껍데기가 아니라 내면을 보셔야죠.”
“입만 살아서는. 그래, 그래서 어디부터 갈 생각인가?”
“블루라인 너머 서쪽 세계수의 숲, 남부 대수림, 동부 사막지대 정도를 생각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를 골라야겠지요.”
시간을 짜낸다면 셋 다 가능할 수는 있겠지만, 그의 손에 쥐어진 대주교의 친필 서한은 하나뿐이었다. 중요한 퀘스트 아이템인 만큼, 여러 선택지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는 시스템의 메세지 없는 충고이리라.
‘엘프, 오크나 트롤 같은 몬스터형 이종족, 인간인지 이종족인지 구분이 불분명한 동부의 고대 인간.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까?’
교수는 하나뿐인 대주교의 서한을 손에 들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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