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end of the world, Cry Clear RAW novel - Chapter 137
Chapter.9 스타 폴(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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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그럭, 덜그럭.
“이건 뭐…. 거진 남은 게 없는 것 같소만?”
“심각한데. 내 예상으로는 마을 입구에서부터 석궁 세례를 각오해야 할 줄 알았는데….”
빈말이 아니라 정말로 우리 일행의 정체와 목표, 행선지, 방금 마을 근처에서 들렸던 괴성 같은 것에 대한 부연 설명을 구구절절 떠올리고 있던 나로서는 상당히 의외였다.
레이 라인의 입구 마을, 에스타니크가 텅 비어있었다.
“글쎄. 이게 그렇게 놀랄 일인가? 로드릭이 멸망 직전인데. 가뜩이나 서부전선에 가까운 이 마을의 특성상 값진 물건은 물론 내버려 뒀다간 뮤트의 자원이 될 사람들도 모두 빼돌리는 게 당연한 것 같은데.”
“그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은 동네니까 문제인 겁니다, 오트만.”
블루라인 산맥, RPG게임으로 치면 90Lv+ 급 초고렙 던전에 해당하는 마굴의 유일한 통로가 레이 라인이다. 3월드의 활동 지역을 크게 동서남북으로 나누면 지도의 정 중앙을 블루라인이 세로로 가로지르고 있으며 그 동부에 로드릭을 중심으로 자유 무역 도시 연합, 텔드랏 3국과 기타 소국이 있고 거기서 더 동쪽으로 가면 사막 국가가, 반대로 블루라인 산맥 서쪽으로 가면 발틴 제국과 수많은 속국, 더 서쪽으로 나아가면 엘프의 숲이 있다.
그렇게 산맥으로 양분된 국가들을 잇는 유일한 길이 레이 라인이고, 희귀하고 귀한 것에 환장하는 귀족들은 산맥을 넘어온 교역품에 말도 안 되는 값을 매겼으며, 덕분에 3월드에서 이름 좀 날린다 싶은 상단은 죄다 레이 라인을 이용한다.
그런 상황에서, 안정시켰다고 해도 고위 언데드와 영수가 우글거리는 블루 라인 산맥을 가로지르는 길이다 보니 길을 관리하는 5대 교단 측에서 몬스터를 자극하지 않고 한 번에 통과할 수 있는 인원수를 제한해버린 것이다.
한번 갔다 오면 짐 나르는 인부조차도 3대가 먹고 논다는 레이 라인 상행.
안 그래도 길이 다져지다 못해 맨질맨질 해지도록 상행이 오가던 길에 이제 인원 제한까지 생겨버리니 경쟁이 아주 폭발해버렸다.
자고로 돈이 있는 곳에 사람이 모이는 법. 각국의 대상들은 레이라인 대기표를 뽑기 위해, 또 레이 라인의 입구에서 길을 관리하는 교단 사람들에게 쉽고 빠르게 뇌물을 주기 위해 당시 레이 라인에서 가장 가까운 촌마을인 에스타니크에 지부를 건설하고 직원을 상주시켰다. 그걸 본 사람들은 상행에 짐꾼, 또는 용병으로 참여할 수 있을까 하는 청운의 꿈을 품고 에스타니크로 잔뜩 몰려들었고. 그들을 상대하기 위한 여관과 상점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마을이 커지니 상단이 들여온 산맥 너머 물건을 조금이라도 싼 값에 구매하기 위한 소매상들이 또 마을에 자리 잡고…. 하다 보니 어느새 레이 라인 입구에서 좀 떨어진 마을이 입구를 품을 정도로 커져버린 것이다.
이 큰 마을을 누가 지킨다?
금덩이와 보석, 동부 사막국가 특산물을 잔뜩 짊어진 상단을 지키기 위해 파견된 각국의 기사단이 지킨다. 동부 3국에서 보낸 기사단은 물론 산맥 너머 제국에서 온 기사단도 이 마을을 지키고 있다.
탁!
“이제 텅 빈 마을을 봤을 때, 왜 당황했는지 아셨습니까?”
내가 텅 빈 마을의 분수대에 걸터앉아 물 위에 대충 요약한 글을 써주자, 보르카를 제외한 일행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나도 이곳에 대한 소문은 여럿 들었다네. 왕족이 운영하는 상단이 레이 라인 통행권을 얻자 경쟁 왕족이 왕위 경쟁에 교단이 끼어들었다고 길길이 날뛰었다거나 하는 종류의 소문이었지.”
“그 정도 이권이면 이곳에 묶여있는 돈이 한 두 푼이 아닐 텐데….”
“말을 마십쇼. 이곳 에스타니크 교역소 가장 구석 자리를 사기 위해 텔드랏의 속국 이드릭실의 왕이 왕실에 대대로 내려오던 왕관과 홀을 팔았는데, 값이 모자라서 빈손으로 돌아갔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내가 당황한 이유가 이거다.
에스타니크라는 마을은 그냥 이렇게 버려두고 가기엔 얽혀있는 이권이 너~~~무 많았다.
로드릭? 그럴 수 있지. 나라가 망하게 생겼잖아. 귀족도 노숙자로 만들어버리는데 돈이 대수겠냐. 얘들은 좀 병력을 뺄 수도 있지.
하지만 상행위가 나라의 근간인 자유 무역 연합이나 개인 상단이 없으면 귀족 축에도 못 낄 정도로 돈 싸움이 치열한 텔드랏 같은 국가는? 흔치 않은 기회인 만큼 나라를 좌지우지 한다는 대상도 한번 갈 때 풀대출 땡겨서 준비하는데 상행이 무산되어버리면 그 상단은 물론 이권을 나눠 받기로 계약하고 같이 대출받아 준비한 상단들, 또 그 상단에 얽힌 군소 상단과 상단에 투자한 귀족까지 줄도산 해버린다. 국가의 위기고 나발이고 에스타니크에서 상단이 하루라도 지연되면 사병을 모조리 끌어모아 영지전을 불사할 귀족들이 한 트럭은 된다는 소리다.
그런데도- 이렇게 깔끔하게 에스타니크를 비웠다는 것은. 백작, 후작급 귀족들이 앞으로 거친 흑빵과 반쯤 상한 우유를 마시며 살 각오를 하고 이곳에 있는 병력을 빼서 다른 곳으로 돌려야 할 만큼 전국이 동시다발적으로 망조가 들었거나.
“귀족들이 제정신이 아니거나. 둘 중 하나라는 소립니다.”
전자는 아무리 뮤트가 악신의 힘을 얻고 물량을 팍팍 뽑아내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어쨌든 북부와 뺨을 맞대고 있는 로드릭은 아직 안 망했고, 서부전선에서 대패하긴 했지만 막아내긴 했으니 그 아래쪽에 있는 다른 국가의 목전에 칼이 들이밀어지지는 않았거든. 미쳤다고 ‘예비 병력’ 이라는 항목에 가문의 파산을 조건으로 달 귀족은 없으니 위기감에 병력을 물렸다는 추측은 엑-스.
반면 제정신이 아닌 쪽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으으음…. 인섬니아 크랩인가 하는 그 뮤트를 말하는 게로군….”
오트만의 침음성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각국에서도 위기감에 똥줄이 바짝 타고는 있겠죠. 그러니 로드릭이 망하고 전장이 그들의 나라로 확장되기 전에 귀한 용사님들을 우르르 보내준 것이고. 하지만 로드릭이 고기 방패를 하고 있다고는 해도 땅굴을 파고 다니는 뮤트의 게릴라전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습니다. 머릿속으로 파고들기 전의 인섬니아 크랩은 손가락 두 개만 한 크기이니 막는 게 쉽지도 않을 것이고.”
“하지만…. 우리도 충분히 대비하고 있지 않나? 며칠 전 로드릭 귀족 회의에서도 두 명인가, 조종당하는 귀족을 색출해 처형했다고도 하고….”
“찾아낸 게 두 명이라면, 못 찾은 놈은 더 많겠죠. 토브룬의 6위계 마법사 아이작처럼, 단순히 조종당하는 게 아니라 교묘~하게 그들의 기억을 뒤틀고 암시를 심어 마치 스스로 생각한 것처럼 뮤트의 뜻에 따르게 되잖아요? 찾기가 쉽진 않을 겁니다. 아마 이곳에서 병력을 빼라는 명령을 내린 귀족도 속으로는 ‘국가의 위기! 비록 내가 파산할지언정 타국에 노는 병력을 내버려 둘 수야 없지! 이 한 몸 바쳐 내 나라를 지키리라!’ 같은 긍정적인 암시에 걸려서 철수 명령을 내렸을 겁니다.”
쓰벌. 생각할수록 소름 돋네. 이렇게 깔끔하게 다 나간 걸 보면 각국의 어떤 귀족이 에스타니크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내고, 그 귀족들의 거처까지 알아낸 다음 땅굴벌레랑 인섬니아 크랩을 풀어서 타겟을 감염시켰다는 거잖아? 이거, 마법사가 좀 부족한 약소국가는 왕이고 나발이고 다 엎어졌을 수도 있겠는데?
전국에서 돈이 가장 많이 모이는 이곳을 타겟으로 공작을 벌였다면 당연히 경제적인 테러를 염두에 뒀겠지. 라인 너머로 상행 갈 거라고 잔뜩 준비했던 사치품이 죄다 전쟁이 나면서 똥값이 되고, 이걸 처리할 레이 라인은 격전지였던 서부 전선 너머에 있는데 그 길에는 원혼이 구름처럼 몰려다녀, 마을을 지키는 병력도 없어. 그대로 파산하는 수순을 밟게 되고, 그 파급력은….
“보급이 아주 작살이 나겠군. 나라에서 나서서 수습한다고 해도 전쟁 상인의 그 피 튀기는 노하우가 하루 이틀 사이에 생기는 것은 아니니까.”
경제적 테러, 경제적 테러…. 어쩌면 상단을 박살내 운송을 막는 것뿐만 아니라 원산지를 노릴 수도 있다. 자유무역연합의 질 좋은 철광산이라던가, 텔드랏의 드넓은 곡창지대라던가….
“아오오! 머리아파!”
콰직!
“뭐, 뭔가! 갑자기 애꿎은 분수대는 왜….”
“열 받아서 그럽디다! 행복하게 머리 아픈 병력 분배에서 빠져나와서, 행복하게 교단 창고 털어서 이제 좀 머리 좀 비우고 살 수 있을까, 했더니! 아주 여봐란듯이 지가 뭘 할 거다라고 이렇게 흔적을 드러내고 있잖습니까! 나 너랑 수 싸움 하기 싫다고! 그냥 판 위의 장기말A로 움직이고 싶다고!!!”
– Jokass : 아닌데. 그냥 뮤트로 쓸어버리면 될 것을, 기를 쓰고 걸리지 않으려고 온갖 수작을 부려서 사람도 안 죽이고 정치공작에 의한 상황처럼 만든 것 같은데.
– 간장게이바 : 그런 건 너 같은 사람 눈에만 보이는거야….
– professor : 전부 닥쳐! 짜증나니까 그냥 공감이나 하고있어!
– 간장게이바 : ㅇㅇ그럴수도 있지.
– 스피드 웨건 : 그럴 수도 있음.
– 흥안만두 : 맞다 맞다. 니 말이 다 옳다. 고생이 참 많아 우리 박교수씨.
– 노루Drug해요 : 그런 대가리를 달고 태어난 니 운명이라고 생각해라. 나 같은 사람은 ‘마을이 비었네? 파밍할게 하나도 없네? 개같은 좆망겜.’ 정도로 끝날 상황이라고.
아니, 신경을 안 쓰려고 해도 이제 한 달 정도 로드릭 떠날 마당에, 눈앞에 떡하니 저 새끼들이 수작을 부린 흔적이 보이는데 내가 걱정을 안 하게 생겼냐고.
이 새끼는 대체 어디서 이런 걸 다 배웠을까? 그놈 맞겠지? 팔카투스인가 하는 내 복제품 네임드?
텅 빈 마을을 가로지르며 생각했지만, 도저히 이대로 갈 수는 없었다. 교단에 연락을 한다고 해도 ‘애들 머리통 검사 더 철저히 하십쇼, 특히 전쟁 보급품 관련된 사람부터’ 라고 말해주는 게 전부에, 이미 교단과 마법사의 모든 역량을 다해 검사하고 있을 것이다.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다른 방법이….
로드릭의 무능한 귀족 새끼들을 믿기에는 내가 당한 게 너무 많았다. 끝내주는 기사가 많으면 뭐해. 윗대가리가 전부 병신인데.
챙!
채앵-!
그때였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기던 내게, 금속음이 들려온 것은.
“이건…. 전투인가? 보르카!”
“마을 서쪽 끝! 언데드 무리와 인간 다수! 전투 중이오!”
“다수면 몇 명인데!”
“못해도 일백 명! 바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소!”
내가 말하기도 전에 늑대 폼으로 돌아간 보르카가 지붕 위로 올라가 시야에 들어온 것을 전달하였다.
“언데드라니! 다른 건 몰라도 레이라인 입구와 그 근방은 5대 교단에서 나온 사람들이 지키고 있다고 들었거늘!”
“마을에 사람이 다 빠졌으니 교단에서도 병력을 뺐겠죠! 교단도 손이 모자라지 않습니까!”
콰과가각!
급한 대로 수인을 맺고 있는 오트만을 업고 전력으로 마을 서쪽을 향해 달렸다. 순식간에 집과 골목이 스쳐 지나가자 5대 교단의 문양이 새겨진 레이라인 입구 앞에서 수십 대의 마차와 수레를 바리케이드 삼아 대치 중인 무리를 만날 수 있었다.
보통 할버드보다 두 배는 더 큰 할버드를 휘두르는 언데드에 힘겹게 맞서는 사람들과, 바리케이드 뒤에서 어색한 손놀림으로 석궁과 스크롤 따위를 찢어 지원하는 사람들.
‘기사는 아니다. 하지만 개인의 무력은 상당히 훌륭하고 전투도 체계적이야. 통일성 없는 무기들이 톱니바퀴처럼 맞아떨어지는군. 용병, 그것도 상당히 고급 용병이다. 그럼 뒤에 숨어서 싸우는 사람들은….’
순간, 마차 위에 걸려있던 반쯤 찢겨나간 깃발이 내 눈에 들어왔다.
황금의 낫과 은빛 곡물이 교차된 모양의 상징. 2월드부터 전해 내려오는 유구한 역사를 가진, 풍요 교단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3월드 부동의 No.1 상단!
“골드 가이저(Gold geyser : 황금 간헐천)! 세상에! 로 하람 맙소사!”
펄럭이는 상단의 깃발과 함께 머리를 어지럽히던 문제들이 날아가는 것을 느끼며, 용병들의 앞에 착지한 교수는 곧바로 붉은 건틀릿을 낀 오른손을 휘둘렀다.
콰득!
으직! 으직 으직!
붉은 건틀릿이 선두에서 날뛰던 데스 나이트의 옆구리에 틀어박히고, 몸이 반쯤 박살난 언데드가 검은 연기를 쏟아내며 휘청거리는 사이,
“광명의 이름으로!”
손가락이 드러난 하얀 권갑이, 너클처럼 주먹에 쥐어진 성물과 함께 대주교가 전해준 광명권격의 투로에 따라 움직이며 텅 빈 언데드의 복부를 향해 휘둘러졌다!
“성불당해라아아아!!!”
후우우웅-!
뿌가악!
물리 내성이 80%가 넘는다는 최상위 언데드 기사에게서 나는 소리라고는 믿을 수 없는 타격음과 함께, 주먹질 두 방에 상하체가 분리되어버린 데스나이트가 훨훨 날아가고 있었다.
털썩.
눈앞에서 벌어지는 비현실적인 상황에 넋을 놓고 있던 용병단장은, 몸통을 잃어버린 데스나이트의 하체가 땅에 떨어지는 소리에 퍼뜩 정신이 들었다. 인간을 초월한 강력한 힘. 손끝에서 뿜어져 나오는 신성한 빛. 저 늠름한 풍채! 무엇보다, 빛의 광신도들이 전투에 임할 때마다 고막이 터져라 질러대는 그 단어!
“혹…. 광명 교단에서 오신 분입니까?”
상처투성이 용병단장의 조심스러운 물음에, 오트만의 물결 속에서 날뛰는 일행을 슬쩍 본 교수는 더할 나위 없이 경건한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가슴 위에 손을 올렸다.
“라투라, 로-하람. 그리 평안하지 못한 오후로군요.”
벌떡!
긍정을 뜻하는 내 인사말에 뒤쪽의 화려한 마차 위에서 석궁을 쏘던 뚱뚱한 남자가 허둥지둥 내려와 내 앞에 섰다.
“골드 가이저의 상단주, 겔드 프라우스라고 하오! 결국 광명에서 우리 거래를 받아들였구려! 그리 오랫동안 거래해왔던 풍요조차 우리 상단을 버렸거늘!”
“하하하하. 로 하람께서는 만민을 굽어 살피십니다. 파산 위기에 놓인 골드 가이저 또한 빛의 눈길 아래 있으니, 어찌 저희가 그냥 지나치겠습니까?”
“오오오오! 고맙소! 정말로 고맙소! 내 이번 상행이 끝나면 광명 교단에 크게 갚도록 하겠소! 우리 골드 가이저 상단의 이름과 프라우저 가문의 이름을 걸고 약속하리다!”
“그래요. 그러셔야지요….”
교수는 뛸 듯 기뻐하는 상단주와 악수를 나누며, 그 뒤에 쌓여있는 산더미 같은 사치품과 교역물들을 향해 활짝 미소지었다. 어차피 망할 거, 상단의 명운을 걸고 준비했던 교역품은 물론 전쟁으로 똥값이 된 다른 상단의 사치품마저 싹싹 긁어온 듯 여러 상단의 인장이 찍힌 물건들.
“반드시, 상행에 성공하시길 빌겠습니다.”
로 하람께서 말하시길, 네가 어두운 곳에 자리할 때 빛이 있으리니.
니가 상단을 망하게 한다면, 나는 상단을 키우면 되는 게 아닌가?
줄지어 선 수레와 산더미 같은 교역품을 보자마자, 방금 전까지 고민하고 있던 문제의 해법이 번뜩 떠올랐다.
아무리 나라에서 백방으로 손을 쓴다 한들 그 인근에서 재화를 끌어모으는 게 전부지, 결국 지속적인 보급을 위해서는 상인과 계약을 맺고 그들이 여러 지역을 돌며 물자를 모아와야 한다.
상인들을 고사시켜 보급망을 박살낸다는 뮤트의 전략은 정말 참신하고 신선했으며, 효과적이었다.
허나!
‘다른 상단이 전부 망하게 생겼다고? 오히려 좋아! 저 산더미 같은 사치품을 아직 전쟁 맛을 못 본 제국과 서부 국가에서 식량과 금속, 화살로 바꿔오면 골드 가이저는 다른 골골대는 상단을 전부 집어삼킬 만큼의 금력을 손에 쥘 수 있다! 오히려 통일된 체계와 간소화된 거래로 보급을 안정시킬 수도 있을 거라고!’
얘네가 상행에 성공하면 상황 역전이지. 리스크 20000%로 악성 재고를 박박 긁어온 골드 가이저 상단주. 이 양반만 성공하면 오히려 보급로가 황금을 쳐바른 굵은 동아줄 만큼 튼튼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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