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end of the world, Cry Clear RAW novel - Chapter 141
Chapter.9 스타 폴(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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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님. 조금만 더 같이 가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딱 능선 너머, 제국 쪽에서 관리하는 구역까지만 가주시면….”
“미리 말씀드렸잖습니까. 저도 골드 가이저를 돕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교단의 임무가 있는 몸이라고.”
“으으음….”
로만이 비공정 제작에 대한 완벽한 깨달음을 얻은 것을 계기로, 일행과 상단이 조금 일찍 갈라서는 것으로 결정했다. 비공정이 있으니 이제 골드 가이저는 필요없다, 이런 게 아니라 왔던 길을 되돌아가야 할 사람이 생겼으니 더 깊이 들어가기 전에 일행을 나눌 필요를 느낀 것이다.
“참으로, 참으로 아쉽네! 벗이여! 자네와 함께 세상을 여행한다면 분명 ‘더 놀라운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 기분이 들어!”
“그, 그래? 그것 참…. 눈물 나게 아쉽군, 로만!”
빈말이 아니다. 저 대사는 동료로 영입해서 끌고 다니면 뭔가 또 기발한 것을 뽑아내겠다는 메세지니까! 비공정이 나왔으니 그 유명한 마력 입자화 충전소가 나온다면…. 다 사용한 마정석을 알아서 충전, 재활용하는 반영구 무한동력 비공정이 탄생하겠지. 굳이 이게 아니어도 제법 잘 나오는 축에 속하는 마력포만 뽑아줘도 하늘에서 마력포가 빗발치는, 스타워즈 뺨치는….!
츄르릅!
아아아, 너무 데려가고 싶다. 한 번만, 딱 한 번만 더 터트려주면 월드 클리어 날먹은 물론이고 그때부터는 계승작, 그러니까 잠재력이 높은 히어로 유닛들을 대차게 굴려서 불세출의 영웅으로 만든다거나, 미래에 큰 문제가 될 것 같은 위험요소를 암살하러 다니기만 하면 되는데! 심지어 영웅들 수준에 알맞은 적을 찾아다닐 필요도 없다! 토브룬 때처럼 붉은 뮤트 모습으로 짠! 하고 나타나서 악역을 해주면 되니까!
“용사님? 무슨 음흉한 생각을 하길래 그런 표정이세요?”
“아,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우리 일행 쪽 수레 위에 올라탄 루실의 목소리에 독버섯처럼 마구 자라나던 행복한 상상에서 가까스로 벗어났다. 루실라 이 꼬맹이도 가까스로 커트라인 합격인데, 로만 같은 순수 비전투 유닛을 동료로 데리고 다녔다간 순식간에 객사할 뿐이지. 참자. 참아!
“그럼…. 이제 헤어질 시간이군.”
“핫핫핫핫! ‘잠시’ 헤어질 시간이지! 그렇지 않습니까, 상단주님, 교수!”
일행은 세 무리로 나뉘어 있었다. 이번에 얻은 영감을 토대로 본격적인 비공정 제작에 착수하기 위해 상단의 본점이 있는 텔드랏으로 복귀하는 로만과, 그를 호위할 용병 몇 명.
이대로 레이 라인을 쭉 타고 산맥을 넘어, 제국의 영역으로 가는 골드 가이저 상단.
여기서 블루 라인 산맥 안쪽, 추방된 엘프들의 마을로 가는 우리 일행.
특이한 점이 있다면, 우리 일행에 예의 그 ‘루실라’라는 소녀 상인이 포함되었다는 점이다.
인원이 줄어서인지 등에 작은 짐을 진 상단주가 내게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루실을 잘 부탁드립니다, 용사님. 아직 어린 친구지만 셈이 빠르고 재주가 좋아 저 나이에 한 상행을 책임지는 행수 역할을 하던 아이입니다. 아마 짐이 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글쎄요. 나름의 재주가 있는 상인이라는 것은 확인했습니다만…. 저 아이를 우리 쪽에 붙이는 것보다 합류 지점을 정하고 거기에서 만나는 것이 더 안전하지 않겠습니까?”
“불가능합니다. 보시다시피 저희는 제국에서 가치를 환산하기 힘들 정도의 교역품을 가지고 움직이고 있으니. 언제 어디서 습격이 일어나 계획이 틀어질지 모르는 일이지요. 그래서 미리 제국에서 준비를 하고 있던 상단 사람들과 함께 짐을 나눠 들고 흩어졌다가, 거래 일시가 잡히면 저희 상단의 비상 연락망을 통해 그 자리로 모이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으음…. 뭔가 대단히 복잡…. 한 방법을 사용하시는군요.”
“하하하. 돌려 말하실 필요 없습니다. 조잡한 수단이긴 합니다만, 세가 기울어 충분한 숫자의 호위를 확보하지 못한 저희로서는 이게 최선이지요. 적절한 시기가 되면, 루실을 통해 용사님에게 연락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어쩔 수 없지요.”
이런 이유로, 루실라가 우리 일행과 함께하게 된 것이다.
“대장. 이 꼬맹이, 그리 강해 보이지 않는데. 정말 데리고 갈 생각인가?”
“아, 그 부분은 괜찮아. 확인했거든. 적어도 짐이 되지 않을 정도는 되더라.”
“다른 곳도 아니고, 블루 라인 산맥의 중심부에서 스스로를 챙길 수 있다고? 저 어린 소녀가?”
“흥! 평생 외형 때문에 차별당하고 살아왔으면서, 내가 어려 보인다고 무시하는 거예요?”
“무시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너를 걱정해서….?!”
보르카가 루실라를 설득하려던 순간, 루실라가 수레의 짐더미 속으로 쏙 파고들어 사라졌다. 나는 당황한 보르카의 옆구리를 툭 치며 그에게 물었다.
“어때. 어디 있는지 느껴져?”
“이건…. 참으로 기이한 재주로군. 분명 저 안으로 들어가는 걸 똑똑히 봤는데, 냄새도, 기척도, 심지어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군.”
폭!
“짜잔! 상인에게는 상인 나름의 재주가 있답니다!”
들어간 구멍의 반대편으로 나온 루실라를 보며, 보르카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암살자를 했으면 대성했을 소녀였겠소.”
“그거랑은 좀 달라. 저건 상인들 특유의 생존기술이니까.”
내가 보르카에게 조금 더 설명해주려는데, 골드 가이저 상단 측에서 먼저 가겠다는 손짓을 내보였다.
“우린 용사님이 일으킬 소란에 말려들면 안 되니 조금 미리 가 있도록 하겠소.”
“좋습니다. 그럼…. 제국에서 봅시다.”
“으음, 부디 그 복된 양손에 금화가 가득 담기시길.”
“우리도 가겠네! 우리는 땅이 아닌, 저 하늘 위에서 다시 만나는 것으로 하지!”
“그래. 아주 군용 범선만 한, 아니 성문을 통째로 밀어버릴 만한 끝내주는 놈으로 만들어달라고.”
“핫핫핫핫! 성문을 밀어버릴 정도의 배라니…. 이거 텔드랏에 고급 목재가 그 정도로 많이 남아있을지 모르겠군! 핫핫핫핫!”
그렇게 로만과 상단이 레이 라인의 양쪽으로 멀어지자, 우리 일행은 나무가 울창한 블루 라인의 중심을 향해 걸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수레를 들고 있는 나와 그 위에 타고 있는 루실라, 그런 그녀를 불안과 걱정이 담긴 눈으로 보고 있는 일행들.
뭐, 따로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 어차피 전투가 벌어지면, 설명하지 않아도 그녀가 짐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다들 알게 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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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가아악!
늑대인간의 날카로운 발톱이 휘둘러 질 때마다 검게 번들거리는 구울의 머리통이 후두둑 떨어졌다. 보르카는 욱신거리는 손을 털며 쓰러지는 구울의 몸을 힘껏 걷어찼다.
“궈어억!”
“끄에에엑!”
날아가는 단단하고 무거운 구울의 몸에 부딪힌 언데드들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건 비명소리는 아니었다. 언데드는 매 순간, 모든 자극에 저런 단말마에 가까운 울음소리로 대응했으니까.
언데드가 우르르 쓰러지며 생긴 공백을 틈타 숨을 돌리려는 찰나, 저 숲속에서 번뜩이는 수십개의 노란 눈알이 보였다. 내쉬던 숨이 한숨으로 바뀌었다.
“대장! 나 혼자서 이 숫자는 무리요!”
“이쪽도 빡빡해! 알드리치! 얘들 언데드인데 저번에 그거 안됩니까? 그 광역 턴 언데드 같은거?”
“해 질 녘이면 몰라도 정오에 다름없는 지금은 무리일세!”
“Xan Makara! Mashar! GRAAAaaaaa!!!!”
출렁! 촤아악!
“노툼은 하잖나! 무능한 늙은이 같으니라고!”
“공격마법 하나 못 쓰는 반쪽 물쟁이는 닥치시게! 노툼이 쓰는 것은 이미 일반 영혼술의 범주와 다르다니까!”
교수는 서로 티격태격하면서도 잘 협력해서 언데드를 몰아내는 오트만과 알드리치를 보았다.
보르카와 내가 먼저 치고 들어오는 빠르고 강한 놈들을, 노툼이 유령 타입의 몬스터를 막아내고 있었다면 두 마법사는 나머지 질 낮은 언데드 전부를 밀어내고 있었다.
알드리치가 손을 내밀자, 수레에서 작고 하얀 손이 쏙! 올라와 그의 손 위에 성수와 교단의 과실주를 정확히 던져주었다. 알드리치가 번개 같은 손놀림으로 성수와 과실주를 섞은 다음 그의 피와 주문을 담아 영혼술이 깃든 제주(祭酒 : 제사, 의식용 술)를 만들면,
“언약을 나눈 그대여! 나와 발맞춰 세상을 주유하리라! [오트만 보들레르의 바다 발걸음]!”
꿀렁-
동심원을 그리듯 퍼져나가는 오트만의 물결이 그 위에 얇게 씌워진 제주와 함께 언데드들을 휩쓸었다. 영혼술이 담긴 주정은 마치 언데드들이 취한 것처럼, 굼뜨고 힘없이 만들었다.
마법의 연계. 그것도 완전히 계열이 다른 마법의 연계는 보통 실력으로는 흉내도 낼 수 없는 고급 기예였다.
각자 맡은 부분에서 언데드를 밀어내는 데 성공한 일행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짐수레 곁으로 후다닥 모여들었다.
“교수! 밀어냈네!”
“준비하십쇼! 지배력이 약해졌으니 한 번 더 올 겁니다!”
블루 라인의 중심부로 들어온 지 일주일이 지났다.
첫날은 평범보다 약-간 비범한 언데드를 진득하게 밀어내며 전진했고, 두 번째 날은 겨우 찾은 샘물에서 어인과 익사체가 끝도 없이 튀어나와 하루 종일 뛰었다.
세 번째 날은 그렇게 뛰다가 실수로 길을 잘못 들어 70년 전, 그러니까 2월드 시절의 기록에도 남아있는 네임드 언데드 ‘망령 삼 기사’와 맞닥뜨려 결국 내가 광폭화를 사용, 몸이 갈려 나가다시피 하며 놈들을 능선 너머로 던져버리고 도주했다. 사흘째 되던 날은 뮤트의 피도 없이 광폭화를 사용한 대가로 온몸이 쪼그라들어 리타이어 한 나를 성수와 노툼의 생 트롤 피로 겨우 살려 하루 종일 업고 다니며 도주.
그리고 가까스로 회복한 다음 이상할 만큼 끈질기게 쫓아오는 언데드 대군을 상대하며 밤새 이동하기를 이틀째, 마침내 언데드를 조종하는 그 본체에게 접근한 것이다.
– 미야아아아아아오오오오옹 –
언데드가 물러난 공터에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사뿐히 내려앉았다. 귀가 찢어지고 한쪽 눈이 먼데다, 앞발이 하나 잘린 상처투성이 검은 고양이는 모습을 드러낸 것만으로도 사람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었다.
“온다!”
“전부 귀 막아! 즉사 주문이야! 제대로 들으면 쪽도 못 쓰고 간다!”
“눈을 쳐다보면 저주에 걸렸소! 그림자를 보시오! 그림자를!”
“숨 참으시게! 저주가 담긴 날벌레가!”
망령 삼 기사와 마찬가지로 70년 전 기록에 남아있는 네임드 언데드, ‘여덟 번 죽은 와일드 캣’. 과거 풍요의 교단을 지키던 영수가 언데드의 준동 속에서 아홉 목숨 중 여덟을 잃으며 살아있는 그 어떤 존재보다 강한 생의 열망과 죽음에 대한 이해를 완성시키며 탄생한 ‘야생 몬스터 흑마법사’라는 정신 나간 돌연변이.
– 미야아아오오옹 –
“커, 으으으윽!”
“정신….차려! 의식을 놓는 순간 죽는다! 잃어버린 애들을 떠올려!”
“그우아아아아!!!”
음산한 울음소리와 함께 와일드 캣에게서 쏟아져나온 그림자가 일행을 덮치려던 순간,
파각!
일행이 둘러싼 수레에서, 새하얗고 작은 손이 쑥 올라와 손에 들고 있던 ‘한 줌의 빛’의 갈고리를 힘껏 눌렀다.
“눈 감아요! 섬광탄- 투척!”
쩌적, 쩌저저적!
푸화아악!
소녀의 손에 들려있던 유리병에 셀 수 없이 많은 실금이 가더니, 산산이 부서지며 대낮에도 어둑한 숲의 공터를 환하게 밝혔다.
– 키샤아악! 메우우우웅- –
신성력이 가득 담긴 빛은 와일드 캣의 저주를 걷어내고, 공터에 가득한 죽음의 기운을 물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놈의 본체에까지 직접적인 타격을 입히고 있었다.
상처 입은 와일드 캣이 흐릿하게 흩어지는 것과 동시에 공터를 포위하던 언데드들이 실 끊어진 인형처럼 우르르 쓰러지기 시작했다.
“지금이다!”
교수는 질끈 감았던 눈을 뜨며 수레를 번쩍 들어 올렸다. 노툼은 알드리치와 오트만을, 보르카는 지도를 들고 먼저 앞으로 뛰어나가고 있었다.
“죽어라고 튀어! 대흑마 고양이는 보신주의의 끝판왕이라 다치면 한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숨는다! 지금밖에 없어!”
“시간은 얼마나 있소”
“어….”
– Jokass : 레빗 프린세스 2월드 공식 플레이 영상 기준으로, 성수를 뒤집어쓴 마왕 캣이 복귀하는데 걸린 시간은 270분이었음.
“4시간 30분!”
“뭐라? 제기랄! 그냥 죽일 순 없는 거요? 상처 입었다면서!”
“못해! 상처 입을수록 몇 곱절은 강해지는 데다, 급하면 흑마력을 마구 뿌려 주변의 언데드를 다 불러모으고! 심지어 불사(不死) 속성도 가지고 있다!”
“빌어먹을! 여기 오는 게 아니었어!”
하늘에 떠있는 태양의 위치와 지도를 번갈아 확인하며 속도를 높이는 보르카의 말에, 나도 속으로 마구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세상에. 블루 라인의 전대고수(前代高手)님들이 이렇게나 강할 줄이야. 여차하면 목숨 걸고 광폭화 터트려서 전차마냥 부아악- 밀어버리면 어떻게 추방된 엘프 마을까지는 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밀기는커녕 삼 기사 셋 중에 하나 잡는 것도 어려웠다.
– 간장게이바 : 뮤트 상대가 아니면 진짜 별거 없네, 교수.
– takealook : 뮤트 전이 아니면, 최소 블러드아머를 전신으로 사용할 수 있을만큼의 마력을 모으기 전까지는 용사급으로 취급하긴 힘들 듯.
– 무카바 : 루실라님이 함께해주신 것에 감사하다고 빨리 로-하람께 기도 드려라. 없었으면 이미 블루 라인 신입 언데드 A,B,C,D,E된지 오래였음.
– 노루Drug해요 : 개쌉인정. 상인 스킬이 이런데 쓰일줄 누가 알았겠냐.
– 스피드 웨건 : 확실히 연구의 가치가 있지. 상인 동료는 지금까지 제대로 연구된 적이 없으니까.
– 간장게이바 : 그런 이유로 일동, 미소녀 찬양의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 takealook : 앞으로 플레이 할 때 동료는 무조건 외모로 뽑는다. 히로익 포인트 성능 확실하네.
대화방에는 온통 루실라에 대한 얘기뿐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진짜 얘 없었으면 우리 다 죽었을 거거든.
아직 회복이 덜 되었는지 무거운 몸으로 보르카의 뒤를 따라 달리며 손가락으로 수레를 두드리자, 짐더미 속에서 루실라가 고개를 쏙 내밀었다.
“왜요!”
“섬광탄 몇 개 남았어!”
“세 개! 어쩌면 네 개! 쥐어짜면 다섯 개!”
개수를 물었는데 범위로 대답하는 루실라. 적어도 숫자에 있어서만큼은 칼같이 정확한 상인답지 않은 대답이었지만, 이는 루실라가 가진 특성의 영향을 받은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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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 루실라 아에드란
성별 : 여
나이 : 19세(추정)
직업 : 골드 가이저 상단원(전 행수)
특성 : 웅크린 새끼 사슴(은폐시 기척 감소 – 이동 불가) / 민들레 발걸음(소음 감소, 시류 예측, 위기 회피 증가) / 대기만성(大器晩成) / 상인 셈법(전문가) / 텔드랏 사교화법(상급) / 마른 오징어 쥐어짜기(소모성 아이템 사용시 소모하지 않을 확률 획득) / 대상(大商)의 눈(중급) / 장거리 교역 숙련(중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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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C의 상태창 확인은 대상이 직접 이름을 밝히고 동료로 영입되는 순간부터 가능한 기능이다. 거꾸로 말하면 동료가 되기 전에는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소리다.
처음 골드 가이저 상단에서 루실라를 데려가라고 이게 웬 짐덩이야, 하고 거절했는데, 그 소리를 듣고 씩씩거리며 달려와서는 자기가 가진 재주를 읊어대는 루실라를 보고 마음이 바뀌었다.
‘전 대륙 1위 상단의 유망주는 급이 다르다는 소리지.’
아닌게 아니라 동료로 받아들이고 상태창 띄우자마자 ‘혹시 누가 키우다 버린 캐릭인가? GG가 이런 식의 온라인을 지원했나?’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상인으로서 정도에 가까운 스킬을 모조리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플레이어 상인 캐릭터를 키우면 무조건 얻어야 하는 특성인 [웅크린 새끼 사슴]은 커뮤니티에서 ‘밤비’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유명한 특성이었고, 그 외에도 하나같이 주옥같은 상인 특성이 한가득이었던 것이다.
다 좋았지만, 특히 내가 주의 깊게 본 스킬은 이름부터 독특한 ‘마른 오징어 쥐어짜기’ 였다.
[마른 오징어 쥐어짜기 : 놀랍도록 자린고비인 당신은 근검절약의 극의를 깨우쳐 쓰고 남은 자투리 상품을 조금씩 긁어모아 새 상품처럼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대상이 사용한 소모품이 소모되지 않을 확률을 부여합니다.]‘대상이 사용한 소모품이 소모되지 않을 확률을 부여합니다.’
이거 보자마자 당장 같이 간다고 했다. 지금 짐수레에 실려있는 것은 대부분 교단에서 앞으로 있을 전쟁을 대비해 비축해둔 초고가의 소모형 전투물자였다. 그런데 루실라를 데려가서 나 대신 소모품을 쓰게 하면 확률로 공짜 소모품을 하나 더 준다네? 이건 못 참지! 하면서 산맥 안으로 동행하게 된 것이다.
“으이이익! 당신 능력 있는 용사라며! 그 잘나가는 광명의 교단 공인 용사라며! 가품이었어?!”
“짜가라니! 이 성물 안 보여! 지금 언데드나 영수가 상대라서 그렇지, 상대가 뮤트였으면 나만큼 싸울 수 있는 놈도 그렇게 많지 않아!”
“결국 조건부 기능 상품이라는 거잖아! 이 폐품! 쓰레기! 썩은 볏짚 같은!”
– 미이이야아아아오오오옹 –
“꺄아아악! 벌써 쫓아왔어! 네 시간은 괜찮을 거라면서!”
“성수랑 섬광탄은 데미지가 많이 다른가 보지!”
“엉터리 용사! 사기꾼! 과대포장! 불량-”
“나중에 다 들어줄 테니까 일단 던져!”
“으으으으, 이 비싼 교단제 ‘한 줌의 빛’을 이렇게 마구 던져야 하다니! 눈 감아요!”
서늘한 기운과 함께 살아 움직이는 그림자가 숲을 넘나들고, 불길한 고양이의 목소리 사이로 루실라가 섬광탄을 꺼내드는 것이 보였다.
질끈!
눈을 감자, 오감이 예민해지며 엄청난 속도로 다가오는 저주의 기운이 더 선명하게 느껴졌다. 공격하는 주제에 필사적인, 음습하고 매서운 흑마력 사이로 날카롭고 청량한 바람이…. 바람? 청량?
“음?”
푸욱!
눈을 감고 달리던 교수가 뭔가 이질적인 기운에 눈을 슬쩍 뜬 순간, 날카로운 통증과 함께 화살 한 대가 그의 몸에 꼬리깃까지 깊숙이 박혀 들어왔다.
“화살?”
“이런! 대장!”
“궁수다! 전방에도 적이!”
“제기랄, 포위당했어!”
“그러니까 내가 저 미친 고양이 놈을 죽이고 오자고 하지 않았소!”
보르카는 욕설을 내뱉으며 화살에 맞은 교수를 살폈다. 정확하게 명치를 관통당한 교수는, 어째서인지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그 모습에 보르카는 숲에 살던 무렵 환각 작용이 있는 버섯을 주워 먹은 부족원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지금의 교수처럼 히죽히죽 웃다가 그대로 죽을 뻔했던 그의 사촌동생.
“도, 독이다! 대장이 독에 당했다!”
“비키시게! 해가 지고 있으니, 내 저 악독한 궁수들을 싸그리-”
“아무것도 하지 마!”
교수는 영혼항아리를 열어젖히며 앞으로 나서는 알드리치를 재빨리 막아섰다. 여기서 공격이라니. 절대 안 되지.
교수는 구멍난 위장에서 역류하는 피를 꿀꺽 삼키며 히죽 웃었다.
– 미우웅, 메에에엥! 야아오옹! –
잔뜩 성이 난듯 하지만 어째서인지 접근하지 않는 와일드 캣.
그의 눈에도, 보르카의 탁월한 시야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뜬금없이 날아온 화살.
무엇보다, 자신의 가슴에 박혀있는, 나무를 깎은 게 아니라 화살 모양으로 키워낸 듯 자연 그대로의 형태를 하고 있는 화살대.
바보라도 이 정도면 화살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교수는 항복하듯 손을 높이 들고, 화살이 날아온 방향을 향해 걸어가며 큰 소리로 외쳤다.
“쏘지 마시오! 아군입니다! 우린 선량한 용사 일행-”
푸욱!
푹! 푸욱!
“대장! 화살이!”
“쿨럭, 괘, 괜찮아! 원래 엘프는 경계심이 많으니까. 우린 저들의 도움을 받으러 온 거야. 우리가 아무런 위협을 가하지 않으면, 분명 우릴 받아줄-”
파바박!
“교수! 다리가!”
“크으으윽! 비, 비폭력주의! 간디가 말했다! 평화를 원하면, 먼저 무기를 손에서 내려놓고 다가가라! 그럼 상대도 분명히-”
푸욱-!
털푸덕.
[으아아악! 사람 자는데 뭔 일이야!]“대자앙!”
“이보게!!”
갑자기 의식이 픽- 끊어지더니, 정신을 차려보니 하이드가 마구 욕설을 내뱉고 있었다. 등이 땅에 닿아있었고, 이마랑 뒷통수가 축축했다.
이번엔 머리였다.
‘…. 이 새끼들이?’
어지러운 머릿속에서, 비폭력주의를 주장하던 간디가 슬그머니 옥수수와 대전차 미사일을 꺼내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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