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end of the world, Cry Clear RAW novel - Chapter 142
Chapter.9 스타 폴(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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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웅- 콰자작!
투웅- 콰자자작!
….으드득!
엘프 이드라실은 입에 물고 있던 나무뿌리를 힘껏 짓이겼다. 어머니께서는 이렇게 감정을 드러내는 행동은 천박하다고 매번 그를 꾸짖었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표정으로 드러날 것 같아 어쩔 수 없었다.
카네란, 인간들 말로는 추방된 엘프들의 마을이라 불리는 이곳은 평화와는 거리가 먼 곳이었다. 그들의 고향 엘프의 숲에서 죄를 짓거나,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겨 숲 밖으로 쫓겨난 엘프들이 모여들어 만들어진 두 번째 고향.
인간 노예사냥꾼에게 붙잡혀 갖은 수모를 겪다 탈출하거나, 운 좋게 그들 사이에 섞여들어 가는데 성공했다고 해도 그들의 사악한 심성에 환멸을 느껴 모여든 이들은 온화하고 여유로운 영혼을 짓밟혀 마음의 평화를 잃었고, 블루 라인 산맥의 사나운 몬스터들은 그들의 육체적 안온함을 빼앗아갔다.
그래서 이곳 카네란의 엘프들은 엘프라는 종족에게 있어 가장 불안한 상태인 ‘비(非)평화’에 익숙했고,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서도 능숙했다.
투웅- 콰자자작!
“우리는! 대화를! 원한다!”
투웅- 콰자자작!
“대화가 이루어질 때까지! 이 인근의 나무를 모조리 뽑아버리겠다!”
하지만 단언컨대, 이드라실이 나림의 지위를 얻고, 마을의 수호자로 역임한 지난 30년 동안 저런 종류의 ‘비 평화’는 겪어본 적이 없었다.
투웅- 콰자자작!
“이 박정한 깐프 새끼들아! 수목의 단말마가 들리지 않느냐! 못해도 수령이 100년은 넘어 보이는 나무가 방금 또 하나 명을 달리했다! 어서 결계를 풀고 우릴 손님으로 맞이하지 않으면, 역사는 오늘을 블루 라인 수목림 대학살의 날로 기록하게 될 것이다!”
“….지금 저걸 위협이라고 하고 있는 건가요?”
“그런…. 것 같습니다.”
뭔가 단단히 잘못 알고 있는지 인간은 나무를 고문하듯 껍질을 벗기거나, 부러지는 소리가 잘 들리도록 천천히 비틀어 잡아 뜯어서 마을의 결계 쪽으로 던지고 있었다. 물론 우리 종족이 나무를 좋아하긴 한다. 이드라실 그녀만 해도 집에 애지중지하게 키우는 분재가 열 그루에 작은 텃밭도 가꾸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어디까지나 취미의 영역에 불과한 것인데. 저 인간은 정말 저 방법이 통할 것이라 생각한 것일까?
“나림 이드라실. 저 인간을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저 인간의 공격에 정령 결계가 손상될 가능성이 있나요?”
“전혀 없습니다. 상당한 물리력인 것은 분명하지만 오러나 마나의 영향을 받지 않는 자연물은 마을의 정령결계에 어떤 영향도 미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저런 식으로 결계 근처의 나무를 모조리 뽑아서 던지다 보면, 결계의 보조 쐐기 역할을 하는 나무에 손을 댈 가능성이….”
으드득!
네라 로시오는 이드라실의 입에서 나는 섬뜩한 소리에 하던 말을 멈추고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마을 내부를 관리하는 ‘네라’ 계급인 그로서는 이 거친 산맥을 돌아다니며 마수와 싸우는 ‘나림’ 계급의 이드라실의 분노를 감당할 수 없었다.
이드라실은 온몸에 화살을 주렁주렁 달고 저따위 행동을 하며 ‘평화’를 입에 담는 인간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그녀가 가진 지식을 총동원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당연히 마수의 종자인 줄 알았다. 그도 그럴게, 이 근방에서 가장 두려운 존재 중 하나인 저주받은 불사묘(猫)와 함께 마을이 있는 곳으로 달려왔으니까. 마수의 손에 생을 희롱당하는 불쌍한 망자에게 평화가 깃들기를 희망하며, 그의 심장을 쐈다. 언데드는 머리를 쏘는 것이 가장 확실하지만 대모께서 머리가 없는 망자는 죽어서도 듣지도, 보지도 못해 세상을 떠돌게 된다고 가르치며 평화의 상징인 엘프는 생물의 머리를 다치게 하지 않는다고 가르치셨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황이 기이하게 돌아갔다. 불사묘의 등장에 대모님께서 세계수의 가지에 힘을 불어넣으셨고, 늘 그렇듯 세계에서 가장 순수한 ‘평화’에 가로막힌 마수는 등을 돌려 자신의 구역으로 돌아갔거늘 심장에 활을 맞은 인간이 입에서 피를 줄줄 흘리며 마을에 접근하는 것이 아닌가!
먼저 공격을 당했는데도 웃으며 다가오는, 두 팔을 높이 들어올린 그 생물의 모습에 이드라실은 심각한 위협을 느꼈다. 비록 60년 전 마을에서 태어나 마을 어른들의 경험과 글로만 인간을 익힌 이드라실 이었지만, 저 자세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숲에서의 배움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위협을 느낀 동물은 몸을 부풀리는 법! 화살에 맞은 곰 마수가 저런 식으로 상대에게 공격 의사를 표현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세계수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을 보니 마물은 아니지만, 마을을 위협한 이상 제거할 수밖에!’
그리고, 뒤이어 합류한 네라들과 함께 공격을 감행했다. 심장과 간, 중요한 근육과 힘줄이 지나는 곳을 꿰뚫었지만, 여전히 인간은 두 팔을 들어 올려 위협을 감행하고 있었고, 결국 마음의 평화가 무너진 네라 한 명이 종족의 가르침을 어기고 머리를 쏘는 것으로 이 소란이 끝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머리가 꿰뚫린 인간이 또 벌떡 일어나더니, 이마에서 피와 뇌수를 철철 흘리며 마을을 향해 나무를 뽑아 던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 이드라실은, 나쁜 습관인 줄 알면서도 가지고 다니던 나무뿌리를 입에 물었다. 쑥 뽑혀나가는 나무와 머리가 꿰뚫려도 죽지 않는, 입으로만 평화를 외치는 인간. 아직 62세밖에 되지 않은 젊은 엘프인 그녀가 감당하기엔 너무나도 큰 ‘비 평화’였다.
그리고 지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시간이 흘렀고, 마을 주변에는 벌써 공터가 생길 정도로 나무들이 뽑혀나갔으며, 이드라실의 발아래에는 그녀의 흔들린 평화만큼 씹혀나간 나무뿌리가 세 개나 떨어져 있었다.
아작! 오도독!
간접적인 감정의 표출과 함께, 위태롭게 흔들리던 평화가 약간 진정되는 것이 느껴졌다.
“나림. 저 인간, 아니 저 생물은 마을에 큰 위협이 될 것이 틀림없습니다!”
“….다른 나림들은 언제 돌아오죠?”
“최근 마을 인근까지 밀고 들어온 부패의 근원을 정리하러 가셨으니, 못해도 밤이 깊어서야 오실 겁니다.”
“부패라면…. 밤이 아니라 내일 해가 떠야 돌아오겠군요. 달빛을 이용해야 할 터이니.”
퉤!
이드라실은 벌써 다 씹어버린 나무뿌리를 뱉고, 품에서 새것을 꺼내 입에 물었다. 대모님은 세계수의 가지 옆에 계셔야 하고, 네라는 저 괴물을 막을 힘이 없고. 가만히 두면 결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고. 결국, 마을에 유일하게 남은 나림으로서, 그녀가 할 수 있는 선택은 하나뿐이었다.
“내가 나가겠어요.”
“나림 이드라실! 너무 위험합니다! 맨손으로 나무를 뽑아 던지는 괴물에, 그 뒤에 일행으로 보이는 외부인도 있습니다! 그냥 가셨다간 나림께서 흙으로 돌아가실 거예요!”
“알고 있습니다. 허나 저대로 두었다가 정말 결계의 보조 쐐기가 손상되기라도 하면 가뜩이나 결계를 유지하는 데 모든 힘을 쏟아붓고 계시는 대모님께 큰 부담이 될 거예요. 비록 어리지만 나도 나림입니다. 내가 흙으로 돌아가 마을을 지킬 수 있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겠습니다.”
“크흑, 나림 이드라실….!”
이드라실은 눈시울을 적시는 네라들을 뒤로하고 마을의 결계로 다가갔다. 늘 순찰을 다니던 길이건만. 마치 처음 마을을 벗어나던 그날처럼 평화가 흔들렸다.
으득!
“함께해주시겠어요, 아리엘?”
활시위에 화살을 걸고 평생을 함께해온 그녀의 정령 아리엘을 불러내는 것으로 이드라실은 준비를 마쳤다.
“부디, 숲에 평화가 깃들 기를.”
마지막으로 마을의 모습을 눈에 새긴 이드라실은 깃털처럼 가볍게 도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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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시오, 오트만. 저거…. 정말 괜찮은 거요?”
“으으음….”
“그웍. 아무리 생각해도 큰 작은 인간은 우리 종족으로 태어나는 게 맞았다.”
“그러게나 말이다. 내 살다 살다 이런 기이한 대립은 처음 보는군….”
한편, 결계 밖의 교수 일행의 상황도 결계 안쪽 엘프들의 마음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크하하하! 이야아, 이거 나뭇결대로 쭉쭉 찢어지는 거 봐라! 자작나무인가? 내가 기술 도입 제한만 없었으면 A4용지를 한 트럭은 싣고 와서 니들 눈앞에 뿌려줬을 텐데! 세상에는 나무를 베어서, 갈아서, 화학약품에 범벅으로 만든 다음 얇게 펴 바른 ‘종이’ 라는 것도 존재한단다! 어때! 상상만 해도 끔찍하지!”
쿠웅! 콰자자작!
또 한 그루의 나무가 불쏘시개가 되어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튕겨 나가는 것을 보며, 일행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트롤인 노툼 마저.
“아니, 엘프의 숲으로 가는 길을 알려줄 안내인을 구하러 왔는데 엘프 눈앞에서 나무를 학살하다니…. 엘프의 나무 사랑은 유별나지 않나?”
“그렇소. 내가 숲에서 막 나와 투기장을 전전하던 시절, 귀한 손님을 시중드는 엘프 노예가 우리 투기장에 들어왔던 적이 있었지. 특이하게도 그 여자 엘프가 있던 감옥에는 주기적으로 살아있는 나무가 담긴 화분을 넣어주더군. 엘프는 그렇게 해주지 않으면 시름시름 앓다가 죽는다면서. 그만큼 엘프와 나무의 관계는 깊은 거요.”
“그럼…. 사실상 용사님이 하는 행동은 전쟁 선포나 마찬가지 아니에요? ‘우릴 받아들여라! 그렇지 않으면 이곳의 나무를 모두 죽이겠다! 너네 나무 없으면 죽지?’ 이렇게 들릴 것 같은데?”
짐 더미 위에서 다리를 까딱거리며 교수를 지켜보던 루실라의 말에 오트만의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진짜 문자 그대로 ‘나무라면 죽고 못 사는’ 종족 앞에서 나무를 저런 식으로 처참하게 고문해 살해하다니. 차라리 그가 앞에 나서서 파도를 한방 갈기는 게 더 평화적이지 않았을까?
오트만은 나무 파편에 뿌옇게 둘러싸여 완전히 그 형태를 드러낸 엘프의 결계를 바라보며 남은 마나를 가늠해보았다. 어쩌면, 교수가 이대로 엘프 하나를 납치해서 도주하자고 할 수도 있었으니까.
‘교수 저 친구라면 충분히 가능하지. 암! 그 화려한 언변으로 순진한 숲의 종족을 세뇌하여 징병의 앞잡이로 만들 수도 있을 게야!’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결계가 일렁이더니 누군가 걸어 나오는 것이 보이며 루실라를 제외한 네 사람은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엘프다!”
“엘프로군!”
“물의 정령이다!”
“그웍. 귀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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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트만을 제외한 나머지 셋의 고개가 환희에 찬 수계 마법사를 향해 돌아갔다.
“아항! 할아버지, 수계 마법사였지?”
언제 숨어들었는지 짐더미 속에서 루실라의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루실라는 상단 생활을 하며 주워들은 ‘마법사와 정령의 관계’를 떠올리며, 숨죽여 웃었다.
“그럼, 쟤랑은 절대 못 싸우겠네?”
“크흐음…. 으음….”
대답을 요구하는 일행의 시선에, 오트만은 헛기침만 내뱉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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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왔다!]‘어우, 힘들어. 언제 나오나 했네.’
솔직히 화가 좀 나긴 했지만 엘프를 적대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잘 구슬러서 자기를 쫓아낸 엘프의 숲까지 안내하게 만들어야 했는데 너무 미운털 박히면 곤란하지 않은가?
세간에 알려진 엘프의 습성에 따르면 내가 첫 번째 나무껍질을 좌아악- 벗기자마자
‘그, 그러지 말아요! 제발! 나무가 고통스러워 하잖아요!’ 하고 막 울먹이면서 뛰쳐나올 줄 알았는데, 가구공장 마냥 톱밥이 휘날릴 때까지 꿈쩍도 안 하길래 슬슬 걱정이 되던 찰나에 마침내 결계 안에서 엘프가 나와준 것이다.
– professor : 야! 엘프 습성, 뭐 알아야 하는 거라든지 알고 있는 사람! 빨리 말해봐!
– takealook : 피부가 하얗고 이쁨.
– Jokass : 장수함. 250살인가? 300살인가.
– 흥안만두 : 활 잘 쏘고 정령술을 씀.
– professor : 아니, 그런 단편적인 거 말고! 좀 구체적으로, 문화라든가, 풍습이라든가!
– 노루Drug해요 : / 나무를 몹시 아낀다. 없으면 죽어버릴 정도로. / 오직 채식만 하며, 가죽으로 된 의복보다 풀을 엮어 만든 옷을 더 좋아한다. 손님들도 그걸 더 좋아한다. / 주기적으로 동족을 만나게 해주지 않으면 죽어버린다. / 한 자리에 오래 가둬두는 것은 상관없지만, 밀폐된 공간이라면 금방 죽는다. / 이 정도?
– professor : 뭐야, 그 수상쩍게 전문적인 지식은.
– 노루Drug해요 : 킹갓 랭커 ‘색천마’ 님의 엘프창관 운영 꿀☆팁.
– professor : *&#)^&*!!! 그런 거 말고 병신아!
– 스피드 웨건 : 저런 거밖에 없음.
– professor : 왜?
– 스피드 웨건 : 1월드 : 엘프랑 만난 적도 없음. 2월드 : 간간이 만나긴 했는데, 특별한 이벤트 없이 클리어. 3월드 : 광명 교단의 수퍼 레이시즘으로 일반 엘프는 인간을 만나면 죽어라 저항하거나 숨어서 창관에서만 만날 수 있음. 진짜 정보가 없어.
– professor : 하지만…. 커뮤니티에는 엘프 동료나 전투 스샷 꽤 올라오던데?
– 노루Drug해요 : 그거 노예 동료임. 자기 취향 옷 입혀서 데리고 다니는 인형 같은 거. 전투력은 그냥 활 잘 쏘는 개복치 수준이란다.
[결국, 아무 정보도 없다는 소리네?]‘그렇….지?’
타닷!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결계에서 나온 엘프가 적당히 떨어진 나무위에 자리를 잡았다. 활을 겨누고 있긴 하지만 이목구비가 구별될 거리까지 다가온 것을 보니, 일단 대화할 준비는 된 셈이다.
내가 한 걸음 다가가려 하자, 눈 깜짝할 사이에 다섯 발의 화살이 내 발치에 박혔다.
“대화를 원한다고 들었다. 이 정도 거리면 충분히 목소리가 들릴 텐데?”
고개를 들어보니, 사나운 눈매의 엘프가 내가 있는 곳을 향해 활을 겨누고 있었다.
‘엘프라…. 선하지만, 말이 통하지 않는 종족. 어디, 내 머리에 화살 박은 엘프 대사님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놈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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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으로 엘프와의 설전에 사용할 여러가지 근거를 떠올리며 고개를 들어올린 교수는,
“허어어어…..”
그대로 굳어버렸다.
서릿발처럼 차갑지만 아름다운 목소리.
구설과는 다르게 매끈하고 튼튼해 보이는 가죽 의복에, 왜인지 입에 나무껍질 같은 것을 물고 있는 푸른 머리칼의 엘프.
하지만 교수의 눈에 들어온 것은 그런 게 아니었다.
“세상에. 어찌…. 이런 것이!”
터벅-
파바바박!
멍하니 앞으로 한 걸음을 내딛는 교수 앞에 다시 한번 화살이 쏟아졌지만, 교수는 홀린듯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이, 이럴 수가! 아름다워! 그야말로 미의 극치! 참을 수 없다. 나는 도저히, 참을 수가….”
“오, 오지 마라! 쏘겠다! 네놈은 분명 평화를….”
“없어!”
“으앗!”
투확!
이드라실이 경고를 다 끝내기도 전에 그녀를 향해 돌진한 교수는, 그 엄청난 대퇴근의 힘으로 날아들어 우악스러운 팔을 벌렸다. 비호처럼 날아드는 그의 기세에 순간적으로 반응하지 못한 이드라실의 머릿속에 마을의 어른들이 얘기해준 ‘끔찍한 인간’의 이야기가 순차적으로 떠올랐다.
[인간은 믿을 수 없단다. 항상 우리를 탐내지.] [그들에게 잡히는 순간, 네가 상상도 못할 끔찍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거야.] [그러니 이드라실, 만약 네가 인간의 손에 붙잡힌다면….]‘아아, 대모님….’
이드라실은 그녀 위에 드리우는 거대한 그림자를 보며 눈을 질끈 감았다.
출렁-
촤아악!
“…..아?”
그림자는, 그녀를 지나쳐 그녀 뒤에 시립 해있던 물의 정령을 덮쳤다.
“오오오오! 이렇게 순수한 물이라니! 상상도 해본 적 없어! 증류수의 무의미한 순수가 아니야! 이건, 이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오오오, 맙소사! 여기 오길 잘했어!”
이드라실은 바로 옆에 있는 자신은 안중에도 없이 어떻게든 그녀의 정령 아리엘을 만져보기 위해 손을 휘두르는 교수와 온갖 부정적인 감정을 그녀에게 전하며 그 손길을 피해다니는 아리엘을 보며, 입에 물고 있던 나무뿌리를 떨어트리고 말았다.
“이게…. 인간?”
“한 번만! 한 번만 안아보자!”
“이것 놓으시게! 나도 하나가 되고 말 것이다! 물의 정령이! 물의 정령이 내 눈앞에!!!”
어떻게 찾아내는지 물방울이 되어 흩어져 도망가는 아리엘을 따라다니는 교수와 저 멀리 다른 인간들에게 붙잡혀 마구 발버둥 치는 늙은 인간을 보며 이드라실은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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