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end of the world, Cry Clear RAW novel - Chapter 144
Chapter. 10 납과 은화(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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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접속기에서 나온 게 언제였지? 시간 비가 5 : 1이니까…. 일주일? 아니, 9일쯤 전인가?’
게임 하다 가끔 나오긴 했는데, 이안 녀석은 뭔 일이 그리 바쁜지 집에 코빼기도 안 보이고, 벡스와 신시아는 둘이 신나서 싸돌아 댕기느라 집에 붙어있지도 않고, 나와도 별로 할 일이 없어서 한참을 나오지 않게 됐는데.
“헤헤헤헤…. 쉘터가 좀 많이 변했죠?”
“이게 ‘좀’ 변한 거면 많이는 도대체 얼마나 변해야 되는 거냐.”
제일 눈에 띄는 것. 쉘터가 밝아졌다.
원래 쉘터는 좀 어두운 편이다. 전기를 아끼기 위해 낮에는 절전모드로 돌리고, 한쪽 벽면에 톡 튀어나온 온실의 자연광에만 의지하고 있으니까.
그런데, 접속기가 있는 방에서 나오자마자 사방이 탁, 트인 느낌이 들 정도로 밝았다.
“벽이…. 없어졌네?”
정정. 탁 트인 ‘느낌’이 아니라 진짜 트였다. 접속기 정면에 있던 벽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유리로 된 통로가 자리 잡고 있었다. 통로 끝에는 저번에 이안과 벡스가 만들고 있던 중형 쉘터가 연결되어 있었다.
“넵! 원래는 새 주거지에 이안, 벡스님이 거주하시고 우리 쉘터에는 신시아님과 주인님이 살 예정이었는데, 벡스님이 자기도 여기 살겠다고 고집을 피우셔서 그냥 두 동을 연결해버렸습니다. 지금 계시는 쪽은 다 같이 모여서 생활하는 주거용으로, 새로 지은 쪽은 캐러밴 활동과 관련된 물자를 저장하는 창고 및 차고로 이용합니다. 통로는 마켓 플레이스에서 판매하는 ‘n형 온실’을 구매해 사용했고, 원래 쓰시던 온실과 형태를 빼고는 완전히 동일한 모델이라 온실로서 기능도 충분합니다. 감자를 재배할까, 하다가 슬슬 기온이 좀 내려가는 것 같아서 배추랑 무 좀 심었지요.”
“흠…. 그러고 보니 온실 성능만 믿고 양 많고 잘 크는 것 위주로 막 심었다가 작년에는 흉작이었지. 좋은 생각이네. 이번엔 기온에 맞춰서 가을 채소를 키워보자고.”
9월. 황무지의 여름과 가을은 어, 하는 순간 지나갈 만큼 짧고, 겨울은 제발 좀 지나가라고 손이 마르고 닳도록 빌 정도로 길다. 봄은 없다. 핵 미사일의 폭발이 날려버린 것은 수십억의 목숨 뿐만이 아니었다.
교수는 제법 서늘해진 쉘터의 공기를 느끼며 김이 모락모락 나는 어른 머리통 만한 집게발 속으로 숟가락을 집어넣었다.
달그락, 달그락.
“방사능 전갈, 이거 되게 오랜만에 먹어보네. 우리 집 근처에 있는 건 내가 다 잡아먹어서 멸종했는데. 샀냐?”
“아, 그거 벡스님이랑 신시아님이 멀리까지 가서 잡아오신 거에요. 최근 벡스님이 여러모로 아가씨를 가르치기 위해 힘쓰고 계시거든요.”
“아니, 10살짜리한테 뭘 가르치길래 교육 부산물로 소형차 한 대 만한 방사능 전갈을 잡아오는 건데? 보통 애들이 학교에서 뭐 만들어왔다고 하면 카네이션이나 크레파스 그림 같은 거 아냐?”
“정확한 내용은 저도 잘….”
안돼. 역시 이 녀석들은 글렀어. 그나마 이안이 집에 없어서 안심하고 있었는데 벡스 녀석이 뭔가 이상한 걸 가르칠 줄은 몰랐다.
“염병. 집에 오면 확인해봐야겠네. 일단 킵하고, 그동안 뭐 중요한 일 없었냐? 메세지 좀 확인해줘 봐. 중요한 거 몇 개 있으니까. 그리고 이거, 다리 말고 몸통도 하나 가져다주고. 오랜만에 먹으니까 맛이 괜찮네.”
“옙! 어차피 다들 퍽퍽하다고 잘 안 먹어서 잔뜩 남아있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쇼!”
명랑한 코듀로의 목소리와 함께, 주방의 자동 조리기에 전원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어디 보자…. 뭐가 졸라게 많네.”
교수는 화면 위로 새까맣게 범람하는 메세지들의 파도를 보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대부분 스팸 메일이겠지만 이 중에 분명 내게 전해져야 할 메세지가 있을 테니.
오늘은, 이거 확인하는 것만 해도 밤을 새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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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 끝났다!”
오후 일곱 시. 코듀로가 옆에서 도와줘서 그런지 생각보다 일찍 끝났다.
“왜 그 간단한 걸 몰랐을까. ‘교주님’ / ‘♥’ / ‘공채’ / 이 세 단어가 들어간 것만 찾아서 따로 빼는 것만으로도 절반이 날아갔는데.”
“주인님이 출세하긴 하셨나 봐요. 스팸메일이 이렇게나 많이 오다니.”
“커뮤니티 사람들이야 워낙 이슈에 목말라 있으니까.”
달그락, 달그락.
“그거 또 드시게요?”
“음? 저녁은 먹어야지?”
“아침부터 지금까지 전갈 반 마리를 혼자 다 드셨는데요?”
“내가? 벌써?”
“네! 오후에는 감질난다고 하더니, 직접 불 피워서 통으로 구워오셨잖아요!”
그렇게 많이 먹었나?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개인 메세지를 띄워놓은 드론 옆에 잔뜩 쌓인 전갈 껍데기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진짜 많이 먹긴 했네. 속이 더부룩하거나 하진 않은데.”
“혹시…. ‘그거’ 때문이 아닐까요? 안 그래도 접속기 안에 계실 때, 평소보다 투입되는 칼로리 바 양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코듀로의 말에 슬쩍 왼손을 들어 보였다. 인간의 몸과 전혀 다른 기관. 가공할 경도와 괴력. 유압 프레스와 맞먹는 출력을 가지고 있다면, 그만큼 에너지를 소비하겠지? 저래 봬도 내 몸의 일부이니까, 당연히 그 에너지는 내가 제공해야 하고?
“….쩝. 가서 남은 거 다 가져와라.”
속으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교수는 개인 메세지를 정리하던 파일에 마침표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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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 : 돔과 거래를 하러 감. 주기적으로 보내는 소식에 의하면 ‘라이프 앤 머더’ 사(社) 와 큰 거래를 진행하는 중이라고 함. 복귀 일시는 9월 5일. 지금이 20시니까, 약 34시간 뒤.
– 벡스 : 신시아에게 뭔가 가르치고 있음. 코듀로의 기록에 의하면 창고에서 매우 다양한 종류의 화기를 가져갔고, 개인 사비로 돔에서도 뭔가 잔뜩 구입했다고 함. 가서 확인하고, 되도록 말릴 것.
– 돔 / 생명공학부 및 기타 연구부서 : 대충 방문을 기대한다는 내용의 메세지가 238건. 돔 갈 일 있으면 적당히 생명 공학부만 방문해주자. +++ 급격한 에너지 소모? 유지비? 연비? 빠른 시일 내에 방문해서 확인할 것. 부작용, 또는 거부반응일 가능성 있음.
– 간장게이바 / 에젤 : 1번방 티켓 판매에 대한 장문의 사과문. 뭔가 굉장히 많이 썼는데 결국 ‘판매 비용은 이미 돔의 사업에 모두 들어갔으니 30%의 수수료는 줄 수 없다.’ 라는 내용. 가서 조지고 받아올 것. 추가로 무슨 랭커 회담? GG 랭커 정보 교환 및 사교 회담이 있을 예정이니 반드시 참여해달라고 함. 뭔지는 가서 물어보자.
– 감찰총장 : 근 시일 내에 방문해줬으면 좋겠다고 함. [첨부 이미지 : 달모어.jpg] 술값 하라는 소리 같음. 너구리 같은 양반.
– 스피드 웨건 : 40.227.90381 딸랑 한 줄 보냄. 좌표? 접선지역? + 이 새낀 뭐하는 놈일까?
40번 구역이면 꽤나 외진 곳인데.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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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걱우걱, 쩝쩝!
“음, 우음…. 중요한 내용은 이 정도인가.”
“여기까지만 하시게요?”
“어. 스팸 메일 쪽도 더 찾으면 나올 것 같긴 한데, 여기서 더하면 내가 죽겠다.”
아침 열 시부터 오후 여덟 시까지, 10시간을 거의 꼼짝 않고 화면의 깨알 같은 글씨만 보고 있자니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10시간 동안 전갈 한 마리를 다 파먹는 게 열 배는 더 힘들 것 같은데 말이죠.”
“자꾸 부각시키지 마라. 나도 슬슬 무서우니까.”
속으론 ‘정말 이래도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손은 마지막 남은 전갈 껍데기를 아이스크림 퍼먹듯 박박 긁어먹고 있었다.
“병원부터 가자. 일단 이게 왜 이런지 알아야 대처를 하던가 하지.”
다 먹은 전갈 껍데기를 한데 모아 쓰레기통에 버리려던 교수는, 잠시 생각하더니 남은 껍데기를 주방에 우르르 쏟아부었다.
“주인님? 그건 어디다 쓰시게요? 방사능 전갈은 껍데기가 약해서 딱히 쓸 데도….”
“튀겨먹으면 맛있어. 내일 아침에 먹자.”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음식을 손에서 놓으니 또 출출해졌다. 아무래도 일찍 잠이 들어야 이 끝없는 허기를 멈출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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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59]틱. 틱. 틱.
틱-
벌떡!
새벽 여섯 시. 어제는 이상할 만큼 피곤하고 눈꺼풀이 막 천근처럼 느껴지더니, 일어날 때는 언제 그랬냐는 듯 평소와 같은 시간에 눈이 떠졌다.
[어으으윽, 잠 좀 제발! 좀 곱게 깨면 안 되냐! 그 빌어먹을 잠버릇 때문에 나까지 깨버렸잖아!]언제나와 같이 아침을 채우는 하이드의 비명소리. 왼팔 전체가 녀석의 손으로 넘어가고 난 뒤 하이드도 나랑 비슷하게 잠이 들었는데, 잠이 많은 편이라 이렇게 내가 아침 일찍 깰 때면 항상 불평을 하곤 했다.
“흐아아암. 그래, 나도 좋은 아침, 하이드. 넌 게임 할 때도 노상 자고 있는데 뭐가 그렇게 졸립냐. 움직이지도 않으면서.”
[몸을 사용하지 않을 때의 내 모든 활동은 두뇌 노동이나 마찬가지란 말이다. 온종일 힘들게 일한 사람도 졸리지만, 하루 종일 책만 읽은 사람도 그 못지않게 졸리다, 이 말이야!]“그런 식으로 돌아가는 거냐.”
자고 일어나서 약간 멍한 상태로 의미 없는 생각을 떠올리는 시간.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시간이다. 잠에서 깼을 때 신경을 곤두세울 필요가 없다는 것은 황무지 사람으로서 어느 정도 성공을 이룩했다는 뜻이며, 그 자체로 작은 축복이니까.
그때, 아침 공기의 서늘함 사이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가볍고 보폭이 좁은 발소리. 신시아인가? 얘는 왜 이 시간부터 일어나있지?’
어둑한 접속기 방의 소파에 누워 귀를 기울이자, 살금살금 쉘터를 돌아다니는 소리 사이로 천이 스치는 소리가 섞여들었다. 집에서 입는 부드러운 면이 아닌 튼튼하고 거친 외부 활동복의 소리가.
[나갈 생각인가 본데? 그것도 혼자서. 벡스 발소리는 안 들리잖아.]‘아니, 그 녀석이 작정하고 움직이면 나도 못 들어. 하지만 어제 집에 들어왔다면 내가 나왔다는 걸 알 텐데, 말없이 나갈 녀석은 아니란 말이지…. 잠깐만. 어제 벡스가 들어왔나?’
[어. 둘이 신이 나서 달려 들어와서는, 너 찾다가 자는 거 보고 불 끄고 들어가던데?]‘그렇게 소란스러웠는데도 내가 잠에서 안 깼단 말이야?’
[피곤했나 보지. 진짜 꿈도 안 꾸고 죽은 듯이 자더만. 스피드 웨건 말이 맞아. 넌 좀 쉬어야 할 필요가 있어.]‘으음…. 오늘 돔에 가서 확실히 알아와야겠군.’
[야! 말은 그렇게 하면서 옷은 왜 입고 있는데! 쉬라니까!]‘그래도 황무지 사람이 해 뜨는데 침대에 누워 있을 수는 없잖냐.’
교수는 대충 외부 활동용 셔츠를 주워입고, 워커가 흔들거리지 않게 신발 끈을 단단히 묶은 다음 살그머니 접속기 방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푸쉬익-!
쉘터 출구 쪽에서 까치발을 들고 있던 신시아가, 감압실 바람빠지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등에 메고 있던 커다란 자루를 놓칠 뻔하는 장면이 보였다.
솔직히, 디즈니 만화 캐릭터 같아서 좀 귀여웠다.
‘감압실 앞에 내 자켓 말고는 없는 걸 보니…. 벡스도 새벽에 어딜 나간 모양이로군.’
아무튼 잘 됐다. 만약 신시아가 벡스와 함께 움직였으면 내가 아무리 열심히 잠행을 해도 의미가 없었을 테니까.
“잠행이라…. 옛날 생각나는데?.”
[옛날이면 언제? 혼자 살 때? 군인 시절?]“군인 쪽. 다른 중대랑 작전지역 겹칠 때마다 걔네 보급고 털러 다녔는데, 그때도 이렇게 새벽이슬 맞으면서 움직였거든.”
나름 조심한다고는 해도 아직 발소리조차 숨기지 못하는 신시아의 뒤를 미행하고 있으니 옛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신시아가 사용한 감압실이 닫히기 전에 재빨리 그 사이로 조용히 몸을 빼낸 교수는, 쉘터 밖으로 나간 신시아가 그대로 정문이 아닌 창고 쪽으로 돌아가서 가져온 물건을 보고 히죽 웃었다.
[창고에 있던 카트 아냐? 그 대형마트에서 장 보는데 쓰는 거.]‘그것도 내가 자르고 용접해서 몇 배는 크게 만든 거. 저것보다 작은 것도 있는데 굳이 저걸?’
한눈에 봐도 10살 소녀의 몸에는 카트 자체만으로도 상당히 무거워 보이는데, 신시아는 아랑곳하지 않고 커다란 카트를 끌고 정문을 나섰다.
‘파밍이라도 할 생각인가.’
[아무래도 그것 밖에 없지 않겠어? 나름 힘든 삶을 살아온 아이니까, 집에서 먹고 노는 것에 책임감을 느꼈을 수도….]‘으으음…. 기특해라. 몰래 따라가서 상이라도 줘야겠-’
그그그긍-!
의외의 모습에 신시아를 칭찬해줄 생각에 가득 차 있던 교수는, 수동조작에 의해 정문이 열리며 드러난 쉘터 밖의 모습에 순간 말을 잊고 말았다.
‘아니….’
[언제 이렇게 많이 모였대.]어슴푸레한 새벽빛 아래, 실용적인 누더기를 걸친 황무지 사람들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낡은 건물을 해체하거나, 쇠 지레 같은 것을 누르며 무너진 건물을 뒤지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우리 쉘터 주변의 지저분한 거리와, 전문 황무지 청소부들이 싹 훑고 간 지역이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 마치 넘어선 안 될 선이라도 있는 것처럼 쉘터 주변에 둥글게 자리 잡은 아무도 없는 폐허 지대와, 그 선 밖에 돌아다니는 사람들.
‘설마…. 내가 서로 안전거리만 유지하고 살자고 했더니, 우리 주변만 딱 빼고 주변에 눌러앉았다고?!’
카르르륵, 카르륵!
교수가 47구역 외곽에서 보기 힘든 ‘인파’에 당황한 사이, 땀을 뻘뻘 흘리며 커다란 카트를 밀고 예의 금지구역을 빠져나온 신시아는, 고글을 벗고 땀을 훔치며 활기차게 말했다.
“다들 안녕! 좋은 아침이에요!”
황무지와 스캐빈저. 그리고 활기찬 소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을 마주한 사람들은, 교수의 기대와는 다르게 자기 키만한 카트를 끌고 온 신시아를 향해 마주 인사해주었다.
“아이고, 아가씨! 좋은 아침입니다!”
“오늘도 어른들 대신 나오셨나? 거 어린 나이에 벌써 한 사람 몫을 해내는구만!”
“헤헤헤헤. 아, 오늘은 집에서 간식을 좀 가지고 나왔어요!”
“음? 간식을?”
“네! 아빠가 좋은 게 있으면 나눠야 하는 거라고 하셔서!”
“햐! 이 세상에 아직도 그런 인격자가 남아있었다니!”
“생각보다 변종이 그렇게 많지도 않은 것 같고, BDSM의 영역으로 옮기길 잘한 것 같군.”
화기애애하다. 내가 황무지에서 이 표현을 쓰게 될 줄 몰랐는데, 땀과 먼지에 절어있는 사람들이 먹다 남은 껍데기 튀긴 것을 씹으며 정말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물론 그 상황을 만들었다고 알려진 당사자인 교수는 금시초문이었다.
[아빠? 쟤 아빠는 너 아냐? 아니, 신시아 아버지는 그 루윌인가 하는 네 동료지? 그 아빠 얘기하는 건가?]‘나도 아니지만, 루윌은 더욱 아닌데? 걔는 좋은 게 있으면 숨겨놓고 혼자 먹을 녀석이지 누구랑 나눌 만한 인격자가 아니었거든.’
와르르르!
영문 모를 소리를 한 신시아는, 자루에 담겨있던 것을 카트 위에 와르르 쏟아부었다.
“짠! 시장하실 텐데 이거라도 먹고 하세요!”
“오오오! 감사합니다!”
“교수님한테 잘 먹었다고 전해주렴!”
“하, 이것 참.”
교수는 그 광경을 보고 웃어야 할지, 화를 내야 할지 몰라 손 마디를 긁적이고 있었다.
신시아가 자루에서 꺼낸 방사능 전갈 껍질튀김을 하나씩 받아간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자신의 자루에 들어있던 스크랩을 조금씩 꺼내서 신시아의 카트에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꾸르르륵-
“저게…. 내 아침밥을 팔아?”
아무래도, 신시아는 저만의 생존 방법을 체득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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