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end of the world, Cry Clear RAW novel - Chapter 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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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룩한 가장 큰 성과는 겨우 식용 가능한 식물 하나를 알아낸 것이 아니었다.
병사들의 굶주림이 임계점에 도달하기 전에, 그들에게서 생식의 공포를 제거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킹 중령은 며칠만 더 이 상태로 있었으면 눈이 돌아간 병사들이 아무거나 주워 먹다 죽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라며 내게 감사를 표했다.
일단 식량문제가 해결되자 굶주림과 체력 부족으로 장시간 집중력을 유지할 수 없어 한 시간 단위로 교대하던 경계병력이 3시간 단위로 교대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남는 병력이 생기게 되었다.
그 사람들과 숲을 쏘다니며 먹을 만해 보이는 식물을 마대 자루에 담고, 지나다니는 길 곳곳에 덩쿨과 나무를 이용한 올가미를 만들어 설치했다. 이미 이 인근에서 씨가 말라버린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적군을 위한 것이었다.
막사에 돌아와서는 가져온 식물과 뿌리들을 모조리 바닥에 쏟아놓고, 하나씩 차례로 독성 테스트를 했다. 입술이나 뺨 같은 민감한 피부에 문질러 반응하는지 살펴보고, 손톱만 한 조각으로 잘라 물에 24시간 우린 뒤 그 물을 몇 방울 마셔도 아무 일 없으면 먼지만큼 깨물어 먹는, 그런 식으로 확인했다.
[DAY-17]부대원 전체가 한 번씩은 끔찍한 고열 또는 복통과 설사에 시달리는 경험을 하게 됐지만, 그 결과로 우리 부대는 갈대 말고도 TV에서 몇 번 봤던 카사바와 잭프루트, 야생 사탕수수 등 추가로 먹을 수 있는 식물을 확보하게 되었다. 물론, 이건 감자, 고구마와 같은 맛이 나니 카사바일 것이다, 줄기에서 단물이 나오니 사탕수수일 것이다 등 주먹구구식의 추측일 뿐 우리가 정확히 뭘 먹고 있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충분히 배를 불린 것은 물론 각 소대 막사 구석에 먹을 것을 쌓아놓을 정도로 식량 문제가 해결됐다는 것이었다.
[DAY-74]이곳에 온 지 두 달이 지났고, 다섯 번의 작전이 더 있었으며 열네 명이 죽고 스무 명이 더 들어왔다. 우리가 살아남은 것을 위에서 아니 꼽게 봤는지, 하루는 14특작대에게 적군의 대공 관측점을 습격하고, 동시에 적 민간인 점령지를 수복하라는 말도 안 되는 명령이 내려왔다. 유일한 지원군인 헬기 한 대를 타고 출발한 1소대는 2주간의 작전 끝에 절반만 살아 돌아왔다. 좋은 사람들은 유난히 빨리 죽는 것 같았다. 애도할 시간에, 나는 스스로를 단련하는 데 더 박차를 가했다.
그동안 꾸역꾸역 살아남은 나는 100번의 훈련보다 한 번의 실전이 낫다는 말을 뼈저리게 느낄 정도로 사격 실력도, 전투 능력도 향상되어 어느덧 존과 발을 맞출 정도는 되어있었다.
새로 들어온 사람들은 매일같이 병사들이 이것저것 풀뿌리와 열매 같은 것을 한아름씩 가져와 ‘이건 먹어도 되냐’ 같은 질문을 해대는 것을 보고 나를 보급병이라 부르기 시작했고, 딱히 틀린 말도 아니어서 그때부턴 완전히 보급병 취급을 받기 시작하였다. 이맘때쯤, 카사바를 재배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카사바 뿌리를 다듬던 중, 내 옆을 지나던 부대원 중 한 명이 ‘이거 더럽게 안 죽더라, 수확하고 남은 줄기를 버린 곳에 또 뿌리를 내렸더라’라고 하길래 아무 생각 없이 ‘그럼 수확하고 새로 심으면 되겠네’하면서 부지 한쪽 구석에 나무를 다시 심어주었던 것이다.
한 달에 가까운 시간이 흘러 살짝 파내본 뿌리 쪽에 작은 덩이뿌리가 새로 돋아난 것을 본 부대원들은 환호성을 내질렀고, 평소 감정적으로 동요하는 일 없기로 유명한 킹 중령마저 ‘너를 우리에게 보낸 메디치에게 감사한다’라는 말을 입에 담았다.
며칠 뒤.
완전히 씨가 마른 줄 알았던 습지 구렁이가 우리의 ‘대인 전술형 매복 발목 올가미’에 걸려 잡혀온 날,
킹 중령은 추가로 넓힌 카사바 밭 앞에서 14특작대가 공식적으로 식량난에서 벗어났음을 선포했다.
[DAY-81]매일같이 보급을, 하다못해 식량을 달라는 14특작대의 무전이 뜸해지자 드디어 우리가 다 죽었나, 하고 확인을 하러 상급부대에서 병사 몇이 찾아왔다.
이미 연합군이 아니라 베트콩에 가깝게 진화해있던 우리는 그들을 따듯하게 맞아주었고, 우릴 걱정해준 상급부대에 감사하는 의미로 그들에게 우리의 전통을 베풀었다. 신형 군복은 매끌매끌하고 튼튼했으며, 그들이 가져온 전투식량은 혀가 녹을 듯 맛이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완전히 기력을 회복했고, 나는 부대가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가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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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루윌. 바빠?”
89일차.
쟁기(수류탄에 맞아 걸레가 된 총신을 나뭇가지에 묶었다.)로 밭을 갈던 루윌은 내 물음에 하던 일을 멈추고 허리를 폈다.
“글쎄….딱히?”
“그럼 나랑 어디 좀 갔다 오자.”
“오, 뭐 또 새로운 거 찾았어?”
루윌의 말에, 나는 대답 대신 고개만 끄덕였다.
어제, 수송기에서 보급 위치로 짐이 떨어졌다. 신병 말고, 진짜 보급이.
그래도 이게 어디야, 하고 감사한 마음에 포장을 풀었는데….
‘애계? 겨우 이게 다라고?’
‘염병할 콩 통조림은 빠지는 날이 없구만.’
내용물이 격전지에서 사투를 벌이는 부대를 위한 것으로 볼 수 없는 수준이었다.
콩 통조림 두 박스.
중간중간 이상하게 부풀어 오른 통이 있는 청어 통조림 한 박스.
다양한 종류의, 통일되지 않은 소총 열 정. 지급된 탄환과 맞지 않아 쓸 수 없는 게 네 정.
수류탄 두 묶음, 16개.
휴대용 대전차 화기 3정, 탄약 아홉 발.
방탄조끼 20벌.
제일 중요한 탄환, 900발.
부대의 보급 상황을 메모해놓은 꾸깃한 메모지를 살펴보니 카사바 140뿌리, 갈대 1/2막사 부피 같은 비체계적인 메모들 가운데 지난번 보급일이 적혀있었다. 정확히 6주 전이다.
지난 적습에서 신병 셋이 죽어 현재 인원이 37명.
1인당 24~25발 정도이니 사실상 병사 하나당 탄창 하나도 다 못 채울 정도의 탄환을 분배해준 것이다.
넉넉한 방탄조끼와, 그렇지 못한 탄환.
내게는 왠지 나가서 맞아 죽으라는 소리로 밖에 안 들렸다.
“위에서는 뭐래. 벽보고 소리 지르는 거나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쌍욕 정도는 퍼부어 줘야할 것 아냐?”
“당연히 그러려고 달려갔는데, 중령님이 이미 무전기 붙잡고 소리 지르고 있더라고.”
그 차분한 중령이 이빨을 빠드득거리며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수화기를 붙잡고 있었다. 상대 쪽 대화 내용은 잘 안 들렸지만, 드문드문 새어 나오는 소리와 중령의 목소리로 충분히 대화 내용을 유추할 수 있었다.
“아직도 안 죽었냐…. 그런 소리를 하던데.”
“뭐? 누가?”
“내가 어떻게 알아. 보나 마나 중령을 여기로 보낸 사람이겠지. 죽으라고 보낸 놈이 아직까지 살아서 버티고 있으니 심통이 나셨나 봐. 보급 얘기를 했더니 다음 작전에 대한 얘기가 나오던데.”
“씨발…. 또 잔뜩 죽어 나가겠군. 이번엔 뭔데. 지난번처럼 주요 관측점 점령 정도면 꽤 할만할-”
“공격이란다. 적 점령지, 타렐 그라운드에 대한 전면전.”
교수의 말에 루윌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당연하지. 그거 듣고 나도 그랬으니까.
——
‘이건 부조리를 넘어 불합리한 명령이요! 대령! 전면전이라니! 그걸 수행할 인력도, 장비도, 그 아무것도 우린 갖추지 못했단 말이오!’
[그건- 치직! 중령의 무능- 치직! 일이- 작전에 변경은 없- 치직!]‘재고해주시오! 당장 작전을 변경하지 않으면….!’
——
듣고 나서 얼마나 쓰레기 같은 놈들에게 된통 걸렸는지 새삼 깨달았다. 메디치 같은 놈이 한 명도 아니고 몇명이나 저 위에 자리를 잡고 있다니. 내가 그런 인간들의 부하라니. 하늘이 노래지는 기분이었다.
“며칠 전 날파리 새끼들이 크게 붙었는데 그때 제법 이득을 봐서 잠깐 제공권이 우리 쪽으로 넘어왔데. 이쪽에 한번 날개 정도는 보여주고 간다더라. 공군의 폭격이 지나가면 14특작대는 적의 주요 진출로, 그러니까 정면을 막고, 그동안 본대가 장비를 움직여서 혼란 속에 우리와 대치 중인 적군의 옆구리를 친다더군.”
전면전. 그것은 장비의 보급이 쉽지 않아 아군, 적군 양쪽 다 아끼고 아꼈던 중장비를 모두 꺼내 들고 한판 붙는다는 소리였다.
아무리 우리 부대 사람들이 게릴라전과 사보타주에 달인이라지만, 딱총과 수류탄 몇발로 적의 기계화 포병사단을 막을 수는 없는 노릇.
무전을 통해 넘어온 소식은 부대 전체에 내리는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
“….중령님은. 뭐라고 하시디?”
“이런 식으로 나오면 우리도 살기 위해 어쩔 수 없다고 하시더군. 못해도 대령쯤 되는 사람에게 총 거꾸로 잡겠다고 했는데, 돌아온 대답이 더 가관이었어.”
“뭔데?”
“‘14특작대의 역량 부족’으로 정면 이 뚫릴 때를 대비하여, 적의 진군 방향에 빈틈없이 지뢰를 깔아 놓으셨다더라. 차량 출입을 위해 정문 쪽 길은 비워놨으니 빠지고 싶으면 그리 빠지라더라. 대신 그 순간 명령 불복종 및 탈영 확정이래. 아마 전시임을 감안하여, 높은 확률로 사형일 거라는데?”
콰악!
눈을 감고 한 손으로 미간을 문지르던 루윌은, 내 마지막 말에 들고 있던 쟁기를 땅에 집어 던져 버렸다.
“겨우 좀 살만해졌나 했더니…. 끝내 다 죽여야 속이 풀리겠다는 건가.”
“기왕 죽일 놈, 마지막까지 쪽쪽 빨아 먹겠다는 뜻 아니겠어.”
평소에 한 번도 안 보내주던 대전차 화기가 온 이유가 눈에 보여서 역겨울 지경이었다. 어차피 튀면 죽을 테니, 그걸로 적의 시선이라도 끌어보라는 뜻이겠지. 운 좋게 포병 전력뿐만 아니라 적 전차까지 우리 쪽 방향을 보게 만든다면 옆으로 돌아오는 본대가 훤히 노출된 적의 측면을 공격할 수 있을 테니까.
“….좋아. 우리 모두의 기일이 정해졌군. 그럼 어디 가자는 건 무슨 소리지? 탈영 준비라도 하자는 건가?”
“운 좋게 지뢰밭을 뚫고 탈출해봤자 결국 탈영병으로 사형당하거나 다시 이런 곳으로 끌려오겠지.”
“….항복은?”
“되겠냐?”
14특작대의 이름은 마주하고 있는 적 병력에게 악명이 높기로 자자했다. 둘 셋씩 짝지어 다니며 단 몇 발의 사격으로 아군 경계병을 살해하고 도주하는 게릴라전의 달인. 실상은 탄환이 부족해 맞출 수 있는 상황이 될 때까지 하루고, 이틀이고 매복해서 기다리다 쏘고 냅다 튀는 것이었지만 적 입장에서는 어디에서 누가 어떻게 죽어 나갈지 모르는 공포 그 자체였다. 가까스로 흔적을 찾아내 추적이라도 하면? 온갖 올가미와 거기에 연계 설치된 독성 식물 분말이 마구 흩뿌려지는 것이었다.
아예 본격적으로 습격하면? 놈들은 온갖 쓰레기 같은 장비를 내버려둔 채 부대를 통째로 옮겨버리고, 그 뒤에 있던 본대가 거기에 14특작대가 남아있든 말든 상관하지 않는다는 듯이 안쪽으로 파고든 아군을 향해 박격포를 마구 쏴 갈기는 것이다.
덕분에 14특작대에 대한 적군의 원한은 하늘을 찌를 기세였다. 항복하면 넙죽 받아들인 다음 나란히 목을 베어 불에 던져넣을 게 뻔했다.
“아군도, 적군도 우리를 미워하고 있지. 우리가 살아남는 방법은 딱 하나밖에 없어.”
“뭔데?”
“지금 우리가 살아있는 이유를, 좀 더 크게 확장하는 것뿐이지.”
루윌에게 오기 전, 무전이 끝난 중령의 막사에 다짜고짜 쳐들어가 내가 생각하고 있는 바를 말했다.
우리가 사형당하지 않은 이유는 당장 죽여 없애지 못할 만큼 여론이 좋았기 때문이니까.
그걸 좀 더 큰 규모로, 누구나 14특작대의 이름을 알 정도가 되면 이렇게 쓰레기같이 마구 내던져버릴 수 없지 않을까?
“메디치 같은 놈들도 있지만, 전쟁을 전쟁으로만 보는 멀쩡한 지휘관도 많으니까. 실력과 성과를 보이면 관심을 가지지 않을 리가 없지. 우리가 이 빌어먹을 상황에서 빠져나가는 방법은 그것뿐이야. 14특작대를 이렇게 내버리기 아까운 존재로 만드는 것. 우리 이름을 누구나 알 정도로 널리 떨쳐서, 14특작대를 버림패로 쓰는 걸 누가 봐도 병신짓거리로 보이게 만드는 거지.”
사실 그렇게 거창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우리가 다른 병사들의 여론 덕에 사형당하지 않은 것처럼, 이번에는 지휘관들의 눈에 들자. 똑같은 방법으로 살아남는 것이다.
그 말을 들은 킹 중령은 심사숙고 끝에 동의했고, 경계를 나가있던 루윌을 제외하고 1,3소대장, 그리고 작전을 입안한 나를 불러 밤새도록 계획을 짰던 것이다.
“겨우 대전차 화기 몇발이랑 한 탄창도 안되는 탄약, 서른명 남짓한 인원으로 사단급 적을 상대로 이름을 날린다…. 가능하긴 한 거냐?”
“이대로는 안 되지. 그래서 널 부른 거야. 너랑 나, 셰퍼드, 그리고 힘 좋고 몸이 날랜 14특작대 에이스로 구성된 분대. 적과 전투에 앞서서 우린 해야 할 일이 있어.”
교수는 주머니에서 지난밤 중령이 고심 끝에 완성한 작계도를 펼쳐 보이며 루윌에게 말했다.
“사흘 뒤 작전을 위해 본대는 이미 지금 주둔지에서 장비를 빼서 멀리 돌아오는 중이야. 정글에서 중장비를 운용할 길은 한정적이니, 적의 눈에 걸리지 않게 미리 크게 돌아서 거리를 좀 줄여놓겠다는 생각이겠지. 당연히 운용병력도, 정비 병력도 같이 빠졌다는 소리고. 하지만 본대에 쌓여있던 수많은 보급품. 그것까지 다 옮길 시간은 없잖아? 우리처럼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것도 아니고.”
“야…. 설마?”
루윌은 중령의 작계도에 크게 빨간색으로 X표가 쳐져있는, 아군의 보급창고를 보며 말했다.
“아군 진형에 침입해서…. 털자고?”
“털다니. 어디까지나 조금 적극적인 보급 추진일 뿐이야. 버린 병사라고는 해도 생체코드는 엄연히 ‘아군’으로 인식되어 있으니 거치형 터렛에 갈려 나갈 일도 없고.”
교수는 어젯밤, 마티가 손수 만든 14특작대 마크가 큼지막하게 새겨진 복면과 우의를 루윌에게 넘겨주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아군을 죽여선 안 돼. 군법으로 판단했을 때 보급품 횡령, 그 정도 선에서 멈출 수 있어야 우리를 죽이고 싶어서 안달이 난 사람들에게 명분을 주지 않을 테니까. 우린 당당하게 14특작대임을 밝히고 아군 진형에 들어가서, 정당하고 폭력적으로 보급품을 탈취한 다음 징계를 받기 전에 냅다 우리 집으로 튀는 거다. 오케이?”
“하, 하하하하….”
루윌은 은행강도나 쓸법한 복면을 받아들고는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정체를 당당히 밝히고 아군 진형에 들어가 하는 강도짓이라니.
“너무…. 좋군!”
찢어진 군복을 꿰매 만들었는지 퀘퀘한 냄새가 나는 복면을 뒤집어쓰며, 루윌은 그야말로 강도에게 어울리는 웃음을 지어보였다.
“키드, 솔직히 말해. 이거 중령님 혼자 생각해낸 거 아니지? 국왕 폐하는 이런 또라이 같은 생각은 못한다고.”
“음…. 이것 빼고는 다 중령님이 짰어. 적진에 거짓 항복문서 보내는 거나, 아군 습격 방향 같은 거 죄다 불어서 우리 쪽에 관심 끄게 만드는 거나.”
“그럼 이건?”
“푸흐흐! 보급은 당연히 보급병이 책임진다, 이런 소리겠지!”
어느덧 막사에서 복면을 뒤집어쓰고 나온 존이 말을 받았다. 그의 뒤로 비슷하게 생긴, 14특작대 마크가 큼지막하게 새겨진 복면을 뒤집어쓴 이들이 하나둘 나오고 있었다.
“이쪽은 준비 끝났다. 키드, 자신 있냐? 재수 없으면 죽을 수도 있는데.”
“본부의 온실 속 화초 같은 녀석들이 생체코드를 신봉하길 빌어야지.”
“아니, 그거 말고. 어떻게 털어와서 그 끝내주는 군용 실드랑 전자 화기, 플라즈마 수류탄 같은 거로 무장한다고 해도 우린 겨우 1개 보병 중대일 뿐이야. 적은 그걸 죄다 가지고 있는 대대급 병력이라고. 우리 쪽에 신경을 끄게 만든다고 해도, 결국 교전이 일어나면 못해도 우리 열배가 넘는 병력이 이쪽으로 총구를 돌릴 거다.”
“….알고 있어.”
어떻게든 살아남을 방법을 쥐어짰다. 밤이 새도록 중령과, 또 소대장들과 고성과 욕설을 질러가면서 만든 계획.
무슨 수를 써도 모두가 살아남을 방법은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거기서 살아남은 사람은 14특작대의 이름으로 추앙받게 될 테니까. 이렇게 쓰레기처럼 갈려 나가서 다 죽을 바에는 몇 명이라도 살려야 하지 않겠어?”
그렇게 그들은 지뢰가 가득한 후방에서 유일하게 지뢰가 없는, 394 기갑연대 정문을 향해 당당하게 출발하였다.
그날 저녁, 기지 주변을 감시하던 상황병은 센서에 금속반응 하나 없는 데다 코드상으로 확실하게 아군으로 판별된 여덟 명의 전방부대 병사를 위해 문을 열어주었고, 그날 밤 여단은 자기 입으로 ‘14특작대에서 나왔수다!’, ‘보급 좀 받아갑니다!’같은 괴성을 지르는 복면인에게 창고에 남아있던 온갖 첨단 장비 및 보급품을 모조리 털려버렸다. 혼란에 빠진 상황병이 지휘관에게 ‘아군이 보급고에서 난동을 피우고 있습니다.’라고 보고하고, 전차와 함께 본진에서 빠져나온 사령관이 상황을 파악하고 발포 허가를 내렸을 때는 이미 2.5t트럭 두대 분량의 보급품을 실은 차량 두 대가 노획한 플라즈마 포로 정문을 시원하게 날려버리고 도주한 뒤였다.
사흘 뒤, 예정했던 대로 전면전을 치르게 된 본대는 14 특작대 방향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본대쪽과 전면전을 치를 만반의 준비를 갖춘 적군과 조우해야 했으며, 격전은 그런 본대와 대치 중인 적의 후방을 뚫는 데 성공한 소규모 보병부대의 희생 끝에 극적인 승리를 거두게 된다.
차후 군사 법정에 서게 된 하사 박교수는 ‘단순한 보급품 횡령이었으며, 저 모지리 새끼들보다는 우리가 훨씬 잘 쓸 것 같아서 그냥 훔쳤다.’라고 말했다.
재판 끝에 지휘부는 박교수 및 루윌 바르토스, 도리스 리샤흐 등 이하 14특작대 생존자 3명에게 수여하기로 한 훈장과 특진을 취소하는 것으로 징계를 대신하는 것으로 하였고, 어째서인지 타렐 그라운드 공격전을 방어전이라 강조하는 박교수 하사의 예하에 특수부대 인력을 할당하여 적 교란 및 후방 침입 전문 부대로서 14특작대를 운용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후, 14 특작대는 전설로 이름을 날리게 된다.
외전-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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