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end of the world, Cry Clear RAW novel - Chapter 155
Chapter. 10 납과 은화(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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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번 구역에서 동남쪽으로 가면 45구역이, 북서쪽으로 가면 46구역이 나온다. 그 위로는 44, 42, 41구역이, 아래로는 43, 40구역이 자리 잡고 있다. 왜 이렇게 뒤죽박죽인지는 묻지 마시길. 게드로이츠 컴퍼니에서 아프리카 영토 나누듯 지들 맘대로 잘라놓은 지역 구분이니까.
투두두두두두!
“세 시 방향! 세 시 방향! 우라질 세 시 방향 좀 보라고! 머글러 굴러온다!”
목표지인 41구역은 46구역 중앙쯤에서 곧장 북쪽으로 꺾으면 도착할 수 있지만, 46구역 북쪽 끝에는 엄청나게 유명한 [워킹 케인(working kane : 일하는 케인)]이라는 3형 변종이 떡하고 버티고 있어서 그냥은 못 간다.
“상품 까서 던져! 에젤! 가서 폭탄 가져와!”
“뀌이이익!”
“뀌익! 꾸에엑!”
콰앙!
“어디 있는데!”
타앙! 타앙! 꽈드드득!
“녹색 무기 상자 새꺄!”
“여기 녹색 무기 상자만 두 트럭이야 병신아!”
“도, 도와줘 햅번! 내 쪽도 곧 뚫린다!”
“씨발 놈들아 세 시 방햐아아아앙!!!!!”
콰아앙!
“꾸에에에에엑!!!!”
사지가 달린 거대한 고목처럼 생긴 그 3형 변종은 24시간 쉬지 않고 건물 잔해를 모아 만리장성 뺨치는 통곡의 벽을 만들어 놨는데, 접근하면 매우 공격적으로 대응해서 보통 46구역 서쪽 고속도로를 타고 놈이 만든 벽을 우회하는 게 정석적인 루트이다. 주 생존지인 40번대 구역과 30번대 구역을 잇는 중요한 교역로라 우스갯소리로 ‘실크로드’ 라고 부르는 고속도로인데 중, 대형 캐러밴이나 돔의 교역, 운송팀이 자주 다니는 길이라 주변 지역에 비해 아주 잘 닦여있고 변종이나 돌연변이도 없으며, 대신 캐러밴을 노리는 약탈 전문 스캐빈저가 아주 많은 편이다.
“야! 뒷일 따지지 말고 그냥 쓰자! 엑소슈트 출격!”
“으아아! 마참내! 감찰부 엑소슈트 7호! 출격합니다!”
기우우웅! 그그긍!
츠우우우우우웅- 파칭!
“플라즈마 랜스 차아아지이이이이!!!!”
“뀌이이이익!”
“꾸엑! 꾸아아악!”
“뀌에에에에엑!”
“길 뚫렸다! 전부 운전석에 튀어 들어가서 존나 밟아!”
“동글동글한 놈들이 트레일러 연결부를 끊었어!”
“걍 튀어! 이거 다 들고 뒈져서 노잣돈으로 저승에 인플레이션이라도 불러올 생각이냐!”
스캐빈저는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자잘한 놈은 우리 무장 트럭에 대문짝만하게 찍힌 돔의 인장을 보고 알아서 튈 것이며, 좀 사이즈가 있는 놈은…. 애초에 우리가 만나러 가는 41구역의 고객님이 이 일대를 주름잡는 초대형 스캐빈저 그룹의 두령님이다. 적어도 41까지는 놈들의 호위를 받으며 편안하게, 아주 귀한 손님으로 가야했는데….
“그아아아악!”
“우어억! 그아아악!”
“교수야! 뒤에 호드(Horde) 붙었다!”
도대체 지금의 이 상황은 뭐란 말인가.
투두두두두두!
“정정! 호드‘도’ 붙었어!
44구역. 사람만 조심하면 걱정할 게 하나도 없다는 그 깔끔하기로 유명한 실크로드의 중턱.
그곳에서, 필사적으로 달리는 세 대의 차량과 구름처럼 몰려드는 온갖 괴물의 추격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윗동네에 변종이 많다길래 잘 팔릴 것 같아서 가져온 거치형 기관총은 벌써 차 지붕에 박아서 총신이 녹아내리도록 갈겨버린 지 오래.
“에젤! 가동 한계!”
“7분! 빨리 태워-”
“7분 안에 올게!”
부아아앙-
“개새끼야!!!!”
팔려고 가져온 거주지용 실드 발생기? 배터리 꼽아서 풀로 가동하고 있다. 벌써 예약 잡힌 고폭탄? 탄약? 줄기차게 쓰고 있다. 왜? 장사고 나발이고 뒤지면 다 쓸모없는 거니까!
끼이이익!
“계곡 안쪽이면 바위에 가려서 엔진 열이 가려질 거야!”
“에젤 버티는 동안 최대한 식혀!”
“박교수우우우우-! 나 죽으며어언-! 영원히 저주할거다아아-!”
“….저거 데려올 테니까, 우리 도착하면 바로 ‘버블’에 전원 올려!”
콰아아앙!
다시 한번 폭음이 울리고, 죽어도 슈트 놓고는 못 간다는 에젤을 납치하듯 끌고 와 주차된 곳으로 몸을 던지는 교수.
“섬광 셋! 연막탄 하나 깔고!”
“버블 올린다! 셋, 둘, 하나!”
“숨도 쉬지 마!”
지이잉-
익숙한 실드 기동음과 함께 차량 주변에 투명한 막이 올라오며, 황무지에서 순식간에 일행의 모습을 지워버렸다.
“꾸엑? 뀌익뀌익! 꾸이이익!”
“그아아아아! 끄아아! 끄아아악!”
“뀌이이익! 뀌이익! 꾸아악!”
섬광과 짙은 연기 속에 혼란에 빠져있던 괴물들은 잠시 어리둥절해 있다가, 곧 저들끼리 물어뜯고 피 터지게 싸우기 시작했다.
일행은 그 싸움이 끝나고 마침내 머글러 무리를 다 죽여없앤 변종 무리가 사라질 때까지, 숨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그 자리에 꼼짝도 안 하고 숨어있었다.
“….뭐가 됐든, 우리보다 먼저 38구역으로 떠났다는 친구들이 실종자로 남아있을 가능성은 없겠군.”
이안의 허탈한 목소리에 나머지 셋은 이구동성으로 긍정을 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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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에젤이 엑소슈트의 수리를 핑계로 드러누워 일행은 이 작은 계곡에 숨어 밤을 지내기로 하였다. 솔직히 더 가면 못 갈 것도 없을 것 같긴 한데…. 아까 낮에 했던 그 짓거리를 두 번이나 하기엔 정신적으로 너무 피로했다.
치직, 치지직-
에젤의 용접기 소리를 배경으로, 나머지 셋은 현 상황을 정리하기로 했다.
“‘버블’ 상태는 어때?”
“돔에서 준 거라 그런지 제법 험하게 굴렸는데도 멀쩡해. 차량용도, 개인용도 둘 다 문제없어. 확인해 볼래?”
이안이 던져준 작은 막대기 장치의 전원을 누르자, 내 몸 주위로 투명한 막 같은 게 슬그머니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시험 삼아 모닥불에서 피어오른 연기 위에서 한껏 숨을 들이쉬었지만, 연기 냄새는 물론 숨도 쉬어지지 않았다.
“푸하아! 확실히 잘 작동하긴 하는 것 같네.”
버블. 정식 명칭은 버블 실드 디바이스. 돔에서 제공해준 대(對) 방사능 지역용 환경 방호 장비로, 원래는 실드 테크놀로지가 한창 개발되었을 당시 만들어진 실패작이다.
효과는 미리 디바이스에 사용자의 외형을 스캔해 3D 윤곽선을 입력해두면 장치가 그 위로 아주 얇은 실드를 입혀주는 것. 사용자의 신체와 외부를 완벽하게 차단해주는 것은 물론, 사용자의 움직임에 0.001 초 정도의 딜레이로 실드가 따라붙기 때문에 실드를 ‘입고’있는 것처럼 완벽하게 움직이는 것이 가능하다.
이게 실패한 기술인 이유는, 실드치고는 너무 얇아서 방어력이 거의 없다시피 한데다 충격을 받아서 깨지기라도 하면 디바이스에 입력된 신체 패턴에 맞춰 재생해야 하기 때문에 재생 속도가 엄청 느렸기 때문이다. 실드 기술의 특성상 두 가지 다른 종류의 실드를 가동할 경우 파장이 엉켜 두 개 다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이걸 쓰면 방어력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또 정말 사용자를 외부와 완벽하게 차단해버리기 때문에 공기도 막아버려서 숨을 쉬려면 실드 외부로 숨구멍이 연결된 뭔가를 추가로 장착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개발 당시 얼마 지나지 않아 투과성 조절이 가능하며 막강한 방어력을 자랑하는 단파장 실드, 지금의 푸른색 실드가 개발되어 상대적으로 단점이 많고 불편한 버블실드는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리고 말았으나, 이후 돔에서 버블 실드의 적은 전력 소모와 놀라운 환경 차단력의 이점을 알아보고 지금의 오염지역용 장비로 재활용하게 되었다. 그냥 쓰면 개인형이 되고, 여기에 굴절형 은폐장을 추가로 연결하면 차량용 버블 실드가 된다.
방사능을 막아주는 버블 실드와 오염된 대기를 막아주고 차량 후드처럼 생긴 뒤로 뻗은 관으로 버블 실드 안에서도 숨을 쉴 수 있게 해주는 스킨 마스크.
이상 오염된 비 생존지에서 외부활동을 하는데 필수적인 두 가지 물건이었으며, 죽기 싫으면 수시로 상태를 점검해야 할 물건이었다.
“지금까지 소모한 물자는?”
“어디 보자…. 수류탄 두 상자, 7.62mm 500발 들이 탄 박스 6개, 판매용으로 들고 온 거치형 기관총 2개를 지붕에 설치했고, 그거 고정한다고 마찬가지로 판매용으로 들고 온 소형 쉘터 킷의 외벽 하단 고정장치를 분해해서 못쓰게 되어버렸지. 덕분에 살았다, 박교수. 손 빠르더라. 그 손으로도 제법 일 잘하던데?”
“머글러 새끼들 촉수가 코앞까지 다가오니까 막 초인적인 힘이 솟아나더라고. 그것 말고는 없어? 더 많이 쓴 것 같은데.”
“뭐, 정신없는 와중에 박스 채 던져버린 폭발물도 있고, 탄 박스도 마구잡이로 까서 썼으니까 이것저것 추가로 더 썼겠지. 그래도 여기까진 팔 물건이라 어느 정도 커버가 가능하긴 한데…. 떨어진 트레일러 쪽이 좀 크다.”
“너랑 벡스가 몰던 무장 트럭에 연결되어있던 트레일러면….”
“신선식품. 추가로 식수.”
아아아아. 벼락 맞을 변종이여. 돌연변이여.
밥은 그렇다 치고, 물이 떨어졌단다. 나의 강력한 주장과 집단의 리더로서 권력을 마구 휘둘러 필요 이상으로 잔뜩 가져온 물이. 파란 물탱크 한가득 담아온 물이! 이제 없다니!
전쟁터에 연인을 놓고 온 남자처럼 낙심한 교수를 보며,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뭐, 그래도 낮에 밥 먹을 때 작은 나무통에 옮겨 담아놓은 게 있으니까 아껴 마시면 사흘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거다. 사흘 안에 목적지인 그 뱀대가리 스캐빈저네 본거지까지 갈 수 있겠어?”
“물, 최소한의 물만 마시며 사흘이라니…. 원래는 가능했겠지.”
타악.
펼쳐놓은 지도에 우리 위치와 목적지, 스캐빈저 ‘히드라’의 본거지를 찍으며 말했다.
“지금 우리가 44구역 외곽 즈음에 있으니까, 70km 정도로 달린다고 하면 사흘이 아니라 이틀이면 충분해. 하지만….”
교수는 고개를 돌려, 밖에서 나이프를 휘두르며 산처럼 쌓인 머글러의 시체를 도축하는 벡스를 보았다.
“저런 게 몇 무리나 더 있는지 알 수 없는 이상 여정에 걸리는 시간을 최소 단위로 잡을 수는 없지.”
푸욱!
피가 흥건한 손으로 이마를 닦으며, 농구공만 한 크기의 머글러의 배를 주욱 가르는 벡스.
녀석이 뒤에 깔아놓은 방수천에는 머글러의 고기와 호흡기관을 적출해 놓은 것이 잔뜩 쌓여있었다.
텅텅!
“후우! 정비 끝! 무슨 얘기하고 있었냐?”
“앞으로 일정. 오늘같이 호드 무리나 머글러 무리를 얼마나 더 만나게 될지에 대해서.”
이마에 묻은 땀을 훔치며 불가에 앉은 에젤은 들고 있던 용접기를 대충 뒤에 내팽개치며 내가 보고 있던 지도 위로 쑥 머리를 들이밀었다.
“머글러라…. 감찰부용 정보지에서 보긴 봤는데. 그거 3형 변종이라며? 3형이 이렇게 똑같은 형태로 많이 발생할 수 있나?”
“제대로 안 읽었네. 오늘 우리를 쫓아온 것은 머글러의 분체야. 본체는 32구역에 있고, 무슨 버섯마냥 자기 몸에서 여드름처럼 자라난 분체를 마구 쏟아내는 게 진짜 머글러지.”
커뮤니티 정보에 의하면 본체는 체고만 7미터가 넘는 중 대형 변종이라고 한다. 살아 움직이는 것만 보이면 날카로운 이빨을 들이미는 분체와는 달리 본체는 의외로 조용하고, 둔하다고 들었다.
“둔해? 그럼 본체를 죽이면 되는 것 아냐.”
“그게…. 좀 복잡한 이권이 몰려있어서.”
“놈들의 호흡기로 스킨 마스크를 만들어.”
어느새 대충 정리가 끝났는지 핏물이 흐르는 방수포를 질질 끌고 온 벡스가 말을 받았다.
“32구역에 그 광신도들. 걔네들 유일한 수입원이 이 스킨 마스크야. 도대체 뭘 어떻게 만드는지 모르겠는데, 머글러의 호흡기를 가공해서 반쯤 살아있는 마스크를 만든 게 스킨 마스크라고 하더라고.”
“호흡기로…. 살아있는 마스크를 만들어? 그게 가능해?”
“나도 모르지. 근데 그렇게 만들어서 잘 쓰고 있잖아? 보여줄까?”
벡스는 버블실드를 해제하고 마스크를 벗더니, 방수포에서 흘러나온 피 몇 방울을 회색 마스크 위에 슬쩍 문질렀다.
….움찔.
“흐어억!”
“오.”
움찔 움찔, 까딱 까딱!
벡스의 말대로 회색에 좀 별나게 생긴 마스크가, 핏물이 스며든 곳만 하얀 색으로 변하며 살짝 움직이고 있었다.
“으으으으으! 징그러!”
“키히힛! 징그러워도 어쩔 수 없어, 엔젤. 30번대 구역에 사는 사람들은 젖먹이부터 늙은이까지 다 이걸 쓰거든. 그런데 머글러의 본체를 죽인다? 그건 오염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행위나 다름없어.”
“묘하게 잘 안다, 너?”
“스캐빈저 치고 황무지 생물 중에 돈 되는 물건에 대한 지식이 없는 놈은 없거든. 겨울에 실크로드 관리하는 스캐빈저들이 다 집에 처박히면, 가끔 40번대까지 머글러가 굴러오기도 해. 한 두 마리 정도는 잡기 쉬운 데다 잡으면 호흡기는 돔에서 연구 목적으로 비싸게 사주고, 고기도 찾는 사람이 많아서 우리끼리는 ‘구르는 은화’ 라고도 부르는 놈이지. 호흡기를 이 정도나 모았으니, 30번대 구역에 돌아다니는 그 맹인 광신도에게 팔면 오늘 본 손해를 제법 복구할 수 있을 거야.”
“거기까지 살아서 간다면 말이지.”
교수는 지도에 떨어진 피 한 방울을 신경질적으로 닦아내며, 지금까지의 이동 경로에서 곳곳에 찍힌 검은 점을 목탄으로 그어 연결하며 말했다.
“46구역 초입에서 찾은 감찰부 보급 칼로리바 껍질. 실크로드 중간에 엑소슈트 발자국, 추가로 발견한 플라즈마에 녹은 바위, 여러 대의 차량이 지나간 흔적. 총장이 말한 ‘실종자’들이 남긴 흔적과 우리의 이동 경로가 일치해.”
“그 말은….?”
“돔의 운송대가 기존에 우리가 계획한 경로와 같은 경로로 움직였다는 것과, 그들도 중간에 전투를 벌였다는 점이지. 지금 빌어먹게 뭉쳐 다니는 2형변종 호드나 머글러 무리도 실종자 팀의 흔적이라도 봐도 될 거야. 엑소슈트 전투는 소음을 엄청나게 동반하고, 알다시피 변종은 소음이라면 일단 달려들고 보니까.”
지이이익-
교수는 검은 펜으로 앞서 간 운송대의 이동경로를 39 구역까지 쭈욱 밀어 올렸다.
“운송대의 신호는 39 구역에서 끊겼다. 즉 가장 먼저 밀고 올라가며 느슨한 황무지를 아주 타이트하게 만들어준 선발대는 39구역까지 온갖 전투 소음을 발산하며 올라갔고, 최소 거기까지는 이런 무더기 호드나 머글러가 몰려있을 거라는 소리지. 다행히 판매용으로 탄환이고 폭약이고 넘치게 가져와서 작정하고 밀면 못할 것도 없지만….”
“물이 없군.”
“….그래. 오늘 쫓기다 물이 든 트레일러를 떨구고 와버려서 이대로는 못 간단 말이야.”
사아악-
백묵으로 운송대의 이동경로를 따라 일행의 이동경로를 그리던 교수의 손이, 42구역 초입쯤에서 옆으로 쭉 빠져 녹색 점이 찍힌 곳에서 멈췄다.
“그러니까 여기까지만 어떻게 밀고 들어가서 이곳, 42-a 스테이션에서 재보급을 하고 가는 걸로 하자. 이쪽에 주둔하면서 돔과 연락을 주고받는 관리 요원들은 왜 이렇게 갑작스럽게 변종의 숫자가 늘었는지, 최근 이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있을 거야. 거기서 물도 채우고, 좀 긴장도 풀고 쉬고 하자고.”
“42-a라…. 꽤 많이 돌아가는데? 기온 걱정도 해야지. 너무 지체하면 한파가 몰려올 때까지 집에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잖아?”
“여차하면 장사 접고 총장님이 준 퀘스트만 하고 돌아오도록 해봐야지. 잊으면 안 될게, 결국 저 위쪽 어딘가에 엑소슈트 2대를 포함한 돔의 정예부대를 찍소리도 못하게 날려버린 괴물이 있다는 뜻이잖아? 서두르고 싶은 건 나도 마찬가지지만, 신중하게 가자고.”
사박, 사박, 스윽!
교수가 지도를 접어 넣는 것을 끝으로, 회의는 그렇게 결론이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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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뒤.
땡! 땡! 땡! 땡!
“저, 적습이다! 적습! 형태 불명의 중형 변종이 스테이션으로 접근 중!”
돔의 외부 스테이션 42-a 관리병 하잔은 햇살을 등지고 지평선 위로 천천히 떠오르는 피와 체액, 살점이 빼곡하게 뒤덮인 차량을 보고 보고용 유선 수화기를 사용할 생각도 못한 채 미친듯이 비상 경종을 울렸다.
[치익- 초소. 여기는 본부. 긴급 대응팀이 출발했다. 적의 형태와 규모, 거리를 보고하라.]“여,여여여기는 남동초! 거리 2km….모,모르겠다! 빠른 속도로 접근 중! 중형 개체 셋!”
[치익- 재확인 바람. 개체 셋. 평소의 호드나 머글러가 아닌 다른 개체인지. 신중히 답변 바람.]하잔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수화기를 붙들었다. 왜 훈련을 마치고 이런 외진 곳에 지원했을까. 지나다니는 캐러밴, 스캐빈저가 떡값을 잘 찔러준다는 말에 혹하는 게 아니었는데! 1년만 복무하면 어퍼돔에 아담한 주택 정도는 살 수 있다는 말을 듣는 게 아니었는데!
수화기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보고, 보고를 해야 살 수 있다. 나 혼자선 저런 거 절대 못 죽여!
두려움이 가득 담긴 그의 눈이, 다시 한번 지평선을 향했다.
어느새 제법 가까워진, 자세히 보니 익숙한 것 같기도 한 변종의 모습.
[치익- 남동초. 대답 바람. 긴급 대응팀이 가고 있다. 정확한 적의 형태와 규모를 보고할 것.]“이,이이 인페스티드 테란….”
[….재확인 바람.]“인페스티드 테란! 변종에 감염된 차량 셋!”
돔 출신, 외부 스테이션 신병 하잔. 그의 흐릿한 눈에 비친 변종의 피와 살점, 촉수가 주렁주렁 매달린 채 스테이션을 향해 맹렬히 돌진하는 세대의 차량은 온갖 괴담이 난무하는 외부 스테이션의 괴담 중 하나에 등장하는 ‘변종에 감염된 기계’ 그 자체였다.
“도착이다! 우리가 해냈다고! 어이! 문 열어! 목말라! 물 줘 물!”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응?”
당연히 그 세대의 차량은 사투를 벌이며 차에 이빨을 박아넣은 채 죽은 머글러의 시체를 떼어낼 힘도 없었던 교수 일행이었고, 그들을 맞이한 것은 따듯한 환대가 아닌 수십 개의 총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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