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end of the world, Cry Clear RAW novel - Chapter 161
Chapter. 10 납과 은화(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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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교수 일행은 모포를 둘러쓰고 작은 온열기 주변에 둘러앉아 낮에 들었던 얘기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가씨는?”
“일찍 잠들었어. AI 말로는 체력이 약해서 이렇게 오래 대화를 나누는 것만 해도 무리한 거라고 하더라고. 최근에 이 주변에서 일어난 사건들 때문에 심적으로 지치기도 했고.”
후루룩-
“하긴. 나만 해도 오늘 들은 사실만으로도 머리가 어질어질한데, 주변 지인이 실시간으로 죽어나가면서 그런 정보를 쏟아내면 미칠 것 같긴 하겠다.”
드론이 가져다준 따듯한 물을 마시며 툴툴거리는 에젤.
새삼 감찰부의 요원으로 우리와 함께하고 있는 녀석을 보니, 지금까지 겪어온 일련의 사건들이 개별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모두 연관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돔의 병력 중 가장 중요한 엑소슈트 운용 인원. 아무리 총장 입에서 엑소슈트를 지원해준다고 했어도, 이렇게 바로 감찰부 차고에서 다이렉트로 영입하는 게 가능한 일인가? 일반적이라면 [엑소슈트는 지원해준다고 했지만, 사람은 준다고 한 적이 없으니. 쓰지도 못할 슈트 대신 그에 준하는 장비나 더 챙겨주지] 같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게 맞잖아.’
총장은 분명히 ‘39구역 초입에서 연락이 끊겼다’라고 말했다. 다시 말하면 39구역 초입, 지금 우리가 있는 이곳까지의 상황은 모두 전해 들었다는 얘기다. 끝없이 몰려드는 변종에 잠식당한 지역. 만약 정말로 이 변종에 대한 정보만 가지고 우릴 지원하고자 했다면, 지속적인 전투가 제한되는 엑소슈트보다 중화기로 무장한 일반 병력을 10~20명 정도 붙여주는 것이 훨씬 합리적인 선택이었을 거란 말이다.
“….몰라서 그랬을 리는…. 없겠지. 머리 굴리는 게 매번 나보다 한 두수 정도는 빠른 양반이 총장이었으니까.”
확신이 들었다. 총장은 내게 얘기하지 않은 다른 정보를 가지고 있었고, 그 정보를 토대로 범위 섬멸보다는 쐐기 돌파에 어울리는 엑소슈트를 지원했다.
뜨드득. 또독.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렇게 크지 않다고 들었네. 부품을 담을 완충 케이스까지 해서 40kg 정도 한다고 하더군.]따각, 뜨득.
[내 정보원들도 모두 당해서 정확하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이것 하나는 건졌지.]우득, 까드드득. 까득!
‘상자. 상자라….’
어느 순간부터 조용해진 분위기.
“어이, 교수. 뭐 불편한 거 있냐?”
“….약간.”
영상 속 광신도가 들고 있던 상자. 총장이 말한 40kg 정도의 상자.
“에젤. 넌 정의가 뭐라고 생각해?”
“….갑자기? 왜. 몇 번 죽을 뻔하다 보니 돔에 투신하고 싶어졌어?”
“아니, 그냥. 궁금해져서.”
그저, 두 상자의 모습이 묘하게 겹쳐 보이며 총장의 웃는 얼굴이 떠올랐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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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 사달의 중심은 그 광신도 놈들이라는 얘기군.”
“그렇지. 그 변종화 장치…. 같은 게 꾸준히 가동되고 있다고 가정하면 2형 변종이 저렇게 호드가 되어 몰려다닐 만큼 늘어난 게 설명이 되잖아.”
“머글러는?”
“마찬가지. 개체 수가 많아 보여도 실상은 하나의 3형 변종에서 분리된 분체잖아. 활동 영역이 넓은 녀석인데 자기 영역에 다른 변종이 우글거리니 공격성이 높아질 만도 하지. 우리도 봤잖아. 머글러랑 호드랑 싸우는 거.”
“니미, 그 미친놈들은 또 뭘 어떻게 했길래 그런 물건을 만들어서는…. 걔네 기술혐오자 맞아? 원시로 돌아가야 한다면서 가만 보면 평균보다 더 첨단을 달리고 있는 것 같은데? 스킨 마스크도 아주 혁신적인 기술이잖아? 이거 모순 아냐? 총도 쓰던데?”
이안이 욕설과 함께 꺼낸 것은 이곳에 있던 접속기에 들어가서 확인한 메세지를 복사한 것이었다. 며칠 사이에 소문이 났는지 엄청나게 쌓인 주문 목록의 한켠에 ‘32구역 해피 블라인드’라는 이름도 당당하게 올라가 있었다.
“그건….”
끼리릭-
“정확히는 ‘구세대’ 기술 혐오자니까.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잖아요? 이념과 편의성의 갈등이 계속되다 보니 그 사이에서 나름대로 생존방식이 발전한 거예요. 스킨 마스크는 그런 과정에서 나온 걸작인 거고. 총은 광신도들 중 일반인들은 안 쓰고, ‘목자’라고 불리는 외부 활동을 허가받은 사람들만 쓰는 것으로 확인됐어요.”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내가 살짝 옆으로 비켜주자, 우리 네 사람 사이로 휠체어 한 대가 들어왔다. 방금 잠에서 깼는지 살짝 머리가 헝클어진 다나가 휠체어 밀어 오고 있었다.
“우리가 너무 시끄러웠나?”
“그냥 오래 자는 게 힘들 뿐이야. 주기적으로 맥박이 불규칙해지는데, 그럴 때마다 ‘이렇게 가만히 있으면 죽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계속 누워있을 수가 없더라고.”
귀찮다는 듯한 어투로 푸념하는 그녀의 말에 새삼 그녀가 지난 몇 년 간 시한부의 삶을 살고 있던 사람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아가씨도 고생이군.”
“딱히? 전쟁 전에는 많이 화도 내고 억울하기도 했는데, 정작 나보다 오래 살 줄 알았던 사람들이 전부 나보다 먼저 죽어버려서 이젠 억울하지도 않네요. 의사가 말한 기간보다 더 오래 살아있기도 하고.”
다나는 오래전부터 희귀 심장질환을 앓아왔다고 했다. 원인 불명, 치료법도 불명. 그냥 갑자기 심장이 빨리 뛰거나, 혹은 지나치게 느리게 뛴다고 말하며 소분해둔 강심제와 주사 자국 가득한 팔을 들어 보였을 때는 뭐라 말해야 좋을지 몰라 또 입을 다물어버리고 말았다.
정작 그런 말을 하던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웃고 있었지만. 지금처럼.
“양, 목자, 그리고 눈. 해피 블라인드는 이렇게 세 가지 계급으로 나뉘어져요. 양, 주로 거주지가 없는 떠돌이 출신이며 통칭 ‘멸망 세대’라 불리는 전쟁 후에 태어난 아이들을 가진 사람들. ‘다음 세대에는 우리의 아픔을 물려주지 말자’ 라는 해피 블라인드의 선전에 혹해서 모여든 사람들이 대부분이죠. 집단 내 생산과 대부분의 일을 담당하고 있지만, 노동자 계급이라고 하기에는 좀 애매한 부분이 있긴 하죠. 목자는 외부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이에요. 제한 조건은 하나. ‘멸망 이후에 태어난 세대’가 아닐 것. 전쟁이 끝난 지 이제 겨우 5년이니 해당하는 인물이 있다기보단 미래를 대비해서 만들어진 계급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어요. 양을 관리하며 ‘끔찍한 구세대의 산물’을 이용해 집단을 보호하고 해피 블라인드의 이념을 전파하는 일을 맡고 있죠.”
“평신도와 사제…. 같은 느낌이려나? 평신도는 성물에 접근 권한이 없는 것처럼?”
“비슷해. 차이가 있다면 성물이 아니라 악마의 유물 같은 취급이지만. ‘눈’은 최고지도자로 해피 블라인드에 딱 한 명 있어요. 종교의 창시자이자 이 맹인 신앙을 만들어낸 장본인이며, 스킨 마스크를 개발한 장본인으로도 알려져 있지. 자세한 신상 정보는 확인된 바 없지만.”
방금 대화에 참여한 주제에 해피 블라인드에 대한 정보를 주르륵 늘어놓는 다나를 보며, 에젤이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 건 도대체 어떻게 아는 거야?”
“완벽한 비밀은 없고, 익명성의 숲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외치기에 아주 적합한 곳이니까? 평생 온라인 세상이 삶의 전부였던 사람을 무시하지 말라구.”
“그것 참…. 믿음직스럽군.”
“별말씀을.”
이안의 칭찬에 무릎 위의 담요를 드레스처럼 살짝 들어 보이는 다나. 나는 화기애애한 일행과 그녀 사이에 있는 에젤을 보며 고민에 빠졌다.
‘총장이 무언가 숨기고 있다’는 사실은 아직 일행에게 알리지 않았다. 만약 정말로 그 인간이 뭔가를 숨기고 우리 일행을 이곳으로 보냈다면 그렇게 절묘한 순간에 임무에서 복귀해있던 에젤마저 그의 안배에 따라 일행에 합류된 일행일 수도 있었으니까.
[녀석은 네가 직접 뽑아온 인선이잖아?]‘그것마저 예측됐을 수도 있지. 에젤과 내가 친하다는 것은 총장도 잘 알고 있으니까. 물론 이것도 어디까지나 가정이야. 총장은 정말 실종자와 실종된 엑소슈트를 찾고 싶었고, 우린 재수없게 좋지 않은 타이밍에 걸려든 것일 수도 있지.’
[정황으로 봤을 때 가능성은 높잖아?]‘그 가능성이라는 단어 자체가 100%가 아님을 말하는 거 아냐. 뭐가 됐든, 38구역 돔에 가보면 알 수 있을 거야. 우리 목표물인 도시급 실드 부품이 든 상자가 있으면 아무 문제 없는 거니까. 굳이 지금 불확실한 의심을 퍼뜨릴 이유가 없는 거지.’
[….복잡해.]하이드의 탄식에 나도 같이 한숨을 내뱉었다.
그래, 복잡하지. 언제나 그랬지만, 선의와 악의를 뛰어넘어 집단의 이념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은 항상 복잡했다.
‘참 많은 게 없어졌는데. 세상이 이렇게나 단순해져도 사람은 여전히 복잡하기만 하네.’
문득, 그 광신도들의 말이 떠올랐다.
[구세대의 기술과 부산물. 종국에는 그 기억을 가진 사람까지 모조리 사라져야 비로소 인류는 새로운 시작을 맞이한다.]동의할 수는 없었지만, 그 광기 어린 종교가 어디서 출발하게 됐는지 살짝 이해하게 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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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도서관의 입구에 선 일행은 다나와 마주하고 있었다. 몸이 약한 그녀로서는 지금 당장 일행에 합류하긴 힘들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한 달 안에는 나를 데리러 와야 해. 방사능 단계가 점점 높아지면서 이 근방에서 가장 깊은 곳의 지하수도 점점 오염되기 시작했거든. 식수문제도 그렇지만 물을 분해해서 산소를 만들어야 하는 이곳에서 지하수가 오염됐다는 것은 쉘터의 수명이 다했다는 뜻과 마찬가지니까.”
“알았어. 일 끝나고 살아있으면 데리러 올게.”
“지금은 정보가 부족하지만, 나름대로 찾아볼 테니까 38구역 돔에 도착하면 메세지 확인하고.”
“그래.”
“근처에서 렙터의 움직임이 확인된 구역 표시해뒀으니까, 되도록 피해 다니고. 알지? 이곳의 전투는 상대를 죽이는 것보다 방사능 보호수단을 제거하는 게 우선시 된다는 거. 전투력의 차이가 현저해도 먼저 매복하고 저격하는 쪽이 이기는 거야. 이 근방에서는 화기가 아니라 석궁을 개조해서 돌을 걸어 날리는 놈들도 있어. 탄환으로 만드는 작은 구멍보다 커다란 돌덩이로 만든 구멍이 더 방사능이 잘 새어 들어오거든. 준비되지 않은 곳에서의 전투는 피해.”
“그래.”
“그리고 또….”
뭔가 떠올리려는 듯 다나가 인상을 찌푸리려던 순간, 나는 그녀가 준비한 작은 보급품 꾸러미를 낚아채며 말했다.
“됐다, 됐어. 이러다 날 새겠다. 뭣 때문에 그러는지는 알겠는데, 충분히 도움 됐으니까 부담스러워하지 마라.”
“하지만…. 계산이 안 맞는걸. 결국, 네가 얘기한 예술가 연합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도 찾아주지 못했고.”
내 말에 뭔가 반박하려던 다나는, 고개를 푹 숙이며 중얼거렸다.
“너희들에게 부탁한 일, 그리고 운신이 힘든 환자에 대한 구제까지. 내가 너희들에게 제공한 정보에 비해 과한 요구야. 불공정 거래란 말이야. 그것도 너희 쪽이 잔뜩 밑지는.”
“하이고, 언제는 ‘거부할 수 없을 거야.’ 같은 소리나 하더니.”
“그건-”
“뭔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나는 손해보는 거래 같은 거 한 적 없어.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고.”
“하지만 이번에는-”
“이번에도 마찬가지고. 아직도 모르겠어? 이건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거래의 연장이야, 멍청아.”
휠체어 위에 앉은 그녀의 눈망울에 의문이 떠오르는 것을 보며, 나는 무릎을 굽혀 그녀의 눈을 마주하고는 말했다.
“참으로 오래전부터 신세 많이 졌습니다, 스피드 웨건님. 그동안 무상으로 베풀어 주신 정보의 대가로 그쪽의 목숨을 구해 드리고자 하니, 제발 좀 받아주시지요- 라는 거라고. 프로 정보상이 무려 5년이나 전담 서포트를 해주다니. 어우, 요금이 얼마나 나올지 상상하기도 싫다. 부탁이니까, 이거 한 번으로 퉁쳐달라고. 좀 봐줘라.”
“어, 아, 음….”
“…. 간다. 밖에 추우니까 빨리 들어가라.”
말해놓고 보니 조금 부끄러운 감이 있어서, 그녀의 대답도 듣지 않고 획 돌아 나왔다. 스킨 마스크를 쓰고 버블 실드를 점검하며 방화셔터를 넘는데, 기다리던 일행이 히죽거리더니 기분 나쁘게 어깨를 툭툭 치는 게 아닌가.
“크흐흐흐. 짜식, 배움이 빠르구먼. 하산해라, 더 가르칠 게 없다.”
“뭐가.”
세상 행복한 표정으로 히죽거리는 이안에게 퉁명스럽게 대꾸하자, 뒤에 있던 에젤이 툭 치며 말했다.
“둘이 어찌나 애틋하던지, 기다리다 여기 점심상 차릴 뻔했어. 떠날 생각이 없어 보여서.”
“그런 거 아냐 임마.”
“키히힛. 행복은 좋은 거지. 네 그런 모습을 보니, 나도 기분 좋더라고. 우리 걱정은 하지 마. 돈도 많으니까 지금 사는 쉘터 근처에 하나 더 짓고 따로 나가 살면 되지. 신혼집에 얹혀살 생각은 없어.”
“아익, 진짜….!”
히죽거리는 이안에, 에젤에. 거기다 놀리는 게 아니라 순수하게 축복해주는 벡스까지. 부끄러운 것도 있었지만, 더 당황스러운 것은 ‘그래서 기분이 나쁜가?’ 라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그다지…?’ 같은 생각을 떠올려 버린 것이다.
“아직 그런 생각은 해본 적도 없으니까 좀 그냥 넘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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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이이잉- 덜컹. 덜크덕!
그렇게 혼란스러워서 그런가, 답지 않게 치명적인 말실수를 해버리고 말았다.
“아직?”
“아지익?”
“그럼, 어디까지 알아보셨을까아?”
단 한 순간의 실수에 승냥이처럼 달려드는 녀석들.
‘….헛것이야. 잊어버려. 잊어버리라고!’
[내가 그거 못 하는 거 알잖아. 작은 언덕 위 목조 주택에~ 정원에는 야생화가 흐드러지고~]‘#&(*$_!*(&*(#*)_#*!!!’
철컥- 탁!
부아아앙-!
“크하하하! 어이, 교수! 같이 가야지!”
“혼자 튀다가 변종한테 잡혀가면 콘크리트 성에 갇힌 공주님이 슬퍼하신다!”
“전부 닥쳐! 다시 밖에 나왔으니, 소음 줄여야 할 것 아냐!”
치직-
결국 구조신호가 나타나는 지점이 되고 나서야 일행들은 놀리는 것을 멈췄다.
“톡, 토독- 톡, 톡, 토독- 톡-”
얼마 지나지 않아, 통신기로 에젤이 모스부호로 [예쁜 사랑] 같은 메세지를 전한 것을 시작으로 금방 재개되긴 했지만.
이곳으로 올 때처럼 느리고, 감각을 잔뜩 끌어올려 경계하며 이동하고 있었지만 어째서인지 전처럼 예민해지지 않고 히죽거리며 나아가는 일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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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갔네….”
다나는 외부 카메라에 비치는 흙먼지를 보며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조용하기만 했던 그녀의 삶에 한바탕 폭풍이 지나간 느낌이었다.
기긱-
“주인님, 전에 말씀하하하하신 다른 정- 그익! -보상들 쪽에서 연락이 와와와왔습니다. 확인하시-겠습니까?”
“….나도 놀고 있을 수는 없지. 금방 갈게.”
다나는 무릎 위에 올려놓았던 낡은 공책을 한참 노려보더니, 방금 그려 넣은 동그라미 밑에 주의 깊게 세모를 그려 넣고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음, 너무 쉬우면 안 된다고 배웠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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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나 엘리샤 히아신스의 버킷리스트.
1. 하루라도 더 가치 있는 삶을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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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친구들과 밤새 떠들며 놀기. ○
4. ㅁㅁㅁㅁㅁㅁㅁㅁ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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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지 너무 오래돼서, 또 매번 읽으며 손으로 쓸어내리다 보니 닳아서 거의 읽기 힘들어진 항목.
그녀는 인터넷으로 모든 것을 배운 사람으로서, 그 가르침을 철저히 지키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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