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end of the world, Cry Clear RAW novel - Chapter 185
Chapter. 11. 마법사들의 마법사(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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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흠흠~”
“박교수님? 무슨 좋은 일 있으셨나 봐요? 콧노래를 다 부르시고?”
“아유, 좋은 일은 무슨. 그저 평범한 남자의 평범한 행복일 뿐이지요. 핫핫핫핫!”
교수는 오전에 있었던 다나와의 만남을 떠올리며 바보처럼 히죽거렸다.
파도에도 골과 마루가 있듯 감정에도 고저(高低)가 있는 법.
천년 만년 그렇게 끌어안고만 있을 수도 없고(물론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원이 없었겠지만), 그렇게 그녀와 조심스럽게 떨어진 다음 둘은 어색하지만 서로의 곁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다나가 처음 입에 올린 말은 사과였다.
——–
“미안해. 네 입장에서는 기억에도 없는 여자가 대뜸 찾아와서 ‘사실 나는 당신의 연인이었습니다. 그러니 나를 사랑해주세요.’ 하고 떠드는 것과 다름없었을 텐데.”
——–
세상에. 미안할 게 뭐가 있단 말인가. 그 순간에도 교수는 속으로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같은 소리를 골백번도 넘게 외치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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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망설이고 싶지 않았어. 나는 몸이 약하니까, 언젠가 누군가의 그리움으로 남겠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실려온 너를 본 순간 어쩌면 시간이 많지 않은 것은 나뿐만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 여긴 황무지니까. 그래서…. 참지 못하고 욕심을 부렸어. 미안해. 사실 두 달 전에도 너와 나는 처음 남자와 여자로 만난 친구 사이였을 뿐, 그렇게 깊은 관계는 아니었- 으읍!”
——-
“헤헤, 헤헤헤헤….”
“박교수님? GG랑 연결 상태를 좀 확인해야 하는데…. 박교수님?”
“헤헤…. 따듯하고…. 부드러웠지…. 헤….”
못 참은 건 나였다. 내 생에 두 번 다시 찾을 수 없을 거라 장담하는 완벽한 여자가, 눈물을 글썽이며 ‘당신을 사랑해서 미안해요’ 같은 소리를 하는데 이성이고 뭐고 저 은하수 너머로 날아가 버리는 게 당연하잖아.
서로의 달뜬 숨이 섞이고, 그녀의 놀란 눈이 부드럽게 감기고.
굳어있던 그녀가 다시 부드럽게 나를 향해 다가올 때. 서로가 서로를 원하고 있음을 확인했을 때의 그 충족감이라니.
핑크빛 감정의 해일에 익사하기 직전이었던 [이성적인 박교수]가 ‘밖에 연구원들이 모니터링하고 있다!’ 같은 것을 떠올리지 않았다면, 그대로 저질러버렸을지도 모른다. 뭘 저질렀을지는…. 음…. 상상으로만 간직하자. 어차피 접속기 안인데 뭐. 뭘 해도 플라토닉 아냐. 응?
“음…. 뇌파가 굉장히 불안정한데. 정말 이대로 접속하셔도 되겠어요? 재차 말씀드리지만 지금 접속하면 적어도 3월드 클리어까지는 나오실 수 없는데.”
“200% 멀쩡하니까 빨리 넣어주기나 해요. 후딱 끝내고 나와서 데이트나 하러 가게.”
들어가면 클리어까지 나오지 못한다. 나올 수는 있는데, 내가 의식불명에 있던 두 달 간의 ‘데이터 소울 탐색 작업’을 다시 해야 한다고. 심지어 그렇게 넣었다 꺼냈다 할 때마다 이 백업된 기억이 소실될 위험조차 감수해야 한다고 하니 클리어를 통해 자연스럽게 추출될 때까지는 나오지 않는 게 맞았다.
깜빡. 깜빡. 띠링!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연구원이 시스템을 여기저기 조작하더니, 회색으로 죽어있던 GG의 아이콘에 불이 들어왔다.
“이제…. 들어가면 됩니까?”
“네. 혼선이 생길 수도 있으니 제가 나가고 나서 접속하시구요. 물론 그럴 일은 없지만…. 최소 3개월 이내에 클리어하지는 않도록 하셔야 할 거예요. 적어도 교수님의 지금 육체….에 변종화된 부분이라도 재생되는데 그 정도 시간은 필요하니까.”
“….전에는 43년인가 걸린다더니?”
“그렇게 재생된 몸이, 다시 인간의 몸으로 되돌아오는데 걸리는 시간을 말한 거였잖아요. 못 들었어요? ‘극히 미세하지만 바이러스 수치가 감소하고 있다.’ 고. 아직도 어떤 물질인지 알 수 없는 그 검은 체조직에서 인간의 단백질이 일부 검출되고 있어요. 그러니 되도록 인간 시절의 몸을 꾸준히, 명확하게 머릿속에 떠올리도록 노력하시고, 클리어하고 나올 수 있게 되더라도 ‘저’ 몸으로 활동하는 것은 우리와 상담한 후에 진행하는 게 좋을 거예요.”
망할. 그럼 진작 ‘괴물 몸 회복에는 3달, 인간으로 되돌아가는 데는 43년’ 이렇게 말해줬어야지!
아무튼 이것도 좋은 소식이긴 했다. 어쨌든 3개월 이후에 클리어하기만 하면 저런 몸으로라도 움직일 수는 있다는 소리가 아닌가? 저 안에 들어가면 내 정신이 여전히 사람으로 남아있을지, 3형 변종의 그것으로 마구 뒤틀릴지는 둘째 치고서라도.
일단 43년 동안 손가락만 빨고 있지 않아도 된다는 것만 해도 충분히 좋은 소식이지. 암 그렇고 말고.
그렇게 주의사항을 다 말해준 연구원이 나가고, 이 이상한 인공의 공동위에 ‘GG’의 아이콘만이 반짝이고 있었다.
검고 기묘하고 넓은 혼자만의 공간이라. 그 녀석이 생각나는군.
“하이드. 하이드?”
여전히 대답이 없는 녀석. 들어보니 내 원래 육체에 남아 생명 유지에 모든 의식을 쏟아붓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어떻게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뇌와 내장기관을 포함에 불수의근을 전부 수동으로 조작해 몸을 살려두고 있는 것 같다고.
한마디로 바빠서 얘기할 정신도 없다는 뜻이다.
“….매번 신세만 지는 것 같군.”
그래도 말은 없지만 지금도 녀석의 존재가 분명히 느껴졌다. 아직 나와 하이드의 의식이 연결은 되어 있다는 뜻이겠지. 그렇다는 것은 따로 말하지 않아도 내 생각을 녀석이 읽고 있다는 뜻이고.
그것 하나만 해도, 정말 큰 위안이 됐다.
띠링-!
[환영합니다. P#@!&^er ‘professor’님 게드로이츠의 게임에 접속 하시겠습니까?]꾸우욱-
[YES] [구원자님, 부디 게드로이츠 대륙을 구해주시길….]익숙하면서, 어딘가 낯선 접속 메세지와 함께.
화아아악-!
나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입장으로 게임에 접속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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솨아아아-
찌르륵, 찌르륵! 짹짹짹!
아득한 느낌이 사라지며 점차 몸에 감각이 돌아왔다.
“이건…. 좀 낯설군.”
숲에 이는 바람에 나뭇잎이 파도치는 소리.
이름 모를 풀벌레와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아침 이슬에 젖은 이끼의 차가운 감촉과, 숲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그 청량한 느낌.
“이게…. 내가 알던 게드로이츠의 게임이라고?”
모든 것이 생생했다. 너무 지나치게, 말이 안 될 정도로. 그간 내가 겪어왔던 GG 플레이는 정말 ‘플레이’에 불과하고, 이게 진짜 게드로이츠가 만든 세상이라는 것을 과시하는 것처럼.
“….기술적으로 보자면 게드로이츠 서버에서 위성을 거치고, 다시 거기서 보낸 신호를 접속기가 뇌로 송출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과 서버에 그대로 저장되어있는 데이터 소울이 다이렉트로 느끼는 것의 차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교수는 땅에 아무렇게나 자라난 풀을 한 움큼 뜯어 입에 넣고 씹었다. 짙은 풀 향기가 입안을 가득 채우며 쓴맛이 혀를 괴롭혔다.
“역시, 너무 생생해.”
모든 플레이어가 아쉬워하는 게드로이츠의 게임에 유일한 약점.
온갖 휘황찬란한 미식이 구현되어있는 GG의 세계이지만, 아무래도 먹는 만족감은 현실만 못하다는 것이다.
커뮤니티에서는 인간이 식사를 하는 행위는 단순히 미각적 자극에 의한 만족이 아니라 포만감과 더불어 내재된 본능 깊숙한 곳의 어떤 것을 자극하는 만족이고, 그래서 게임 속에서 아무리 완벽한 음식을 머릿속에 재현해도 실제로 먹는 즐거움과는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래서 게임 속에서 산해진미를 즐길 수 있음에도 사람들이 현실의 황도 한 캔에 눈이 뒤집히는 것이고.
오랫동안 씻지 못한 내 몸에서 나는 악취. 손끝에 닿는 이슬. 주변에 감도는 이상한 기운까지. 게임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생생했다.
“이게 NPC의 입장이라는 건가. 이것 말고도 바뀐 게…. 제법 있는 것 같군.”
우선 시스템 창. 아무리 명령어를 입력해도 떠오르지 않았다. 플레이어와 다른 상태로 접속하게 되며 플레이어에게 주어지는 메리트 또한 사라져 버린 것.
다행히 접속기에 내재된 커뮤니티나 대화방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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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okass : 나초맨.
– 하이웨이나초맨 : 손.
– Jokass : 고래가난다요.
– 고래가난다요 : 손.
– Jokass : 쵸럭키.
– Jokass : 없냐? 朝樂氣多際 진짜 없어?
– 노루Drug해요 : 얘도 죽었나보네.
– Jokass : 썅놈아. 죽은 게 아니라 ‘실종’. 실종 새꺄.
– 노루Drug해요 : 니예, 니예. 쵸럭키 실종. 적었어.
– Jokass : ….귀신은 뭐 하나 몰라. 노루 저 새끼 안 잡아가고.
– 골드만SUCKS : 미안하네만. 지금 뭘 하고 있는 건지 물어봐도 되겠나?
– Jokass : 영감님이 이 시간에 웬 일이십니까? 장사 안 해요?
– 골드만SUCKS : 원행은 꿈도 못 꾸고 내수 시장만 돌려야 하는데 할 일이 뭐 있다고. 그나마도 돔에서 시장 안정을 위해 식료 가격을 동결시켜놔서 장사를 하고 말고도 없다. 그냥 물건 주고 돈 받으면 끝이지. 이건 장사도 아냐. 그래서 뭐하는 건가?
– Jokass : 이거요? 연말 행삽니다. 출석 겸 장례식 겸 유산 분배식.
– 골드만SUCKS : 출석? 장례식? 유산?
– Jokass : 뭐, 합동 장례식 비스무리한 거죠. 원래 한파가 시작되는 시기에 습격이 레이더나 스캐빈저들이 겨울 준비한다고 습격을 많이 다니잖아요. 그래서 그 시기가 지나고 12월 중순 쯤에 누가 살아남았나 확인하는 겁니다. 이래 보여도 다들 집에서 검은 옷 입고 타자치는 중이라는 말씀. 우리 대화방 문화 같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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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거.”
벌써 그런 시기인가.
매년 이맘 때쯤 하는 대화방 행사였다. 매년 12월 15일. 개인 실링계좌를 47번 대화방에 연동시켜 놓고, 암호 해제를 내년 같은 날로 정해둔다. 내년까지 살아남지 못하면- 그대로 통장의 실링이 47번 대화방에 와르르 쏟아지는 것이고. 살아남으면- 잠깐 연동을 해지해서 돈이 나가는 것을 막은 다음, 장례식이 끝날 무렵에 다시 연동시켜서 내년을 기약하고.
몇 년 전에 Jokass 녀석이 가족도 없이 혼자 사는 이들끼리 가는 길에 배웅이라도 해주고, 죽은 놈은 노자도 못 할 거 장례식 비용이라도 뿌리자고 시작한 작은 행사였는데 어느덧 47번 대화방의 연말행사가 되었다.
평소에 자주 보이지 않던 녀석들도 이날 한번 정도는 대화방에 얼굴을 들이밀곤 했다. 일단 플레이어 계좌에 모아둔 돈을 다 뱉어내기 싫으면 연동시켜놓은 계좌는 붙들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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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드만SUCKS : 자네들은…. 참 재미있게도 사는구만.
– takealook : 자네라니. 이제 아저씨도 포함이야. 죽어서 가지고 가지도 못할 돈 빨리 연동해 놓으쇼.
– 노루Drug해요 : 암, 여기서 웃고 즐기고 싶으면 이건 무조건 해야지. 영감 올해 연세가 몇 이나 되십니까? 오늘내일 하지 않음? 설마 그 많은 실링을 다 짊어지고 저승에 가실 생각은 아니겠지? 거 무거워서 가다가 발병 납니다, 영감.
– 골드만SUCKS : 날도적놈들 같으니라고.
[P#@!&^er ‘professor’ 님이 대화방에 참가하셨습니다.]– Jokass : 다음, 흥안만ㄷ
– 흥안만두 : 스탑, 스탑!!! 왔다, 왔다고!
– takealook : 교수다.
– 노루Drug해요 : 야 ㅅㅂ너 뒤진 거 아니었냐! 살아 있었구나!
– 홀리 : 세상에…. 돔에서는 무슨 죽은 위인처럼 다큐멘터리 같은 것도 만들어서 방송했는데. 살아있었어요?
– Jokass : 그동안 어디서 뭐하고 있었냐? 홀리가 병원에도 없었다는데. 야, 말 좀 해봐! 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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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들. 평소에는 그렇게 뒤지라고 지랄을 하더니….”
찌이잉-
좀 감동이다. 얼굴도 모르지만 그래도 죽었다 살아난 친구라고 이렇게 환대를 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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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루Drug해요 : 너 돈 졸라 많잖음! 안 그래도 오늘 장례식에 BDSM 수장 박교수의 은닉자산이 쏟아질 줄 알고 잔뜩 기대하고 왔는데! 설마 돈주기 싫어서 저승에서 기어올라온 거냐?
– takealook : 나 비축식량 간당간당한데. 일단 죽은걸로 치지 않을래? 우리가 잘 나눠 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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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ㄹ 리가 없지. 한결같이 지랄맞군, 망할 새끼들. 내 돈이 목적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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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okass : 농담이고, 아무튼 올해 출석부에도 네 녀석 이름을 남겨 놓을 수 있어서 기쁘다, 박교수. 근데 왜 말이 없냐?
– 스피드 웨건 : 현재 박교수는 다방면으로 심각한 부상을 입은 상황이기 때문에 치료 차원에서 GG를 플레이 하는 중임. 다큐 봤으면 알겠지만 뇌에 부상을 입어 접속기 시스템을 원할하게 사용하기 어려운 상태. 방송도 라이브는 불가하고 녹화된 영상이 접속기에 저장된 것만 업로드 가능하다고 알고 있음.
– takealook : 변함없이 빠른 정보 감사합니다, 다나 양.
– 스피드 웨건 : ….누가?
– takealook : 둠게이 아저씨가 알려주던데? 박교수가 여기있는 사람들을 많이 아꼈다고, 지인이면 지금 상황을 좀 알 필요 있다고 하면서 술술 불다가 네 이름까지 나왔어. 솔직히 박교수 드러누운 것만큼 충격이었다. 네가 여자라니.
– 스피드 웨건 : 이런.
– 노루Drug해요 : 왜? 그게 신기해? 나도 여잔데?
– takealook : 크아아악! 구라치지마라! 다른건 다 괜찮아도 네놈은 안돼! 여자에 대한 내 환상을, 꿈을 부수지마!
– 노루Drug해요 : 후후후후. 자기, 꿈은 빨리 깰수록 좋은거야앙~. 그래야 현실을 직시하고 분수에 맞는 여자도 만나고, 애도 쑴풍쑴풍 낳아서 인류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거 아니겠어?
– takealook : 키에에에에엑!!
– 노루Drug해요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Jokass : 그야말로 말세로군.
– 흥안만두 : 이건 미친 짓이야! 난 여기서 나가겠어!
[Player ‘흥안만두’님이 대화방에서 나가셨습니다!]=========
“푸흐흡, 아이고, 진짜 변함없이 미친놈들 같으니라고.”
….이거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진짜 시스템도 없이 이렇게 리얼한 세상에서 플레이하다 보면 어디가 진짜고 어디가 가짜인지 구분할 수 없게 될 것 같았으니까.
이 녀석들의 만담을 보고 있노라니, 내가 어디 이상한 세계에 떨어진 게 아니라 여전히 GG를 플레이하고 있다는 게 실감이 났다. 그래, 까짓거 그래픽 업데이트 한번 했다고 치면 되지 뭐. 더 바뀐 건 차차 알아보면 되고. 지금은 플레이 중이니, 내 할 일에 집중해야지. 괜히 어리버리 까다가 어이없게 죽을라.
“어디 보자…. 마지막으로 로그아웃하기 전이 블루라인 산맥 한가운데에서 추방된 엘프 마을에 도착했을 때였지? 아침까지만 기다려달라고 해서 기다려주기로 했고?”
주변을 돌아보니 짐수레 근처 여기저기 널브러진 일행과 나무에 묶여 매달려있는 마법사가 곤히 잠들어 있었다. 아직 피로한 일행이 일어나기엔 이른 시간인 모양.
“….밥이라도 할까?”
교수는 로하람 교단산 최고급 육포는 어떤 맛일까, 하는 생각에 입맛을 다시며 수레에서 식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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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
이드라실은 보면 볼수록 저 이상한 인간들의 정체가 뭔지 궁금해졌다.
그들의 마을, 카네란 앞에 자리 잡은 인간들을 관찰한 지 하루.
그들의 행동은 기묘하기 짝이 없었다.
물내음이 짖게 나는 늙은 마법사는 그녀의 오랜 벗인 정령을 보고 발정을 하지를 않나.
사람을 잡아먹는 트롤이 어머니 나무와 같은 눈을 하고, 그 현기가 넘치는 눈으로 불쾌한 죽음의 냄새를, 아니 불쾌하지 않아서 더 이상한 죽음의 냄새를 풍기지를 않나.
어제 본 것만 해도 충분히 이상한데 제일 요주의 인물인 저 용사는 새벽같이 눈을 뜨자마자 엎드려서 생풀을 마구 뜯어 먹고 ‘음, 쓰다! 진짜 써!’ 같은 소리를 하더니 허공을 멍하니 쳐다보며 히죽거리지를 않나.
“….나림? 인간은 원래 저런 겁니까?”
“모른다. 허나 인간이 원래 저렇게 행동하는 생물이라면…. 대모께서 멀리하라 하신 이유를 충분히 알 것 같군.”
이드라실은 광증에 걸린 게 틀림없는 인간 무리를 바라보며,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오도독!
어쩐지, 저들이 곁에 남아있는 동안에는 나무뿌리를 입에서 끊을 수 없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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