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end of the world, Cry Clear RAW novel - Chapter 206
Chapter. 11. 마법사들의 마법사(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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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잉-
이명이되, 고막을 찢어발기는 이명이었다.
제단 위로 치솟아 오른 빛의 기둥은 선명한 죽음의 표상이었고, 그것을 향해 걸어갈수록 내 끝이 다가옴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툭.
시작은 손가락, 발가락 같은 몸의 말단부터.
썩은 과일처럼 손가락이 하나, 둘 떨어지더니 도라에몽처럼 뭉툭한 손만 남았다. 손가락과 같이 떨어진 총이 발에 채며 힘없이 쓰러졌다. 몰랐는데 사람은 발가락이 없으면 쉽게 설 수 없었다. 벌써 멀찍이 떨어진 전장과 달리 일의 원흉에 가까운 해피 블라인드 거주지 주변에 사람은 물론 변종의 흔적조차 없는 것은 이것 때문이겠지.
[껍데기.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가 이렇게까지 해야 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하이드. 아아, 널 놓아줄 수 있으면 좋으련만. 내 고장 난 머리에서 탄생한 형제는 나의 고집에 목이 매여 강제로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런 게 아니라. 난 네 얘기를 하고 있는 거라고. 결국 우리 목적은 살아남는 거잖아. 물론 상자를 내버려뒀으면 여기서부터 40번대 구역까지 싹 다 초토화됐겠지. 신선한 2형보다 몇 배는 날렵하고 개성도 넘치는 2.5형이 넘치는 세상이 될 것이고, 개중에는 귀 크고 눈 밝은 놈들도 있을 테니 예전처럼 쉘터에 숨어 살 수도 없게 될 거야. 가진 것 없는 난민처럼 이리저리 쫓겨 다니다 비참하게 죽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래도 이것보단 낫잖아? 확정적인 죽음을 향해 기어가는 것보다는, 실낱같은 희망에 매달리는 게 우리 방식 아니었어?]녀석의 목소리는 그 위기감을 반영하듯 다급하고, 걱정스러웠다. 귀여운 녀석.
후두둑.
“꺼허어억, 어으윽-”
경련하는 몸으로 조금씩 앞으로 기어나가는데 또 뭐가 떨어졌다. 코랑 귀. 안구도 말라가는지 눈알을 파내고 싶을 정도로 따갑고. 피부는 짓무르고 타들어가는 가운데 오직 왼팔과 거기서 이어져 자라난 검고 단단한 부위만 생기를 더해가고 있었다. 그 연결 부위에 쇠로 된 기둥을 생살에 밀어 넣는 듯한 고통이 엄습했다.
“그렇….디. 네 마이 마으아.”
투둑.
혀.
[….제기랄! 그럼 돌아가! 네가 힘들면 나라도 어떻게 움직여서 되돌아갈 테니까! 왜 그 꼬락서니를 하고서도 굳이 저 빌어먹을 것에 집착하는 건데!]왜. 왜라. 이 녀석도 참 어려운 질문을 하는군.
‘그야…. 살고 싶으니까.’
죽음을 앞둔 사람은 생각이 많아진다. 그간 살아온 삶. 기뻤던 것. 후회되는 것. 이런저런 기억이 마지막을 앞두고 무리 지어 몰려오는 것이다.
매일같이 죽음을 각오하는 사람은 더욱 생각이 많아진다. 언제나 두려워했지만, 한편으로는 기다려오던 그날이 오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끊임없이 떠오르고. 적어도 그 순간이 오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 막연하게 머릿속에 자리 잡게 된다.
끄드득.
갈고리 같은 손끝으로 이 단단하고 각진 왼손의 마디를 긁을 때마다 생각했다. 빠른 속도로 자라나는 이것이 내 전신을 뒤덮었을 때. 그 죽음의 순간을 나는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
막연하게 생각하던 삶의 끝자락이, 생을 갉아먹는 저 빛에 의해 드러났다. 마치 정과 망치에 깎여나간 원석이 그 빛을 발하듯. 그 자신도 떠올리지 못했던 삶의 모든 경험과 고뇌, 각오가 한데 어우러져 만들어진 존재의 정수가.
누군가는 신념, 누군가는 인생. 누군가는 영혼이라 부를 만한…. 생의 결정이.
끝이 다가오자 모든 것이 명확해졌다.
교수는 떨어져 나간 혀 대신, 둘에게 가장 익숙한 공간에서 그의 마지막 유언을 전했다.
‘나는….박교수라는 사람이지. 3살까지는 기억이 하나도 안 나고. 네 살 무렵에는 우리 세 가족이 살던 반지하 방 근처의 수족관을 좋아했던 것 하나만 기억나. 유치원에서 고집이 센 아이였으며, 학창시절에는 친구와 어울리는 것 대신 책과 영화에 빠져들었고,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전쟁터에 끌려가 수많은 사람을 학살하고, 살아남아, 여기까지 온 사람.’
[그래. 구질구질할지언정 온 힘을 다해 살아왔지. 나도 다 알아.]‘그럼 이안에게 있어서 박교수는? 45구역 지하 벙커에서 처음 만났고. 약간 맛이 갔지만 머리가 비상하게 잘 돌아가며, 끊임없이 시답잖은 농담을 늘어놓고 항상 말도 안 되는 문제를 달고 사는 친구겠지.’
‘벡스에게는? 기억 속 가장 소중하고 아픈 추억인 14특작대 소속 인물로 그 부채감에서 시작된 협력관계에서 우정 비슷한 것으로 넘어왔으며, 햅번이라 부르는 게 더 좋은, 두 번 다시 잃고 싶지 않은 친구겠지.’
‘다나에겐? 오랜 인터넷 친구였고, 수년간 관찰로 나름 인성에 합격점을 주었으며 기묘한 첫 만남을 거쳐 저도 모르는 사이에 싹튼 감정이 꽃을 피운 대상이겠지. 그 외 수많은 사람들. 에젤, 영 총장, 몽클라르 형님, 신시아, 47 대화방 사람들,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박교수]라는 존재를 기억하고 있을 거야.’
후두둑. 으직, 으지직!
짓무르고 타들어 가던 피부가 떨어져 나가고, 살점과 근육도 그 뒤를 이어 힘없이 떨어져 내렸다. 대신 그 자리에 검은 결정 같은 것이 빠르게 자라나며 순식간에 빈 공간을 메우기 시작했다. 더는 아픈 느낌도. 상실된 감각의 공허함도 느껴지지 않았다.
의식도 어딘가 멀리서 들리는 메아리처럼 희미해져 갔다.
‘그게 다 [나]야. 애초에 [나]라는 표현은 나와 구분 지어야 할 다른 대상이 없으면 필요없는 단어일 뿐이야. 지금 여기서 혼자 도망쳐서 오르페우스의 범위 밖에 숨어든다면 생물학적으로는 살아남겠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겠어? 이미 박교수라는 존재를 정의하는 기억의 9할이 세상에서 사라진 뒤일 텐데. 차라리, 나 혼자만 알고 있는 일부를 태워 세상에 남을 그 9할의 기억을 남기는 게. 그게 내가 진정으로 살아남는 게 아닐까.’
언젠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떤 장군의 공적 벌이용으로 내려진 쓰레기 같은 명령과, 그것을 수행하기 위해 내던져진 끝에 짙은 가스 속에서 아버지의 눈과 코에서 쏟아진 피가 방독면 안으로 차오르는 것을 보던 소년의 표정 속에서.
그저 사람에게 목줄을 채워두겠다는 이유로 어머니를 독약에 가까운 마약에 중독시키고, 그 끝에 탈출한 곳에서 자신에게 모든 것을 전해주고 난자당한 어머니의 편안한 미소 속에서.
교수는 그 기억에 지배당하는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니, 지배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으리라. 성장, 또는 완성이라는 단어가 어울릴 것이다. 두 분의 몸은 죽어 흙으로 되돌아갔지만, 여전히 그 기억은 누군가의 삶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사람의 생명이라는 게 심장이 뛰고 뇌가 움직이는 것만으로 정의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뿐이다.
으드득, 콰악!
연골이 녹아내린 무릎에 힘이 차올랐다. 허물처럼 녹아내린 사람의 육체 속에서 검은 동체가 몸을 일으키고, 완전히 그 말간 속내를 드러낸 어떤 완성된 영혼의 눈에 하늘을 꿰뚫을 듯 치솟아오른 빛이 담겼다.
‘한 가지…. 걱….정은. 이 죽음이…. 변종 세포가 선택한 죽음의…. 영역이. 하이드 네게도 닿을까 하는…. 것이었는데.’
[나는, 나는…. 괜찮은 것 같아.]씨이익-
그 대답에, 입술마저 타들어간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그러게 내가…. 말….했잖아. 너는 내 정신병 따….위가. 아니라고. 게임 속의 기이한 충격….에 의해서 만들어졌든, 내 기억을 기반으로 탄생했든. 내가 너와 완벽히 같은 생각을 하지 않을 때부터, 넌 이미 객체로서 완성된 거야…. 하이드.’
까드득. 드득, 드드득! 까득!
하이드는 이 의식 공간 속, 자신의 몸이 변종화된 왼팔과 입을 제외하면 검은 음영밖에 없다는 것이 서글펐다. 그저 기억을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속에서 우러나오는, 이 충격적이고 시린, 따듯한 감정을 밖으로 내보낼 창구가 없다는 뜻이었으니까. 그저 눈앞에서 사라져가는 그의 유일한 가족을 보며 손등이 깎여나가도록 긁을 수 있을 뿐이었다.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
[….얼마든지.]“그으으으으….”
괴수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괴수의 몸에 힘이 돌아올수록 교수의 의식이 흐릿해져 갔다.
‘내가 사라지면…. 많은 사람들이…. 길을 헤매게 될 거야. 그때, 네가 그 사람들을 붙잡아 줬으면 해. 너는 내 기억을…. 모두 가지고 있으….니까. 친구들을, 연인을, 사람들을 어떻게 기억했는지 전해줘. 그리고, 그 사람들이 길을 잃지 않도록…. 손을 잡아줘.’
후두둑.
[그건…. 유언 같은 거냐?]‘끝내주는 몸을 전해준…. 유산 상속의 대가라고 할까.’
[이 빌어먹을 광대 같은 놈이…. 이런 순간까지 그딴 농담이나…. 지껄이고….]‘나로 남기 위해 가는 길이니까. 끝까지…. 나다워야지.’
똑. 똑. 똑. 똑.
또독. 또도독. 똑. 또독.
검은 공간에 끝없이 이어지던 물방울 소리 사이로, 다른 소리가 섞여들었다. 어느새 밖의 그것처럼 완연한 괴수가 된 하이드의 몸. 그 찢어진 노란 눈은 괴수의 것이 분명했으나, 인간의 눈물을 흘릴 수 있었다.
쿠드득, 쿠우우우-
괴수의 거체가 몸을 일으켰다.
‘할 일이 있으니…. 여기까지 할까?’
마지막까지 교수의 목소리는 평안했다.
‘그동안 고마웠다. 하이드.’
[….수고….많았어. 교수.]훅!
촛불이 꺼지듯, 하이드의 앞에서 교수의 모습이 사라졌다. 일렁이는 작은 잔불만 남긴 채.
그리고.
『크아아아아아아아아!!!!!』
콰악!
네 발로선 괴수의 갈퀴가 황무지를 파고들며, 그 거체를 앞으로 이끌었다.
앞으로. 모든 흐릿한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은, 저 빛을 향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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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이잉-
너무나도 강렬한 기억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눈이 시릴 듯 선명하게 타들어 가는, 어둠을 밝히는 등대와도 같던 인간 ‘박교수’의 마지막 기억.
낯익은 소파에 주저앉은 괴물의 눈에 혼란이 어렸다.
“그럼, 원본은….‘
[염병할 원본 타령 좀 그만하라니까! 인간 박교수의 인생은 저 몸뚱어리 따위로 그 향방이 결정되지 않았다고! 그래! 어쩌면 ‘인간 박교수’는 세상에서 사라지고 여기 남은 게 ‘용사 교수’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정말로 방금 그 기억을 들여다보고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해?]“그….음….”
[아니지? 그렇다고만 해봐.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말귀를 못 알아먹으면 뇌를 으깨서 물리적으로 리셋시킨 다음에 저기 매달린 기억을 죄다 쑤셔 박을 테니까. 보나 마나 백치가 될 게 뻔하지만, 지금의 병신 찌질이보다는 100배는 더 낫겠지.]뭔가 대답하기 껄끄러운 기분이다. 뇌리에 화인처럼 남은 그 마지막 순간의 기억은 지금도 활활 타오르며 뿌옇게 낀 안개를 걷어내고 있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얼마나 쓸데없는 고민에 빠져있었는지 상기시키고 있었다.
[동태눈깔이 개눈깔로 돌아왔군. 어때, 이제 술이 좀 깨냐? 기적이라고 생각해도 좋고. 기회라고 생각해도 좋고. 박교수라는 사람을 구성하는 퍼즐에서 딱 한 조각만 세상에서 사라질 예정이었는데, 그것과 똑같은 피스가 남아서 그 자리에 착! 달라붙은 거야. 결국 ‘박교수’는 여전히 온전한 상태로 세상에 남아있는 거지. 너는 너라고 등신아.]슬슬 제정신이 돌아오는 교수가 부끄러워하는 것을 눈치챘는지, 검붉은 괴수는 어느새 상처 부위를 전부 회복한 피투성이 괴물의 머리를 툭툭 치며 히죽거렸다.
[약속 지켰다, 껍데기. 박교수님의 부탁을 따라, 길을 잃고 헤매던 박교수님의 손을 잡아드렸다고.]히죽거리던 하이드의 뇌리에 재미있는 생각이 떠올랐다.
[어쩌면 지금 네 모습이 정답일 수도 있겠어.]‘….뭐가?’
[안드레이 게드로이츠. 따지고 보면 오르페우스도 게드로이츠 그 인간의 기술이 총망라된 GC(게드로이츠 컴퍼니)에서 나온 물건이고. 지금 네가 하는 게임은 말할 것도 없고. 어쩌면, 데이터 소울은 이런 순간을 위해 예비된 프로그램일 수도 있다는 뜻이지.]‘그건…. 너무 간 거 아냐? 그 늙은이가 신도 아니고. 세상이 이렇게 될 것을 전부 예측하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이잖아.’
[음…. 그런가? 그럼 그냥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진 것으로.]킬킬거리며 괴수의 등을 철썩 때린 하이드는, 그대로 왼팔을 앞으로 내밀었다.
[이걸 까먹을 뻔했네. Welcome back, 저승에서 돌아온 걸 환영한다, 박교수. 나 죽고 나서야 다시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운이 차-암 좋아. 그지?]….피식.
‘유산의 양도는…. 잠깐 미루는 것으로 할까, 그럼.’
여전히 혼란스럽기는 매한가지였다. 그가 완전히 살아있는 것인지, 아니면 죽고 대체된 것인지도 알 수 없었고.
하지만 적어도, 하이드로부터 전해 받은 그 기억을 통해 깨달은 것은 있었다.
그딴 게 아무 의미도 없다는 것이다.
‘내가 미쳤지. 아니, 정말 미친 것은 맞지만. 내가 누구인지, 진짠지 가짠지 하는 게 뭐가 중요하다고 그렇게 불탔지? 당장 사는데 여유가 생기니까 병신같은 생각이 막 솟아올랐나? 아무리 악성코드 같은 게 뇌를 뒤덮었다고 해도….’
생각할수록 부끄러웠다. 이것도 다 방송으로 나갈 텐데. 벡스나 이안, 에젤이 이 모습을 보면 뭐라고 생각할까? 저 새끼 배가 쳐불러서 철학하고 앉아있네, 당장 총 한 자루 쥐여 주고 전방에 떨궈놓으면 약도 필요 없을 텐데- 같은 소리를 하고 있지 않을까?
‘하이드에게 백번 감사해도 모자랄 지경이군. 나를 이 끔찍한 [상태이상]에서 벗어나게 해줬으니.’
교수는 마음 편히 생각하기로 했다. 어찌 됐건 이것도 다 필요한 과정의 일부였다고. 지금도 머리 언저리를 쿡쿡 쑤시는 감염인자가 느껴지는 것으로 봐서는 여전히 100% 침식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한번 제대로 들이박고 이겨내서 그런지 더는 이상한 생각이 들지 않았다.
‘쩝. 뭐라도 감사 인사라도 남겨야지. 몸의 유지에, 정신병자 카운슬링에. 하이드 녀석이 고생이 참 많아.’
그렇게 머쓱하고 부끄러운 한편, 형제 같은 하이드의 존재에 감사를 느끼며 가슴 따뜻한 마지막 인사말을 뱉으려던 찰나.
부그르륵!! 부글부글부글!
“쿨럭, 커헉?! 그으윽?”
[뭐, 뭐야? 갑자기.?]교수의 입에서 게거품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하며 하이드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벌떡!
[아! 너 몸!]“끄르르륽, 내, 므그으읅?”
꽈르르릉!
검은 공간을 뒤흔드는 것을 넘어 이젠 반으로 쪼개버릴 정도로 내리치는 새하얀 번개.
[쏴리! 좀 감정적으로 돼서 시간이 없다는 걸 까먹었네! 사실 기억만 맥이고 대충 나가도 될 것 같았는데!]맞다. 내 몸. 어쨌든 접속기에 연결된 뇌가 없으면 GG는 종료되니까. 존재고 자아고 뭔가 거창하게 깨달았는데, 막상 숨이 턱턱 막히기 시작하니 ‘씨발 뒈진다!’ 하는 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웠다!
“끄르르륵! 그걹, 까멁어거얽, 게르륵!”
[히히 죄송! 나 나가본다! 다음에 보자!]“꺼헑, 그르르륵! 케엑! 끄으으으!”
악수 대신 대충 손을 한번 짝! 하고 마주쳐준 하이드는 황급히 하얀 번개가 갈라놓은 의식의 저편으로 사라져버렸다.
‘으으으으, 숨이, 숨을 쉴 수가….!’
환하게 밝아져오는 검은 공간 속에서, 교수는 실시간으로 심장이 멈추는 것을 느끼며 까무룩 정신을 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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