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end of the world, Cry Clear RAW novel - Chapter 208
Chapter. 11. 마법사들의 마법사(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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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전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사실 감염 인자에 침식된 사람들을 정화하는 인원을 제외하곤 모조리 저 ‘신성 초장거리 메시지 마법’ 로 하람의 눈에 동원된 상태였으니까.
폐허가된 도시에서 빛의 기둥이 번쩍번쩍 올라오는 곳이 신전인 것이다.
이곳도 도시의 다른 파괴된 구획들과 다를 것 없이 아주 폭삭 무너져서 하얀 대리석 무더기라 봐도 좋았지만, 주교와 사제들이 필사적으로 지켰는지 커다란 로 하람의 대형 성상은 조금 금이 간 것 말고는 눈에 띄는 손상이 없었다.
아마 그 때문에 이렇게 개박살이 나서도 신성력을 증폭시키는 중계지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이겠지.
그 무너진 잔해와 기도하는 사제들 사이에, 반가운 얼굴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대장이다.”
“교수로군.”
“속단하지 말게. 본판이 영악한 놈이니 잠식당한 다음에도 수작을 부릴 가능성이 아주 농후해.”
“그워억. 큰 빨간인간이다.”
“인간의 변화는 엘프의 눈으로 쫓을 수 없다고 하더니…. 과연 명불허전이로군요.”
묘한 경계 속에서 나를 맞이하는 일행들. 나는 다들 큰 상처없이 멀쩡하게 살아있어서 반가워 죽겠는데, 저쪽의 반응은 어째 영 애매한게….
‘아 맞다. 내가 저 사람들 다 죽이려고 했었지?’
[오트만. 나 방금, 평소의 내가 절대로 하지 않을 일이 떠올랐어.]순간, 날카로운 유리조각처럼 뇌리에 푹-! 하고 박혀 들어오는 생생한 기억에 수치임이 터져 나왔다.
화아악!
부끄러움에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세상에. 흑역사도 이런 흑역사가 없지. 나이 스물넷에 중2병이 재발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그걸 흩뿌리고 다녔다니!
당장이라도 달려가 대가리 박고 사죄하고 싶었지만….
“신전의 상태가 말이 아니군.”
“아닙니다, 성자님! 누가 악신의 주구 아니랄까 봐 신전을 향해 득달같이 달려드는 놈들을 성자님이 막아주신 덕분에 이 정도나마 유지한 것 아닙니까! 빛과 성상이 있고 기도하는 자들이 있으면 그곳이 곧 신전이지요. 허허허허!”
주교씩이나 되는 주제에 수행한답시고 옆에 찰거머리 같이 붙어 다니는 이 늙은 사제 때문에 평소 모습을 보여줄 수도 없었다.
“내가 나가 있는 동안 고초가 많았다고 들었소, 형제들이여.”
“교수? 자네 맞나? 설마 또 다른 방식으로 머리가 돌아버린 것은….”
“이토록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모일 수 있었으니. 참으로 빛이 우리를 보살피셨다고 할 수 있겠군.”
다행히, 우리 일행은 나를 따라다니며 박교수의 기행에 시달린 짬밥이 좀 된단 말이지.
뒤에서 이게 무슨 상황인지 영문을 몰라하는 이드라실과 달리, 옆에 있던 알드리치를 팔꿈치로 쿡쿡 찌른 오트만이 슬쩍 수인을 맺었다.
찰팍!
[아아. 들리나? 오트만일세.] [물의 메시지 마법이라…. 영혼술이랑은 많이 다르군. 이쪽은 알드리치다. 거기 교수 맞지?] [예! 잘 들립니다! 그…. 아시죠? 지금 제가 그때는 좀….]어지럽게 섞여드는 메시지 마법 속에서, 겉으로는 인자한 얼굴로 나와 마주 기도하던 알드리치가 투덜거렸다.
[그때는 좀 뭐. 정신이 없었다? 미쳐있었다?] [그게, 음…. 아시다시피 제 몸이 좀 특이하잖아요? 원래 침식을 목구멍 언저리까지 찰랑- 찰랑하게 채워 다니고 있었는데. 최근에 좀 상태가 안 좋다 보니 그만 제어가 안 돼서….] [그래 그래. 뭐 사람이 살다 보면 스스로가 컨트롤이 안될 때도 있고, 내가 왜 이러는지도 모를 일들을 벌이기도 하지. 응? 그러다가 막 자기 마법도 가르쳐주고 같이 사선을 몇 번이고 넘나든 동료이자 스승님 이름을 ‘어이 오트만’ 따위로 부르기도 하고. 머리통에 그 무시무시한 핏덩이 살인 마법을 겨누기도 하고 말이야. 응? 그렇지? 살다 보면 그런 일도 있을 수 있지!] [으, 으와아악! 죄송합니다!] [그래 이녀석아! 네가 오트만을 가장 처음 만났을 때 해야 할 말은, 상황이 어떻든 그 빌어 처먹을 성자놀이가 아니라 사과였단 말이다! 이드라실이 아니었으면 지금 오트만은 머리 없는 시체로 자네를 맞이했을 게야! 이게 그냥 사과로 넘어갈 일이….!] [그만하게. 난 괜찮으니.] [자네가 아니라 내가 안 괜찮아! 이게 그냥 넘어갈 일이-] [그만! 그건 병이었을 뿐이야. 스승이자 수계 마법사인 내가 직접 들여다 봤네! 그때의 혼탁한 흐름은 스스로의 의지에서 벗어난 행동이었어! 자네는 발을 헛디뎌 넘어진 아이가 빵을 떨어트렸다 하여 그 아이를 도둑으로 몰아 손목을 자르려는 것이나 다름없어!] [이이이…. 순해 빠진 물덩이들 같으니라고!]찰팍!
알드리치는 더는 말을 하고 싶지 않다는 듯, 귓속의 물방울을 털어낸 다음 신전 구석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
갑자기 알드리치가 씩씩거리더니 멀어지는 것을 본 루실라가 당황하는 사이, 오트만의 차분한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었다.
[내 대신 사과하지. 교수 자네는 모르겠지만…. 사실 알드리치 저 친구야 말로 자네를 되돌리기 위해 가장 애를 많이 썼어. 그냥 속내를 잘 표현하지 못하는 늙은이의 투정이라 여기시게.] [….당치도 않은 말씀입니다. 결국 제가 스스로의 능력을 과신해서 벌어진 일이니 백번 사과해도 모자랄 일이죠. 알드리치님 말이 맞습니다. 죄송합니다, 오트만님.] [뭐, 자네 같은 사람 곁에 있다 보면 이런저런 일이 일어나는 법이지.]누가 수계 마법사 아니랄까 봐 성격 참 시원한 영감님이다.
[그래….겉과 속이 따로 노는 것을 보니 이번에는 자네가 맞는 것 같군. 그런데 갑자기 성자라니? 또 뭘 하고 돌아다니는 겐가? 보나마나 또 사람들을 속여먹고 있는 게지? 우리야 뭐 이젠 자네를 아니까 그러려니 하지만…. 성자는 좀 너무 간 것이 아닌가? 자칫 들통나면 교단에서 단단히 뿔이 나서 우릴 잡아먹으려 들 텐데?] [어…. 그게….]글쎄올시다. 물론 처음 영주성에 쳐들어갈 때야 교단의 신실한 용사인 척 속여먹은 게 맞지만.
척척척척-
달칵, 달칵!
지금 이 순간에도 교단의 수행사제들이 온 도시를 돌아다니며 모아온 내 피를 [성혈]이라고 대문짝만 하게 라벨을 붙여서 차곡차곡 모으고 있고, 신성력이 바닥나 정화 주문을 사용하지 못하는 사제들이 침식에 고통받는 영지민들의 감염 부위에 그 병에 든 것을 푹푹 퍼서 바르거나 심지어 먹이기까지 하는 상황인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게 놀라울 정도로 효과가 좋기까지 한 지금 상황에 이걸 내가 성자라고 속이고 있다고 하는 건 좀….
[저…. 성자 맞을 수도 있는 것 같은데요?] [예끼 이 사람아! 그건 바다가 말라 없어지는 한이 있어도 불가능한 일이니 그런 생각은 하지도 말게. 어디 자네같은 사람을 성자라고…. 양심이 없는 것도 정도가 있지.] [쩝.]오트만의 대답은 단호했다.
[신성력과 마나, 오러는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는 존재라네. 참오를 통해 스스로를 세계에 각인시키는 검사는 마법과 신성력을 사용할 수 없지. 이미 그 머릿속에 고정된 세계는 변화를 거부하기에 마법을 사용할 수 없고, 이미 그 누구보다 스스로를 신앙하기에 신을 믿을 수 없지. 마법사의 경우도, 성직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지. 내 슬쩍 들여다 본 것만으로도 자네 속의 흐름이 한결 세차고 맑아진 것이 보이네만. 성자라니,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지.] [그럼 저건…. 뭐랍니까?]교수가 슬쩍 턱짓으로 가리킨 [성혈] 보관함. 어느새 커다란 상자 같은 것을 짊어진 연금술사들이 우르르 몰려와 빼앗아간 혈액을 되돌려 달라고 성화를 부리고 있었고, 교단의 사제들은 감히 불경하게 성혈을 가지고 ‘실험’ 따위를 하게 둘 수 없다며 어깃장을 놓고 있었으며, 벌떡 일어난 루실라가 지금 모아온 피의 소유권은 내게 있으니 함부로 교단의 물건으로 못 박아 놓지 말라고 옆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그거야 나도 모르지. 자네 마나의 흐름을 보니 4위계 근처에 온 것 같은데…. 혹여 매우 깊은 단계의 ‘정화’를 깨달았나?] [아뇨.] [그럼 뭐 짚이는 것 없나?]짚이는 거라….
있긴 있었다.
꾸드드득!
잠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내가 원하는 형태로 자유자재로 변화하는 육체. 오래전 하이드가 이 몸을 사용해 살점과 뼈로 이루어진 거대한 창을 만들어 냈던 것처럼, 나도 그만큼 몸을 제어할 수 있게 되었다.
‘몸을 완전히 차지한 감염인자를 내 마음대로 제어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겠지.’
분명 좋은 일이긴 하지. 이제 온몸을 쥐어짜는 침식의 고통도 없고, 오늘처럼 감염인자가 내 몸을 마구 헤집어놓을 일도 없으며, 전투에 있어서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다는 뜻이니까.
‘항원 항체 반응인가? 이 동네 의학이 그런 식으로 작용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일단 지금 유추하기로는 내가 흡수한 다음 상처를 입어서 흘리든, 블러드 아머의 방사 효과로 퍼지든 밖으로 나온 피는 감염인자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뿐이었다.
[어쩌면 자네 심상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지. 이제 자네는 수계 마법사라기 보다는 혈법사라는 이름이 더 어울릴 정도로 피와 관련된 마법만 쓰잖나.] [그런가? 이건 연구해볼 가치가 있겠네요.]그 뒤로, 오트만과 나는 오랜만에 ‘마법사 토크’를 한참이나 나눴다.
주제는, 당연히 내 몸과 피, 혈마법에 대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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왈칵!
“둘이 무슨 얘기를 그렇게 오래 하는 거예요!”
해가 질 무렵. 두 시간 정도 오트만과 마법에 대해서 머릿속으로 떠들어대고 있는데, 저 아래 쪽에서 한참 악을 쓰던 루실라가 달려와 내 팔을 잡아끌었다.
“피 묻는다.”
“빨간 드레스라 괜찮아요!”
어휴. 무슨 이런 애가 전설적인 아가씨에 텔드랏의 어쩌고는 무슨.
[뭐, 나머지 얘기는 시간 많을 때 마저 하는 걸로 하지.] [넵. 다시 한번 제 목숨을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말, 나중에 알드리치한테 꼭 해주게.]찰팍!
오트만과 메시지를 대충 끝내고, 자기 몸보다 무거울 내 팔을 잡아당기기 위해 낑낑거리는 루실라 쪽으로 몸을 돌렸다. 주변에 사제나 듣는 귀가 없는 것은 충분히 확인한 뒤였다.
“뭐. 혹시 문제 있어?”
“네! 저 사제 샊….님들이 죽어도 교수님 피가 자기네 꺼라고 우기잖아요! 이종족, 혹은 특수 체질 인간의 신체 거래 조약에 따르면 불의의 사고, 혹은 고의가 아닌 사건에 의해 분실된 신체의 일부라도 원 소유주를 명확하게 규명할 수 있을 시 그 소유권은 원주인인게 인정되는데! 여기서 이러고 있지 말고 빨리 가서 설득좀 해봐요! 교단에서 높은 사람이라며!”
나 참. 뭔가 했더니 또 그 상인 정신이 발휘된 모양이다. 얘는 이 상황에도 한결같군.
“그냥 줘버려. 교단에 밉보여서 좋을 것 하나도 없다.”
“안돼요! 배 한척을 빌리는데 지금 가지고 있는 여유자금을 거의 다 써버렸다구요! 푼돈이라도 눈에 불을 켜고 다녀야 하는 상황에 저런 큰 돈을 그냥 넘기다니!”
“….배? 큰돈?”
대충 그러려니~ 하고 달래주면서 흘려넘기려 했는데, 무시하지 못할 단어가 두 개나 튀어나왔다.
“갑자기 무슨 배야? 여긴 동부라 바다도 한참 멀리 있는데?”
“아이 참! 나보고 교단의 임무인가 뭔가 하는 거 도와달라면서요! 여기서 폭풍의 언덕으로 가는 길은 마차를 타면 영지마다 신분 증명에, 귀족 접대에 산적에 마적, 몬스터까지 못해도 두 달은 걸리지만, 이곳 시그필룬드 시에서 조금만 내려가면 나오는 라이안 강을 따라 배를 타고 내려가면 딱 일주일이면 도착한다구요!”
“일주일 밖에 안 걸린다고?”
“큰 강이 있단 말이냐?”
내가 급격히 줄어든 일정에 경악하는 동안 오트만은 강이라는 얘기에 귀가 솔깃해진 것 같았다.
“네! 그것도 제법 여유를 넣어서 일주일이지, 운이 좋으면 나흘도 안 걸릴 수 있다구요!”
아아아. 아까 내가 뭐라 그랬더라? 얘가 무슨 전설의 아가씨냐고?
정정한다. 이 녀석은 누가 데려가던 그 집안을 기둥뿌리부터 일으켜 세울 어마무시한 능력자야.
그냥 영입해서 별 터치도 안 하고 가만히 냅뒀더니, 어느새 일정의 반을 줄여버렸다.
“그럼…. 큰 돈 얘기는 뭐야? 내 피가 감염인자에 효험이 있고, 또 성자의 일부라는 메리트가 붙어서 어느 정도 가격이 나갈 수는 있겠다만. 사실 성유랑 큰 차이도 없는데 큰 돈이 될 물건이라고 까지는….”
“못하죠. 저도 저 사람들만 없었으면 그렇게 말 안 했어요.”
루실라의 가는 손가락이 가리킨 곳에는 서랍 같은 게 잔뜩 달린 상자를 짊어진 사람들이 있었다.
“연금술사요, 연금술사! 노상 풀과 광물, 흙을 뒤지고 다니며 세상에 없는 물질을 만들겠다고 돌아다니는 사람들! 지금 그 사람들 눈앞에 말 그대로 ‘지금까지는 세상에 없었던 물질’ 이 뚝 떨어진 거라구요! 그러니 저렇게 눈이 뒤집혀서 충분히 꿍쳐뒀을 게 분명한데 신전까지 찾아와서 더 내놓으라고 드러누워 있는 거고! 원래 시그필룬드 시의 연금술사는 두 명밖에 없었는데, 벌써 소문이 퍼졌는지 근처에 돌아다니던 연금술사가 두 명이나 헐레벌떡 이곳으로 달려온 거예요. 교수님 저들에게 얼마나 가치 있는지 좀 짐작이 되세요?”
“어….대충?”
확실히. 직접 마약 만들어 먹겠다고 연금술사 플레이하는 사람을 보긴 봤는데, 희귀한 소재 구하겠다고 맨날 밖으로 나다녔었지.
가만 들어보니 확실히 상품성은 있었다. 생산자는 나뿐이고, 제법 놀라운 효과도 검증됐고. 아직 다른 효과가 있을지도 모르는 따끈따끈한 신소재라….
“얼마나 받을 수 있을 것 같냐? 쟤들 딱 봐도 거지꼴인데?”
내 질문에 루실라는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가격이요? 저 사람들은 금을 앉은자리에서 뽑아내는데요?”
벌떡!
그 순간, 교단 내 명성과 묵직한 돈주머니가 올라간 저울이 한쪽으로 확 기울었다.
10초 전에 루실라에게 충분한 돈을 쥐여 줬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확인한 판에, 이런 기회를 망설일 수 없지.
‘그렇다고 힘들게 만든 성자 이미지에 [매혈 성자님]같은 요상한 딱지를 붙이는 건 또 아깝고.’
신전에 쌓인 잔해더미를 조금 넘어가니, 도시 여기저기에 고여있던 내 피를 모아둔 병 다섯 개와 그 앞에 아예 자리까지 깔고 드러누운 연금술사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런다고 되는 일이 아닙니다! 성스러운 빛의 전당에서 뭐 하는 짓입니까 이게!”
“거 교단에서 만든 물건도 아니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물건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게 어느 나라 법이냐고! 몰라! 두 병 줘! 아니면 안 나가!”
“이이이, 이런 식으로 나오면 당신의 이름이 교단의 기록부에 남을 수도 있소! 그 어떤 교단의 신전을 방문해도 치료와 축복을 받을 수….”
“하! 치료는 내가 만든 포션이 더 잘 들고, 노상 버섯이나 이끼, 동굴을 뒤지며 살아서 딱히 광명을 만나뵐 일도 없수다! 아 두병 줘! 안 주면 안 나가! 마침 배도 아픈데 이 자리에서 그냥….”
“오.”
“아? 갑자기 왜요 용사님?”
“아니, 좋은 생각이 떠올라서.”
교수는 연금술사라길래 학자를 상상했는데, 거지 노상강도나 다름없는 그들의 행색을 보고 별안간 떠오른 것이 있었다.
잘 하면, 명성과 실리를 모두 챙길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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