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end of the world, Cry Clear RAW novel - Chapter 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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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 사이코 갱 셰프 쿡의 크리스마스 특별메뉴.
탁, 탁, 탁
고요하고, 입을 허- 불면 작은 구름이 인사하는 그런 상쾌한 겨울의 아침.
“음! 좋아!”
옷자락에 핏자국이 선연한 셔츠를 입은 뚱뚱한 남자는 눈이 소복이 쌓인 간판을 털어내며 환하게 웃었다.
[셰프 쿡의 피자 하우스]아아, 어쩌면 저렇게 아름다울까?
언제부턴가 이름 대신 스스로를 셰프 쿡이라 부르는 이 뚱뚱한 남자는, 피자를 사랑했다.
어려서부터 조금 문제가 있었던 그를.
작은 동물을 죽이는 것에 너무나도 흥미가 있던 그를.
끝내 작은 동물이 큰 동물로, 조금 모자란 그를 두들겨 패던 두 발 달린 동물로 넘어간 끝에 감옥을 전전하게 된 그를 다시 사람으로 되돌려준 그 위대한 음식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새하얀 도우와 붉은 토마토소스, 신선한 토핑을 마구 주무르고 정돈할 때면 그의 가슴속에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나쁜 생각들이 깨끗하게 피자로 완성되어 나왔다.
깔끔하고, 부드럽고, 맛있는 과정이다.
그래서 매년 교도소 직업 훈련의 일환으로 피자를 가르쳐준 교도관의 주소로 편지를 보내곤 했다. 몇 년 전부터 답장이 오지 않긴 했지만, 어쨌든 인생의 은인이니까.
삭- 삭- 삭-
그의 하루는 가게 입구를 청소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렇게 간판에 먼지도 털고, 더러워진 유리창도 닦고, 눈이 소복이 쌓인 가게 앞도 쓸어내고,
“끄어어어-”
뻐어억!
“그아아아….!”
빠아악!
가게를 노리는 못된 고기를 혼내주는 것도 그렇고.
풀썩.
“으음…. 신선하지 못해.”
시력이 매우 나쁜 그였지만, 고기와 손님을 구분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것은 요식업계 종사자로서 본능의 영역이었으니까.
매우 더럽게 차려입고, 나쁜 냄새를 풍기며, 문을 열지 않고 두드리는 것은 나쁜 손님과 고기들.
그와 달리 잘 차려입고, 반갑게 인사하며, 주문을 하고 값을 치르는 사람들은 손님.
가끔 재료가 부족해 가게를 비울 때면 뭐가 고기고 뭐가 손님인지 구분하기 힘들었지만, 다행히 친절한 손님들은 그가 눈이 나쁘다는 것을 알고 먼저 피자 쿠폰을 보여줬기 때문에 별 어려움 없이 고기를 선별할 수 있었다.
가끔, 아주 가아-끔 정말 이상한 세상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게 머리가 지끈거릴 때는 이렇게 유리창을 닦거나, 새하얀 도우를 보며 마음을 가라앉히곤 했다. 화덕에서 따끈한 피자가 그윽한 냄새를 풍기기 시작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그의 머리는 다시 새하얗고 깨끗한 상태로 돌아왔다.
‘괜찮아! 늘 그렇듯, 피자가 내 삶을 일으켜 세워줄 테니까!’
눈이 녹아 더러운 자국이 가득했던 유리를 다 닦으면, 하루 중 그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이 찾아왔다.
[Closed]달칵-
[Open]새 아침이 밝았고, 새 가게가 문을 열었으며, 새 인생이 시작된다.
꽈악!
뚱뚱한 몸 위로 밀가루 투성이 앞치마를 두르며 카운터로 향하는 그의 얼굴에는 티 없는 행복만이 가득 담겨있었다.
드디어 고대하던 피자를. 둥글고, 새하얗고, 폭신하고 기름진. 그 무엇보다 아름다운….
“음?”
더듬.
“으으음?”
더듬더듬.
.
.
.
.
.
.
없다.
신선한 고기가 가득 들어있어야 할 노란 박스에, 고기가 하나도 없었다.
“재료가….없어?”
으드드득!
언제나 그가 잠에서 깨기 전에 고기를 가져다 놓는 신비한 배달부. 그와 쿡 간의 상호 신뢰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노란 박스가.
텅 비어있는 것이었다.
“재료가 없어어어어어!!!!!!”
세상의 모든 푸근함을 다 담은듯한 남자의 얼굴이 끔찍하게 일그러지며, 거친 재료도, 가게를 털러 온 못된 손님도 무리없이 때려잡던 굵은 팔뚝에 힘줄이 솟아올랐다.
“개 같은 배달부 놈들이 내 고기를 훔쳐갔구나아아아!!! 늘 그랬어!!! 모두가 내 가게를 시기하고 질투해! 재개발 지역이라며 가게를 부수던 모옷된 놈들도! 내 피자가 마,맛이 없다는 유언비어를 퍼트리던 그 빌어먹을 짐승들도오오!!!! 내게서 피자를 빼앗아가려해에에에!!!!”
콰앙! 콰앙! 콰앙! 콰앙!
셰프의 두꺼운 손이 매대를 내리칠 때마다 카운터가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렸다.
눈에 핏발이 선 쿡은 그대로 밀대와 특별히 손수 만든 대형 식칼을 손에 잡고, 가게 밖으로 나섰다.
“피자를…. 피자를 만들어야 해…. 새하아아아아아얀 피자…. 괜찮아…. 피자를 만들며어언!”
콰득!
“….다 괜찮아질 거야. 셰프는 쿡이야. 착한 가게야. 피자는 주인이야.”
딸그랑!
가게 문이 열리고, 털이 수북한 그의 팔에 찬바람이 닿았다.
[Open]달칵-
[Closed]또로록.
영업시간에 가게 문을 닫는 아쉬움에 그의 충혈된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떨어졌다.
쿡은, 오랜만에 신선한 고기를 찾아 가게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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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지직-
[생존자 여러분. 희망을 잃-치직! 마십시오. 우리는 회복할 수 있습니다. 즐거운 크리스마스입니다. 서로 사랑을 나누십시오. 용—를 잃지 마십시오. 우리는 살아남았습니다. 메리- 크리스마스.]소복이 내리는 눈.
도시 곳곳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나오는 젊은 남자의 목소리와, 한번 풀었다 감은 테이프에서 흘러나오는 듯 살짝 늘어진 크리스마스 캐럴.
가게를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쿡의 지끈거리던 머리는 조금씩 나아졌다.
“차라리 잘 됐어. 이런 힘든 시기에 찾아주시는 손님들을 위해서 트으윽-별한 피자를 대접하는 것도 좋겠지. 식당은 가끔 이런 이벤트를 해야 잘 돌아가는 법이잖아? 피자를 처음 배울 때도 ‘재료를 선별하는 것부터가 요리의 시작이다’ 라고 했어. 그래…. 나는 지금 피자를 만들고 있는 거야. 신선한 재료를, 재료를….”
“그어어어어어!!”
콰직!
“끄으으으, 아아, 으-”
서걱!
쿡은 일류 요리사답게 재료를 어디서 구해야 하는지도 잘 알고 있었다.
도심지역은 안 된다.
유난히 고기와 손님 앞에만 서면 흐릿해지는 눈 덕분에 자칫 손님을 고기로 착각하고 썰어버릴 수도 있었으니까. 물론 친절한 손님들은 그를 위해 가게 쿠폰을 항상 가지고 다니며 먼저 보여주곤 했지만, 그래도 만에 하나라는 게 있는 법이다. 좋은 요식업자는 단 한 톨의 얼룩이 식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너무 외곽도 안된다.
원래도 그랬지만, 요즘 들어 들짐승이 무시무시하게 불어났다. 항상 그렇듯 정부와 경찰은 그와 같은 작은 피자가게를 운영하는 소상공인을 보호하지 않았고, 자영업자로서 강해지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한 그였지만 외곽의 화약 냄새 풍기는 곳에서 고기를 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바로 그 사이에 위치한 중심지대.
생존자들 사이에서 ‘우범지역’이라 불리는 이곳은 너무나도 많아진 피난민에 관리 인력이 부족해진 돔이 어쩔 수 없이 방치한 지역으로, 따로 소속된 집단이 없거나 생존력이 약해 좋은 자리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었다.
물론 광인인 쿡이 그런 것을 알 리는 없었다. 그저 안정된 47구역 안에서 새로운 사망자, 신선한 2형 변종이 많이 나오는 곳으로 알고 있을 뿐.
그곳 사람들은 커뮤니티 거래소에서 47구역 생존 필수 품목으로 팔리는 [셰프 쿡의 피자가게 쿠폰(진품 : 모조품 구매시 걸리면 너 피자) – 2300sil] 조차 구매할 수 없는 가난한 사람들이었기에, 셰프의 대형 식칼이 바닥에 끌리는 소리가 들리면 쥐죽은 듯 숨기 바빴다.
그그극, 그그그그-
그렇게 커다란 칼을 든 뚱뚱한 남자가 눈보라 속을 헤매며 크리스마스 피자용 ‘특별한’ 재료를 찾기 시작한 지 두 시간.
어느새 그의 가슴속으로 스멀스멀 자라나는 조급증에 ‘손님이라도 한 명쯤은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그를 괴롭힐 무렵.
킁킁.
‘피 냄새!’
매일 신선한 재료를 감별하며 훈련된 그의 예민한 코에 피 냄새가 잡혔다.
“신선한 재료! 신선한 고기!”
콰앙!
흐릿한 시야 속에서 닥치는 대로 잔해와 슬레이트 더미를 박살내며 피 냄새가 가리키는 곳으로 향하는 쿡.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눈에 피 냄새의 진원지가 들어왔다.
“오오오오….”
있다. 그가 그토록 찾던 특별한 재료가 있었다.
“….! …… …..!!!”
말을 못 하는지, 여섯 명 정도 되는 몽둥이를 든 사내들 사이에 머리채를 붙잡혀 바둥거리는 말라깽이 소녀.
새하얀 머리칼에 새빨간 눈, 넝마 사이로 드러난 탈색된듯한 피부. 누가 봐도 백색증 또는 알비노라 불리는 유전질환이 있는 소녀였지만, 셰프의 눈에는 전혀 다르게 보였다.
“토끼다. 토끼. 근 몇 년 동안 토끼는 한 마리도 못 봤는데.”
저 하얀 몸에 빨간 눈, 들개에게 공격당해도 입만 뻐끔거리고 말은 못 하는 것을 보니 토끼가 확실했다. 토끼는 죽을 때만 운다고 하니까.
희귀하고 귀한 재료. 그러고 보니 가게를 찾아온 손님들이 하는 말에서 랭커가 어쩌고, 토끼가 어쩌고 하는 소리를 몇 번 들었던 기억이 떠오르며, 쿡의 눈동자에 흥분이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완벽해. 완벽해에에!!! Perfetto!!! molto Perfetto!!!
아침 장사시간을 모두 버려가며 가게 밖을 헤맨 끝에 찾아낸 희귀한 식재료. 심지어 손님들이 몇 번이나 언급한, 요청이 들어온 메뉴.
그야말로 완벽한 재료였던 것이다.
“뭐, 뭐야!”
“저 앞치마…. 47의 피자 사이코? 저 새끼 길만 다니는 거 아니었어? 왜 여기까지 기어들어 온 거야!”
그그극.
셰프는 그의 식칼을 들었다. 들개가 토끼를 사냥하고 있었구나. 절대 안 되지. 들개에게 물린 고기를 먹었다간 이상한 기생충이나 광견병이 옮을 수도 있으니, 신속하게 처리하는 게 요리사다운 자세였다.
“제기랄! 이런 농담 같은 일이…. 47구역 넘어오자마자 말로만 듣던 ‘재료 사냥’에 당하는 거냐고!”
“쫄지마! 겨우 하나에 총도 없어! 저 알비노 년 시체가 얼마에 팔리는 줄 알아? 저 사이코 돼지 새끼는 잡아서 구워 먹고, 저 알비노 계집은 잘 얼려서 암시장에 팔면 우리도 중견 스캐빈저까지는 순식간이라고! 지금같이 혼란한 시기야말로 우리 같은 놈들에겐 기회-”
콰득!
리더로 보이는 사내가 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쿡이 던진 식칼이 그의 머리를 반으로 갈라버렸다.
“후욱, 싸구려 고기는…. 취급 안 합니다….! 셰프 쿡의 피자 가게느으으은!!!!! 시이이이인선하고! 엄서어어언된 재료마아아안!!!!!”
“으, 으아아아악!”
“오, 오지 마. 오지 마 미친놈아!!!”
서걱!
타앙! 탕! 타앙!
거구의 남자가 밀대를 휘두르며 달려들고, 우범지역의 무너진 건물 안에 사제 권총의 매캐한 화약 냄새가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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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뚝, 절뚝-
딸그랑!
어느새 어둑해진 거리와, 처량하게 울리는 벨소리.
셰프는 슬펐다. 그의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들개가 불을 뿜고 이빨을 날리다니. 또 아무리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해도, 1류 요리사가 재료를 다루다 다치다니. 머릿속에 ‘총’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지만, 지끈거리는 두통과 함께 스르륵 사라져버렸다.
한 손에는 밀대와 피투성이 식칼을. 다른 손에는 덜덜 떨고 있는 알비노 소녀를 들고 온 그는 가게 입구에서 머뭇거리다, 끝내 [Closed] 라고 적힌 팻말을 돌려놓지 못하고 안으로 들어왔다.
틱.
“음?”
틱틱.
“정전인가?”
하필. 오늘 같은 날 정전까지 겹치다니.
제 몸처럼 익숙한 가게라 딱히 불편할 것은 없지만, 그래도 불쾌한 것은 불쾌한 것이다.
끼릭끼릭끼릭-
화르륵!
대충 들개에게 물린 팔과 다리를 처리한 쿡은 수동 펌프로 물을 받고, 화덕에 불을 올려 물을 끓였다.
생각해보니 귀한 재료를 바로 써버리는 것은 멍청한 생각 같아서였다.
병들지 않게 잘 씻기고, 잘 먹이고, 곱게 키워서 최고의 손님을 만났을 때. 그때 최고의 피자로 만드는 게 좋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 …? ….!! ….???”
그래서 따듯한 물에 깨끗이 씻기고, 여분의 앞치마로 몸을 둘둘 감아 체온이 식지 않도록 잘 감싸주었다.
찌이잉-
“으음, 으으으….”
문득, 머리가 지끈거렸다. 이상하다. 내 무릎까지 오던 커다란 토끼는 어디 가고. 깡마른 어린애가 여기 있지?
머리가 이상해지고 있었다. 아, 오늘은 피자를 한판도 안 만들었구나.
쿡은 소녀인지 토끼인지 모를 것을 내팽개쳐두고 황급히 도우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쿵! 쿵!
나무로 된 식탁에 밀가루 반죽을 내려치고, 펴고,
와장창!
주변을 더듬어 잡히는 재료를 모두 그 위에 쏟아부었다. 마음이 급해서 손이 덜덜 떨리고, 떨리는 손이 만든 피자는 이상할 게 뻔하다는 생각에 더 불안해지고.
불도 나간 데다 마음도 급해서 뭐가 뭔지 분간할 수가 없는 상황.
어쩌면.
피자를 만들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는 점점 미쳐가고 있었다.
‘나는 요리사야. 나는 살인자가 아니야. 요리사야. 요리사로 남을 수 있어!!!! 셰프 쿡의 피자가게는 정상 영업을 하게 될 거야! 언제까지고! 반드시!!!’
끝없이 중얼거렸지만 그는 알 수 있었다. 눈앞에 반죽과 토핑 뭉치는 끔찍하게 맛없는 피자로 완성될 것이라고.
덜덜, 덜덜덜덜.
떨리는 손으로 아무리 더듬어봐도 토마토소스를 찾을 수 없어 절망하던 그때.
화륵.
그의 테이블 옆에, 작은 불빛이 어렸다.
“….토끼야?”
아직 젖은 머리칼에서는 물이 뚝뚝 흐르고, 그 몸보다 세배는 더 큰 앞치마를 토가처럼 몸에 둘둘 두른 새빨간 눈의 소녀가 어느새 화덕에 들어있던 장작 하나를 집게로 집어서 그의 옆으로 들고 온 것이다. 허둥지둥 테이블을 더듬거리는 그를 위해서.
이제 잘 보였다. 피자가 보인다. 엉망진창으로 뭉치고 흩뿌려진 토핑과, 저 구석에 밀려 엎어진 토마토 소스가.
멍해진 머리와, 흐릿했다가 선명했다가를 반복하는 시야 속에서.
꼬르르륵-
쿡의 귀를 번쩍 뜨이게 하는 소리가 있었다.
가게를 울리는 꼬르륵 소리와, 얼굴을 확 붉히는 빨간 눈의 소녀.
쿡은 그 소리를 듣자 그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알았다.
작은 장작의 조명 아래에서, 엎어진 토마토소스의 윗부분을 떠내 얇게 펴 바른다.
손수 만든 치즈를 그 위에 조심스럽게 뿌린 다음.
아마도 그의 인생에 가장 맛없게 만들어졌을 피자를, 조심스럽게 화덕에 밀어 넣었다.
타닥. 타닥.
쿡도, 소녀도 말없이 화덕만 바라보며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화덕에서 피자가 나오는 순간.
화아악!
그 따듯한 열기와 갓 구운 빵과 치즈의 아름다운 냄새 속에서, 하얗고 작은 소녀의 입가에 행복한 미소가 맺히는 순간. 주방의 나무 상자를 끌어와, 그 위에 앉아서 뜨거운 피자를 후후 불어가며 허겁지겁 먹는 소녀를 내려다보는 쿡의 가슴 속에는,
더는 뭔가 썰고 잡아 뜯고 싶다는 검은 욕망이 남아있지 않았다. 순수하게 자신이 만든 피자를 맛있게 먹어주는 소녀에 대한 감사만 남아있을 뿐.
“아니지. 생각해보니 이번 피자는…. 혼자 만든 게 아니구나.”
털썩.
은은하게 불이 타오르는 화덕 앞에 아무렇게나 주저앉은 쿡은 소녀와 그가 만든 피자를 크게 한입 베어 물었다.
바질은 너무 들어갔고, 토마토 소스가 토핑 위에 있어서 약간 탄 맛이 났으며, 치즈는 뭉친 데다 익지도 않은 양파가 매웠지만. 매워서 눈물이 날 정도였지만.
뚝. 뚝.
“….? ….! …!! ….!”
그래도 피자였다. 이상하게, 눈물이 나오는 맛의.
갑자기 우는 그를 보며 소녀는 어쩔 줄 몰라하다가, 먹고 있던 피자까지 내려놓으며 남은 피자를 그에게 다 내밀었다. 아까워서 그러는 줄 알았던 모양.
“….토끼야. 피자 좋아하니?”
“….?! …! …!!!”
끄덕끄덕끄덕끄덕끄덕끄덕끄덕끄덕!!!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복슬한 머리카락에 쿡은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나는 물론 일류 셰프지만…. 조금, 여러 가지로 문제가 있단다. 그래도, 나한테 한번 배워보겠니?”
“……”
왈칵!
이번에는 소녀의 눈에 눈물이 가득 맺혔다.
치직- 치지직-
[생존자 여러분. 희망을 잃지 마십시오. 여러분은 살아남았습니다. 즐거운 크리스마스입니다. 가족과 행복한 한때를 보내십시오. 메리- 크리스마스.]초록색 타일과 귀여운 유화가 가득 그려진 가게 너머로,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늘어진 캐럴이 자그마한 소리로 흘러들어왔다.
“마르게리따. 이름은 마르게리따가 좋겠어. 너는…. 이제 내 도제란다.”
여전히 혼란스럽고, 고장 난 머리는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 없어 어지러웠지만.
그래도 이젠 선명하게 보인다. 복슬복슬한 하얀 머리칼에, 눈처럼 흰 피부와 새빨간 눈으로 한입 가득 피자를 베어 물고 있는 어린 소녀가.
흐릿한 그의 눈에 선명하게만 보이던 도우와 토마토, 화덕처럼. 그 소녀도 너무나도 선명하게 보였다.
“메리 크리스마스, 마르게리따.”
“…..! …..!! ……!!!!”
한 명은 생에 최고로 맛있는 피자를. 한 명은 그 인생에 다시 없을 맛없는, 하지만 기묘한 맛의 피자를.
크리스마스에 만난 광인과 소녀는 그렇게 화덕의 온기를 받으며 따듯하고 즐거운 저녁을 보냈다.
셰프 쿡의 피자가게는 그날부터 새하얀 머리칼에 빨간 눈을 가진 소녀를 종업원으로 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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