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end of the world, Cry Clear RAW novel - Chapter 212
Chapter. 11. 마법사들의 마법사(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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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안 강을 타고 폭풍의 언덕이 있는 제국 남서부로 가는 길은 그야말로 평화 그 자체였다.
꽈드드득!
“케에에에에엑!!!!”
촤아악! 푸화아악!
“께르륵! 께륵! 그브으으그르륵!”
“아오오! 이 깨구락지 새끼들은 뇌가 없답니까? 강물에 비린내가 날 정도로 줘팼는데 왜 아직도 덤비는 거야?”
“개인적인 탐구결과에 의하면 몬스터 ‘매로그’의 경우 아인종으로 인정될 만큼의 지식수준을 갖추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러니 방금 당신의 말은 지식적인 관념에서 합리적인-”
“이드라실! 뒤! 뒤뒤뒤뒤!!!!”
피슉!
“겍! 게그르르르….”
어…. 어디까지나 ‘지금까지의 여정’과 비교하면 평화롭다는 뜻이다.
매로그. 다나가 보내준 정보에 의하면 지금 우리 일행이 있는 라이안 강 지류에서 가장 큰 수적이며, 집단 생활을 하는 두 발로 걷는 근육질 개구리 같은 놈들이라고 했다.
난 당연히 수적, 그러니까 물 강도 새끼들이라길래 나름의 지휘체계는 갖춘 지성체 집단인 줄 알았지.
그리고 내가 누구인가. 무려 수십 년 간의 이종족 차별의 역사를 타파하겠다고 광명 교단에서 ‘공식적’으로 파견한 용사님이 아닌가!
놈들의 영역 표시라는 어피(魚皮)로 만든 천막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을 때, 그간 무수히 활약해온 내 세 치 혀와 이젠 진짜 웬만한 놈들한테는 죽지도 않는 몸뚱어리 하나 믿고 그놈들 소굴에 뛰어들었다. 이젠 자신감이 좀 붙기도 했으니까, 어쩌면 이 친구들도 사람이랑 좀 친하게 지낼 수 있지 않을까, 하던 생각이었던 것이다.
내가 잘못 생각했던 것이지만. 일단 그놈들은 공용어를 쓸 줄 몰랐고, 집단이라는 지성체가 아니라 그냥 더럽게 큰 무리를 이룬 짐승에 가까웠으며, 공격성이 뮤트 뺨치는 짐승 놈들이었다.
가까이서 본 그 어피 천막의 뼈대가 익숙한 인간의 대퇴골인 것을 봤을 때부터 뭐. 내 생각이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그래서 거기 있던 놈들 죄다 때려잡고 강물에 그놈들 더러운 체액을 씻어냈더니, 그 냄새를 맡고 또 어디서 우르르 몰려오고. 그놈들을 잡으면 또 그 시체에서 나온 체액 때문에 또 몰려오고.
가시 박힌 곤봉이나 독 묻은 창을 던지는 정도로는 수계 마법사2 + 물의 중급정령 쓰는 엘프가 포함된 우리 일행의 배에 티끌만큼의 피해도 주지 못했지만.
“후우우우. 다 잡았나?”
“그런…. 것 같네요.”
매일 아침 점심 저녁으로 사람 몸통만 한 개구리를 수백 마리씩 때려잡고, 그 체액과 시체가 끈적하게 수면을 뒤덮은 장면은 썩 보기 좋은 장면은 아니었다. 다나가 가져다준 요리법대로 어떻게든 식도락 여행을 하려했던 내 식욕마저 뚝 떨어질 정도로.
결국 마음의 여유를 갖고 즐기기로 다짐한 시작과 달리, 오트만과 나, 이드라실이 마법과 정령술로 미친 듯이 배를 밀어내 강을 돌파한 덕에 변경백 영지를 떠난 지 3일 만에 암석지대 초입에 도착할 수 있었다. 덕분에 안 그래도 지쳐있던 일행은 아주 녹초가 되었으며, 그 원성이 나한테 마구 쏟아졌다. 특히, 배를 빌린 당사자인 루실라는 더.
“으아아…. 이거 배 반납해야 하는데, 이렇게 매로그 체액이 범벅이 되어서는….”
“내가 씻어줄게. 물 끌어와서 쓱쓱 문대면 금방 깨끗해질 거야.”
“깨끗해지기는! 용사님이 그거 몇 마리 잡았다고 라이안 강 하류부터 상류까지 매로그란 매로그는 죄다 찾아온 거 못 봤어요! 저거 체액 묻은 배는 매로그 끌어모으는 쓰레기가 된단 말이에요! 그러게 내가 가지 말라니까!”
“허, 허허허허…. 본인은 광명의 용사로서 빛을 전파하고자 하는 순수한 뜻에서….”
“에라이 인간아!”
까앙!
배에서 짐을 내리고, 전보다 훨씬 튼튼하고 커진 수레에 다시 자리 잡은 루실라가 던져대는 물건을 몸으로 받아내며 여로에 올랐다.
오늘은 인근 마을에서 하루를 묵고, 내일 본격적으로 그 바람 마법사의 소굴에 쳐들어가 볼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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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드 헤일렌.
마을치고는 제법 규모가 있지만, 그렇다고 도시라고 하기엔 규모가 좀 부족한 중형 마을.
이 마을에 대한 첫인상은 뭔가 묘하게 달관한 사람들이 사는 곳 같다는 느낌이었다.
마을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워낙 유별난 일행 때문에 우리가 수상한 사람이 아니고, 교단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잠시 지나가는 길이니 두려워할 일이 없다- 는 종류의 설명을 입에 담아두고 있었는데….
시장에서 물건을 파는 상인도.
동네에서 돼지 오줌보를 차고 노는 아이들도.
물동이 같은 것을 이고 다니는 아낙도.
하나같이 웃는 낯으로 친절하게 인사하고 지나갈 뿐, 이 기묘한 일행을 특별히 여기는 분위기는 하나도 없었다.
심지어 다나의 정보를 따라 나름 괜찮은 여관이라고 해서 찾아간 곳은 그런 분위기에 한술 더 뜨고 있었다.
“허허허허. 어서오십쇼! 윈드 홀 여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일행은…. 총 일곱 분이시군요. 트롤에 엘프, 늑대인간이라…. 복장으로 보아 뒤에 계신 두 분은 마법사신가요? 혹시 따로 원하시는 종류의 방이 있으십니까? 특별히 저희 여관은 지하에도 방을 세 개 마련해뒀고, 2층은 통째로 개방해 뒀으며 저 난로 바로 뒤 벽을 터놓은 방도 있습니다. 원하시는 방을 얘기만 해주시면 뭐든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어…. 딱히 우리한테 필요한 시설은-”
“오. 역시 마탑 비슷한 시설 근처라 그런지 준비가 잘 되어있군그래. 그럼 일반 방 두 개에 관개(灌漑) 시설이 노출된 방 두 개, 트롤을 위한 큰 방 하나, 그리고 또…. 알드리치. 자네는 뭐 따로 필요한 방이 있나?”
“어, 으음. 글쎄. 흑마법사는 좋은 여관을 이용할 기회가 많지 않아서 잘…. 좀 어두웠으면 좋겠는데. 아예 조명이 안 들 정도로.”
“넵! 3층 끝자락에 창문이 없는 방으로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그렇다는군. 그럼 그쪽으로 준비해주고. 혹시 엘프를 위한 방은 없나?”
“크흠. 저희도 거기까지는….”
“알겠네. 그럼 일반 방 셋으로 하지.”
수상할 정도로 우리 유별난 일행을 아무렇지도 않게 대하고, 그걸 넘어서 맞춤형 시설까지 준비해놓은 여관.
그리고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이용하는 오트만.
루실라와 보르카가 창고에 짐을 보관하러 간 사이, 교수는 재빨리 오트만을 붙잡고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캐물었다.
“이, 이거 뭡니까? 저 사람들 설마 우리가 여기 올 줄 알고 준비하고 있던 거에요?”
“음? 그럴 리가 있나? 우리가 시그필룬드 시에서 얼마나 빨리 여기까지 왔는데. 이런 마을 여관에서 그렇게 해야 할 필요도 없고.”
“그럼…. 이 수상쩍은 시설은 다 뭡니까?”
“뭐긴. 마법사가 득실거리는 마을이 다 이렇지 뭐.”
이어지는 오트만의 설명을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그러니까, 폭풍의 언덕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인 이곳은 ‘그’ 미치광이 바람 마법사들과 소통하는데 숙련된, 일종의 ‘마법사 응대의 프로’ 나 다름없는 시민들이며, 그런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여러 가지로 생활 양식이 변했다는 것이다.
“이 정도는 아니지만 토브룬에도 비슷한 시설이 많았지. 생각해보게. 토브룬의 리드 플로우 마탑에도 매일같이 신선한 생선과 수초를 공급하는 사람들이 있었을 것 아닌가? 그것처럼 비슷하게 마법사를 위한 시설이 여럿 있었지. 강물을 끌어와 그 위에 지어진 여관이라든가 하는 것처럼. 이곳도 비슷한 시설일 뿐이라네.”
“이럴 수가. 나도 각지의 마탑 근처에 마법사 맞춤형 시설이 있다는 얘기는 들었네만…. 이 정도라니. 새삼 흑마법사로서의 서러움이 몰려오는군그래.”
알드리치는 일행이 테이블에 자리 잡자 주문하기도 전에 차려진 음식을 보며 고개를 내저었다.
여관 주인이 어두운 곳을 선호하는 알드리치의 성향을 토대로 창의력을 발휘했는지, 그의 앞에는 응달에서 자란 식재료로만 만들어진 버섯과 고사리, 땅굴 토끼 등으로 만들어진 먹음직스러운 식사가 한상 차려져 있었다. 마법적으로 몸에 맞고 안 맞고를 떠나서 이만큼의 정성스러운 서비스를 받아본 적이 없는 흑마법사는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나머지 일행의 식사도 마찬가지. 이드라실에게는 신선한 과채류가 주를 이룬 그릇이, 보르카와 노툼 앞에는 블루 레어에 가깝게 겉만 익힌 피가 뚝뚝 떨어지는 스테이크가 주어졌으며, 오트만과 교수에게는 당연히 날생선이 중심이 된 메뉴가 제공되었다.
애초에 마법사도 아닌 주인이 일행의 특징만 보고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하는지 단번에 알아챘다는 점에서 이 여관이 얼마나 저 괴팍한 바람 마법사들에게 시달려왔고, 또 그 사이에서 살아남았는지를 대변해주고 있었다.
벌컥!
“용사니이이임!!! 이 정신 나간 여관이 창고 대여비랑 숙박비를 기존에 다섯 배를 불렀어요! 다섯 배를! 아무리 근처에 다른 마을이 없다고 해도 이건 너무한 폭리가-”
“다섯 배라니. 양심적이기까지.”
“열 배. 스무 배를 불러도 줘버리거라. 이 집은…. 참으로 그럴 가치가 있구나. 나갈 때 문지방에 사령축문이라도 새겨줘야겠어. 음.”
“그워억. 물고기 질렸다. 생고기 좋다. 노력에 대가 따른다. 이치에 맞는 장사꾼. 드물다. 그웍.”
“에? 어???”
영문을 모르는 ‘일반 사람’ 루실라가 당황하는 사이, 저마다 특색 때문에 어디를 가나 여러모로 불편을 겪었던 일행은 오랜만에 각자에게 맞는 서비스를 즐기며 이곳 윈드홀 여관을 칭찬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물론, 그런 그들을 보는 여관 주인의 표정은 한 치의 변화도 없이 푸근한 미소를 유지할 뿐이었지만.
마치 일말의 방심도 하지 않겠다는 듯, 필사적으로 서비스를 유지하는 모습이었다.
마법사를 위해 만들어지고, 마법사와 관계하며 살아가는 마을의 하루는 그렇게 저물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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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으으으-음 츠아아아!!!”
여느 때와 같은 새벽 여섯 시. 정말 오랜만에 푹 쉬었다는 느낌으로 잠을 깬 교수는 일어나자마자 발아래 흐르는 물에 몸을 담갔다.
첨벙!
“으어어어어…. 죽인다. 누가 수맥이 흐르면 안 좋다고 했냐? 난 죽어서 묻히면 수맥이 제일 많이 흐르는 땅 위에 묻어달라고 할 거야!”
관개 시설이 지나는 방이라길래 물이 좀 잘 나오는 방인가 했더니, 아예 방안에 침대랑 작은 테이블 빼고 나머지 부분은 바닥을 전부 들어낸 방이었다. 상류에서부터 연결된 대형 토관이 여관 아래로 이어지며 말 그대로 강물 바로 옆에서 자는 느낌을 제공하는 수계마법사를 위한 맞춤형 숙소.
달칵!
창문을 여니 차가운 겨울바람이 몰려들었지만, 그마저도 상쾌했다.
솨아아-
아침 공기 시원하고.
촐촐촐촐-
발 아래 작은 냇물 흐르는 소리 너무 좋고.
파라락! 팍! 파라라락!
겨울 하늘에 눈처럼 흩날리는 종잇조각 또한 참으로…. 참으로….
“엥?”
뭔데 저건. 종이?
헛것을 봤나, 싶어서 세수하고 다시 봤는데.
파라라락!
휘릭! 휘리릭!
팔락 팔락!
제대로 본 게 맞았다. 하늘에 온갖 종류의 종이가 바람을 타고 날아다니며 한 방향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작은 것은 꼬깃꼬깃하게 접힌 종잇조각부터. 큰 것은 돌돌 말려 빨간 리본에 인장 봉인까지 된 고급스러운 편지까지. 온갖 종류의 편지들이 하늘을 유영하며 이른 새벽을 소란스럽게 하고 있었다.
팔락- 팔락팔락-
마침 작은 편지 한 장이 나비처럼 날아다니며 내 앞을 지나고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그 편지를 향해 손을 뻗었는데….
“허어어억!”
투다다다다닥!
“그, 그 손 당장 멈추시오!!!!!!”
“우왁! 뭐, 뭐여 미친! 우아아악!”
챙그랑!!
쿠당탕탕!
막 종이를 손에 잡으려던 순간 미친 듯이 뛰어와 창문 너머로 온몸을 날린 여관 주인 때문에 놓치고 말았다.
“허억, 허억, 허억,”
“뭐, 뭡니까? 주인-”
“그건 내가 할 말입니다! 미쳤소? 아주 나 망하게 하려고 작정한거냔 말이오!!!”
어제 만났을 때부터 시종일관 푸근한 미소를 짓고 있던 여관 주인은 어디 갔는지, 공포에 질린 눈으로 식은땀을 줄줄 흘리고 있는 대머리 사내가 내 멱살을 잡고 흔들고 있었다.
“이게 대관절 뭐하자는 짓이란 말입니까! ‘펠릭스의 선물’에 손을 대려 하다니! 홈 펠릭스에서 마법사들이 내려오는 꼴을 보고 싶어서 환장한거요?”
“아니, 나는 그냥 저게 뭔가 싶어서….”
“설마 여기까지 와놓고 8위계 풍계 마법사 펠릭스 드릭시엘과 그의 유산에 대해 모르고 왔단 말이오?”
“어…. 그게….”
자료에 있긴 했는데…. ‘신빙성 없음’, ‘소문으로만 구성된 정보’. 정보 제공처 [색천마의 풍류기행] 이라고 빨간 딱지가 대문짝만하게 붙어있길래 이따 보려고 넘겼지. 워낙 정신없이 여기까지 오기도 했고, 다른 확인할 정보도 많았고. 당장 누가 봐도 ‘야스 중독자 할아버지의 풍류 기행’보다는 현시점 3월드 제국의 후계 구도 같은 정보가 훨씬 중요할 것 같잖아? 봐야 할 정도가 한두 개가 아니었다고.
내가 변명하듯 말하자, 여관 주인의 눈에는 공포를 넘어서 경멸까지 깃들었다.
“이런 무모하기 짝이 없는 사람들을 보았나…. 그럼 도대체 여기까진 뭐하러 온 거요?”
“어…. 저기 폭풍의 언덕에 있다는 ‘펠릭스 홈’에 방문하려고 왔는데요. 그 사람들 찾아갈 일이 있어서.”
쿠당탕!
“나, 나가! 꺼져라 이 역귀들아! 내가, 내가 어떻게 지금까지 이끌어온 여관인데! 그 마법사들 사이에서 어떻게 유지한 우리 가문의 여관인데!!!! 이대로 망할 수는 없어. 절대, 절대 안 된다! 나가! 당장 나가아아아!!!!”
조금 안정을 되찾나 싶었던 여관 주인이 한 번 더 넘어지는 소리와 함께, 끝내 그의 인내심도 바닥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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