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end of the world, Cry Clear RAW novel - Chapter 215
Chapter. 12. 레터스 투 윈드메이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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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일행은 그 기묘한 의식과도 같은 마법이 끝난 다음에야 발을 뗄 수 있었다. 처음에는 그 엄청난 규모의 장관에 압도되어서, 어느 정도 익숙해진 다음에는 ‘저 정도 규모의 마법 시전 중에 우리 같은 이물질이 끼어들었다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마법사들의 진노를 살 수도 있다-’ 는 오트만의 의견 때문이었다.
그렇게 편지와 함께 주변의 모든 바람을 빨아들였는지, 어느새 잠잠해진 폭풍의 언덕.
“드디어…. 그 유명한 펠릭스 홈을 방문하게 되는군.”
제국 출신인 알드리치의 짤막한 감상을 끝으로, 일행은 그 기묘한 건물을 향해 접근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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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일행의 바람마법사에 대한 호감도는 대단히 높은 수치였다.
당장 보르카만 해도 ‘저들에게도 꼭 감사를 전하고 싶소!’ 같은 말을 하고 있으며, 다른 일행도 선대의 유지를 받들어 기꺼이 우편 업무를 수행 중인 이 기묘한 마법사들에게 상당한 호감을 품게 되었던 것이다. 방금 봤던 아름다운 마법의 향연도 한몫했고.
“대장. 꼭 이렇게 숨어 들어가야 할 필요가 있겠소? 적어도 다른 마탑의 마법사들과는 달리 ‘일’이라는 것을 하는 걸 보면 오히려 상식이 통하는 사람들인 것 같은데.”
“쓰으읍! 닥치고 조용히 따라와. 지금까지 내가 만난 마법사 중 가장 정상에 가까운 사람이 오트만님인데, 당장 그분의 로브 안자락에 주렁주렁 매달린 것만 봐도 경각심이 들지 않냐?”
“으으음. 하긴. 오트만 같이 귀족적인 마법사가 그런….”
“그, 그 얘기가 지금 왜 나오나!”
오트만은 포복하느라 벌려진 로브 자락 안을 황급히 감추며 역정을 냈지만, 늑대인간과 뮤트인간의 청력을 속이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꼴랑, 꿀렁!
저거, 저번에 알드리치가 엘프 마을에서 만들어줬던 그 진정제다. 놀랍게도 오트만은 추방된 엘프 마을에서 여기까지 오는 동안,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저걸 한 병씩 마셨더란다. 항상 이드라실 곁을 맴도는 물 정령의 유혹을 이겨내기 위해서.
저 신사적이고 지적이며 인자한 오트만조차 ‘마법사다움’을 이겨내기 위해 흑마법사의 독한 약에 의존해야 했다는 말이다.
“음. 내가 경솔했소. 선한 마법사라 하여 미치지 않았다는 보장은 없거늘.”
“이노옴! 교수야! 어찌 마법사에 대해서 그런 바보 같은 오해를 심는 것이냐!”
“달궈진 쇠가 뜨거울 것이라 여겨 손대지 않는 것을 우리는 오해가 아니라 지혜라고 부르지요. 일행의 리더로서 뭐가 위험한지 정도는 가르쳐 줘야 할 것 아닙니까.”
“크흐음!”
오트만의 불편한 헛기침 사이로 일행의 눈에 마법사에 대한 경계가 깃드는 것을 보며, 교수는 재빠르게 약진하여 다음 바위 뒤로 몸을 날렸다.
쪼르르륵- 출렁!
“2리터…. 아니, 1.5리터 정도인가.”
바싹 마른 암석지대에 높은 언덕의 끝자락이라 물을 모으기가 쉽지 않았다. 손안에 모인 물덩이를 잘 조형해 거울처럼 사용한 교수는, 절벽 근처에 둥둥 떠다니며 자고 있는 마법사가 깨지 않기를 빌며 숨죽여 앞으로 기어나갔다.
‘공략집에서는 입구를 통과하지 말고 저런 마법사들을 깨워서 안내를 부탁하라고 했지만, 얽히지 않을 수 있다면 최대한 얽히지 않는 편이 더 안전할 테니까. 특히, 늙은 마법사라면 더.’
적어도, 간결한 공식 공략보다 경험이 묻어나오는 ‘그’의 기행문이 훨씬 진정성 있게 와닿았기 때문이다.
그래, 봤다.
결국 온 동네방네 라이브로 야설 보는걸 공개하는 행위임에도 그 빨간딱지 가득한 [색천마의 풍류기행 – 제국편(검열본)]을 펼쳐 들었다.
뭐, 내일 아침이 되면 또 메시지로 [우와- 남들 다 보는 앞에서 성인문학을 즐기는 박교수다!], [어맛! 그, 그런거 보여주지 마! 변태자식!] 같은 메시지가 한가득 와 있겠지만. 쪽팔린다고 정보를 간과하기엔 그동안 당한 게 너무 많았다.
그렇게 뼈를 깎아내는 심정으로 그 ‘빨간책’을 펼쳐 들었을 때, 교수는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기대 이상이었지.’
다수의 표현과 상당한 양의 묘사를 덜어낸 후에야 가까스로 17세 이용가에 가까워진 그의 기행문은, 놀랍게도 대단히 유익하고 희귀한 정보들로 가득 차 있었으며, 심지어 어느 정도 읽는 즐거움마저 제공했기 때문이다.
‘그쪽’ 즐거움 말고, 진짜 문학적인 즐거움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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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자유롭고, 순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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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박한 언어로 점철되어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잔잔한 어조로 시작되는 그의 기행문은 부드럽고 고풍스러운 언어로 쌓아 올린 좋은 글이었다. 적어도, 초반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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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저 자유라 함은 사람들 사이에서 긍정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기에 십상이다. 허나 사회란 상호 간 약속이라는 법과 구속으로 형성되며, 완전한 자유인이란 신뢰의 범주에서마저 벗어난 탈속적인 존재와 같은 말이니.
그런 의미에서 풍계 마법사들은 진정한 자유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다가오는 충동을 소중히 여기는 말초신경 주의자이며, 순간을 삶에 자신의 모든 것을 실어낼 수 있는 열정적인 사람들이었다.
그렇기에 그들과 몸을 섞기는 쉬웠으나, 마음을 얻어내는 것에는 지난한 어려움이 있었다. 그들의 마음 또한 저 하늘처럼 옅고 넓었기에, 그들의 품에 안기기는 쉬울지언정 그들을 품에 안는 것은 참으로, 참으로, 참으로. 개탄스러울 정도로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고행 끝의 물 한잔이 감로수와 같으며 절벽 위의 꽃이 가장 아름다운 법이 아닌가?
본인은 진정으로 그들을 품에 안기 위해서는 마굴이라 불리는 그들의 안식처, 펠릭스 홈에 들어가 그들과 동고동락해야 함을 깨달았다. 이하는, 그곳에서 만난 수많은 마법사들에 대한 공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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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만 보면 상-당한 내공을 가진 게이머가 만든 공략과 다를 바가 없었다. 이다음부터 온갖 아동 청취 불가 공략집이 나온다는 게 문제지.
대충 그의 화려한 이력을 제외한 내용을 추리자면 다음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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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모든 풍계 마법사는 중증의 조울증 환자다. 펠릭스 홈은 그 증세를 ‘조증’ 상태에서 머물게 하는 시설에 가까우므로, 의외로 그 내부에서는 당신이 큰 소란을 피우지 않는다면 그들의 원한을 살 일이 없다. 소문과 달리 마경 ‘펠릭스 홈’은 생각보다 안전하다는 뜻.
물론, 나는 깊은 관계가 목표였기에 그 아름다운 건물에 내 캐릭터 다섯을 묻어야 했다. 항상 그들의 표정에 주의를 기울일 것. 그들은 감정을 숨기지 않아 표정에 다 드러나는 편이다.
2. 고위 마법사를 노린다면 제자부터. 모든 풍계 마법사는 대마법사 펠릭스 드릭시엘을 그들의 우상으로 삼으며, 그처럼 한 명의 종자를 데리고 다니려 한다. 당연히 마법사 따위에게 기사 작위를 주는 일은 흔치 않으니 제자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어리고 표정이 뚱할수록 좋다.
어릴수록 뇌에 바람이 덜 들어갔으며, 표정이 안 좋다는 것은 그의 스승이 사고를 많이 쳐서 제자가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고 수습은 당연히 사회적 관계를 맺는 일이므로 정상에 가까울 확률이 높다.
물론, 단순히 기분 나빠서 그럴 수도 있으며 그 경우 열 받은 풍계 마법사를 건드린 당신은 죽는다.
3. 음악적 소양.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사실이지만 모든 풍계 마법사는 목관, 금관악기 등 관형 악기의 달인이다. 노래를 잘하거나 잘 다루는 악기가 있다면 제법 대단한 선물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밖에서 노래 못하는 바드는 토마토를 맞지만 여기서 노래 못하는 손님은 윈드커터를 맞는다.
4. ★가장 중요한 것. 이들이 세상을 주요하며 공통적으로 따르는 룰은 오직 이 ‘펠릭스 홈’의 규율밖에 없다. 이곳을 잘 가꿀 것. 우편 및 할당된 업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 그리고,
‘펠릭스 홈을 집으로 여길 것.’
대마법사는 집의 해석에 대해서는 각자의 상상에 맡겼는데, 대부분 평생을 떠돌이로 사는 풍계 마법사에게 있어 집의 존재는 일반 상식보다 조금 더 과장되어 있는 편이다.
예를 들면-
* 집을 깨끗하고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서 내부에 작은 정원을 만들고, 성실히 청소하며, 조망권을 위해 근처 바위산을 모조리 깎는다거나.(5위계 안다렐 카미스 등 14명이 3년에 걸쳐 진행)
* 집이 있으면 이웃이 있어야 한다며 윈드 홀의 주민을 이주시킨다거나.(친절한 이웃일 필요는 없어서 강제로 진행되었다. 촌장이 목숨 걸고 홀로 집을 짓고 살아가는 이들을 예시로 설득하는 데 성공하여 마을 주민들은 3개월 만에 풀려났다.)
* 집에 손님이 찾아오면 응당 대접을 해야 한다며 방문자가 있을 때마다 근처 영주성을 습격해 최고급 차와 과자를 강탈해 온다거나.(6위계 소리바람의 마법사 네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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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등, 집이라는 관념에 얽힌 법칙과 그들의 자유분방한 상상력이 만난 결과물은 당신의 상상을 아득히 능가할 것이므로, 어떻게든 임기응변으로 잘 맞춰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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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음. 다시 봐도 끔찍하군. 기행의 스케일이 달라. 이건 거의 뭐, 기행문(紀行文)이 아니라 기행(奇行 : 기이한 행동)문이라고 봐도 되겠어.’
숫제 그의 여행기라기보다는 저 펠릭스 홈에 들이받은 캐릭터 다섯의 다잉 메시지에 가까운 글귀들.
이것도 덜어낼 부분을 죄다 덜어내서 요약한 거지, 글쓴이가 저 안에서 온갖 마법사들과 부대끼며 겪었던 그들의 기행을 다 모으면 코스믹 호러 한편은 뚝딱 나올 수준이었다.
그런 걸 읽었으니 저 마법사들을 어떻게 잘 설득해서 로드릭의 전장으로 보내겠다는 마음이 뚝 떨어지지 않을 리가 있나. 그냥 최대한 눈에 안 띄게 저 안에 들어가서, 저 우편 마법사들 중 엘프들과 거래할 때 쓰는 열기구 택배를 관리하는 이를 찾은 다음, 태워달라고 해서 당장 여길 떠날 생각이었다.
‘어려울 것 없다. 사실 황무지 사람들치고 정신병력 하나쯤 없는 사람들이 없으니, 거긴 전부 미친놈 뿐이잖아? 난 매일 그런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온 사람이라고. 사람 하나 설득하는 일 정도는 껌이야 껌! 쥐새끼처럼 파고들어서 호다닥 구워삶아서 튄다!’
벡스만큼은 아니어도 나름 전설적인 특수부대로 알려진 14특작대의 소대장을 역임한 사람으로서 은신 잠행에 나름 자신이 있기도 해서 진행한 작전이었는데.
슈르르륵!
“뉘슈?”
“으아아악!”
온몸에 얇게 물을 둘러 기척마저 완전히 차단한 교수의 옆에, 언제 왔는지 머리와 수염이 새하얗게 센 노인이 서 있었다.
후줄근한 녹색 고깔모자에 의류계의 네크로맨시라 봐도 좋을 정도로 기워입은 녹색 로브. 거기에 손에 들고 있는 크고작은 구멍이 난 나무 지팡이까지.
‘거, 걸렸다!’
초장부터 박살난 계획 속에서, 교수는 재빨리 마음을 가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아, 안녕하….십니까?”
“뉘슈?”
“그, 저는 광명 교단에서 온 용사입니다. 외람되지만 바람의 마나를 품은 이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
“누구냐니까?”
지이익.
내 대답을 들은 척도 하지 않는 마법사의 눈매가 살짝 찡그려졌다. 내 간도 한층 더 아래로 쿵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오답이다. 바라는 대답이 아닌가? 아니면 시비 거는 건가? 통행료? 뇌물? 통행증? 도대체 뭐가 불만이라서….’
찌릿!
순간, 교수의 눈에 저 멀리 아치형 문 앞에 앉아있던 노인의 자리가 텅 비어있는 것이 들어왔다. 그 잠깐 사이에 저기서 여기까지 소리 없이 날아왔다는 뜻.
“에잉…. 실없는 녀석들이 집에 찾아와서는…. 남의 사유지에 흙발로 아주….”
지이익-
노인의 주름이 한층 더 깊어졌다. 여기서 더 시간을 끌거나 원하는 대답을 주지 않으면 아웃이라는 뜻. 물론 이제 나름 성장해서 마법사 한 명한테 당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기분이 나빠진 마법사가 난동을 부리면 저 정신병동에 어떤 여파가 미칠지 몰랐다.
그 위기감이 굳어있던 교수의 머리를 마구 회전시켰다.
‘바람 마법사, 그것도 늙을 대로 늙어서 세상의 상식을 한참 잊어버린 존재. 이 사람과 나 사이에 공통적으로 이해할만한 규칙은 펠릭스 드릭시엘이 남긴 룰밖에 없다.’
이 노인의 머릿속에 있는 거라곤 바람에 대한 애정과 불현듯 찾아오는 충동, 그리고 펠릭스 드릭시엘의 룰 뿐일 것이다.
‘아.’
뉘슈. 누구냐고 물었다. 어디서 왔냐, 뭐하러 왔냐, 왜 왔냐 이런 자질구레한 질문이 아니라 그냥 누구냐고.
“교, 교수요.”
“….응? 교오수우?”
교수가 저도 모르게 그의 이름을 대자, 얼굴이 불그락풀그락해지며 금방이라도 사나운 바람을 쏟아낼 듯하던 노인의 얼굴이 순식간에 풀렸다.
‘저, 정답이다!’
간단한 문제였다. 여기 사람들은 작위니, 명성이니 그딴 건 신경도 안 쓰고 사람을 순수하게 사람 대 사람으로만 여기는 사람들이니까.
‘뉘슈?’
그냥 진짜로 너 누구냐고 물어본 거였다. 너 누구길래 우리 집 앞에 서성거리냐고. 안 그래도 수상한 놈이 이름도 모를 교단이니, 임무니 주절거리니 나이 지긋한 노인이 듣기에 성가실 수밖에.
한번 가닥을 잡고 나니 이곳에서 어떤 식으로 행동해야 하는지 감이 왔다.
“마, 만날 사람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집에 있다고 들어서.”
“에…. 누구?”
교수는 재빨리 시스템에서 [색천마의 풍류기행]을 펼쳐 들었다. 가장 낯뜨겁고, 다양한 이들의 이름이 기록된 부분.
“실리아 미스트!”
“에….4개월 13일 전에 편서풍을 타고 나갔어….”
“바네사 기쉬!”
“없어. 그게 누구야?”
“그럼, 안타니아 킬리아!”
“1년 7개월 23일 전에 포도주를 만들러 나갔지.”
“이익,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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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한 일이었다. 이 기행문에 적힌 마법사들은 색천마 그 인간이 총 다섯 개의 캐릭터로 각기 다른 시간대에 방문해서 만난 사람들이니까.
다행히 그의 목록은 몇 장이 넘도록 가득했고, 문지기 노인은 자신의 일을 충실히 하는 데 여념이 없어 끝없이 이어지는 인물 목록을 하나하나 확인해주고 있었다.
“가, 가우만 델허스트!”
31번째. 어느새 목록의 인명부가 다 떨어져가고, 교수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힐 때쯤.
품에서 꺼낸 종이를 뒤지던 주름진 손가락이 한 부분을 짚었다.
“아아아아. 가우만을 찾아온 손님이었구나아? 으으음. 손님이군. 손님이야. 오랜만이군, 손님. 손님….”
혼자 고개를 주억거리며 중얼거리던 노인은, 대뜸 지팡이를 들어 교수의 발등을 각각 세 번씩 두들겼다.
후오옹-
“좋아. 넌 이제 가봐도 좋아. 길이 열렸을 거야.”
“길…. 이라구요?”
“우리집이 워낙 외풍이 세서 말이지. 집안에 들어가면 손님들은 대부분 서 있지 못하고 휘청거려서 이렇게 해줘야 하지. 바닥이 약해서 너처럼 몸이 무거운 녀석들이 집을 상하지 않게 해주기도 하고.”
뭔가 했더니, 일종의 통행 마크 같은 것으로 보였다.
“으으음…. 너는 됐고. 거기, 수그리고 있는 놈들!”
화들짝!
노인은 일행이 숨어있는 아지랑이를 정확히 노려보며 다가가더니….
“환영해. 비부르미 친구들.”
“….어?”
“그거. 물 마법 맞지? 어질어질 일렁일렁하던 물.”
“물보라 장막을 말하는 거라면…. 맞네. 그런데 갑자기 그건 왜….”
오트만의 대답에, 교수에게 꼬장꼬장하게 캐묻던 인상은 어디 갔는지 환하게 웃는 얼굴로 오트만과 일행을 안아주었다.
“나 비바람 좋아해. 집에 비부르미를 기다리는 친구들이 많아. 너무 늦었어 친구. 넌 누구야?”
“어, 어어…. 고, 고맙네. 오트만, 오트만 보들레르라고….”
아직도 얼떨떨한 표정으로 팔짱을 낀 노인의 옆에서 걸어가는 오트만.
손님. 친구.
두 단어의 확연한 온도 차에 교수는 맥이 그만 탁 풀려버렸다.
‘그냥 수계 마법사인 거 보여주기만 해도 되는 거였어?’
“저기…. 문지기님?”
“왜, 손님 교수?”
“저…. 저도 이런 거 할 줄 압니다만.”
퐁!
교수가 손위에 물방울을 띄워 올리자, 그걸 유심히 지켜보던 문지기는 인상이 펴졌다 찡그려졌다를 반복하다 고개를 획 돌렸다.
“그건 처음 봐서 모르겠는걸. ”
“엥?”
“아무튼 마음에 안 들어. 치우고 따라와. 안내해줄게.”
“아니, 뭐 이런….”
교수는 슬슬 이 동네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것 같았다.
룰 안에서 허용이 되면 손님.
마음에 들면 친구.
친구는 아무 때나 집에 놀러올 수도 있으니, 손님보다 친구의 권한이 더 높은 것이다.
결국 빡쎄고 마법사마다 다른 그 ‘집’의 이미지에 맞춰 손님이 되거나.
그게 어려우면 그냥 상대방의 마음에 들어 친구가 되거나.
펠릭스 홈은 저런 바람마법사들의 어지러운 정신세계에 맞춰 살얼음 위를 걷듯 줄을 타야 하는 그런 곳이었다.
매우 넓고 느슨한 경계선으로 둘러싸인 공동체.
교수는 입구에서부터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문지기는 유별나다고 했으니…. 안에 있는 사람들은 좀 다르길 바랄 수밖에.’
어쨌든 통과는 했다는 것과 행동 방향을 찾았다는 것을 위안 삼으며, 교수는 화기애애한 오트만 무리와 문지기의 뒤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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