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end of the world, Cry Clear RAW novel - Chapter 219
Chapter. 12. 레터스 투 윈드메이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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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딱 그런 종류의 퀘스트다.
왜, 그런 거 있잖아. 마을에서 사과 먹고 싶어요, 고양이 잃어버렸어요, 청혼하려는데 은반지가 필요해요~ 이런 자질구레한 퀘스트 주구장창 해서 마을 평판 올리고, 그 평판으로 뭐 큰일을 할 때 지원받는 그런 퀘스트.
그 개노가다 퀘스트에 시간제한을 걸고, 주민 전원에게 마약을 투여해 미친놈을 만든 다음 실패 시 월드 멸망 같은 조건을 부여하면-
지금 우리 일행에게 떨어진 임무 되시겠다.
“그 미친 자들에게 부탁하고, 도움을 받아야 한다니…. 나는 싫네! 그 치들이 도움의 대가로 무엇을 요구할 줄 안단 말인가! 아예 이곳에 강을 만들고 바다를 옮겨달라면? 그거 못하면 또 ‘너, 가짜?’ 같은 소리나 하며 협박을 일삼는 무뢰배들일세! 거래는 상호 신뢰가 가능하며 대화가 통하는 문명인들끼리 하는 행위지, 이 마법 야만인들과는 불가한 행위야!”
“대장에게는 은혜를 갚겠다 했으니…. 개가 되라면 다시 개가 되겠소. 다만, 내 마음이 언제까지 꺾이지 않고 버틸지는 장담 못 하겠군. 매일 이렇게 사는 건 검투사 시절보다 치욕적이오.”
겨우 몇 시간의 만남이었지만 바람 마법사에 대한 증오가 뼈에 새겨진 듯 치를 떠는 둘. 오트만과 보르카 뿐만 아니라 나름 괜찮은 대접을 받은 여자팀 쪽에서도 그들의 호의를 사는 것이 불투명함을 피력했다.
“교수. 혹시 그대가 얘기한 탐색에 이곳 마법사가 몇이나 필요하죠?”
“최대한 많이. 빠를수록 좋으니까.”
“그렇다면…. 상당히 어려운 일이 될 것 같아요. 제가 만나본 마법사는 대단히 친절하고 사교적이었지만, 그만큼 내면의 벽이 굉장히 두터워 보였거든요. 그들에게 힘든 일을 시키기 위해서는 대단한 노력이 필요할 거예요.”
“제 생각도 그래요, 용사님. 저도 상행 다니면서 나름 여러 종류의 사람들을 상대해봤는데, 저런 종류의 사람들은 세상을 자기 시점에서만 보거든요? 일단 뭘 좋아하고 어떻게 맞춰줘야 하는지를 찾는 것부터 쉬운 일이 아닐 거예요. 시간이 문제라서 그들의 도움을 받는 건데 도움을 받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써야 할 수도 있다고요.”
“역시 그렇겠지?”
그냥 힘든 일 수준이면 이것도 감정노동이다, 하는 심정으로 해보겠는데 이건 뭐 다들 입 모아서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하니.
‘이럴 때 대화방 채팅이라도 있었으면 참 편했을 텐데.’
그간 경험으로 보건대 조카스나 노루 같은 골수 인터넷 주민들은 남 선동하고 우르르 몰려다니는데 달인이었다. 별것도 아닌 일 가지고 깩깩거리더니 순식간에 사람 하나 바보 만드는 실력을 보면 이런 풍계 마법사라는 독특한 유형의 사람들도 어떻게 으쌰으쌰해서 몰고 다닐 것 같단 말이지.
‘선동이라…. 언제 한번 비슷한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대화방 악질 3인방과 미쳐 날뛰는 사람들을 같이 생각하니,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사건이 있었다.
그때가…. 언제였더라? 생존 4년 차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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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essor : 마! 사람들 선동 좀 하지마라! 내가 언제 ‘예쁘고 상태 좋은 변종은 살아서 돌아다니게 두는 것이 모두의 정신건강에 좋으며, 결론적으로 우울증 사망자를 줄이는 길이다’ 같은 소리를 지껄였냐고! 그냥 연예인 닮은 2형 변종 봤다고만 했지!] [노루Drug해요 : 몰?] [간장게이바 : 루?] [Jokass : 바보들이 얼씨구나 따라오는걸 어쩌라고. 나도 저렇게 될줄 알았냐? 어떡하긴. 가서 불 꺼 임마.] [professor : 어떻게!] [노루Drug해요 : 어허. 자네, 부탁하는 자세가 글러먹었구만.] [professor : 대자대비 광명정대하신 위대한 인터넷 친구 여러분. 미개하고 저능한 불초 교수가 감히 지혜를 구하옵니다, 씨발년놈들아 사람살려.] [Jokass : 심플 이즈 베스트. 더 큰 떡밥을 던져주셈.] [professor : 더 큰 떡밥? 저것보다 더 무시무시한 논란을 만들라고? 뭐, 47구역에서 제일 높은 건물 위에서 락 페스티벌이라도 열까?] [노루Drug해요 : 오, 굿. R석 다섯 장 주셈.] [Jokass : 그런 거 말고. 옛날에 ‘더 썬’ 같은 타블로이드처럼 하란 말이다. 싸고, 자극적인 이슈로 논란을 덮는거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좋아하는걸 만들긴 어려워도, 전부 싫어하는걸 만드는건 쉽거든. 희희낙락하는 놈들의 머리에 불을 끼얹으라고.] [professor : 오, 좀 있어 보이는데. 구체적으로는?] [Jokass : 47구역 생존자 ‘professor’씨, 사실 3차 세계대전을 매우 적극적으로 지지한다고 공식표명- 같은 식이라던가. 생존자치고 핵이랑 전쟁을 증오하지 않는 놈 없는거 알지? 핵의 ‘ㅎ’자만 들어도 오장육부를 바르르 떠는 생존자들이 이빨을 부득부득 갈면서 커뮤니티에 네놈을 찾아 죽이겠다는 글을 마구 퍼올릴거다.] [간장게이바 : 돔의 최신형 무기와 건축물을 모두 분해해 스크랩으로 만들어 모든 인민에게 공통 분배 해야한다- 도 괜찮겠다. 돔에서 공식 현상수배하면 이상한 뻘글 같은건 금방 사라질 거야.] [노루Drug해요 : Shut up, Fucking Communist Gayshit!] [professor : 다 닥쳐 염병할 쓰레기들아.]=========
‘으으음…. 이놈들은 떠올리기만 하면 나쁜 기억부터 튀어나오는군.’
….뭔가 감이 좀 잡히는 것 같은데.
선동. 선동이라….
확실히 저런 사악, 악독한 방면에서는 조카스 같은 녀석들 말이 옳았다.
간게 녀석이 채팅에 올린 [돔의 최신형 무기와 건축물을 모두 분해해 스크랩으로 만들어 모든 인민에게 공통 분배 해야 한다]를 녀석의 아이디랑 같이 그대로 캡쳐해서 커뮤니티에 올렸더니 내 얘기는 순식간에 쏙 들어갔거든. 간게가 한 2주 정도 대화방에서 사라지긴 했지만, 어쨌든 내 논란은 사그라들었다.
아무튼 요점은 그거였다.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지만, 모두를 열 받게 하는 것은 훨씬 쉽다는 것.
“오.”
나 방금 기가 막힌 생각이 떠올랐어. 뭔가 대단히 나쁜, 어…. 좀 속 시원한 계획이.
“자네, 뭔가 방안이 떠오른 모양이군?”
“아, 티 납니까?”
“내 자네랑 함께한 세월이 그렇게 길진 않아도, 넘어온 사선으로만 치면 10년지기 급은 되지 않겠나. 내가 좀 투정을 부리긴 했지만, 꼭 해야만 한다면 그깟 오수 몇 번이고 더 퍼주겠네. 세상을 구하는 일인데 그깟 게 대수인가. 허허허. 오히려 배움의 일환이라 받아들일 수도 있겠-”
“아, 그건 아닙니다. 그런 것보다 훨씬 빠른 방법이 생각났거든요.”
“세상 다행이로구만! 솔직히 자네 눈치 보여서 그렇게 말했지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았네! 그래, 그 방법이 뭔가?”
“썩 나쁜 일은 아닐 겁니다. 아니, 지금 하는 걸 보니 오히려 좋아하시겠네요.”
무슨 생각을 하는지, 교수는 잠시 아련한 눈으로 오트만을 보며 말했다.
“어, 미리 사과드리겠습니다. 오트만.”
“음? 뭐를.”
“그거, 저였어요.”
“???”
오트만은, 교수가 왜 사과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가 계획을 설명하기 전까지는.
그리고 계획을 듣고 사과의 의미를 이해한 다음에는….
와장창!
“죽어라! 이 말라 비틀어진 우물 바닥에 고인 찌꺼기 같은 짐승아! 어찌 네가, 네가 감히! 교수 자네를 참으로 귀하게 여겼건만! 어찌, 자네가 어찌이이이!!!!”
밖에서 날아다니는 그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미쳐 날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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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락. 팔락.
한 장. 그리고 또 한 장.
알드리치가 써낸 편지가 또 하나 바람을 타고 하늘로 향했다.
펜은 뽑아낸 손톱으로. 잉크는 거기서 스며나온 피로.
“그래. 잘도 날아가는구나. 아직 제국 어딘가에 살아 숨 쉬는 모양이지. 가증스럽고 또 가증스러운 마녀야.”
저주가 가득 스며든 편지가 저절로 날아오르는 것을 보며 알드리치는 목에 걸린 로켓을 쓰다듬었다. 넬의 영혼이 그 안에서 바르르 떠는 것이 느껴졌다.
‘온 몸의 진이 빠질 정도로 저주를 퍼부었건만, 아직도 만족하지 못하고 있구나. 넬의 원한이 해가 갈수록 짙어지고 있어. 내가 앞으로 이 아이를 몇 년이나 더 붙들어 둘 수 있을지. 어쩌면 내년부터는 제국에 방문하지 않는 게 나을지도….’
해가 갈수록 그의 몸은 노쇠해지건만, 영혼항아리에 깃든 넬의 영혼은 더욱 강력해지고 있었다. 하긴, 그럴 수밖에. 마법을 쓸 때마다 그의 생명력을 빨아먹고 있으니.
역시 흑마법사는 고된 직업이다. 다른 마법사는 제자나 탑의 심부름꾼들이 알아서 해주는 온갖 허드렛일을 혼자서 다 할 줄 알아야 하고, 세상에서 제일 배척받는 직종인 주제에 멘탈 관리는 또 철저해야 쉽사리 빙의당하지 않으며 생명력 빨려서 요절하기 싫으면 좋은 거 많이 먹고 운동도 열심히 해야 하니까.
틈틈이 연금술 약재로 몸을 보하고 건강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건만.
알드리치는 날이 갈수록 말라가는 그의 몸을 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흑마법이란 이런 것이지. 노툼이 그의 직전 제자가 되지 않은 것이 그리 아쉽지 않은 이유였다. 분명 영혼술사가 되었다면, 어쩌면 역사에 다시없을 8위계 흑마법사가 될 수도 있었겠지만. 그 대가로 치러야 할 것은 자신과 비교조차 되지 않을 테니까.
“흘흘흘흘. 말년에 말이 통하는 동무를 얻은 것만 해도 어디야. 나도 참 늙었구나, 넬. 그래…. 나도 너무 늙었어.”
아련한 얼굴로 양피지에 온갖 입에 담지 못할 저주와 역오망성을 그려 넣은 알드리치는, 마지막 양피지를 끝으로 손을 지혈했다. 이 정도 했으니 당분간 넬 이 아이가 폭주할 일은 없겠지.
한결 후련한 표정으로 뽑았던 손톱을 집어삼킨 알드리치의 눈에 저 멀리서 뛰어오는 일행이 들어왔다. 노인의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보르카와 노툼, 노툼의 어깨 위에 타고 있는 루실라까지.
조금 문제가 많긴 했지만 보고만 있어도 심심할 일은 없는 일행들이었다.
“저저저…. 또 무슨 짓을 저질렀길래 저 소란인지….”
노환으로 귀가 어두운 데다 24시간 통로를 울리는 바람 소리 때문에 잘 들리진 않았지만, 일행은 다급한 얼굴로 손을 마구 흔들며 사방으로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다! ….에 …은….가….!!!”
“그웍! 그워억! 그우거억! 우어억!”
“에잉, 뭐라고 하는 건지…. 이러다 동네 마법사 죄다 부르겠군. 처음에 그들을 자극하지 않기로 한 것을 잊은 건가?”
불안한 마음에 알드리치는 고개를 돌려 벽면 가득한 서랍 사이를 날아다니는 마법사들을 쳐다보았다. 과연, 하던 일을 멈추고 일행을 보는 그들의 눈에는 불만이 가득했다.
이러다 진짜 미운털 박히겠다는 생각에 알드리치는 서둘러 일행을 향해 마주 달렸다.
“이봐!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또 그렇게 소란인가! 이러다 동네 마법사 다 깨우겠네!”
“후욱, 후욱! 알드리치. 하나만 묻겠소. 당신, 연기 좀 하시오?”
성난 얼굴의 알드리치를 마주하자 보르카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허리를 숙여 그의 귀에 속삭였다.
“으잉? 연기라니? 갑자기 그게 무슨-”
“못하면 대충 따라만 하시오. [붉은 뮤트가 나타났다. 사람이 잡혀갔다. 놈이 이곳을 마구 부수고 있다.]”
“….뭐, 뭣이 어째?! 그놈, 말하는 뮤트 말인가?”
“연기요 연기. 그것도 못하겠으면 그냥 다급한 얼굴로 따라오기만 하시오.”
영문을 알 수 없는 소리를 속사포처럼 말하다니 다시 허리를 펴는 보르카. 늑대인간은 고개를 들어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날아오는 마법사들을 마주하더니, 우렁우렁한 목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습격이다!!!! 뮤트의 습격이다!!! 토브룬의 물의 마탑을 뿌리까지 박살낸 마탑 파괴자 붉은 뮤트가, 이곳 바람의 고향을 파괴하러 왔다!!!! 펠릭스 홈을 마구잡이로 파괴하고있다아아아!!!!』
「도와주세요! 사람이, 사람이 잡혀갔어요오오!!! 우리 마법사님이, 늙고 병약한 마법사님을 놈이 인질로….!」
『그워어어억! 비부르미 잡혀갔다! 내 친구! 도와줘라! 껍질을 벗겨서 머리부터 뜯어먹는다고 했다! 마법사 도와줘라! 얼른! 궈어어억!』
통로를 울리는 보르카의 목소리에 이어지는 루실라의 가늘고 애절한 외침. 그 뒤로 노툼의 크고 걸걸한 목소리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인질이라니. 늙은…. 설마, 오트만 그 친구 또 잡혀갔나?”
“쉬잇! 알드리치님! 당황한 얼굴은 밖에서 잘 보이게 조금 더 돌려주세요! 긴박한 느낌 좋아요! 잘하고 있어요!”
“아니, 여기서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 당장 나가서-”
“궉. 눈치 없이 굴지 마라, 귀신 늙은이 스승. 다 짜고 치는 거다.”
입으로는 다급하게 말하지만 어딘가 밍기적거리고, 심지어는 히죽거리는 일행들.
알드리치는 일행의 묘한 여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말하는 뮤트한테 일행이 잡혀갔는데 왜들 저리 태평하….
‘잠깐만. 말하는 뮤트?’
알드리치는 며칠 전, 변경백 영지에서 피투성이가 되어 자아가 어쩌고, 하던 커다란 괴물을 떠올렸다. 분명 말도 했고, 새빨갛고, 뮤트였다.
그 정체는 교수였지만.
‘!!!!!!!!!!!!’
“설마…. 교수 그 친구가 붉-그업!”
“입조심 하시오. 마법사들이 듣소.”
“으읍, 푸학! 그럼, 지금 자네들이 말하는 그 붉은 뮤트가…. ‘그놈’이란 말인가?”
끄덕끄덕.
사이좋게 고개를 끄덕이는 셋에, 알드리치는 뺨이라도 후려 갈기고 싶은 심정이었다.
제국 사람이 아니라도 그 정도 상식은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 상식이 없어도 이 정도 미쳐있는 사람들이 가장 소중히 대하는 것을 어쩌자고….!
“미쳤나! 아니, 내 교…. 그놈이 진작에 미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자네들이라도 말렸어야지! 어쩌자고 그런 정신 나간 계획을-”
“불가항력이었소. 이것 말고는 비참하고 가능성 낮은 끔찍한 고문 같은 방법만 남은 터라.”
“이, 이제 어찌할 건가. 어쩔 거냔 말이야! 바람 마법사는 수는 적어도 개개인의 능력이 보통이 아니란 말이다! 당장 내 눈에 들어오는 이들만 해도-”
“쉿. 마법사가 오고 있소.”
보르카가 턱짓으로 가리킨 곳에는 사색이 된 늙은 마법사가 비칠비칠 날아오고 있었다.
“오오오, 우리 말하는 강아지. 그게 무슨 소리냐? 빨간 뮤트가…. 우리 집을?”
“그렇소. 바로 이곳, 펠릭스 홈을 부수겠다고 하는 소리를 똑똑히 들었지.”
“에에에…. 그럴 리가 없구나…. 이곳은 펠릭스 홈이야. 우리들의 따뜻하고 안전한, 영원한 고향…. 누구도 이곳을-”
쿠우웅—-
순간,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보르카의 콧잔등을 쓰다듬으려던 노마법사의 손이 딱 굳었다. 건물 전체를 울리는 묵직한 진동. 마법사의 눈동자가 경련하고, 몸은 바람 앞의 촛불처럼 와들와들 떨기 시작했다.
털썩.
털썩, 털썩!
곳곳에서 마법사들이 추락하기 시작했다. 마법이 취소된 게 아니라, 믿을 수 없는 현실에 충격받아 기절해 버린 것이다.
“오오오오…. 이럴 수가…. 집이, 우리들의 집이….”
후욱, 후욱, 후욱, 후욱-
까드드득!
구부정하게 서 있던 노인의 입에서 이빨이 다 부서져 나가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의 소리가 들렸다.
휘우우웅-
항상 세찬 바람이 불던 통로가 어느새 적막해지더니, 무풍지대처럼 고요해졌다.
바람이 사라진 게 아니라, 통로로 끝없이 밀려들던 바람이 모두 노인의 지팡이로 빨려들고 있는 것이다.
“그래…. 착하구나…. 우리 집 개가, 침입자를 찾은 게야…. 침입자, 집을 부수려는 강도가, 강도가 들었구나! 가죽을 벗겨 100년 동안 가장 메마른 햇볕에 말려 바스러지게 할 썩을 강도 놈들이이이이이이이!!!!! 감히, 감히 이곳 펠릭스 홈으으으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후욱후욱후욱후욱!
곳곳에서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충격에 그만 떨어져버린 마법사들이 하나둘 비틀거리며 일어서더니, 그들의 로브 자락이 충만한 마나와 함께 미친 듯이 펄럭거리기 시작했다.
“그르르륵, 내 집, 나의, 우리의 유일한 지이입! 크아아아아아아악!!!”
끼이이이이이이잉-!!
구부정한 마법사의 로브가 찢어질 듯 펄럭거리며, 그가 짚고 있던 지팡이가 눈이 시릴 정도의 빛을 뿜으며 날카로운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선명하게 빛나는 여섯 개의 구멍 사이로 압축된 바람이 넘나들며 나는 소리였다.
어느새 구부정한 허리를 곧게 펴고, 눈에서 흉흉한 정광을 뿜으며 소리의 진원지를 바라보는 노 마법사. 금방이라도 튀어 나갈듯하던 그는, 잠시 멈춰서더니 보르카의 콧잔등에 손을 올렸다.
“잘했다, 멍멍아. 상은 이따가 주마.”
“아니, 이보시-”
파아아앙! 쑤아아악!
“-오….”
보르카가 항의할 틈도 없었다. 수염을 흩날리며 쏜살같이 날아가는 노마법사 뒤로, 기괴한 비명을 지르며 파공성과 함께 통로로 몸을 날리는 마법사들이 줄을 이었다.
“일단은…. 됐군.”
“도대체 뭐가 됐단 말인가?”
잠시 콧잔등을 만지작거리던 보르카는 어딘가 후련한 얼굴로 알드리치에게 답했다.
“이제 이곳 마법사들은 뮤트라면 치를 떨 테니까.”
“뮤트라니. 설마 이 근처에 뮤트가 있나?”
“아. 당신은 식사 자리에 없었으니 못 들었겠군. 둥지가 있다고 하오. 어딘지 모를 곳에 몇 개 정도.”
“이제 곧 없어질 거다. 바람쟁이 눈 뒤집혔다. 그웍.”
“그렇게 된 거였군…. 확실히, 분노만큼 강한 충동은 없으니까. 물론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긴 하다만…. 그럼 저 위에서 난리를 피우고 있는 ‘그놈’은 이제 어떻게 하는 건가?”
“….”
“….”
“그웍.”
“….어이?”
“….유서는 받아두었소.”
“이런 정신 나간 놈들이….!”
알드리치는 진동이 울렸던, 그러니까 붉은 뮤트로 위장한 교수가 있을 만한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쿵-
쿵-!
확실한 효과를 위해 몇 번 더 건물을 두들기는지 규칙적으로 울리는 충격음. 그리고,
쫘아아아아아악-!
짜자자자자작!
끼이이이잉-!
밖에서, 하늘을 통째로 찢어발기는 듯한 어마어마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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