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end of the world, Cry Clear RAW novel - Chapter 228
Chapter. 12. 레터스 투 윈드메이지(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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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을 바꿔야 한다.’
치고, 베어내고, 찌른다.
쩌어엉!
곡선에서 직선으로. 선에서 점으로. 휘돌리며 면으로.
빠르며, 강맹하고, 정교하다.
전력을 다한 첫 돌격 이후 내 몸을 난자한 창술에 대한 감상이었다. 압도적인 속도를 바탕으로 펼쳐지는 정교한 창술과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돌파력으로 블러드 아머를 분쇄하는 창날.
‘상황을 바꿔야 한다.’
콰득!
유일한 대응 수단은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하는 방법뿐.
몸이 난자되는 동안 집중된 혈액으로 수복된 팔이 공성추처럼 에데오르나 위로 날아들었다.
투화악!
공기가 찢어지는 소리가 날 정도의 강력한 일격이었지만 가볍게 휘두른 창끝에 비껴나갔다. 위력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첫 정면충돌에서 우세를 점하고, 심지어 일격에 저 하얀 괴물의 외피에 눈에 보이는 파손까지 만들어냈으니까. 파워는 내가 훨씬 우세였다.
다만.
파바바박!
“끄으으윽!”
인상적인 첫 격돌 이후, 에데오르나가 절대 거리를 내어주지 않고 창끝으로 슬쩍 찌르고 도주하길 반복하는 바람에 제 위력이 나올 거리가 모자랄 뿐이었다.
여유를 부리듯, 산보하듯 부드럽게 찌르고, 더러는 슬쩍 베며 스쳐 지나가는 에데오르나.
저 정도 공격으로는 티도 안 나는 몸이었지만, 문제는 그 상처가 그냥 상처로 끝나지 않는 데 있었다.
“크으으읍!”
이미 아물어버린 상처 부위의 생살을 뜯어 내던졌지만, 찰나에 수십 번도 넘게 스친 공격 부위를 다 기억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푸부부북! 푸화악!
“그으으으. 그아아아악!”
제거하지 못한 상처에서 자라난 가시나무가 몸을 꿰뚫고 밖으로 향했다.
벌써 몇 번째. 가시가 더 자라나기 전에 뜯어낸 살점이 계곡 바닥에 수두룩했고, 상처에서 흘러나온 피가 계곡을 붉게 적시고 있었다.
“기이하구나. 본디 순식간에 자라나 몸을 구속했어야 할 나의 가지가 어찌 그렇게 힘을 쓰지 못하는지.”
그녀 자신이 만들어낸 하얀 가시나무에 호위하듯 감싸인 그녀의 자태는 그야말로 여왕의 장녀라는 말에 어울렸지만, 당장 그 가시나무에 수십 번씩 박음질 당한 사람에게는 끔찍하게 다가올 뿐이었다.
‘상황을 바꿔야 한다. 이렇게는 안 돼! 뭐라도, 수를, 딱 한 번만 틈을 내어주면….!’
원래는 재생력을 바탕으로 지루한 소모전, 지연전을 펼치며 에데오르나를 붙잡아 둘 생각이었지만, 이 정도 빠른 속도로 소모된다면 그마저도 가능할지 불분명한 상황.
심지어 저 밑에서 뒤통수가 따끔거릴 정도로 불길한 마력을 피워올리는 놈은 메인 시나리오 후반부에나 등장하는 그 ‘바즈유르’였으니, 아군의 지원도 기대할 수 없었다.
‘캐슬 나이트, 동부 3국의 영웅, 기사왕국의 정예 기사에 샬롯까지 있는 로드릭 전선은 통곡의 벽이나 마찬가지다. 저 무식한 공격력은 차륜전에 소모되기 전에 영웅들을 뚫고 샬롯에게 닿기 위해서일 것이고, 지역 점령, 제압적인 면이 강한 가시나무는 다대일 전투에서 적을 쉽게 전투불능으로 만들고 퇴로를 확보하기 위해 만들어졌겠지.’
약간의 외피와 외형적 변화를 제외한 모든 진화가 공격에 올인 된 상태. 제대로 맞히면 분명 유효타가 들어간다. 맞지 않아도, 딱 한 수만 제대로 먹히면 되는데….
‘제발! 제발 상황을 바꿀 기회가 한 번만. 한 번만 와주면….!’
후화악-!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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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전장에 사납게 날뛰던 바람이 한순간에 가라앉았다.
『스완 송(Swan song)』
영혼을 울리는 목소리가 계곡을 가득 채운 순간.
카아아악!
“저 인간이, 감히!”
시종일관 여유가 넘치던 에데오르나의 얼굴이 끔찍하게 일그러지며 눈에 분노가 넘실거렸다.
그게 뭔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간절히 바라던 ‘기회’라는 것은 분명했다.
****
작은 미풍이 계곡을 스쳤다.
그 손끝과 창날에 튀기는 불꽃으로 밤의 계곡을 밝히는 두 괴수를 지나.
회색으로 빛나는 영혼을 손아귀 가득 움켜쥐고 피를 토하는 영혼 술사와 그를 보호하는 일행들을 지나.
녹색의 마력으로 추락한 마법사들을 보호하며 가쁜 숨을 몰아쉬는 마법사들을 지나.
둘러보듯 밤의 계곡을 밝히는 빛무리들을 하나하나 스쳐 간 바람은 은은한 빛을 발하며 하늘 위로 떠올랐다.
어린 마법사는, 식어가는 스승을 품에 안고 하염없이 그 빛을 바라보고 있었다.
병 속의 폭풍처럼 작은 바람으로 모든 계곡에 파고든 바람. 라스트 스펠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나온 스승의 마지막 숨결. 눈물이 가득한 눈에 녹색 별이 담기고. 떨어지는 눈물처럼 과거의 기억이 아스트라드의 가슴을 적셨다.
‘스승님. 소변이 마려우면 말씀하시라고 했잖아요. 부끄러워 울 거 없습니다. 저는 스승님의 제자고, 당신은 제 스승님이십니다.’
‘스승님. 이제 도와주지 않으셔도 저 혼자 할 수 있습니다. 주무세요. 이따 바람 좋을 때 같이
산책이나 가시죠.’
‘홈이 좋은 곳인 것은 첫눈에 느꼈습니다만…. 이걸 우리 둘이 다 하란 말입니까? 이건 폭거잖아요! 아니, 아무리 먼저 온 사람들의 텃세라고 해도 그렇지…. 예? 하면 된다구요? 미치셨습니까?’
‘말씀드렸잖아요. 저는 바람의 마나를 타고나지 않았다고. 애초에 나 같은 뒷골목 고아새끼 팔자에는 마법사의 ㅁ도 안 들어간….예? 여기서 노숙하면서 될 때까지 하자고요? 미치셨습니까? 아고, 왜 때려요! 말투가 어디 그렇게 쉽게 바뀝니까! 예!’
‘스승님.’
‘스승님?’
‘스승님!’
‘스승님!!!’
솨아아아-
며칠 전, 스승님의 골방에 단 둘이 있을 때.
자꾸 이상한 행동을 하는 스승이 치매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
홈의 일원으로 처음 들어와, 이곳에서 해야 할 일을 전해 들었던 날.
폭풍의 언덕에 처음 도착한 날, 끝내 1음계가 되지 못한 그를 어떻게든 데려가겠다고 스승이 떼를 쓰던 날.
스승과 함께했던 모든 나날들이 하나씩 그의 가슴 위로 쌓여갔다.
그 마지막은, 8년 전 그와 처음 만났던 날.
121년 4월 7일. 소도시 펠렌의 뒷골목.
어제 있었던 일처럼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구걸한 빵 한 조각을 악착같이 지키다 얻어맞고 있던 그의 앞에 나타난 남자. 밑도 끝도 없이 그를 구해낸 다음 ‘지금부터 너는 내 제자다.’라고 선포한 이상한 마법사.
‘….늙은이. 도대체 나 같은 걸 데려가서 어디다 쓰려고.’
‘늙은이가 아니라 스승님. 그리고 너 같은 것이 아니라 마법사의 제자다.’
‘아니, 도대체 왜?’
뚝… 뚝…
“왜…. 도대체 왜 저한테 이렇게까지 해주시는 겁니까….”
아스트라드는 마침내 스승을 잃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스승이 완전히 떠나지 않았다는 것도.
우리는 바람으로 와서, 바람으로 되돌아간다.
바람 마법사들이 습관처럼 하는 말이다. 사람의 몸에는 잠시 머물 뿐, 그 명이 다하는 순간 다시 바람으로 되돌아간다고. 그렇기에 죽음은 비극이 아니라, 마침내 긴 방황의 끝에 제자리로 되돌아가 안식을 되찾는 일이라고.
스승님께서도 자주 하셨던 말씀이다. 특히나, 기억이 흐릿해지고, 둘이 함께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느낀 뒤로 더 자주 말씀하셨는데.
“그런데 왜 여기 계시는 겁니까…. 왜! 왜!!!”
아스트라드는 그의 지팡이에서 느껴지는 스승의 기운에 절규했다. 지팡이뿐만 아니었다. 이 작은 계곡에서, 계곡 너머의 골짜기와 그 뒤로 펼쳐진 산봉우리까지.
인근을 스치는 바람에 스승의 흔적이 묻어나지 않는 곳이 없었으니.
6위계 마법사 가우만 델허스트. 그가 마지막으로 시전한 주문은, 마법사로서 완성된 그의 심상을 산산이 분해하여 힘이 닿는 모든 바람에 그 자신의 심상을 부여하는 것이었다.
비록 시간이 지나면 덧없이 흩어질지언정, 잠시나마 제자의 손을 이끌어줄 그의 모든 깨달음을 제자의 지팡이에 부여한 채.
지팡이를 잡자 드넓은 바위 계곡의 모든 바람이 그를 응시하는 게 느껴졌다. 목줄을 틀어쥔 것이 아닌, 가벼운 협조. 마치 부탁을 받았으니 들어주겠다는 듯한 선선한 허가. 그 안에서, 조심스럽게 그의 손을 이끄는 그리운 온기.
“….알겠습니다.”
스승을 조심스럽게 땅에 뉘인 아스트라드는, 로브를 벗어 그의 얼굴을 덮었다. 손끝을 타고 흘러들어오는 힘에 몸을 맡겼다. 일어날 수 없는 일이고,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것이 당신의 바람이라면, 그리하겠습니다.”
아스트라드는 생각하는 대신 충동에 몸을 맡기기로 했다.
검은 로브가 쓴 마법? 모른다.
갑자기 마법의 성질이 바뀐 것? 모른다.
알고 있는 것은 저 검은 불길이 아스트라드와 그의 뒤에 있는 바람 마법사들을 향한다는 것. 그리고 스승이 그것을 원치 않았다는 것이다. 그 자신 또한.
스르륵- 스르륵-
이미 완전히 승리했다는 듯, 괴물은 한 손에 검은 불덩이를 들고 다가오고 있었다.
검은 천에 뒤덮인 괴물은 이제 여자의 얼굴과 목소리를 하고 있었다.
“발버둥 칠 필요 없단다, 어린 마법사야. 나는 너희들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다치지 않길 바라. 정말이란다?”
“….네 앞에 있는 것은, 내 스승님의 시신이다. 제 손으로 죽인 것도 못 알아본다면….”
“오오, 이런 이런 세상에! 죽이다니, 가당치 않아. 필요한 절차를 이행한 것뿐이지. 너희들 마법사는 대상을 이해하는 것으로 마법을 쓰지? 바람 마법사는 바람을, 불 마법사는 불을.”
쩌어억-
아스트라드의 코앞까지 다가온 괴물은 가느다란 여성의 팔로 그 로브를 들춰 보였다. 몸을 세로로 양분하듯 거대한 몸통으로 이루어진 입이 좌우로 열리고,
“으….아아아아-”
“우우우우-”
“아아아….”
끔찍한, 형용할 수 없는 인간의 덩어리가 드러났다.
“나도 마찬가지란다. 나는, 마법사를 이해해서 마법을 쓰지. 이해하겠니?”
우드득!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 톨도 남김없이 꼭꼭 씹어서. 그 마법사의 삶과 기억,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우득!
“슬펐던…. 나날도. 기뻤던…. 나날도. 모두 나와 공유해서, 온전히 하나가 되는…. 것이야.”
뚜둑!
“알아듣겠니~?”
젊은 여성에서 중년 남자의 얼굴로. 중년에서 노인으로. 다시 여성으로.
놈의 얼굴이 바뀔 때마다, 상대의 속성이 달라지는 것이 보였다.
저 로브에 가려진 인간 덩어리가 그때마다 마구 요동치는 것도.
“그러니까…. 지금 나를, 그 아가리에 쳐넣고 싶다고.”
“어머, 호호호호! 화내지 마아~ 스톡은 많을수록 좋지만, 너처럼 어린 마법사까지 끼워 넣기엔 내가 살이 좀 쪄서어어….음? 어머, 너 굉장히 맛있는 냄새가 나네. 아가, 죽은 스승님이랑 하나가 되어보지 않을래에? 반항하지 않으면 온전히 다시 만날 수 있지만, 괜히 도망치다 반쯤 잿더미가 되어버리면~ 절반만 스승님을 만나게 될 거란다?”
섬뜩한 미소와 함께, 끌어안듯 팔을 뻗어오는 괴물.
아스트라드는 순간 저 안에서 정말 스승님과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는 것에 자괴감을 느끼며 뒤로 물러났다.
“어머, 싫니이~?”
“그냥 싫은 게 아니라 더럽고 구역질 나고 토할 것 같아서 못 들어가겠다.”
“겁에 질리면 입이 거칠어지는구나아? 말투도 바뀌고.”
퉤!
“난 원래 이랬어. 스승님이 말씀하시길, 그건 ‘못된 아이’나 쓰는 말투라고 해서 고쳤던 거지. 스승님이 돌아가셨으니, 이제 내 쪼대로 살련다, 이 동정해주고 싶을 만큼 처참하게 생긴 괴물아.”
와락!
“호호호호! 어디이, 뇌가 반쯤 뜯어먹힌 다음에도 그렇게 혀를 놀릴 수 있을지 볼까아?”
화가 난 듯, 목소리가 높아진 괴물의 손이 아스트라드의 멱살을 잡았다. 숨이 턱 막힐 정도로 강한 힘.
‘….나도 참. 미쳤나 봐.’
미친 짓이다. 마력이 떨어졌다 한들 다른 스승님들과 제자들을 일격에 제압하고, 온갖 속성을 다루며 당장 눈앞에 완성된 마법을 시전 대기 상태로 휘두르는 식인 괴물에게 시비를 걸다니.
그리고, 그놈에게 질 리가 없다 생각하다니.
뻐어어엉!
아스트라드는 손끝을 벗어난 작은 바람 한 조각에, 가죽 부대 터지는 소리와 함께 계곡 끝자락에 처박힌 검은 덩어리를 보고 자조적으로 웃었다.
기적과도 같은 힘. 8년 동안 3음계조차 겨우 턱걸이로 달성한 무재능 마법사가 절대 닿을 수 없는 드높은 경지.
콰르르륵!
“가아아악! 남의 친절을 무시하다니!! 곱게 먹어주지 않겠다. 손가락을 한 마디씩, 피부를 한 겹씩 벗겨가며 천천히 음미해주마!”
쿠우우우우!
바위 잔해를 해치며 나타난 후드의 머리 부분에 여자의 머리와 노인의 머리가 함께 나타나고. 검은 불꽃에 불길한 저주가 얽혀들며 더욱 세를 불리고 있었다.
그것을 마주한 어린 마법사도,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마치 처음 마법을 배우던 그날처럼. 재능이 없는 그를 위해, 지금은 사장된 오래된 시전법마저 가르쳐주던 스승의 몸짓처럼.
‘춤을….추라구요?’
‘그래! 바람을 잡아 음으로 뽑아냈으면, 그 음율에 맞춰 춤을 추는 게지!’
‘으악! 싫어요! 그게 뭐야! 춤추는 마법사라니! 광댑니까!’
‘이노옴! 그럼 천날만날 나랑 여기서 노숙할 생각이냐! 춤춰라, 아스트라드! 네 음계에 몸을 싣는 거야!’
스승이 깃든 지팡이가 제자의 손위에서 춤을 추었다. 바람을 가르는 지팡이가 세 개의 음율로 노래하고.
음을 타고 도는 서글픈 곡조 사이로 새로운 바람이 하나, 둘 찾아들었다. 푸른 바람을 타고 흐르는 지팡이 사이로. 넷, 다섯, 여섯, 그리고, 일곱.
일곱 가락의 곡조를 담은 지팡이가 불길을 향했다.
콰우우우우우!
명계의 짐승과 같은 소리를 내며 하늘 높이 치솟은 저주의 불꽃과, 그 아래 춤추는 작은 마법사.
한 번뿐이리라. 세 개의 음을 다루는 마법사에게 일곱 음의 주문이 허락된 것도. 모든 골짜기를 스치고, 구름을 밀어내며, 저 별들 사이를 노니는 바람이 그 모든 손길을 내밀어주는 것도.
사람으로 태어나, 바람으로 살아온 모든 것을 소모하고 사라져 버릴 스승의 바람을, 이 손끝에 느끼는 것도, 앞으로 두 번 다시 허락되지 않을 기적이니.
“….감사했습니다. 스승님.”
제자의 마법은 작별인사가 되어 계곡에 내려앉았다.
“가우만 델허스트의, [스완 송(Swan song)]”
6위계 마법사의 라스트 스펠. 그리고 그것을 통해 그의 모든 것을 전수받고, 한시적이지만 작은 국가 범위의 모든 바람을 지배하에 둔 마법사가 펼쳐낸 마법.
일곱 음의 마법이 세상에 풀려나며, 그 강대한 마력의 기파가 온 계곡을 뒤덮었다.
훅-
가장 먼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타오르던 검은 불꽃 기둥이 사라졌다.
“….? …. ….! ….!”
갑작스레 취소된 마법에 당황하며 다시 마법을 준비하려는 바즈유르.
하지만 아무리 입을 열고 숨을 내어도 말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결국 너는 마법사는 아니라는 뜻이겠지.”
바람을 타고 날아온 아스트라드가 입을 뻐끔거리며 몇 번이고 수인을 맺는 괴물 앞에 섰다.
“얼치기 마법사만 아니라면, 5위계가 넘는 마법사들은 대부분 무영창으로, 심상만으로 마법을 시전할 줄 아니까. 너처럼 마법을 베껴서 쓸 줄만 아는 녀석들과는 달리. 그 정도로 대단한 마력이면 적게 잡아도 6위계 끝자락인데. 말 못하면 그냥 고깃덩어리랑 다를 게 없군.”
“…..까륽, ….. ….꺽, 꺼…..”
“스완 송. 주문도 없이 깨달음만 전달 받은 거라 그냥 내가 대충 지어봤어. 어차피 사라질 힘이라 더 쓸 수도 있는 주문도 아니고. 나 같은 재능 없는 녀석도 쓸 수 있게 간단하면서, 7음계의 힘이 아니면 쓸 수 없는 정교한 주문. 걸작이지. 세상의 모든 바람을 속속들이 이해한 마법사만 쓸 수 있는 걸작. 7음계 대주문.”
“꺽….. 끄…..!”
타악.
낡은 구멍 셋. 막 바람에 깎여 나타난 구멍 넷. 도합 일곱 개의 구멍이 별처럼 빛을 발하는 지팡이가 제 목을 부여잡은 뮤트의 이마에 닿았다.
“마법을 모르는 바보라도 알기 쉽게 가르쳐줄게. 이곳. 폭풍의 언덕 인근에서 사방으로 30일 거리 만큼 안에 있는 모든 지역에. 너를 위해 할당된 바람을 없앴어.”
“…..? 끄…. ….!”
“상상이 돼? 커다란 맹수부터 작은 벌레까지. 잎새에 이는 이슬 한 방울에 마저 평등하게 손을 내미는 바람이, 단 한 조각도 빠지지 않고 모두 너를 거부하는 거야. 네가 들이쉬는 숨. 내뱉는 공기. 세상을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를 박탈당했다고, 너.”
“…..ㅏ, 으….끅!”
콰아아아아!
“물론, 단순히 박탈당한 것에 그치지 않고 너를 증오하고 있지. 바람의 마법사는 곧 바람이고. 이곳에 부는 바람도 언젠가 마법사였거나, 혹은 마법사가 될 존재니까. 그런데 너 때문에. 가우만 델허스트라는 이름의 바람이, 여기서 완전히 사라져버린 거야. 네 작은 손짓에 이는 바람마저 네가 뜻을 이루지 못하길 간절히 빌고 있어.”
꽈아아악!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줄에 걸린 것 같은 몸짓이었다. 비명을 지를 수도, 숨을 쉴 자격도 박탈당한 존재를 옭아매는 역풍의 거미줄.
풀썩! 풀썩 풀썩!
바즈유르의 생명이 꺼져갈수록, 그 몸에 붙은 마법사들이 하나둘 떨어져 나오는 가운데.
죽어가는 형제를 발견한 에데오르나의 눈이 경악과 분노로 타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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