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end of the world, Cry Clear RAW novel - Chapter 257
Chapter. 14. 제국 하나, 전설 셋(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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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갔다 오셨소?”
“아우우우…. 좀 골 아픈 일이 있어서….”
모세의 기적처럼 비켜서는 사제들 사이에서 나타난 교수는 그 물음에 얼굴을 쓸어내렸다.
“초원 사람들은 생각도 빠르고, 행동도 빠르더라고.”
“그럴 수밖에 없지 않겠소? 상황 바뀌면 집을 통째로 접어서 이동하는 사람들인데. 척박하고 위험이 득실거리는 초원에서 양을 키울 자리는 한정돼 있으니 남들보다 먼저 자리 잡기 위해 바로바로 움직이는 게 몸에 배었겠지.”
“으으으으…. 그렇다고 말 한마디로 바로 출발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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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루Drug해요 : 재.밌.어.보.이.네?
– Jokass : 2058년 2월 17일. 박교수, ‘이따 나와서 얘기 좀 해’ 통보를 받다.
– DOOMgay : 크흐흐흐. 너같이 어설픈 놈한테 여난이라니.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긴 하나 보군.
– 백수 : 햅번은 어설프지 않아. 사람이 좀 순수한 것뿐이라고.
– 노루Drug해요 : ?
– 흥안만두 : ?
– takealook : 순수????
– 간장게이바 : 그 순수가 아니라 다른 뜻이겠지. 순수(脣獸) 입술에 짐승이 붙었다, 뭐 이런 뜻으로 한 얘기가 아닐까?
– 백수 : 진짠데. 햅번은 되게 순하고 여린 사람이야.
– 남바쓰리 : 메탈죠님? 벡스님이 아직 많이 아프십니까?
– DOOMgay : 어…. 미안타. 아직 사회생활할 정도로 회복이 덜 됐나 봐. 자꾸 이상한 헛소리를 하네.
– 백수 : 진짠데.
– 스피드 웨건 : 교수는 장점이 많은 사람이지만…. 그것만큼은 저도 동의할 수가 없네요.
– 흥안만두 : 됐고, 제 구출 건은 어떻게 됐습니까. 이제 오시는 거죠? 진짜 산봉우리 두 개쯤 무너뜨렸거든요? 아마 인근 변종들이 지랄 발광을 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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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OOMgay : 어 안가. 그 산사태 덕분에 그 동네 변종이 다 깔려 죽어서 갈 일이 없어졌다. 너 3형 변종 되면 내가 잡으러 감.
– 흥안만두 : 깨에에에에에에엒!!!!!
– takealook : 밥 많다며. 존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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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방을 보니 한숨밖에 안 나왔다. 애들 들어온 것을 보니 밖은 저녁 시간인 것 같은데. 저렇게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면 나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다가도, 다나의 서릿발 같은 눈빛을 상상하면 조금 천천히 플레이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어이쿠. 이게 무슨 기억이야. 아나야…. 낭군님…. 오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사막의 여인은 한없이 정인을 기다리건만, 다른 여인의 품을 찾아 떠난 낭군은 말이 없으니 그야말로 님의 침묵이라.]‘아 제발.’
[내가 가져온 기억이 아니라고? 저어-짝에 가시처럼 비죽 솟아올라 온 기억, 메이팅 이슈가 있을 때마다 네가 저 깊은 가슴속에서 퍼올리는 기억이란 말이지.]‘으으으, 사막…. 거기도 빨리 가봐야 하는데.’
략샤샤. 본명, 아나야.
솔직히 내가 이런 고민을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가장 풋풋했을 고교시절을 전쟁터에서 보내고, 전쟁이 끝나고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아귀다툼을 벌이며 살았는데 치정문제라니!
[어떻게 할 거야? 네임드 뮤트 약화시킨 것도 그렇고, 이번에 유목민 보낸 거에 제국 지원, 엘프 지원군까지 성공하면 수비가 아니라 공격대를 꾸려도 될 정도로 인류측 세력이 보강될 텐데. 그럼 사막 가서 그쪽 지원까지 받을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으으으으…. 몰라! 나중에 생각하자고 나중에!’
[도망쳐 도착한 곳에 낙원은 없다. 명심하라고, 껍데기.]교수는 히죽거리는 내면의 하이드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눈을 떴다. 집중하자, 이제 다음 경기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빌데란트 후작의 마스터 나이트들. 마침내 콜로세움 바로 앞, 감시탑으로 둘러싸인 경기장에 도착했다.
다각다각다각다각-
어느새 마차는 준결승 진행자용 팔두 마차로 바뀌어있었고, 검투 대회 참가자에게 걸리는 이상한 제약도 모조리 사라져 있었다. 쿤 타기즈의 전성기를 의미하는 준결승 경기. 가지고 있는 모든 힘과 능력을 사용해 경쟁자를 꺾고, 콜로세움에 도달하는 것만이 목표인 전투.
“제국의 지원이 걱정이군.”
“나도. 지방 토호급 유목 부족도 자기 부족원들의 목숨을 담보로 저렇게 덤벼들었는데, 제국 황족이면 얼마나 화려한 지원을 퍼부을까 몰라. 얘들이 있으니까 흑마법 계열 저주 같은 것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화려한 장비에 온갖 마법, 축복, 연금술 물약 강화로 떡칠한 근위 기사단 둘 정도는 기대해야겠지.”
원래 버프라는 것은 여러 종류를 겹쳐 사용할 수 없는 법이다. 신성은 마법과 반발하고, 현상을 거부하는 두 힘은 현상을 이용하는 연금술과 또 반발한다.
하지만- 제국의 국교, 용기의 교단 특산품 ‘배틀 포션’이 있다면 얘기가 달라지는데, 이 세숫대야만 한 종합 버프약은 보통의 경우 서로 상쇄되어 효과가 반감되는 [민첩성 증가] 와 [근력 증가] 같은 버프를 아무런 디메리트 없이 잘 어우러지게 부여함은 물론, 몸이 받아들이는 긍정적 효과를 자체적으로 분류, 반발하지 않게 몸에 안착시키는 경이적인 효과를 가지고 있다.
단순히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는 [근력, 민첩, 체력, 회복력, 인지, 정신계 주문 저항 증가] 외에도 수계 마법사의 [물의 정화] 버프에 화염계 마법사의 [불 속성 저항]을 동시에 받으며 연금술사의 [버서커-조절 장애Lv.5를 대가로 전투력 대폭 강화], [론 울프 – 전장에 아군이 적을수록 전투능력 상승], [슬라임 정수 – 둔기계 공격 내성], [메두사 게이즈 – 시선을 집중하면 적에게 압도 Lv.3을 부여] 같은 기상천외한 효과들을 서로 뒤섞이는 것 없이 장점만 골고루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RPG 게임으로 치면 버프 한계 숫자가 다섯 칸인데, 그 한계를 잠깐 풀어서 버프를 종류별로 다 걸 수 있게 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그런 식으로 30, 40개씩 버프를 겹치면 나중에 부작용으로 폐인이 되겠지만 어쨌든 당장은 궁극의 로이더 초인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마차에 앉아 내 설명을 듣던 보르카는 용기 교단의 지원에 이르자 미간에 파인 주름만큼이나 깊은 우려를 표했다.
“어이가 없군. 타격계 내성과 참격계 내성을 동시에 한 몸에 담게 해주는 성수라니. 역시 전투 자체를 교단의 기치로 내건 종교답다고 해야 하나….”
“물론 용기의 신 다-카르자의 신성력으로 몸에 불가사의한 효과를 부여하는 만큼 용기의 성기사가 아닌 사람이 쓰면 부작용이 끝장난다고는 하니 앞서 말했던 것처럼 ‘전 속성 내성, 근력 50배 민첩성 50배 인 중 신 로이더 나이트’ 같은 걸 만들어오지는 않겠지. 믿음에 따라 한계가 있다고도 하고.”
그 효과만큼이나 귀한 용기 교단제 성수이지만 제국의 국교라 칭해지는 만큼 제국 고위층의 요구에는 언제나 관대한 편. 황위 쟁탈전이 걸린 중요한 경기라면 무조건 이건 챙겨 나왔다고 봐도 될 것이다.
“….여차하면 내가 최대한 외야 쪽 눈을 가려보도록 하겠소. 마침 콜로세움 주변에 알록달록한 현수막이 잔뜩 걸려있으니. 흙먼지를 조금 일으키고 잘려나간 현수막으로 사각을 만들면….”
“그 틈을 타서 내가 처리해라?”
“확실히 성자로서 위치가 편하긴 하나 제대로 움직이긴 힘들 것이 아니오? 저렇게 선망 어린 시선으로 보고 있는데.”
“아무래도 그렇지. 아무리 대가리 깨진 광명의 신도들이라도 성자라 칭송받는 이가 거무튀튀한 8척의 머리 둘에 팔 넷 달린 괴물로 변하고 잘린 팔다리가 쌓여서 발에 챌 정도가 되면 당장 개종 마려울 테니까.”
[그건 모르는 일이지. 저 광신도들이 그걸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알 수 없으니까. 오히려 ‘피의 성자님이 그의 육과 혈을 건네며 이건 빵이요, 이건 와인이로다 라고 말씀하시니 그 팔과 다리만으로 굶주린 마을 전체를 배불리 먹이는 기적을 행사하셨다-’ 같은 설화가 나올지도.]‘빵과 물고기냐.’
아무튼, 전투력을 제한받는 것은 사실이었다. 부상도 평소 뮤트랑 싸울 때처럼 함부로 당할 수 없고. 어떻게 로 하람이 보우하사 기적적으로 살아나셨다- 라는 핑계가 먹힐 정도여야지 머리가 날아갔는데 살아남으면 보는 신도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어. 신앙심 테스트도 아니고.
보르카의 말은 사람들의 눈을 잠시 가려줄 테니, 그런 제약에서 벗어나 전력으로 처리하자는 뜻이었다.
“좋은데? 조금 더 구체적으로 계획해 볼까?”
“역시, 지난번처럼 경기장을 다 때려 부수면 어떻겠소? 다들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흙과 돌가루가 자욱하게 휘날리는 가운데, 내가 중앙 콜로세움에서 투기장으로 이어지는 커다란 장식을 잘라내면….”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키이이익! 속보다! 속보! 베나드 팽, 교수! 당신들을 위한 속보다! 비켜, 모조리 비켜!”
보르카와 내가 ‘잠깐 눈 돌린 사이 괴물에게 당한 기사’ 쪽으로 계획을 세워나가던 중 콜로세움에서 말을 탄 고블린(눈을 의심했다) 한 명이 우리 마차 쪽으로 쏜살같이 달려왔다.
“케헥, 케헤윽, 헤엑, 헤에엑!”
“어지간히 급하게도 왔나 보군. 무슨 소식이길래 그렇게 급하게 왔지?”
“다음 경기, 다음 경기는 22시간 뒤, 내일 정오에 시작된다! 돌아가서 쉬어라, 검투사!”
갑작스러운 고블린의 전언에 나도, 보르카도, 마차 주변에 몰려든 관객과 사제들도 하나같이 당황스러운 얼굴이 됐다.
“갑자기 경기를 연기하다니. 이유가 뭐지?”
“키이익! 연기가 아니다! 취소다! 빌데란트 후작가가 기권을 선언했다! 당신들은 부전승! 내일 정오에 콜로세움에서 결승전을 치르게 될 것이다!”
“….뭐?”
이것만큼은 티끌만큼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잠시 이게 무슨 소리인가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한 도시의 1/8에 해당하는 통치권을 획득할 수 있는 대회잖아. 준결승까지 올라와 놓고 기권을 한다? 그것도 2황자가 사활을 내걸고 오랫동안 진행해온 하우누만 흡수 계획의 열쇠이자 전부에 가까운 대회를 경기 직전에?
내가 뭘 잘못 생각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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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중에 침묵이 감돌고, 하나같이 혼란에 빠진 나와 대화방 사람들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마구 언성을 높이던 찰나.
“마, 망했다. 나는 망했어!”
침묵을 깬 것은 평범한 남자의 비명이었다. 그 뒤로 후작 쪽에 돈을 건 이들이 발작하듯 욕설과 비명을 내지르며 환호성이 가득하던 투기장은 아수라장이 되고, 마부는 광명 교단의 호위를 받으며 혼란스러운 거리를 뚫고 여관을 향해 말머리를 돌렸다.
기권. 부전승. 그리고 투기장에서 나온 고블린이 바로 옆의 보르카조차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빠르고 은밀하게 전해준 편지 한 장, 쪽지 한 장.
그것은 순탄하게만 진행되던 투기 대회의 이변이었으며, 올해 경기에 스며든 제국의 손길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신호탄과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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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컥!
교단에 부탁해 다른 손님들을 물린 여관 1층. 보르카와 내가 심각한 표정으로 목을 축이는 사이 난리가 난 인파를 뚫고 도착한 일행이 우리 테이블에 모여들었다.
“용사님. 단도직입적으로 물을게요. 축하할 일인가요? 아니면 또 일이 배배 꼬이기 시작한 건가요?”
“루실. 넌 항상 내 대답을 알면서 꼭 물어보더라.”
“아으으으….!!! 어제 막 하우누만제 은화 다섯 궤짝 짜리 최고급 드레스를 주문해 뒀는데! 그거 챙겨갈 시간은 있어요?”
“언제 나오는데.”
“내일! 경기 끝나는 날 저녁이요! 우승하면 그 다음 날까지는 즐기다 갈 줄 알았죠!”
“….수도 가서 새로 한 벌 사자.”
“으아아아#(*&$#@*&!!!!”
루실라가 여섯 시간의 고민 끝에 정한 재단사의 드레스와 속으로 작별 인사를 고하는 동안, 교수는 고블린이 건네준 쪽지를 테이블 위에 펼쳐 보였다.
“기권 선언이랑 같이 이걸 전해주더군.”
“그럴 테지…. 제국의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기사가 네놈 경기에 겁을 집어먹었을 리는 없으니까. 뭔가, 그건?”
“하나는, 알드리치님이 예상하신 것처럼 제국의 전언입니다.”
교수가 두 장의 쪽지 중 깔끔한 쪽을 뒤집자, 빌데란트 후작의 직인과 함께 유려한 필체로 쓰인 편지가 드러났다.
“….와.”
“이건 정말….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대단하군.”
그 첫머리에서 드러나는 발신인의 품격에 일행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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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모시는 것이 빛의 신이라면 황상은 현세의 신이라. 이것은 그분의 적통, 2황자께서 보내는 뜻을 대필한 편지이니. 그러니 그대가 모시는 분의 말씀과 같이 겸허히 받아들일 것을 명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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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누가 바꿔치기했나?”
“바꿔치기라도 이렇게 티가 나게는 안 했을 것 같다만….”
성직자들이 봤다면 글을 머리로 받아들이지 못해 헛구역질을 할 정도의 문장에 교수는 눈을 비비고 말았다. 눈앞의 편지는, 참으로 빌데란트 후작이 보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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