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end of the world, Cry Clear RAW novel - Chapter 27
Chapter.3 그 한 줌의 은화를 위하여(9)
***
“우우우우우우우!!!!”
케셀링은 공동을 울리는 울음소리를 들으며, 눈살을 찌푸렸다.
“2형들이 일어났나. 당황하지 말고 진형을 유지해라. 저격수는 놈들의 다리를 노려라. 어차피 지능이 없는 괴물일 뿐이다.”
케셀링은 점점 혼잡해져 가는 전장을 보자 불쾌한 기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전투는 잘 진행되고 있다. 착실하게 불은 번지고 있고, 놈들이 자리 잡은 곳에 변종이 있었다는 것은 의외지만 컨트롤이 가능한 수준의 변수였다.
타아앙-!
그를 향해 뛰어드는 변종의 관절에 탄환을 박아넣는 그때, 케셀링의 눈에 기이한 것이 들어왔다.
‘….도화선?’
치이이익-
타들어가는 도화선이, 꿈틀 거리며 그의 군화를 향해 손을 뻗는 변종의 옷 속을 향하고 있었다. 케셀링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었다.
‘버러지 놈들이 개수작을-!’
콰아아앙!!!
명령을 내릴 새도 없이 몸을 날리는 그의 뒤로, 거대한 폭발이 덮쳤다.
***
“들어갔다!”
“크하하하! 처먹어라, 땅개새끼들아!”
교수는 화염에 휩싸이는 입구를 보며 적의 피해를 가늠했다. 생각보다 폭발이 더 가까이서 터졌고, 상황을 보니 화염방사기의 연료탱크도 같이 터진 모양.
“됐어.”
“H, 이제 들어가면 되나?”
“뭔소리야. 이제 빠져야지.”
“뭐? 또?”
“그래. 수류탄 파편이 문제없을 정도의 보호복이라면, 저걸로 괴멸적인 피해를 입었다고 보기는 힘들지. 대신 렙터는 이제 무조건 이 골목 안으로 들어와야 해.”
‘왜냐하면, 놈들은 우리 쪽에 이게 더 없다는 걸 모르거든.’
모든 기만 전략은 정보의 불확실성에서 오는 공포에 기반한다. 이미 렙터는 자폭 변종에게 한방을 크게 얻어맞았고, 앞으로 더 맞을 수도 있다는 공포가 머릿속에 박혔겠지. 일방적으로 변종에 의한 피해를 입기 싫으면 돔의 병사들이 있는 골목으로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
“놈들이 비상구에 불을 질러서 저쪽으로 나가긴 힘들어. 나머지 전투는 돔에게 맡기고, 우리는 거주구에서 소화장비를 찾아 탈출한-”
“어이, H, 이쪽이다.”
“음? 벌써 찾았어?”
“어. 확실해. 엔진오일 냄새다.”
“아니, 그건 갑자기 왜? 애초에 이 난리통에서 그게 구분이 된다고?”
“잔말 말고 따라와. 그깟 소화장비보다 이게 100배는 더 쓸모있을 테니까.”
교수와 벡스가 말리기도 전에 움직이는 움직이기 시작한 이안에, 결국 둘은 뒤를 따라가기로 했다.
***
쿠드드득!
“크흐흐흐. 행운이군! 벽이 반쯤 무너져있었잖아?”
“뭔 놈의 쉘터가, 이렇게 잘 부서지는지. 크힛!”
“핵 방공호 지하 3층이면 굳이 거주구가 튼튼할 필요는 없지.”
셋이 들어온 건물은, 다른 거주구 보다 조금 큰 건물이었다. 이안은 파편 사이에서 차고 문을 찾아 열더니, 입이 찢어지게 미소를 지었다.
“흐흐흐…흐하하하! 찾았다! 찾았다고!”
“뭘?”
“우리를 여기서 꺼내줄, 로망을 말이야!”
“제발 조용히 좀…..!”
다른 곳을 뒤지다 반쯤 열린 차고 밑으로 기어들어 온 교수는, 말을 잇지 못했다.
“트럭, 아니 탱크인가?”
“허머(hummer)다. 뭐, 틀린 말은 아니군. 이 녀석은 전차나 다름 없으니까.”
개머리판으로 유리창을 박살 내고 문을 연 이안은, 후드를 열고 차의 상태를 살피기 시작했다.
“전부 문제 없어. 방전된 배터리만 갈면 되겠군. 어이, H! 저기 선반 위에 있는 거! 저거 좀 갖다줘!”
교수가 배터리를 가져다주자, 이안은 익숙한 솜씨로 교체한 다음 주머니칼로 열쇠 구멍을 뜯어내고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치직, 치지직-
그르릉!
“크하하하! 됐다! 시동이 걸렸어!”
“그럼…. 이걸 타고 나가자고?”
“그것 밖에 없지 않겠어? 이걸로 저 비상구를 들이 받아서 무너트리고, 대충 불만 넘어가면….”
“다른 길로 나가면 되지.”
교수와 이안이 차고를 뒤지는 동안, 어딘가로 사라졌던 벡스가 돌아와 말했다.
“생각을 해. 저만한 차가 여기 있다고. 저게 비상구로 비집고 들어올 크기야? 분명 다른 그….그….”
“다른 입구가 있다는 소리야?”
“그거야! 다른 입구! 오면서 이것 비슷한 건물을 여러개 봤으니까 이만한 장비가 여러 개 들어왔다는 뜻이지. 이런 장비를 오르내리는 통로가 있을 거야.”
“벡스, 의견은 좋은데, 그걸 지금 찾을 시간이 없을 것 같거든? 슬슬 숨이 좀 불편해져서.”
처억-
교수의 말에, 벡스는 말없이 창밖을 가리켰다.
“벌써 찾아놨지.”
그 손끝에는, ‘관계자 외 출입금지’ 라고 쓰인 철문이 있었다.
“이런 건물이라면, 관리동이 하나쯤 있어야 되지 않겠어?”
.
.
.
와락!
“동상~! 이 기특한 자식!”
“늙은이! 한 건 했구만!”
일행은 곧바로 차에 올라탔다.
부와앙-!
“크흐흐, 새 아가씨는 힘이 죽이는데?”
“길이 좀 좁은 것 같은데, 되겠어?”
“아, 문제없지. 이런 차는 길을 찾아다니는 게 아니라!”
부우웅! 그와아앙!
“만드는 녀석이거든!”
콰앙!
전장의 소음을 한순간에 압도하는 엔진소리와 함께, 세 사람이 탄 차량이 차고문을 뚫고 밖으로 뛰쳐나왔다.
콰가각!
반쯤 무너진 건물의 경사면을 타고 날아오른 차량은, 그대로 다닥다닥 붙은 평평한 거주구의 옥상을 달리기 시작했다. 작게 보이던 철문이 순식간에 다가왔다.
“어이, 친구들! 꽉 잡아라!”
“왜!”
“관리동 문이 열려있겠냐! 언제 저거 따고 있을래!”
“그럼….”
“들이 받는다!”
몇번 지켜보니까 알겠다. 이놈 이거, 흥분하면 생각 안하는거 습관이야.
“이, 이성적으로 생각해, I!!!”
“죽는다! 아직 정리가! 정리가아아!!”
“난! 지금!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이성적이라고! 크하하하하!!!!”
“틀렸어! 이 새끼 맛이 갔-”
콰아앙!
눈을 희번덕이던 이안은 결국 엑셀에서 발을 떼지 않았다.
쿠드드득-
“쿨럭, 케헥! V…. 살아 있냐?”
“으어어….H, 나, 나 이상한 거 봤어. 막 강이, 이상한 할아버지가….”
“빨리 이리로 넘어와. 그거 따라가면 죽어.”
천만다행히도, 같은 층이라서 그런지 콘크리트 벽이 외벽만큼 튼튼하지는 않았다. 문과 같이 벽을 박살 내고 들어온 차량은 찌그러진 범퍼를 제외하면 멀쩡해 보였고, 이안은….음…. 죽지는 않은 것 같았다.
“저 녀석은 나중에 챙겨. 그나저나…. 정말 엄청난 시설이군.”
관리 인원이 꽤 많았는지 관리실은 거주 구역 만큼이나 커다란 크기를 자랑했다. 한쪽 벽면을 가득 메운 수십개의 모니터나, 여러 가지 자판이 나뉘어 설치된 게 꼭 어릴 때 봤던 나사의 통제 탑을 떠올리게 했다.
‘화물용 엘리베이터….. 저건가?’
찾는 게 어렵지는 않았다. 한쪽에 떡하니 엘리베이터처럼 생긴 철문이 있었으니까. 문제는, 가장 높은 곳에 있어서 누가 봐도 시스템 패널처럼 생긴 기판 옆에있는, 거대한 시쳇더미였다.
‘숨을….쉬고있어.’
거대한 시쳇더미의 일부가 규칙적으로 천천히 오르고 내리길 반복하고 있었다. 저런 것에 대해서 들은 적이 있었다.
목소리를 낮춘 채 교수의 옆으로 다가온 벡스가 속삭였다.
“저게…. 뭐지?”
“어보미네이션. 3형 변종의 일종인데, 변이 과정에서 주변에 시체가 많으면 그 안의 바이러스들이 동조해서 들러붙는 경우가 있데. 나도 커뮤니티에서 자료로만 봤지,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다.”
시체들 옆에 굴러다니는 와인병과 수십 개의 약통을 보니 어렵지 않게 상황을 유추할 수 있었다.
“관리동에 있던 놈들이 여기서 동반 자살을 했군. 책임감 없는 자식들. 저렇게 깔끔하게 죽으면 무조건 3형이 발생하는 걸 모르나?”
“몰랐겠지. 여긴 전쟁 전에 외부와 차단된 시설이라고.”
커뮤니티에서 그렇게 우울증을 경계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별다른 부상 없이, 사망 후 뒤처리를 도와줄 사람 없이 발생하는 온전한 사체. 3형은 개체에 따라서 말도 안 되는 힘을 가지는 녀석들도 있기 때문에, 황무지에서 가장 경계해야 하는 위험중 하나다.
우울증을 경계하고, 그래도 죽고 싶다면 깔끔하게 머리에 한방. 개인의 죽음이 개인의 피해로 끝나지 않기 때문에, 서로 조심하기로 한 일종의 약속인 것이다.
교수는 천천히 약동하는 시체 덩어리를 살폈다. 오랫동안 외부 자극이 없어서인지, 휴면 상태 비슷한 것에 들어간 상태 같았다.
“V, 엘리베이터 불 안 들어오지?”
“당연하지. 시설에 전원이 꺼졌는데.”
“….아무래도 저거 같은데.”
“뭐가?”
“저기. 저놈 옆에. P/C라고 쓰여 있는 레버. 저게 전원일 거야.”
“….파워 컨트롤. 저거 맞네.”
꿈틀거리는 살덩이 옆에, 빨간색 손잡이가 달린 레버가 있었다. 아래쪽까지 쭉 내려가 있는 게, 전원 레버가 맞는 것 같았다.
“V, 운전할 줄 알아?”
“….아니.”
“그럼 내가 가서 I를 깨우든, 치우든 해서 차량을 엘리베이터 앞까지 끌고 갈게. 너는 최대한 조용히 전원을 올리고 잽싸게 우리쪽으로 튀어와. 질문?”
처억-
벡스는 엄지손가락을 올리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벡스가 패널 쪽으로 접근하는 것을 확인한 교수는, 조심스럽게 차량 쪽으로 이동했다.
드드득, 푸스슥-
꿈틀거리는 거대한 살덩이가 오르락내리락 할 때마다, 주변에 코를 잡아 뜯고 싶을 정도의 악취가 뿜어져 나왔다. 교수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변종에게 접근하는 벡스를 보았다.
‘오랫동안 먹이활동을 못 한 놈. 완전 변이체가 됐음에도 썩은 내가 나는 것은, 제 살을 뜯어 먹었기 때문이겠지. 일반적인 3형에 비해서는 좀 약할지도 모르겠군.’
물론 그게 지금 저 녀석과 붙을 만 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저 트럭 두 개만 한 몸집으로 움직이기만 해도 살아움직이는 재앙 그 자체일 테니까.
달칵-
‘으으으으!’
차 문을 여는 작은 소리가 천둥처럼 느껴졌다.
“으으, 어으으으….”
“쉬이잇! 어이, 정신 들었으면 손 들어봐.”
에어백에 머리를 묻고있던 이안은 머리를 흔들며 왼손을 들어 보였다. 에어백과 코 주변에 피가 흥건한 게 코가 부러진 것으로 보였다.
“어떻게…. 됐지?”
“목소리 낮춰. 상황이 안 좋아졌어.”
“….여기서 더?”
“3형, 큰놈이 하나 있다. 아직 자고 있으니까 천천히 엘리베이터 앞까지 움직여줘.”
“소음 때문이면 차를 버리는 게 더 낫지 않나?”
“나가서도 생각해야지. 출구가 어디인지도 모르는데, 스캐빈저나 이상한 놈들 사이에 떨어지면 탈출해야 할 것 아냐.”
내 말을 수긍했는지 고개를 끄덕인 이안은, 배선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피슈웅!
“흡!”
“뒤!”
그 순간, 일행이 들어온 구멍으로 탄환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 탄환 사이에서, 몇분 전보다 훨씬 갈라진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칭찬해주마! 쥐새끼들아! 이 나를! 아주 제대로 속여넘겼구나! 항상 그렇지! 진흙속에 진주가 있고, 쓰레기통 속에 보물이 있고! 위선자 돔 새끼들 사이에도 인재가 섞여있지!”
반쯤 불에 탄 제복과 피투성이 얼굴을 한 장교가, 구멍 너머로 모습을 드러내었다.
투투투퉁!
차체에 탄환히 박히는 소리가 뒷덜미를 선득하게 스쳤다.
“무능한 돔의 머저리 새끼들! 판을 깔아줘도 못이기냐!”
저 뒤쪽에서도 총성이 들리는 것을 보니, 아직 돔과 렙터의 교전은 진행 중인 것 같았다. 지휘관은 돔의 병력에 대항할 최소한의 전력만 남기고 곧장 이리로 달려온 것이다.
치직, 치지직-
“H, 시간좀 벌어줘!”
피슝!
“여기서 어떻게! 폭발물 남은 거 없냐!”
“지금은 못 쓰니까 어떻게든!
투퉁! 챙그랑!
“으아악! 썅!”
교수는 빗발치는 탄환에 더욱 몸을 아래쪽으로 숙이며 필사적으로 눈앞의 적을 떠올렸다. 저 꼴이 나고도 선두에서 총을 갈겨대는 지휘관. 처음 등장했을 때, 전략적으로 아무 의미도 없는 독백, 과장된 몸짓. 전투에 앞서 뭔가 지껄이길 좋아하는 멍청한 흑막 같은 놈.
“어어이! 렙터!”
피슝-!
“여기 있어도 괜찮냐! 뒤쪽에 네 부하들이 죽어 나가는 소리가 들리는데! 이쪽은 겨우 셋이라고!”
뭔가 말을 하게 만들어야 했다. 최대한 궁지에 몰린 척, 죽기 전에 이것만 알고 가자는 듯한 뉘앙스로!
“시간 끌기라니! 같잖구나! 겨우 셋이라! 물론 그냥 병사 셋이면 이건 무의미한 움직임이겠지. 하지만 돔 병력의 지휘관이라면 얘기가 다르지!”
투타타탕!
‘어…. 일단 동의해 볼까?’
“그, 그걸 어떻게?”
“어떻게라! 시가전을 유도하는 모습을 보고 쥐새끼들이 돔의 놈들인 것은 한눈에 알아봤지! 하지만 그 폭탄을 단 변종을 보고 깨달았다! 위층의 방 하나에 집중된 거대한 폭발흔이, 이 나를 속이기 위한 커다란 한 수였다는 것을! 이곳이 위대한 렙터의 선두에서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이 페도어 렙터 케셀링을 잡아 죽이기 위한 거대한 무덤이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뭔가, 알아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는데? 일단 잘 된건가?’
저런 녀석들은 그런 병이 있다. 적을 궁지에 몰아넣으면, 자신이 모든 상황에서 우위에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지 않고는 못 배기는 그런 병! 특히나 저렇게 상처를 입으면 더더욱 크게 발작한다. 자신이 상대방을 모두 간파했다는것을 알려주기 전에는 상대를 죽이고싶지 않은 것이다.
덕분에 총을 쏘는 것은 케셀링이라는 녀석 뿐, 나머지는 지향 사격 자세로 대기하고 있었다.
“훌륭했다! 뒤통수가 얼얼할 정도야! 정말 대단한 전략이었지! 이 거대한 보물창고를 미끼로 단 하나의 비수를 숨겨놓다니! 보나 마나 돔의 대단한 전략가중 한 명이겠지! 나의 전략적 패배를 인정 하마! 하지만 나는 살아남았고, 렙터의 강인한 병사들도 대부분 살아남았지! 네놈을 죽이고! 전술적 승리를 가져가도록 하겠다!”
그릉! 그르릉!
“됐다! H! 시동이 걸렸어!”
팡! 팡! 팡!
그때, 관리동과 거주지의 천장에 매달린 등에 동시다발적으로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벡스? 타이밍이….. 아직 엘리베이터 근처에도 못갔는…..!!’
쿵. 쿵! 쿵!!
교수는 백미러를 통해 옆을 살피던 그대로 얼어붙었다. 그래, 이 정도 소음이면 안 깨어났을리가 없지!
“….밟아.”
“뭐!”
“네 인생에 다시없을 정도로 힘껏 밟으라고! 어보미네이션이 깨어났다!”
백미러에 비친 모습에는, 미친 듯이 양손을 흔들며 뛰어오는 벡스와 그 뒤를 쫓는 어보미네이션이 담겨있었다.
그릉! 부아아앙!!!
“도망가는 것인가! 이곳은 막다른 곳이다! 한 무리의 수장이라면 명예롭게 최후를….”
“팩 리더! 저, 저기 옆에!”
“오——–오오오오오오!!!!!”
찌이이잉-
“크아악!”
“으아아악!”
“무슨…. 소리가!”
거대한 울음이 동공을 울렸다. 살점 덩어리에 매달린 수십 개의 머리에서 한 몸으로 울리는 것처럼, 기괴한 울음소리가 고막을 찢어발길듯 퍼졌다.
“어보미네이션?! 저게 왜 여기에?”
“지금 거의 소모된 저희 화력으로는 저 개체를 상대할 수 없습니다!”
“빌어먹을!”
케셀링은 주먹을 으스러져라 쥐었다. 거의 다 잡았다. 자신을 이런 꼴로 만든 쥐새끼들을, 거의 다 잡았는데….!
“…..전 병력, 후퇴한다.”
케셀링은 잠시 갈등했지만, 렙터의 팩 리더답게 미련은 잠시 가슴에 묻어두기로 결정했다.
“돔 지휘관의 최후는, 저 괴물에게 맡겨야겠군. V,I 그리고 햅번이라…. 기억해두마, 살아남는다면, 언젠가 이 손으로….!”
으드득!
전장에서 귀에 스치듯 들려온 놈들의 이름을 곱씹으며, 케셀링은 몸을 돌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