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end of the world, Cry Clear RAW novel - Chapter 277
Chapter. 14. 제국 하나, 전설 셋(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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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그극, 끄드드득-!
“동남쪽! 크리스탈 분수 쪽 대로 막습니다!”
[이쪽은 좀 걸릴 것 같네! 뭔 도로를 이렇게 단단하게 깔아놨는지, 지하수로 지반을 다 깎아내렸는데도 길이 무너지질 않아!]“이런 제기랄! 어떻게든 무너뜨려 봐요! 뚫리면 그대로 생지옥이야!”
콰지직!
교수는 옆에 있던 아름다운 금속 담장을 몇 개씩 뽑아 길 한가운데를 틀어막은 다음 하늘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하나. 둘. 셋. 넷…. 염병할, 끝도 없네 진짜!’
근처에서 유난히 높은 건물, 그 첨탑에 자리 잡은 이드라실이 은은하게 빛나는 정령들을 풀어 첨탑 주변을 수놓고 있었다.
첨탑을 황궁이라 봤을 때. 일그러진 부분은 사람들이 몰려오고 있는 곳. 반듯한 형태는 처리가 끝난 곳.
다들 메시지 마법에 미친 듯이 떠들어대는 통에, 혼선으로 제일 중요한 이드라실의 정보가 들리지 않아 선택한 방법이었다.
“뭐야, 북문 쪽은 처음에 막았잖아! 저긴 또 왜 찌그러졌어!”
[건물 무너뜨려 막은 곳이다! 틈이 있었다. 인간 무리. 내 넝쿨을 전부 불태우고 그 사이에 길을 뚫었다!]지하수로 지반을 깎아내려 만든 싱크홀. 고급 석재를 아낌없이 사용한 저택 기둥을 마구 부러뜨려 막은 대로. 주변 철책을 모조리 뽑아 높다란 담장을 만들어 막은 골목.
궁여지책 끝에 우리가 선택한 방법이다. 아예, 말판 자체를 갈라버리기.
처음 생각대로라면 이런 번거롭고 시간이 많이 드는 짓을 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적당히 우리가 막으면, 루실라가 귀족을 설득하고, 황제 쪽 영향력에 넘어간 귀족들이 다른 귀족들을 설득해 이 판을 황금색으로 물들일 것이라, 그리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앞서 말했던 것은 모두 상황에 따른 추론일 뿐이었다. 그리고, 추론을 기점으로 움직인다는 건 그 추론이 틀렸을 경우 또한 상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설득이 먹힐 것이라는 생각까지는 옳았다.
‘아아, 레이디 루실라. 머리가…. 어지럽군. 생각을 하는 게 쉽지 않은데.’
‘그렇지. 원래 파티에서 어린 영애들이 긴장으로 쓰러지는 경우야 한두 번이 아니지. 나는 다 이해하오.’
‘그 편지…. 아아아아. 황가의 인장. 위대한 제국의 주인. 그분들이 원하신다면, 반드시 뵙게 될 것이오.’
설득하는 것도 쉬웠다. 귀족들은 뭔가, 넋이 나간 모습이었고. 덕분에 그들에게 황제를 연상시키고, 우리에게 호의적인 쪽으로 만드는 것 역시 쉬웠으니까.
문제는, 그 다음에 있었다.
첫째로, 생각보다 마녀의 영향력이 더 강했던 것. 우리가 만난 적도 없었던 귀족들이 대부분 황제를 잊고 그저 ‘제국을 위하여’ 같은 소리를 중얼거리며 배회하고 있었고, 숨어있던 저주화들이 슬금슬금 그 모습을 드러내며 그러한 분위기가 가속화되고 있었다.
둘째로,
‘이게…. 무슨 짓인가! 로메로 남작!’
‘나야말로 묻고 싶군, 바튼 남작. 어째서 이 야심한 시각에, 제국 귀족도 아닌 외부인을 그리 호위하고 있는 게지? 그것도 경비대에 하인들까지 모두 무기를 들려 놓고?’
‘이분들은 황족 저하들의 손님일세! 이 무슨 추태인가!’
‘난 제국의 법에 대해 말하고 있네.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수도에 변고가 일어났다는 것은 분명히 알겠어. 그리고, 평화롭던 수도에 갑자기 이변이 일어났다면…. 외부인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겠지!’
‘이이…. 미친자가! 그래, 이제 알겠군! 야심한 밤, 무장한 상태로 무리 지어 황족의 손님을 겁박하는 무리라! 수도까지 찾아와주신 그분들이 몸이 상하기라도 한다면 그야말로 제국의 수치! 황제 폐하의 명성에 누가 될 터! 전원! 손님들을 보호하라!’
‘감히, 제국의 수도로 향하는 길목, 이 성하도시에서 침입자를 옹호하다니! 반역이다! 성하도시에 제국의 반역자들이 봉기했다!’
‘죽여라! 황제 폐하를 위해!’
‘죽여라! 영원한 제국을 위해!’
‘어어어어, 남작님, 잠깐, 야! 아니 이 정신 나간 것들이!’
‘교수! 일단 덥치시게! 저러다 다 죽겠어!’
‘쌍!’
황금색 토큰과 보라색 토큰으로 대변되는 황제파 쪽에 물든 귀족무리, 마녀 쪽에 물든 귀족무리.
둘이 만나면 한쪽으로 물드는 게 아니라, 죽어라 싸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누구라도 죽으면, 도시 전체로 광기가 들불처럼 퍼져나갈 상황에 말이다.
“진짜 미치겠네…. 이드라실! 사용인 도시에서 몇이나 더 올라왔어!”
[추가된 사람이라면, 제가 배우지 못한 숫자만큼 더 몰려왔습니다.]시간이 갈수록 수도를 휘감은 힘은 그 세기를 더하고 있었다.
제국 전체를 휘감아 움직이던 힘이 모여든 수도.
불빛을 향해 달려들 듯, 그 힘의 원천. 영혼에 새겨진 본능에 따라 수도로 몰려드는 사람들.
“….애초에, 선택을 하면 안 되는 거였어.”
[선택을 하면 안 됐다니, 그게 무슨 소리지?]“제기랄…. 사람 정신을 가지고 노는 마녀라더니…. 이 빌어먹을 개 같은 년이!”
마나 조금 쓰는 경비병에, 정신이 나간 하인, 하녀, 집사들.
그들이 아무리 숫자가 많아도 지금껏 산전수전 다 겪어온 일행들을 막는 것은 요원한 일이었다.
일행의 발목을 잡은 것은 그들의 무력이 아니라, 상황이었다.
황제, 그리고 마녀. 두 존재의 힘이 사람들을 좌지우지하는 상황.
짧은 말 몇 마디로 그 저울추가 한쪽으로 확 기우는 것을 눈으로 보게 된 상황.
이미 수도 전역을 뒤덮은 저주화. 희생제에 대한 지식. 수도를 향해 몰려드는 사람들!
그리고…. 지금도 끝없이 심장을 쥐어짜는, ‘뭔가 해야만 한다’는 충동.
“수도 전역을 뒤덮은 저주화. 희생제에 대한 지식. 수도를 향해 몰려드는 사람들! 내 선택에 뭔가 크게 바뀌는 것을 당장 눈앞에 보여줌으로써, 선택을 유도한 겁니다! 틀린 답을 고르도록!”
오래전, 어떤 영화에서 나왔던 퍼즐을 좋아하는 살인마의 게임 같았다.
제일 첫 선택에 열쇠를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눈먼 희생양이 그 열쇠를 하수구에 처박게 하곤 그 사실을 알려주는 살인마.
‘보라색, 애초에 설득하지 않고, 전부 보라색으로, 그냥 제국을 위하겠다는 욕구로 가득 찬 사람들만 생기게 내버려 뒀으면 아무도 안 죽었다!’
선택을 하지 않는 것. 그저 별 위협도 안 되는 민간인과 병사들을 모두 ‘보라색 토큰’으로. 외부인인 우리를 쫓게 만들었으면 그들은 전부 같은 목적으로 움직이니 서로를 적대하지 않았을 것이고, 우리만 빠져나가면 다시 그 충동을 해소할 것을 찾아 돌아다니며, 정신 나간 사람처럼 길을 쓸거나, 정원을 정리하거나, 석상처럼 도로변을 지키며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장 마녀가 어떤 희생 의식을 시작할지도 모른다’ 라는 사실의 압박이, 나로 하여금 마녀의 지배하에 있는 사람들을 황제 쪽으로 되돌리고 싶게 만들었고.
그 결과 설득을 통해 편을 갈라버리는, 목표가 필요한 저들에게 맹목적인 적대 대상을 만들어버리는 최악의 결과를 유도한 것이다.
“….루실라. 우리가 설득한 귀족이 몇 명이지?”
[다섯이요.]“….거기 딸려있는 사람들은?”
[경비병이랑, 사용인들 합쳐서…. 귀족당 100명 정도는 붙어서 몰려다니는 것으로 보였어요.]“백 명씩 다섯…. 오백 명….!”
으드득!
마치 머릿속에 마녀의 목소리가 울리는 듯했다.
『자, 이제 네 선택 덕분에 [황제]를 돌려받은 사람들이 모두 죽게 생겼구나.』
『정말, 아무도 안 죽고 이 사태를 끝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니? 희생제가 시작되기 전에?』
조롱. 아니, 그보다 더 모욕적인 것.
마녀는 우리에게, 내게 뭔가를 가르치려 하고 있었다. 주어진 상황과 나의 행동. 그 결과로 이어지는 것에서 내게 뭔가를 깨닫게 하려는 것.
뜨드득-!
실제로 머릿속에 울리는 듯한 목소리에 교수는 볼 안쪽 살을 씹었다. 짜릿한 고통과 함께 피 맛이 올라오며 흥분으로 일렁이던 머리가 조금 식었다.
스으읍- 후우우.
심호흡. 늘 정답만 찾을 수는 없다. 한번 틀렸고, 대차게 뒤통수를 얻어맞았다.
그 대가로 얻어낸 정보. 마녀의 성향.
‘단순히 힘을 늘리고, 사람을 죽이고 싶어하는 것이라면 이렇게 복잡한 상황을 연출할 필요 없다. 잠깐만. 연출? 연출…. 그래. 뭔가 표현하고 싶어 해. 사이코패스 살인마가 아니라 사상범에 가까운. 그런 인물.’
“….알드리치. 분명 저주의 기운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죠.”
[그래. 아주 옅은, 안개 같은 수준이야. 저주에 익숙한 사람이 아니면 느끼지 못할 정도로.]‘희미한 저주. 텔드마이어 가문 때도, 지금도 마녀의 저주는 사람의 마음을 파고든다. 실체화된 저주보다 더 은밀하고, 더 섬세하며, 지독해.’
‘장소도, 상황도, 인물도. 모두 마녀가 준비했지. 보여주고자 하는 게 있다면, 보여주고자 하는 대상 또한 존재하는 거야.’
‘황제? 아냐. 기회도, 시간도 너무 많았어. 황자, 황녀들? 가능성 있지. 하지만 목적이 불분명해. 선택과 책임이라. 제왕학이라도 가르치려는 게 아닌 이상 굳이 그럴 필요는 없지. 그럼 설마…. 나?’
교단의 용사이자 다시 찾은 빛이라 불리는 성자.
상대는, 과거 광명의 성녀였던 타락한 자.
지금까지는 이렇게 갑작스럽게 황제와 마녀, 두 힘의 충돌이 격화된 것이 그녀의 지척까지 다가온 우리 때문에, 마녀가 위협을 느껴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만약 성녀가 광명 교단에 가지고 있는 생각이 스스로의 안위에 대한 위협뿐만이 아니라 다른 것을 느끼고 있었다면. 오랜 세월 끝에 재회한 그녀의 전신, 교단에게 더 깊은 감정을 갖고 있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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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락? 나를?’
성하도시의 외곽에서 중심부로. 진짜 제국 수도로 다가가는 동안 온갖 상념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불길한 생각이 연기처럼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만약 마녀가 누군가에게 충격을 주고, 뭔가 보여주고 싶었다면. 단순히 실패를 겪는 정도로 끝나게 할 리가 없다는 것.
[용사님, 성벽에…. 성벽에! 꺄아아악!]그리고, 설득된 귀족 무리에게 호위를 명분으로 최대한 몰려오는 무리들에게서 멀리 떨어지게 한 루실라. 그녀의 비명이 그 불길한 상상이 사실임을 증명하듯 울려 퍼졌다.
전력을 다해 달려갔지만, 내 손이 닿기도 전에, 이미 성벽 위에서 날아온 화살이 빽빽하게 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단단한 화강암 판석에 부딪힌 화살촉들이 폭죽처럼 불똥을 피워 올리고. 정확히 루실라와 황제파 귀족무리가 있는 곳을 겨냥하고 떨어진 화살들은 살점을 꿰뚫는 섬뜩한 소리와 함께 사람들을 난자하고 있었다.
그것만이 제 의무라는 듯, 호위 대상인 루실라를 몸으로 뒤덮어 감싼 그들 위로 끝없이 화살이 쏟아지고.
그 인의 장막이 난자되어 핏물에 흠뻑 젖은 루실라가 드러나며, 가까스로 내가 그 앞을 가로막는 순간.
-파아아앙!
성벽 위에서, 푸른 빛이 반짝임과 동시에 날아드는 화살을 전부 튕겨낼 정도로 엄청난 힘을 담은 무언가가 혜성처럼 우리들 사이로 떨어졌다.
콰드드득, 까가각, 끼이이익-
“이건…. 랜스?”
간신히 잡아낸 손아귀 속에서 마찰열로 붉게 달아오를 정도로 거세게 회전하던 랜스.
그것을 필두로, 성벽 위에서 푸른 빛과 그것에 비친 은빛 갑옷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기사…. 그래, 저놈들이 하나도 안 보인다 싶었지.”
어두운 밤이지만, 저 일렁이는 힘의 정수, 오러의 빛에 비친 기사들은 멀리서도 훤히 보였다. 그들이 일제히 이쪽을 향해, 창을 치켜드는 모습도.
저건 진짜다. 레일건이나 마찬가지인 저 투창의 일제사격을 맞으면 이 일대가 아예 쑥대밭이 되어버릴 것이다.
첫 번째로 창을 던진 기사가 새 창을 받아들며, 오러가 담긴 웅혼한 목소리로 선포하듯 외쳤다.
“성하도시, 사용인 도시의 모든 지역에서 반역의 불길을 확인했다. 현 시간부로 우리 캐슬 나이츠는 황제 폐하와 황족들이 기거하는 올 암페리아를 봉쇄한다. 그 누구도, 수도 안으로 들어올 수 없다.”
어딘가 논리가 살짝 결여된 모습. 철저하게 자신에게 부여된 일을 수행하려는 자세. 그리고, 성하도시에 번져나가는 불길과 그 바람을 타고 흩날리기 시작하는 보랏빛 저주화의 꽃잎들.
‘마녀를 잡아야 모든 게 끝난다. 하지만, 이대로 정말. 제국의 모든 전력을 혼자 받아내야만 하는 게 이 상황의 유일한 해법이라고?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그게?’
[교수! 이제 더는 막을 수 없네! 이 짧은 시간에 수도로 통하는 모든 지반을 가라앉히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 [내 쪽도 마찬가지야! 수면, 암시, 실명, 마비! 흑마법으로 할 수 있는 건 모두 다 했지만, 아예 쓰러진 사람들을 짓밟고 넘어오고 있어! 희생자가 발생하는 것은 불가피하네!] [그우우우, 인간들 미쳤다! 내 나무뿌리 태우던 불꽃, 그 안으로 떠밀린 사람들이 미쳐서 도시에 불을 지르고 다니고 있다!]….까드드득.
제국의 수도 기사단. 전원 마스터 나이트로 이루어진 그들 전부와 붙는 것은 자살 행위. 마녀의 충동에 홀려 수도로 몰려오는 사람들을 막아내는 것도 한계.
이미 광기가 퍼지기 시작했고, 그대로 밀고 들어오는 사람들과 저 성벽 위의 기사단이 조우하는 순간….
‘수도의 모든 인간이 저 랜스 투척에 갈려 나간다.’
희생제의 완성이다. 해법이 보이지 않는 퀘스트.
[어떻게, 방법이 없겠나! 이제 우린 무엇을 해야 하지!]오트만의 다급한 목소리에 교수는 철옹성과도 같은 성벽으로 눈을 돌렸다. 그의 목구멍에 ‘후퇴’라는 단어가 맴돌던 찰나.
쐐에에엑!
콰득!
‘….음?’
한껏 어깨를 치켜든 기사 중 하나가, 오러가 가득 담긴 창을 성벽 내부, 그들의 등 뒤를 향해 내던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비단 그 기사뿐만이 아니라 성벽 위에 줄지어 선 기사 중 절반 가까이가 성벽 안을 향해 창을 던지고,
쩌어엉-!
그 안에서, 그것을 막아내는 금속음 또한 들려왔다. 곧이어 성벽 위로 날아드는 푸른 검기.
“….기사? 제국 기사가 제국 기사를?”
순간. 그것이 당연하다는 듯 그들의 공격을 받아치는 기사들의 모습에. 교수의 머릿속에 벼락같은 깨달음이 흘러들어왔다.
‘황위 쟁탈전! 저 안에 황족들이 있고, 기사들은 그들 중 하나에게 충성 맹세를 한 이들이 대부분이잖아! 이 시기에 그들이 할 일을 생각해보면….!’
불현듯 떠오른 생각에, 성벽 너머에서 들려오는 수많은 금속음이 확신을 더해주었다.
지금, 기사들은 저 안에서 박 터지게 싸우고 있다! 자신의 주군을 황제로 옹립하기 위하여! 이제 그들의 머릿속에 황제에 대한 충성이 사라지고, 눈앞의 주군에 대한 충성만 남았으니까!
‘전부를 상대하는 거면 몰라도, 서로 싸우는 사이를 돌파하는 정도는…. 가능해! 가능할 거야! 아마도!’
우드드득!
“용사….님? 그 모습은, 저 안으로 들어가시게요?”
“어. 될 것 같아. 마녀, 그 빌어먹을 것이 생각을 하면 할수록 배배 꼬이게 만들어놨어. 처음부터 명확했던 목표 하나. 마녀에게만 집중했으면 될 일을 교묘하게 감추고, 시간을 끌고, 이 꼬라지로 만들어버렸지.”
….터벅.
투콰가각!
콰득! 콰드드득!
멈춰있던 발을 한 걸음 앞으로 옮기자, 기다렸다는 듯 성벽 위에서 오러를 담은 랜스가 날아들었다.
콰직!
“윽.”
[뚫리네. 역시 오러는 오러라는 건가. 어깨는 중요한 관절이 있는 부분이라 다른 부분에 비해 외피가 더 단단한 편인데.]‘….맞을 만해. 하이드. 몸에 축적된 뮤트의 피가 얼마나 남아 있을까?’
[저런 놈들이 우글거리는 곳에서 몸으로 뚫고 나간다면…. 30분?]‘더 쎈 놈이 나오면?’
[5분?]‘제기랄.’
절대적인 약점. 평소와 같이 소모적으로 싸우면, 상대가 뮤트가 아닌 이상 휘두를 수 있는 힘에 한계가 있다는 것.
교수는 옷깃 안쪽에 들어있는 아공간 주머니를 떠올렸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뮤트의 피를 소모하고 적들 사이에 고립되는 것과, 검증되지 않은 힘에 도박을 거는 것. 둘 중 어느 쪽이 더 위험한지를 따지자면 쉽게 우열을 가릴 수 없었으니까.
“오트만. 저는 올 암페리아 안으로 들어갈 겁니다.”
[결국. 저 안으로 들어가는 겐가?]“예. 상황이 아슬아슬하게 가능해 보여서요. 저 안은 충분히 혼잡하겠지만, 그래도 저 없이 돌파하긴 힘들 거예요. 제가 먼저 길을 열 테니, 그 사이로 파고들어 주셔야겠습니다. 여러분은 교전을 피하고 수도에 숨어드는 것을 중점으로 해주세요. 혼란한 상황이니 알드리치랑 이드라실이 연계하면 충분히 가능할 겁니다.”
[궁정 마법사라면…. 아니, 실언을 했군.]“마법사는 무시해도 될 겁니다. 머릿속에 알 수 없는 힘이 들어온 상황에서 순수한 개인의 이해를 휘두를 수 있는 마법사는 없을 테니.”
마법 전력은 봉인됐다고 봐도 좋다. 앞을 막아서는 기사들은 내가 어떻게든 뚫는다. 그 길로 파고든 일행. 흑마법사. 영혼에 정통한 주술사가 섞인 일행은….
‘황후, 황비들에게 주어진 각자의 궁전. 그 안으로 파고들어, 누가 마녀인지 찾아낸다.’
계획의 구멍을 차근차근 매울 시간은 없다. 여기서부터는 행동으로. 힘으로 그 어그러진 부분을 바로잡는 것뿐.
“당연한 말이지만, 죽겠다 싶으면 알아서 튀는 거 잊지 마시고!”
투확!
마지막 메시지를 전한 교수의 몸이 포탄처럼 성벽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푸른 오러가 넘실거리는 기사들의 전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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