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end of the world, Cry Clear RAW novel - Chapter 279
Chapter. 14. 제국 하나, 전설 셋(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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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드드득-!
칼이 휘둘러진다. 어둑한 겨울 하늘을 밝히는 황금빛을 품고서. 비산하는 꽃잎을 바스러뜨리며 적수의 목을 향해. 곧, 검은 발톱이 그것을 마주한다. 힘과 힘의 조우. 그 거대한 반발력이 팔로, 어깨로. 발끝으로, 그리고 단단한 판석에 거미줄 같은 균열로.
콰앙!
찰나의 순간, 그 반발력을 추진 삼아, 하체의 힘으로 칼을 밀어내는 데 성공한 교수가 그 열린 가슴 위로 섬전과 같은 주먹을 뻗었다. 교수는, 이 정도로 상대에게 치명상을 입힐 순 없을 거라 생각했다.
‘상대는 1황자. 그 제국의 적자니까.’
1황자. 가이낙스 아그단. 그를 숭상하는 무리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패왕의 상을 타고났다 불리는 자.
과연 그 명성답게 그의 거대한 곡도는 패도란 무엇인가를 상징하듯 거칠게 몰아쳤으며, 예의 사자머리 투구를 쓴 기사단의 도움 없이도 마스터 나이트 여럿을 제압한 교수를 수월하게 상대하고 있었다.
저 황금빛 오러. 황제가 있는 황궁을 중심으로 폭발하듯 퍼져나오는 황금빛 기운이, 씨실과 날실이 되어 깃든 황금빛 갑옷. 저게 제일 문제였다.
‘그냥 깡으로 파워만 따지면…. 내가 밀린다.’
이 거대한 제국 전체의 의지. 그 일부라 해도 상당수가 깃든 가이낙스의 갑옷은 걸어다니는 성채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소모전과 단기 결전. 어느 것 하나 유리해 보이지 않는 상황. 고속 이동과 정지, 그 끔찍한 부하를 감당한 관절과 연골이 갈려 나가 무릎이 불타는 것처럼 뜨거웠고, 충차처럼 거대한 오러를 휘두르는 검에 온몸은 이미 삐걱거리는 중이었다.
‘제대로 맞으면 베이는 게 아니라 으스러지겠군.’
그야말로 거대한 벽. 그리고 그걸 마주한 지금의 기분은-
“….흐, 흐흐흐흐.”
이상하게,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좋았다.
전투의 희열. 아드레날린으로 인한 반응과는 또 다른 쾌감. 어떤 종류의 해방감? 고양감?
전투란 찰나의 예술이다. 나를 죽이려는 상대 앞에 내 몸이 가진 모든 가능성을 쥐어 짜내며, 동시에 그 본능의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움직임을 냉철한 이성으로 이끌어내는 행위다.
영과 육. 그 상반된 두 개념이 가장 치열하게 마주하는 순간.
아마, 그래서 그런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기억 속에 없는 기억. 현실에 잠든 괴수의 기억이며, 내가 잃어버린 순간의 기억이 조금씩 새어 나온 것은.
쿠르르르르-
쿠웅!
오러에 갈려 나간 끝에 무너지는 첨탑의 비명. 포격에 쓰러져가는 바리케이드와 몰려나오는 기이한 변종들.
“크아아악!”
“지, 진정한 제국을 위하여!”
이상과 맹세를 따른 끝에 죽어가는 기사들. 정의를 기치로 모여, 각오 끝에 변종의 손에 찢겨나가던 돔의 병사들.
그리고.
“개인으로서, 제국과 다름이 없는 나를 상대로 분전한 것을 치하하겠다, 성자.”
밤하늘을 꿰뚫듯 거대한 오러가 담긴 검을 든 가이낙스. 불합리를 넘어 불가해에 가까운, 눈앞에 마주한 적의 힘. 그것과 겹쳐 보이는 확정된 죽음. 전쟁 병기, 오르페우스.
기억이, 감정이. 언어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그 두 가지가 뒤섞여, 하나의 결정을 이룬 무엇인가가 그의 머릿속으로 스며든다.
‘정신 오염 같은 저열한 것이 아니야.’
그 단계는 이미 예전에 극복했으니. 지금의 것은…. 회복? 흡수? 아마 그런 식으로 부르는 게 가장 비슷할 것이다.
[회복?]‘그래, 회복. 삶과 죽음. 이성과 감성이 모두 한 점으로 수렴하여 만들어지는 괴물. 3형 변종으로서 박교수의 기억이야. 식물인간이 된 바깥쪽 내 몸, 닫혀있던 그 뇌 안에 보관되어있던 블랙박스.’
기억과 감정이 하나로 뒤엉켜 뭐라 표현할지 감조차 잡히지 않는, 금강석처럼 단단하게 뭉친 기억.
그것에서 스며드는 감정은, 오랜 고민의 해답을 얻은 자의 해방감에 가까웠다.
콰득!
무너진 첨탑에 깔린 괴수의 부러진 다리가 잔해를 걷어차고, 몸을 일으켰다.
[교…. 들리….나! 오트만….세! 제기랄, 마법 방해 술식…. 사방에! -들어! 꽃의 황비는 아니야! 황녀는 없…. 황비를 만났….! 민간인이다! 알드리치가 직접-] [앞…. 근위 기사….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 지금으로선 추가적인 확인은 불가능하네!]“….쉬운 쪽을 드렸더니, 빨리도 끝내셨군.”
마력 간섭에 의한 잡음과 함께 들리는 오트만의 목소리. 반대편으로 간 마법사 팀이 성공했고, 그쪽은 마녀가 아니었다는 소식.
몸을 일으킨 교수는 황금빛 오러가 넘실거리는 곡도와 함께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오는 가이낙스를 마주했다. 그의 몸을 휘감은 황금빛 기운은 그와 한 몸이 된 듯, 앞장서 이끌 듯 그 앞에 넘실거리고 있었다.
지치고, 재생력도 바닥난 이 몸으로는 여전히 답을 찾을 수 없는 강함. 그것을 마주함과 함께 찾아드는 안도감.
그래, 이 감각. 이 기억이다. 항거할 수 없는 적.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을 마주함에 희열하는 변종의 기억.
아니, 어쩌면 변종이라서가 아니라. 처음부터 뒤틀린 한 인간의 사고방식일 수도 있었다.
어째서 전쟁 따위가 있어야 하는지, 왜 내가 사람을 죽여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으로 밤잠을 설치던 어린 소년병은 황무지의 생존자로, 도둑으로, 강도로. 누군가 전쟁의 이유를 물으면 작은 고소(苦笑) 한 번으로 설명할 수 있을 만큼 잘 이해하는 사람으로 자라났다.
세상엔 그의 손이 닿지 않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았으며, 그 품에서 빠져나간 것들이 하나둘 세상에서 사라져갈수록, 그것에 익숙해져 갔다. 열심히 움직이고, 손에 닿는 것들과 그렇지 않은 것들을 구분했으며. 그 손 밖에 있는 것에서 눈을 돌리는 법도 배웠다. 한 명의 황무지 생존자로 살아남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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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딱 한 조각. 오르페우스의 빛이 그 삶을 낱낱이 해체하고 다시 재조립하는 과정에서. 그 가장 깊숙한 내면의 밑바닥에, 교수 그 자신조차 몰랐던 작은 아집 한 조각이 남아있었다.
그것은, 어린아이 같은 투정.
‘답이 없는 문제는 없다. 없어야만 한다.’
그 모든 의문의 끝에, 해답이 없음을 인정하지 않는 어리석음. 그 해답을 찾지 못하는 것은 아직 나의 시야가 좁고, 내 능력이 부족한 것일 뿐.
어딘가에는 정답이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기에 능력이 부족함을 한탄하고, 실수를 자책하며,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한다.
사람들은 전쟁이 발발하면 분노하되 그것이 나의 탓이라 여기지 않는다. 그건 저 멀리, 미사일 버튼에 손가락을 올릴 권한이 있는 자들의 이야기니까.
화산이 터지고 지진이 일어난다 한들, 사람은 그 갈라지는 땅과 솟구치는 용암을 보며 스스로를 책망하지 않는다.
하지만 박교수라는 인간은, 그런 부분에 있어 고장이 나 있었다. 그 화학탄의 자욱한 연기 속에 그 대신 피를 토하며 죽어가는 아버지를 본 순간부터. 생각 없이, 그저 공포에 사로잡혀 누군가 시키는 대로 멍청하게 행동한 결과를 다른 누군가를 통해 받아낸 뒤부터.
그는 그 눈에 들어온 세상 모든 일에 자신이 개입하지 못한 부분을 떠올리고, 기억하며, 끝없이 생각하는 것을 반복하는 인간이 되어 있었다.
그의 사고능력은 그러한 뒤틀린 무의식에서 비롯한 끝없는 자책과 참오로 만들어진 결과물이었다.
콰아아앙!
밤하늘을 대낮처럼 밝힌 황금의 거검과 괴수의 발톱이 격돌했다. 두 힘의 교차로 땅이 갈라지고, 세계와 세계를 유리시키는 힘에 검은 팔이 바스러지기 시작했지만.
까드드득!
동시에, 그 손톱은 실체화된 오러를 파고들어, 안으로. 그 황금의 결정과도 같은 오러를 태우며, 조금씩 검날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이런. 건방이 하늘을 찌르는구나! 스스로가, 감히 일개 필부의 의기가 제국 전체의 의지와 맞먹는다 여기느냐! 감히 개인이 이 드넓은 영원의 제국을 꺾을 수 있으리라, 진심으로 믿고 있는 것이냐!”
-쿠와아악!
주변에 넘실거리던 금빛 물결, 제국의 힘이 가이낙스의 검으로 빨려들며 단순히 오러가 아닌 선명한 검의 형상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대검에 가까운 크기의 곡도. 그 가드에 갈기와 같은 금빛 털이 장식되어 있으며, 그 손잡이에 금방이라도 살아 움직일 듯 생생한 사자 머리가 양각된 황금의 검.
“오냐, 내 그 기치를 높이 사, 제국의 하늘을 열어낸 위대한 검으로 그 어리석음을 징치해주마!”
사자검, 라그랑드.
먼 옛날, 끝없는 전쟁 끝에 작게 쪼개진 수십의 국가를 정복한 초대 황제, 라이오넬 아그단과 함께 그 운명을 서약했다 여겨지는 전설적인 대검.
그 형상을 만들어낸 가이낙스의 오러가, 포기를 모르는 무지한 자의 머리 위로 하늘을 쪼갤 듯 떨어져 내리고.
이빨이 부서져라 악 무는 소리와 함께, 모든 압축된 근육을 폭발시키는 전신을 쥐어짜는 괴성과 함께. 괴수의 검은 주먹이 그 황금의 거검을 향해 마주 달려들었다.
하이드는 그 의식의 수면. 그 깊고, 어둡고, 단단한 물속에서 떠오르는 작고 보잘것없는 덩어리를 바라보았다.
[….봐줄 만하네.]단단하고, 지저분하고, 일그러진 덩어리. 일견 볼품없었지만, 인간의 내면에서 태어난 하이드는 그 형태에 담긴 의미를 읽어낼 수 있었다.
내면이 선한 만큼, 쉬이 다른 비극에 공감한다. 잠자리가 불편하다 투덜거리던 녀석은 그날 저녁 장작더미 위에 누워 연기가 되었다. 가슴에 새겨졌다. 달궈진 총신과 드러누운 수풀 속에. 생기 잃은 눈동자와 마주하며 그 또한 되새겼다. 무엇이 잘못했고, 무엇을 바꾸어야 했나. 후회하고, 사고하며, 행동한다.
잔디 한 조각을 밟는 순간에도 눕혀진 풀의 흔적. 미세하게 압력이 다른 형태. 족적. 그의 군화. 풀의 종류와 짓이겨진 식물의 향까지. 상황에 개입하는 모든 가능성이 순식간에 떠올랐다 사그라들며, 슬며시 발을 끈다.
끊임없는 고뇌 속에 그는 전략 전술의 귀재가 되어있었고, 그 끝에 만신창이가 된 그 부드럽고 선한 내면은 흉측한 흉터와 바스러져 떨어져 나간 상처로 뒤덮여 단단해져 있었다.
긍정적인 사람이라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부정 감정이 똘똘 뭉친 자아라 표현하는 게 맞겠지.
혐오. 행동하지 않는 것에 대한 혐오. 타협하지 않는 고집이며, 그 어떤 것도 외면하지 않는 정신병에 가까운 직시.
3형 변종이 트라우마를 형상화한다면, 그의 내면은 그 깨어져 나간 자아의 날카로운 단면으로 깎아낸 인간의 각오라 표현하는 것이 좋으리라.
그 생의 마지막 순간.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녹아내리던 의식이 떠올린 것.
『그 모든 불가능에. 손끝이라도 닿을 수 있는 존재가 된다면. 최소한, 정답을 찾아 헤맬 자격이라도 주어진다면.』
쩌적.
『나는. 그 답을 향해 손을 뻗어.』
쩌저적-
『움켜쥐리라. 그렇게, 살 것이다.』
그렇기에, 거대한 벽을 마주함에 기뻐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그것이 저 멀리,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아닌 그와 마주한 자리에 있음에 감사하며. 달려든다.
….파각!
순간, 그 흉터투성이 육체와 닮은 내면의 정수가 깨어져 나가고. 그 안에 들어있던 빛나는 무언가. 삶의 정수라 할 수 있는 것이 어둑한 내면의 밤하늘 위로 스며들었다.
기억이 별이라면, 그 모습은 은하수와 같았다.
검붉은 괴수의 손톱 끝에, 그 은하수와 닮은 하얀 불꽃이 어려 황금의 오러를 밀어내고 있었다. 정립된 의지를 표하듯 단단한 오러의 형태가 아닌, 끝없이 흔들리고, 일그러지며 타오르는 불꽃.
오러. 내면에 구축된 하나의 독립된 세계가, 또 다른 세계에 자신을 주장하는 힘.
그 소우주에서 비롯한 것을 밀어낼 수 있는 것은, 또 다른 완성된 세계의 파편. 다른 오러뿐이었다.
끄드드드드득! 까각, 카가각!
황자, 가이낙스는 눈앞의 사실을 부정해야만 했다.
제국 모든 신민의 의지가 뭉친 힘이며, 그 형상은 제국의 하늘을 열어낸 초대 황제의 대검, 사자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런 그의 공격이, 저런 흉측한 모습의 생물에게 밀려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 대륙의 모든 구석구석을 넘어, 신과 악마의 손길마저 닿지 않는 미지의 땅까지 뻗어 나갈 제국의 힘이 누군가에게 패배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
제국은 패배하지 않으니 이것은 황자 가이낙스 개인의 패배이며, 그것은 그와 제국이 하나가 아님을. 그에게 완벽한 황제로서의 자격이 주어지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것이기에.
황자는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인정할 수 없다는 듯, 검의 형상과 함께 실금이 퍼져나가는 검에 더욱 힘을 실었다.
“나는 제국의 적자, 황제가 될 존재다! 내가 곧 제국이란 말이다! 나를 꺾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의 내면에 정의된 세계. 본인과 제국을 동일시한 황자의 뒤로 오러의 후광이 피어오르며, 마치 제국 전체가 일어나 창날을 들이댄 듯한 기세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거대한 기운에 비하면 한없이 작은 기운이.
“그 ‘불가능’을 위해 준비된 정답이, 나다 이 새끼야!!!”
하얀 불꽃이 파고들었다.
-으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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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아아아아앙!
마침내. 황금의 오러를 뚫고, 교수의 주먹이 황자의 사자 면갑에 틀어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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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을 어긋나게 할 정도의 격전에 갈라진 대지 위로, 황자 가이낙스의 몸이 실 끊어진 인형처럼 훨훨 날아갔다.
“화, 황자 전하를 보호하라!”
“저하께서 중상을 입으셨다! 불측한 반역 도당으로부터 1황자님을 보호하라!”
철컹!
날아간 가이낙스의 몸이 그가 가로막고 있던 황후궁의 문을 부수며 틀어박혔다.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 여겼던 황자의 패배에 혼란에 빠진 사자머리 기사들이 정리되어가던 전장을 내버려 두고 이쪽으로 몰려오고 있었다.
기사들은 입으로는 황자에 대한 보호를 외치고 있었지만, 그들의 몸이 향하는 곳은 쓰러진 황자가 있는 곳이 아닌 쓰러지기 직전의 내가 서 있는 곳이었다.
그들로서는 인정할 수 없고, 인정해도 안 되는 일인 것이다. 제국, 그 자체의 정수에 가까운 황제의 힘. 그것을 휘두르는 황자의 전투에 가세하는 것 자체가 제국에 대한 불신이며, 불충이기에 전투에 참여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건만.
그런 황자가 패했다는 것은, 제국의 기사로서 그 근간을 무시당한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제기랄…. 보스 잡으면 휴식할 시간 정도는 줘야지. 더럽게 매너 없는 새끼들.”
교수는 그 흉흉한 기세를 마주하며, 인간형에 가까운 근육질의 게임 속 육체와, 괴수에 가까운 현실 속 육체를 뒤섞어 놓은 형태로 변한 자신의 몸을 눈으로 쓸어보았다.
[어때? 본인의 그…. 진신사리(眞身舍利)? 비스무리한 내면의 결정을 마주한 감상은? 그야말로 ‘실전 압축 박교수’ 같은 거였는데.]‘충격이다. 좋게 포장해서 그렇지, 결국 [인정 못 해! 인정 못 해에에에엑!!] 같은 소리나 빽빽 질러대며 들이받는 놈이라는 거 아냐, 내가. 빌어먹을. 개인적으로 나를 냉정하고 샤프한 이성적인 타입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저런. 마음을 너무 험하게 굴리긴 했나 보네. 양심이 다 닳아서 흔적도 안 보이는 걸 보면.]후두두둑.
부서지고 갈라진 몸이 재생하지 못하고, 바스라지고 있었다. 재생력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뜻. 손톱 끝은 부러져 무뎌졌고, 팔과 다리에 힘도 거의 안 들어가며, 몰려오는 기사들은 하나같이 마스터 나이트 중에서도 급이 있는 자들이지만.
화륵.
그 무딘 손끝에, 파괴의 정수라 표현하는 힘이 작게 일렁이는 것을 확인한 교수는 자신감 넘치는 미소와 함께, 마지막 남은 힘을 모아 땅을 박찼다.
사자머리 기사들이 달려오는 방향이 아니라, 그 반대 방향으로. 쓰러진 1황자가 있는 곳으로.
절그럭!
쓰러진 가이낙스의 머리를 옆구리에 끼운 교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 일렁이는 오러의 불꽃을 황자의 머리에 들이댔다.
“가까이 오지 마! 거기서 한 발짝이라도 더 접근하면, 그 위대한 황금의 오러를 태워버린 이 불꽃으로, 황자의 대가리를 바삭바삭하게 구워버리겠다!”
화르륵!
‘….우윽.’
온몸의 힘을 다 짜낸 상태에서 큰 소리를 내려니 금방이라도 속을 게워낼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달려오던 그 자세로 굳어버린 기사들을 보니 금방 기분이 좋아졌다.
[우웩. 방금 전까지 ‘불가능한 문제의 답이, 나다!’ 같은 소릴 했으면서. 그 마무리가 인질극이라니.]‘간단한 문제를 어렵게 풀 이유는 없지. 심플- 이즈- 베스트. 죽도록 싸워 이겼으니, 전리품 정도는 챙겨도 되잖아? 이거 만능 실드나 마찬가지라고.’
[쓰러진 사람을 통째로 전리품이라 말하다니. 고대 아즈텍 전사 같은 놈.]질질질질-
그렇게, 기사들이 망부석처럼 허망하게 황후궁 입구만 쳐다보는 가운데.
교수는 쓰러진 가이낙스의 머리를 그대로 옆구리에 끼운 채, 시체처럼 그를 끌며 황후궁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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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 틱. 틱…..
띠링-
[Player log. check. ‘professor’. 코어 데이터 접근 중.] [Player log. check. ‘professor’. 코어 데이터 접근 중.] [access denied. access denied. 접근 불허. 제한된 접근.]탁. 타각. 탁탁. 타각.
[….check. 관리자 아이디, 확인. 생체 정보…. 확인. Master ‘Giedroy?’ 접근 허용.] [치명적 오류 기^%#&‘/// 판단 ? 보류] [로그 체크. 확인.] [§///*^^32?- d(#@^%)?-8] [라인 3. 분화. 라인 5. 라인 12. 라인 25. 라인9. 케이스 엔드. 라인 142. 라인 78. 라인 14. 케이스 엔드. 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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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해(不可解)를 위한 정답이라…. 그래. 마침내 도착했구나. 세 번째가.”
낡은 컴퓨터와 최신형 인공지능 데이터 센터. 브라운관 TV와 리얼리티 홀로그램이 마구잡이로 뒤섞인 방.
수염이 하얗게 센 노인이 커다랗고 낡은 화면을 뚫어질 듯 쳐다보고 있었다.
하얗게 센 지저분한 수염이 키보드에 닿을 듯 흔들거리는 가운데.
노인의 마른 손가락이, 노랗게 변색된 플라스틱 키보드 위를 춤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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