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end of the world, Cry Clear RAW novel - Chapter 28
Chapter.3 그 한 줌의 은화를 위하여(10)
***
“왼쪽으로! 좀 더 왼쪽으로!”
부아아아앙-!
타악!
“됐다! 잡았어!”
“끌어올려!”
달리는 차량에서 뻗어나온 교수의 손이, 필사적으로 옆에서 뛰어오던 벡스의 손을 낚아챘다.
“으어허허흐어어엉#@(^!@*#(***@!!!! 진짜, 진짜 뒈지는 줄 알았다! 햅번!”
“아주 나이스 타이밍이었다, V!”
세 일행을 모두 태운 허머는, 엘리베이터를 향해 맹렬하게 돌진하고 있었다.
“어이, H! 그나저나 어떻게 할 거야! 아직 엘리베이터 문 잠겨있잖아!”
“뭘 어떻게 해! 들이 받아! 전원은 들어 왔으니까 안에서 조종하면 돼! 아까 보니까 이 차 벽 잘 부수드만!”
“아깐 나보고 미쳤다며! 벽이랑은 다르지! 부수고 들어간다고 해도, 엘리베이터가 찌그러져서 통로에 걸리면 끝장이라고!”
“그럼 시발 저 뒤에 쫓아오는 놈한테 ‘실례합니다, 엘리베이터 문 여는 동안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하고 정중하게 부탁해보던가!”
“오——오오오아아아아아아아!!!!”
부아아앙-!
“Verdammater abscham(빌어먹을 버러지)! 살다 살다 내 부랄이 떨리는 날이 올줄이야! 아무거나 붙잡아! 박는다!”
“제일 먼저 정신 차린 놈이 나가서 위로 가는 버튼 누르는거다!”
“으아아아아! 14!! 햅번! 나, 나 정말 최선을 다했다! 삶이뒤집힌기억오늘끝하늘셋이서발자국#!)*#$@^)!!!!”
“정신차려 V!”
“염병 늙은이! 재수없게 유언 같은 거 남기지 마!!!”
쿠우웅!!
끼이이익-!
“우아아악!!”
“으아아아!!!”
“아래14힘들어눈알오늘숨! 두발탄생!
쿠우웅!
충돌과 함께 엘리베이터의 문이 시원하게 떨어져나가고, 마구 흔들리던 차가 정지했다.
“으으으, H, V, 움직일 수 있냐….”
“negative…..”
“꼈다, 다리…..”
“크흐흐, 몸을 더 키워라, 계집애 같은 놈들아.”
콰앙!
찌그러진 문을 박차고 나온 이안은, 비틀거리며 화물용 엘리베이터 모서리에 달린 조작판으로 다가갔다. 바닥만 있고 사방이 탁 트인 화물용 엘리베이터. 이 기계에 셋의 목숨이 달려있다고 생각하니, 이안은 묘하게 이 기계에도 애정이 생기는 것 같았다.
“크흐흐흐, 귀여운 베이비, 우리를 천국으로 끌어올려 달라고….!”
부들부들 떨리는 손이 녹색으로 반짝이는 위쪽 버튼을 눌렀다.
드드득-
우우우웅-
잠시 진동하던 엘리베이터는, 천천히 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흐, 흐흐흐흐….”
“우, 움직인다! I! 아니, 메탈 죠! 이거 움직이는거 맞지! 안에서 안 보여!”
“후하하하하!!! 살았다! 저 좆같은 지옥에서 살아 나왔다고! 잘 있어라, 머저리 새끼들아! 우린 올라간다아아아-”
.
.
.
.
.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콰직! 우득 콰지직!
그 순간, 셋의 환호성을 흩어버린 끔찍한 울음소리가 통로를 가득 채우며, 희열에 들떠있던 세사람의 얼굴이 시꺼멓게 죽어버렸다.
“아 제발 그만좀 하자! 3페이즈냐? 보스, 진보스 잡았는데 뭐가 또 있다고? 너무 클래식 한거 아냐?!!”
“Hurensohn!! 놈이다! 큰놈이 기어 올라오고 있어!”
느릿느릿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의 아래에서, 어보미네이션이 팔인지 촉수인지 모를 살점 덩어리를 벽에 박아가며 일행을 쫓아오고 있었다. 확연히 차이나는 속도에 놈과 엘리베이터의 거리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빌어먹으으을!!! 조라에몽! 그 가방에 뭐 더 없냐! 폭발물! 이상한 탄약! 뭐든지!”
“개소리! 나라고 뭐 무한정 폭약이 쏟아져 나오는 줄 아나! 없어! 아까 다썼…..”
달칵-
필사적으로 가방을 뒤지는 손에, 단단하고 각진 감촉이 느껴졌다.
‘…..아니, 하나 더 있군.’
이안은 가방의 구석에 넣어두었던, 이런 상황에 쓰게 될 거라곤 생각도 안 해본 물건을 꺼내들었다.
[FRONT TOWARD ENEMY]손바닥 만한 직사각형의 심플한 플라스틱 바디에, [적 방 향] 이라는 직관적인 문구. 그리고, 격발기.
“흐, 흐흐흐흐…..”
클레이모어 지뢰를 꺼내 든 이안의 눈에, 위험한 빛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콰직, 콰드득!
“오오오오오오!!!!아아—–아아아아!!!”
“어이, 그,그거….. 뭐야.”
부스럭-
주머니에서 찌그러진 담뱃갑 하나를 꺼낸 이안은, 안에 들어있던 궐련을 입에 물고 같이 들어있던 성냥을 턱에 그어 불을 지폈다. 담뱃갑 위에는 낡고 해졌지만 [Lucky Strike] 라는 글씨가 선명했다.
“차고에서 주웠다. 왜, 한 대 줘?”
“아니, 아니아니아니, 그그그 그거말고! 왼손에 든 거?”
“아아, 이거? 뭐긴. 우리 라스트 호프지.”
“이, 이봐, 우리가 상황이 좀 많이 급한 건 아는데, 그건 진짜 아닌 것 같다. 클레이모어라니! 그거 전선 연결해서 방향 잘 조절해서 터트리는 거거든?! 지향성 폭발이라고! 아래쪽에 있는 적을 어떻게 노릴 건데!”
스으읍- 후우우.
음, 죽이는군. 정말 죽여주는 맛이야.
입에 문 궐련을 맛있게 피운 이안은, 싱긋 웃으며 교수에게 말했다.
“어이, H. 골라봐라.”
“뭘?”
흥얼거리며 뇌관을 삽입하고 8미터 남짓한 전선을 모두 연결한 그의 얼굴에는, 기괴한 미소가 한가득 떠올라 있었다.
“앞, 뒤?”
.
.
.
.
교수는 그 말을 이해해버리고 말았다.
“너 설마아아아!!!!”
“크하하하! 코인 토스! 행운의 여신에게 올인이다!!!!”
휘익-
이안의 손 위 들려있던 클레이모어가, 그대로 난간 너머, 어보미네이션을 향해 추락하기 시작했다.
***
휘릭-
차량에 끼어 움직이지 못하는 교수의 눈에, 떨어져 내리는 클레이모어가 슬로우모션처럼 보였다. 앞이면, 폭발은 아래쪽을 향해. 뒤 면, 폭발은 위쪽을 향해.
휘릭-
한번 뒤집힐 때마다 지나간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쳐 간다. 나를 대신해 돌아가신 아버지, 14특작대에서의 나날, 어머니와 함께한 황무지의 시간들, 그리고 홀로 보낸 시간, 마지막으로, 짧지만 셋이 함께한 시간….
휘릭-
차량 앞좌석에서 허우적거리며 횡설수설하는 벡스가 보인다. 그 앞에, 난간에 기대어 격발기를 들고 있던 이안이 교수를 향해 윙크를 하고 있었다.
“구우우웃 러어어억, 버디이이이-”
격발기를 쥔 손으로 엄지손가락을 치켜든 이안의 손이, 천천히 격발기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아아, 썩 나쁘지 않은 인생이었어.
교수의 눈가에 눈물 한 방울이 맺히고,
찰칵.
시간이 멈춘듯한 기묘한 감각과 함께,
콰아아아아아아앙!!!!!
교수는 정신을 잃었다.
***
기이이잉-
우우우우웅- 철컥!
사르르륵-
간지럽고, 따듯하다.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것. 알알이 내 몸을 스쳐 가는, 햇볕에 달궈진 모래 알갱이의 감각.
고장난 기계에 불이 들어오듯, 천천히 교수의 감각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밖으로 노출된 화물용 엘리베이터. 바람에 흩날리는 모래, 그리고 변종의 썩은 악취가 아닌, 익숙한 황무지의 바람냄새, 먼지냄새.
“여긴…..”
억지로 차에서 몸을 비집고 나왔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무너진 건물들과 피어오르는 연기가 보였다.
“45구역 외곽….. 엘리베이터는 이쪽에 연결되어 있었나?”
그동안 아무도 못 찾을만했다. 바닥이 열리는 형식의 입구라니. 우리가 지나간 다음 모래가 조금만 쌓여도 흔적도 보이지 않을 것이다.
‘벡스는…. 차에서 튕겨져나갔나?’
멀지 않은 곳에 쓰러져 있는 벡스가 보였다.
“어이, 벡스. 살아있냐?”
“….햅번, 나 종교가 생긴 것 같아. 이런 기분, 처음이야.”
“거 희한하네. 나도 그런데. 이제 크리스마스 말고 부처님 오신 날도 챙기려고.”
“끄어어어-”
엘리베이터 한쪽 모래로 뒤덮인 곳에서 신음소리가 들렸다. 차 사이에 끼어있던 다리는 마지막 충격 덕분에 빠져나왔는데, 좀 까진 것 말고는 큰 상처는 없었다. 교수는 여기저기 삐걱거리는 몸을 이끌고 신음이 들리는 곳으로 움직였다.
“이안, 어이….. 괜찮냐?”
“지….랄. 괜찮을 리가…. 없지…. 갈비가 몇 대 나간 것 같은데….”
부스슥-
모래속에서 몸을 일으킨 이안이, 교수를 보고 큭큭거리기 시작했다.
“왜…. 쳐 웃고 지랄이야….”
“너, 눈썹이, 머리가….끅끅! 홀라당 탔어….크흐흐흐!”
“그러는 너는 미남인줄, 아냐? 너 코가, 대각선으로 섰다고….”
“크흐흐! 끄흐흐흐!‘
지이익- 지이익-
“키힛, 둘 다, 멍청하게 생겼어…. 키히힛!”
한쪽 구석에서 기어오는 벡스까지.
“크흐흐…”
“킥, 크흑….”
.
.
.
.
“크하하하하하!!!!”
“푸하하하하! 아니, 세상에!”
“키히히힛! 저기서 살아왔어! 셋 다 멀쩡하게!”
“크하학, 늙은이, 너는 이게 멀쩡해, 보인다고? 크흐흐흐!”
“황무지에서 이정도면, 모기물린 거랑 비슷한 수준이지!”
결국, 참고 있던 웃음과 속에 쌓여있던 긴장이 한순간에 터져 나왔다.
“니미럴! 그게 되네! 확률은 딱 절반 아니었냐?”
“크흐흐흐! 간절했으니까 51% 정도는 됐겠지! 내 인생 최고로 자극적이었다! 우후! 와우!”
“키히힛, 답도 없는 뇌근육….”
“아, 못 참겠군. 이런 순간을 그냥 보낼 수야 없지!”
이안은 가슴 어림이 아픈지 인상을 쓰며, 등에 있던 가방을 열었다. 뚜껑이 열리자, 알콜 냄새가 확 풍겼다.
시간이 지나 진정되기 시작한 호흡 사이로, 잊고 있던 향이 깊숙이 들어왔다.
“제기랄, 몇 병 깨졌군.”
“이야, 그 미쳐 돌아가는 상황에서 그걸 챙겼어?”
“차고 선반에 떡하니 있더라고. 가방도 비어있어서 바로 쓸어 넣었지. 아, 걱정마라. 차는 팔아서 셋이 똑같이 나눌 테니까.”
휘익-
대충 천으로 싼 병을 교수에게 던진 이안은, 옆에 있던 벡스에게도 한 병을 건네주고 자신의 몫도 꺼냈다.
“요령 없는 자식들. 황무지 사람이 손이 빨라야지 거기서 빈 손으로 나오냐. 미리 말하는데, 이 술, 가지고 가서 팔겠다는 생각 같은 거 하고 있으면 지금 내 손에 죽는다.”
“푸핫! 뭐, 요령이 없어? 이 건방진 자식 보게?”
교수는 웃음을 터트리며 자신의 가방을 풀었다.
“황무지에서 N빵이 어디있냐. 각자 알아서 챙겨야지.”
“그건…. 뭐냐?”
“흐흐흐! 그 많은 거주구에서도 몇 개 없는 차고를 가진 집이었잖아! 귀한 게 그것 뿐이었겠냐고! 네가 차고 안에서 눈이 뒤집어진 동안, 나도 불 끄는데 쓸만한 게 없나 집을 좀 돌았거든!”
교수의 가방에서 나온 것은 작은 그림 하나와, 고급스러운 상자 안에 든 시계와 목걸이였다.
“시계, 목걸이도 괜찮지만, 진짜는 이 그림이지. 대 부호가 세상의 멸망을 직감하고 챙긴 유일한 그림이라, 걸레 짝이 된 네 차보다 훨씬 비쌀걸?”
“크흐흐흐! 이거 완전 좀도둑 아냐?”
끼익- 퐁!
툭탁거리는 이안과 교수 사이에서, 조용히 있던 벡스가 술병의 마개를 열었다.
“….아, 미안. 네 생각을 못했군.”
“걱정하지 마, 늙은이. 반 갈라 줄게.”
“키히히힛, 머저리랑 허접이 누구한테, 말하는거야.”
“음? 오, 말하는 꼴을 보니 너도 좀 챙겼나본데?”
“늙은이, 너 가방도 없잖아? 주머니에 쑤셔넣어 온거야?”
“음? 그렇네? 들어갈때 메고있던 가방도 잃어버렸잖아?”
꿀꺽, 꿀꺽
“크으-!”
시원하게 독주를 들이킨 벡스는, 주머니에서 손가락 두 개 만한 열쇠를 꺼내 보였다.
“가방이 무슨 필요가 있어.”
“음? 열쇠? 그거 얼마나 하겠어?”
“아니…. 잠깐만. 벡스, 그거 설마….”
“키히힛!”
금속으로 된 복잡한 열쇠를 햇빛에 비쳐 보인 벡스는, 두 사람 앞에 열쇠를 흔들어 보였다.
“그래, 햅번. 그거 맞아. 총괄 시스템 패널에 끼워져있던, 보안 키 두 개 중 하나야.”
“!!!!!!”
“!!!!”
“키히힛! 내가 말했잖아. 난 작은 걸 선호한다고.”
교수는 홀린듯이 벡스의 손에 들린 보안키를 바라보았다. 결국 저 시설은 누군가의 손에 들어갈 것이다. 다소 경쟁이 될 테니, 손에 넣은 집단은 빠르게 시설을 정상화 시키고 요새화 시키고 싶을 것이고, 당연히 시스템 패널부터 확인할 것이다. 그런데 보안 키가 한 개 밖에 없어서 아무것도 못 쓴다면,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그거….. 팔면….”
“키힛! 뭐, 그쪽에서 열쇠를 틀에 맞춰서 만들면 못 만들 것도 없지만…. 이런 종류의 열쇠는 쉽게 만들 수 없어. 무엇보다 이런 시설 점령은 정상화 시간이 생명잖아? 이건, 그 시간 값으로 팔 거야. 아마 어지간히 비싸게 불러도 다 받아줄걸?”
“허어어어….”
“우와아아….”
그렇게 멍한 눈으로 서로 를 쳐다보던 그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웃음을 터트렸다.
“뭐,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다들 훌륭한 황무지 사람이었다는 얘기가 되는군.”
“이 메탈 죠가 저런 짜리몽땅한테 졌다는 게 마음에 안 들지만 말이지.”
“키히힛! 허접이 하는말, 잘 안 들리네?”
황무지의 노을 아래, 세 사람이 술병을 들어 올렸다.
“흐흐흐, 가슴 뜨거운 삶을 위하여.”
“후회 없는 죽음을 위하여!”
“키힛, 오래된 은혜를 위하여!!”
쨍!
노을 빛을 받아 호박색으로 빛나는 독주는, 보석처럼 아름다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