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end of the world, Cry Clear RAW novel - Chapter 308
Chapter. 15. 세상의 끝을 본 자는 사과나무를 심을 수 있는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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솨아아아- 퍼억! 솨아아아- 퍼억!
모래를 가르는 배가 작은 사구에 부딪히는 소리.
“세일- 호-! 우현으로 돌려어어-이!”
“어어어어이! 배 겨드랑이 들랍신다아!”
“거 뺀질뺀질하게 그늘만 찾아다니는 새끼는 친히 선수상에 매달아주마!”
뱃전을 뛰어다니는 발소리와 조타수의 구령소리. 쓰러질듯한 더위 속에 선원들을 닦달하는 갑판장의 목소리.
뜨거운 태양아래 눈을 부릎 뜬 조타수 둘이 땀을 뻘뻘 흘리며 조타를 힘껏 돌리자 후미의 큼지막한 조타 날개가 돌아가고,
바람을 타고 크게 선회하는 배를 따라 튀어오른 모래 알갱이가 파도처럼 뱃전으로 흩뿌려졌다.
“으아악! 뜨거!”
“우라질거! 마누라가 한번만 더 모래에 얽은 얼굴해서 오면 같이 안잔다고 했는데!”
“으하하학! 모래자국 싫어하면 항사꾼이랑 살면 안되지!”
“배 좀 살살 모쇼! 제발!”
“살살가면 그게 모래 배겠냐!”
뜨거운 모래를 뒤집어쓴 선원들의 비명소리. 바람을 타고 흩뿌려지는 모래바람.
뱃전 가득 울려퍼지는 선원들의 악다구니와 불편하고 버석버석한 공기를 한껏 들이마시고 있노라니….
“아, 좋다.”
제법, 휴양을 나온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
– Jokass : ….좋아? 저게?
– takealook : 도대체 왜?
– professor : 늬들은 이해 못한다. 음~ 황무지 냄새~
———
그래. 숨 쉴 때마다 목구멍이 까슬한 이 느낌. 먼지냄새, 약간의 멀미까지!
교수는 ‘미친놈이 이제 미친걸 숨기지도 않는다-’ 어쩌고 하는 대화방을 싹 무시한 채, 눈앞에 펼쳐진 광활한 사막과 배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이거, 황무지 분위기랑 아주 판박이다. 시도 때도없이 모래바람이 부는 황무지에, 파도는 없지만 바람 모양으로 물결 진 작은 사구와 배가 충돌 할때마다 퍽, 퍼억- 하고 흔들리는게 영락없이 급정거와 급출발을 반복하는 황무지 차량의 전투기동처럼 느껴지고, 고래고래 악을 쓰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언뜻 스캐빈저의 사나운 목소리처럼 들리기도 했다.
….정말 미친 소리같지만, 이런 분위기가 전부 다 마음에 들었다.
바로 얼마전에 다나랑 그렇게 얘기하고, 밖에 나가고 싶은데 나갈 수 없는 몸이라는 것을 실감한 사람한테 있어 이런 분위기야 말로 힐링 그 자체란 말이지.
나도 내가 황무지를 그리워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곳에서의 기억이라고 해봐야 8할 이상이 고통 언저리의 무언가였고, 나머지도 썩 행복하기만 한 기억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GG에 들어온 지 오래돼도 너무 오래됐다, 이 말이다.
남들이 말하기론 뭐, 38구역 사건이 어쩌구 하면서 내가 나갔다 왔다고들 하는데 일단 내 감각으론 그런 일은 없었으니까.
내가 느끼기로는 마지막으로 현실에 나갔다 들어온게 블루라인 엘프 마을입구 에서 야영할 때였는데, 그때가 막 바람이 차가워지기 시작하던 가을 즈음이다.
가을에서 겨울로, 그리고 봄이 오기 시작하는 지금까지 계속 GG안에 갇혀있던 것이다.
“온다! 온다아아아!!!”
“창잡이 위치로오오! 한 발이라도 빗나가는 놈은 선수상에 매달아 말라 죽을 때 까지 배의 부적으로 써버리겠다! 갈락! 악티크! 네놈들은 가서 닻이나 내릴 준비 해!”
“오오, 한다 한다.”
그런 의미에서, 교수는 이렇게 이동하는 사이에 예기치 않게 다가온 휴양을 마음 껏 즐기고 있었다.
분위기도 좋고~
푸스으으으으으-!
퍼어엉!
볼거리도 많고.
선원들이 아슬아슬하게 준비를 마친 순간, 빠른 속도로 배를 향해 접근하던 모래먼지가 잠잠해지고. 잠깐을 침묵을 넘어선 폭발이 우현 아래쪽을 덮치며 부푼 모래를 뚫고 나온 무언가가 배를 덮쳤다.
“쏴라! 작살 발사아아!!!!”
퉁! 투퉁! 퉁!
“닻! 배 끌려간다! 닻 뭐해! 당장 처박아!!!”
오늘만 두 번째 보는 광경. 일종의 신고식…. 정도 취급을 받는다는 모래 상어라는 생물이었다.
우락부락한 조타수가 팔이 터져나가라 배를 꺾은 덕분에 모래상어의 거대한 아가리가 아슬아슬하게 뱃전을 스치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은 창잡이 들이 발리스타를 쏘아 상어의 옆구리에 말뚝만한 창을 박았다.
창에 연결된 굵은 밧줄이 팽팽하게 당겨지고, 시기적절하게 모래톱에 박힌 닻이 요동치는 상어에게 끌려가던 배를 잡아준 순간.
타다닷!
이 순간만 기다리던 선원들이 굵은 밧줄위를 달려 모래 상어의 등에 올라타더니, 솜씨 좋게 거대한 모래 생물의 숨통을 끊어버렸다.
“크으으. 장관이구만. 확실히 손님들 도움이 필요 없다고 할만한 실력은 있는데요?”
“으음. 대단히 숙련된 선원들인 것은 분명하군. 배의 구조도 이제보니 이런 일들에 대항하기 적합하게 만들어진 것이었어. 그런데, 자네는 저거 안도와줘도 되나? 아까 보니 선원들이랑 친한 것 같던데….”
“갑자기 싫어하데요. 그럴만한 일이 좀 있었습니다. 뭐, 선장님이 쉬라고 하니 쉬어야죠. 아무리 손님이라도 배 위에서 선장님 말을 어겨서야 쓰겠습니까. 여긴 여기 나름의 질서가 있는데.”
지진이라도 난 듯 요동치던 배가 멈추고, 선원들이 피묻은 창과 칼을 들어올리며 환호하는 것을 본 교수는 옆에서 대단히 흡족한 표정으로 감탄하는 오트만에게 고개를 돌렸다.
“솔직히 오트만이 이렇게까지 사막을 마음에 들어하실줄은 몰랐습니다. 환경적으로 완전히 상성이라 바싹 마른 해파리처럼 선창 아래에 늘어져 계실 줄 알았는데요.”
“나도 그리 생각하고 각오를 단단히 했네만…. 오히려 제국에 있을 때보다 더 기운이 나는군. 기묘하구만. 참으로 기묘해….”
“뭐,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그러고보니 오트만은 바다가 마법의 주 심상이잖아요? 그…. 뭐라고 했더라?”
“그래. 젊었을 때 바다를 처음 만난 뒤로, 푹 빠져서 이 나이가 되도록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지. 그래서 마법사명은 강물의 마법사인 주제에 심상은 죄다 바다와 직결된 괴상한 마법사가 되어버렸고 말이야.”
“엥? 강물의 마법사? 오트만 그런 것도 있었습니까?”
“토브룬에서 얘기하지 않았나? 뭐. 마법사들에게 주어지는 허명일 뿐이니 상관은 없지만.”
[아, 기억난다. 확실히 처음 만났을 때 토브룬에서 그렇게 소개했던 적이 있어.]하이드가 기억을 퍼올려주자 어렴풋이 기억이 나긴 했다. 맨날 바다여, 나의 연인이녀~ 이런 소리나 하길래 당연히 바다랑 관련된 이명일줄 알았는데. 옛날엔 아니었나보군.
“음, 아무튼. 여기도 대사막이라고는 불리고 있지만, 지금 우리 앞에 직면한 환경만 보면 바다랑 그리 다를 것도 없으니까, 그런…. 어…. 느낌? 마법사적인 뭐시기로 작용한게 아닌가 싶은데요. 그게 아니면 오트만이 이렇게 펄펄 날아다닐 이유가 없잖습니까?”
“그거랑은 조금 다른 것 같은데…. 으음. 모르겠군. 어찌됐건 마법적으로 대단히 독특한 경험인 것은 분명하네.”
그냥 멀쩡한 것을 넘어 10년은 젊어진 듯 활기찬 모습을 보여주고있는 오트만은, 지금도 선창 아래에서 쓰러져버린 이드라실과 노툼을 간병하다 나온 참이었다. 으음…. 이상해라. 물은커녕 수계 마법에 사용할 습기 한방울 없는 대사막에서, 뼛속까지 수계 마법사인 오트만이 이렇게 활기차다니. 그 체력 좋은 노툼이나 지금까지 흐트러짐 하나 없던 이드라실도 뱃멀미에 사경을 헤매고 있는데.
“손에 든 그건 뭡니까. 쓰레기?”
“바싹 마른 구토라네. 내 살다살다 엘프와 트롤이 쌍으로 속을 게워내는 장면을 볼 줄은 몰랐지.”
“음…. 하긴. 이 풀 한포기 없는 땅에 엘프가 와 있는게 더 이상한거지. 숲 트롤은 말 할 것도 없고. 안좋은데요. 뱃멀미가 그렇게 심하면 금방 탈수증이 올텐데. 가뜩이나 물도 한 사람당 정해진 양만 배급된다고 하지 않습니까? 으음…. 아주 조금만 습한 공기가 있어도 물을 어떻게 모아 볼텐데….”
“아, 탈수 문제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되네. 다 돌려 줬으니까.”
“….예?”
돌려줘? 뭘?
교수는 오트만의 말에 의아해 하다가, 그가 들고나온 양동이로 시선을 돌렸다.
반 쯤 소화 된 아침식사 였던 것-을 바싹 말린 것. 말린?
“아니 오트만. 설마?”
“으음…. 어쩔 수 없지 않나? 이 지역은 5위계 수계 마법사도 물 한 주먹 모으는데 전력을 다 해야 할 정도로 매말라있으니. 수분이 있는 것은 뭐든지 사용해야지.”
“….애들한테는 비밀로 하죠.”
오트만이 간병을 빙자해 무슨 끔찍한 짓을 저질렀는지 알게 된 교수는 누가 볼세라 오트만의 손에서 양동이를 빼앗아 내용물을 사막으로 흩어버렸다.
“으으음. 이제 다 잡은 것 같은데. 우리도 내려가볼까?”
“예. 선장님은 그냥 뒤에서 쉬고 있으면 된다고 했지만, 고생하는걸 마냥 구경만 하고있으면 좀 불편하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알아보고 싶은 것도 있고.”
“알아보고 싶은 것이라면….”
“늘 그렇듯, 수상한거죠 뭐.”
일견 평화로워보여도 새로운 지역이고, 딱 봐도 로드릭 인근과는 수준이 다른 몬스터들이 마구 돌아다니는 곳인 이상 여기도 뭔가 문제가 있겠지.
당장 사막 초입부터 여러모로 수상한 정보를 잔뜩들었으니 마냥 놀고만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오트만과 교수는 조향 날개의 그늘에서 나와, 숨이 턱턱 막히는 햇빛 아래로 발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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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들이쉴 때마다 화재 현장에 나와있는 것 같은 공기를 뚫고 갑판으로 내려가니 어느세 모래상어를 배 위로 끌어올린 선원들이 놈의 피를 뽑고 있었다.
“서, 성자다.”
“으힉! 어이구 이런, 술을, 술을 어디 뒀더라…. 퉤!”
“우윽, 밀지마 임마! 술 있으면 나도 몇 방울만 줘봐. 어이구구…. 퉤!”
첫 만남때 항사꾼 체질이라며 치켜세우고, 10년 지기 친구라도 된 양 웃고 떠들던 분위기와는 전혀 상반된 모습. 교수는 그가 걸어감에 따라 좌우로 갈라지는 선원들을 미심쩍게 쳐다보며 상어가 매달린 곳을 향해 걸어갔다.
“훌륭한 사냥이었습니다, 선장님.”
“아, 성자님이셨군. 고맙소. 오늘은 날이 좋아서 그런지, 이 녀석들이 많이 달려드는군.”
“마치 좋은 일처럼 말하십니다?”
“좋은 일이지. 선원들이야 고생하게 되지만, 이 녀석의 피는 마실 수 있으니. 고기는 말려서 먹을 수 있고, 뜨거운 모래 속을 유영하는 놈인 만큼 가죽의 열 차단력 또한 대단하오. 여러모로 버릴 게 없는 놈이지.”
선장, 하라트 에이버리는 여러 귀족을 태우고 항사를 해본 선장인 만큼 예법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하지만 선원들과 비슷한 꺼림칙함을 얼굴에 담고 나를 맞이했다.
‘….되게 묘한 표정이로군. 선원이나, 선장이나.’
적의는 없는데, 거부감은 잔뜩 있고. 심지어 좀 미안해 하는듯한 표정을 한 선원도 있고.
나와 싸우려고 한다기 보다는 그렇게 해야 하는게 당연한 느낌이었다. 특히 그 이상한 몸짓. 내가 가까이 가면 바로 거리를 벌리면서 손 끝에 술을 찍어 이마에 바르고, 제자리에서 발을 구르며 세 번 돌더니 침을 탁 뱉는다. 싸울 작정이면 저런 우스꽝스럽게 보일 정도로 이상한 짓거리를 하는 대신 허리춤에 찬 칼을 한번 더 쳐다봤을 것이다.
‘….의식? 미신? 선원 답긴 한데…. 혹시 광명 교단이 사막에 해코지를 한적이 있나?’
선원들의 행동이 이렇게 변한 것은 배가 출발하고 얼마 뒤, 손님을 찾으러 온 선장이 ‘성자님!’ 하고 소리쳐 부른 다음부터였다. 바로 옆이었으니 그 외침은 나를 향한 것이 아닌, 갑판 아래에서 나랑 놀던 몇몇을 포함한 선원들을 향한 것이었겠지.
‘따로 신호를 하거나 귓속말을 나누는 징후도 포착하지 못했다. 그럼 이게 자연스러운 반응이고, 이러한 거부감이 뱃사람들의 몸에 익었을 정도로 뿌리 깊다는 뜻인데….’
처음 선원들이 이상 행동을 했을 때 설명을 요구했는데, 마침 메인 마스트 위에서 모래 상어를 발견했다는 목소리가 들려와 나중에 말해주겠다고 얼버무려졌다.
‘쉴만큼 쉬었으니, 이제 일 해야지.’
경험상, 이런 것들은 보통 어떤 사건이나 정보와 연결돼있기 마련.
“따로 원수질만한 사이는 아닌 것 같은데…. 혹시 여기 뱃사람들이 성직자를 싫어합니까?”
“음.”
대뜸 정곡을 찔러오는 물음에 선장의 미간에 작은 주름이 잡혔다.
“….눈치 채셨나보군.”
“아니 뭐, 딱히 위협하려 하는것도 아니고. 싫어할 수 있지요. 어떻게 세상 사람들이 전부 로 하람만 믿겠습니까. 그래서, 어디 교단 신자들이십니까? 그나마 사이가 제일 나빴던 자비의 교단과도 최근에 극적으로 화해해서 딱히 광명과 척을 진 세력은 없는 것으로 아는데. 용기? 지혜? 아니면…. 대사막 구석에서 제물이라도 바치면서 악마라도 소환하십니까?”
마지막 문장에 조금 힘을 주며 조금 진지한 눈빛을 해줬더니 선장이 더욱 곤란한 얼굴이 되어 입을 열었다.
“으으으음. 뭔가 오해를 한 모양이오. 우리는 그런 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상관이 없다 여길 수 없게 행동하시지 않습니까. 대관절 세상에서 이유없이 성직자를 싫어하고, 배척하는 무리가 악을 추구하는 것 외에 또 있는지. 그런게 있다면 더욱 알아보고 싶습니다만.”
“성자께서는…. 처음부터 우리 같은 놈들의 상상을 뛰어넘으시더니…. 성격마저 보통은 아니시구려.”
점점 고조되는 긴장감속에 뒤로 물러선 선원들이 칼과 작살따위 슬그머니 손을 뻗고, 뱃전에 흥건한 피가 바싹 마르며 조금 떨어져있던 오트만의 발치에 물기가 어리던 순간.
“….딱히 사악한 것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오. 다른 교단을 섬기는 것도, 당신이 섬기는 신에 악감정이 있는 것도 아니지.”
“그럼….?”
“후우우우. 솔직히, 이렇게 말하면 성직에 종사하는 이가 어떻게 들을지 뻔하여, 되도록 답을 피하고 있었소만.”
손을 들어 선원들을 진정시킨 선장은, 입 밖으로 내뱉는 것도 불쾌하다는 듯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사막에는…. 금기가 있소. 바닷 놈들이 배에 여자를 태우면 재수없다, 아이를 태우면 젖비린내에 크라캔이 달려든다, 이런 얘기를 하듯, 사막에도 사막의 법도가 있단 말이오.”
“법도라….”
“크흐음…. 이걸 입 밖에 내면 이번 항해가 끝나고 한동안 배에 탈 수 없겠지만, 우리도 귀가 있어 광명이 이단을 어떻게 대하는지 정도는 알고있으니. 어쩔 수 없지. 한번만 얘기할테니 잘 들으시오. 사막에서는…. 성직자와 얽히는 것이 대단한 금기요.”
“마, 말했다!”“제기랄, 그동안 고마웠수, 선장! 다음 항사부터 난 다른 배에 타겠어!”
술렁술렁, 수군수군!
교수가 듣기엔 별것 아닌 말이었지만, 선원들은 아이를 삶아먹는 짐승이라도 본양 기겁을 하며 뒤로 물러났다.
“그게…. 전부입니까? 그냥 대사막의 전통? 성직자랑 친하게 지내지 마라? 누가, 언제부터 그런 얘기를 하고 다녔습니까?”
“사막의 모래알갱이가 거대한 바위였던 시절. 사람이 셀 수 없는 오랜 세월 전부터 대사막의 금기로,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온 이야기였지. 외지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규율이나, 얕보지마시오. 사막에서 금기를 범한 자들은…. 끔찍한 불운에 시달리게 되니.”
선장의 입에서 본격적으로 금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자 선원들은 너나 할것없이 모두 갑판 아래로 도망가버렸다. 아래쪽에서 발 구르는 소리가 들리는게, 예의 이상한 의식 같은걸 하고 있는 모양.
“이곳, 옛 신의 분노를 감내하며 속죄의 세월을 보내는 사막왕국에서, 외신의 종자와 함께하는 이는 죄값에서 도망쳐, 그분을 배신하는 것과 다를 바 없으니…. 가, 가장 부드러운 죽음께서 배신자를 찾아올 것이다….”
“저기, 선장님….”
“그, 그만! 혹여나 날 위해 기도하지 마시오! 자칫 이 배에서 신성력을 발했다간 배에 탄 모두에게 금기의 심판이 찾아올 것이니! 낟,나도, 아직 신성력을 접한 것은 아니라 가망성이 있으니 제발…. 신성력을 쓰는 것만은 멈춰주시오….”
의연하게 보이려 부단히 노력했으나, 금기를 입에 담는 순간부터 선장은 겁에 질려 떨고 있었다.
신성한 것. 교단에 상관없이 어떤 성직자와도 연관되지 말 것에 대한 금기.
그것을 남에게 발설하지 말 것에 대한 금기.
나름 신성 종사자로서 확신할 만큼 저주나 흑마법과 관련된 기운은 없으며, 3월드 역사 한참 이전부터 구전으로 내려오고 있다는 대사막의 규칙.
‘옛 신이라. 집사가 입에 담은 태양신. 선장이 금기의 주인이라 말한 옛 신. 내지의 신성력을 거부하는 고대의 신과, 고대의 신에게 속죄하는 사막 왕국이라….’
뱃사람들이 미신에 약한 거야 유명하긴 하지만. 선장의 말 한마디에 미쳐 날뛰는 모래상어를 향해 뛰어들던 선원들이 저렇게 도망가는 것을 보면 그냥 미신 같지는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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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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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악!
박수 한번으로 분위기를 환기한 교수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선장에게 말했다.
“좋습니다. 그리 말씀하시니 신성력을 쓰는 것은 자제하도록 하지요.”
“저, 정말이오? 당신 같은 외신의 종자들에겐 신과 힘을 나누는 것이 숨쉬는 것과도 같다고, 하물며 그들 중 가장 높은 이라는 당신이….”
“로 하람의 도구로서, 신의 이름앞에 맹세하겠습니다. 성자 교수는 이곳 대사막에서, 어떠한 이유로도 신성력을 쓰지 않을 것을 맹세하지요.”
[어차피 쓰지도 못하면서?]‘이거라도 안해주면 선장님 울겠다 싶어서.’
신의 이름까지 들먹이며 맹세하자, 선장은 그제서야 마음이 놓인 듯 비틀거리며 갑판 계단에 주저 앉았다.
“서, 선장님!”
“에이버리 선장! 당신, 우릴 위해….!”
“리버, 카이암. 그동안 고마웠네. 이번 항사만 끝나면 1등 항해사인 자네가 배를 몰아야겠군….”
“크흐윽! 어쩐지, 남작 그 벌레같은 놈이 손님을 그냥 귀하신 분이라고만 하더니! 내가 이번 손님은 받지 말자고 했잖아요!”
“어쩔 수 없지. 지난번 항사도 실패했으니, 이번에도 손님을 받지 않으면 배를 팔고 전부 거리에 나 앉을 지경이 아니었나. 나 하나로 끝내고, 항사도 무사히 마치고. 이게 모두가 행복해지는 유일한 길이었네.”
“어흐흐흑! 서, 선장님!”
맹세를 들었는지, 갑판 아래로 도망갔던 선원들이 하나둘 뛰쳐나와 선장을 부둥켜 안고 그의 이마에 술을 찍어바르기 시작했다.
혹시나 모를 전투를 준비하던 오트만은 이게 다 어떻게 된 일인지 어안이 벙벙한 얼굴이었다.
“자네, 또 무슨 말을 했길래 그렇게나 단단해보이던 선장이 저렇게 된겐가? 선원들은 또 왜 저러고 있고.”
“어…. 딱히 뭔가 한 것은 아닌데. 그냥, 사막에서 저랑 얘기하면 죽는데요. 존재조차 잊혀질 만큼 오래된 신이 무슨 부드러운 죽음인가 뭔가를 보내서 잡아간다고.”
그 말에 뭔가 곰곰이 생각하던 오트만의 안색이 새파래지며 노인의 마른 손가락이 제 입을 틀어막는 사이. 교수는 텔드랏에서부터 이곳까지, 고구마 줄기처럼 쏟아져나오는 굵직한 정보들을 입안에 굴려보고 있었다.
옛 신. 혹은 태양신.
이상한 사막의 환경.
금기. 성직자 기피 현상. 그리고….
킁킁킁.
“음…. 혹시 모래상어 피에 닿은 사람 손?”
“….”
“읍….”
“대답 없으면 대사막 전역에서 훤히 보이도록 신성력을 마구 뿜어낼-”
“나, 나요!”
“나도! 귀한 음료라 최대한 흐르지 않게 작업했지만 조금 튀는 것은….”
“오케이 거기 둘. 꼼짝말고 가만히 있으쇼.”
손가락을 살짝 찢어 피를낸 교수는 손가락을 튕겨 두 선원에게 피를 한방울 씩 튕겨내며 말했다.
“혹시 열이 나거나. 발끝부터 저려오면서 감각이 없어지기 시작한 사람은 즉시 찾아오도록.”
“그건…. 외신의 저주 같은 겁니까?”
저도 모르는 사이 성직자의 핏방울에 닿은 두 선원이 이제 자기들도 금기의 낙인이 찍혔다며 대성통곡 하는 사이, 겁에 질린 선원의 물음에 교수는 인상을 찌푸리며 답했다.
“저주가 아니라 치룝니다, 치료.”
“치료라니. 지금껏 항사꾼 하면서 모래상어 피를 마셔왔지만 아무 탈도 없었는데….”
“지금까지는 그랬고. 앞으로는 아닐 겁니다.”
희미하지만, 모래상어의 피 속에 섞여있는 역겨운 달콤함.
냄새만 맡아도 힘이 솟는 것 같은 향기속에 겁에 질린 선원들을 바라보며 교수는 환하게 웃었다.
“아주, 재미있는 항해, 아니 항사가 될 것 같군요.”
그 냄새는, 제국에서도, 로드릭 전선에서도 별 다른 활동을 보이지 않고있던.
뮤테이션 블러드의 피냄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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