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end of the world, Cry Clear RAW novel - Chapter 315
Chapter. 15. 세상의 끝을 본 자는 사과나무를 심을 수 있는가(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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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왜 그러십니까. 주인님.”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전사로서 너를 훌륭히 증명하였구나. 잘했다, 살라딘.”
주술사로 위장한 락샤샤의 칭찬에, 교수는 무뚝뚝하고 충직한 노예처럼 그(그녀) 앞에 부복했다.
누가 봐도 세뇌된 노예와 주술사의 대화로 보이는 모습. 둘은, 카울라디의 앞이 아닌 그의 장엄한 거처에 따개비처럼 달라붙은 노예 교육용 부지에 와 있었다.
당연하지만, 주술사 하나가 증명했다고 건장한 전사를 카울라디의 측근으로 올려보낼리는 없었다. 어디까지나 오트만과 만났던 주술사가 한 것은 살라딘이라는 노예가 첩자, 혹은 암살자인지 확인하는 과정이었을 뿐.
그 이후로는 노예 살라딘이 첩자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 주술사가 보증인이 되며, 본격적으로 카울라디의 노예 전사단에 어울리는 인물인지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고 있는 중이었다.
적어도 내가 보기엔 순조로워 보였다.
일단, 체력 검증. 부드러운 모래 바닥에서 성인 남자 다섯명 크기의 사암을 일정 거리이상 옮기기.
그 자리에서 시험용 사암 덩어리를 통과 지점까지 집어던져서 합격.
다음, 품위 검증. 이 동네 지배자들은 얼마나 훌륭한 노예 전사를 소유했는가를 가지고 경쟁하기 때문에, 노예가 등이 굽었거나, 치아가 과하게 빠졌거나, 기타 여러 가지로 다른 지배자의 눈에 띄었을 때 흠이 있으면 안된다고 한다.
최근 폭증한 히어로 포인트 덕분인지 ‘흉악한 산적 살인마 두목’ 상에서 ‘사연있는 의적’상으로 변한 얼굴과, 항사꾼도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잘 태운 피부 덕분에 간신히 합격.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 번의 전투를 통해 전사로서 능력을 증명하는 과정을 수행하는 중이었는데.
과거 노예 전사단에 추천됐다가 탈락한 이들로 이루어진 노예병 여덟명과 동시에 싸워 이기는 것으로 두 번째 전투를 완료했는데, 어째 락샤샤의 표정이 좋지 않은 것이다.
고개를 조아리는척 무릎걸음으로 슬쩍 다가가자, 락샤샤가 드문드문 돌아다니는 주술사를 경계하며 내게 속삭였다.
“음~ 이대로는 안될 것 같아요?”
“….왜? 부러뜨리는게 아니라 팔다리를 통째로 뽑았어야 하나? 퍼포먼스가 좀 약했어?”
“전투력의 문제가 아니라…. 그런 전투방식은 이쪽 문화랑 좀 맞지 않아서?”
“문화?”
이건 또 뭔 소리야.
“네. 문화. 사막의 전사들은 손에 쥔 무기에 전사의 영혼과, 전사가 쓰러뜨린자의 영혼이 담긴다고들 하거든요. 그런데 당신은, 아시다시피….”
“맨손. 이런….”
“미안해요. 침투와 탈출 경로에 공을 들이다보니…. 이런 사소한 부분을 고려하지 못했네요?”
요컨대, 앞선 두 번의 전투에서 압도적인 전투력을 보이며 승리했지만. 전사로서 영혼을 담긴 무기하나없이 맨손을 휘두르는 내 모습을 대단히 불편하게 보는 이들이 있을것이라는 얘기다.
‘어쩐지. 심사? 품질검사? 같은걸 하러 온 주술사들 표정이 안 좋다 했더니. 무기 하나없는 내가 카울라디의 노예 전사단에 어울리지 않아서 그랬던 것이로군.’
그나마 다행인 것은 락샤샤가 빠르게 눈치채고 내게 일러준 점이라는 걸까.
그녀가 말한 것처럼 사소한 문제인 만큼, 해결하는것도 그리 어렵진 않았다.
“뭐, 마지막 전투는 아무거나 골라잡으면 되는거 아냐? 세 번째 전투는 사막 전갈이랑 1대 1이라고 했지?”
“네. 주술사들이 전쟁 병기로 쓰려고 길들이던 놈들인데, 워낙 고난도 주술이다보니 실패하는 경우가 잦아서 이렇게 따로 남겨두는 녀석이 있다고들 하더라구요? 어차피 살처분이니 이런 전사 시험에 사용하는 거랍니다. 적당히 손에 맞는 무기로 두들겨주시면 나머지는 어떻게 될 것 같아요.”
“음…. 전사의 자존심쪽으로 몰아가자고. 손대중도 안되는 허접쓰레기들 한테까지 무기를 휘두르는 것을 모욕이라고 느꼈다고 하면 되겠군. 오히려 비싸게 구는 편이 잘 팔리겠지.”
“좋은 생각이에요.”
무기. 무기라….
다행히 멀지 않은곳에 시험을 위해 준비된 낡은 무기들이 있었다. 이마에 큼지막하게 낙인이 박힌 노예의 설명으로는 낡았지만, 한때 그 짝이되는 전사들과 함께 사막을 질주하던 훌륭한 무기였다고 한다.
“지금은 그분들이 모래로 돌아가시는 바람에, 다시 화로속에서 쇠로 되돌아갈 순번만 기다리고 있는 처지입니다. 본디 무기란 전사가 죽는순간 수명을 다하는 법이 아닙니까? 비록, 전사님께서 다른 전사의 흔적이 남은 무기를 쥐는것에 거부감을 느끼실수는 있으나, 모든 시험에 통과해 카울라디님의 노예 전사로 인정을 받게 되시면, 그분의 훌륭한 공방에서 당신의 손과 몸에 꼭 맞는 평생의 짝을 만들어 드릴태니 지금은 이것으로 참아 주심이….”
“알겠다.”
노예들 사이에도 계급이 있는지 전사 노인인 그에게 깍듯하게 대하는 대장장이 노예를 뒤로 물리며, 교수는 잔뜩 늘어선 무기들을 하나씩 둘러보았다.
‘그럼. 사막제 무기는 기성품이 하나도 없고, 전부다 맞춤이라는건가? 비효율의 극치구만 이거.’
일반적인 전투에 있어 군량 보급이 제일 우선시 되는 이유는 장비라는게 그리 쉽게 닳아 없어지는게 아니라서 그렇다.
전투 끝나고, 전장 정리를 하다보면 적당히 이가 나간 칼 수십개가 회수되고, 대충 갈아서 다른 병사들 손에 들려주면 되니까.
그런데 이 미친 사막놈들은 칼 주인이 죽으면 무기를 하나하나 회수해다가, 전부 녹여서 다시 맞춤형 무기로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이걸 정성이라 해야할지, 광기라 해야할지.
금속이 부족한 동네라 그만큼 귀하게 쓰는 것은 알겠는데.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뭐, 나야 먹고 튈 동네니까 상관 없지만. 어디보자…. 맞춤형 무기라면 체형 말고도 내가 무기를 쓰는 방식도 관찰할텐데.’
눈앞에 늘어선 무기들은 사용감이 있긴 해도 하나같이 장인이 만들었다는 느낌을 주는 명품들. 이정도 맞춤 무구를 생산하는 장인이면 단순히 체형만 보는게 아니라 무기를 쓰는 방식도 관찰한다고 보는 게 맞다.
앞으로 두고두고 쓸만한 물건을 만들어주는건 고맙지만, 대충 아무거나 집었다가 눈썰미 있는 대장장이가 ‘저 새끼, 칼 다루는 폼이 아주 개 허접한데….’ 같은 의심을 품는 것은 곤란한 일.
‘….버클러 두 개 들고 주먹으로 패도 무기로 쳐주려나? 광명교단 무투술 알아보면 어쩌지?’
결국, 의심을 피하기 위해선 어느정도 숙련된 무기술을 보여줄 필요도 있다는 것이다.
당장은 대안이 없으니 방패를 찾아 쓰는 수 밖에 없었다.
“….고민하는 듯 하신데. 전사님께서 찾으시는 무구가 어떤 종류인지 알려주시면 이 미천한 놈이 찾아드릴까 하는데….”
“으음….”
그마저도 사막에서 쓰는 둥글고 커다란 가죽방패 뿐이라 먼지 투성이 진열대를 헤매던 찰나, 쌓여있는 투창더미 속에서 내 눈길을 끄는 물건을 찾을 수 있었다.
———
– Jokass : 오.
– 노루Drug해요 : 그거 쓰게? 너 그거랑 관련된거에 무슨 트라우마 같은거 있는 것 아니었어? 3월드 처음 시작할때만 해도….
– professor : 어. 나도 아는데, 지금은 좀 괜찮은 것 같네.
———
대화방 사람들도 아는 척을 할 만큼, 꽤 오래전에 애용하던 물건.
….덜컥.
“꽤 오랜만이네….”
바로, 도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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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교수는 도끼를 싫어했다. 그도 그럴게, 그의 삶에 가장 암울한 나날을 함께한 것이 도끼라는 무기였으니까.
정말, 어떻게 할 수 없는 울화를 해소하기위해. 이러다 죽겠다 싶어서 기어들어간 곳이 GG의 2월드였다.
퀘스트도 모르고, 뭐 정보를 찾아보고 뭐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고.
순수하게 해소를 위한 플레이로 도끼를 휘두르던 시절. 낮에는 모래폭풍이 부는 황무지에서 신경을 곤두세우고 쓰레기더미를 뒤지며, 밤에는 아무 생각없이 도끼를 휘둘렀다.
플레이 스타일은 굳이 따지면…. 마이너 천류제. 놈과 다른점이 있다면 눈에 띄는 모든 생물을 썰어버릴 실력이 있었다는것과, 나는 없었다는 것?
어떻게 눈치껏, 실력껏 70% 까지는 꾸역꾸역 밀었지만 아무것도 쌓아놓은 것이 없어서 그 이후로 진행이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시비거는 놈이 있으면 일단 붙었고, 처참하게 발려서 숨고 도망치기 일쑤였던 그 시절.
덕분에 도끼질, 은신, 도주 스킬이 가장 높은 괴상한 전사로 완성됐던 것이 나의 2월드 캐릭터, ‘단두학교수님’이었다.
그렇게, 열심히 라면 열심히 키운 캐릭터였지만. 도시국가 연합 구석의 조그마한 오두막에서 만난 두 명의 NPC. 그들의 정체가 부모님의 데이터 소울로 만들어진 것임을 알게된 뒤로 다시는 그 캐릭터에 접속한 적도 없었으며, 현실에서조차 도끼와 관련된 것들은 피해 다닐 정도로 그날의 기억들을 멀리했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전에는 그렇게 거부감이 느껴지던 도끼가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게, 오히려 반갑게 느껴지는 걸까.
[그거아냐? 엿 같은 기억을 즐겁게 떠올리게 되면 그게 추억이 된거라고 하던데.]‘매일 어머니의 무덤에서 기어나온 변종이 나를 뜯어먹는 악몽에 시달리고, 이승에 목줄이 매여서 죽지 못해 살아가는 시절이 추억이면 좀 문제 있는거 아니냐?’
[요즘 세상에 문제 없는놈이 어디있다고. 시간이 약이라서 그런 것 아닐까?]‘에이. 세상에 약으로 낫지 않는 상처가 얼마나 많은데.’
모르겠다. 도대체 무엇이 과거의 고통을 추억으로 누그러뜨렸는지.
하지만, 적어도.
“….쓸만하네 이거.”
지금 다시 한번 부모님의 데이터 소울로 만든 NPC를 만난다면. 그때보다는 할 이야기가 많을 것 같았다.
교수는 묘한 감상에 빠진 채 그의 손에 들어온 도끼를 살펴보았다.
꽤 큰 도끼였다. 배틀 액스보다는 길고, 마상용 할버드 보다는 짧은, 자루부터 머리까지 통짜 금속으로 된 묵직하고, 애매한 도끼.
손때가 반들반들하게 묻어 굽이치는 자루는 손에 착 감겼고, 일반 도끼의 배는 될 듯한 크기의 머리와 보통 전사가 한 손으로 쓰기 힘들 듯한 무게는 이 도끼가 인간만을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고 얘기하는 듯 했다.
나무를 벨 일이 없는 사막에서 만들어진 도끼였으니. 이 도끼의 용도는 순수하게 움직이는 것을 찍어내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리라.
제법 넓은 도끼머리의 옆면에 이상하게 갈라지고 우그러진 자국이 있었지만, 따로 충격에 의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고. 못생긴 외관에 비해 날은 시퍼렇게 서 있었으니 이정도면 충분하다 싶었다.
교수는 자루가 긴 도끼를 집어올리며, 기다리고 있던 대장장이 노예에게 들이밀었다.
“그놈은…. 전사님이 쓰시기에 조금 부족하지는 않을지…. 제법 좋은 쇠가 많이 들어간 놈이라 먼저 녹이려고 했는데, 처음 만든 대장장이가 무엇을 섞었는지 쇠가 녹기는 커녕 타고 갈라지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내버려둔 놈입니다.”
“흠. 이게 그 자국인가.”
“예. 열기가 파고들어 조금 얽었지요. 도끼를 쓰신다면 그놈보다 조금 작은 이것과 방패를 같이 사용하시는게 어떠신지….”
“아니, 이것으로 하겠다.”
불구덩이에서 살아온 놈이라니. 더 마음에 드는군.
교수가 결정을 내리자, 우물쭈물하던 대장장이 노예는 얌전히 고개를 숙이며 세 번째 시험이 기다리는 곳을 가리킬 뿐이었다.
쿵- 쿠궁-
제법 멀리서도 잘 들릴 정도로 요동치는 소리.
커다란 사막배 두척이 쇠사슬로 연결해 옮기고 있는 커다란 우리는 쇠와 나무 재질이 섞여있는 듯 했으며, 두 재료가 각각 다른 색의 도료를 이용한 주술 문자가 새겨져있어 대단히 화려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 안에 들어있는 것은 일전에 사막을 건너오면서 봤던 사막 전갈을 새까맣게 칠한 뒤, 잡아 늘인듯한 몬스터.
몸집이 사막배와 맞먹는 녀석은 다리 끝의 길고 뻣뻣한 털을 이용해 사막위를 달릴 수 있기 때문에 주술로 길들여 전쟁병기로 사용되는 놈이라고 했다.
세 번째 전투 시험 상대는, 까다로운 세뇌 주술이 실패하며 폭주하는 바람에, 부득이 살처분이 필요하게 된 저 거대전갈.
내게 주어진 것은 작은 사막 배 한 척과 빌려준 무기 한자루 뿐.
제법, 난이도가 있다보니 물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보통 노예 전사의 시험에 저런 놈을 쓰는가.”
“그건….때에 따라 다릅니다. 샌드웜이 남으면 샌드웜을 쓰고, 여섯 다리 악어나 길라우프 지네를 사용한 적도 있습니다. 대부분 저것과 비슷하거나 조금 약했을 뿐, 크게 다를 것은 없습니다.”
“크게 다를바는 없다라….”
예상 밖의 대답. 평소보다 큰놈이 잡혔다는등의 대답을 기대했는데 저게 평균이란다.
적어도, 카울라디의 노예 전사단은 개개인이 저런 괴물을 때려잡을 정도의 실력은 된다는 뜻.
‘까다롭게 뽑는다더니.’
교수는 생각보다 탈출이 어려울 수도 있겠다 생각하며, 모래톱에 걸린 작은 배를 밀어내고 묶여있던 밧줄을 풀었다.
사막에 들어온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항사생활 중 어깨너머로 배운 것이 있다보니 작은 배 정도는 모래위에 띄울 수 있었다.
바람의 방향을 맞춰뒀는지, 돛을 폈을 뿐인데 천천히 전갈의 우리가 매달린 곳으로 흘러가는 작은 배.
모래 바다위에 작고 하얀 돛이 펼쳐진 것을 확인한 큰 배쪽에서 사슬을 풀어내는 소리가 들리더니, 주술사들의 손짓에 모래바람이 일며 전갈의 눈에서 교수와 작은 배를 비롯한 주변의 모든 것을 가리기 시작했다.
큰 배 두척과 그것을 운용하는 선원. 주술사 셋. 살처분이 필요하다고는 하나 전략병기에 준하는 거대 전갈 하나.
확실히, 카울라디가 노예 전사단을 특별 취급하는 것은 확실해보였다. 측근 하나를 뽑는데 이정도 인력과 자산을 투자하다니.
교수는 모래바람으로 만든 우리 속에 둘만 남은 전갈과 그의 작은 배를 보며, 선수로 다가가 도끼를 들어올렸다.
꾸우욱.
솨아아아-
모래바람속에 배는 앞으로. 묶여있던 정신에서 풀려난 전갈은 대가리를 위 아래로 흔들며 꼬리를 휘둘렀고,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무언가를 보며 사납게 반응했다.
따가각! 따각! 딱!
절지류 특유의 사방으로 갈라진 입과 집게발을 부딪치며 부드러운 모래위로 몸을 일으키는 전갈.
꾸아아악-!
뿌득, 뿌드득!
오랜만에 쥐는 도끼의 감각은 주먹을 휘두를때의 그것과 너무나도 달랐다. 신체의 연장선. 그 끝부분에 전력을 싣기 위해 몸 전체가 장전된 캐터펄트의 시위처럼 당겨지는 이 느낌.
마침내 완전히 정신을 차린 전갈이 달려들고, 작은 조각배의 뱃머리에서 무언가 비틀어 쥐어짜는 소리가 울리고.
콰직!
달려드는 힘을 버티지 못한 뱃머리가 완전히 으스러지는 것과 동시에,
쩌거어어억-!
잘 익은 코코넛을 쪼개는 듯한 소리가, 오아시스 반대편에서도 들릴만큼 크게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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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샤샤는 초조한 마음으로, 벗겨낸 주술사의 피부가 마르는 시간을 계산하며 교수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다.
전사를 위한 무기에 대한 것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으나, 이곳에 오래 머물 것도 아니니 교수의 힘이라면 아무 날붙이나 들어도 훌륭하게 시험을 통과하고, 다음 절차를 준비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주술사 에올라키. 재미있는 물건을 찾아왔군? 저렇게 무거운 도끼라니. 사막의 전사들이 선호하지 않는 무기가 아닌가? 갑옷입은 놈들을 상대해야하는 내지 사람이면 몰라도, 사막의 전사들은 저런 중병기를 써야할 일이 없으니.”
락샤샤의 겉모습을 아는척하며 다가오는 또다른 주술사 무리. 락샤샤는 미리 조사해둔 카울라디의 수하 목록에서 그의 이름을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었다.
“술사 야긴님. 여긴 어쩐 일로.”
“내 실수한 물건을 누가 치운다고 들어서 왔지. 노예 전사의 시험이라…. 제법 오랜만이로군. 전쟁으로 훌륭한 전사의 씨앗이 될법할 아이들마저 죄다 죽어나가는 판이니. 아, 시작하는겐가.”
야긴. 카울라디를 모시는 주술사들 중 제법 수준이 있는 자.
락샤샤는 그의 흥미에 조용히 입을 다무는 것을 선택했다.
그녀의 주술도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여기서 섵불리 입을 열었다간 이 자리에서 들통이 날 수도 있었으니까.
다행히 야긴은 모래바람 너머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이 많은지, 자신의 눈에 주술을 걸며 히죽거리고 있었다.
“자네가 대려온 노예이니, 자네가 맞춰보게.”
“무엇을. 말인지.”
“그야 당연히 시험 시간이지! 거 아무리 음침해도 매번 우리가 이렇게 내기한 것은 기억하고 있을 것 아닌가! 전사 칼마칸이 샌드웜을 상대로 사흘이 걸렸고. 누막도 사흘. 갈렉은…. 나흘인가?”
역대 노예 전사단이 세 번째 시험에 걸린 시간을 비교하며 즐거워하는 주술사들. 그들이 시험 대상과 수준의 차이에 대해 갑론을박을 벌이는 사이.
쩌거어어어억-!
모래바람 너머에서, 익숙하면서도 생소한 소음이 울려퍼졌다.
무언가 쪼개어지는 소리. 다만, 그 소리가 이렇게 오아시스 전역에 울려퍼질 정도의 대상을 단 한번도 만나보지 못한 소리.
그 기이한 소리에 주술사들은 저마다 눈에 주술을 걸어 안력을 키우고 모래바람 너머로 시선을 던졌다.
덜컹. 덜컹.
작은 사막배가 힘겹게 모래를 가를때마다 박살난 뱃머리가 덜컥거렸다.
돛으로는 모자라 노를 저어오는 전사 노예의 뒤로. 겉혀가는 모래바람속에 검고 번들거리는 실루엣이 드러나자 말을 잇지 못하던 주술사는 간신히 한마디를 꺼내는데 성공했다.
“에, 에올라키 자네…. 보물을 주웠군?”
“….예.”
락샤샤는, 교수의 뒤로 머리부터 등 언저리까지의 껍데기가 깔끔하게 쪼개진 전갈을 보며, 마찬가지로 넋이 나간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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