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end of the world, Cry Clear RAW novel - Chapter 318
Chapter. 15. 세상의 끝을 본 자는 사과나무를 심을 수 있는가(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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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확!
카가가각, 끄극!
‘더럽게, 틈을, 안주네! 거머리같은 새끼들!’
뻐어어억-!
칼질 수십번을 대가로 들어간 멋들어진 정타.
가슴이 우그러진 전사가 훨훨 날아가는 모습을 보며 교수의 입가에 잠시 미소가 맺혔지만, 그의 주술각인이 빛나며 벌떡 일어나는 모습에 교수의 얼굴이 마구 일그러졌다.
인정한다. 이 세뇌 전사들의 전투력에 대한 그의 예상은, 꽤나 오차가 있었다. 그에게 안좋은 쪽으로.
오러? 예상했던 것처럼 희미하기 그지없었다. 오염된 정신, 그릇된 기둥. 제대로 된 오러가 자라날 토대를 다 박살 내 놨으니 저 정도 오러가 무기에 깃든 것만 해도 대단한 의지의 소유자라 칭찬해야 될 수준.
하지만, 사막의 노예 전사단의 진가는 오러 같은 것에 있는 게 아니었다.
스가악!
그의 볼을 스치며 날아간 시미터가 허공에서 방향을 전환해 등을 찔러 들어온다.
“꿰뚫어라, 맹우여! 나의 왕을 위해!”
수십년의 수련 끝에 돌처럼 단단해진 전사의 주먹과 발등이 교수의 정면에서 짓쳐들어오고, 전사의 손을 떠난 칼은 척추와 어깨, 발목 힘줄을 노리며 날아든다.
아슬아슬하게 둘 다 쳐내면 자석처럼 무기와 주인이 붙어, 곡예 하듯 달려드는 사막의 전사.
그런 이들이 수십이요, 저마다 한치의 오차도 없이 한 몸처럼 달려들고 있으며.
뒤에서는 주술사들이 전사에게 온갖 주술각인의 활성과 버프를, 나머지는 내게 무수한 부정 주술과 약화를.
지금의 모습으로 뚫고 나가기엔 너무 집요하고, 완벽한 차륜 진형이었다.
[괴수 형태로 그냥 쓸고 나가면 안돼? 회복할 수 없게 으깨버리고 나가면 될 것 같은데.]‘그럼 이놈들은 처리되겠지. 그 다음, 뒤에서 히죽거리는 저 네임드 둘이 그때만 기다렸다는 듯 달려들어 선빵을 먹일 게 틀림없고.]
육박전과 무기술 양면에 능하고, 거기에 몸에서 떨어진 무기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전사.
심지어 뇌에 심어놓은 조각이 무슨 단말기라도 되는지 주술사들이 그들의 몸을 통해 서슴없이 주술을 발현하기도 했다.
이정도만 해도 경시할 수 없는 전력인데, 첫 일격 이후 테르마키안과 니그미, 네임드 뮤트 둘이 구경만 하고 나선 것이다.
눈앞의 전투에 집중하려 해도,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를 관찰하고 있는 네임드 둘의 전투력을 생각하면 쉽사리 전력을 보이기가-
“후흐흐. 우리야 뭐 막내 부탁이 있으니 이대로 있는게 좋지만. 사막 왕, 진짜 저거 잡을 수 있겠어?”
“두고 보아라. 짐이 교수라는 자를 잡아들여, 이번에야 말로 살라딘이 되도록 직접 손봐줄 테니.”
“그렇게 되면 재밌겠어요. 팔카투스 오라버니는 항상 맞는 말만 해서 조금 재수 없었는데.”
“니그미. 투스를 무시하지 마라. 나도 처음엔 뭐 저런 병신같은 게 다 있나 싶었지만, 성과만 보면 에데오르나 누님도 한 수 접어주는 게 투스 저 녀석이다.”
“큰언니를요? 저 병신이 무슨 수로-”
뽀각!
“한 번만 더 네 오라비를 욕하면 그땐 손가락이 아니라 팔을 뽑는다.”
“아윽, 다들 팔카투스만 이뻐라 하고. 흥!”
.
.
.
.
전력을, 보이기가…. 으으음….
‘….그냥 최대 출력으로 뚫고 나가도 되려나?’
유유자적 노가리나 까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그런 생각이 들긴 했지만, 교수는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상대가 그 팔카투스의 오더를 따르고 있는 만큼, 저게 방심을 유도하기 위한 작전일 수도 있었다.
찰팍!
[교수! 도착했네! 밖에 이 소란이 들리나? 지금 세 번째 걸음 오아시스에 아주 난리가-] [아주- 기가 막힌 타이밍이네요.]마침, 기다리던 게 도착하기도 했고.
카가강!
애초에 적진 한가운데 들어가는 작전이니, 탈출 방법 한두 개 정도는 준비하는 게 당연했다.
처음 계획대로라면 노예 살라딘이 카울라디의 신임을 얻고, 왕혈 두 명을 옆구리에 끼고 나오면 위에서부터 탈출구를 뚫어둔 달그림자 사람들의 탈출로를 따라 모래 바다로 도망치는 지극히 정상적인 방법이었겠지만.
원래 교수는 플랜B를 훨씬 열정적으로 짜는 사람이었다.
도끼를 크게 휘둘러 잠깐 틈을 만든 교수는, 지금껏 내구도 아작나서 살살 쓰던 오러를 오른팔과 도끼에 전력으로 담았다.
순식간에 차오르는 미증유의 힘과, 눈에 보일 정도로 터지고 갈라지는 팔.
“흐아아압!”
어떤 기교도, 목표도 없는 단순한 내려찍기에 숙련된 전사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퍼어어어엉!
판석을 쪼개고 모랫바닥을 두들긴 도끼의 충격파가 전당을 휩쓸었다.
미처 일격의 범위에서 벗어나지 못한 노예 전사가 회복 불가능한 부상에 신음하고, 충격파와 함께 파도처럼 밀쳐진 모래가 횃불을 덮어 공동을 어둠으로 물들였다.
카울라디는 그의 앞에 멈춰선 모래 벽을 털어내며 인상을 찌푸렸다.
“….꽤 머리를 쓰는 전사라고 들었는데. 팔카투스가 과장한 듯하군. 살라딘. 겨우 어둠 따위로 사막의 전사와 주술사가 즐비한 이곳에서 빠져나갈 것으로 생각했나. 그것도, 그 몸 상태로?”
기이한 빛을 머금은 카울라디의 눈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상대의 모든 것을 꿰뚫어보고 있었다.
지친 듯 숨을 몰아쉬는 살라딘. 지팡이처럼 왼쪽 팔로 집은 도끼. 그리고, 그의 기준으로도 대단했던 일격의 여파로 팔꿈치 어림부터 잘려나간 전사의 오른팔.
휘릭- 휘릭- 탁!
“아니. 그쪽 떨거지들만이면 낙승인데, 그 뒤에 괴물 두 놈까지면 어림도 없지. 애초에, 불 끄려고 한 짓도 아니었고.”
기대어선 도끼를 등 뒤의 고리에 맨 교수는, 너덜너덜한 오른팔을 솜씨 좋게 받아내며 말했다.
“거기, 카울라디. 어차피 다 뽀록난 듯하니 뭣 좀 물어봅시다. 왜, 무례해서 싫어?”
“딱히. 이렇게 반항하던 모습과, 향후 내 발밑에서 신발을 자처하며 기어 다니는 꼴을 비교하는 것도 제법 별미라서. 무엇이 궁금한가?”
“그것참, 넓디넓은 사막 전체를 다스리실 위대한 지배자에게 어울리는 웅장한 취미로군. 뭐, 별건 아니고. 보아하니 팔카투스가 나에 대한 것을 자세히 알려준 것 같은데.”
“노예가 아닌 것도, 사막 출신이 아닌것도, 이름이 살라딘이 아닌 교수라는 것도 알지. 애초에 그자가 가르쳐주지 않았어도 미리 알고 있었느니라. 정찰함이 ‘마스트 끝에 나체의 인간을 달고 다니는 기이한 상선’에 대한 보고를 올렸으니. 모래 바다를 누비는 사적(沙賊)이나 할법할 짓을 하며 평범한 상선이라 우기다니. 기이하지 않느냐?”
“이런 염병. 처음부터 걸린줄 알았으면 이렇게 개고생하면서 태울일 없었을텐데. 아쉽군.”
교수가 투덜거리는 사이, 그의 팔에서 떨어져나온 너덜너덜한 팔이 어둠속에서 희미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럼, 이것도 알고 있겠네.”
“….무엇을?”
“나, 저어~기 내지에서 뭐로 유명한 사람인지 말이야.”
휘익-
교수는 은은하게 빛나기 시작한 그의 팔을 대충 던져올렸다.
제국에서의 경험이 말하듯, 로-하람께서는 부탁 한방에 악신의 흉성을 깨부술 신성력을 빌려주실만큼 그에게 힘을 빌려줄 의향이 차고 넘치신다. 그저, 몸에 힘줄과 신경처럼 자리 잡아 모자란 내구도를 감당해주는 블러드 아머 때문에 신성력을 주는 행위가 공격이나 다름없어질 것을 알아 자제하는 것뿐. 그런 제한만 없어지면 당장에라도 그의 유일한 성자가 진짜 성자의 힘을 만천하에 떨치도록 도와주시겠지.
그리고 세상에는 성물이라는 게 있다.
신성력이 사람 몸에만 깃드는 게 아니란 말이다. 신의 의지가 닿은 사물이라면, 상당히 거대한 신성력을 담는 것도 가능하다는 말씀.
그가 지금 던진 것은 몇 초 전까지 그의 육체였던 팔이며, 오러를 한껏 담아 안에 자리잡은 마나를 다 태워낸 ‘깨끗한’ 물건이다.
뭔 뜻이냐고?
휘릭-
휘릭-
휘릭-
천천히. 어둠속을 꿰뚫어보는 이들 모두가 볼 수 있을 만큼 떠오른 팔이 희미한 빛을 발하고, 그 정점에 이르러 잠시 멈춰선 순간.
“라투라, 로-하람.”
.
.
.
.
.
.
우뚝-
자유낙하를 준비하던 성자의 팔이, 그대로 허공에 멈춰 섰다.
“광명의 성자 가라사대.”
우웅- 우웅- 우웅- 우웅-
-키이이이이이잉!
“사막에도, 빛이 있으라-”
쩌걱-
콰아아아아아아아아!!!
어둠에 휩싸여있던 전당 안으로, 갈라진 팔을 뚫고 나온 성스러운 빛이 터져나왔다.
****
타닥, 타닥….
우웅- 우웅-
밝았으나, 찰나에 가까운 시간.
사위를 가득 매운 빛은 점차 사그라들더니, 저들끼리 모여들듯 팔의 갈라진 부분에 스며들어 그 안에 자리잡았다.
딱히 주문도, 의지도, 심지어 성자의 육신도 아닌 떨어진 팔뚝에 깃들었기에 아무 영향도 주지 못하고 그저 밝게 빛나다 사라진 광명의 빛. 일견 아무 영향도 없는 것 같았으나, 그것은 사막을 모르는 이들이나 할 소리였다.
깃털처럼 바닥에 내려앉아, 심장이 맥동하듯 은은한 빛과 얕은 연기를 뿌리는 ‘성물, 성자의 오른팔’.
이곳은, 동부 대사막의 한 가운데. 열두 걸음 오아시스 지역의 중심, 세번째 걸음 오아시스.
….쿠우우-
불길한 침묵을 대변하듯, 지하 깊은 곳에서 음산한 울림이 들려왔다.
“흐흐흐흐….”
“크으으….”
교수가 웃는것도, 사막의 지배자라는 카울라디가 침음성을 내뱉는 것도 양쪽 모두가 그 의미를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놈…. 감히, 감히 이 카울라디의 전당에서….”
쿠구구구-
“어이구, 사막의 지배자님? 전당에서 뭐.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참담한 행사를? 나 누군지 안다며? 알면서 끌고 왔다며? 감당할 준비가 됐으니까 그런 거 아냐?”
쿠구구구구구구구구-!!!!
분노한 카울라디와 능글거리는 교수 사이. 빛을 발하는 오른팔 아래로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엄청난 무언가가 접근하고 있었다.
“네 이놈! 감히, 오아시스가 있는 곳에서 그런 ‘금기’를!!!”
콰아아아아아아아!
“유, 유사다!”
“금기의 집행자가, 오아시스에 나타났다!”
“전하를 모셔라! 오아시스가, 세 번째 발걸음 오아시스가 사라진다!!!”
사막에서의 금기. 절대, 절대로 신성력을 발하지 말 것.
이미 사막에 들어오는 것으로 금기를 범한 교수의 뒤를 천천히 조여오던 움직이는 유사, 금기의 집행자.
어느덧 오트만의 수분 감지의 범위까지 들어온 그것을 확인한 교수는, 사막 최악의 금기를 성자 단위 신성력으로 대차게 어겨버리는 것으로-
‘사막 최악의 집행자를 적진 한가운데 소환했다는 말이지!’
신성력을 가진 존재를 따라다니는 사막의 움직이는 유사에게, 무지막지한 신성력이 담긴 성물 ‘오른팔’을 좌표로 제시한 것이었다.
몸이 날랜 전사와 달리 주술사 여럿이 벌써 빨려 들어간 가운데. 교수는 가장 경계하던 네임드 둘이 아예 배를 부여잡고 폭소하며 땅굴벌레의 입으로 피신하는 것을 보고, 재빨리 몸을 날렸다.
인질을 구출하기에 완벽한 혼란. 그리고….
쩌걱!
“끄아아악! 저, 전하! 피하십시오!”
“전하! 놈이 전하에게 도끼를 투척했다!”
“몸을 던져서 막아라! 전하의 옥체를 보존해라!”
“아오, 아까워라! 팔이 하나 없어서 균형이! 저 틈으로 들어가서 대가리를 쪼갰어야 했는데!”
혼란을 틈타 암살하기에 가장 좋기도 한 순간.
교수는 지금까지 잘 버텨준 도끼가 아슬아슬하게 카울라디를 스쳐가며 막아선 전사의 팔뚝과 함께 유사 속으로 빨려드는 것을 본 뒤,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며 서둘러 왕혈이 있는 방으로 뛰어들었다.
안에서도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인지한 듯, 감시역 둘이 경계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지만.
“누, 누구냐!”
“성자! 너희 일가 친척 모두를 위해 기도해주마! 라투라!”
“으, 으아악!”
살아있는 피붙이 모두에게 금기의 저주를 퍼붓겠다는 말에 평정심을 잃은 전사가 달려들고, 교수는 어렵지 않게 둘을 작살내 밖으로 던져버렸다.
“어디보자…. 그, ‘사막의 심장’님? 왕가의 후손 두 분이 여기 계시다고 들었는데….”
슬쩍 둘러보니, 방구석의 이불 안에 작은 사람의 형태로 보이는 덩어리가 오들오들 떨고있는게 보였다.
체구로 보아 어린 남매인 것 같은 둘. 교수도 사람인지라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보니 자연스레 말투가 아이들을 어르듯 부드러워졌다.
“락샤샤, 달그림자가 보내서 왔습니다. 이제 이곳을 빠져나가셔야 합니다.”
“….훌쩍. 라, 락샤샤가 보냈다면…. 당신이 살라딘인가요?”
예상했던대로 앳된 목소리. 락샤샤라는 이름에 반응한 듯, 이불을 걷고 나온 남매는…. 예상했던 대로 어린 남매였다.
“위, 위대한 왕가의 후손으로…. 으흑, 너에게 우릴 모실 권한을 하사하노라….흑!”
“라, 락샤샤…. 락샤샤한테 데려다 주세요….”
어떻게든 체통을 지키려 의젓한 모습을 연기하는 소년과, 칭얼거리듯 락샤샤를 부르는 어린 소녀.
“어…. 그러니까, 너희 둘이…. ‘사막의 심장’이라는, 왕혈 맞지?”
“무, 무엄하다…. 이놈! 이 서, 선명한 증거가 보이지 않… 않….우으으으…”
“아니, 보이는데. 그…. 너무 잘 보여서, 음….”
쿠르르르르르!
뭔가 이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느덧 지척까지 다가온 유사의 흐름에 결국 교수는 두 아이를 양 옆구리에 끼어들었다.
찰팍!
미끈!
“으….”
정말, 생소하고 이상한 감촉.
숨겨져있던 두 사람은 남매도, 아이들도, 왕혈도 맞았지만….
“그…. 왕혈 전하. 혹시 리자드 맨이라고…. 아십니까?”
“저, 저저저! 무, 무너지고 있다! 서둘러라! 어서!”
“….에휴. 이건 또 뭔….”
두 남매는, 누가 봐도 인간 보다는 말하는 도마뱀의 유생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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