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end of the world, Cry Clear RAW novel - Chapter 320
Chapter. 15. 세상의 끝을 본 자는 사과나무를 심을 수 있는가(20)
****
“추격은?”
“저쪽도 수습하느라 정신없는 것 같죠? 꼬리가 안 붙은 것을 보면?”
“그렇겠지. 당장 방어선 하나가 허공으로 증발했는데, 이 기회를 놓치면 상대하는 쪽이 병신이니까. 아예 본진이 폭삭 가라앉았는데 이번 기회에 카울라디 세력이 끝장날 가능성은 없을까?”
“그건 어려울 것 같아요. 대원의 관찰 결과 오아시스는 무너졌지만 거기 있던 병력은 대부분 탈출에 성공했거든요. 지금 선단 전체가 적진을 주시하며 후퇴하는 중이에요. 그쪽을 견제하느라 우리 쪽이 자유로워진 것이랍니다?”
그건 좀 아쉬운데. 내심 유사의 규모가 생각보다 큰 것을 보고 기대했거든.
당장 전사단도 전부 저기 있었고. 마법사보다 더 귀하다는 주술사도 떼거지로 몰려있었고.
군선부터 일반 사막 배, 전쟁 병기급 길들인 사막 생물들도 다 카울라디의 거처 인근에 있었으니 적어도 절반 이상은 유사에 휩쓸려 사라지지 않을까 했는데, 죄다 멀쩡하게 탈출해서 후퇴 중이란다.
“훈련이 그렇게 잘돼있었나?”
“훈련이라기보단, 소문으로만 듣던 카울라디의 ‘힘’덕분인 것 같아요? 주술사들이 신앙처럼 떠받든다는 정보는 입수했지만, 설마 저만한 규모의 금기에서 자력으로 선단을 끌어올릴 정도라니. 그 정도면, 확실히 무리한 전쟁을 벌일 만했겠어요.”
락샤샤의 말에는 나도 동의했다. 사막에서 모래를 다루는 힘. 이건 바다에서 해류를 다루는 것만큼이나 대단한 것이니까.
단순 물리력을 떠나 선단과 선단이 맞붙었을 때, 막말로 손짓 한 번이면 적들의 배가 서로 부딪쳐 엉키도록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가히 사막의 지배자라는 위명에 어울리는 힘. 그리고 그걸 줬다는 놈은…. 그 새끼.
‘도대체 뮤트놈들이 사막에서 뭘 발견한 거지?’
당연하다는 듯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던 것도. 네임드를 둘이나 준비해놓고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던 것도. 그리고…. 놈이 떠나기 전, 나를 마주하던 그 눈빛도.
과거의 어리숙하고 열의에 가득 찬 놈이 아니라, 어떠한 형태로 완성된 듯 차분하게 자리 잡은 놈의 눈빛.
다른 무엇보다 그게 불길하게 느껴졌다.
“….카울라디와 얽혔으니. 놈을 족치면 알게 되겠지.”
적과 맞서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아군의 세력을 늘리는 것.
적군의 세력을 줄이는 것.
….교수는, 더는 지원군 따위에 집중할 때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
“세, 세니카 콰마르입…. 이니라….”
“크륵, 흠! 알다르 아샴스라는 이름을 쓰고 있노라.”
잠시 뱃전에서 물러가는 카울라디의 선단을 관찰하던 교수는 락샤샤의 안내로 이제야 진정한 리자드맨 남매와 인사할 수 있었다.
“교수. 여기선 살라딘이라는 이름을 쓰고, 그…. 이거 말해도 되나?”
“네에~ 이분들에겐 숨기는 것 없어도 된답니다.”
“그럼 뭐. 성잡니다. 광명의.”
“성…. 그, 금기!”
“께르르륵! 떨어져라 세니카! 방금 도시 하나를 가라앉힌 자가 바로 이 성직자다!”
“외, 외신은 무시무시한 괴물을 부린다더니이이!”
거봐. 말하지 말자니까.
겨우 진정한 도마뱀 둘이 선창에서 또 저들끼리 께르륵대는 동안. 교수는 창졸간이라 살피지 못했던 둘의 외양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고 있었다.
리자드맨. 반 수생종.
늪지나 수속이 느린 강 하구, 섬이나 바닷가 등 사는 곳은 꽤 여러 지역이지만, 공통적으로 얕은 물 근처에 서식하는 종족이며-
2월드에서 레빗 프린세스의 갖은 노력에도 끝내 멸종한 것으로 알려진 종족.
———
– 노루Drug해요 : 멸종도 쉬운 일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거의 대가 끊기고 수십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명맥이 유지되고 있다고? 이상한데? 그때 레빗 옆에있던 그 리자드맨…. 이름이 뭐였더라? 시발인가?
– Jokass : 시길이잖아, 시길. 파충류 주제에 잘생긴놈.
– 노루Drug해요 : 아 맞다, 시길. 그때 분명히 마지막 남은 리자드맨이라고 증명되지 않았어?
– professor : 내가 봤을 땐 그랬는데. 무슨 대규모 결핍주문인가 하는 흑마법으로 하루 정도 물을 다 조져놨는데, 그때 수생종 대부분이 오염된 물 때문에 맛이 갔잖아.
– Jokass : 그니께. 그래서 시길 그놈 소원도 ‘살아남은 암컷 동족을 만나는 것’이었고. 풍요 교단 소속으로 공적치 모으고, 거지처럼 살면서 긁어모은 돈도 기부해서 공적치 모으고. 그렇게 해서 결국 신탁까지 받았잖아?
– 홀리 : 결과가 좀…. 그랬죠 아마?
– takealook : 염병 보는 내가 다 미안해지더라.
———
제법 오랫동안 화제가 됐던 영상이라 교수의 기억에도 분명히 남아있었다. 풍요의 신전, 그 중심에서 ‘내가 살아있는 동안 동족의 암컷과 짝을 이룰 수 있겠소!’ 라고 외치는 리자드맨의 절절한 목소리에, 그가 들고 있던 밀 이삭이 슬플 만큼 말라비틀어지던 장면. 풍요의 여신께서 살아남은 암컷 리자드맨이 없다고 증명해주시는 순간이었다.
그날, 당당한 전사 시길은 사흘 밤낮을 눈물로 지새웠으며. 결국 이성을 잃고 날뛰다 전장에서 죽고 만다. 지휘관인 레빗이 뒤늦게 도착했을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부상을 입은 상태. 훌쩍이는 레빗 앞에서 시길이 그를 마지막으로 사라질 리자드맨의 언어로 부르던 노랫가락은 꽤나 많은 황무지 사람들의 가슴을 울렸더랬다.
호기심 많은 플레이어 한 명이, 2월드 초반부에 리자드맨 부락을 찾아가 그 노래의 가사를 밝혀내기 전까지는.
‘대충 윤기 나는 꼬리의 탄력이 어쩌고, 비늘마저 부드러운 그대와 함께 알을 품고 어쩌고 하는 외설적인 내용이었지.’
죽는 순간까지 짝짓기의 열망을 부르짖던 발정기 리자드맨 전사, 시길의 최후는 비참하기 짝이 없었다는 얘기.
.
.
.
.
아무튼!
당시 풍요의 여신께서 신탁으로 확인해준 사실이니. 리자드맨은 전사 시길을 마지막으로 멸종한 게 맞았다.
‘그럼 이놈들은 뭐지?’
그가 한 걸음 다가가자 최대한 락샤샤 뒤에 웅크리며 답싹 달라붙는 파란 도마뱀, 하얀 도마뱀.
일단 말을 하고 사고나 지식체계도 명료하니 수인 카테고리에는 들어가겠지.
‘가만 보니까…. 확실히 리자드맨이랑은 차이가 좀 있네.’
좀 살펴봤더니 다른 점이 눈에 들어오긴 했다.
우선 비늘. 좀 전에 마주했던 네임드 중 니그미라는 놈이 리자드맨 유전자를 기반으로 한 녀석인데, 놈의 비늘은 거칠고 단단하며 날카로운 종류였다. 환경에 따라 리자드맨의 비늘은 소금기를 머금고 더욱 날카로워지거나, 조금 더 습기를 머금을 수 있는 형태로 도톰하게 부풀거나 하는 등으로 차이를 보인다. 눈은 날카롭게 째졌으며, 아나콘다의 몸통처럼 유연하고 탄력적인 근육은 종의 대부분이 전사인 그들 종족을 잘 설명하는 특징이었다.
하지만 이 녀석들은 어떤가.
“끼루룩, 끼륵….”
“의연함을 잃, 잃지 말아야 한다 세니카…. 조상님들께 부끄럽지 않도록….”
그런 사나운 전사 종족의 특성이라곤 눈꼽만큼도 보이지 않는 매끈하고 윤기 흐르는 비늘. 사슴처럼 큼지막한 눈망울에 작게 벌름거리는 콧구멍.
팔다리도 리자드맨의 늘씬한 그것에 비해 짧은 편이고, 그런 몸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인지 꼬리는 두툼한 게 몸통 절반 길이는 돼서….
“귀여운데?”
위대한 사막 왕국의 후예라기보단, 어디 놀이동산 마스코트에 어울리는 꼴을 하고 있었다.
파라락!
내 말을 곡해했는지 경계를 넘어 적개심까지 보이며 목 주변 비막을 크게 펼쳐 보이며 끼룩거리기 시작하는 도마뱀 둘. 비막도 있는 종족임을 확인하고 내가 감탄하는 사이, 꽤 당황한 얼굴의 락샤샤가 관찰 중인 내 앞을 가로막았다.
“저기…. 교수? 혹시 취향이 그런 쪽?”
“음?”
“그런 거라면 지금까지의 목석같은 모습이 여러모로 설명되기도 하고…. 엘프나 트롤 여성과 같이 온 것도 어느 정도 이치에 들어맞지만…. 역시 다음에는 저도 귀와 꼬리 정도는 준비하는 게 좋을까요?”
———
– 노루Drug해요 : 예에에에에에스!
———
“무, 무슨 그런 소릴! 나 그런 사람 아냐. 그냥…. 그렇게 받들어 모시는 왕혈치고는 좀 위엄이 없어 보여서 그랬지.”
“다행이네요. 정말 그랬다면, 준비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을 텐데.”
———
– 노루Drug해요 : 노오오오오우!!!
———
순간 대화방과 가슴 깊은 곳 어디에서 탄식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박교수는 초인과 같은 의지로 그것을 무시한 다음 이성적인 대화를 이어갔다.
“그나저나, 이제야 이해가 좀 가는군. 정통성을 계승한 힘없는 혈족이라. 사실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아무리 달그림자가 있다고 해도 어떻게 그런 이들이 혈통을 유지하며 살아남을 수 있을까 했는데, 종이 다르다면 앞뒤가 들어맞지.”
왕국이 망하고, 그 후계가 살아남긴 했는데 딱히 지지하는 세력에 큰 힘도 없고. 그런 주제에 피에 깃든 정통성은 사막 전역에서 인정한다?
그런 이들을 앞에 둔 위정자가 선택할 것은 뻔했다. 남자 후계는 죽이고 여자 후계는 아내로 맞아들여 자신의 혈족으로 편입하는 것. 그렇게 해서 민중의 존경을 자연스레 자신의 것으로 흡수하는 것이다.
당연히 그렇게 됐어야 하는데, 몇 년도 아니고 수백 년이나 명맥이 유지되어서 기이하다 생각했더니.
“종이 달라서 그런 면에서는 안전했던 거였어. 맞지?”
“….”
“….맞지?”
락샤샤는 내 물음에 뒤쪽 눈치를 보며 어설프게 웃더니, 슬쩍 귓속말로 답했다.
“딱히 그렇지도 않은…. 실정이에요.”
“뭐?! 그럼….?”
“네. 그런 식의 과격한 시도 끝에, 저희가 잃어버린 왕혈 분들도 조금…. 있었어요. 세니카 아가씨만 해도 조금 시기가 안정되면…. 카울라디가 일곱째 부인으로 맞아들일 계획이었고.”
세상에 로하람 맙소사. 여긴 태양이 한번 떨어진 것으로 부족한 동네였군. 두세 번쯤 떨어져서 생명체 하나 남지 말아야 했어.
“권력에 미치면 진짜 개가 된다더니…. 그럼, 저기 저 아이들도, 그런 식으로 태어난….?”
“….아뇨. 시도는 많았지만, 후계가 태어난 적은…. 단 한 번도 없어요. 왕혈은 고대의 재앙, 그날 이후로 하나둘, 사라지기만 반복하며…. 지금은 재앙 이전에 막 태어나신 저 두 분만 살아계신 것으로 확인되었어요.”
락샤샤의 한숨 어린 설명. 가만히 그녀의 설명을 들으며 어린 파충류 남매와 그녀를 번갈아 보던 교수의 눈이 가늘어졌다.
[야. 뭔가 이상한데?]‘너도 느꼈냐?’
[아니, 정리하는데 앞뒤가 안 맞아. 딱히 거짓말하는 기색도 없는데.]‘내 말이.’
세니카 콰마르와 알다르 아샴스 남매. 성이 다른 것은 둘째치고, 세니카와 알다르 남매는 누가 봐도 유생, 어린애 그 자체였다.
문제는, 락샤샤가 마지막 무렵에 했던 말에 있었다.
‘왕혈은 고대의 재앙 이후로 사라지기만 했다. 살아남은 것은 재앙 직전에 태어난 저 남매 둘 뿐.’
그냥 보면 사라져간 왕혈들에 대한 아쉬움만 담겨 있지만….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아도 은연중에 느껴지는 분위기라는 게 있다. 재앙 이전, 마지막으로 태어난 남매가 마지막으로 살아남았다. 이건 마치…. 그때가 마지막이었다는 듯한 이야기가 아닌가? 그 사이에 다른 왕혈은 태어나지 않았다는…. 그런 분위기?
아니, 고대 재앙이 못해도 수백 년 전 이야기인데. 권력에 미친 자들의 이종교배로는 후계가 탄생하지 않고. 그럼 쟤들은 어디 하늘에서 뚝 떨어졌나?
‘하늘에서…. 하늘에서?’
머릿속을 마구 헤매던 교수의 생각이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에이, 잠깐만. 설마. 에이이, 아무리 여기가 아무도 관심 없는 GG 엔드 컨텐츠급 배경이라고 해도, 에이, 이건 아니지.
“….락샤샤?”
“네?”
“혹시…. 저기 두 마리, 아니 두분…. 나이가 어떻게 되시는지 알 수 있을까?”
교수의 물음에 락샤샤는 팔짱을 끼고 잠시 고민하더니, 확신하듯 답했다.
“세니카 아가씨는 342세, 알다르 도련님도 342세로 기록되어 있어요. 알이 태어난 시기는 같지만 알에서 나온 시기가 도련님 쪽이 빨라서 저런 관계가 형성됐다고…. 교수? 어디 가요?”
“낱,나나나나, 그, 갑판에 일 좀! 나름 여기 선원이라!”
투다다다다닥!
벌컥! 쿠당탕탕!
정말 필사적으로, 목재 배가 박살 나지 않는 선에서 전력으로 도망쳐 나왔다. 뒤에 쫓아오는 발소리가 들려서 돌아봤더니, 우리 일행이 쉬고 있던 방에서 구르듯 달려 나오는 오트만이었다.
그러고 보니, 사막 왕가의 전설이 궁금하다고 메시지 마법으로 같이 듣고 있었지.
다행이다. 누구 하나라도 이 충격을 같이 나눌 이가 있어서.
교수는 초점 잃은 눈으로 달려 나오는 오트만을 붙잡고 갑판 위로 달려 나간 다음, 누가 볼세라 마스트의 망루 위까지 기어 올라갔다.
“어이~ 살라딘, 그리고 마법사-”
“나루카! 여긴 나랑 오트만이 보고 있을 테니 망루 좀 빌립시다! 내려가서 술이라도 마셔! 제발!”
“어, 으응…. 고, 고마워….”
그렇게 망루 선원까지 쫓아버린 다음, 교수는 헐떡이는 숨을 가다듬을 틈도 없이 속에 담아둔 말을 꺼내 들었다.
“오트만, 오트만 오트만 오트만 오트만!”
“아, 아니야. 나한테 확인하려 하지 말게. 제발!”
“닥치고 들어봐요. 내가 락샤샤 부탁으로, 사막 제일의 세력을 가진 카울라딘가 뭐시깽이한테서 고대 사막왕국의 후손이라는 조, 존재를 두 명 정도 구해왔는데….”
“아이구우우! 바다여! 만물에 깃든 흐름이여! 제발!”
“그, 그…. 파충류에, 300살이 넘도록 장수하는 존재에, 그렇게 나잇살 처먹고도 아직 애새끼인…. 고귀한 생물이…. 몇 종류나 이, 있죠?”
“으아아아! 마, 말하지 말게! 입에 올리지 마! 알드리치 그 친구가 맞았어. 이렇게, 이렇게 매번 사건의 규모가 커지니 언젠간 이런 경우도 오는 게 아니냐고, 우스갯소리로 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아이고오!”
이번만큼은 오트만도, 나도 무슨 수를 써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없었다.
수명이 200년을 넘어가는 존재는 장생종이라 부른다.
세니카 콰마르. 342세. 유생.
알다르 아샴스. 342세. 유생.
신에게 도전한 끝에 사막왕국과 동귀어진한 고대 왕족의 후손. 다시 말하면, 고대 신과 맞짱 떠서 크로스카운터를 날릴 수준의 존재가, 이들의 조상.
락샤샤가 말하길, 사막에서 가장 고귀한 존재.
“아, 아니야. 아니라고 말해줘요, 제발!”
“못하겠네. 그 존재들이 맞다면, 존재를 부정하는 것조차 섭리의 흐름에 벗어나는 일이야!”
“아이고오! 오트만! 우린 다 죽었어!”
보통, 생물 단위에서 신이랑 손대중을 할 수 있는 존재는 하나밖에 없다.
용. 드래곤. 세계의 조율자이며 산과 바다, 대지와 함께 탄생한 지고의 존재.
그리고, 그들의 유생. 해츨링.
해츨링, 세니카 콰마르. 세니카콰마르 세니카콰마르 세니카콰마르…… 세니카마르. 342세.
해츨링, 알다르아샴스. 알다르아샴스 알다르아샴스 알다라샴스…. 알다르샥스. 342세.
교수는, 외면하고 싶은 진실 앞에 오트만과 마주 안고 꺼이꺼이 울어버렸다.
그와 함께 배를 타고 있는 것은 고대 사막왕국의 후손. 부정하고 싶은 추측이 맞다면….
한때 황금기를 일궜다가, 신이랑 맞짱 떠서 공멸한 고대 드래곤 왕국의 영락한 후손, 해츨링이라는 말씀이다.
브레스 한 번에 왕국을 태우니, 전설의 용자 일행을 애피타이저로 씹어먹었다느니,
심지어 ‘이 개새끼들이!!!’ 라는 우렁찬 호통 한번에 마을 전체의 소, 돼지, 닭들은 물론 인간까지 전부 강아지로 만들어 멸망시켰다는 공식적인 기록조차 가지고 있는 초월적인 존재.
그런 이들이 제 목숨보다 귀하게 여기는 게 해츨링이거늘.
‘내, 내가 저 두 분을 어떻게…. 다뤘더라?’
[으, 으아아악! 잡아 먹힌다!] [너는 저 두 사람한테 저들 종족을 포식하는 존재로 각인된….]가만히 몇 시간 전의 일을 떠올린 교수는, 눈을 감고 고개를 들었다.
또록-
맑은 눈물 한 방울이, 감은 눈 사이로 흘러내렸다.
“허, 허허허허허허허허”
이미 세 개째 진정제를 비워버린 오트만의 덧없는 웃음이 절망으로 가득찬 망루 위를 유영하고, 그 위로 자포자기한 교수의 눈물이 아롱지는 가운데.
사각사각-
덧없는 이드라실의 목탄은 두 사람을 종이 위로 옮길 뿐이었다.
****
틱.틱.틱.틱-
『고대 사막왕국의 왕은 달을 탐했으며, 달은 영원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다시 떠오르지 않았다. 짝을 잃고 죽어가던 분노한 태양은, 그 사체를 왕국의 머리 위로 내던져 왕국을 멸망시켰다.』
.
.
.
.
찰칵-
『고대 드래곤 왕국은 달의 신위에 도전하여 그것을 꺾었으나, 뒤이어 따라온 태양과 공멸하였다. 초월자와 신의 죽음은 사막을 완전히 다른 환경으로 만들었으며, 그것은 모래 바다와 금기라는 이름으로 남았다.』
『뮤트는 ????를 노리고 사막에 왔으며, 네임드 여럿을 투자할 정도로 관심이 많다.』
『카울라디는 모래를 다루는 힘을 얻었고, 팔카투스가 줬다고 얘기했다. 팔카투스는 ????를 확보했다. 그들의 위치는 카울라디의 영역 혹은 ????를 얻은 곳일 것이다.』
『뮤트는 우릴 왜 놔줬는가. 궁극적으로 무엇을 목표로 사막에 왔나. 그래서, 어디에서 뭘 어떻게 하고 있나. 어떻게 조져야 하나…..』
[흐음. 얼추 다 나온 것 같은데….]하이드는 기억을 짜맞추며, 제법 빈칸이 채워진 추론들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이제 이걸 올려보내면 껍데기 녀석이 나름대로 길을 강구하겠지만….
“으아악! 우린 다 죽을 거야! 죽을 거라고!”
“허허허허허허허허 알드리치…. 자네가 가잘 때 탈출할 것을…. 덕이 많은 친구라, 조상님들이 보우하신게야….허허허허허허허허-”
[….조금 있다가 줘야겠군.]이미 실성해버린 두 사람의 꼴을 본 하이드는, 정리해둔 정보를 잠시 내려놓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