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end of the world, Cry Clear RAW novel - Chapter 323
Chapter. 15. 세상의 끝을 본 자는 사과나무를 심을 수 있는가(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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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은 저들끼리 부르는 이름도 천차만별이었다.
카울라디는 지도자, 혹은 지배자.
조금 작은 오아시스의 토호들은 마을 단위의 부족으로 불렸으며.
“쿠헤헤헤헤! 아아, 오늘도 태양이 죽도록 뜨거우니. 시원한 술을 즐기기에 좋은 날이구나! 쿠흐흐후후 쿨럭쿨럭! 케엑! 자, 잡아! 잡아줘!”
“로드께서 넘어지신다! 몸으로라도 받쳐드려라!”
“드, 들어!”
“하나- 둘-!”
….여기 제 몸도 가누지 못해 균형을 잃고, 노예 십여 명의 도움으로 다시 제 자리로 돌아오는 이놈은 ‘클랜’이라는 집단명을 사용하고 있었다.
카무트 클랜의 장. 눌락. 악식가 눌락.
눌락은 왕혈을 보필하는 귀한 손님들의 품위, 보안상 안전 등의 이유를 들어 그의 4층짜리 배의 호화로운 방에 우리 거처를 내줬는데, 덕분에 호화스럽게 개조된 갑판 위에서 지시를 내리는 그의 모습을 오며 가며 관찰할 수 있었다.
숱이 적은 머리와 살에 파묻힌 이목구비. 여단급 숙영지로 써도 될 만한 크기의 옷으로 비대한 몸을 덮고, 열 손가락은 물론 열 발가락에까지 커다란 보석이 박힌 반지를 빼곡하게 껴둔 모습이 아무리 봐도 사람보다는 몬스터에 가까운 놈이다.
[저 친구, 참 폐가 튼튼하지 싶어.]‘건강해 보인다고? 저게?’
[아니. 숨 쉴 때마다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게, 들숨으로 한 120kg 정도의 살더미를 들어 올리는 격이잖아. 수영 선수만큼 강한 폐를 가지고 있을 거야, 분명.]‘아아. 그거냐.’
[저거 걸을 수는 있나? 장신구도 그렇고, 몸도 그렇고. 저게 이족보행 하면 그건 그거대로 인체의 신비 같은데.]‘걸을 일이 없으니 저런 걸 끼고 있는 거겠지.’
참…. 다양한 각도에서 혐오스러운 인간.
솔직히 어느 정도 고평가를 하긴 했어도 막 엄청난 기대를 하고 그러진 않았다. GG는
잘난 놈 -> 잘난 소문이 남 -> 소문의 과장 -> 다수의 믿음에 의한 현실화 -> 예쁘고 잘생겨짐.
의 법칙을 따르니까. 사람이 저런 몰골이 될 정도면 도대체 얼마나 추잡하고, 무능하고, 기타 등등의 악행을 쌓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
그런데.
“어이쿠쿠. 너무 흥을 냈나 보군. 거기, 노예들 중 다친 놈들은 없나?”
“시녀 하나가 대퇴골이 으스러졌고, 하나는 팔이 빠졌습니다.”
“호오~ 이 몸을 떠받치다 몸이 상했다니. 대단한 영광이 아닌가? 그렇지?”
“예스, 마이 로드!”
“지,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그래그래. 다쳤으면 잘 쉬고. 잘 먹고. 시중 노예라도 조금은 단련을 하도록 해. 언젠가 나와 동침할 날이 왔는데 이렇게 죽어버리면 아깝잖아? 거기, 저 둘은 뼈가 붙으면 잠시 보직을 바꿔 전사단의 시중을 드는 노예로 해라. 같이 있으면 뭘 좀 배우겠지.”
그런데….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로드!”
얘가, 내가 생각하던 거랑 좀 달랐다. 좀, 아니 아주 많이.
오늘 본 것만 해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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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억-
“로드. 팔리마 오일로드의 선단이 도착했습니다.”
“쿠후후후후! 그거 좋구만! 다들 참 부지런하단 말이지! 좋은 음식을 주고 시중들 노예를 보내줘라! 그쪽에선 누굴 보냈지?”
“주술사 라그캄과 그의 제자들. 인솔에는 족장의 큰아들이 직접 나왔습니다.”
“역시 갈라메드 그 늙은이는 예의를 좀 아는군. 큰아들이면….골타르지? 아니다. 걔는 둘째고, 구완! 구완이라는 이름을 쓰는 녀석이었어!”
“맞습니다, 로드.”
“온 김에 얼굴 한번 보자고 해. 갈라메드 늙은이도 젊었을 땐 정숙한 여인 여럿을 홀렸다는데, 그 아들이 얼마나 잘 컸는지 좀 봐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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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지원 세력에 대한 충분한 예우. 상대 지도자는 물론 그 식솔의 이름까지 기억하며, 직접 맞이해 환영하는 성의. 거기에 약간의 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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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억-
“로드. 나스카 오아시스의 지원군과 붉은개미 부족 간 불화가 생겼습니다. 이미 유혈사태가 발생하여 일촉즉발의 상황이-”
쿠당탕!
“식은 닭다리 같은 놈들.”
“….죄송합니다, 로드.”
“차암- 사람들이 여유가 없어, 여유가! 더워서 그런 게지. 그래서 내가 선단 위치에 그렇-게나 신경 쓰라고 말했는데. 흐음…. 일단 전사들을 보내서 두 쪽 다 소강시키고…. 그래. 내 직속 암살자를 하나 붙여줄 테니, 불만 사항을 들어주겠다고 해서 둘을 밀실로 불러. 그리고….”
“….제거합니까?”
“제거는 무슨. ‘네 원수를- 사랑하라~’ 는 말도 있잖아? 안 그래도 둘이 여기 와서 심심풀이로 죽인 노예가 큰 배 하나를 가득 채울 지경이니, 이 참에 직접 좀 메꾸게 해주자고. 가장 독한 미약이 발린 침을 양쪽 모두한테 쏴줘. 둘 다 선남선녀인데, 어디 배 맞추고 나서도 싸울 수 있을지 두고 보면 되겠군. 아, 그리고 선단 간 위치 유도하는 놈. 책임자가 록 테인 그놈이었지? 그놈 실수로 벌어진 일이니까, 한달 간 주술용 염료 작업에 보내버려. 그놈 밑에서 수발들며 같이 일한 노예도 경력이 15년은 됐으니 자리는 그 녀석한테 넘기고.”
“자비로운 처사시군요. 노예는 면천시킵니까?”
꿀꺽꿀꺽- 쿨럭쿨럭-
“꺼으으으으으으윽. 그건 봐서. 잘 하면. 내가 알기로 몰래 같이 사는 여자 노예가 있는 걸로 아는데, 걔도 같이 해줘.”
“예스, 마이 로드.”
“아아아아. 하나 더. 붉은개미랑 나스카 쪽 족장, 둘한테는 저번에 부탁받은 자식 교육, 지금 좀 했다고 편지 해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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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자신의 세력에 자만하지 않고 다른 부족을 끌어들여 연합군을 형성했으며.
연합군이라는 체계에서 가장 조직력을 갉아먹는 세력 간 불화를, 나름의…. 음…. 혁신적인 방법으로 해결했다. 솔직히 유혈사태까지 이어졌다면 꽤나 여럿 목을 날렸어야 했는데, 어…. 사랑이 넘치는 방식으로 아무도 죽이지 않고 넘겨버렸다. 배우고 싶진 않은 방식이지만 꽤나 스무스하게 해결한 셈.
거기에 무능한 자는 좌천시키고, 전문적인 경력자는 노예라도 등용. 덕분에 아랫사람들은 능동적이고 열성적으로 작업하게 되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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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 14번 보급로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경로상에 모래 상어 떼가 등장해 우회가 불가피하다고….”
“커허어어! 이런, 이런이런이런! 14번이면…. 내 견과류를 싣고 오는 선단이 아니었나! 내 삶에 고소한 맛이 1초라도 줄어들다니! 통탄할 일이로고…. 참담하구나!”
“면목이 없습니다!”
“그래! 없어야지! 내 친서를 하나 써줄 테니 당장 예비 수송단에 전달하거라. 상어가 몇 마리면 몰라도, 떼로 왔다면 그 근처에 먹이가 있다는 뜻이지. 애초에 14번은 못쓰게 된 게야! 14는…. 아예 멀~리 돌아서 8번 보급로의 경로를 가로지르면 되겠군. 내가 좀 가물가물한데…. 그 근처에 큰 바위가 하나 있지 않나?”
“….지도를 대령하겠습니다.”
“아냐아냐아냐. 분명히 있어. 그 바위에다 연 하나 매달아두고, 거기 묶어서 지나가는 8번 수송단이 그것까지 가지고 오도록 해.”
“예스, 마이 로드. 당장 전달하겠습니다.”
“구으으음…. 견과류…. 전장에서 아몬드를 먹지 못한다니, 어찌 이다지도 참담한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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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무지막지한 선단 규모에 걸맞게 대규모 보급로가 최소 14개는 되며, 지도 하나 없이 머릿속에 그 보급 경로의 지리를 모두 넣어뒀다가 문제가 생긴 쪽에 확실하고 명확한 명령을 내려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에 전방에 나와 직접 상황을 통제하는 모범적인 모습까지.
‘….사막에선 제갈량이 부채 대신 도마뱀 통구이를 흔드나?’
우리 쪽 지원군은 그냥 음탕한 돼지가 아니라, 매우 유능하고 존경받는 음탕한 돼지였다.
[‘매우 유능하고 존경받는 음탕한 돼지’…. 세상에 저런 문장이 실존한다니.]‘나도 알아. 상당히 꺼림칙한 놈이긴 한데, 이게 아군이라 또 든든하기 짝이 없구만.’
어찌 됐건 아군의 세가 강하다는 것은 좋은 소식.
적의 선단, 카울라디가 다스리는 오아시스들의 문양이 그려진 배가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할 때쯤, 진동 하나 없는 큰 배에서 좋은 음식과 충분한 휴식으로 완전히 회복한 교수 일행도 갑판에 나왔다.
“많구먼.”
“예. 과연 1인자라 할 만하네요.”
이쪽이 많은 부족의 연합군으로 각양각색의 선단이 모여있다면 저쪽은 단일화된 군대와도 같았다.
송곳처럼 선두가 뾰족한 군선들과, 등에 주술사들을 태운 군선만 한 검은 전갈들.
“….이번에는 어떻게 움직일 겐가. 우린 따로 할당된 병력도, 지휘권도 없는 식객으로 어디까지나 보호받는 입장인데.”
“애초에 저도 크게 개입할 생각은 없습니다.”
이동하는 것만 해도 웬만한 플레이어는 엄두도 못 낼 만큼 위험한 고레벨 지역, 동부 대사막. 그곳의 정점을 가리는 싸움이다. 투란에서의 작은 전투와는 비교도 안 될 규모로 진행될 게 분명하고, 아무리 나라도 지평선까지 이어진 선단을 오가며 지원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
“사실 카울라디와 눌락의 전투는 자연스러운 거잖아요. 사막의 1인자와 2인자가 맞서 싸우는 것. 우리는 거기에 끼어든 입장이니, 마찬가지로 끼어든 놈들한테 집중하는 게 맞지 않겠습니까.”
“….뮤트만 상대하겠다?”
교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팔카투스는 분명한 목적이 있고, 그것에 내가 깊이 관여되어 있다는 것은 확인했으니.
우리는 눌락 진형의 변수로서 카울라디 쪽 변수인 뮤트들을 억제할 것이다. 네임드 테르마키안과 니그미를 비롯한 불청객들을 우리가 막아서고, 그리하면 병력이나 기타 모든 여건에서 우세한 눌락의 선단이 자연스럽게 승리를 차지할 테니 그쪽을 처리한 눌락의 선단이 대치 중인 우리 뒤를 받쳐주며 양면에서 압박을 가하는 그림이 그려진다는 말씀.
우득, 우득,
뿌드드득- 뚜둑!
천천히, 신중하게 늘어진 몸의 근육을 조율하듯 당겨주었다.
객관적으로 봐도, 현재 내 상태는 개인 전투 유닛으로서는 최상위에 근접한 상태.
전장이 넓은 만큼 가장 필요한 곳을 찾아갈 필요가 있었다.
“준비는?”
“만전이라네. 물도, 마나도 충분해.”
“나머지는?”
“그우웍. 미안.”
“으음….”
불안한 듯 두리번거리는 노툼과 숨을 가다듬는 이드라실. 눌락 진형의 의사가 둘의 몸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해 줬지만, 둘은 여전히 좀 불편해 보이는 상태였다.
“괜찮아?”
“….들어가 누워야 할 정도는 아닙니다만. 이상하게 정령력도, 다른 감각도 어그러지는 느낌입니다. 끓는 물 위에 표류한 나뭇잎이 된 기분이군요.”
“우우우. 메마른 땅. 다 죽었다. 온통 죽은 것. 기분 나쁘다. 우우우….”
“….후방에 있어. 눌락의 선단이 쉽게 밀릴 것 같지는 않으니까.”
애들도 이렇고. 생소한 사막의 대규모 전투라 뭐가 어떻게 시작될지도 모르고. 놈들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으니 기다릴 작정이었다. 노릴만한 것인 총사령관 눌락, 해츨링 둘, 그리고 나까지. 중요한 것은 이 기함에 다 모여있었으니까.
그래서, 교수는 생소한 사막에서의 전투를, 그것도 이 지역에서 가장 강한 세력 둘의 사활을 건 총력전이 개전하는 모습을 처음부터 낱낱이 관찰할 수 있었다.
쿠웅.
그 시작은, 눌락이 홀린 듯한 눈으로 커다란 고깃덩어리를 내려놓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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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모습이 육안으로 확인될 정도로 다가오자, 마침내 눌락이 식사를 멈췄다.
“가까이, 더 가까이서 봐야겠다, 어서!”
눈두덩에 파묻힌 작은 눈을 빛내며 팔을 마구 휘젓는 눌락.
그는, 모든 탐욕이 식욕으로 치환되기라도 한 듯 바닥에 흐를 정도로 침을 흘리며 카울라디의 군세를 바라보고 있었다.
“만인의 위에 서는 자라면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하는 법…. 허나, 저 먹음직스러운 것이 어찌나 향긋한 냄새를 풍기던지…. 내가 살아있는 동안 이 순간이 오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면 그날은 쉬이 잠이 들지도 못했노라….”
둥- 둥- 둥- 둥-
기선을 중심으로 진군의 북소리가 퍼져나갔다. 선전포고, 전투전 예식 따위는 이미 탐욕의 공복에 빠진 눌락에게 불필요한 애피타이저일 뿐.
철퍽.
눌락이 손을 까딱이자, 대기 중이던 그의 노예들이 부풀어 오른 거품덩어리 같은 그의 배를 덮고 있던 겉옷을 열어젖혔다.
펄럭-
태양 아래 드러나는 흘러 넘칠듯한 비대한 살덩이. 그리고 늘어날 대로 늘어난 가죽 위에 빼곡하게 새겨진 주술각인.
“쿠흐흐흐…. 참을 수가 없구나, 카울라디!”
하나의 생명체에게 허가된 주술각인의 수가 정해져 있기에.
“내 인생 최고의 만찬이여!”
적을 죽여 가죽을 벗기고. 손수 제 가죽을 도려내 그 위에 이식하는 것으로 완성된, 사막의 모든 주술을 총망라한 주술각인.
그 기워지고 얽힌 형태가 마치 거대한 복부에 자라난 아가리와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
악식가, 눌락.
덜컥!
탁, 탁, 탁, 탁!
눌락의 수하들은 그가 준비되기만을 기다렸다는 듯 움직였다. 식탁 위에 있던 음식들을 눌락의 발치에 정리하고, 수십 명의 전사들은 그가 앉아있던 의자와 갑판을 통째로 분리하여 어깨 위로 들쳐메고, 형형색색의 염료와 향이 담긴 커다란 단지들이 눌락의 의자 주변으로 가지런히 정렬했다.
마치 거대한 제단으로 만든 가마 위에 앉아, 다가오는 카울라디의 선단을 바라보는 눌락.
그가 붉고 푸른 염료 위에 손을 집어넣자, 기워 붙인 각인들이 하나씩 빛을 발한다.
“내게, 끝없는- 식사를.”
철퍽.
마치, 너른 배에 쩍하고 입을 벌린듯한 각인 위에. 정제된 염료에 젖은 두툼한 손이 그림을 그려나간다.
“그리하여 나는, 그 모든 것을- 너희와 나눌지니….”
촤아악-!
일필휘지로 그려진 그림. 대상은, 저 멀리 그의 눈에 들어온 만찬. 끝없이 늘어선 선단을 형상화한 그림이, 날카로운 아가리 속에 자리 잡는 순간.
『구우우우우우-』
모래 밑 깊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울림이 모래 속으로 스며들었다.
거대한 힘의 응집과 함께 그에 대응하듯 카울라디 진형 한가운데, 기선으로 보이는 곳에서 마주 솟아오르는 짙은 압력.
그것을 향해. 눌락의 살찐 두 팔이 청혼하듯, 갈구하듯 펼쳐졌다.
“진미를.”
쿠웅.
“진미를.”
쿠우웅-
“진미를!”
쿠우우우우-
“비할 바 없는, 진미를!!!!!”
식전 기도와 같은 눌락의 의식이 끝나고, 황량한 사막에 긴장 어린 바람이 스쳐지나갈 때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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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구구구구구구-
“온다! 몸을 배에 묶어라!”
“전열을 흐트러트리지 마라! 닻줄을 두 겹으로, 세 겹으로 엮어!”
“[허기]께서 왕림하신다!!!”
사막이,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산이 솟아나듯 부풀어 오르는 모래. 그리고, 그 아래에서 솟구쳐 오르는 산맥처럼 거대한 입.
“진-미이이이이이!”
『꾸어어어어어어어억-!!!!』
콰직!
눌락의 배 위에 새겨진 그림이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며 염료로 그려진 선단을 뭉개자, 괴생물은 마치 그것을 따라하듯, 카울라디의 선단을 씹어 삼키며 순식간에 전열을 짓뭉개버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어전에 선보이는 재주라기엔 흉하기 짝이 없구나, 눌락.』
“카울라디…. 나의, 오오오오, 나의….!”
카울라디의 음성이 전장 위에 내려앉으며, 짙은 모래바람이 괴수를 휘감기 시작했다.
『늘 그렇듯, 더럽고, 추잡하며, 쓸데없이 눈에 띄는 주술이로군.』
“널 위해 준비한 것이 이것만이라고 여기진 말아다오! 더 있다! 더, 더, 더! 평생 오늘을 되새김질하며 보내도 좋을 만큼, 많이 있으니!”
『사막의 모래알만큼 많은 술수를 준비했다 하여도 모두 저 꼴이겠지. 왕이라 함은, 천박해선 안 되는 법이다. 정(正)하고, 순(純)해야 하는 법.』
우지끈!
카울라디의 전열 군선이 한 순간에 씹어 삼켜진 것처럼, 이번에는 눌락의 선단 중 중형 이하의 배가 모조리 두동강 나며 모래 속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우아아악!”
“용골이, 용골이 박살 났다!”
“배가 걸렸습니다! 분명 아무것도 없는 사막인데 암초라도 만난 것처럼….!”
전속 항진하던 중 암초에 들이받은 것처럼, 순식간에 완파되어 가라앉는 선단들.
서로 단 일 수에, 양쪽의 끝도 없이 늘어선 선단을 절반 가까이 박살 내는 전투.
막연한 상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스케일의 전투.
그것에 교수 일행이 압도되어있는 사이, 침을 줄줄 흘리던 눌락의 시선이 교수에게 닿았다.
“오오오, 아아아아. 살라딘! 그래! 네가 있었구나! 그 아리따운 락샤샤를 사로잡았으며, 이번 전쟁의 효시를 올린 위대한 전사! 이리 오라! 이리 가까이!”
“아, 아니, 저기요…. 저기!”
콰악!
“위대한 전사에겐 포상이 있어야 하는 법! 그래, 어디 한번, 세 번째 발걸음을 모래에 묻어버린 대단한 솜씨를 구경해볼까! 너를 선봉으로 삼아주마!”
“아아아아니! 우린 나름 계획이…. 저, 저쪽 별동대를! 별동대를 막을 계획이!”
“오늘은, 네가! 나의 요리사로다!!!!”
쐐애애액-
“우아아아아아악! 저 돼지새끼가아아아아!!!!”
뭐라 말릴 틈도 없이, 눌락의 손에서 흘러나온 무형의 기운이 교수를 적진 한가운데로 날려버렸다.
동부 대사막 전쟁, 개전 1분.
양측 선단 반파.
선두, 전사 살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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