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end of the world, Cry Clear RAW novel - Chapter 325
Chapter. 15. 세상의 끝을 본 자는 사과나무를 심을 수 있는가(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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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용력이었소, 살라딘! 과연 왕혈의 수호자다운 실력이구려!”
“아 예, 뭐….”
뭐지. 이 찜찜함은?
교수는 뒤엉킨 2열의 군선 사이에서 고전하는 눌락의 전사들을 지원해준 뒤, 뭔가 이유 모를 찜찜함에 연신 전장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대충 슥 봐도 전황이 거의 넘어왔다는 게 눈에 들어왔다.
전열이야 뭐 대충 보니까 속이 텅텅 빈 깡통이라 그렇다 치고.
기동력이 완전히 날아간 세 번째 열의 진형이 제일 큰 수확이었다.
군선 50척. 각 군선을 움직이는 노예 백여 명에 그 절반 정도 되는 운용 인력. 그와 비슷한 숫자의 전사들과, 그보다 조금 더 적은 주술사까지.
한 척에 타고 있는 전력만 해도 작은 오아시스 정도는 밀어버릴 수준의 전력인데 그게 50척이나 되고, 그 많은 숫자의 적 병력이 주식 그래프마냥 제각각 튀어나와 정렬도 하지 못한 채 사막 위에 고립되었단 말이다.
간단히 보면, 적 전력의 15% 정도가 뿔피리 한방에 벽으로 치환되어 버렸다는 뜻.
이것만 해도 대단한 성과지만, 교수는 그것보다 조금 더 뒤의 일을 기대하고 있었다.
‘지휘관의 수준이 얼마나 되는지는 몰라도, 이런 상황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떠보고 싶었는데.’
전장에선 모든 일이 몰아치듯 벌어진다. 어떤 일을 수습하려고 하는 동안에도 적은 움직이며, 지나간 상황에 연연하기엔 다가오는 상황들 하나 하나가 치명적인 선택의 기로나 마찬가지.
그런 상황에서 적 지휘관의 반응을 보면 그들이 무엇을 목표로 움직이는지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교수는, ‘죄다 멀쩡한데 멈춰선 군선 50척’ 이라는 난제를 던짐으로써 적의 반응을 보고 싶었다.
‘군선 50척은 전황을 바꿀 수 있을 정도의 병력이다. 쉽게 버리진 못하지. 더욱이 노예만 보급하면 다시 움직일 수 있는 병력이라면 더욱이 버릴 수 없을 거야.’
하지만 노예를 보급한다고 밍기적거리면 눌락의 정예 전사들과 교전 중인 2열 선단에게 지원이 불가능하고, 카울라디의 방해로 느지막하게 다가오던 눌락의 본대가 결국 대치점에 도달해 문자 그대로 1, 2열을 압살하고 이제 막 기동력을 회복한 3열 선단과 정면 라인배틀이 시작될 것이다. 초전의 손해를 가장 큰 형태로 입은 뒤 적과 바로 교전에 돌입하는 상황.
‘조금 강단 있는 지휘관이라면 그런 악수를 두진 않겠지.’
이걸 막는 방법은 있다. 멈춰선 3열의 군선 50척을 다 포기하는 것. 그 위에 남은 전사단과 주술사들은 그 후열 선단에 낑겨 타게 하고, 그대로 짐덩이가 된 빈 배를 밀어버리며 어거지로 전투 중인 2열의 뒤를 받쳐주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적의 본대와 아군의 본대가 마주하는 지점을 한 줄 더 앞으로 밀 수 있고, 잘 하면 적의 정예 전사 일부를 사살하며 선단에서 입은 손해를 백병전 전력으로 만회하는 그림도 그릴 수 있다. 물론, 비집고 나오며 완전히 운용 불가가 된 배 50척의 손해와, 엉킨 상태로 최전방이 되어버린 2열의 선단도 모두 작살나 실질적으로 운용이 가능한 배의 숫자가 줄어들 테니 그로 인해 전략적 활동 폭이 좁아지는 것은 감안해야겠지만.
어느 쪽이든 이미 승기를 가져간 눌락 진형에 우세한 상황인 것은 변함 없으나, 앞서 말했다시피 중요한 것은 그 선택 아래에 슬쩍 드러난 적의 목표다.
전자를 선택했다면 전투를 길게 보는 것이다. 적과 비교했을 때 아군 진형의 보급이 꿀리지 않고, 보충할 인력도 충분하며, 조금 더 보면 적을 끌어들여 섬멸할 매복이 준비되어 있을 수도 있다. 손실을 최대한 줄이는 책사 타입의 지휘관이 즐겨 쓰는 전략.
후자를 선택했다면 이번 결전으로 전쟁의 승패를 확실하게 가리겠다는 뜻이다. 대체 불가능한 군선이라는 자원을 소모하는 것으로 이번 전장에서 활용 가능한 전사와 주술사를 살리고, 정원 이상으로 꽉꽉 눌러 담은 군선을 들이받아 승패를 결정하겠다. 적보다 아군 병력의 질이 높다고 확신할 때 쓰는 방식이며, 이런 경우 아군이 파악하지 못한 결전 병기나 정예 병력이 준비되어있을 가능성이 높다.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전략이지만 굳이 따지자면 용장 타입의 지휘관이라 볼 수 있는 선택.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대응할 생각이었다. 전선을 뒤로 물리면 눌락에게 한번 더 부탁해서 전사들과 강하 공격. 전선을 앞으로 밀면 지금 기세 그대로 들어 엎으면서 착실하게 적의 손해를 누적.
아마도, 뮤테이션 블러드라는 강력한 지원군을 가지고 있으니 전선을 앞으로 밀며 강하게 압박하는 와중에 그놈들이 깽판을 놓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적의 사령관은 교수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방안을 선택했다.
“….거기. 사막의 전사들은 웬만한 항사꾼 만큼 배를 타셨지요?”
“항사꾼 만큼이 아니라, 로드를 모시기 전에는 대부분 항사꾼이었소. 애초에 이 위험천만한 사막을 건너는 사람들이니 전사와 항사꾼의 경계를 구분하는 게 무의미하지.”
“그럼 모래 배를 잘 아시겠군. 지금 저기, 적의 세 번째 열의 선단에서 내려온 게 닻이 맞습니까?”
“틀림없소. 3 열의 선단 전체가 닻을 내렸군. 닻뿐만 아니라 돛도 모두 끊어서 내려버린 모양이오.”
“이보시오 살라딘. 내 사막의 전사로서 선단 간 전투를 밥 먹듯 해본 사람인데, 세상에 저런 멍청한 전략은 검을 잡은 이후로 본 적이 없소. 방심하여 하는 소리가 아니라, 저건 정말 지휘관이 정신을 놓았다고밖에 볼 수 없소.”
“카울라디 그놈에게는 저런 대군을 움직이는데 쓸 장기말 하나 없다는 소리겠지. 운이 좋아 큰 힘을 획득하고선 스스로를 왕이라 칭하는 이에게 당연한 결말이오.”
….적이 선택한 전략.
이미 함락된 1열. 교전 중인 2열. 기동력을 잃은 3열을 모두 포기.
전투 중인 병력, 남아있던 병력 모두 적들의 진로 상에 위치한 선단을 그 자리에 고정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온존한 병력은 모조리 후퇴.
‘….압도적인 전력 차에, 패전을 예측하고 도주하는 지휘관의 전략.’
카울라디 진영의 선택은 나의 예측에서 아득히 벗어나 있었다.
고위 주술사가 많은 카울라디의 군단답게 뿔피리 주술 신호를 바꿔 내가 가진 명령권을 없애버린 그들은, 눌락의 요리사와 치열하게 전투 중인 병력에게 무언가 신호를 보냈다.
『부오오오오-』
그리고, 이어지는 기행.
쩌걱!
전사들은 적에게서 등을 돌려 배의 돛대를 찍어 부수고.
촤르르르르르- 푸욱!
어떻게든 엉킨 연을 풀어내려 사투 중이던 선원은 묵직한 군함의 닻을 끝까지 풀어버린 다음, 끌어올릴 도르래를 때려 부쉈다.
그렇게 완성된, 노예를 잃은 3열 앞에, 하나 더 생긴 기동 불가의 군함 선단. 효율이 아득히 바닥을 파고드는, 금덩이로 울타리를 만드는 수준의 저지선.
이게 저들이 선택한 대응방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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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황당하다 보니 오히려 의심이 될 지경이다.
“혹시 주술 반응이 있습니까? 일정 이상의 피를 바치고, 시간이 되면 이 배가 폭발한다거나. 전투로 피를 먹은 배를 나열해 거대한 주술의 일부로 삼는다거나….?”
“저희도 그것부터 의심했으나,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소. 정말, 깨끗하게 그냥 배를 다 포기하고 튄 거요. 저 머저리들이.”
“허….”
당연히 함정이겠거니 했는데 함정도 아니라고 하고.
현대전으로 치면 그거다. 패주하는 군인들이 기름 떨어진 탱크에 보급도 안 하고, 그대로 길이나 교각에 세워서 적의 진군을 방해하는 장애물로 쓰면서 다 놓고 튀는 거.
그래. 적들은 마치 패퇴하듯 병력을 물리고 있는 것이다.
내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을 정도로…. 좋은 상황. 이미 승기가 넘어와서, 그 깃발을 잡고 적을 후드려 패도 될 정도로 우세한 상황.
딩 딩 딩 딩 딩 딩-!
‘이상해. 이상해! 존나 이상해!!’
그게, 오히려 내게 끊임없이 경종을 울리고 있었다.
교수는 어른 몸통만 한 큼지막한 사슬을 들어보았다. 군선의 닻에 사용되는 거대한 쇠사슬.
“본대가 이걸 뚫고 가는 데 오래 걸리겠습니까?”
교수가 그것을 가리키자, 눌락의 정예 전사들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무래도 그렇지 않겠소? 말이 군선이지 이렇게 닻 두 개 다 풀어서 모래를 붙잡고 있으면 이만한 암초나 다름없으니 말이오.”
“교전에 의한 손상이 없었으니 적당히 좌우 간격만 벌린 뒤, 눌락님의 군선으로 밀어서 비집어 열면 시간이 좀 덜 걸릴 게요. 측면에 조금 손상이 가겠지만 그 정도야 뭐. 저놈들이 버리고 간 군선들에 비하면 흠집에 불과하니까.”
‘패주. 그리고 지연전술이라….’
전략을 통해 알아낸 적 지휘관의 목적은 하나.
시간을 끄는 것이다.
적이 시간을 끄는 것은 당연히 그 이후에 뭔가 이득이 발생한다는 뜻이며, 그것은 적이 천하제일의 병신이 아닌 이상 뭔가를 준비하고 있다는 뜻이다.
선단전에서 가장 중요한 군선의 절반 가까이를 그냥 목책 정도로 내던져도 될 만큼 큼지막한 무언가를.
그리고, 하나 더.
정상적인 전투였다면 적과 대치하는 순간 가세했어야 할 지원군. 정예 병력이 가득한 뮤테이션 블러드의 세력.
만약 카울라디 진영이 지연전을 선택했다면, 이들이 향할 곳은 어디일까?
– 찌릿!
순간, 신경을 잡아당기는 듯한 감각에 교수의 얼굴이 홱 돌아갔다.
카울라디의 모래에 방해받으며 느지막이 접근 중인 눌락의 본대.
그리고, 감각을 집중하면 들리는 소리.
….스스스스스스-
발밑을 기는 뱀처럼, 모래 사이를 빠르게 유영하는 소리.
저도 모르게 손끝에 힘이 들어가는 감각.
그를 부르는, 향기.
퍼억!
퍼버억!
얼마 지나지 않아, 교수가 보고 있던 눌락의 기함 주변으로 살더미 기둥 수십 개가 솟구쳐 올라왔다.
날카로운 주둥이로 모래를 파고 올라온 땅굴벌레 수십 마리. 그리고, 그 안에서 튀어나오는 뮤트의 대군!
교수는 기함을 새까맣게 덮을 정도의 뮤트 대군에 이를 악물었다. 마침내, 놈들이 참전한 것이다.
“기함이, 로드께서 계신 기함이 습격당했다!”
“전사단, 연을 회수해라! 다른 배를 습격한 전사단에게도 알려라! 복귀하여 로드가 계신 기함을 수호한다!”
투확!
투투퉁!
전사들은 제압한 배의 발리스타에 연의 손잡이를 장전하더니, 급히 본대로 복귀하기 시작했다. 제대로 된 사출이 아닌 만큼 바람을 타지 못한 연이 추락하며 끓어 오르는 모래 바다에 추락하는 전사들이 속출했지만, 그래도 대부분 바람을 타고 눌락이 있는 기함으로 날아들고 있었다.
“어떻게든 돌려보내겠다, 이거냐….”
저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피냄새를 싣고 왔다. 머리를 쭈뼛 서게 할 만큼 달콤한 뮤트의 혈향. 고향 집냄새처럼 익숙하고, 그 익숙하다는 사실에 구역질 나는 인간의 혈향. 그리고, 수많은 뮤트의 피냄새 속에서도 단연 도드라지는, 진하디진한 네임드의 향기.
지원군. 뮤테이션 블러드의 병력과 와일드 카드 전부가 눌락의 선단에 투입되었다.
‘….빌어먹을 양자택일인가.’
선택의 기로.
교수는, 앞선 눌락의 전사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에게 주어진 연의 손잡이를 발리스타에 장전한 다음. 그것의 방향을 놓고 갈등하고 있었다.
카울라디 진영에서, 군함의 절반을 내던지면서까지 시간을 끌어 준비하는 것. 적어도 그들의 판단으로는 그것이 준비되는 순간 승리를 장담할 수 있기에 이런 비정상적인 손실까지 감수하는 것. 그것을 막기 위해 적의 본대를 향해 날아가느냐.
아니면, 비대칭 전력이라 봐도 과언이 아닌 뮤테이션 블러드의 네임드들. 향후 뮤트와 대전에 있어 끊임없이 걸림돌이 될 그것들을 상대하기 위해 눌락의 본대를 향해 날아가느냐.
어느 쪽이 정답이고 어느 쪽이 오답인가. 무엇을 선택했을 때 적이 탄식을 내뱉고, 또 안도의 한숨을 쉬게 하는가.
한쪽을 선택하면, 다른 한쪽은 그의 손에서 벗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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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 뚝.
땀방울. 머릿속으로 계산 가능한 모든 상황을 필사적으로 짜 맞추는 교수의 이마 위로, 달아오른 땀이 뚝뚝 떨어졌다.
‘시야가 좁았다. 전장을 하나의 상황으로, 그것에 연계된 다른 이야기들을 주시하고 있었어야 하는데.’
교수는, 먼발치에서 전장을 내려다보며 말판 위의 장기말을 하나하나 옮기고 있을 그놈을 생각했다.
카울라디의 전당에서 테르마키안과 니그미의 대화를 통해 놈들이 팔카투스의 지휘권을 대단히 존중한다는 것은 파악했다. 뮤트 대군과 네임드는 놈의 명령에 따라 움직였을 터.
그리고, 아마 지금도. 놈은 어딘가에서 그의 선택을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어느 쪽이건, 놈은 그에 맞춰서 움직일 거야.]‘그렇겠지. 잔대가리 하나만큼은 일품인 새끼니까.’
신중히 판단하되, 빠르게 선택해야 한다.
놈들은 전쟁의 승리가 아니라. 전쟁을 통해 무언가 성취하고자 하는 듯했으니.
적의 의도.
나의 목적.
표면적인 것과, 심층적인 것. 그리고, 궁극적으로 노려야 할 것.
“….”
뚝. 투둑.
한계까지 발휘된 사고 속에, 흘러내린 땀방울이 교수의 발치를 제법 흥건하게 만들 무렵.
틱, 틱-틱틱틱틱틱….
교수가 잡은 발리스타의 몸체가, 천천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장전된 연의 손잡이가 향한 방향은-
“적의 손에 놀아나기 싫거든, 그들의 압박을 이겨내고, 그들이 의도하지 않는 곳으로 움직여라….였지.”
너른 사막과 똘똘 뭉친 선단을 넘어. 기이한 기운이 피어올라오는 카울라디의 본대가 있는 곳.
뮤테이션 블러드와 카울라디 진형이 일치단결하여, 눌락과 내 발목을 붙들어두고자 하는 무언가가 있는 곳.
지연전술과 기습. 둘 다 카울라디의 본대에 접근하는 것을 막고자 하는 의도가 분명했기에.
교수는, 누가 뒤에서 잡아당기듯 신경 쓰이는 눌락의 기함을 애써 무시하며 발리스타를 조정했다.
뻐엉!
쩌거억-!
웬만한 영주성 만큼 거대한 눌락의 기함이 쓰러질 듯 기울어지는 듯하더니 북 터지는 소리와 함께 새까맣게 달라붙은 뮤트들이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 그 사이 사막 한가운데에서 용오름 같은 물줄기 두 개가 솟구치며 배를 훑고, 나무뿌리 같은 것이 자라나며 눌락의 기함을 뒤덮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됐다는 뜻이겠지.
노툼, 오트만, 이드라실, 락샤샤. 모두 손발을 맞춰본 동료들이고, 사선을 넘어온 만큼 그들이 보통 이상의 실력자라는 것은 충분히 알고 있었다. 실제로 뮤트의 숫자가 눈으로 세는 게 불가능한 수준이었지만, 사막의 대주술사 눌락과 트롤 주술사 노툼의 숲 주술, 오트만의 수계 마법과 이드라실의 정령술은 적이 배에 접근하는 것조차 불허하고 있었다.
‘하지만…. 부족해.’
특수전 담당인 니그미라면 몰라도, 이런 대규모 전투를 위해 설계된 테르마키안의 압도적인 전투력은 그들이 받아낼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3월드에서 반드시 등장하는 네임드. 에데오르나, 바즈유르, 테르마키안, 독스, 지그닐.
일부 조건에 따라 등장하는 니그미, 아달루아, 욜, 투크 등등 플레이어마다 천차만별인 네임드의 종류와 달리, 적어도 저 다섯은 무조건 등장하기 때문에 커뮤니티에 그들의 특징이나 전투방식이 아주 자세하게 기록되어 교수도 충분히 숙지하고 있었다.
에데오르나. 여왕을 토대로 만들어졌으며, 그 특성을 이어받아 숙적에 맞춰 성장하는 맞춤형 네임드.
바즈유르. 일명 마법사 수집가. 초반 뮤테이션 블러드의 동맹인 흑마법사 집단이 뮤트에게 제압된 뒤, 그들의 사체를 한 데 모은 정보로 만들어진 네임드. 축적한 마법사 사체에 따라 마법의 가짓수와 난사하는 양이 급증하는 고정 포대형 네임드.
지그닐. 흑마법사들이 보관하던 언데드 군주의 사체 조각을 토대로 만들어진 네임드. 고스트와 생체의 중간 즈음에 위치한 반 생명체. 대규모 전장에 자주 등장하며, 죽은 자의 영혼을 섭취하며 성장. 초반에는 대규모 공포 정도나 거는 디버프 방관자 정도지만, 성장을 막지 못하면 후반에 온갖 종류의 디버프를 무더기로 뿌리며 시야 안의 모든 생명체의 영혼을 산 채로 흡수하며 받은 데미지를 회복, 거기에 물리 면역까지 달린 죽지 않는 디버프 토템이 되는 놈.
독스. 반대로 마법 면역. 암살자형 뮤트로 납치된 히어로 유닛 중 비밀 암살 결사의 수장을 토대로 만들어졌음. 바즈유르랑 쌍으로 나오는데, 대규모 마법 폭격에 웅크린 인간 진형을 누비며 지휘관 목 따고 다니는 네임드.
그리고…. 테르마키안.
로드릭 최강의 대군 전투 기사 샤를롯 데 아가트의 정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네임드.
샬롯과 정확히 역위를 이루는 능력으로, 샬롯이 아군이 늘어날수록 버프의 위력과 범위가 늘어난다면 테르마키안은 아군이 죽을수록 버프를 받는다.
그가 참여한 전장에서 죽어간 아군의 모든 육체적 능력을 일정 시간 흡수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네임드.
열 명이면 열 명분. 백 명이면 백 명분.
만 명, 십만 명, 백만 명…. 적의 손에 아군이 갈려 나갈수록, 그 힘은 테르마키안이라는 개체 하나에 집약되어 전장의 재앙으로 탄생한다.
이미 카울라디의 선단 둘. 군선으로 백 척. 대충 묶어서 계산해도 이천 명이 훌쩍 넘는 이들이 명을 달리한 전장이다.
사막의 강인한 전사들만 따져도 오백.
….이미, 순수 근력은 나를 뛰어넘었을지도 모른다. 놈이 날뛰기 시작하고. 일행과 눌락 선단의 전투 속에 사상자가 더욱 발생하며 강해진 테르마키안의 돌파력이 끝내 아군의 방어 능력을 넘어서는 순간. 아마, 놈과 맞설만한 히어로 유닛급 근접 전투원이 없는 그들은….
으득, 으득 으드드득….
빠득!
콰앙!
“좋아…. 선택이라 이거지….”
철컹-!
교수는, 머릿속에 스며들 듯 떠오르는 끔찍한 예측을 때려 부수듯 난간을 후려침과 동시에 발리스타의 지렛대를 당겼다.
이런 갈등이야말로 팔카투스 그놈이 노리고 계획한 상황일 테니까.
지금으로선. 적이 그려둔 그림 안에 걸어 들어가지 않는 방법은 그들이 와일들 카드를 눌락의 본대에 투입한 것처럼. 교수 그 자신도 적진 한가운데로 파고드는 수밖에 없었다.
….뒤에 남겨진 이들이, 그가 돌아오기 전까지 버틸 수 있을 것이라 믿으며.
사실과 정보를 바탕으로 한 예측을 무시하고, 그저 믿으며 가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으, 으으으으으! 믿는다! 극악무도할 만큼 유능한 돼지! 팔카투스 그 새끼가 걸어온 치킨 레이스에서 내가 이길 때까지만, 어떻게든 살아서 버텨 줘! 오트만! 노툼! 이드라실! 락샤샤! 부탁한다!!!!”
-투웅!
놈이라면 내가 망설이는 시간마저 계산에 넣어뒀을 것이기에, 교수는 단숨에 줄을 끊어 연을 발사하며 뛰어올랐다.
모래상어 가죽과 뼈로 만들어진 연이 활짝 펼쳐지고, 뱃머리가 내려앉을 만큼 강하게 도약한 교수의 몸이 순식간에 연과 함께 저 너머로. 일행의 안위를 인질 삼아 협박하고 싶을 정도로 그들이 무언가 숨기고 있는 곳으로 날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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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울라디 선단. 1, 2, 3열 총 150척의 군선을 소모하여 지연 전선 형성. 주요 병력은 회수 및 방어 편성.
눌락 정예 전사단 ‘요리사’ 본대 귀환 및 카울라디 3열 선단 포기로 병력 대치점 소실. 양측 최전선 간격 800보 이상 벌어짐. 전투 소강상태 돌입.
눌락 선단, 뮤트 본대와 조우로 대규모 접전.
네임드 테르마키안, 니그미. 전장에 합류. 학살이 벌어짐.
전사 살라딘, 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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