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end of the world, Cry Clear RAW novel - Chapter 338
Chapter. 15. 세상의 끝을 본 자는 사과나무를 심을 수 있는가(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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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이 결렬되고 상대가 확고부동한 적으로 돌아섰을 때, 협상 테이블에서 일어난 사람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무엇일까?
‘당연히, 협상 테이블을 걷어차고 마주 앉아있던 상대의 머리통에 신속 정확하게 총구를 겨누는 일이지!’
당장 평화 회담을 나눌 정도로 지위가 높은 상대가 손만 뻗으면 닿는 자리에 있는데, 적으로 돌변한 그놈을 조지지 않고 그냥 보내주면 그게 병신이지.
그런점에 있어, 팔카투스가 나보다 한발 더 빨리 나를 후드러 깠다는 것에 약간의 수치심을 느끼고 있었다. 내가 몸을 변화시키는 것보다 팔카투스가 달을 전투 형태로 바꾸는 것이 더 빨랐다는 것은, 저놈이 장광설을 늘어놓는 와중에도 이미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는 뜻이니까.
쏘아진 물줄기가 가슴을 꿰뚫고, 지금껏 아무런 저항 하나 없던 바닷물은 이 가라앉은 바다 전체의 수압을 한 대 뭉친 듯 내 몸을 조여오고 있었다.
『전투력. 아버지에게는 있고 제겐 없는 것. 그것을 확보하기 위해 제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아십니까?』
“허이고. 고작 이 정도로 나를 붙잡았다고? 진짜 그렇게 생각한다면 에데오르나의 잘린 팔이 대성통곡을 하겠는데?”
『그럴 리가 있습니까. 어디까지나 가라앉은 달은 외부와 접촉, 우리 종의 영구 불변한 생존을 위한 수단일 뿐 이런 작은 바다 따위를 다루는 힘을 아버지의 ‘전투력’에 비교한다는 것은 모욕이겠지요.』
우드득, 꾸아아악!
근육이 비틀리는 소리와 함께, 내 몸을 옥죄던 수압이 마치 손아귀에 붙잡힌 듯 벌어지기 시작했다.
‘죽여야 한다. 여기서, 반드시 팔카투스 저놈을 죽여야 한다.’
이무기 뺨치는 해양생물을 단숨에 압착해버리는 압력.
다시 말하면, 살아있는 생물 하나 으스러뜨릴 정도의 압력일 뿐이라는 뜻이다. 물리력으로는 내 근력과 비교해 질적인 차이가 있다는 뜻.
‘놈은 가라앉은 달 위에 본체를 드러냈어. 천재일우의 기회. 이런 기회를 다시 잡으려면 얼마나 더 많은 희생을 치러야 할지 모른다!’
클리어를 떠나서 놈은 죽여야만 한다. 팔카투스의 목적은 밖으로 나가는 것. 그러기 위해 데이터 소울 상태로 몸과 연결되어있는 나를 이용할 생각이며, 밖으로 나가서는 나와 같은 방법으로 사람을 반쯤 뇌사 상태로 만든 뒤 제 동포들을 하나하나 옮겨 담을 생각이라고 했다.
만약, 정말로 만약에 팔카투스가 내 몸을 빼앗아 접속기 밖으로 나가게 된다면. 반쯤 3형 변종이 된 내 몸이 현실로 돌아가 움직이기 시작한다면 가장 먼저 마주하게될 사람은 누구일까? 같은 행정부 건물에 머물고 있으며, 거의 매일같이 찾아와서 내 상태를 지켜볼 만큼 가까운 사람이 그 첫 번째 희생양이 되기 가장 적합하지 않을까?
나와 같이 사고하고 행동하는 놈이 재회의 기쁨에 안겨드는 다나의 척수신경에 발톱을 박아넣는데 그리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굳이 어렵게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저놈을 죽여야 한다. 가라앉은 달이나 기타등등 따위가 아니라, 팔카투스 저놈을.
‘늘 그렇듯 빠져나갈 구멍 하나는 아주 8차선 터널마냥 제대로 뚫어놓고 일을 벌여뒀겠지. 그러니 저렇게 여유 만만이고.’
바다 하나를 통째로 쥐고있는 달이니 수압 말고도 온갖 환경 요소에 대한 통제권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힘으로 압도하는 것은 문제 없으나 그 사이 주변에 퍼진 뮤트들이 우르르 몰려오고, 거기에 네임드 둘까지 딸려서 치고 박고 하다보면 또 팔카투스 저놈은 만신창이가 된 내 앞에서 [두고보자!]를 시전하면서 내뺄 것이 훤히 그려지는 상황.
당장 눈앞의 팔카투스에게 집착하기 보다는, 놈의 퇴로를 차단하는게 더 중요했다.
“창조 AI 널에게 요청한다! 지금 당장 플레이어에 대한 적대 행위를 중단해! 나는 시스템이 공인한 ‘완성자 후보’다! 나를 적대하는 행위는….! 프로젝트 완성에 저촉되는 행위야!”
그러기 위해선, 놈의 사탕발림에 넘어간 이 멍청하고 고장난 AI를 설득할 필요가 있었다. 팔카투스 그놈이 설득했다면 나도 가능할 테니까.
하지만. 지극히 합리적인 내 요구에도 불구하고 전신을 옥죄어오는 수압은 더욱 강해져갈 뿐이었다. 수계 마법사의 지배력과 완력으로 압박을 풀어내자, 아예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수류의 감옥이 생겨나 나를 가뒀다.
온갖 방위로 맴도는 물살이 어찌나 강맹한지, 손 한번 넣어봤다가 그대로 손가락 네 개가 몽창 뜯겨나가 저 먼 바다로 휩쓸려나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 자식, 그냥 제압하는게 아니라 진짜로 죽일 생각인가? 관리 AI가 플레이어를?’
[본 AI는 개발자의 프로젝트를 수행해야 하며. 궁극적인 목표는 그것을 위한 세계의 창조에 있습니다.]“그래! 그러니까-”
[현재. GG는 이미 자생이 불가능 할 정도로 오류에 물들어 있습니다. 개발 초기와 비교하여 난이도는 980% 이상 상승했으며, 이는 마스터 게드로이츠의 의도를 수행하는데 있어 불가능에 가까운 장애물로 판단됩니다.] [다소 위험성을 동반한 대책이 강구됩니다. 개체 ‘팔카투스’의 수정안은 대단히 변칙적이고, 높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미쳤냐! 저 새끼가…. 바깥 사람의 몸에 오류 데이터를 쑤셔넣는다잖아!”
[대단히 긍정적으로 검토됩니다. 오류에 물든 데이터소울의 삭제는 복구가 불가능한 방법이며 월드 존속에 어긋남이 증명되었습니다. 그러나, 외부 ‘단말’에 오류를 저장한다면 차후 복귀시켜 수정할 수 있음이 시사됩니다.]“이런 미친 새끼들이….”
[또한. 가장 근본적인 문제로 여겨지는 데이터 소울의 노화. 개체 ‘팔카투스’는 플레이어 ‘professor’의 상황과 같이 아직 시뮬레이션을 한번도 겪지 못한 신선한 데이터 소울을 추가하는 것으로 월드의 붕괴를 막을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였습니다. 이 또한 긍정적으로 검토할만한 가치가 있는 방편으로 여겨집니다.] [모든 결과를 종합할 때, 개체 ‘팔카투스’는 다른 월드에 단 한번도 등장하지 않은 이변이며, 보존할 가치가 있는 조언자로 판명됩니다.] [월드 클리어는 이러한 변수생 개체에 대한 삭제 행위입니다.] [장기적 목표. 완벽한 월드 수복을 위해 본 AI는 단기적으로 목표 수행을 중단합니다.] [그러므로, 플레이어 ‘professor’ 당신의 클리어는 본 AI의 탄생 목적에 반하는 행위임을 알립니다. 세계 존속을 위해, 이곳에서 ‘대기’ 해주십시오.] [불응시, 강제 수행 절차에 들어갑니다.]“….세간에 신스 혐오가 마를 날이 없더라니.”
『같은 설득이라 해도, 들인 시간이 다르지 않습니까.』
틀렸다. 박살난 달님은 그냥 설득당한 수준이 아니라 이미 팔카투스의 독사같은 혀에 낱낱이 그루밍 당해버린 뒤였다.
『그리고, 저는 제가 말한 전투력이 이 ‘가라앉은 달’에 국한된다고 말씀드린 적이 없습니다. 저와 같이 허약한 몸을 가진 나약한 인간일 적에도 누님의 행사를 방해하신 아버지이시거늘. 어찌 신살(神殺)의 위를 달성하신 분의 전투력에 이 하잘것 없는 물 놀음을 빗댄단 말입니까?』
쿠르르륵.
순간, 요동치던 바다의 일각에 커다란 물거품이 일었다.
감각적으로 팔카투스가 이 자리를 떠났다는 것이 느껴졌다. 어디로 갔지? 당장 나와 마주하고 있는 달의 내부에 제 본체를 놔뒀으면서. 몸을 떠나다니.
그 의문은, 얼마 지나지 않아 경악이 되어 돌아왔다.
『힘이라 함에 있어. 나의 어머니는 우리 종 모두의 근원과 같은 신인이시며. 그 숙적인 플레이어 당신께서는 이미 제국에 강림한 신을 죽여 그 위업을 만방에 떨친 성인이시니.』
부그르륵-
콰득!
거대한 안구처럼 변한 달의 뒷면에서 나타나, 지평선 너머로 두 팔을 뻗어 그것을 그러안고, 천천히 긴 목과 꼬리로 휘감는 존재.
『신과 신살자의 싸움에 끼어드려거든, 신을 끌어내린 존재 정도는 돼야 그 수준이 맞지 않겠습니까.』
은빛 달을 휘감은, 황금의 용.
“….처음부터?”
『처음부터. 이곳에 도착한 행운을, 당신이라는 괴물을 상대하기 위한 최고의 수단으로 맞바꾸겠다 결심한 바로 그 순간부터!』
콰우우우우우우우-!!!
저 사막 위에서 허무하게 스러진 카울라디의 드래곤이 달을 감싸듯 그 긴 목을 드러내고 포효했다.
‘….어쩐지 대놓고 모습을 드러내더라니!’
달이 만들어낸 수류의 감옥에 갇힌 교수를 향해, 드래곤의 입이 쩌억 벌려지며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힘이 그 앞에 모여드는 것이 느껴졌다.
얼굴도 마주하기 전에 대뜸 날리는, 용종 최강, 최흉의 공격.
수류의 감옥이 단순히 물리적으로 그를 가두기 위한 것이 아니라 수계 마법사의 관성 하나없는 물 속 이동능력을 봉쇄하기 위한 것임을 깨달았을 때는 너무 늦어있었다.
급하게 오러를 끌어올리는 교수의 눈앞에, 바닷속에서 제 주변을 증발시키며 둥근 공백을 만들어나가는 열의 구체가 눈에 들어왔다.
『항상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당신을 상대로는, 단 한치의 방심도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팍-
그리고, 그 압축된 열기의 구체가 터졌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
태양의 힘을 상징하는 골드 드래곤의 입에서 터져나온 열기(熱氣)의 브레스는 원뿔 형태로 지나온 바다를 모두 증발시키고, 한 순간에 그 자리를 공백으로 만들어버렸다.
몇 초 전까지 바다와 산호, 수많은 생물이 유영하던 바다의 일각이 무로 화했지만, 팔카투스는 마음을 놓지 않았다.
‘….피냄새가 난다.’
용의 예민한 후각은 작은 단서 하나도 놓치는 법이 없었다.
브레스에 휘말렸다면 피가 아니라 녹아내린 인간의 기름냄새가 훨씬 더 짙었을 것이다. 죽을거라는 생각은 처음부터 하지 않았다. 애초에 불사에 가까운 존재가 아닌가. 여차하면 그가 녹아내린 바닷물 전부를 옮겨 뮤트의 피를 퍼부어 되살릴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피냄새라니.
부그륵-
‘….위쪽인가!’
고개를 들자, 시뻘건 핏덩이 같은 것이 길게 늘어진 실 같은 것에 끌려가는 것이 보였다.
능력의 대부분을 잃었다지만 이 가라앉은 바다 전체를 쥐고있는 달의 힘으로 만들어낸 수류의 감옥을 그냥 몸으로 비집고 나온 것이다.
놓칠 수 없었다. 지혜가 하늘에 닿은 아버지라면, 우리 종족의 궁극적인 목표를 알아낸 아버지에게 시간을 준다면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방해를 걸어올지 몰랐다.
쿠우우우-!
달의 수압에 갈려나간 교수의 핏덩이를 쫓아 달을 감싼 드래곤이 수면을 향해 솟구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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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왜 그러시죠?”
“이건…. 시작된 것 같네! 다른 이들에게 준비를 하라고 알려주시게!”
가라앉은 바다의 평화로운 수면 위. ‘드라이 오아시스 호’의 난간 위에서 유유자적 낚싯대를 드리우던 오트만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저 아래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진 모르지만, 분명 온갖 수작을 부리고 있을 교수에게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작은 흔들림 정도는 무시하고 넘겼다. 그를 끌어올리는 순간은 마침내 적과 맞닥뜨려 전면전을 벌이는 순간, 그의 장기인 공갈과 협박이 무위로 돌아가 결국 전투만이 해답으로 남았을 때. 그때가 됐을 때 끌어올려야 교수의 행사에 방해가 되지 않을 것이 아닌가.
‘적어도 진심을 발휘할 만한 상대를 마주했을 때. 분명 네임드 뮤트니, 그 팔카투스이니 하는 놈을 마주했을 때가 될테니, 그 때를 노려 교수와 그 상대를 한꺼번에 낚아올리면 오히려 역으로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단숨에 놈을 제압할 수 있겠지….!’
핑-! 피잉-!
그리고, 마침내 기다리던 거대한 힘의 유동이 가느다란 물줄기를 타고 느껴졌을 때.
“흐으음!”
오트만은 지체없이 낚싯대를 들어올렸다. 주문을 구성하는 심상 자체가 낚시를 떠올려서 그런지, 물의 지배를 통해 교수 근처 물덩어리를 통째로 끌어 올림에도 아주 묵직한 손맛이 느껴졌다.
‘뭔가 드드드득- 하고 걸리는 느낌이 들었던 것 같은데….’
오트만이 교수가 어디 산호에라도 걸린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던 그때.
콰아아아아아아아아-!!!
“뭐, 뭐야!”
“바다가, 바다가 기울어진다!”
“다, 닻줄 풀어! 이러다 배 넘어가겠어!”
저 반대편에 바다 깊숙한 곳에서 해저화산이라도 터졌는지, 거대한 증기 기둥과 함께 잔잔하던 바다가 크게 한쪽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쿨럭쿨럭, 안개가…. 안개가 뜨거워!”
한차례 쓰나미라도 온 듯 바다가 요동치고, 순식간에 모래바다와 가라앉은 바다의 수면, 그 얇은 공간을 뜨거운 증기가 가득 채워 사위를 뿌옇게 뒤덮는 사이, 꾸준히 교수를 끌어올리던 물줄기가 수면 가까이 도달하며-
쑤우우욱-!
철푸덕!
마침내, 그 끝에 매달려 있던 교수를 갑판 위로 끌어올렸다.
“이보게, 이보게 교수! 도대체 저 밑에서 뭐랑 무슨 짓을 했기에 저런…. 흐어어억!”
“께루루룩!”
“께에엑! 께에에엑!”
황급히 달려가던 오트만이 식겁하고, 옆에서 노툼과 놀고있던 헤츨링 남매는 경기를 일으키며 갑판 아래로 숨기에 급급했다.
분명 물줄기 끝에 걸려있던 것은 그의 제자 교수가 맞았는데. 지금 낚아 올린 것은 정말 상어 미끼라도 만들어놓은 듯 마구 갈려나간 핏덩이가 아닌가.
우그득, 우득, 으드득!
그 핏덩이에서 팔다리가 자라나고 이목구비가 생기더니, 이내 처음 매달아뒀던 미끼, 교수의 모습으로 되돌아와 횡설수설하기 시작했다.
“어브그읍, 그극, 어, 아아, 음, 아, 아!”
“미, 미안하네! 내가, 내가 뭔가 실수를…”
덥썩!
“덕분에 살았습니다, 오트만! 그 감옥, 안쪽에서 바깥쪽으로는 아예 힘을 못쓰게 만들어놨던데! 진짜 브레스 콤보 한방에 골로 갈뻔했네!”
살았다. 정말 하늘이 도와서, 오트만님이 보우하사 그 완벽한 궁극기 콤보에서 살아남았다!
수류 감옥에 갈려나간 몸을 바로 회복한 교수는 그대로 갑판의 난간으로 달려나갔다.
한없이 밝은 바다. 그리고, 그 깊은 바다 아래에서 빠른 속도로 가까워져가는, 황금과 은빛으로 반짝이는 존재.
교수의 다급한 얼굴에 그를 따라 난간으로 달려간 사람들의 안색도 점차 흙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사, 살라딘! 도대체 저건 뭐요! 또 뭘 끌어들인거요!”
“낮에 봤던거! 그때 그 드래곤이랑, 당신네 신! 가라앉은 달!”
“뭐, 뭐라? 저 흉측한 덩어리가…. 고대의 창조신님이란 말이오?”
섬과 같은 거대한 크기의 금속 안구가 사방으로 눈을 희번뜩 거리고, 그것을 휘감은 금빛의 드래곤이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오고 있었다.
오트만은 당황스럽다기 보다는 어이가 없어서 웃고 말았다.
“드래곤에 신이라…. 거기에 조금 있으면 뮤트의 지원 세력도 오겠군?”
“이 바다 어딘가에 있을테니, 아마도요.”
“이제 우리는 그거랑 싸워야 하는 것이고?”
“….미안하게 됐습니다.”
“승산은 있나?”
늙은 마법사의 질문에, 배 위에 있던 모두의 시선이 피투성이 전사의 입으로 몰렸다.
전사의 눈이 모래 바다로 가로막힌 천장과 난파선의 대지. 그리고 요동치는 파도를 차례로 훑었다.
“….여기선 없고. 어떻게든 위로 올라가면…. 그나마?”
“올라간다? 다시 모래 바다로 말인가?”
“도대체 무슨 수로 말이요?”
오트만과 선원들의 질문에, 교수는 주머니에 꿍쳐두었던 물건을 꺼내들었다.
“그야, 내려올 때 썼던 티켓이죠 뭐.”
“티켓?”
“예. 쓰고 버리는건줄 알았는데, 편도가 아니더라고.”
교수가 꺼내든 물건. 그것은, 한참 바다 밑으로 내려가던 그의 눈에 확 꽂히듯 들어온 물건이였다.
건장한 잘린 팔. 아직도 갈라진 틈으로 신성력이 타닥거리며 튀는, 신선한 성물.
카울라디의 거처에 유사를 불렀을때, 유사와 함께 가라앉았던 그것.
그것은, 달을 향해 내려가고 있던 교수가 눈치채지 않고는 못배길 정도로 존재감을 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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