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end of the world, Cry Clear RAW novel - Chapter 348
Chapter. 15. 세상의 끝을 본 자는 사과나무를 심을 수 있는가(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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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이 게드로이츠. 황무지 생존자들이 가장 잘 아는 위인이자, 커뮤니티에 예수 부처 다음으로 많이 검색된 이름의 주인공.
역사가 낳은 수많은 천재들 중 으뜸이라 칭할 수 있는 초 천재.
현대에 나타난 다 빈치.
두 발 달린 특이점.
외계인.
과학의 악마.
마법사.
전뇌의 아버지 등등….
안드레이 게드로이츠라는 이름 앞에 붙은 수식어는 끝도 없었지만, 그것들 모두 공통적으로 이 위대한 천재가 만들어낸 것들에 대한 찬사를 나타내고 있었다.
그로 인해 세상이 얼마나 편해졌던가? 공학적인 방면에서는 자동화 공장 설비를 20% 가까이 간소화하게 만들어준 능동 보조 기계 관절에, 효율이 80%에 육박하는 경이로운 수소 터빈은 말할 것도 없고, 3D프린팅 로켓 엔진의 상용화로 중소기업 우주 진출의 시대를 열어냈으며.
화학, 생명공학 분야에서는 박테리아 감염 바이러스를 이용해 단백질 재생성을 발달시켜 약간의 전기 자극과 유기물 투입으로 ‘성장’ 시키는 단백질 덩어리 ‘파지 미트’, 일명 ‘무한 고기’를 만들어내 제2의 식량 혁명을 일으켰다. 참고로, 이 파지 미트는 황무지 생존자 대부분을 연명시킨 ‘칼로리 바’의 주원료다.
소프트웨어로 방면으로는 기초 인공지능의 재정립을 시작으로 실패- 했다고 알려졌던 사고하는 AI, 그것의 실패 이후에 나타난 학습하고 흉내 내는 AI, 신경 전기 신호의 회로화와 그것을 이용해 만들어진 99.8% 라는 경이로운 일치율을 자랑하는 모션 트래킹 장치, 내가 붙어있는 접속기와 그의 말년에 만들어낸 게드로이츠의 게임, GG가 있다.
그 외에도 전자 금융 센터의 완전 독립 및 모듈 보안 기술이나 ‘게드 맛’ 같은 지금까지 없었던 화학조미료 등 신기술을 화수분처럼 뽑아냈으며, 덕분에 안드레이 게드로이츠는 ‘무슨무슨 기술의 아버지’가 아니라 그냥 ‘현대 기술의 아버지’ 라고 불릴 정도였다.
노벨상 시상식에서 생리, 물리, 화학, 경제상을 손에 쥐고 옆에 선 문학상 수상자한테 ‘여기 나 말고 다른 수상자가 있을 줄은 몰랐는데.’ 라고 말한 것은 너무 유명해서 십몇 년이 지난 지금도 밈처럼 떠돌고 있을 지경. 오죽하면 부패와 정치구조의 불합리로 어이없이 파산한 러시아가 게드로이츠의 세금 하나로 다시 일어설 정도였으니.
접속기 같은 섬세한 기술이 들어간 첨단 장비가 전 세계에 보급될 수 있었던 이유는 게드로이츠가 정말 세계의 돈을 퍼센트 단위로 쓸어가는 무지막지한 갑부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돈 많고 영향력 있는 사람이 하는 일이라곤 골방에 틀어박혀 개발, 개발, 개발뿐이었으니…. 그 인기에 신비감까지 더해져 팬도 많았고, 게드로이츠 때문에 줄 도산한 회사에서 뜯어낸 현판으로 쓰레기장 하나를 가득 채울 지경이라 적도, 루머도 많았던 사람.
[네놈이 방법을 숨기면, 내가 못 찾을 것 같나! 해봐! 해보자고! 내가 바로 그 안드레이 게드로이츠- 어이쿠!]쿠당탕탕!
와르르르 와장창 쨍그랑 우아아악 허우적 허우적-
….아무리 생각해도 ‘인류가 낳은 최고의 천재’라는 이미지와 지금 허공에 삿대질하면서 쑤까블럇을 난사하다 술병을 밟고 넘어지는 중늙은이와 매치가 안된다고, 매치가. 손 떠는 것만 봐도 중증 알콜 중독이란 말이다.
“….성격이 원래 저러십니까?”
“아니.”
“어휴. 하긴,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 게드로이츠가 평소에 저럴 리가 있나. 술이 좀 과하셨-”
“평소엔 저것보다 조금 더 난폭하시지. 기록되는 것을 의식하고 조금 자제하고 계시는 모습이다.”
“….”
“….인류가 낳은 최고의 보물이, 담배꽁초가 가득 든 술병이 굴러다니는 방에서 혼자 고래고래 소리 지르다 그걸 밟고 넘어지면서 누렇고 찐득한 담배 쩐물을 뒤집어쓰는…. 저런 사람이라고?”
“당장 너만 해도 3월드 전체에 명성이 자자한 성자님이 아니더냐? 어디, 광명의 신도 한 명을 불러다가 그 사람 앞에 네 플레이 영상을 틀어놓고 저게 성자님이란다, 하면 그자가 충격을 안 받을 거라 자신할 수 있느냐?”
“으으음…. 그럴듯하네요.”
할 말 없군. 나도 대외적으로 알려진 모습과 실체가 많이 다른 편이니까.
아틀라헤바와 얘기하는 사이, 영상속 게드로이츠는 허우적거리며 겨우 일어나 카메라를 향해 다가왔다.
[으으음…. 사과하지. 내가 좀…. 생각을 동시에 여러 개 하는 습관이 들다 보니, 뭣 하나에 제대로 집중을 하질 못해.]꿀꺽 꿀꺽, 꺼으윽-
[그….음. 그래, ‘완성자’한테 일러줘야 할 것들을 녹화하고 있었지. 아아, 으음. 으으으음…. 이해해줘. 나는…. 내 끔찍한 실패를 적어도 수백 년은 보존될 디지털 기록으로 남기는 것을 맨 정신으로 할 자신이….]휘청-
풀썩!
결국 카메라를 들고 비틀거리던 게드로이츠는 썩기 직전의 옷더미 위로 쓰러지고 말았다.
그가 놓친 카메라에 게드로이츠가 연신 자신의 뺨을 때리는 모습이 비치더니, 조금은 정신을 차린 듯한 게드로이츠가 두 손으로 카메라를 들어 보이며 히죽 웃었다.
[우선, 축하하네! 만약 이 영상을 보고 있다면 내가 만든 최고의 AI들이 자네가 ‘완성자’의 자격을 얻었다고 판단했다는 뜻이며, 그쪽이 이 몸이 만든 최고의 실험장이자 인큐베이터, 여과기이자 훈련소인 ‘게드로이츠의 게임’을 완전히 정복했다는 뜻이겠지. 내가 생각해도 참 지랄맞게 만든 게임인데, 그걸 모조리 클리어하는 사람이 나오긴 하는군!]띡-
이어지는 말에, 본능적으로 옆에 있던 리모콘의 일시정지를 눌러버렸다. 뭐? 뭘 어떻게 해서 어째?
“어….어?”
“원래는. 원래는 저분의 말처럼, 네가 이 모든 과정을 끝냈을 때 마주했어야 할 영상이다. 허나…. 세상은 위대한 지성으로도 종잡을 수 없을 만큼 제멋대로였고, 부득이 관리자로서 다소 예외적인 상황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지.”
“이거, 나가면 또 시스템이 띠링-! 띠링-! 하면서 [기억 소거. 소거합니다- 소거합니다- 죽어라 좆간] 같은 소리 하는 거 아니죠?”
“시스템이 동의했기 때문에 우리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거란다.”
다행이다. 여기서 귀를 막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 ‘오류’ 얘기겠죠?”
“그래. 그 이야기도 보다 보면 나올 것이니라. 다 보고 나서 이야기할 것이니, 일단 전부 감상하거라.”
“옙.”
“리모콘은 이리 넘기고.”
부드럽지만 진지한 어조로 채근하는 드래곤.
순간 눈앞의 상대가 [개같은 인간들!] 한마디로 마을 하나를 개과 동물 서식지로 바꾼 드래곤이라는 것을 떠올린 교수는 절도있는 손놀림으로 리모콘을 건넸다.
띡-
[-클리어 한 사람이 나오기는 하는군! 6월드는 좀 무서웠지? 내가 악몽을 자주 꾸는데, 시달리다 못해 악몽에 나오는 악마들을 시각화해서 게임 안에 집어넣었다네. 7월드는 기본이 SF긴 해도, 사실은 사정상 상용화하지 못한 내 기술들이 대부분이야. 막 그렇게 현실과 동떨어진 느낌은 없었을걸? 1 월드는 어땠나? 인간이라는 종족이 지성체로 막 태동하던 시기에도 전쟁이 있었다는 게 기가 막히지 않았나? 2 월드는. 죽음에 대하여 뭘 배웠지? 인간과 괴물의 전쟁이 교차하는 3 월드는? 찬란한 황금기 문명의 잔재만 남은 황량한 4월드는? 아아아, 질문이 잘못됐군. 어디까지나 베이스만 깔려 있을 뿐, 전부 자네가 지나온 세계의 흔적이 초석이 된 다른 월드일 테니 말이야.] [네 선택의 결과로 세상이 피고 지는 것을 확인한 기분이 어떤가. 응? 자네도 나와 같이 느낄 수 있었겠지? 아내도, 동료도, 세계 각국의 정상이라는 자들조차 이해할 수 없는 기분. 스스로가, 세상의 나침반이 되는 고독을 말이야.]게드로이츠는 화면 앞의 누군가를 환영하듯, 팔을 벌리더니 제 몸을 끌어안으며 말했다.
[….혹시 나를 촬영한 파파라치들의 영상을 좀 봤나 모르겠군. 혹시 그거 봤나? 몽파르나스의 까페에서, 헤밍웨이가 앉았던 그 자리에서 술에 취해있던 나와 내 아내를 찍은 영상. 좀 많이 취했지만, 덕분에 아내한테 솔직해질 기회를 얻었지. 자네도 기회가 된다면 술을 많이 마시게. 되도록 많이.]무슨 영상인지 알 것 같았다. 게드로이츠를 찍은 여러 영상 중에서도 꽤 유명한 것이었으니까.
분명….
[‘내 사랑. 내 평생을 게으른 신을 욕하면서 살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신인 것 같아.’ 크으으으, 지금 생각해도 명문이로군. 헤밍웨이의 유령이 그 자리에서 지금도 글을 쓰고 있다는 게 마냥 헛소문은 아니었나 봐! 그래, 나는 오만했지만 그건 나름 합리적인 이유가 있기도 했어. 생각해보게! 만약 네가 노점상 케밥이나 목구멍에 쑤셔 넣으며 떠올린 공식이 누군가의 평생을 바친 노력보다 가치 있게 평가되고, 술에 취해 끄적거린 아이디어를 대충 실현시켰더니 평생 거울에서 본 적 없는 멋들어진 내 모습이 브로드웨이 전광판에 내걸리고, 머릿속에 넘쳐나는 아이디어들 중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네가 살고 있는 행성 전체의 삶이 달라지는 모습을! 내가 나를 신이라고 판단한 것이, 정말 오만일 뿐이라 생각하나? 난 아니었네. 적어도, 아직 젊었던 그때의 나는 안 그랬지.]농담이 아니라 진심으로, ‘객관적으로 봤을 때 내가 신인 것 같다.’고 말하는 인간. 인간으로서 이보다 더 오만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그걸 듣는 사람에게 그것이 오만이라 느껴지지 않게 하는 게드로이츠는 도대체 뭐란 말인가?
[나는 내 손으로 세계를 움직일 수 있다. 이건 팩트였어. 돈이면 돈. 권력이면 권력. 국가의 경계가 희미해져가는 세계에서 거대 기업의 발언권은 날이 갈수록 커져갔고, 나는 그런 기업 세계의 왕이었으니까. 그러다 보니 천방지축의 안드레이 게드로이츠에게도 ‘신중함’이라는 게 생기지 뭔가? ‘가상현실을 상용화해볼까? 아니면 저온 핵융합 장치를 만들어볼까? 이러다 세상을 매트릭스처럼 만들어버리면 어떡하지? 아니면 제2의 오펜하이머가 된다거나?’ 시간이 갈수록 그런 고민은 늘어만 갔어. 내 기술에서 파생되어 만들어진 쓰레기들을 보고 난 뒤론, 아예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공포스러워졌지.]덜컥. 촤르르륵-
게드로이츠는 더러운 방 한 켠의 물건들을 치우더니 구겨진 옷가지 사이에서 유리 냉장고 같은 것을 끌고 나왔다. 냉장고 위에는 ‘빌어먹을 것’이라고 휘갈겨 쓴 글씨가 있었다.
[가령, 이건…. 기아에 시달리는 애들한테 맨날 주는 영양죽 말고 고기 좀 먹여보겠다고 만들었던 ‘파지 미트’에서 파생된 탄환이야. 맞은 사람의 몸속에 급속 성장하는 암세포를 심지. 살상력은 그저 그렇지만 맞은 부위를 무조건, 통째로 절단해야 하기 때문에 장애인 인구 증가에 혁혁한 공을 세웠지. 만들기도 쉽고 가격도 싸. 8차 생화학 공정을 전공한 대학생 정도면 마트에서 파지 미트를 사서 만들 수도 있어. 국제법으로 소유한 자는 최소 가석방 없는 45년 형을 구형받는 생화학 병기로 등재됐지만, 이미 아프리카 등 제 3세계에서 여기저기 뭉텅이로 잘려나간 사람들을 떼거지로 만들어낸 뒤였어. 결국, 그 암덩어리 탄환을 무력화시키는 유전자를 개발해 감기 균에 삽입해서 세계에 퍼트릴 수밖에 없었지. 아마 당신 몸속에도 내가 퍼트린 ‘파지 세이프’ 항체가 들어 있을 거야.]찰그락.
[별것 아냐? 그럼 이건 어때? 이건 민간인들에게도 알려진 놈이니 좀 와닿겠지. 이 작은 녹색 괴물로 말할 것 같으면, 전자마약 ‘낙원’이 담긴 칩이야. 낙원이라고, 낙원! 그 빌어먹을 실낙원! 중독 증상은 물론 그 어떠한 신체적 해악 없이 순수하게 사람을 ‘기쁘게’ 만드는 가상현실 프로그램! 단순히 뇌파를 자극하는 일반 전자마약과 차원이 다른 놈이지. 뇌 쪽 신경 신호를 구조화해서 공개했더니 이런 물건을 만들어내더군. 그냥, 사람을 행복하게만 할 뿐인 장치. 사실 이게 개발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나도 좀 놀랐어. 많은 사람들이 개발자 퓨 리치와 ‘낙원’의 이름에 환호하며 기뻐했지. 우울증 치료에도 쓰이고, 조현병 완화에도 쓰이고, 폭력성이 과도한 죄수의 교화에도 쓰이고…. 당연히 가진 것 없는 인생들의 마지막 도피처로도 쓰이고. 그리고 어떻게 됐는 줄 아나?] [전 세계 생산인구의 40%가 줄었어. 아무도 일하려 하지 않아. 화학적 중독성이 없다고? 순수한 인간의 삶에서 ‘순수한 행복’보다 더 가치 있는 게 얼마나 있겠나? 뇌를 뚫고 올라가는 마약과 같은 쾌락이 아니라 남들에게 칭찬받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꿈에 그리던 직장에 입사하는 순간의 그런 기쁨으로 뇌를 절여주는데 다른 일을 할 의욕이 생기겠냐고. 퓨 리치는 그의 자택에서 권총으로 제 대가리를 쏴버렸지. 제기랄, 그놈은 자기 머리가 아니라 날 쏘러 와야 했어. 고삐 풀린 세상과 뇌 없는 쓰레기들에게 친절하게 총과 칼을 쥐여준 날 죽였어야 했다고!]전자마약 ‘낙원’.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본 이름이다. 내가 태어나기 8년 전쯤에 나타난 전에 없는 새로운 종류의 마약. 해실해실 웃으며 널브러진 사람들이 가득한 월 스트리트의 사진이 인상적이라 기억하고 있었다.
게드로이츠는 그 뒤로도 온갖 생화학 병기와 들어본 적도 없는 대량 살상병기를 차례로 선보이며 열변을 토했다. 대부분 개인이 소유하는 것만으로 무기징역을 받을 수 있는 것들뿐이었다. 청년기를 넘어선 게드로이츠의 삶은 그가 과거에 만들어 왔던 기술의 사생아를 처리하는 일로 점철되어 있었다.
[….나는 내 선택이 불러온 결과에 묻혀 죽어가고 있었어. 과오를 바로잡으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그 기술에서 파생된 쓰레기를 치우는데 또 새로운 것을 만들고…. 그렇게 살다 보니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 내게 세상을 바꿀 힘이 있는데 그 힘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몰라 이렇게 된 것이 아닌가? 전능(全能)이 파멸을 불러온 것은, 그것과 짝이 되는 전지(全知)가 없기 때문이다. 불균형, 구조적으로 불완전함, 그로 인해 방향성을 잃은 힘이 의도치 않은 환경적 변화를 가져오는 현상. 과학자의 뇌는 이러한 구조적 결함이야말로 지금까지 나를 괴롭힌 이 모든 것의 원인이라고 판단했지.]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시뮬레이션 게임’. 내 선택에 따른 미래를 보여줄 나를 위한 전지(全知)였으며, 지금 당신이 클리어한 게임의 원형이지. 데이터야 뭐. 게드로이츠 컴퍼니에서 띄운 위성이 밤하늘의 별보다 많이 보이는 시대이니 법과 양심에서 고개를 돌리면 어렵지 않았지. 그 말 그대로 빅 브라더가 되어 세계를 감시하고 미래를 내다보기로 한 거야. 이번에도 나는 성공했고, 그렇게. 미래를 내다보는 눈을 가지게 되었지. 바보들과 손을 잡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 매일같이 나를 향해 러브콜을 보내던 각국 수장들과 자리를 만들었지. 그들은 원숭이처럼 놀라고, 고릴라처럼 화내고, 침팬지처럼 생각하더군. 그리고, 나의 놀라운 ‘빅브라더 시스템’을 칭송하며 여기 있는 세계의 정상들에게만 그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조건으로 동의했어. 그렇게, 나는 세계의 미래를 손에 넣는 것마저 성공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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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길게 해서인지, 아니면 단순히 술이 고파서인지 화면 속 게드로이츠는 빈 병을 내던지고 새 술병을 찾아 두리번거리는 동안 교수의 뇌는 받아들인 지식을 소화시키기 위해 골머리를 썩고 있었다.
‘저게 인간에게 가능한 일인가?’
천재성? 그럴 수 있다 치자. 레오나르도 다빈 치는 미술, 음악, 군사공학, 해부, 요리, 식물학 같이 연관 없는 분야에 두루 천재성을 나타냈으며, 하느님 명령으로 도시 단위 인간을 갈아마시던 시대에 비행기를 고안할 정도로 시간을 뛰어넘은 비범함을 보였으니까. 아예 기원전으로 가면 톱니바퀴 하나 없던 시절에 피라미드를 만든 사람도 있고, 시대를 뛰어넘은 천재라는 것은 드물긴 해도 종종 등장하곤 했으니까.
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저렇게까지 자신의 지식을 주도적인 위치에서 휘두른 사람은 없었다. 저작권과 특허가 있는 시대에 태어난 천재라서? 인간의 그 어떤 역사보다 기업의 힘이 강성한 시대라서?
물론 그런 이유도 포함되겠지. 하지만 내가 봤을 때, 게드로이츠를 저 위치로 끌어올린 것은 자신을 신과 동일시한 그의 오만이었다.
행동에 따른 결과. 그 결과가 개인의 수준을 넘어 국가와 세계단위에 영향을 미쳐도 그것이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이는 끝을 모르는 비대한 자존감, 에고.
하늘이 내린 능력과 더불어 그에게 주어진 오만함이야말로 그를 ‘위대한 게드로이츠’라는 자리에 오르게 한 원동력일 것이다.
‘원래는 선택에 따른 미래를 내다보기 위한 시뮬레이션 장치였다. 처음부터 GG를 위한 기반이 아니었다는 것은…. 뭔가 틀어지는 바람에 시뮬레이션 장치를 게드로이츠의 게임으로 바꿔야만 했다는 말이군.’
플레이 하는 내내 느껴졌으며, 더러는 관리자들이 직접적으로 강조하던 말이 있었다.
‘일어날 일은, 어떻게든 일어난다.’
그건 게임을 만든 게드로이츠가 플레이어에게, 그의 ‘완성자’가 될지도 모르는 이들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겠지.
“….게드로이츠는 미래를 바꿀 수 없었던 거야.”
그것은, 그나마 생기있던 영상 초기와 달리 수치와 후회로 물들어가는 그의 얼굴이 증명하고 있었다.
그의 계획이 실패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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