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end of the world, Cry Clear RAW novel - Chapter 350
Chapter. 16. 성자와 완성자(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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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16 : 성자와 완성자(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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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꺽- 꿀꺽-
“크으으으-”
에이버리 선장이 선물해준 술은 엄청나게 독했다.
내가 드래곤의 영역에서 나왔을 때, 옆에 있던 우리 일행은 어디로 갔는지 분주하게 움직이는 선원들뿐이었다. 화장터의 장작이 사그라든 정도를 봐선 한 시간 남짓 지난 것으로 보였는데, 드래곤 레어는 세계수의 영역과 달리 시간을 멈춰주진 않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뭐.
갑자기 환한 빛과 함께 나타난 내 모습에 횃불까지 켜놓고 밤새 작업 중이던 선원들이 놀라 자빠지고.
드래곤에게 잡혀갔다고만 들었던 그들이 내가 알다르나 세니카와 같은 모습으로 되돌아오지 않음을 축하하는 사이, 어디서 예술품에 가깝게 보석이 장식된 금속 주전자를 가져온 에이버리 선장은 조용히 내 어깨를 다독이며 망루를 가리켰다. 어차피 전장 정리도 끝났고, 장례 절차도 끝나 뒷정리뿐이니 내가 할 일은 없다며. 원래 가족이나 친지를 잃은 선원은 하루의 자유시간과 가장 좋은 술을 제공하는 게 우리 배의 법칙이라며.
“….이건 한 모금에 얼마 하려나.”
그 덕에, 다들 바쁜 사이 팔자 좋게 망루에서 별 구경이나 하며 독주를 들이키게 된 것이다.
엄청 쓰고 독하긴 한데, 향 하나만큼은 압도적이었다. 술맛이 아름답다는 생각과 함께 나도 모르게 선장이 있는 방향으로 감사 인사를 보낼 정도로.
술 주전자만 해도 한 재산 할 것 같은 모습. 환하게 밝혀진 횃불에 반짝이는 알이 굵은 루비와 에메랄드, 그리고 그 중심에 살아있는 듯 생생하게 새겨진 드래곤 문양.
“아하.”
망루 아래로 슬쩍 고개를 돌려보니 골드 가이저에서 온 상인 한 명이 땀을 뚝뚝 흘리며 벌벌 떠는 손으로 선원들이 가져온 상자를 열어보고, 그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찬란한 빛에 기절할 것 같은 얼굴을 하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가라앉은 사막. 사막의 역사와 함께 가라앉은 물건들은 대부분 자기만의 실크로드를 꿈꾸던 멋모르는 상인들의 재화였다. 사막 사람들은 금기 무서운 줄 알지만, 내지 사람들은 원주민의 미신 정도로만 생각했으니까.
그렇게 만들어진 수백 년짜리 난파 상선 밀집 지구가 가라앉은 바다의 표층이었으니 거기서 건져온 물건의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겠지. 무엇보다, 가라앉은 바다는 한때 드래곤들이 모여 살던 사막왕국의 파편마저 집어삼킨 곳이다. 귀금속 감정을 위해 내려온 상인의 표정만 봐도 선원들이 멋모르고 집어온 물건들이 비범하기가 국보급에 가까운 물건이라는 것을 쉬이 알 수 있었다. 아마, 이 술도 그런 보물에 가까운 물건이겠지. 수백 년을 숙성했는데 식초가 되긴커녕 아직도 향이 단단해서 좀 열어둬야 할 정도니까.
“뱃삯은 이만하면 차고 넘치게 치뤘네.”
드라이 오아시스호는 처참할 만큼 뮤트에게 시달린 모습이었다. 조향 날개는 부러져서 문짝을 대신 달아놨고, 보조 마스트는 허리가 뚝 부러졌으며 배의 옆면은 발톱과 이빨 자국이 가득한 넝마가 되어있었다. 배의 상태만큼 선원들의 상태도 안 좋은 것은 물론이었다.
아마, 저 정도 돈이면 항사꾼 생활 접어도 고향으로 돌아가 삼대가 떵떵거리며 살 수 있을 것이다.
….꿀꺽, 꿀꺽, 꿀꺽-
“크으으으으.”
주전자째 들이켜진 독주가 목을 넘어가며 홧홧한 열기를 토해냈다.
일렁이는 장작불과 뿌연 연기.
깜빡. 깜빡.
저 보라는 듯 신경 쓰이게 깜빡이는 시스템 알림.
“….알았다, 알았어. 이젠 음침하기 짝이 없는 시스템 네놈이 뭘 원하는지도 안다고.”
아직 정리되지 않은 마음이 한가득이지만 마냥 멈춰있을 수만은 없으니.
술기운을 빌어, 쌓인 숙제가 한가득일 게 뻔한 시스템 알림 위에 손끝을 올렸다.
띠링-!
[Player ‘professor’의 외부 연결이 재개됩니다.]“….대화방. 대화방부터 확인해야지.”
보나 마나 지난번처럼 또 난리가 났을 게 뻔하니, 일단 나 멀쩡하다는 것부터 밖에 알려야 했다. 여기 있는 놈들은 대부분 내 지인과 연결되어있으니 여기 알리는 게 제일 빠르겠지. 개인 메시지는 접속 안 해있으면 확인 못 할 수도 있으니까.
술기운에 어지러운 머리를 흔들어 할 말을 골라낸 교수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이름, [박교수의 겜생겜사(진짜죽음) Ch.1] 이라고 적힌 대화방의 화면을 열었다.
———
– 뉴트리아지나 : 깨애애애액! 퇴근했더니 방송이 터진 뎄!
– 흥안만두 : 오, 쥐새끼! 요즘 안 보이더니, 일함? 뭐 하는데?
– 뉴트리아지나 : 나 45구역에 새로 생긴 제 4돔으로 이주했음. 위대하신 총장님 가라사대, 프론티어 정신에 입각한 혁명적인 생존자에겐 물과 빵이 무료라고 하셨음이야!
– Jokass : 가만보면 우리 병신들이 참 능력자란 말이지. 45구역이면 군인이냐? 바쁘겠네?
– 뉴트리아지나 : ㄴㄴ 오늘도 튼튼한 두 다리로 지하 벙커에 빛을 전하는 발전 노동자임.
– 간장게이바 : 불가촉천민 쉑. 그거 하려고 굳이 위험한 45구역으로 넘어갔냐? 심심하면 방어선 무너져서 우리쪽에도 맨날 지원임무 떨어지는 곳인데. 거긴 저글링 블러드를 4D로 체험하는 동네라고.
– 뉴트리아지나 : 어쩔 수 없음. 안전한 지역은 전부 싹 파먹혀서 지금까지처럼 파밍으로는 먹고 살 수 없고, 특별한 능력은 없는데 딸린 입이 많아서 이주민 지원이라도 받아야 입에 풀칠이라도 하지.
– 간장게이바 : 오, 가족이 살아있어? 슈퍼 럭키가이네? 애는 몇 살이냐?
[Player ‘professor’님이 입장-]– 뉴트리아지나 : 애 말고 부모님. 전쟁 후유증으로 거동을 못하셔서 3인분 벌어야함.
– 간장게이바 : 애미
– Jokass : 니미 방탄수저네
– 노루Drug해요 : 아직도 ‘효도’를 할 수 있는 젊은이가 남아있다니. 패드립에 데미지를 입는 인구가 아직도 황무지에 존재한다니!
– 홀리 : 일등 신랑감이네요. 거동이 불편한 부모를 둘이나 생존시키다니.
– 뉴트리아지나 : 오, 호감? 와서 차 한잔 하시렵니까? 요즘 세상에 시집살이할 수 있는 집안은 정말 희귀하다고?
– 홀리 : 발전기 거지는 좀….
– 노루Drug해요 : 발전기 거지한테 부잣집 아가씨는 아깝지.
– 간장게이바 : 사람은 괜찮은데, 사람만 괜찮네.
– 뉴트리아지나 : 빌어먹을! 노루 당신도 발전기 노동자잖아! 동족혐오다!
– 노루Drug해요 : 너는 부양가족이 있는거고. 나는 내가 부양가족인걸? 우리 전문직 돈 벌어오는 기계가 쌀도 사와, 고기도 사와~♥
– Jokass : ….엄마 보고싶다.
– 노루Drug해요 : 엄마는 못봐도, 아빠는 되게 만들어줄게?
– Jokass : 가, 감찰! 감찰불러! 흐아아아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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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뭔가 변명거리를 잔뜩 타이핑하던 손이 멈췄다.
혼란도 없고, 걱정도 없고. 심지어 내가 들어왔다는 알림은 저들끼리 하는 얘기에 묻혀 눈에 띄지도 못하고 위로 올라가버렸다.
….뭐지?
———
– professor : 잘들 있었네?
– 간장게이바 : 오, 교수형! 타이밍 좋네! 나도 방금 들어왔는데!
– 흥안만두 : 어어어… 왔냐? 몸은 좀 어떻…. 아, 아직 모르지? 그건 바깥쪽 일이니까.
– 흥안만두 : 축하한다? 돔에서 너 나올 때 대비해서 ‘변종화 육체’인가 뭐시긴가 조율한다고 방송까지 끊은걸 보면, 진짜 클리어 얼마 안남았나본데? 어디보자…. 아직 사막이네?
– professor : 변종화 육체면…. 내 바깥 몸? 그걸 조율해? 그래서 방송 끊었다고?
– 흥안만두 : 나는 그렇게 알아들었는데? 어…. 그거 아냐?
– professor : 그, 마, 맞지 그럼! 아무래도 몸이 좀 특이하다보니까 좀…. 여러모로? F1 경기에서 메카닉 팀이 막 달라붙어서 바퀴 갈아주는 것처럼 어…. 총체적으로 그…. 그런거!
———
대충 둘러댄 다음 바로 대화방 위쪽으로 쭉 올려서 이전 기록부터 살폈다. 대충 확인해보니, 돔에서 [클리어가 가까워짐에 따라 ‘박교수’의 의식 이전에 앞서 대대적인 변종화 신체의 케어에 들어감] 같은 공지를 띄워놓은 게 눈에 들어왔다.
“….영 총장님이 일 하나는 참 빠릿하게 하시지. 가뜩이나 난민 때문에 혼란한 돔에 다른 혼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으셨구만.”
지난번에 제국에서 방송 끊겼을 때는 교수교(敎)인지 뭔지 하는 사람들이 행정부에서 박교수 살려내라고 항의 시위까지 했다니까. 이 시대의 시위가 기본 총기 지참인 것을 생각해보면 통치자 입장에서 썩 유쾌한 상황은 아니었을 것이다. 아마, 그때의 경험을 토대로 돔의 언론통제 부서에서 나름의 대책을 준비해둔 모양이었다. 이렇게 빨리 둘러대서 상황을 진정시킨 걸 보면.
아무튼, 내가 할 일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분명 희소식이다.
———
– DOOMgay : 여어.
– professor : 어이고. 이게 누구야. 대 BDSM의 대가리 아냐?
– DOOMgay : 뇌가 빠져서 총장 손에 원격조종 당하는 대가리지. 곧 나온다고 들었다. 볼 때마다 벌러지 소굴마냥 징글징글하게 엉켜있더니, 어떻게 풀었나보네?
– professor : ….그렇게 됐지.
– DOOMgay : 나오려면 준비해야될게 꽤 있을텐데. 몸쪽이야 행정부랑 우리가 어떻게 한다고 해도. 그것말고 이것저것 꽤 있잖아.
– 뉴트리아지나 : 아아, 그렇지. 각오도 좀 필요하고. 분명 준비가 필요한 일이지.
– professor : 뭐가.
– 흥안만두 : 조카스네 화목한 가정을 보면 생각나는거 없음? 진짜로?
– professor : ….이혼 전문 변호사?
– 홀리 : 그 반대죠. 황무지의 연애라는 게 원래 만날 때 총 들고 만날 사람 아니면 동거부터 시작한다지만, 저 둘처럼 부드럽게 잘 사는 집은 흔치 않잖아요. 저 정도면 금슬좋은 부부 아니에요?
– DOOMgay : 그럼. 보통은 둘 중 하나가 샷건으로 서명한 이혼서류와 함께 시체로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 저만큼 오래 갔으면 이미 백년 해로지.
– 남바쓰리 : 형수님 말입니다, 형수님! 다나 아가씨요! 알아서 정리하라고, 믿고 맡긴다고 방송도 안 보신다고 하셨잖아요! 그 락샤샨가 뭔가하는 죽여주는 여자! 그 여자는 어떻게 됐습니까? 옆에 안 보이는데 정리 하신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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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오랜만에 마주한 반가운 이름에 즐겁게 이야기하던 도중, 타이핑 하던 손이 못 박은 듯 멈췄다.
괜시리 텅 비어버린 술 주전자를 원망스레 쳐다보는데, 밑에서 지이익- 지이익- 하고 밧줄 당기는 소리가 나더니 미지근한 선인장 술 몇 병이 그 끝에 묶여 올라왔다. 밧줄을 잡아당긴 선원이 위를 향해 손을 흔드는 모습이 보였다. 나루카. 어린 망루 선원이었지. 시력도 좋은데 밤눈도 밝군.
끼릭, 퐁-
좀 전과는 극과 극을 달리는 시큼한 싸구려 독주였지만, 그거라도 마셨더니 손이 다시 움직였다.
———
– professor : ….그래. 정리했다.
– 남바쓰리 : 크으으으, 순정남! 보통 집착이 강한 것 같지 않던데, 지금 어디 있습니까? 영영 떠나 보냈습니까? 일말의 여지도 없이?
– professor : ….감이 좋네. 지금 저기 있거든.
– 남바쓰리 : 어…. 어?
– DOOMgay : ….어쩐지 표정이 존나게 썩었더라니. 복수는. 마무리는 제대로 했냐?
– professor : 하면 큰일나. 내가 죽였거든.
– DOOMgay : ….애미 씨팔.
———
나이도 모르지만 매번 형님, 형님 하면서 살갑게 구는 녀석의 물음에 불이 꺼져가는 장작을 가리켰다.
다들 황무지 사람이라 왜 죽였냐, 어쩌다 죽였냐 같은 질문은 나오지 않았다. 황무지에서 지금까지 살아남으면서 옆에 있던 사람이 죽는 꼴 못 본 놈 없고, 변종이 되어 다시 일어난 그 죽은 사람 머리에 총알 한번 안 박아 넣어 본 사람 없다.
대충 표정이랑 뉘앙스만 봐도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다 안다는 뜻이다. 적어도, 여기 애들은 그거 알아먹을 만큼 나랑 오래 알고 지낸 놈들이긴 했다.
———
– DOOMgay : ….술먹고 있네? 야, 집에 술 있는 놈 있으면 가서 꺼내와봐.
– 간장게이바 : 우리 껀 내가 가져올게. 부카르 가방에 지가 파는 그 밀주 같은 거 잔뜩 있을거야.
– 흥안만두 : 난 먹을 밥도 모자란데.
– DOOMgay : 어디 초소라며. 세척용 알콜 희석액 있을걸? 같이 한잔하게 그거라도 들고 와라. 잘 먹으면 안 죽어.
– professor : 별 유난은….
– DOOMgay : 유난떨지 않으려고 깔끔하게 끝내려는거 아냐. 박교수 성격상 ‘힝힝 흑흑’ 거리면서 또 궁상 떨고있을테니까. 마시고, 자고. 다음날 상쾌하게 일어나서 새 삶을 사는거지.
– DOOMgay : 자, 건배.
– 흥안만두 : 건배에- 이거 진짜 오랜만에 해보네.
– 간장게이바 : 건배-
———
“….어휴. 그저 술자리 만드는 일이라면 아주 쌍수를 들고 나서서는…. 랜선 건배가 뭔 소용이 있다고.”
말은 그렇게 해도, 술병을 잡은 손은 허공을 향해 들어올려져 있었다.
“….건배.”
보이지 않는 친구들. 보이지 않는 술잔. 그리고 저 너머 어딘가에 있을 영영 떠나간 사람을 향해.
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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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안만두 : 으욱, 어음넝라ᅟᅵᆷ재ㅑ므.xckl
– DOOMgay : 이 새끼 진짜 처먹었네.
– 흥안만두 : 어으으으어어어어 급성알콜중독치료법아는사람빨리좀ㄴ앝츠-
– DOOMgay : 에이, 안죽어 안죽어. 러시아쪽에서 온 친구들이 그거 많이 했는데, 다섯 명 밖에 안 죽었어.
– 홀리 : 어…. 그 사람들, 전부 몇 명이었어요?
– DOOMgay : 스물 두명 쯤 됐나?
– 흥안만두 : 주긴….주긴드아아악그아우웨에엑
———
피식.
이안 녀석도 여기 섞여든 게 꽤 됐는지, 저들끼리 북 치고 장구 치는 모습이 제법 웃겼다.
뜨거운 술기운에 섞여든 감정이 그 실소와 함께 흘러나와 조용히 흩어졌다.
“….잘 가. 아나야. 다음에는…. 더 좋은 남자 만나고.”
교수는, 이제야 겨우 다음으로 넘어갈 준비가 되었음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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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OOMgay : 자아, 한잔 했고, 쭈글쭈글해진 교수를 위해 건배도 했으니 슬슬 일 얘기를 해볼까.
– professor : 일? 뭐?
– DOOMgay : 이이이, 이것 봐. 맨날 용이니 마법이니 하는 생각만 하니까 진짜 현실 파악하는 감각 떨어진 것 보라고. 맨날 3,4분 깔짝 남아서 구경이나 하고 나가던 나랑 에젤이 이렇게 죽치고 있는데, 평소랑 다른 게 안 느껴져? 맨날 황무지 구석탱이만 들쑤시고 다녀서 접속 불량으로 구경만 하던 애들이 이렇게 떠들어대고 있는데?
– professor : 흠. 들어왔냐?
– DOOMgay : 그래 임마. 바빠서 2교대로 쉬면서 바깥에 싸돌아댕기던 BDSM 전원 돔으로 복귀했다. 45구역은 아직 개발중이긴 한데 그래도 있을 건 다 있더라. 전초기지라서 군사정비쪽은 오히려 이쪽이 더 빠릿한 것 같아.
– 뉴트리아지나 : 아, 낮에 들어온 그 거지떼가 당신들이었어? 그러고 보니 이번엔 꽤 일찍 들어오셨네? 전에 들어보니까 45구역 밖에 뭐 찾으러 간다는 것도 그렇고, 차 상태도 들어보니까 되게 고생한 것 같던데?
– DOOMgay : ….시부럴.
– 간장게이바 : 귀인을 만났다고…. 해야겠….지?
– DOOMgay : 귀인(貴人)을 만났다고 해야하나, 귀인(鬼人)을 만났다고 해야하나….
– DOOMgay : 빌어먹을, 그러고보니 총장이 딱 찍어준 위치가 그놈 집이었지?
– 간장게이바 : 정확히. 좌표 그래도 유도 폭격 부르면 그 인간 쉘터 정수리에 폭탄이 틀어박힐 정도로 정확했지.
– DOOMgay : 임무는 겸사겸사였군. 지금처럼 돔이 가진 걸 전부 쥐어짜는 상황에 확실히 그런 놈 하나 끌어들이면 편할 테니까. 역시 박교수가 있어야 해. 총장의 마수에 목줄잡혀 끌려가지 않으려면 그놈의 악마같은 혓바닥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 흥안만두 : 도대체 누굴 만나셨길래 그러십니까? 어디 폭력적인 외부 생존자 집단이랑 조인이라도 하고 오셨나?
– 간장게이바 : ….천류제. 그 인간이랑 같이 왔다.
– 흥안만두 : 뭬?
————
푸우웁!
“누구? 천류제?”
천류제면 그놈이잖아. 아르갈리안 소드랑 막고라 뜨고 진짜 드래곤도 썰고 칼춤 하나로 세계 평정한 자타공인 슈퍼맨.
걔가 여기서 왜 튀어나와.
————
– 뉴트리아지나 : 천상천하 유아대독존, 지존 무투파 천류제? 그 인간 아직 살아 있었어요? 4월드 가고 방송 안한지 한참 돼서 죽은 줄 알았는데?
– DOOMgay : 어, 뉴트리아? 그놈 팬이냐? 그럼 그놈 잘 알겠네?
– 뉴트리아지나 : ….나름?
– DOOMgay : 좋아. 조사에 협조 좀 해주시지. 혹시 그 새끼 사람은 맞냐? 미국에서 만든 슈퍼 솔져라던가, 구 시대에 만들어진 인간과 구분할 수 없는 최첨단 사이보그, 뭐 그런 거 아냐?
– 흥안만두 : 에이, 너무 가셨네. 아무리 천류제라도 그건 좀.
– 뉴트리아지나 : 아니….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도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천류제 아이디랑 같이 등록된 접속기 등록 코드를 좀 따봤거든요? 2차 보안 같은거 하나도 안돼있길래? 그런데 생체 코드부터 차량, 시민 등록증, 기타 신원 보증 가능한게 단 한 개도 나오지 않았답니다. 어디 정글이나 무인도에서 튀어나온 인간이 아니고서야 그게 가능합니까? 진짜 슈퍼 솔져라 정부에서 과거를 지웠을 수도 있다는거죠. 왜요, 진짜 GG에서 움직이던 것처럼 칼로 총알도 쳐내고 변종도 썰고 그럽디까? 진짜 도복만 입고 다니는 뼛속까지 소드맨이에요?
– DOOMgay : ….내가 본 그놈은, 황무지 방호복 입고 쉘터에서 뛰쳐나와서 Lv.5 급 레이저 커터 날을 줄줄이 달아놓은 전기톱을 한 손으로 휘두르는 기깔나는 새끼였다. 그걸 우리한테 휘두르지만 않았으면 참 좋았을텐데.
– 뉴트리아지나 : 에이. 칼은 안써? 좀 실망인디. 천류제 하면 손에 한자루, 허리에 한자루가 트레이드 마크 아냐.
– 간장게이바 : 쓰긴 쓰던데. 허리춤에 차고 있는 칼은 안 쓰고, 남는 손으로 과도 같은 거 휘두르더라고. 내가 진짜 미친놈으로 정평이 난 인간들 사이에서 살고 있지만 쿠킹까지 끝내고 던진 수류탄을 손바닥 만한 칼로 샤샤샥! 썰어서 신관만 쏙 분리해내는 묘기 대행진은 처음 봤다. 어휴, 소름돋아.
– 흥안만두 : 아니 잠깐만. 대충 흘려들었는데, 그거 천류제랑 목숨걸고 싸웠다는 소리 아냐? 수류탄 까고 개조 레이저 블레이드 막 휘두르고? 뭐하러? 혹시 약탈했어?
– DOOMgay : 몰라! 그 애미터진 새끼가 다짜고짜 덤벼들었다니까?
– 흥안만두 : 같이 왔다며. 시체를 가져왔다는 겁니까, 아니면 제압해서 트럭에 실었다는 겁니까?
– DOOMgay : ….포격이 섞인 십자포화를 스텝으로 피하면서 돌격하는데, 그 괴상한 레이저-전기톱으로 막 탱크 포신을 찍어내리던 순간에 딱 멈추는거야. 그놈이 벡스 얼굴 한 번, 내 얼굴 한 번, 처참하게 찢긴 BDSM 깃발 한 번 보더니, 말라 비틀어진 식빵같은 목소리로 ‘혹시 박교수라는 자도 여기 있나.’ 하더라고.
– 흥안만두 : 응?
– 뉴트리아지나 : 뭐?
– 홀리 : 예?
– professor : 나요?
– DOOMgay : 그래 너 임마. 그 사이코새끼, 너 찾고 있던데?
———
“….왜?”
아무리 생각해도 천류제와는 접점이 없었다. 있다면, 딱 하나.
‘완성자. 내가 세 번째 완성자 후보. 세 번째 클리어 예정. 두 번째는 천류제, 첫 번째는 레빗.’
게드로이츠와 관련된 것뿐.
“….혹시, 옆에 있냐?”
———
– DOOMgay : BDSM 본부에서 대련한답시고 우리 애들 전부 병원 보내놓고 명상하고 계신다.
———
이안의 대답에, 교수는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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