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end of the world, Cry Clear RAW novel - Chapter 355
Chapter. 16. 성자와 완성자(6)
****
[성자니이이임!!!!!!]“아이구 귀야!”
[도대체 왜! 왜 이렇게 연락이 뜸하신 겁니까! 제가 광명의 신자들에게 있어 당신의 중요함을 누누이 말씀드렸거늘! 이제 성자님의 생명은 성자님 한분에게만 오롯히 속한 것이 아니란 말입니다!]“아하하…. 그건 좀 지나친 과장이 아닐지-”
[당장 성자님이 비참하게 돌아가셨다는 소문이 돈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정말 당신 하나의 죽음으로 끝날거라 생각하십니까? 세계 만방에 퍼진 모든 광명의 도구들이 목이 갈라져 터질 때 까지 통곡하고 더러는 그러다 쓰러져 죽을겁니다! 당장 당신을 모시겠다며 그 사막으로 달려간 그레고리우스 경을 생각해보십시오! 간신히, 정말 간신히 다시 찾아온 광명의 대리인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그의 목을 옥죄지 않겠습니까? 당신께서 돌아가신 이후의 그레고리우스가 지금의 그레고리우스와 같은 삶을 살아가리라 장담하실 수 있겠습니까!!!]“아니-”
[왜 그리 스스로를 귀하게 여기지 못하신단 말입니까아아아아아!!!!!!]“아우우우! 대주교님! 제발! 체통을 좀!”
[어차피 성자님과 저 둘 밖에 없고, 또 당장 교단의 뿌리이자 첨단이 위태한 판에 체통좀 상하면 어떻단 말입니까!!]귓가에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대주교의 노호성과 거친 숨에 들썩거리는 그의 어깨.
분명 전쟁이며 구호활동이며 눈코뜰새없이 바쁠 노먼 대주교는 내가 보낸 얼치기 신성통신을 받자마자 그대로 신전의 성상 앞에서나 시전 가능한 규모의 통신 마법을 걸어버렸다. 덕분에 귀뿐만 아니라 눈으로도 그의 길길이 날뛰는 모습을 보게 된 것이다.
‘무, 무서워….!’
평소에는 인자하기 짝이없는 주름투성이 노먼 대주교의 얼굴이 대추처럼 붉게 달아오르고, 하얗게 샌 눈썹이 역 팔자로 치솟아올라 대노하는 모습은 마주하는 이로 하여금 ‘저 영감이 당장 혈압으로 쓰러져 죽을 수도 있겠다’ 하는 공포감을 주고 있었다.
“대, 대주교님, 일단 진정 하시고-”
[대주교 ‘님’ 이 아니라 대주교! 아니면 노먼이라고 부르소서! 교단의 상하 관계란 당신께서 편하다고 그렇게 함부러 바꿀 수 있는 간단한 것이 아닙니다!]“아니, 아무리 그래도 저처럼 새파란 젊은이가 대주교님 같은 분에게 어찌-”
[누누이 말씀드리지만 당신께 가벼운 일들이 우리에게 가볍다 생각하지 마십시오! 이번 일만 해도 그렇습니다! 대사막의 신을 죽이고 신의 힘을 얻은 악신의 자손 또한 직접 정벌하셨다지요! 분명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역사적이고 위대한 일이기는 하나, 덕분에 이제 당신의 이름 앞에 공식적으로 ‘신살자’라는 호칭이 붙게 되었습니다! 이게 무슨 뜻 인줄 아십니까?]“그…. 어…. 강해졌다?”
[당신으로 하여금 불멸의 신과 필멸의 인간의 경계를 허무는 계기가 생겼단 말입니다! 당장 당신께서 돌아가시면, 그 유해로 만든 물건은 신살자(神殺者)의 상징을 가지게 되겠지요! 성자님께서 세상에 뿌려두신 육체가 얼마나 많습니까? 살점피팔다리손가락! 도마뱀처럼 쑥쑥 자란다고 생각없이 마구 뿌리고 다닌 육체가 100인분은 족히 넘을테니, 이제부터 우리 같은 신을 섬기는 자들은 목숨 걸고 당신의 육체를 회수하러 다녀야 할 것입니다! 반대로 신을 해하려는 자들은 기를 쓰고 그 흔적을 손에 넣고자 달려들겠지요. 당신은 이미 이 세계에 너무나도 큰 의미를 가진 존재가 되셨단 말입니다! 행동하나, 말 한마디 허투루 해선 안 될 분이시기에 교단에서 잘 가르치고 보필하려 했더니 또! 또오오오!!!]“대, 대주교니-”
[노머어어어언!!!!]“아이고, 노먼! 어이 노먼! 노머어언! 됐지요!”
[후욱, 후욱! 후우우우…. 라투라. 위대한 빛의 뜻을 잇는 분에게 폭언을 한 죄는 교단에 오셨을 때 청하겠습니다. 앞으로, 언행에, 주의를 기울여주시길….]내가 호칭을 낮추고나서야 겨우 진정한 대주교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어른거리는 빛의 모습으로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았다.
[….우선, 한발 앞서 빛의 품에 안긴 형제들에 대한 묵념을 하고 제대로된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지요.]“….라투라.”
[라투라, 로- 하람. 우리는 그대들의 희생을 발판삼아 앞으로 나아갔으니, 족적에 새겨진 것은 피투성이 발자국과 그대의 이름이라.]“….”
탁!
[좋습니다. 떠나간 이들에 대한 감상은 충분히 했으니, 이제 우리 손으로 죽여야 할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도록 하지요.]“예. 우선, 전체적인 전장의 개요와 상황, 적의 규모부터 듣겠습니다. 아, 혹시 사령부 밖으로 반출할 수 없는 정보라면-”
[당신께서 원하는 것이 곧 빛의 인도일지니. 가장 큰 것부터 작은 것까지, 소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현 시점에서 전선은….]“흠…. 호오…. 이런….”
대주교는 연합군의 한 축을 담당하는 세력의 수장답게 전장에 대한 정보를 대부분 숙지하고 있었다.
“….그리 좋지많은 않아보입니다?”
[교단의 그 어떤 역사에도, 이런 식으로 활동하는 악신은 보고된 적이 없습니다.]“번영이라….”
팔카투스. 뮤트의 지략을 담당하던 네임드의 죽음 이후로의 전황은 폭풍에 휩쓸린 것처럼 판이하게 변하고 있었다.
신중함과 허를찌르는 인간적인 군대에서, 야성과 폭력의 파도를 휘두르는. 그 본질에 가까운 모습으로 말이다.
****
다음날 아침.
부우우우우우-
“비공정이 곧 상승합니다! 상승합니다! 배에서 떨어지십시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비공정의 마력파에 휘말릴 경우 어떤 일이 생겨도 아에드란 가문은 책임을- 야! 막아!”
“한 번만! 딱 한 번만 성자님과 얘기할 수 있게 해달라니까! 이노옴! 이 상징이 안 보이느냐! 루팔레치아 수로 운송연합의 수장이 바로 이 몸이시다! 어디 일개 상단원 따위가- 어이쿠!”
“수장 할애비가 와도 안 됩니다! 거기! 기사님 멈추십쇼!”
“나의 주군께서 보낸 초대장이다! 성자님께서 그분의 이름을 듣고도 나오지 않을 리가 없다!”
“초대장은 저쪽! 선물은 이쪽! 반드시 성자님께 보내드릴테니 떨어지시라구요! 제기랄, 일단 이륙해! 제 시간에 못띄우면 가주님 손에 다 죽는다!”
“놔라 이놈! 내 평생의 기회가, 다시 오지 않을 기회가 하늘로 날아가지 않느냐!!!”
어제보다 더 소란스러운 비공정 착륙지와 군중들.
고위 귀족이나 한 지역을 총괄하는 대상이라 볼 수 없는 추한 모습이었지만 아무도 그들을 탓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게, 이 모든 사건의 중심이라 불리는 성자가 아에드란 영지에 도착하는 모습이 확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도착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단 한번도 밖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장 ‘골드가이저 상단의 몰락’이라는 소문에 속아 일생일대의 투자를 감행한 귀족과 상인들은 가만 있으면 거리에 나앉을 판이니, 아에드란 가문에 비공정 원천 기술을 제공하고, 그집 딸을 황후로 만들었으며 쓰러져가던 광명 교단을 일으켜 세우며 재신(財神)으로 소문이난 성자야 말로 마지막 희망이자 활로인데, 지금껏 대단히 정치적이었던 그의 행보와는 다르게 아에드란에서는 쥐죽은 듯 휴식하다 해가 뜨자마자 이동한다고 하니 억장이 무너지지 않을 수 없었다.
“제기랄. 이럴 때 루실라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아? 나 대신 거래 조건도 확인해주고, 파티도 참석해주고, 도움 될만한 놈들만 싹 추려서 알아서 착착 해결해 줬을텐데.”
“허허허허. 교수, 자네 지금 제국의 황후를 종자처럼 부려먹겠다고 하는겐가?”
“말이 그렇다는거죠, 말이. 어우, 아까워. 저 밑에 바글거리는 저놈들이 전부 다 알이 꽉찬 돈덩어리들인데, 이렇게 놓고 가야 한다니.”
“그래도 아에드란의 가주와는 제대로 이야기하고 오지 않았나?”
“그러니까 그냥 가는겁니다. 그 노인네라면 아주 딱 부러지게 처리해줄 것 같으니까. 물론, 전장에서 직접적인 결정권을 가진 제가 아니라 한 다리 건너서 처리하는 만큼 비용이나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 뭐. 어쩔 수 없죠. 시간이 부족하니까.”
비공정 특유의 진동음과 함께 배가 간질간질하더니, 곧 창밖의 아에드란 영지가 빠른 속도로 멀어져가기 시작했다.
“시간이라…. 대주교가 전해준 소식이 꽤나 좋지 않았던 모양이로군? 마음이 급해진 것을 보면.”
“엥? 나 대주교랑 통화한거 어떻게 알았습니까? 그때 오트만이랑 나머지는 저녁 만찬에 끌려갔다가 냅다 튀었다고 들었는데.”
“이 사람아. 아에드란 영주성 한쪽에 성스러운 서광이 번쩍이는 걸 동네 사람이 다 봤는데 그럼 그걸 모르겠나? 그래서, 뭐라고 하던가? 아까부터 끄적거리고 있던건 뭐고?”
“어…. 보시는게 빠르겠네요. 전쟁이라니까 옛날 생각도 나고 해서 좀 쓰면서 정리하고 있습니다. 가서 내리는 순간부터 대가리 빠개질테니 여유있을 때 미리 좀 생각해 두려고요.”
“어쩐지 그 큰 덩치를 책상 앞에 구겨넣고 있더라니. 줘보게.”
오트만은 교수가 돌아보지도 않고 건네는 종이를 낚아챘다. 좁은 공간에서 써서 그런지, 혼자 읽을 생각으로 만들어서 그런지 읽기 힘들 정도의 악필인 것을 제외하면 그의 기록은 꽤나 체계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었다.
=========
상황보고서 : 로드릭 서부전선을 포함한 주요 전선의 현황.
수신 : 나님.
발신처 : 광명교단 본단. 노먼 대주교.
1. 확인사항 – 아군 :
1) 보급로
1-a) 기록이 의미가 없을 정도로 생성과 파손을 반복중. 땅굴벌레를 통한 보급로 습격을 공식화 해뒀는지 각국에서 보내는 보급이 충분함에도 전장에 도착하는 보급은 그 삼분지 일도 되지 않는다고 함.
1-b) 보급물자를 옮길 말과 소가 대부분 죽어 물자를 옮길 우마의 징발이 시급함. 당장 전마가 부족해 기사들이 뛰어다니는 판에 보급 마차용 말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아 기사들이 갑옷을 벗고 직접 수레를 끌고 움직이는 경우도 많다고 함.
1-c) 식수. 마찬가지로 체계화된 테러 행위로 식수의 오염이 심각함. 뮤트의 혈액은 미량으로도 감염인자를 퍼트릴 수 있기 때문에 사제의 정화가 반드시 필요한데, 전장에 나온 사제들은 이미 마르고 닳도록 정화 마법을 퍼부어대며 실시간으로 과로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중. 성직자 인력의 부족으로 갈증에 시달리던 병사들이 물을 마셨다가 감염으로 후송되는 경우가 여러곳에서 보고됨.
2) 신성 관련
2-a) 가장 큰 문제는 인력 부족. 노먼 대주교의 말로는 지난 6개월간 신전에서 제례와 정화의식을 위한 종소리가 단 한 순간도 끊긴 적이 없으며, 오랫동안 신전을 지켜온 종이 대부분 깨지는 바람에 지하에 비치된 ‘고문용’ 종을 신성 의식을 위한 도구로 매달아 두었다고함. 깨진 종은 녹여서 신성 무기로 재활용.
2-b) 각 교단의 이해관계와 마찰. 악신이라는 공통의 적이 있어 과거처럼 첨예하게 대립하지는 않으나, 작전에 방해가 될 정도의 마찰은 존재함. 풍요는 전쟁의 장기화를 대비하여 황폐화된 대지의 재생을 우선시 하고자 하며, 자비는 민생의 구제를, 용기는 점령지의 전초기지화를 통해 전선을 안정시키고 징병을 활성화 할 것을 건의. 광명은 최대 의결권자인 성자의 부제로 기권했으며 현재 지혜의 신전에서 전황에 따라 의견을 조율하고 있음. 그들은 언제나 가장 옳은 판단을 했고, 덕분에 모든 교단이 서로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실시간으로 키워나가는 중. 마찰이 장기화 될 경우 공조에 문제가 생길 것이 분명함.
3) 정치, 군사
3-a) 현장 지휘관의 심각한 부족. 사령관급 인제는 아직 부족할 정도는 아니지만 십인장, 백인장급 병사가 대부분 사망하며 병력 전체의 유동성이 괴멸적으로 감소. 다행히 살아남은 숙련병들을 진급시켜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으나 명령체계와 작전을 이해하는 머리는 쉽게 만들어지지 않으므로, 전체적인 전투 수행능력의 감소는 어쩔 수 없음.
3-b) 전쟁터인 로드릭의 국권 상실. 1년 이상 지속된 전쟁으로 가을 수확 불가 – 로드릭의 경제, 식량 수급의 99% 가까이가 타국의 원조에 의존. 국가로서 기능을 상실했으며, 전쟁의 중심에 선 국가가 정치적 발언권을 잃으며 로드릭 출신의 근위기사, 캐슬나이트 파헬로스가 실각. 각국에서 총사령관의 자리를 두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는 중. 최근 승기를 잡음으로서 갈등은 더욱 심각하게 진행됨.
3-c) 통일되지 않은 병력. 당장 텔드랏, 자유무역3국, 로드릭의 병력이 뒤섞여있음. 그래도 지난 1년간 박이 터지게 같이 싸운 덕분에 이 제각각이었던 이 세 나라의 명령체계는 어느정도 일원화 됐는데, 조만간 제국에서 온 대규모 병력 지원이 추가될 예정. 규모가 규모인지라 마구잡이로 이쪽 체계에 흡수되라 하긴 힘들 것으로 보임. 또한, 제국에서 보낼 병력은 신황제가 중앙의 권력 강화를 위해 귀족 사병들을 착출하여 보낸 것. 충성심도, 전쟁 수행 능력도, 의지도 떨어지며 장비도 제각각에 일부는 제국 귀족들이 납치하다시피 모집한 농노병도 있음. 전쟁터에 배치되면 그들 중 절반은 창 든 고기에 지나지 않을 것임.
=========
팔락. 팔락.
비공정의 진동음과 목탄 사각거리는 소리 뒤로 종이 넘기는 소리가 이어지고, 그 마지막에 답답한 한숨이 얹어졌다.
“….난리가 났군.”
“전쟁답다고 해둡시다. 그래도 최악은 아니잖아요.”
그래. 아군 상황이 저 정도면 최악은 아니었다.
교단 전력이 빨리 연합한 덕분에 광신도같은게 막 날뛰지 않았고, 팔카투스가 죽은 덕분에 놈이 심어놓고 때만 기다리던 수 많은 첩자들이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됐으며, 결론적으로 내부의 적이라는 뮤트 전쟁에서 가장 경계해야할 대상을 어느정도 배제할 수 있었다.
그 뿐인가? 하급 지휘관은 괴멸적이지만 에데오르나가 부상당한 덕분에 그녀 손에 암살 당했어야 할 고위 지휘관, 히어로 유닛이 명령체계의 혼선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살아남았다. 일반적인 경우를 생각하면, 이정도 진행하면 플레이어를 제외한 고위 사령관이 죄다 암살당해서 온갖 전장을 플레이어 혼자서 컨트롤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니까. 그것보다 몇 배는 나은 상황이다.
———
– Jokass : 킹스랜드 북부 지형도 찾아왔다.
– 남바쓰리 : 3월드 히어로유닛 스킬, 스텟 목록임다! 추측치이긴 한데 꽤 정확할겁니다!
– takealook : 숙련 창병이랑 뮤트 교환비가 어떻게 됐더라? 야, 이거 다른 중계방에 하청줘서 알아온다?
– professor : 그거랑 같이 일반 정예, 4급~ 2급 전투형 뮤트 전투기록도 좀 부탁한다. 드워프 마을 위치 아는사람 진짜 아무도 없어?
– takealook : 없어. 죽었나봐.
– professor : 에이씨. 대장장이도 얼마 없을텐데.
———
대화방도 1번에서 7번까지 집단 지성이란 지성은 총 동원하는 중인데, 이것저것 다 고려했을 때 아군의 상황은 ‘할만….한가?’ 수준은 되는 정도였다. 지금까지 제국, 사막, 기타등등을 딱 마주하자마자 ‘좆됐다!’ 라는 생각밖에 안 든 것을 생각하면 아주~ 아주 쾌적한 수준. 아군이 암덩어리 짐덩어리가 아닌 것만 해도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쾌적한 상황이다.
사각. 사각사각
=========
2. 확인사항 – 적군
=========
문제가 있다면 여기.
=========
악신 ‘뮤테이션 블러드 퀸’의 권능에 대한 참고자료.
=========
탁. 탁. 탁….
거침없이 써내려가던 목탄이 이 항목에서 딱 멈춰섰다.
“….차 포 때고 붙어도 꼴에 신은 신이라 이거지.”
노먼 대주교와의 통신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들었던 내용. 적에 대한 정보는 기존의 플레이어들이 알고있던 상식과 비교했을 때, 꽤나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었다.
=========
1) 적의 공세 – 물량
1-a) 전투 방식. 치밀하고 허를 찌르는 인간적인 전투에서 야만과 야성, 끝없는 물량의 해일로 이루어진 과거의 방식으로 회귀. 지휘관 팔카투스의 죽음이 끼친 영향으로 보임. 긍정적인 변화로 판단하는 것은 보류. 많아도 너무 많다. 이미 일선 지휘관은 뮤트를 숫자가 아니라 면적으로 세는 것에 더 익숙해져있음.
1-b) 너무나도 많은 숫자 때문에 그 시체가 2차 피해를 주고 있음. 썩은 뮤트의 시체에서 파생되는 악취와 전염병, 흘러나온 피의 처리 문제는 둘째 치고 물리적으로 쌓인 시체 언덕이 성벽의 방어능력을 현저히 떨어트림.
1-c) ……
=========
평이하다면 나름 평이한 내용. 어찌보면 긍정적인 변화.
그리고.
=========
.
.
.
.
2. 적의 공세 – 진화
2-a) 여왕의 하녀, 챔버 메이드의 개화(開花)라 칭해지는 변화.
2-b) 여왕의 개, 에데오르나의 참전. 근접 관찰자가 전원 사망하였으므로 세부 정보 없음.
=========
절대 무시할 수 없는, 다른 플레이어의 월드에는 기록되지 않은 변화들. 아마도 오류로 인한 난이도 상승의 영향을 받은 게 분명한 이레귤러.
악신이라면 직접 겪어본 메아 마리아의 기준으로 생각할 때. 그녀의 힘이 오로지 내정과 생산이 치중된 권능으로 변했다면 어떤 효과가 나타날까?
제국 전역을 휘감은 저주와 거대한 흉성, 그 무시무시한 위력을 떠올렸다.
마리아는 신위에 오른지 하루만에 제국의 모든 힘을 상대하고 수도를 초토화시켰다.
뮤트 여왕에게는 그녀의 자식들이 벌어들인 1년의 시간이 주어졌다.
그 1년의 시간동안 ‘번영’의 신위를 획득한 여왕이 무엇을 준비 했을지, 굳이 떠올리고 싶지 않았지만.
“그우욱, 냄새. 탄내 난다, 탄내.”
“….시체에서 흘러나온 물이 강을 이루었군. 뮤트의 피에 감염되었을텐데, 태우지도 않고 저렇게 쌓아둔건가?”
“안 태운게 아니라, 저게 다 태울 차례를 기다리는 시체더미라는 소리겠죠.”
“맙소사….”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눈과 귀로, 코와 피부로 전장의 참혹함이 흘러들어오기 시작했다.
“교, 교수. 저, 저기 보이는 저곳이…. 로드릭의 수도, 킹스랜드가 맞나?”
“….그리 오랜만에 돌아온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죠.”
기사 왕국의 수도 킹스랜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며, 역사에 이름을 날린 수많은 기사를 키워낸 검과 명예의 나라.
오래 전, 용사 회의때 방문했던 킹스랜드는 화려하진 않지만 중후하고 품위있으며, 누가 봐도 단단하다는 느낌을 주는 기개 넘치는 도시였다.
그 도시가. 기사 하나하나가 성벽과 같다고 하여 캐슬나이트라 이름 붙여진 기사들이 지키는 도시가. 어찌 저런 모습이.
“….쯧. 로드릭 국왕이 굴욕을 중압감을 견디다 못해 선봉 돌격으로 산화했다고 하더니.”
숲과 마을이 모두 짓밟혀 광활한 평원이 된 대지는 검은색과 붉은색. 단 두가지 색 만으로 칠해져 있었으며.
그 평원의 끝자락에 어렴풋이 모습을 드러낸 킹스랜드는 로드릭의 운명을 나타낸 듯, 처참하게 부서진 모습을 하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