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end of the world, Cry Clear RAW novel - Chapter 356
Chapter. 16. 성자와 완성자(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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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그럭. 절그럭.
피칠갑을 한 기사 하나가 다리를 끌며 성벽 위를 걷고 있었다. 길고 끔찍했던 밤. 이번에도 간신히 지켜낸 성벽과 떠오르는 태양.
신학에서도, 마학에서도, 온갖 역사서와 음유시인의 노래속에서도 떠오르는 태양은 희망의 상징이었으나.
“….필로. 디고리. 알스테인. 파리스…. 자네도 여기 있었나.”
그 아침 해가 비추는 것이 조각난 아군에 뒤덮인 성벽과 그 위에 지쳐 쓰러진 동료들이라면, 어찌 그것을 희망의 상징이라 할 수 있을까.
절그럭. 턱-
발디딜 틈 없이 흩어진 시신에 발끝이 걸리고, 그의 발을 멈춘 것이 아는 얼굴임을 눈치 챘을땐 이미 그의 떨리는 손이 시신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눈조차 감지 못한 전우. 왕의 대지에서 명예롭게 전사했으나, 군법으로 그 유해조차 수습할 수 없어 이렇게 방치된, 마치 기사의 모든 것을 부정당한듯한 그 모습은 강건했던 캐슬나이트의 마음조차 깎아내고 있었다.
조각난 유해를 수습해줄 순 없어도 눈을 감겨주는 정도라면. 안식이라 할 수 없는 죽음을 맞이한 동료의 죽은 눈이 이 참상을 끝없이 바라보지 않게 해주는 정도라면….
철그럭.
“나이트 시란.”
“….샤를롯 님.”
그런 생각에 아래로 향하던 손을 누군가의 건틀렛이 붙잡았다.
이 지옥같은 곳에서 희망이라 부를 수 있는 몇 안되는 이. 샤를롯 데 아가트, 여명의 기사였다.
“몇 달 전부터 사제들은 잠을 자는 대신 과로로 쓰러지는 것을 휴식으로 삼고있다. 그대가 동료의 시신을 수습하다 감염된다면, 다른 동료의 생명을 살렸을 신성력이 그대의 정화를 위해 사용되겠지. 우리가 쓰러지면 누가 이곳을 지킨단 말인가?”
“아가트 경. 이곳에, 더 이상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이 남아 있기는 한겁니까?”
기사의 공허한 물음에 샤를롯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모든 것을 잃고 마지막으로 몰린 곳이 킹스랜드 이지만. 이미 지켜야할 국민과 영토, 주군마저 잃어버린 그들이 텅 빈 도시의 수도를 지킨다 한들 정말로 의미가 있는 것인가.
샤를롯은 대답 대신 죽은 기사의 검들을 수습하여 무릎꿇은 기사의 손에 쥐어주었다.
“남아있다. 뒤돌아 도망쳐도 이곳에 남을, 그대의 맹세가.”
도망쳐 살아남는다 한들, 성벽에 남겨진 스스로의 기사도는 죽을 것이다.
이곳은 보루. 그들이 지켜야 할 것은 모두 사라졌지만, 아직 이 뒤에는 전화에 휩싸이지 않은 땅과 사람들이 남아있으니 물러설 수 없었다.
“….그만 가지. 쉴 시간이 없으니.”
“적입니까?”
“아니.”
샤를롯은 새벽 무렵, 수도 남부의 상공을 울리며 내려앉은 배를 떠올리며 말했다.
“길이 엇갈린 옛 전우다.”
그것은, 실로 오랜만에 마주하는 희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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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 우물은 어디 파면 되겠나! 원래 있던 것을 정화해서 쓰나?”
“아뇨! 근처에서 제일 높은 곳으로! 어차피 마법으로 수맥 바꿀거잖아요! 원래 우물은 지대가 낮아서 못 써! 그리고 바닥에 썩은 물 고인 것좀 싹 빼주시고! 전염병 생길라!”
“알겠네!”
촤아아악!
“환기! 바람 마법사들은 환기 좀 시킵시다! 부패 가스랑 시체 태우는 연기가 성안 가득 쌓였어! 무릎 어림까지가 질식 지대란 말입니다! 환자를 눕히면 그대로 안락사 카운트 시작이라고!”
휘우우웅-
“핫핫핫핫! 벗이여! 나는 무엇을 만들면 되겠나! 마도 회로와 공마석을 좀 챙겨왔으니 자재만 현지 조달하면- 으읍! 읍!!”
“선장님! 선장니이이임!!!”
“부, 불렀는가!”
쿠당탕탕!
“이 새끼 끌고 당장 텔드랏으로 복귀! 선적물은 식량, 포목, 병기, 자재순으로 정렬해서 왕궁 로비에 쌓아두시고!”
“우으읍- 이보게! 한 명이라도 능력있는 사람이 전장에 더 있어야 할 것이 아닌가! 나 정도 되는 사람이라면- 으어억!”
“꺼저 이 새끼야! 넌 집에 가서 볼테르 그 인간 멱살을 잡든 수염을 잡아뽑든 어떻게든 쥐어짜서 이거 한 대라도 더 뽑아와!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니까!”
“아, 알겠네! 이봐 거기 둘! 와서 맨슨 경을 모셔가라!”
와락! 질질질질-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항사꾼이었던 선원들이 프로다운 솜씨로 로만을 포박하는 것을 보며, 잠시 한숨 돌렸다.
지금 이 난리가 난 이유는 비공정에서 내려 킹스랜드를 내 눈에 담자마자, 전략이고 전황이고 따질 때가 아니라는 것이 아주 확 와닿았기 때문이다.
“이걸 시간을 잘 맞췄다고 해야하나, 아니라고 해야하나….”
성벽의 상태부터 방어기관, 병력의 질과 숫자, 식량과 무구, 자재를 아우르는 전체적인 보급부터 하급 지휘관의 부족으로 박살난 명령체계까지 무엇 하나 허투루 대할 것이 없었지만, 제일 시급한 것은 소문과 달리 아주 바닥을 기는 ‘사기’였다.
‘….귀족이나 기사, 영웅급 유닛은 몰라도 보병 단위의 병사들은 대부분 전투 의지를 상실했어.’
전장에 도착하자마자 체감한 가장 큰 문제. 그것은, 저 성벽 바깥의 환경과 안쪽의 환경에 구분이라고 할 수 있는게 없다는 것이었다. 배틀필드랑 막사에 구분이 없다고.
PTSD니,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이니 하는 것에 대해서 전문적으로 아는 것은 없지만, 나름 전쟁터 짬밥이 있는 사람으로서 무엇이 사람을 미치게 하고, 무엇이 사람을 견디게 하는지 정도는 경험으로 익혔다.
[어…. 하지만 여긴 인간대 인간의 전장이 아니잖아?]‘개인적으로는, 사람을 죽이는 것은 어느 선만 넘으면 익숙해져. 병사를 미치게 하는 것은 그보다 조금 더 근본적인 무언가지.’
3차 세계대전 당시. 내가 그곳을 지옥이라 느꼈던 순간은 총탄이 빗발치고 한 시간에 만 단위의 살육이 벌어지는 그 순간이 아니었다.
그것은, 전투가 끝난 직후에 다가오는 감상이었다.
‘사람이라는 게, 껍데기를 까보니까 생각 이상으로 더럽더라고. 은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말한 그대로. 가죽 벗기고 뼈를 들어내면 그 안에 들어있는 게 전부 다 오물이야.’
악취.
코가 떨어질 것 같은 진한 피 냄새는 말할 것도 없다. 위장 안에 들어있는 것은 우리가 토사물이라 부르는 것이며, 소장과 대장, 방광 안에는 우리가 화장실에 비워 내리는 것이 모두 담겨있다. 터지고 구멍난 몸 사이로 그것들이 흘러나와, 먼저 죽은 시체위로 흘러내려 부패한 단백질 냄새와 섞여든다. 이것이 시취(屍臭)라고 부르는 것이다.
생존의 환희에 휩싸인 이들은 거짓말처럼 조용해진 전장 한 가운데, 오물과 극한의 악취속을 나뒹굴며 기뻐하는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깨닫는다. 아, 내가 지옥의 중심으로 걸어들어와, 그 일부가 되었구나.
전쟁터에서 사람을 미치게 하는 것은 그런 것들이다.
‘정신병은 단순히 정신적인 감상을 요인으로 촉발하지 않아. 오히려 생각하지 않아도 느껴질 수밖에 없는 오감이 사람을 더 미치게 하지. 살인의 순간은 의외로 아드레날린에 먹혀서 좀 흐릿해지거든. 나중에 악몽이나 좀 꾸지.’
그런 의미에서 킹스랜드 전선은 병사들의 의지를 팍팍 깎아먹기 딱 좋은 환경이었다.
전장에서는 피안개를, 성 안에서는 시체 태우는 연기를 마신다. 지난 6개월간 그들은 단 한번도 맑은 공기를 마신 적이 없다.
공포를 이겨내고 죽음에 무감각해지는 것을 배웠기에 살아남았으나, 그것은 제 목숨을 내던지는 행위에도 무감각해짐을 의미한다.
전투는 낮과 밤을 가리지 않았으며, 어떨때는 하루 간격으로, 어떨 때는 승리의 뿔나팔이 불린지 10분이 채 지나지 않아 반복되기도 했다. 불규칙한 전투는 긴장감을 놓을 수 없게 만들고, 사람을 마모시켰다.
‘오히려 목숨을 걸고 이곳을 사수할 이유와 의지가 있는 이들이기 때문에 더욱 도드라지는 현상이지. 아마 저들은 지금 당장 적습의 종소리가 울려도 별 다른 감상이 없을걸? 들고있는 게 화물에서 무기로 바뀔 뿐. 병사들 상태가 저러면 제갈공명이 무덤에서 튀어나와도 못 이겨.’
그래서 배에서 내리자마자 마법사들을 우르르 몰고와서 환경정리부터 한 것이다.
‘최소한 전투에 임할 때 [나간다]와 [돌아왔다]의 구분 정도는 되야 휴식이라는게 성립하지, 지금 상태로는 전투가 끝나고 돌아와도 전쟁터에 서있을 때와 별반 차이가 없을거다.’
일손이 모자란 와중에도 교대로 휴식하며 앉아있는 병사들을 보면 이쪽 사령관이 휴식의 중요성을 모르는게 아니다. 다만, 쉬어도 쉬어지지가 않는 것 뿐이다.
‘최소한 전장에서 복귀했을 때 병사들의 긴장이 이완될 수 있는 환경. 이게 사기 회복의 첫 걸음이자 기본이다.’
의지가 하늘에 닿다 못해 오러를 뽑아내는 기사님들이 이런 평범한 사람의 사정은 잘 모르지. 현대 군사학에서 병사들 잘 쉬고 잘 먹이는게 기초 인권 같은걸 지킨다고 그러는게 아니다. 어디까지나 군사적인 관점에서 어느 정도는 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전투력이 더 오래 유지되기 때문이다. 전쟁에 인권이 어딨어. 다 필요하니까 그러는거지.
오트만의 수계 마법으로 시체에서 흘러나온 썩은 물을 정리하고 맑은 식수를 제공한다.
바람 마법으로 악취를 걷어내고 신선한 공기를, 대지 마법으로는 모자란 장작 때문에 부패할때까지 방치한 아군의 유해를 기름과 구덩이로 한 번에 정리.
우선, 가장 시급한 휴식 환경과 전염병 위험은 이정도면 급한 불은 껐다고 볼 수 있겠다.
타닥-
이제 어디부터 손봐야 할지 눈을 부릅뜨고 살피는 사이, 주변과 동화되어 움직이던 이드라실이 내 옆에 내려앉았다.
“다녀왔습니다.”
“고생했다. 썩어도 준치라고 왕성을 살피는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텐데.”
“불행히도, 쉽더군요.”
“….진짜 아무도 못만났어? 왕성 벽을 타는데?”
“왕으로 추정되는 이를 지키는 근위기사를 먼 발치에서 확인하긴 했습니다. 아마도 왕은 어딘가 마법적인 보호가 이루어지는 곳에 숨어있는 듯 하더군요.”
“….하늘에서 보급이 떨어지는데 왜 아무도 안 나오나 했더니.”
선왕 시오드 3세. 공명정대한 왕으로, 또 기사로 이름을 날렸던 로드릭의 왕은 국토와 국민을 모두 잃고 국보마저 전부 팔아넘긴 텅 빈 킹스랜드의 왕좌를 지키다 산화했다고 들었다. 들리는 말로는 유구한 역사를 가진 로드릭이 자신의 대에서 몰락한 것을 견디다 못해 자살에 가까운 돌격을 감행했다고 하는데. 어쨌든, 왕이 죽었단다. 어차피 망한 나라에 왕 하나 죽은 것 정도야, 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로드릭은 기사의 나라이며, 그 나라를 상징하는 기사들은 아직 상당수가 살아남아 여러 전선에서 혁혁한 전공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사기급 버프 장판 기사인 샬롯도 그렇고, 로드릭의 자랑인 캐슬 나이트는 말타고 달리는 성벽이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게 불가능에 가까운 수성전을 수행하고 있지.’
문제는 이들이 골수까지 기사라는 것. 로드릭의 모든 기사는 근본적으로 왕의 기사이며, 그들의 충성 맹세는 로드릭 왕가를 향한 것이다. 왕이 죽는 순간, 전략게임에서 장수 잃은 병사들처럼 무지막지한 디버프를 와장창 받으며 병신이 되는 것이다. 아마 근위기사쯤 되면 오러도 못쓰게 될걸?
그. 래. 서.
급하게 제위에 오른 것이 바로 저기 저 높은 성안에 틀어박혀 호달달 떨고계신 시오드 4세 되시겠다.
시오드 3세의 셋째 아들. 11살. 첫째 아들은 전장에서, 둘째 아들은 성벽 위에서 전사하는 바람에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고 제위에 오른 어린 왕.
왕궁을 살펴보고 온 이드라실은 나와 같은 것을 생각했는지 답답한 한숨을 토해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도시가 어떻게 지금까지 버텼는지 모르겠습니다. 다른 국가에서 온 실력자들과 숙련병들은 겨우 찾아온 공세를 유지하기위해 측면 전선으로 보냈다는데….”
“….아마, 제 역할을 못하는 기둥 대신 다른 기둥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겠지.”
“다른 기둥이라면….”
“저거. 저어-기 오시네.”
먼 발치에서 기사 하나를 부축해 돌아오는 여기사의 모습이 보였다.
한때 그와 같은 전선에서, 일개 징집병의 신분으로 마주한 로드릭 제 1기사.
타오르는 여명과 같이 굳건한 모습으로 에데오르나와 검을 맞대던 그 모습을 기억하기에, 꺼질 듯 위태로운 그녀의 모습이 더 안타깝게 느껴졌다.
슬쩍 보낸 눈짓을 이해한 성기사 하나가 득달같이 달려가 그녀가 부축하던 기사를 인계받고, 성기사의 조용한 목소리에 이쪽을 바라본 기사가 지친 발걸음으로 내 앞으로 다가왔다.
마주한 그녀의 눈에 반가운 눈빛이 담기는 것도 잠시, 그녀는 한 손을 가슴 위에 올리며 깊이 고개를 숙였다.
“샬롯 데 아가트. 주군을 잃은 불충한 기사 주제에 하대하지 않는 것을 용서해주시오. 비록 나는 보잘 것 없으나, 그래도 로드릭의 사령관이라는 직책을 짊어진 사람이기에.”
“거, 사람 섭섭하게 그러지 맙시다. 샬롯. 이쪽은 나름 목숨 걸고 어깨를 맞댄 전우라고 기억하고 있는데 존대고 용서고 하는 소리가 웬 말입니까. 투란 전투 이후로…. 1년 반 정도 지났죠?”
“….그보다 조금 더 지났지. 섭섭했다면 사과하겠다. 나 또한 그대를 전우로 가슴에 담았으나, 지금의 로드릭에게 그대의 도움이 너무 절실하여.”
“에이, 그래도 나름 성자인데 설마 좀 무례했다고 여기 남아있는 생목숨을 다 버리고 떠날까.”
“성자라…. 참, 돌이켜보면 내가 그대에게 사과해야 할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로군. 마법사의 실험체로 팔려갔다지. 그대처럼 강한 의지를 가진이가 신이라는 존재에게 의지를 의탁하게 된 것은, 어찌보면 나의 탓으로 볼 수도 있다. 만약, 그때 부상을 회복했다면, 어쩌면 지금 로드릭의 기사로….”
“뭐, 다 광명의 인도가 아니겠습니까? 허허허허.”
이해한다. 나도 먼 발치에서 샬롯을 발견했을 때 ‘옛날처럼 존대해야하나, 아니면 성자답게 하대해야하나?’ 같은 생각을 했으니까.
샬롯의 얼굴에 서린 그늘이 조금 가신 것을 본 나는 그녀를 일으켜세우고, 먼저 손을 모아 합장하며 허리를 숙였다.
“라투라, 로-하람. 성전에 참여한 모든 빛의 도구들을 책임지는, 광명의 성자 교수라고 합니다.”
“….로드릭 여명 기사단장, 샬롯 데 아가트입니다. 어려운 상황에 손을 내밀어 주신 것에대한 감사와, 전하께서 몸이 편찮으셔 그 감사를 전하지 못하는 것에 사과드리겠습니다.”
과거의 친분과 현재의 지위가 교차하는 인사. 자리가 자리이며 나도 아랫사람들이 있는 만큼 이 정도는 해줄 필요가 있었다. 당장 내 뒤에 시립해있는 그레고리우스의 불편한 표정만 봐도 ‘감히 성자님께서 왕림하셨는데 망국의 국왕 따위가 나와보지도 않다니’ 하는 생각이 훤히 보이거든. 내 생각과는 별개로 잡음이 생길 수 있으니 필요한 절차였다.
자, 그럼 공식적인 인사는 나눴고. 이 정도면 그레고리우스가 ‘불경하다!!!’를 외치며 왕성으로 돌진하진 않을테니까-
철컥!
“자아, 아가트경? 그럼 현장 지휘관한테 전황을 좀 들어볼 수 있겠지요? 분명 교단 정보망에는 인간 연합군이 승기를 잡은 지 오래라는데 왜 내 눈에는 아무리봐도 빈사 직전으로 보이는지 모르겠네? 전선의 중심인 킹스랜드에 왜 이렇게 병력이 없습니까? 각국의 용사들은 다 어디에 처박혀서 여기에는 기사랑 병사들만 남아있고? 왜 전선에 도착한 사령관이 적에 대한 의문보다 아군에 대한 의문을 먼저 떠올려야 하는지?”
….하아아아.
반가움에 살짝 풀려있던 샬롯의 얼굴에 다시 그늘이 드리웠다.
매일 살육전을 치르느라 정신없는 샬롯이 알 만큼 꽤나 드러난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일단, 기밀인 만큼 안으로 들어가서 얘기하지.”
그녀가 가리킨 곳은 왕성이 아니라, 야전 막사와 비슷한 천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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