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end of the world, Cry Clear RAW novel - Chapter 357
Chapter. 16. 성자와 완성자(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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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지만 습하고 답답한 천막.
큼지막한 지도 위에 각 부대를 상징하는 말들이 올려져있고, 기사로 보이는 이들이 갑옷도 벗지 못하고 열띈 토의를 하다 우리의 등장에 약속이라도 한 듯 입을 다물었다.
“아가트 경. 그 분은 설마….?”
“네가 아는 그분이 맞을 것이다. 광명 교단의 성자, 교수님이다. 오늘 아침에 보급품과 함께 로드릭에 도착하셨지.”
벌떡!
“성자님이 같이 오셨으리라 믿었습니다! 하늘에서 내려오셨으니까 말입니다!”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캐슬 나이트, 시란 칼라드입니다!”
“인사는 나중에 하지. 잠시 성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자리를 비워줬으면 좋겠군. 이 참에 그대들도 제발 좀 휴식을 취하고.”
“하지만-”
“명령이다. 아니면, 그대에게 광명 교단의 성자와 로드릭 사령관의 대담에 끼어들만한 지위와 권한이 주어졌나?”
“….밖에서 대기하겠습니다.”
샬롯의 서릿발 같은 음성에 기사들은 칼 같이 예를 올리며 막사 밖으로 빠져나갔다.
샬롯이 권한 자리에 앉자, 방금 나갔던 기사들 중 하나가 내 앞에는 차를, 그녀 앞에는 스프와 빵을 내려놓고 물러났다.
“….아무래도 성자에게 대접할 만한 음식은 아닌지라.”
“하이고, 성직자가 전쟁터에서 식사가 검소하다고 거르면 그놈은 잡아다 매달겁니다. 저도 아침 걸렀으니 같이 먹으면서 얘기하죠. 어이-! 밖에 성기사 있으면 나도 밥 좀 타다 줘라-!”
“예!!! 성언(聖言)을 받들어 최고의 성찬을-”
“내가 이 새끼들 이럴 줄 알았어. 내가 쓸데없이 내 옆에 알짱거리지 말고 가서 사제들이나 도와주랬지! 제발 그 성언을 좀 받들어 달라고! 호위 필요 없다고! 가! 가라고 쫌!”
“바, 받들겠습니다!”
혹시나, 해서 불러봤더니 역시나. 발소리가 한명분이 아닌게 하라는 정화 작업은 안하고 내 호위로 붙은 모양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쿵쾅거리며 달려온 성기사 하나가 건더기가 듬뿍 들어간 스프와 빵을 내 앞에 내려놓고 나가자, 한숨을 푹푹 쉬는 내 앞에 샬롯의 웃음기어린 목소리가 다가왔다.
“충직한 부하를 두었군.”
“충직은 무슨. 그렇게 호위 필요없다고, 성기사단을 통째로 끌고와도 나 호위 못한다고 그렇게 말해도 들어먹지를 않습니다 아주.”
“후후후. 행동은 달라도 뜻을 같이하지 않나. 저들의 선망어린 눈만 봐도 그대를 존경하는 것을 알 수 있지.”
“제기랄. 그렇다고 칩시다. 아, 지금 테이블 위에 있는게 상황판이죠?”
“그렇다. 사각말이 아군, 원형 말이 적군이지.”
방금 전까지 기사들이 움직이고 있던 말은 지도위에 꽤나 난잡하게 어질러져 있었지만, 대략적인 전선의 형태를 파악하는데는 큰 무리가 없었다.
“….이거 진짭니까?”
“….일단 먹고 얘기하지. 적습이 워낙 불규칙하여 배를 채울 수 있을 때 채워둬야 하니.”
“아니 지금 밥이 넘어갈 일이 아니잖습니까! 이거 왜 이래! 어떤 병신이 전선을 이따구로 만들어놨어! 이기고 있다며! 우리 이기고 있다며! 썰이 아니라 교단 공식 정보에도 그렇게 나와 있었는데!”
“….그러니까 먹고 하자고 했잖나.”
나는 쳐다보기도 싫다는 듯 고개를 돌리고 수프를 떠먹는 샬롯의 모습에, 그녀가 왜 그렇게 말했는지를 이해했다.
온갖 기호와 말들이 가득한 로드릭 지도.
그 위에 표현된 아군의 전선을 보고있노라니, 밥맛이 뚝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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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탁. 탁. 탁.
“이 원형 기둥은 적 공세의 중추, 챔버 메이드를 표현하지.”
“공세? 수비가 아니라?”
“자세한 설명은 끝나고 해주지. 그리고 이렇게- 챔버 메이드를 중심으로 적들이 서부 전선과 킹스랜드로 나뉘어 형태가, 2개월 전쯤의 전선이다.”
샬롯은 이곳 로드릭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의 전황까지 꿰고 있었는지 막힘없이 말들을 움직여나갔다.
“….나쁘지 않은데?”
“나쁘지 않지. 실제로도 당시 전황은 꽤나 희망적이었다. 수시로 나타나 아군에 궤멸적인 피해를 주던 네임드의 습격도 절반 이하로 줄었고, 네임드 외에도 푸른 사마귀, 전선 돌파자 등의로 칭해지던 정예 뮤트 부대의 출진도 뜸해지면서 아군은 빼앗긴 영토를 수복하고 괴멸 직전까지 몰렸던 피해를 회복하며 적의 챔버 메이드 몇 채를 사살하는 등의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누가 봐도 괜찮은 그림. 성을 중심으로 수성하며 적과 아군의 교환비를 늘리고, 적의 정예가 뜸해지며 여유가 생긴 아군 히어로 유닛을 침투조로 돌려 최우선 목표인 챔버 메이드의 목을 따는 상황이었다. 이대로 전선을 고착시킨 뒤, 제국에서 오는 병력 지원으로 수비력을 올리면 천천히 진군하면 안전하게 추가적인 이득을 볼 수 있는 그런 상황이었는데….
탁. 탁. 스윽. 스으윽-
이후로 이어진 말의 움직임에 샬롯의 얼굴에도, 내 얼굴에도 역겨운 것과 마주한듯한 표정이 어렸다.
“내가 하도 충격적이라 제대로 봤는지도 가물가물한데. 진짜였네.”
성과 성 사이에 튼튼한 주둔지를 만들어 서부 전선과 로드릭 사이에 두터운 방어선으로 연결되어있던 아군 부대들이, 갑자기 로드릭 동부를 향해 쭈욱- 늘어서더니 아주 학익진처럼 장사진을 펼치고 앉아있었다. 방어선이 길어지며 각 요소를 지탱하는 병력은 얇아졌고, 성과 성 사이를 연결하던 전초기지가 함락되며 보급로가 끊기고, 아군 지원도 힘들어지며, 아예 성과 성 사이에 챔버 메이드가 박혀 벽에 가로막힌 형태로 고립된 곳도 있었다.
완벽한 분배와 위치선정으로 예술적인 균형을 유지하던 아군 진형은 어디는 놀고 어디는 죽어나가는 가늘고 긴- 다면 전선으로 바뀌고 말았으며. 서부 전선과 킹스랜드 두 방향으로만 보급을 넣으면 다른 성으로 착착 전달되던 보급체계는 길어진 전선 곳곳에 보급을 보내기위해 갈라지고, 그러다 습격받아 죄다 잘려먹었다는게- 지금의 상황이라는 것이다.
“첩자다.”
“….교수.”
“첩자가 틀림없어! 그그그 그놈 있잖아요! 스킨 크라울러, 인섬니아 크랩, 기타등등 사람 파먹고 조종하는 놈! 저따위 명령이 아군 입에서 나왔을 리가 없어! 내 당장 이단 심문관들을 보내서 그 새끼들을 다 쓸어버려야-!”
“첩자도 아니고, 조종당하는 이도 아니다. 텔드랏 지원군 총사령관인 지기스 팔렘은 대단히 맑고 온전한 정신으로 ‘포위 섬멸’ 작전을 입안했으며, 회의에 참석한 사령관들에게 과반 이상의 동의를 얻어 명령을 내렸다.”
“그럼 그 놈들이 다 첩자라는거네! 저쪽에 팔카투스라고 아주 난 놈이 있는데, 아니 있었는데, 보나마나 그 새끼가 또 뭔지 모를 수작을-”
“교수. 나를 포함해 사령관들은 모두 정기적으로 각 교단의 사제에게 검사를 받는다. 악신의 자손인 뮤트는 그들의 눈을 피할 수 없어.”
“그럼 왜 저런 빌어처먹을 병신 같은 작전에 찬성표를 던졌냔 말입니까! 시골 자경단장으로 한 달만 배웠어도 저따위 병신같은 짓거리는 안 할텐데!”
후욱, 후욱,
진정해야 되는데, 당장 하늘을 나는 배를 타고 성자님이 내려왔다는 소문에 죽은 생선같던 병사들 눈에 그나마 생기가 약간 돌아왔는데, 그 성자님이 오자마자 ‘좆됐네 이거!’를 연발하며 꽥꽥 소리지르면 바닥까지 떨어진 사기가 아주 나락으로 처박힐 테니! 차분하고 희망적인 모습을 연출하려 했는데!
‘이건…. 괴멸적으로 틀려먹었다!’
고작 몇 달 사이에 건강했던 전선이 5톤 트럭에 전속으로 치인 중환자가 되어버렸다. 망할! 빌어쳐먹을!
‘두 달. 아니, 제대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한 달. 한 달이면 딱 내가 사막에서 움직인 시간이다.’
더 열 받는 것은, 내가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제국에서의 일이 끝나고 아스트라드의 열기구 위에서 선택한 진행방향. 동부 대사막으로 갈 것이냐, 아니면 로드릭으로 곧바로 갈 것이냐.
나는 동부 대사막을 선택했고, 덕분에 팔카투스를 죽이고 적의 정예와 네임드를 사살했으며 GG의 진실과 기름 법사라는 특 A+++급 전략병기를 획득했지만-
덕분에 다른 선택지였던 로드릭 방면은 역사에 남을 자살골 헤트트릭을 해버렸다.
탁. 탁. 탁. 탁.
전세를 읽어보니, 대충 뭔 생각을 했는지 정도는 알겠다.
몇 달 전의 전체적인 전황을 보면, 아군의 둥글고 두툼한 진형이 챔버 메이드를 중심으로 뻗어나오는 적의 예봉을 막아내는 형상을 하고 있었다. 마치, 아군 진형을 조금만 오른쪽으로 뻗어 앞으로 진출시키면 좌익과 우익의 끝이 적의 꽁무니에 닿을 수도 있을 것 같은 그림.
일단 모양만 보면 정~말 기본적인 망치와 모루 전술의 표본 같은 그림이다. 수비력으로는 월드 탑클래스라는 캐슬나이트와 로드릭의 우수한 기사전력이 중심이 되어 적을 꽉 붙들고 있으면, 서부 전선과 새로 뻗어나간 동쪽 진형이 양익이 되어 기동력으로 적을 포위하고 아주 쌈싸먹겠다, 그런 생각이었겠지.
문제는 적 공세의 중추, 챔버 메이드가 우리쪽 병력의 중심인 성채와는 완-전히 다른 속성의 물건이라는 점이다.
‘그거 그냥 건물이 아니잖아. 거기서 병력도 나오고, 양분도 흡수하고! 챔버 메이드는 그 자체로 보급과 지원군을 뽑아내는 올인 원 팩이란 말이다! 인간의 성이야 포위하면 보급도 끊고 지원도 끊기니까 말라 죽는다지만 그 새끼들은 포위해서 이득볼게 아무것도 없다고!’
포위는 그렇다 치자. 그렇게 전선을 얇고 넓게 폈으면 차라리 좌익과 우익, 양 끝에 병력을 집중해서 아예 오늘이 멸망전이다- 라는 각오로 손해를 감수하면서! 모루 역할인 킹스랜드가 받쳐주는 동안 단기 결전으로 으깨버렸어야지!
전선을 늘이는 동안 피해가 누적되자 ‘어어, 이거 아닌가?’ 싶어서 망치가 되었어야 할 양익의 병력을 줘 터지는 전선으로 내려보내고. 그렇게 이도저도 아닌 얇고 넓은 의미없는 포위망을 만들어주신 덕분에 이 지랄, 이 꼬라지가 났다- 는 소리다.
킹스랜드를 지키던 히어로 유닛들도 그 작전에 차출되어 전부 뿔뿔이 흩어졌다고 한다. 그러니 시바 그 단단한 기사왕국의 수도가 이렇게 개박살이 났지.
참…. 기가 찰 노릇이다.
———
– takealook : 저승에 있을 무다구치 렌야가 드디어 자신과 비견될 명 지휘관을 만났다며 공중제비를 돌겠군.
– Jokass : 로드릭으로 왔으면 제국 병력까지 더한 철옹성 같은 아군을 얻는 대신 사막에서 죽었어야 할 네임드와 정예병력을 전부 상대해야 했다는 뜻이네. 어느 쪽이 이득이었으려나.
– professor : ….텔드랏 총사령관 ‘지기스 팔렘’ 좀 커뮤니티에 찾아봐. 3월드 귀족 인명부에는 올라와있나?
– Jokass : 있네.
– professor : 얼마나 병신이냐? 약점은? 가문의 규모나 영지 크기는?
– Jokass : 그게…. 좀 이상한데? 팔렘 가문. 텔드랏 개국 공신중 하나로 가주는 대대로 공작. 텔드랏에 몇 없는 고산지를 끼고있는 영지로 찬 공기와 더운 공기가 교차하는 환경 덕분에 약용작물 재배로 때부자가 되었음. 그리고…. 얘 머리 좋다는데?
– professor : 뭔 개소리야. 리뉴얼 무다구치가 어떻게 머리가 좋을 수 있어.
– 흥안만두 : 진짜임. 꽤 알려진 놈인데, 사람이 좆같이 약았지만 수완이 좋은건 분명하다고 써있네. 한두 놈이 아니라 평가 대부분이 그래.
– professor : 씨바 그거 공신력 있는 정보야? 커뮤니티에 카더라- 하는 뻘글 주워다 옮긴게 한두 개가 아니잖아?
– 흥안만두 : 확실함. 그, 어…. 아무튼 확실해. 백프로임.
– professor : 뭔데 그 애매한 태도는?
– Jokass : 이따 알아봐라. 아무튼 확실함. 나도 보증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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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의 출처가 의심스럽지만 저렇게 다같이 맞다고 하니 일단 우리의 리뉴얼 무다구치씨는 의외로 머리좋고 능력있는 사령관이라는 뜻.
사제가 주기적으로 체크하는 만큼 뇌에 벌레가 들어간 첩자일 가능성도 배제.
머리 좋다는 새끼가 장님이 작게도에 낙서를 해도 저것보단 아름다운 작전을 짰다는 것도 어불 성설이니.
“….이 좆같은 새끼가?”
저거, 일부러 저랬다는 뜻이다.
빠른 대처와 연합으로 확전되지 않고 로드릭에 국한된 전장.
장기화된 전쟁.
그리고, 각국 정보기관에 ‘승기가 보인다’고 할 정도로 우세해진 상황.
눈앞으로 다가온 승리와, 국력을 모조리 잃고 유명무실해진 로드릭.
“….찬성한 연합군 사령관이 누구누굽니까?”
“텔드랏 지원군 사령관 지기스 팔렘. 자유무역연합 사령관 두에르 펠. 두 지휘관을 중심으로 한 인근 소국의 사령관 전부. 각 교단은 기권했다.”
“사실상 교단 빼고 사령관 전부라. 하, 귀족 새끼들 진짜….!”
모든 정보가 하나의 결론을 가리켰다.
본디 국가의 행사란 그 무엇보다 자국의 이익을 중시하는 법.
처음에 로드릭의 영토가 파죽지세로 뚫릴때야 어마 뜨거라 하고 지원군을 보냈지만, 1년 반이 넘도록 로드릭 안에서만 전투가 이루어졌고, 심지어 ‘승기를 잡았다’는 정보가 돌자 슬슬 로드릭을 향해 제 뒷주머니들을 내밀기 시작한 것이다.
“잘 막아도…. 너무 잘 막아버렸군….”
옛날 가십거리나 뉴스를 보면 가끔 나보다 훨씬 잘배우고 머리 좋은 놈들이 천하에 병신같은 짓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설마 그 사람들이 진짜 멍청해서 그런 짓을 했을까. 돌고 돌아 그 속사정을 파해쳐보면 그러한 병신짓의 결과로 우리 시야 밖에서 그자가 추구하던 이득이 발생하니까 쪽팔림을 감수하고 그런 짓을 하는 것이다.
텔드랏 사령관 지기스 팔렘의 개짓거리도 그런 맥락이다. 슬슬 전쟁의 끝이 보이니 ‘자리잡기’에 들어간 것.
길게 늘어선 전선 하나 하나를 상징하는 말판을 살폈다. 텔드랏과 인접한 전선에는 모조리 텔드랏 출신 지원군이 배치되었고, 자유 무역 연합과 인접한 땅에는 자유 무역 연합 출신의 지원군이 자리잡았다.
전쟁이 끝나고 인간의 시대가 돌아오면 황폐화된 땅을 수복하게 되겠지. 저들은 그때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다시 마을을 세우고, 빈 땅에 사람들을 이주시키며, 그렇게 저 땅에서 비키지 않을 생각인 것이다.
항의? 가진걸 죄다 팔아먹은 몰락한 로드릭 왕가가 항의할 힘이 어디있겠나. 이 시대에 유엔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우 니글거려. 어우 세상에. 귀족 새끼들 역겨워서 진짜.”
“분명히 말했지만, 나는 식사를 끝내고 얘기하자고 했다.”
샬롯은 내가 도저히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아 치워둔 스프 그릇을 보며 말했다.
“일단, 이미 늘어진 전선을 다시 회복하는 것은 몇 배로 어렵다. 이미 그 사이 사이에 뮤트들이 자리잡은지 오래이며, 자칫 합을 잘못 맞췄다간 안그래도 얇은 전선이 더 얇아지며 전멸하는 지역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그러시겠지요. 원래 똥을 싸는 것보다 똥을 치우는게 몇 배는 힘들고 더러우니까.”
탁. 탁. 탁. 탁….
깊어가는 고민 아래, 킹스랜드에 자리잡은 로드릭의 말이 지도를 두드리기를 몇 분.
교수는 그대로 그 말을 품에 집어넣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갑시다.”
“가다니, 어디를 말인가?”
“어디긴요. 우리 국왕전하, 시오드 4세께서 계신 곳이지요. 아니, 애초에 왜 기사단장이 저 멀쩡한 성을 내버려두고 이런 냄새나고 습한 막사에서 작계도나 파고 있는겁니까?”
“….전하께서는 피냄새를 몹시 두려워 하신다.”
“….로드릭의 기사왕이?”
“어린 나이에 형제와 아버지 모두를 눈앞에서 여의신 분이다. 그리 색안경을 끼고 볼 것이 아니야.”
“아니…. 하, 뭐 그렇다칩시다. 아무튼 가자구요. 내가 이 참에 오묘하고 신비로운 성자님의 신성으로 국왕전하의 피 공포증도 치료해 드리지.”
아무리 생각해도, 그놈 말고는 이 상황을 타파할 방법이 없었다.
‘어쨌든 전장은 로드릭.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도 로드릭. 전선의 중심, 허리에 위치한 것도 로드릭이다. 왕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발언권이 없을 수가 없어!’
그놈을 어르고 달래서 어떻게든 전장을 호령하는, 가이낙스 반의 반의 반의 반 정도는 되는 왕으로 만들어야 한다.
제 발로 안나오면 틀어박힌 성을 박살내서라도.
그것 말고는 이 상황을 타파할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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