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end of the world, Cry Clear RAW novel - Chapter 361
Chapter. 16. 성자와 완성자(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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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교수’ 관찰 기록.]….왕성 입장 이후로의 관찰이 잠시 끊겼으나, 칩거해있던 시오드 4세가 전면으로 나선 것으로 보아 교수와 국왕간 비공식적인 만남이 있었던 것으로 추측.
킹스랜드 내성을 시찰하며 문제의 우선순위에 관해 고민하던 중, 손으로 흙을 파냄. 굳은 피와 섞여 찐득하게 눌어붙는 흙. 이후 그의 행동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 자해(自害)
* 분신(焚身)
* 전투(戰鬪)
1. 곧바로 병동을 향한 다음 여러 교단의 사제와 성기사들과 조우.
“라, 라투라, 로-하람! 빛을 인도하시는 분을 뵙습니다!”
“라투라, 어…. 엘-사미아? 자비에서 오신분들 맞죠?”
“예! 비록 반년 전부터 이곳에만 있었으나 성자님께서 성녀님을 위해 행하신 일들에 대해서는 익히 들었습니다! 자비의 성도로서 이루 말할 수 없는 은혜를-”
-으아아악! 아, 아파! 내 몸을 갉아먹고 있어! 잘라줘! 누가 내 발 좀 잘라줘! 아아아악!
“음. 환자들이 있으니 인사는 나중에 합시다. 우선 사람부터 살리고 봐야죠. 심약한 분들 있으면 잠시 뒤돌아주시고. 아, 거기 칼 좀. 잠깐 빌립시다.”
썩둑!
푸슈우웃!
“어….”
“어?”
푸슛- 후두두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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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서서서서서성자님! 파, 팔이!”
+ 추측. 자비의 성직자들 중 경악하는 이들이 7할, 광명의 성기사들이 있는 쪽을 돌아보는 이들이 3할. 교수가 자비의 칼을 빌려 팔을 잘라낸 상황이 그들을 향한 모함으로 이어질 것을 걱정하는 표정으로 보였음.
+ 교수는 무심한 것 보다는 섬세한 성격에 가까움. 그것을 기준으로 판단하건데, 은연중에 이런 반응을 즐기는 것으로도 보임.
“음? 아, 광명쪽 사람들이 아니라 아직 잘 모르시는구나? 어…. 대충 뮤트 감염증에 특별한 효능이 있는 피라고 보시면 됩니다.”
“피의 성사에 대한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런 식이라고는….”
“어, 어떻게 쓰면 되, 되는겁니까? 제단에 바치고 기도를 올리는….”
“아뇨? 심한 사람은 먹이고. 좀 덜한 사람은 발라주고. 감염증은 신체 말단부터 올라오니까 손끝 발끝에서부터 올라오는 식으로 발라주면 나을겁니다. 아, 병동 주변에는 빠짐없이 꼼꼼하게 뿌려주고.”
“이거 완전 이교도….”
“어허! 엄연히 ‘치유의 성사’입니다. 열린 마음으로 신문물을 받아들이시죠.”
이후 사제, 성기사들과 다소 소요가 있었으나, 병동을 시작으로 대장간, 창고, 막사, 식당등 인구 밀집지에 대한 ‘피의 성사’ 가 행해짐. 그는 마치 수계 마법사가 불난 집에 물줄기를 발사하듯 팔의 단면을 앞으로 쭉 뻗고 피를 뿌리며 돌아다녔다.
숲 주술의 전문가인 ‘노툼’의 첨언에 의하면 ‘트롤 의식과 다른 부분을 찾아볼 수 없다. 그웍’ 이라 함.
+ 전혀 다른 능력이 유사한 형태로 발전했다는 것은, 어쩌면 인간과 트롤사이에 외형적 차이를 제외한 근본적인 차이가 없음을 뜻하지 않을까. 어쩌면 엘프가 인간 사회에 녹아드는데 생각만큼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2. 분신(焚身)
치유의 성사 이후 해질녘. 교수와 나의 대화.
+ 옆에 사람이 있으면 그는 높은 확률로 먼저 말을 걸곤 함. 정보습득을 중요시하는 성격이 반영된 습관으로 추측.
“아무래도 부족한데.”
“피라면, 지금도 계속 뽑아내고 있지 않습니까.”
“아니, 피를 뽑아서 뿌리는 정도로는 부족해. 챔버 메이드가 곳곳에 뿌리를 내려서 그런가, 뮤트 피에 침식당한 범위가 너무 넓어. 그만큼 뮤트의 피가 많으니까 내 피도 많이 뽑아낼 수 있지만, 이런 속도라면 3주는 내리 피를 뽑아내야 킹스랜드가 감염의 위험에서 해방될거야. 감염이랑 별개로 내성 전체가 내 피로 찐득거리게 될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치료제로서는 효과적이지만, 예방책으로는 다소 부족하다는 말이군요.”
“그렇지. 이래서는 킹스랜드를 떠나기가 좀 그런데….”
“굳이 뿌리지 말고, 그냥 피를 뽑아내는 것에 집중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응? 뭐, 포션처럼 많이 비축해뒀다가 보급품으로 지급하는거? 그것도 괜찮긴 한데….”
“아니, 말 그대로 그냥 뽑는 행위에 의미를 두는겁니다. 지금 교수의 발밑만 봐도 다른곳보다 현저히 건조한 것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당신의 재생은 뮤트의 피를 소모하니.”
“….괜찮은데? 피를 뽑아낸 만큼 근처 뮤트의 피를 소모하니까, 아예 소모를 늘린다…. 중화시키는게 아니라 아예 사용해서 소모해버린다라…. 괜찮네. 이거 진짜 괜찮네. 어어, 고맙다 이드라실! 좋은 생각이 났어!”
아이디어를 수용한 교수는 피를 더 뽑아내는 대신, 화장터로 이동함.
“오오오…. 라투라, 피의 성자시여. 아직도 그렇게 돌아다니시다니, 타인을 위해 고통을 감내하는 그 모습은 그야말로 종교인의 귀감과도 같은 모습이로군요….”
“라투라, 형제님. 어디보자…. 불의 세기를 보니까 그냥 불이 아닌 것 같은데…. 아, 게르마탈! 잠깐 나 좀 봅시다!”
“살라딘인가. 미안하지만 우리도 하루 종일 대지의 정을 쏟아낸터라 조금 휴식을 취해야한다.”
“잠깐이면 돼, 잠깐이면. 당신네 불, 웬만해선 안꺼지지?”
“녹은 바위와 쇠가 흐르는 대지 깊은 곳에서 만들어진 정수다. 호롱불 따위에 붙이는 동물 기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지. 마법적, 혹은 다른 신비와 관련된 힘으로 억제하지 않는 한 꺼지지 않는다. 그걸 알기 때문에 눌락에게서 우리를 요청하지 않았나?”
“좋아…. 아주 좋아….! 그럼 이거 한 통만 빌립니다!”
촤아악!
“….살라딘?”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성자님, 어쩌다 그렇게 젖으셨…. 이, 이 냄새는? 성자님! 이쪽으로 오시면 안됩니다! 위험합니다!”
“아아, 놀라지 마세요. 성자가 행하는 일이라는게 범인의 눈에는 좀 위험해보이기도 하지만, 다 뜻이 있는겁니다.”
“그레고리우스님! 누가 가서 성기사단장을 불러주시오! 엘프! 그대는 성자님의 동료가 아닙니까! 가서 말려 주십시오!”
+ 그 당시, 나 또한 꽤나 감정적으로 동요한 상태였음. 그것은 놀란 성직자와 같은 이유가 아니라, 저 무식한 행동의 시발점이 나의 건의였다는 것에 꽤나 큰 충격을 받았음. 어쩌면, 나는 일반적인 ‘인간’을 배우고 있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후우, 후우우…. 조, 좋아. 간다아아….!”
“아이고, 성자님! 가긴 어딜 가십니까!”
“….후으으읍! 어린이와 임산부, 노약자는 시청을 자제해주세요-!!!”
타닥!
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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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륵!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으악! 우아아아아아악!』
“이, 이럴수가! 성자님께서, 빛의 대리인께서 스스로를…. 화형에 처하셨어!”
“서, 성자님이 빛으로 우화하셨다아아아아!!!”
“으아아아아아! 성자님! 성자니이이임!!!”
커다란 장작더미 위에서 괴성을 지르는 인간 형태의 불덩어리와, 주변의 땅에서 살아있는 것처럼 넘실거리며 그를 향해 다가가는 뮤트의 핏줄기.
화상을 통해 소모된 그의 몸을 재생하는데는 많은 뮤트의 피가 소모되었으며, 행위 자체의 괴악함을 제외하고 본다면 실로 대단히 효율적으로 인근에 스며든 뮤트의 피를 제거하고 있었음.
“교수. 그건, 의도한 것이 맞습니까?”
“아으으…. 오오오오…. 뭐, 뭔가 되어버린 느낌이야….!”“….굳이 이런 방법을 써야 했습니까?”
“효과 죽이잖아! 이제 신경이 다 녹아서 아프지도 않다! 감각이 없어서 걷는 것도 어색하지만! 아무튼 이거면 킹스랜드 전역은 물론, 성벽 인근에 뮤트 혈액까지 싹다 제거할 수 있겠지!”
“나는 인간을 배우기 위해 당신을 관찰하고 있습니다. 되도록, 인간으로 남아주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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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는 전신이 활활 타오르는 그 상태로 밤새 수도 전역을 배회하였음. 성자가 또 무언가를 한다는 소리에 마중나온 시오드 4세는 그 모습을 보고 그대로 혼절했으며, 수십번의 사선을 넘고 가장 절박한 상황에도 수도를 포기하지 않던 역전의 병사들도 혼절하고, 사람이 불탄다는 말에 헐레벌떡 뛰어나온 병동의 사제들도 혼절했다.
가장 독실한 광명의 성도들만이 수도를 배회하는 불덩이의 뒤를 따르며 기도문을 외웠다. 아직도 킹스랜드 곳곳에 교수의 시커먼 발자국이 남아있음.
3. 전투(戰鬪)
대앵-! 대애앵-!
뿌우우우우우-
“습격이군요.”
“그러게. 적의 공세가 불규칙하다고 하더니, 진짜 아무 전조도, 진형도 없이 그냥 들이닥치네.”
“….불, 꺼드립니까? 꺼지지 않는 불이라곤 해도 다른 신비의 영향은 받는다고 하니, 물의 정령 정도면 끌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어…. 아니. 뭐 해보고 싶은 게 생겼어. 이대로 나갈래.”
“….그 상태로?”
….농담인줄 알았으나, 성벽 위에서 적 병력이 정예 하나 없는 저급 뮤트로 구성된 대규모 물량 공세임을 확인한 교수는 그 상태 그대로, 수도 정화….에 힘쓰던 불타던 상태 그대로 성벽을 넘어 돌진.
전투는, 교수라는 인간이 뮤트라는 종족에 있어 철저한 상극임을 되새기는 자리라 할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콰아앙!
화르륵!
“크하하하! 광명에서는 사망과 화장을 동시에 치러드립니다!”
평소와 달리 전투가 대단히 조잡하고 엉성한 것. 움직임이 굼뜬 것으로 보아 그의 말처럼 신경이 다 녹아버린 것으로 보임. 중요한 전투에서 사용하기 힘들고 지나치게 소모가 많은 전투방식이나, 오히려 그 많은 소모가 역으로 장점이 되어 대(代) 뮤트전에 있어 전장의 오염을 방지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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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락. 팔락. 팔락-
“이 뒤쪽은 아직 기록이 안된 것인가?”
“지금 막 기록하던 차에 당신이 방문했습니다.”
“그런가. 방해해서 미안하군.”
팔락. 팔락-
그레고리우스는 이드라실이 건넨 그녀의 ‘관찰일지’를 살펴보며, 매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중요한 자료를 건네주어서 고맙다. 성자님께 듣기로는, 너희 엘프 일족이 인간을 배우기 위한 자료로 만들어졌다고 들었는데.”
“고작 이런 글 따위로 ‘인간’을 배울 수 없음을 깨달아, 이 기록의 목적성은 사라졌습니다.이제는 나의 개인적인 취미일 뿐.”
“취미라…. 아무튼, 귀한 자료를 공유해주어 고맙다. 성자님의 행적에 대한 자세한 자료가 필요했는데, 아무래도 그분은 광명의 도구들이 그분을 섬기는 것에 다소 거부감을 느끼는 경향이 있어서 말이다.”
“….뭔가 착각하고 있군요, 성기사. 지난번 삽화를 건넨 것은 그것을 세계 곳곳에 숨어든 엘프에게 전하는 내 목적과 부합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지금의 기록은 어디까지나 제 개인의 일기이니, 이것을 당신에게 드릴 이유가 없습니다.”
엘프다운 가벼운 손놀림으로 그레고리우스의 손에서 수첩을 빼앗아든 이드라실은, 그것을 그레고리우스의 눈앞에 흔들며 말했다.
“….합당한 대가를 치른다면 모를까.”
“엘프의 거래라. 인간을 배우기 위해 세상에 나온 엘프답군. 대가라면, 역시 엘프에 대한 처우 개선에 관한 것이겠지? 좋다. 나 또한 광명의 성기사단장으로서 제법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편이니, 성자님의 밀착 관찰기록에 대한 대가로 그것을 지불할 용의가-”
탁-
“그런 것보다, 돈으로 받고싶습니다.”
이드라실은 악수하듯 내밀어진 성기사의 손을 밀어내며 복귀 준비에 한창인 비공정을 바라보았다.
『어어이~ 이드라실! 빨리 타라-! 시간없어!』
이쪽이 보는 것을 느꼈는지 팔을 흔들며 재촉하는 교수의 모습.
어디선가, 사용되지 않는 지식은 죽은 지식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기록을…. 돈을 받고 팔겠단 말인가?”
“그렇습니다. 교단 채권 말고 현금으로. 기왕이면, 어느 지역에서나 비슷한 가치를 지니는 제국 은화로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교수’라는 인간을 보고 배운 것. 언제나 두 번 생각하고 움직이며, 늘 생산적으로 움직일 것. 과정이 정도에서 벗어날 지라도 양심의 테두리 안쪽이라면 괜찮다는 것.
“우리 종족은 곧 숲을 나올 것입니다. 문화적 차이와 미처 바뀌지 못한 인식으로 인해 우리는 인간과 많은 마찰을 빚게 될 것이며, 제 경험상 인간 사회에서 대부분의 갈등은 금전을 통한 해결이 가능합니다. 나는 엘프가 인간을 배우게 하기 위해 세상에 나왔고, 지난 여행을 통해 엘프들이 인간 세상에 나오지 않고는 인간을 배울 수 없음을 깨달았으며, 그들의 정착과 갈등 해소를 위해 많은 금전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엘프가 인간들 사이에 정착하기 위한 돈이 필요하다….”
“예. 그러니, 나는 당신과의 작은 갈등을 감수하고서라도 이 기록을 다소 비싸게 팔 생각입니다.”
“….너는, 인간을 정말 많이 배웠군.”
그레고리우스는 이드라실의 손에 쥐어진 교수의 기록과 그녀의 무표정한 얼굴, 그리고 노먼 대주교의 이종족 친화 정책을 떠올렸다.
『야-! 이드라실! 빨리 타라고-! 앞에 그레고리우스냐-? 너 이새끼 거기서도 같이 대려가달라고 조르고 있지! 이드라실 안 놔주면 다음번 화염의 성사에는 너도 동참 시킬거다-!』
그레고리우스는 천연덕스럽게 거래를 제안하는 엘프의 모습에서 저 멀리 계신 성자님의 흔적이 묻어남을 느꼈다.
“….하긴. 그렇게 오래 빛의 곁에 머물렀다면, 엘프에게도 광명의 은혜가 닿을 수밖에 없겠지.”
철그럭 철그럭-
달칵.
그레고리우스는 갑옷 안쪽에서 금속 인장 같은 것을 꺼내, 돈을 요구하는 이드라실의 손 위에 올려주었다.
“당장은 현금이 없어서 거래의 징표만 남기는 것으로 하지. 정산은, 앞으로도 성자님 곁에 머무를 네가 그분의 여정을 끝까지 기록한 후 그때 하는 것으로 한다. 동의하나?”
“….완성본이라면 얼마나 받을 수 있습니까.”
“네가 원하는 만큼. 우리는 성전을 가치로 계산하지 않으니.”
….사각 사각-
“원하는, 만큼, 지불하겠다…. 여기, 서명을. 미리 말씀드리건데, 저는 목적을 위해 다소 양심을 저버리는 것도 배웠습니다.”
“그러지. 성자님의 보필을 부탁하겠다, 엘프.”
“….그건 부탁하지 않아도 할 일이었으니 기록하진 않겠습니다, 성기사.”
타닥!
그레고리우스의 서명을 받자 이드라실은 제 볼일은 다 끝났다는 듯 비공정을 향해 달려갔다.
“….라투라.”
끝내 보좌하겠다는 그와 성기사단을 킹스랜드에 남겨놓고 떠나가시는 성자님.
말로는 복귀하는 비공정을 타고 정찰이나 한번 해야겠다고 하셨으나, 동료를 다 데려가시는 것을 보면 또 혼자서 무엇을 하실 계획이 있는게 틀림 없었다.
“큰 빛의 행보를 어찌 나 같은 잔불이 가로막으리.”
이번 킹스랜드에서의 사건으로 느꼈다. 그로서는 성자님의 큰 뜻을 헤아릴 수 없음을. 각 교단의 사제 백여명으로도 해결하지 못하던 킹스랜드의 감염 문제를 단 3일 만에 단신으로 해결한 저분의 능력과, 그것을 위해 스스로를 불구덩이에 내던지는 각오까지.
불타는 성자님에게 물을 끼얹으려던 그레고리우스를 차분하게 말리던 엘프의 손길에서 깨달아버린 것이다. 아, 나는 저분을 보좌할 수 없구나, 하는 것을.
“로 하람께서 성자님을 택한 것처럼, 저들 또한 성자님을 이해할 수 있는 자들이기에 그분의 도구로 선택받은 것이겠지.”
그레고리우스는 스스로의 부족함에 아쉬움을 느끼며, 멀어져가는 비공정에서 눈을 돌렸다.
물론, 교수 일행이 들었다면 ‘우린 살기 위해 저 미치광이에게 익숙해진 것 뿐이다!’ 라며 쌍욕을 퍼부었을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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