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end of the world, Cry Clear RAW novel - Chapter 365
Chapter. 16. 성자와 완성자(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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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우우우우우-
절뚝- 절뚝- 절뚝-
바깥은 누구 하나 빠짐없이 바쁜 사람들로 어지러웠다.
병사들은 비공정 착륙할 공터를 만든다고, 착륙하고 나서는 끝없이 쏟아져나오는 보급품을 분류한다고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으며.
임시 사령관을 맡은 기사와 기타 귀족들은 보급품 대금에 대한 차용증을 어떻게, 누가 서명하고 책임져야 할지에 대해 머리를 싸매고 토의하고 있었다.
배를 향해 다가가던 중, 짐을 옮기는 병사들 중 익숙한 두 사람의 목소리도 들렸다.
“토드. 내가 죽다 살아난 놈들한테 들었는데 말이야. 진짜 생사의 경계에 도달하면, 막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안 되는 상황에서 꿈을 꾼다고 하더라고.”
“이거 꿈 아닙니다, 백부장님.”
“그러지 말고 뺨 한 대만 때려줘 봐. 저만한 배가 하늘에서 내려왔는데, 이게 진짜일 리가 없잖아? 아무래도 내가 전투 중에 뭐가 잘못됐나 봐. 그 멧돼지 같은 뮤트한테 크게 받혔거나, 피를 너무 많이 흘렸다거나. 지금쯤 내 몸은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병상에 누워있을 게 틀림없어.”
“꿈 아니라니까요! 제가 밥 받으러 갔다가 배식하던 놈이 스프 엎은 거에 데어봐서 압니다. 진짜예요, 진짜. 황금 상단에서 하늘을 나는 배를 만들었답니다.”
“아잇, 이 놈이 정말! 꿈속에서까지 말을 이렇게 안 들어서야! 때려 달라고! 내 병상에서 일어나면 자네에게 가장 먼저 고맙다고, 생명의 은인이라고 할 테니까! 깨워줘! 깨워줘어어!!!”
“….거, 사람 폭력적으로 만드는 것도 참…. 기술적이십니다!!”
-짜아아악!
쿠당탕탕!
‘그러고 보니 저 친구들에게 인사 정도는 하고 가야겠군.’
비공정으로 가는 길을 슬쩍 틀어 그쪽으로 향하니 서로 언성을 높이던 두 사람의 시선이 이쪽으로 향하는 게 보였다.
“….행운아?”
“어, 뭐야! 행운아 네가 여기 왜 있-”
“아이고오~! 그 동안 신세 많이 졌수다, 백인장님, 십인장님! 가기 전에 인사나 좀 하려고 들렀지요.”
“….갈 길? 설마, 벌써 마법사님한테 가는 건가? 아이고, 이 사람아! 좀 회복이라도 하고 가야지! 당신 불 마법사들이 어떻게 수련하는지 못 들었어? 산 사람을 불구덩이에 처넣는다니까! 살면 마법사, 죽으면 그대로 장례식이야! 기껏 살아남은 목숨 곱게 써야지!”
“아, 마법사. 그러고 보니 당신 둘, 가드 하고 싶어 했지? 음…. 내가 딱히 가드가 필요하진 않아서 그건 좀 어렵겠고. 마음 같아선 따로 소속을 옮겨주고 싶은데, 이곳 헤델른이 그나마 버틴 게 당신들 같은 베테랑 숙련병들 때문이라 여기서 따로 빼가기도 좀 그렇고. 사례라고 하긴 좀 그런 물건이지만, 이걸로 때웁시다.”
우득!
뚜둑!
갑자기 말투가 변한 내 모습에 의아해하던 둘은, 이어진 나의 행동에 입을 딱 벌리고 말았다.
“으, 으아아악! 해, 행운아가 미쳤다!”
“이, 이놈이 자기 손가락을…. 뜨, 뜯어냈어!”
“이거, 선물.”
“심지어 선물이랍니다!”
“어서 병동으로 데려가지! 혼자 살아남은 충격에 그만 미치고 말았나 봐!”
“자자, 사양하지 말고 받아가쇼. 교단에서 기를 쓰고 수집하는 물건이거든? 이거 자알~ 들고 가서 ‘주인 되시는 분이 선물로 주셨습니다~’ 하면 아마 크게 보상해줄걸? 보직 변경 정도는 가능할 겁니다.”
“어, 어어….”
“언젠가 또 살아서 만납시다. 럭키가이, 아웃.”
탁탁.
붕대 감긴 큼지막한 손으로 두 사람의 어깨를 두드려준 교수는, 넋이 나간 두 사람의 품에 잘린 손가락을 하나씩 안겨준 다음 그대로 둘을 지나쳐 비공정을 향했다.
“마, 말려야 하는 것 아닙니까?”
“말려야지…. 몸도 마음도 온전치 못한 친구가 저 귀한 하늘 배에 갔다가 무슨 곤욕을 치를지도 모르는데….”
분명 머리로는 말려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데, 저 당당한 말투와 걸음걸이를 보니 왠지 모르게 저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깐만. 당당한…. 걸음걸이?’
그러고 보니 저 녀석. 언제부터 다리를…. 절지 않았지?
-떨그럭
그들에게 다가올 때는 탁, 탁 하는 목발 짚는 소리가 지금은 들리지 않고 있었다.
목발에 의지한 절뚝임은 어느새 힘찬 걸음이 되어있었으며. 나아가는 그의 뒤로 버려진 목발이 땅에 구르는 소리가 들렸다.
척! 척! 척! 척!
““라투라!””
““라투라””
그런 그의 앞길을 따라 좌우로 사열하는 성기사들. 그들의 예우를 받는 모습도, 신성한 휘광 속에 피투성이 붕대를 훌훌 풀어버리고 건네받은 수건으로 몸을 닦는 모습도, 기사단장으로 보이는 이가 공손히 두 손으로 내민 법복을 받아 입는 모습도 너무나도 자연스러워 보였다.
성기사들 사이로 들어갈 때는 분명 외발의 화상투성이 행운아였건만. 그 끝에 닿은 비공정의 경사로로 나온 인물은 그들이 알던 행운아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저, 저거…. 그 사람 아닙니까? 그, 병동에 있던 사제들이 돌려 보던….”
“마, 맞는 것 같은데….”
24시간 죽을 것 같은 얼굴로 돌아다니던 사제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던 날. 꼬깃꼬깃한 종이뭉치를 돌려보는 모습에 여자 그림이라도 되는 줄 알았건만, 그들이 흔쾌히 내어준 것은 예쁜 아가씨의 그림이 아니라 건장한 사내만 가득한 그림들이었다.
누군가의 일대기를 그린 그림들. 사제들이 말하길, 이 성전의 가장 위태로운 곳에서 길을 밝히고 있는, 교단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이의 위업에 대한 그림.
“그놈이…. 과, 광명의 성자님이셨다고?”
순간, 후광과 함께 비공정 위로 오르던 그와 찰스의 눈이 마주쳤다. 분명 그렇게 흉하게 녹아내린 얼굴이었건만, 흉터 하나 없는 얼굴의 성자는 보고도 믿을 수 없었던 그에게 확신을 주듯, 슬쩍 엄지를 치켜세우며 배 안으로 들어갔다.
꿈이라도 꾼 것처럼 순식간에 지나간 상황.
“토, 토토토토드! 나, 뺨 한 대만 때려봐라! 쎄게! 젖먹던 힘까지 다해서!”
비공정보다 더 비현실적인 상황에, 찰스는 토드에게 아까와 같은 주문을 할 수밖에 없었다.
넋이 나간 두 사람의 손에 남은 피투성이 손가락 두 개만이 요 며칠간의 해프닝이 꿈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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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okass : 카이저 소제! 카이저 소제!
– 흥안만두 : 절름발이가 성자야!
———
….저질러버렸다. 아아, 저질러버렸어. 그냥 가려고 했는데, 막 달려나오는 성기사들이랑 뒤에 남은 헤델른 – 덤 앤 더머의 눈빛을 본 순간 참을 수가 있어야지.
막 비공정 안으로 들어오기 전, 내가 준 손가락을 혐오스러운 물건처럼 받아든 찰스가 홀린 듯 그것을 품에 넣는 모습을 보니 그렇게 만족스러울 수가 없었다.
확실히 헤델른의 병력은 전반적으로 질이 좋았다. 쾨른이나 올페아도 이런 상황이라면, 생각보다 보병 전력의 힘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 takealook : 재미는 있었는데, 거기서 그래도 되는거임? 좀 아는 사람들이 조금만 찾아보면 병동에 있던 환자가 알고보니 ‘그’ 성자라는걸 알게 될 텐데.
–
– professor : 알겠지. 그렇게 많은 병사들이 봤는데. 특히나 이쪽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쾨른의 사령관님들은 더욱이 알게 되실거고.
– takealook : 보여준거야?
– professor : 의도치않게 성기사들이 오는 바람에 꽤 거창한 모습이 되긴 했지만, 일단 내가 여기 있었다는 것을 알려준 것은 맞지.
– Jokass : ….혹시 너도 천류제랑 같은과냐? 아르갈리안 소드랑 그렇게 뜨고 싶었어? 사람이 경지에 오르면 그런 욕구가 막 생기나?
– professor : 미쳤냐. 그 핵폭탄 같은 인간이랑 맞붙게. 어디까지나 이번 암살의 추가목표, ‘사령관 겁주기’의 일환이야.
———
사실 아르갈리안 소드가 없었으면 이런 복잡한 수단을 쓸 필요도 없었다.
진짜로 사령관들을 다 죽여버리면 되거든.
설득할 필요도 없고,
타국의 군대인 만큼 지휘권을 홀라당 먹을 수는 없지만, 죽은 놈 대신해서 새로 부임한 사령관은 아무래도 그 자리에 어울리는 놈이 될 때까지 좀 버벅댈 수밖에 없으니까.
싸그리 죽여버린 다음 붕 뜬 사령관 자리를 야금야금 파먹으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 서부전선 어딘가에는 ‘절대 싸우면 안 될 인물 1호’ 님이 돌아다니고 있으며, 발등에 불이 떨어진 귀족들이 신성이든 마법이든 사용해서 ‘아갈님! 붉은 뮤트가 우리 다 죽인다!!!’ 같은 소리를 꼰질렀을 테니 더 이상의 암살은 불가능.
죽일 수 없으니 놈들이 자의로 권력을 놓게 해야 하는데, 또 그렇게 하기엔 지금 조성된 공포가 조금 부족한 감이 있었다.
그래서, 약간의 위험을 감수하고 ‘붉은 뮤트 암살 위협’에 조미료를 조금 쳤다.
[왠지 광명 교단이 연관된 것 같음!] 이라는 고급 조미료를.남들보다 머리 두 개는 더 큰 키에, 다리 한 짝은 없고 온몸에 붕대를 두른 환자. 이건 뭐 도화지에 떨어진 잉크 수준으로 눈에 띄는 인물이 아닌가.
나를 병동에 데려다준 찰스, 토드 둘을 포함해 병사들 중 ‘….절름발이가 성자?’ 라는 것을 눈치챈 이가 꽤 될 것이다.
전장의 병사들이란 시간만 나면 이빨을 까는 존재들이니 이 소문은 금방 퍼질 것이고. 암살 전날 부상병으로 실려 온 환자가 성자였다는 것도 알려지고.
붉은 뮤트의 암습.
당일 아침 숨어든 광명교단 성자.
물증이랄 게 없으니 상극인 둘을 연관시키는 게 쉽진 않겠지만, 묘한 느낌의 심증 정도는 남기게 되는 것이다.
내가 할 일은 거기에 쐐기를 박는 것이고.
“….어디, 나도 교단의 위세라는 걸 한 번 제대로 써보긴 해 봐야지. 내가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니고, 뒷배가 없는 것도 아닌데.”
“음? 방금 교단에 대해 말씀하시는 것을 들은 듯하온데….”
“아, 그…. 잘 와주셨다고. 안 그래도 일이 좀 애매하게 풀렸는데, 배에서 성기사들이 우르르 내리는 순간 꽤 좋은 생각이 났거든.”
킹스랜드를 지키라고 했던 이놈들은 또 어떻게 왔나 했더니, 저번에 내가 개인적으로 신성통신을 이용하여 ‘이단 척결’을 입에 담은 게 그레고리우스에겐 퍽이나 감명 깊었다고 한다.
대주교가 그레고리우스와 성기사들에게 내린 명령은 오직 하나, ‘성자님 보호’였다. 킹스랜드나 로드릭의 보호가 아니라.
당장 ‘성자님이 또 이단을 격퇴하러 사선을 넘으신다!’ 같은 생각이 든 그레고리우스는 마음이 급해졌으며, 새벽같이 성기사단을 집합시킨 그는 뮤트가 득실거리는 평원을 뚫고서라도 헤델른으로 향하려 말 위에 오르던 중, 꽤 괜찮은 생각이 떠올랐다고 한다.
성자의 위기라면, 지금쯤 아에드란에 있는 비공정의 일정을 다소 앞당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말이다.
그리하여 그레고리우스는 비공정에 있는 지인에게 신성통신으로 연락하고, 비공정은 80% 정도에서 선적을 멈추고 즉시 킹스랜드로 비행, 성기사단을 태우고 헤델른으로 날아왔다는 게- 그레고리우스의 설명이었다.
“[지인]이라…. 이드라실? 그레고리우스? 언제 둘이 그렇게 교분을 나누셨나?”
“필요에 의한 교류가 있었습니다. 광명교단은 과거 이종족 차별의 중심이었으며, 지금은 이종족 친화 정책의 중심입니다. 광명 쪽 인사와의 친분은 세상에 나온 엘프인 저에게 있어 꽤나 중요한 관계 형성으로 판단되었습니다.”
“교단이 이종족과 관계 개선을 추구하니, 성기사단장인 제가 솔선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그레고리우스가 말한 비공정의 ‘지인’이라는 게 엘프 이드라실인 것에 대해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지만. 스토커끼리 통하는 게 있나?
아무튼 ‘아르갈리안 소드’라는 이름의 지뢰밭 위를 걷는 것만 빼면 [연합군 암중에 지휘하기]는 꽤 잘 진행되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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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델른에 보급을 내리고 이륙한 지 세 시간. 내가 없는 사이 정상화된 킹스랜드와 헤델른 인근에 이상할 만큼 습격이 줄어든 것에 힘입어 다른 용사파티가 헤델른과 킹스랜드 사이의 챔버 메이드를 격살했다는 유용한 보고부터, 이드라실이 광명에 기증한 그림들이 교단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세계 곳곳으로 퍼지고 있다는 등의 쓸데없는 보고를 듣는 사이.
찌릿!
“음? 마력?”
“교수, 자네도 느꼈나?”
“예. 오트만님도?”
묘하게 간질간질한 감각이 느껴져 오트만을 돌아보니, 오트만 역시 느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선실 밖으로 나섰다.
벌컥!
벌컥! 벌컥!
“아이구우우- 누가 우리 귀여운 하늘집에 마법을 들이대는거야아-”
“오옴…. 태워주는 조건으로 착하게 굴겠다고 약속했거늘…. 이런 경우에는 우리가 참지 않는 게….”
선실 밖으로 나오니 다른 마법사들도 전부 선실 밖으로 나오는 게, 아마 대부분 같은 것을 느낀 모양이다.
내가 밖으로 나오자 마침 찾고 있었다는 듯 뛰어다니던 선원 하나가 내 쪽으로 달려왔다.
“성자님! 지금 좀 나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벌써 쾨른 다 왔어요?”
“예! 지금 쾨른 쪽 마법사들이 비공정을 향해 마법 수십 개를 띄워놓고 메시지를 보냈는데, [연합군 중심지인 쾨른의 보호를 위해 도시에 출입하는 자들의 신원을 확인하겠다. 요구에 따르지 않으면 그대로 파괴하겠다] 고….”
“조건이라면?”
“비공정은 저들이 지정한 곳, 성 밖에 착륙시키고 탑승 인원에 대해 연합군 쪽에서 자체적으로 조사를 실시하겠답니다!”
“븅신들이 되도 않는 짓을. 그거 다 구랍니다. 애초에 텔드랏 원정군 사령관이 저기 있는데 텔드랏의 비공정을 어떻게 떨궈. 그거 보상하려면 삼 대가 아니라 삼십 대(代)가 노예처럼 벌어도 모자라겠구만.”
비공정이 빠르긴 빠른가 보다. 헤델른 떠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쾨른인지.
“그, 그래도 저들의 태도가 많이 공격적이었습니다만….”
“그럴 수밖에 없겠죠. 지들이랑 같은 사령관이 떼죽음 당한 도시에서 날아왔는데. 일단 내려가서 얘기하죠.”
선장과 선원들은 쾨른 성벽 위에서 금방이라도 쏘아낼 듯 번쩍거리는 마법에 겁을 먹은 눈치였지만, 내가 보기에는 독이 잔뜩 오른…. 햄스터? 쥐며느리? 그런 것을 보는 느낌이었다.
‘어이구, 잔뜩 쫄았네 잔뜩 쫄았어.’
아주 날을 바짝 세우고 누구라도 걸리기만 하면 가만 안 두겠다는 듯한 움직임.
내 생각보다 쾨른의 사령관들이 더욱 겁을 집어먹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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