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end of the world, Cry Clear RAW novel - Chapter 369
Chapter. 16. 성자와 완성자(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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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컹 덜컹 덜컹 덜컹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마차의 진동과 규칙적인 말발굽 소리.
“….그리하여, 위대한 광명께서는 이 세상을 밝히는 빛이 그분이라 천명하셨으며-”
고장난 라디오처럼 흘러나오는 그레고리우스의 목소리.
따사로운 햇살과 나른한 오후.
그것은 마치 고된 행보를 이어가는 성자에게 편안한 낮잠이라도 주고자 하는 세계의 의지처럼 보였으며, 그런 분위기 속에 교수는 오랜만에 아무 걱정도 없이 낮잠을 즐길 수 있었다.
“어으…. 으어어….”
“아, 아대…. 아드에……”
“음? 그레고리우스 형제. 성자님께서 방금 뭔가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쉬이이. 꿈이라도 꾸고 계시는 모양이오.”
꽁꽁 묶인 채 뒤척이는 성자와 그것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기사단장.
말을 몰던 성기사도 그 모습에 덩달아 미소지으며, 혹여 성자의 오침에 방해될까 말을 천천히 몰기 시작했다.
“시성을 받으러 가는 길에 꿈이라…. 어떤 상서로운 계시가 아니겠습니까?”
“라투라. 어쩌면, 벌써 로 하람과 말씀을 나누고 계실지도 모르지요.”
마침내 성자께 제대로 된 영광을 드릴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찬 두 성기사.
그들이 생각한 것처럼 교수는 꿈을 꾸고 있었다.
“어우아아…. 다아…. 무으이으 하으아….”
『— —-수. 이—- 졌—-』
“으…. 이러 미치….”
『—줘요? 분명— 좋—할거라—-』
“아이아…. 그어…. 아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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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이이잉-
철컥!
“어때요? 수술이 잘 끝나서 이젠 3단 합체도 가능한 초-메카 스피드 웨건으로 거듭났어요. 돔의 기술은 정말 대단하죠?”
“으아아아악! 이, 이 미친놈들이 너한테 무슨 짓을 한거야아아아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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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굉장한 꿈이었지만.
“으, 으아아악!”
벌떡-
콰직!
“성자님? 무슨 일이십니까!”
“어, 어어어어…. 다나가, 다나가 변신을…. 마천루 위로 날아오르며 융단폭격을….!”
“진정하시지요. 그간 많이 피곤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리 꿈을 꾸시는 것을 보면.”
“어…. 꿈?”
그제서야 교수는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고풍스러운 교단의 최고급 사두마차. 버프를 얼마나 받았는지 몬스터처럼 벌크업한 백마 네 마리. 마부석에서 그와 눈을 마주하며 가볍게 손을 모으는 성기사와 마차 지붕을 뚫고 나온 그의 머리.
저도 모르게 일어나며 마차를 박살낸 교수가 들어오자, 그레고리우스는 들고 있던 교전을 덮으며 웃는 낯으로 그의 성자를 맞이하였다.
“대단한 꿈을 꾸신 듯합니다. 그리 놀라신 것을 보면.”
“어, 음…. 굉장했지. 하, 하하하…. 정말 말도 안 되는 꿈이었어.”
“무릇 위대한 존재는 꿈을 통해 미래를 엿보기도 한 경우가 많습니다. 성자님께서는 광명에 가장 가까운 분이시니, 어쩌면 꿈을 통해 상서로운 미래를 예지하신 것이 아니겠-”
빠악!
그리고, 그레고리우스의 평화로운 얼굴에 분기탱천한 성자의 박치기가 작렬했다.
다각 다각 다각 다각
마차를 몰던 성기사는 평화로웠던 마차 안이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지는 것을 들으며 작게 미소지었다.
[성자님! 나쁜 꿈이었다면 더욱 허투루 대하시면 안 되옵니다!]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마라! 그게 예지몽이면 나 안 나갈 거야! 뮤트 안 잡아!] [성자님! 부디 그 내용이라도 말씀해주시면 제가 해석을-]“하하하하. 라투라. 그레고리우스 형제와 성자님은 정말 격의 없는 친분을 쌓으셨군.”
뒤에서 마차가 박살 나는 소리가 들려왔으나 훈련받은 성기사의 평정심을 흔들지는 못했다.
다각 다각 다각 다각
성자를 태운 마차는 소란 속에 본단의 입구로 들어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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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세상에. 개꿈도 뭐 그딴 개꿈을….”
갑자기 왜 그런 꿈을 꾸었는고, 하니.
아무래도 마차를 타고 오는 한가한 시간 동안 잡생각을 좀 많이 해서 그런 것 같았다.
다나 엘리샤 히아신스. AKA, 스피드 웨건.
그녀와 나의 관계를 표현하자면 황무지 식으로는 ‘당장 결혼해도 이상할 것 없는 연인’ 이며, 구시대 식으로 표현하면 ‘썸’ 정도라고 볼 수 있겠다.
둘의 차이가 극명한 이유는, 시대상에 따라 사람들의 연애관도 달라지기 때문이지.
매일 같이 생사의 위협을 넘나드는 삶 덕분에 사람들은 24시간 징검다리 효과 속에 살고 있으며.
언제 죽을지 모르는 환경은 동물적인 번식 본능을, 누구나 허무하게 죽어 나가는 상황 속에 ‘세상에 나의 흔적을 남기고 싶다’ 는 욕구를 자극해 당사자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진도를 빼게 된다.
대충 황무지에서 ‘연인’ 이라고 하면 이성이 불렀을 때 총을 챙기지 않을 정도의 관계다. 그쯤 되면 같이 살기도 하고. 더욱이 돔이라는 집단은 출산 장려에 정말 진심이라 시장에서 피임 도구를 팔던 상인을 잡아다가 45일 노역형에 처할 정도라 같이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가정을 이루고, 그렇게 정착하게 되는 것이다.
놀랍게도 현세대의 관점에서 보면 이성 관계에 있어서는 ‘노루Drug해요’씨가 ‘스피드 웨건’ 씨보다 훨-씬 건전하고 정상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는 게- 우리네 황무지라는 말씀.
….그런 관점에서 보면, 주변 사람들이 나와 다나 사이의 어색함에 답답해 죽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는 있었다.
* 잘 아는가?
멸망 초창기부터 거의 7년 넘게 인터넷 친구로 살아왔다. 당시 생존자란 모조리 우울증에 반 정신병자다 보니 서로 하소연이란 하소연은 다 한 관계. 어쩌면 기억력이 좋은 다나 쪽이 나에 대해 더 잘 알 수도 있다.
* 싫은가?
미치지 않았다면 다나 같은 여자를 싫어할 수 있을 리가 있나. 예쁘지, 능력 있지, 잘 이해해주지, 말도 잘 통하지…. 이게 싫으면 정상적인 관계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이상성욕자다.
* 그럼 왜 시발 같이 안 살아서 주변 사람 복장 다 터지게 만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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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어어….기서 막힌다.
아나야를 그렇게 떠나보내고 난 뒤로, 나도 여러모로 생각이 좀 많았다. 그렇잖아. 밖에는 나만 바라보는 여자가 있는데, 나는 이제 막 감정이 피어나던 단계에서 떨어졌단 말이지. 그 상태에서- 딱 다나랑 비슷한 정도의 감정에서 해어졌던 아나야가 나타나서, 같이 다니다, 내 품에서 죽어버렸다. 이성 관계에 완전 초짜인 내겐 너무 어려운 감정적 카오스였단 말이지. 한번 객관적으로 정리를 해볼 필요가 있었다.
의외로, 조금 놀라웠던 것은 그녀를 향한 내 마음은 생각보다 선명했기 때문이다. 당장 이름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나가고 싶다, 나가고싶다나가고싶다 아아 다 때려치우고 나가고 싶다-’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생각하면 만나고 싶고, 만나면 뭐라도 해주고 싶고, 아팠다니까 미역국이라도 끓여줘야 하나, 아직 깨끗한 바다가 남았나, 거래소에 건어물 파는 게 있나- 하는 생각이 봄날 잡초마냥 쑥쑥 자라나고.
생각 많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내 머리통에 ‘다나’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순간, 득도한 고승처럼 다른 잡념은 싹 사라지고 그녀와 관련된 생각만 떠오르는 걸 보면 내가 생각보다 더 그녀를 좋아하는구나, 싶었다. 애초에 누구 좋아한 게 처음인데 뭘 알겠어. 그냥 ‘이건가?’ 싶을 뿐이지.
뭐, 최근 아나야를 그렇게 떠나보내기도 했고. 마음이 좀 복잡했지.
그런 복잡한 마음이 머리 위를 둥실둥실 떠다니는 사이.
대화방 놈들이, 거기에 기름을 부어버렸다.
———
– takealook : 너 아까 자면서 막 헛소리 하던데, 뭐 나쁜 꿈이라도 꿨냐?
– professor : 닥쳐 개놈아. 이게 다 너 때문이니까.
– takealook : ???
———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했던가.
복잡한 마음을 진정시키는 데는 대화방 멍청이들의 만담이 특효약이다, 싶어서 도착할 때까지 이 놈들이랑 떠들기나 하려고 했는데, 하필 이놈들이 이렇게 여유가 생긴 김에 바깥 소식을 전해주겠다고 나선 것이 화근이었다.
———
– 노루Drug해요 : 굿-뉴스! 최근 중요한 치료 단계에 들어가며 대화방에서 자취를 감춘 스피-드 웨건 양께서, 조만간 복귀할 예정이랍니다! 수술 잘 끝났데!
– 흥안만두 : 아쉽게도, 귀하디 귀한 ‘병약’ 속성은 이제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진다 이거지.
– professor : 오. 잘 끝났데? 단순히 심장이 약한 게 아니라 근처 조직이 죄다 약해져서 딱히 치료할 방법도 없다고 들었는데. 애초에 구시대 기술로도 치료가 힘들어서 그렇게 요양하고 살았던 거잖아.
– 노루Drug해요 : 그게 되니까 내가 이렇게 나팔불고 앉아있는거겠지? 네놈이 게임이나 하면서 골방에 틀어박혀있는 동안 세상이 아주~ 많이 변했답니다?
– professor : 해봐야 바깥 시간으로 두 달? 세 달 언저리쯤 되지 않냐? 그동안 뭐가 그리 바뀌었겠어?
– takealook : 이건 진짜 니가 몰라서 하는 소리임. 당장 두 달 전이랑 비교하면 거리의 형태 부터가 달라요 아주. 변종 부산물 공학, 대충 뮤트 테크라고 부르는건데 이쪽의 발전이 아주 눈부시다니까? 어쩌면 밖에 나올 때쯤에는 너 퇴물취급 당할 수도 있을걸?
– Jokass : 게드로이츠의 5차 산업혁명에 이어 6차 산업혁명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으니까. 이제는 구시대 기술이 마냥 ‘최첨단’ 취급받는 시대가 아니라 이거지. 그땐 없던 기술이 지금은 있거든.
———
뮤트 테크. 변종 부속품을 이용하는 기술.
비록 연구가 진행된 시간은 짧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기술은 그 시대가 필요로 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기 마련.
녀석들의 이야기와 함께 올라온 자료 속에는 정말 별천지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의 사진이 가득 들어있었다.
가령, 맨날 보수한다고 시멘트를 퍼부어대던 돔의 외곽 장벽은 철근 콘크리트에서 철근-콘크리트-강탄성 골재 장벽으로 변해있었다. 벽 중간중간에 맘모스 엄니만 한 뼈가 쭉쭉 뻗어 나온 게 어디 오크 주둔지처럼 보였다.
[변종=인간사체]를 주제로 커뮤니티와 사회를 불태우던 논란은 그 심각성과 달리 어이없이 끝나버렸다. 왜냐하면, 셀 수 없이 많은 종류의 변종들 중 결국 저들끼리 번식하는 변종이 나와버렸다는 것이다.덕분에 변종 식품에 대한 여론은 극적으로 반전, 수요가 늘어나자 부산물 업자의 숫자도 덩달아 뛰었다고 한다. 특히, 개인이 수렵을 통해 식량을 확보할 수 있게 되자 ‘발전기 거지’라 불리던 비생산 인구의 상당수가 생산 인구로 거듭나게 된 것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고.
기술 발전 중 가장 속도가 느리다는 의료 분야의 발전 또한 대단했는데, 변종 체조직을 이용한 여러 실험에서 인간과 변종 체조직 간 거부반응이 3% 이하로 나왔다는 것이다.
황무지 생존자 모두가 변종 바이러스 보균자이며, 변종은 그 변종 바이러스의 우화로 탄생한 변이체이기 때문에 변종 바이러스가 세포 간 중재자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게 가장 유력한 가설이란다. 자료와 함께 온 사진에는 [셀-패치] 라는 변종 체조직 패치로 절단된 허벅지의 출혈을 뚝딱 잡는 장면이 찍혀있었다.
그것 말고도 가연성 압축 가스를 품은 ‘폭탄 쥐’를 애지중지 키우는 메탈조 씨의 사진이라거나, 어떤 생물의 혓바닥으로 보이는 채찍을 휘두르는 벡스와 기겁하는 신시아의 사진이라거나, 병상에 누워있는 다나에게 병문안 선물이랍시고 8기통 엔진과 미니건 두 정을 장착한 마개조 휠체어를 선물하는 BDSM친구들의 사진.
그런 사진과 자료를 넘겨보다가 까무룩 잠이 들어버렸다는 거다.
머리 속에는 다나 보고 싶다, 입술이 참 부드러웠지, 건강해졌으면 이제 정상적인 한 사람의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뜻인데, 그럼 이런 저런…. 어…. 하는 말랑말랑한 생각도 떠다니는 와중에 기계와 변종 체조직이 결합한 온갖 발명품의 이미지가 겹치다 보니 그런 괴상망측한 꿈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세상에. 눈에서 7레벨 입자포를 뿜으며 폭격기로 변신해 융단폭격을 뿌려대는 [초 메카 전투미소녀 DAH]라니. 이미 내 정신은 GG에 의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게 아닐까?
“성자님. 무슨 생각을 그리 하시는지요?”
“어…. 솔직히 드래곤 팔카투스보다 여덟 배는 더 무서웠다는 생각을….?”
“….예?”
“아, 아닙니다. 아무것도.”
충격이 너무 심했나 보다. 아직까지 정신 못 차리는 걸 보면.
노먼 대주교는 얼이 빠진 내 얼굴에 근심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지금까지 몇 번이나 당부했던 내용을 한 번 더 입에 담았다.
“성자님. 오늘의 시성(諡聖)은 교단 역사에 길이 남을 크나큰 행사입니다. 성자님의 복장부터 하시는 말씀 한마디, 걷는 걸음걸이, 시선이나 손끝의 위치 하나하나에 대단히 종교적이고 상징적인 의미가 부여될 수 있음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예! 이해하셨습니까?”
“저기요…. 노먼? 나는 아무리 봐도 이런 행사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 지금이라도 다시 생각해보는 게-”
“지금부터라도 어울리는 사람이 되셔야 합니다! 성자님, 이미 성자님 개인에 대한 신성이 모여들고 있잖습니까! 여기서 더 ‘개인적으로’ 신성해지시면 그땐 정말로 돌이킬 수가 없습니다! 진짜 큰일이 난단 말입니다!”
“큰일?”
“그게…. 하, 참. 교전도 모르는 분한테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노먼 대주교가 장식 하나 없음에도 대단히 화려한 시성식용 법복의 매무새를 다듬어주며 말을 하다가, 답답한 듯 가슴을 치더니 손가락으로 교단 밖을 가리켰다.
“후우우. 잠시, 신성을 모아보시겠습니까.”
“….나 그거 쓰면 근육 괴사하고 그러는데.”
“나랑 통신할 때는 썼잖습니까! 그냥 하라면 한 번에 좀 하십시오! 이 늙은이가 화병으로 로 하람께 가기 전에!”
“네….”
노먼이 시킨 대로 아직은 약간 낯선 신성의 감각을 끌어올렸다.
“….생각보다 더 깔끔하군요. 이제, 의식을 약간 풀어주십시오. 긴장되지 않은, 약간 졸린듯한 그런 느낌으로. 멍하게.”
“어…. 됐습니다.”
“됐으면, 신성을 유지한 채로 눈을 감은 다음…. 신성 통신의 감각을 떠올리되, 그것이 넓게 퍼지는 형태로 발현하는 겁니다.”
몽롱한 상태로 통신마법. 넓게.
신전 특유의 향이 피어오르는 가운데 대주교의 말에 집중하자, 나도 모르게 머리가 붕 뜨는 것 같은 느낌에 빠져들었다.
….목소리.
목소리?
멀리, 마치 우물 속에서 들려오는 듯한 웅성거림이 다가오더니, 점점 다가오더니-
『!〇*&^%+〿!!!!』
찌이이이이잉-!
“끄아아악! 뭐, 뭐야 이거!”
걷잡을 수 없이 커져서는 기관차처럼 내 고막을 들이받아 버렸다.
아니, 고막인가? 어떻게 표현하기가 힘든데…. 마치 머릿속에 목소리가 때려 박히는 듯한 느낌이….
“….역시 들리시는군요. 며칠만 더 늦었어도 정말 큰일 났겠습니다.”
노먼 대주교는 그럴 줄 알았다며 쓰러진 내게 손을 내밀었다.
“뭐, 뭡니까 이거? 신성계열 공격주문입니까?”
“저는 아무것도 한 게 없습니다. 그냥, 성자님이 ‘듣게’ 되신 것뿐이지.”
“들어요? 뭐를?”
내 질문에 대주교는 ‘그러게 진작 오라고 하지 않았느냐’ 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기도입니다, 기도. 대륙 전역에 퍼진 셀 수 없이 많은 광명의 형제님들, 그들 중 성자님을 떠올리며 하는 기도 소리입니다. 그 모든 소리가 뒤섞여 한 번에 성자님에게 날아든 것뿐이지요.”
“….예?”
“시성을 받으면 성자님 개인을 향하던 신앙이 다시 로-하람을 통한 신앙으로 돌아갈 테니 너무 염려하지 마십시오. 허나, 만약 시기를 놓치게 된다면….”
“….놓치면?”
“머지않아, 해가 뜨고 지는 모든 시간 동안 방금 그것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정신적 부하가 성자님을 괴롭히게 될 겁니다. 악의가 있는 게 아니라, 신성이란 그런 겝니다. 필멸의 존재가 버틸 수 있는 게 아니에요.”
탁탁.
내가 넘어지며 흐트러진 법복을 펴준 노먼 대주교는, 준비된 단상으로 가는 길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쪽입니다.”
“어으으…. 다녀오겠습니다. 어우, 머리야….”
아직도 징징 울리는 머리를 흔들며 환한 빛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성자.
노먼은, 그런 그의 뒷모습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흐으음. 라투라, 로-하람. 광명이시여, 어떻게, 만족스러우신지.”
늙은 대주교의 기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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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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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마침내 신도들 앞에 나타난 성자의 모습에, 교단에 모여든 신도들이 교단이 떠나가라 함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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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돔과 렙터의 전면전때 렙터측 주력 전차였던 전면 떡장갑 전차. 일명 트리케라톱스 전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