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end of the world, Cry Clear RAW novel - Chapter 37
Chapter.4 눈꺼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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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련한 기분이다. 오랫동안 무시하고, 억지로 고개 돌려 피하기만 하던 것을 마주한 기분. 끔찍하게 슬프고, 여전히 혐오스럽지만, 결국 그게 나였다.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다. 슬프면 더 웃고, 아프면 더 왁자지껄하게 소리지르고. 그러다 죽어, 마침내 두분의 앞에 자신의 죄를 고할 수 있는 그날까지.
그러기 위해선, 오늘을 열심히 살아야한다.
몸의 제어권을 완전히 되찾은 교수는, 가장 먼저 자신의 상태창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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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교수
+ 종족 : [휴먼]
+ 성별 : [남]
+ 연령 : [성장기(20세)]
+ 외형 : [거구 / 근육질 / 박색 / 거침 / 감염된 휴먼]
+ 스타팅 : [월드3 / 로드릭 북부]
+ 기원 : [몰락한 기사 가문의 서자]
+ 직업 : 마법사의 실험체
# 경고 : ‘뮤테이션 블러드’ 감염률 97%(알 수 없는 힘으로 지연 중)
+ 스킬 : 최하급 의술(12%), 수계 마나 친화(95%)
– 특성
1. [ 호기심 ] – 새로 만나는 세상에 대한 흥미가 마구 샘솟습니다. 당신의 스킬 성장 속도에 긍정적인 영향이 추가됩니다.
2. [ 마력적성 ] – 당신은 알 수 없는 기운을 느낍니다. 마력과 관련한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받습니다.
3. [ 반짝이는 시선 ] – 당신은 세상을 조금 더 아름답게 봅니다. 예술과 관련한 활동에 추가적인 보너스를 받습니다.
4. [ 극단적 재생력 ](유리몸 + 뮤테이션 블러드 재생 강화 + 뮤테이션 블러드 표피 강화) : 내구도 120 고정 / 자연 회복력 5200% 증가 / 위기 시 혈액을 소모하여 재생력 x 4 / 과도한 재생으로 소진된 혈액을 보충하지 않을 시 사망.
5. [명예로운 영혼] – 당신은 아버지의 기상을 물려받았습니다. 특정 상황에서 선택지가 `명예` 선택지로 고정됩니다.
6. ★[ 극복된 정신쇠약 ] – 당신은 자신의 트라우마를 마주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세상을 두려워하던 눈으로 세상을 살피고, 자신을 고립시키던 마음은 외부의 침입에 강하게 저항합니다. / ‘예민한 관찰력’ , ‘강철 의지’ 의 효과를 제공합니다.]
7. ??? – Out of data / Out of data / 무언가 당신과 함께합니다.
+ 리얼리스틱 모드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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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많이 변하긴 했다.
감염률은 더 올라갈 수 없을 정도까지 올라갔고, 극단적 재생력의 자연 회복력도 더 증가해있었다.
‘알 수 없는 힘이라…. 그 녀석인가?’
내가 완전히 의식을 되찾은 뒤, 녀석은 다시 어딘가로 사라져버렸다. 아마 내 머릿속 어딘가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겠지. 가능한 선에서 감염 인자를 억제해준다고 했으니, 아마 그 부분이 작용한 것이리라. [어머니의 부름] 같은 감염체 특성이 없어진 것도 그 녀석 때문이겠지. 자기 입으로 어머니로부터 해방됐느니, 그런 소리를 했으니까.
‘최하급 의술은…. 전에 응급처치를 많이 하던 도중에 생긴 것 같고, 다 좋다. 다 좋은데······.’
★[ 극복된 정신쇠약]
이건 도대체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다.
이 게임은 정말 단순한 게임인가? 게임 속에 사람을 완벽하게 복제해서 넣어두고, 게임 속 존재가 사람의 트라우마를 건드리고, 그것을 극복한 것이 게임 시스템에 기록이 된다고?
‘도대체…. 게드로이츠는 뭘 생각하고 이 게임을 만든 거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냥 웃고 즐기라고 만든 게임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했다.
‘…..일단 나중에 생각하자. 아직 위기가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까.’
정신적인 위험은 어떻게 제거했지만, 상황이 그렇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그놈이 아닌 단순한 감염인자들은 꾸준히 몸을 타고 올라오고 있었고, 밖에는 뮤트가 돌아다니고 있었다.
‘소리가 멀리서 들리는 것을 보니, 만달리우스 저택 근처에는 없는 모양이지만. 아, 그러고 보니 방송을 켜두긴 했잖아? 혹시 내가 그놈이랑 푸닥거리를 하는 동안 뭔가 본 사람이 있지 않을까?’
교수는 아무 생각 없이, 47구역 대화방을 열었다.
– 랜드라드로드 : 그러니까 정수기를 쓰는 것 보다, 펌프를 돌리는 게 훨씬 전력 적으로 이득이라니까?
– 발자취중진담 : 물은 어디 땅만 파면 나오냐? 지하수도 오염된 게 얼마나 많은지 알아? 왜? 아주 사이코 갱처럼 탄산음료 비슷하다고 물에 세슘 타먹지 그러냐?
– 폼폼코도 : 오, 맛있겠다.
– 오스왈도 : 히히! 야한 짤 발싸!
– 간장게이바 : 이, 이게 뭐노
– 스피드 웨건 : 여기 그런 방 아니다.
– 노루Drug해요 : 아이구, 이 귀한걸. 감사히 쓰겠습니다~
– DOOMgay : 어, 교수 깼다.
– 백수 : 진짜다. 이제 움직이는데? 아까 혼자 막 소리 지르면서 지랄하더니, 괜찮아 진건가?
와글와글! 우글우글!
“이, 이게 뭐시여….”
대화창의 글이 올라가는 속도를 눈으로 쫒을 수가 없을 지경이다. 이상하다? 분명 고어한 장면이 많아서 화면도 구석에 쪼그만 하게 줄여놓고, 그마저도 경고 한번 띄우고 들어가게 해놨는데?
방송 시청 인원이, 말도 안 되게 늘어나 있었다.
– 간장게이바 : 야아아! 교수야! 방송 관리 좀 해라아아아!!! 겜 그만하고 일해라 일!
– takealook : 오, 상태창 켜놨네. 그래도 처음에 봤을 때보다는 많이 컸다?
– 노루Drug해요 : 그때는 국가의 복지가 필요한 수준이었지. 저거 머리끝까지 다 감염됐는데 어떻게 컨트롤 하고 있는겨. 뮤테이션 특성도 뜬 것 보니까 이제 거의 완전히 뮤트 다됐는데.
– 스피드 웨건 : 특성이 좀 변했는데? 별 달린 거 뭐임.
– 남바쓰리 : 처음봄.
– Jokass : 나도 처음봄.
“아니아니, 갑자기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사람이 왜 이렇게 늘었어?”
– 스피드 웨건 : 왜긴. 너 플레이가 하도 독특해서 소문난 거지.
– Jokass : 게임 시작하자마자 하얀 소닉한테 처맞고 볼링핀 마냥 날아다니다가, 정신 차려보니까 마법사들이 싱글벙글하면서 무한 교보제로 쓰는 플레이. GG역사상 이런 하드코어 플레이는 또 없었지.
– 간장게이바 : 아니, 그 재미있는 걸 왜 다들 안 볼 거라고 생각한 거야? 내가 소문 좀 냈더니 이렇게나 몰려들었다고!
음, 이건 내 생각이 짧았군. 생각해보니까 다들 황무지 사람들인데 이 정도 고어한 것 가지고 크게 불편해할 리는 없는데.
– Jokass : 그나저나 뭘 했길래 갑자기 저런 이상한 특성이 생긴 거야? 극복된? 저런 접두어 붙은 특성은 처음 보는데.
“그건 이따 시간 날 때 설명해줄게. 혹시 나 저 안에서 지랄하는 동안, 밖에 뮤트들 어디 갔는지 본 사람?”
– 하이웨이나초맨 : 내가 봤다. 너 주변에 꽤 왔다 갔다 했는데, 몇 번 왔다 갔다 하다가 그냥 나가버리던데? 못 본 것처럼. 그 뒤로 한참 조용했다.
역시. 안을 다 뒤져보고 밖으로 나갔나 보군.
– 스피드 웨건 : 그런데 감염은 어떻게 할거임. 그거 뮤트 혈액도 신선도 있는 거 알지? 안에 감염인자 죽으면 억제 효과 없어질 텐데.
“그래, 그것부터 해결해야지.”
일단 복잡한 생각은 나중에 정리하자. 급한 일부터 먼저 처리해야지.
교수는 지난 며칠 동안 자신을 관찰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상처를 통한 지연 중. 감염 인자가 재생에 집중하는 동안은 감염이 진행되지 않는다고 했던 것. 그리고 다리가 통째로 잘린 상처보다, 면적이 넓게 베이거나 찢어진 상처가 지연율이 더 높았다.
‘절단된 다리는 재생에 오래 걸리더라도, 일단 순간으로 치면 절단면만큼의 재생만 하는 거니까 면적이 그리 넓지는 않았지.
그 부분에서, 불현듯 이 치료할 길 없는 감염을 해결할 방법이 떠오른 것이다.
‘이 몸을 완전히 개조한다.’
교수는 뮤트에 의해 박살 난 벽에서 바위 파편을 주워 올리며 미소 지었다. 잘하면, 더는 전투력이 부족해서 고생할 일은 없을 것이다.
***
덜컥, 덜컥!
– takealook : 어, 음…. 교수?
“이십….삼! 왜!”
– takealook : 바쁠 때 물어봐서 미안한데, 지금…. 뭐 하는거야?
교수는 조심스럽게 지하 연구동을 돌아본 다음, 뮤트가 완전히 없어졌다는 것을 확인한 다음 원래 있던 방으로 돌아왔다. 그의 손에는 뮤트가 밀고 들어올 때 부서진 쇠창살과 근처에서 찾은 밧줄이 들려있었다.
“뭐긴! 운동이지!”
그렇다. 교수는 쇠창살에 벽돌 파편을 묶어서 만든 바벨로, 중량 스쿼트를 하고 있었다.
“감염 인자는! 상처 부위의 수복을 위해 힘을 쓰고, 그 면적이 높을수록 더 많은 힘을 쓰게 되거든!”
교수는 어떻게 하면 상처의 면적을 늘릴까 고민하던 중, 굳이 외부에서 상처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근육의 생성 원리는 단순하지. 근섬유가 버티지 못할 정도의 운동 부하를 주면, 근섬유가 파괴된다. 그 파괴된 근섬유가 재생하면서 더 튼튼하고 질긴 근육이 생기는 거야.”
후우욱!
후들거리는 다리로, 교수는 한번을 더 들어 올리며 설명했다.
요점은, 운동 부하를 통해 세포 단위로 근섬유를 파괴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거기서 그치지 않고, 더욱 무리한 운동을 하면 근육이 괴사하게 되지.’
그래서 일정 기간 동안 사람이 운동을 통해서 단련할 수 있는 근육의 양은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내 몸은, 알다시피 재생량이! 끝….끝….!”
쿠당탕!
“허억, 허억! 끝내…주거든….”
면적은 넓지만 작은 상처. 잠시 운동을 멈추면, 순식간에 재생해버린다.
– 스피드 웨건 : 잠깐만. 아무리 그래도, 그런 식의 근 성장에는 한계가 있지 않나? 근육이 자라는 만큼 더 큰 운동 부하가 필요한…..
“흐흐흐, 너도 도중에 생각났지?”
특성, [ 극단적 재생 ]. 유리 몸에 다른 특성들이 합쳐져 만들어진 이 특성의 효과로, 내 몸은 무슨 짓을 해도 내구도가 120이다.
“물론 근육량이 늘어난 만큼 부하를 가해야 하는 부피는 늘어날 테니까, 운동 부하를 늘려줘야 되겠지. 하지만 남들이 수십 일 동안 수행해서 겨우 얻을 수 있는 근섬유 파괴를, 나는 하루 만에 얻을 수 있다는 말이 되거든.
유리 몸을 제법 쓰면서 느꼈는데, 단순히 내구도 만 낮추는 특성은 아니었다. 이 몸은, 정말 유리를 닮았다.
‘충격에는 극도로 취약하지만, 밀거나 당기는 힘에는 보통 몸보다 훨씬 잘 버티는 것 같았어.’
어떨 때는 박살이 났다가, 또 어떨 때는 멀쩡하게 버틴 것은 이런 부분 때문이었을 것이다. 피부가 몸을 감싼 얇은 유리 층이라면, 근육과 뼈는 굵은 유리라고 할까. 덕분에 무거운 것을 든다고 해서 막 팔이 떨어지거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런 부분만 보면 영락없는 게임인데 말이야.’
“그리고 그런 식으로 근력이 계속 늘어나다 보면, 어느 순간 육체의 생명력이 감염 인자의 힘을 초과하는 순간이 오겠지.”
마나로 가득 찬 몸, 또는 극도로 단련된 육체에는 감염 인자가 쉽게 침입하지 못한다고 했다.
이렇게 속성으로 근력을 펌핑시키면, 얼마 지나지 않아 감염 인자가 쪽도 못 쓸만한 끝내주는 몸이 완성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 내 계획이었다. 어디까지나 가설. 하지만 가능성이 아주 큰, 가설이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점이 한둘이 아니지만…..’
우선 재생에 필요한 뮤트 혈액. 자연회복력 5200%는 그냥 평범한 사람보다 52배 회복력이 빨라지는 것이다. 생채기나 조금 깊게 베인 상처, 근육통 정도는 하루면 사라지겠지만, 근육이 괴사해서 팔이 움직이지 않을 정도의 상처에는 시간이 좀 필요할 것이다. 그 시간을 줄이고 싶으면, 뮤트의 혈액이 필요했다.
‘팔다리가 자라는 것을 보면 그렇게 산술적으로 계산되는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저 욕조 안에 들어있을 때랑 나와 있을 때랑 재생력 차이는 확실했으니까.’
내게 시간제한이 있다는 것을 잊어버려서는 안 된다. 빨리 성장해서, 빨리 이곳을 탈출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
그래도, 일단 해결 방법이 생겼다는 것이 중요하지.
– 간장게이바 : …..사긴데?
– 스피드 웨건 : 아니, 인 게임에서 근력 운동으로 근력 수치를 올리는 일이 그렇게 드문 건 아니지만…..
– 노루Drug해요 : 근력이 복사가 된다고!
– 벨루가이거 : 치트다 치트!
“치트까진 아니지. 결국 조금 단단한 유리 몸인 것은 변함 없고.”
다른 캐릭터였으면 벌써 쑥쑥 성장시켜서 흑마법사 썰고 다녔을 텐데, 나는 지금에서야 막 출발선에서 뛰어나갈 준비를 하는 것이다.
뚜두둑! 우드드득!
“크으윽! 으아으윽!”
‘가장 큰 단점은…. 몸을 재생하는 과정에서 감염 인자가 파고드는 고통을 그대로 느껴야 한다는 거지만!’
근육통을 500배쯤 더 강렬하게 만든 것 같은 고통이 경련을 일으키는 허벅지로 내달린다.
몇 초 정도 바닥에서 버르적거리며 비명조차 지르지 못할 고통을 감내하고 나면, 다시 몸에 힘이 돌아온다.
덜컥!
“하나….!”
그리고, 다시 시작.
“두고보자고…. 리드 플로우 학파…. 아이작 만달리우스…. 신약 실험 같은건 원래 단가가 더럽게 비싸거든? 대충 내 몸으로 수백인분 연구는 했을테니까, 여기서 나가면 그거 전부 받아낼거라고…. 흐흐흐흐….”
빚 상환까지 남은 시간, 15일. 현실 시간으로 3일.
교수는 진정으로 괴물이 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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