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end of the world, Cry Clear RAW novel - Chapter 375
Chapter. 16. 성자와 완성자(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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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친구 운 한번 기가 막히는군. 누가 봐도 죽었다 싶었는데.”
“운이라니. 아, 저 도끼를 말하는 것이오?”
“저게 보여? 아, 늑대인간은 눈이 좋았지?”
문득 얼마 전까지 파티의 눈 역할을 하던 동료가 떠올랐다. 보르카 녀석, 시력뿐만 아니라 오감이 다 특출나서 정찰병으로 쓰기 참 좋았지.
“본대 쪽은 크게 걱정 안 해도 되겠군. 잘 넘겼어.”
변수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몇 가지 조치를 취해두고 왔는데, 그게 생각보다 잘 먹힌 모양이다.
우선 제국군 진형 곳곳에 억지로 끼워 넣은 로드릭의 베테랑 병사들. 이들은 하급 지휘관과는 별개로 당황한 제국 병사를 수습하는, 일종의 ‘고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제국군이 장비도 그렇고, 훈련도나 개인 역량에서도 로드릭 병사들보다 우월한 편이지만 큰 단점이 하나 있단 말이지.’
바로, 저 많은 병사들 중 그 누구도 대규모 뮤트 전을 경험해보지 못했다는 것.
‘뮤트와의 전쟁은 다른 그 어떤 전투와도 다르다.’
바로 그 점이, 내가 샬롯을 따로 찾아가 로드릭 베테랑 병사들의 배치를 바꾼 이유였다.
인간끼리의 전쟁은 물론, 몬스터 웨이브와도 다르다. 몬스터는 최소한 고통스러워하고 죽음에 거부감을 느끼긴 하니까. 하지만 뮤트 군대는 그런 면에 있어 일말의 고민도 하지 않는다. 필요하면 제 몸을 터트려 화학병기로 사용하는 게 저놈들이니까.
굳이 비교하자면 언데드 군세와 흡사하지만, 언데드에게는 없는 압박감. 살아있는 생명을 헌신짝처럼 내던지는 그런 감각이 있으니, 결국 뮤트전에 익숙해지려면 직접 경험하는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당장 로드릭 병사들과 제국군의 장비부터 그 차이가 눈에 훤히 드러났다. 로드릭의 병사들은 지난 1년간 살아남은 경험을 통해 녹슨 갑옷을 버리고 몸에 착 달라붙는 가죽갑옷을 입었으며, 그것도 모자라 어디선가 구한 가죽을 직접 꿰매 돼지기름으로 방수 처리까지 한 일종의 화학 방호복 같은 것으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싸매고 다녔다. 공격력이 약한 양산형 뮤트에 대항하기 위해 쓸데없는 방어력을 버리고 최대한 피를 몸에 묻히지 않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된 것.
‘이 지옥 같은 전장에서 1년이나 살아남은 병사들이다. 개인의 역량을 떠나 하나하나가 대(對) 뮤트전의 달인이라는 소리지. 저들은 살아남는 방법을 알고, 무한에 가까운 물량 전투에서 아군을 어떻게든 서서 버티게 만드는 것 또한 전장에서 살아남는 중요한 방법 중 하나다. 저들은 뮤트를 모르는 제국군에게 훌륭한 교관이 되어줄 거야.’
어차피 양산형 뮤트, 제국군의 3할만 정신을 차리고 있어도 피해 없이 막아낼 수준이다. 초전인 만큼 정예까지 나오진 않을 테니 피해가 있다면 놈들의 괴악한 공격방식에 당황한 병사들일 것이다. 대(對) 뮤트전의 달인인 로드릭 병사들이 윙맨 역할을 해주면 그런 불필요한 손실도 줄이고 이쪽 경험이 부족한 제국 병사들에게 좋은 튜토리얼도 되어주겠지.
….거기에 더해, 용기 교단의 성직자들까지.
“광명의 성자는 재주가 많군. 성자인 동시에 마법사라니.”
“뭐, 전에 보여드렸던 것처럼 워낙 특이체질이라. 용기의 성자님도 좀 보여드릴까요? 이거 마나도 얼마 안 드는데.”
“됐소. 눈에 보이지 않아도 다-카르자의 전사들이 어디 있는지 정도는 훤히 보이니. 생각보다…. 형제들은 저쪽 전장의 ‘기도’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는 듯하군. 가장 치열한 전장을 부여받지 못했음에도.”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용기 교단의 성직자들이 충분히 보람을 느낄 만한 일거리가 있을 거라고.”
로드릭 베테랑 병사들이 ‘고참’역할로 제국군 라인에 섞여들었다면, 용기의 성직자들은 ‘독전관’ 역할로 그들의 후방에 배치되었다.
원래 용기의 성직자-전사들은 악의 없는 독전관으로 유명했다.
그들에게 있어 ‘겁쟁이’는 이단과 비견될 만큼 불경한 것이다.
제국의 국교는 용기 교단이며, 그래서 제국군 병사들도 태어날 때부터 용기 교단의 세례를 받은 용기 교단의 신자가 대부분이다.
자아, 그럼 여기서. 우리 용기의 성직자님들이 제국 보병 라인 뒤에서 쭈욱- 밀고 올라오는데, 겁에 질려 도망치는 제국군 병사가 보인다면. 어떻게 반응할까?
‘이럴 수가! 형제님이 전장에서 등을 돌리다니! 이, 이대로 둘 수 없다. 저들을 그냥 내버려 뒀다간, 소중한 신앙의 형제님이 [불경]해져버려어어어!!!’
당연히 형제님에 대한 사랑을 듬뿍 담아, 그들이 신성한 ‘전장’에서 엇나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타이르게 되겠지. 나름 보람찰 거라고? 그들에게는 신앙의 위기에 빠진 형제들을 돕는 행위이니까.
본대 쪽이 용사와 성자 없이도 잘 버텨주고 있었으니, 이제 그쪽에서 엘리트를 모두 뽑아온 우리 별동대가 활약할 시간이었다.
“어디 보자…. 저쯤이면, 양산형 뮤트는 대부분 끌어낸 것 같군요. 슬슬 우리도 출발합시다.”
“예이~ 나으리~”
“어이구, 하루 두 시간 자면서 싸우다 며칠 가만히 있었더니 몸이 쑤셔 죽겠더라고.”
“카이셀! 교단에서 준 그거 니가 챙겼지?”
“성령화살 남는 사람 있으면 좀 빌려주쇼-!”
시작을 알리는 말에 각자 재주껏 은신해있던 영웅들이 부산스럽게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쾨른성 전면으로 진출한 본대와 달리 좌측으로 크게 우회하여 은밀하게 접근한 별동대.
광명의 성자.
용기의 대전사.
자비의 성녀.
자비의 성기사단.
광명 성기사단.
푸른 갈기의 후계자 투샨과 마르카.
그들을 따라온 수인 검투사들.
그리고, 각 교단의 공인을 받은 용사 52파티. 머릿수로는 187인. 가히 인류의 창끝이라 부를 수 있는 인류 최강의 전력이었다.
….그래, 최강.
[지혜의 성녀님? 아르갈리안 님은 아직이십니까?] [연락은 받으셨습니다만, ‘알았다’ 라고만 하시고 답이 없으십니다.] [….오신다는 겁니까? 아니면 따로 어디 가신다는 겁니까?] [그게, 아무래도 또 길을 잃으신 것 같은데….] [….예?] [아르갈리안님 말씀으로는 ‘눈이 좋아서, 길을 외우고 다닐 정도로 주변을 보고 다니면 머리가 아프다’ 라고 합니다. 그래서 항상 안내역으로 성기사 한 명을 붙여드렸는데, 이번 사태로 그만 혼자 떨어지시는 바람에 그만.] [뭐 이런 병신같은 최강이….]….우리 전략병기님만 있었다면 최강이었겠지!
내가 광명교단 소속 용사로 활동했던 것처럼 아르갈리안 소드도 지혜교단 소속의 용사였다. 딱히 신앙심은 없는데, 스스로에게 부족한 게 있으면 지혜가 아닌가, 싶어서 그쪽 소속 용사로 서임됐다고.
일반적인 용사가 교단의 명령으로 움직인다면 지혜 교단과 아르갈리안의 오퍼레이터에 가까웠다. 어디에 뭐가 있다, 어디에서 뭔 일이 어떻게 돌아간다- 하는 정보를 신성 통신으로 알려주는 도우미 정도라고.
아무튼, 눈이 너무 좋아서 흐린 눈으로 다니시는 분이 발걸음에는 또 망설임이 없으셔서, 지금쯤 제국 너머로 갔을지, 어디 바다 건너 섬까지 갔을지, 아니면 어딘가에서 뮤트를 줘 패고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 아이고 세상에.
“그 양반이 있었으면 참 행복하게 작전 시작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야.”
그동안 손발 맞춰온 우리 파티 사람들이라도 있었으면 위안이 좀 됐으련만, 아쉽게도 그들 또한 이곳에 없었다.
오트만은 비살상 전투의 전문가인 만큼 본대에 잔류하는 게 좋았고, 노툼 또한 주술사로서 포위가 예정된 침투 작전에 어울리지 않다 보니. 직접 전투력이 뛰어나지 않은 이드라실도 작전에 어울리지 않아 두 사람의 보조로 본대에 남게 된 것이다.
‘일행 없이 움직이는 건 진짜 오랜만이네.’
뭐 어쩌겠나. 없으면 없는 대로 시작해야지.
나는 우리가 멈춰 선 곳 바로 앞에서 일렁이는 피 안개 속에 슬쩍 손가락을 집어넣은 다음, 찌릿할 정도의 농도에 감탄하며 소리쳤다.
“슬슬 시작합시다. 아까 배급한 물건 아낌없이 다 쓰시고.”
“어휴, 이 귀한 걸….”
“우리 지혜 교단의 포션은 많이 받아봤는데, 타 교단 포션은 처음이네.”
딸그락, 딸그락!
영웅들이 각자 주머니에서 꺼내든 것. 그것은 이동하기 전, 본단에서 특별히 이번 작전을 위해 영웅들에게 지급한 선물이었다.
하나는, 풍요 교단의 특산품. ‘추수절 포션.’
풍요 교단의 선성력을 듬뿍 품은 곡식을 수확해 만든 이 포션은, 사실 재료나 맛, 효과 등 모든 면에서 ‘풍요 교단제 스프’라고 부르는 게 더 어울리는 물건이다.
기본 효과는 포만감. 섭취한 사람에게 72시간 동안 아주 든든한 포만감과 그만큼의 열량을 제공한다. 장시간 동안 적진 한가운데에서 교대 없이 싸워야 할 영웅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를 제공해주는 것. 추가로, 지금 제공된 것과 같은 최상급 추수절 포션은 포만감이 유지되는 동안 무려 ‘테네브리에의 가호’를 부여한다. 저 꾸덕한 스프가 뱃속에 남아있는 동안은 여신께서 그들을 보살펴주신다는 얘기다. 실험 결과, 가호를 받은 영웅은 광역 신성의 보호 없이도 피 안개 구역에서 활동할 수 있었다.
꿀꺽 꿀꺽 꿀꺽-
“캬아아!”
“후작가 만찬이 쓰레기로 보일 정도의 맛이군.”
덤으로, 매우 맛있다.
다음으로는 술병만 한 금속 포션병.
이쪽도 버프 포션이다. 용기 교단의 특산품, ‘용기의 세례’.
효과도, 사용법도 단순하기 짝이 없는 이들 교단처럼 간단했다.
끼릭-
뚜껑을 따고,
촤아악!
머리 위에 들이부으면 된다. 효과는 딱 하나. 사용자에게 24시간 동안 ‘대단히 용맹한’ 수준의 신체적 축복 적용.
“이건…. 연금술로 설명할 수 없는 물건이로군. 힘, 순발력, 지구력 중 어느 하나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모든 신체 능력을 증강시킨다니? 심지어 후유증도 없이?”
“그뿐인 줄 아시오? 이 물건은 본디 신성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우리 마법사들에게도 적용된다오. 호오오, 이거 30년 전에 다 삭아 빠진 뼈마디가 되살아난 느낌이구려!”
이 포션의 장점은 ‘누구에게나’ 최대 효과의 신성 축복이 적용된다는 점이다. 버서커 포션을 한참 뛰어넘는 효능을 가졌으나 후유증은 없고, 신성과 반발하는 오러 유저에게는 물론 과도한 신성에 노출되면 마나가 사라져버리는 마법사들 또한 이 포션의 효과를 아무런 부작용 없이 받을 수 있었다.
용사 파티의 마법사나 바드, 기타 후방 라인이 성기사의 질주를 따라올 수 있게 된다는 것. 전투력의 상승도 좋지만 돌파 속도를 떨어트리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매우 훌륭한 버프였다.
마지막으로는, 내가 블루 라인에서 아주 유용하게 사용했던 그거.
“아군 눈앞에서 터트리면 안 됩니다. 난전 중에 눈이 멀면 그대로 죽은 거나 마찬가지니까.”
“다들 압니다. 용사행 다니면서 광명제 빛 폭탄 안 써본 놈 있으면 간첩이지. 매번 애용하는 물건이외다. 비싸서 매번 아껴 썼는데 이번에는 원 없이 써보겠군.
신성 섬광탄이다. 넓은 범위에 강력한 신성의 빛을 뿜어내는 물건. 대충 두당 3개 정도 지급됐는데, 5대 교단도 오랫동안 지속된 전쟁에 다들 재정이 바닥인 터라 정말 아득바득 긁어모아서 이만한 물량을 겨우 맞춘 것이다.
용사들이 각자 배급된 축복으로 도배하는 사이, 궁수계열 용사 하나가 나무 위에서 내려왔다.
“성자님. 적진에서 이질적인 움직임이 감지됐습니다.”
“이질적이라면…. 어떤 종류의?”
“양산형 뮤트의 가벼운 발소리와는 다른 묵직한 발소리였습니다. 움직임에 휩쓸린 피안개의 움직임만 봐도 어림잡아 10~12미터 는 될법할 크기에, 숫자도 많았습니다.”
‘베히모스. 물량 공세가 진군을 멈추지 못하니 정예를 꺼냈군.’
마찬가지로 포션을 마시고, 버프를 뿌린 나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진입합니다. 되도록 뭉쳐서 이동하며, 낙오자는 따로 챙기지 않습니다.”
속전속결. 다들 영웅이라 불리는 이들인 만큼 일반 병사들 가르치듯 하나하나 말할 필요는 없었다. 작전의 목표와 진행 순서를 알려주고, 나머지는 개인 역량에 맡기는 것.
푸확!
내가 피안개 속으로 뛰어들자, 아무 생각 없이 늘어져 있는 것 같던 용사들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뒤를 따라 안개 속으로 뛰어드는 소리가 들렸다.
피부에 스며드는 진한 뮤트의 혈향과 함께 우리 쪽으로 방향을 트는 묵직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피안개 속에 발을 들인 이상 저들의 레이더 안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챔버 메이드를 지키기 위해 정예 뮤트의 방향을 틀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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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맞다.
“별동대 여러분? 깜빡하고 주의할 점 하나를 안 가르쳐 드렸네.”
순간, 피안개 속에서 두 개의 비틀린 뿔과 함께 나타난 근육질 덩어리와 마주하며, 뒤따라온 이들이 들을 수 있도록 큰 소리로 말했다.
우드드득, 뿌득!
“저게 뭔….”
“….성자님? 광명의 성자님이십니까?”
“씨발, 교단의 평교도들도 전부 몸이 불었다더니, 이쪽은 뭔….!”
피안개 사이로 얼굴을 드러낸 마수의 모습에 무기를 치켜든 용사들은 갑자기 나타난 또 다른 괴물의 등에 멈춰서고 말았다.
콰아악!
촤아아악!
그러니까, 검은 등판에 하얀 성흔이 큼지막하게 박힌 괴물이, 베히모스의 비틀린 뿔을 두 손으로 잡아 놈을 멈춰 세우고 있었다.
“검은 쪽이 나요. 피아식별 잘-하시라고!”
『구오오오오오오오오-!!!!』
용사들은 깨달았다. 왜 광명교단이 그토록 존경하는 성자의 소문을 내면서 그의 전투력에 대해서는 두루뭉술하게 흘려 넘겼는지. 어째서 저분이 가는 곳마다 승전보가 울려 퍼졌는지.
“….우리 풍요 교단에도 저런 게 있을까? 비밀리에 키워진 슈퍼 성자님 같은 게?”
“없을걸. 저만한 호박이면 몰라도.”
풍요 교단의 용사 쿨렌과 데미트리스는 눈 앞에 펼쳐진 장면에 멍하니 감탄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괴물이, 아니 성자님이 두터운 팔로 베히모스의 목을 감아서 ‘들어’ 올렸다.
6위계급 마법 장벽이 없으면 일격에 성문을 박살 내는 저 사족보행 괴물의 머리를 옆구리에 끼고 허리 힘만으로 들어 올려버린 것이다. 아마 밖에서 보면 피안개 지대 위로 버둥거리는 베히모스의 뒷발만 보이겠지.
꽈아아앙!
『구어어어어어어어억!!』
들어 올려진 베히모스의 머리가 날카로운 두 뿔부터 땅에 박혀버리고.
서겅-!
깔끔한 파육음과 함께, 땅에 박힌 그대로 양단되어 있었다.
다-카르자의 대전사 아률리스는 그의 판형 대검을 털어내며 어깨를 푸는 교수에게 다가갔다.
“용기의 다-카르자께서 그대의 기도에 흡족해 하시는군.”
평소와 같이 차분한 표정. 반개한 눈과 고요한 목소리.
깔끔하게 양단된 베히모스를 바라본 교수는, 갈라진 틈 너머에서 들려오는 묵직한 발소리들에 푸념하듯 말했다.
“피차 바쁜데 몸 푸는 과정은 생략합시다. 저런 놈이 개미처럼 바글거리는 곳을 뚫어도 메인디쉬가 나올까 말까니까.”
….히죽.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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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쭈우우우우-욱!
“그런, 가아아아아아!!!!”
콰아앙!
투화아악!
“그거 좋구나아아아아아!”
순간, 거검을 땅에 박아넣은 아율리스의 몸에서 폭발하듯 신성력이 터져 나왔다. 전신의 근육이 터질 듯 부풀어 오르고, 혈관이 당겨지며, 산발한 머리와 충혈된 눈 아래에는 입에서 침까지 흘리고 있었다.
용기의 성자는 땅에 깊숙이 박힌 거검의 손잡이를 잡고, 그대로 앞으로 넘어질 듯 몸을 기울이며 힘을 끌어올렸다.
“두드리고 단련하니!!!”
콰득!
“그것이, 나의- 기도로다아아아아!!!!”
-파아아앙!
거력을 버텨내지 못하고 폭발해버린 땅과, 한껏 압축된 힘에서 해방되며 휘둘러진 검.
커다란 철판과 같은 검이 은빛 반원을 그리는 것과 동시에 앞에서 다가오던 발소리가 잠잠해졌다.
쿵. 쿵. 쿵.
목으로 추정되는 것이 떨어지는 소리가 세 번 들릴 뿐.
“오오오오! 라투라, 라투라- 데카아아아아아아!!! 신이시여, 나의 전투를! 나의 기도를 받으시옵소서어어어!!!! 이 얼마나 훌륭한 전장인가, 이 얼마나 죽여 없애기 좋은 적인가아아아아아!!!”
쾅 쾅 쾅 쾅!
아율리스는 눈물과 함께 그 자리에 허물어져 땅이 부서질 정도로 절을 하더니, 뭔가 알아들을 수 없는 괴성을 지르며 앞으로 달려나가 버렸다. 곧이어, 뭔가 부서지고 터지는 소리가 저 피안개 너머에서 들려오기 시작했으며, 뒤따라 달려나간 괴물 성자 쪽에서도 비슷한 폭음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
“….”
“….확실히, 우리가 신화적인 순간에 들어와 있는 것은 확실하군.”
잠시 넋을 잃은 영웅들은,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 그들의 뒤를 따라 몸을 날렸다.
“쭉정이 정도야 우리도 상대가 가능하지만…. ‘하얀 놈’을 만나면 저분들도 지원이 필요할 터.”
“세 달 동안 영웅 수십 명을 잡아먹은 그 괴물에게 정정당당을 요구할 필요는 없겠지. 따라붙어! 가세한다!”
돌파하는 두 성자의 뒤를 이어 용사들이 속도를 높이고. 잠시 후 터지고 썰리는 소리에 마법과 온갖 다양한 무구의 소음이 섞여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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