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end of the world, Cry Clear RAW novel - Chapter 383
Chapter. 17. 여행 준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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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17 여행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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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분은 그저 듣기만 하셨다.
하긴, 얼마나 궁금하실까?
오래전에 멈춰버린 두 분의 시간과 달리, 내 시간은 지금까지 흘러왔으니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될지 몰랐던 이야기는 어디서 끝내야 할지 모를 이야기가 되었다.
모두 말씀드리고 싶었다.
“아버지가 그렇게 돌아가시고, 상관에게 밉보이는 바람에 그만….”
독기에 가득 찬 열일곱 소년병은 어떻게 전설적인 특수부대 에이스로 거듭났는가.
“어머니, 그때 그 일은 정말, 제가 어머니 말만 들었어도….”
기적적으로 어머니를 만난 패잔병이 다시 그분을 잃고, 어떻게 살아왔는지도 입에 담았다.
“BDSM? HIV? 아들, 그…. 엄마는 다 이해하는데….”
“아니! 이름에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긴 한데, 정말 괜찮은 녀석들이라! 이게 어디서 만났냐면….”
나랑 똑 닮은 이상한 새끼들을 얘기도 해드렸다.
“….여자?”
“만나는 여자가 있다고?”
“예. 그, 다나라고…. 어…. 참한 아가씨인데….”
와락!
“여보오! 우리 교수가, 차마 저 어린애한테 비뇨기과 한번 가보자는 말을 못 해서 밤잠을 세웠는데, 어느새 며느릿감을!”
“열일곱까지 여자 손도 못 잡는 놈이라 ‘저놈이 우리 집안의 대를 끊겠구나’ 싶었는데!”
“그런 쪽으로 걱정하셨습니까?”
“이 녀석이, 그걸 말이라고 해!”
“주마등 하이라이트 탑5 안에는 들어갔단다.”
“어렸을 때부터 여자애들만 보면 육상선수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도망치곤 했었지.”
좋아하실 것 같아서 다나 얘기도 해드렸더니, 금방이라도 성불할 것만 같은 얼굴이 되어버렸다.
살다 보니 좋은 날도 오더라고. 지금은 제법 좋은 날인 것 같다고 말씀드리자, 그렇게 행복한 얼굴을 하셨다. 정말, 그리도 행복하실까.
나는 그 얼굴이 더 보고 싶어 신나게 떠들어댔으며. 신시아, 영 총장, 47구역 대화방 친구들과 기타 등등의 이야깃거리가 떨어지자, 우리 셋의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이 세계 안의 인연이 모여있는 곳, 연회장으로 향하게 되었다.
그 행복한 미소를 한 조각이라도 더 보기 위해, 바깥에서의 인연뿐만 아니라 이쪽, GG에서의 인연까지.
“성자님의 부모님이시라면…”
“성모, 성부님?”
“주, 주교님을 모셔와라! 이, 이게 앉을 자리도 없어서 이를 어쩐다….”
“저희를 깔고 앉으십시오! 체온으로 데워진 플레이트 메일입니다!”
교단 사람들은 연회장으로 가는 길에 마주쳤다.
“….아들?”
“내가 이렇게 만든 거 아니에요.”
“성자님이야말로 저희의 등대이시며, 지향점이십니다!”
“라투라! 찬양할지어다!”
“….그렇다는데?”
“저런 씨-”
그레고리우스가 들고 온 ‘교수 성자록’을 읽어보신 어머니는 한층 더 수심이 깊어진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허허허허. 교수의 생부, 생모라는 말씀입니까?”
“그웍. 이상하다. 미친 사람 같지는 않은데, 결과물이 교수다.”
“확실히, 교수 저 친구가 하는 꼴을 보면 흑마법적 탄생 비사가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은데….”
연회장에서는 내 동료들과 만나게 해드렸다.
3월드 전체에서 모여든 미식과 미주.
대부분 험담인 나와의 여행기는 두 분께 가장 좋은 안주였으며, 청산유수처럼 흘러나오는 오트만의 이야기에 두 분은 웃고, 취하고, 행복해하셨다.
그것은 단순히 이야기를 넘어, 두 분의 아들이 앞서 이어진 무수한 아픔을 딛고 완벽하게 홀로 섰다는 증거였으니까.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는 이야기를 듣고, 또 듣고.
은은한 왈츠 소리에 잔뜩 취한 어머니가 마찬가지로 취한 아버지를 끌고 춤추는 사람들 사이로 섞여들었다.
조용히 흐르는 음악과 낮아진 조명.
어머니도, 아버지도, 나는 물론 이곳에 모여든 모든 사람들이 행복한 자리.
“모든 사람이라….”
사람들이 하나둘 짝을 찾아 플로어로 나서는 것을 보고 있으니, 누군가의 빈자리가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빈자리. 죽은 동료부터 투란 성문 경비대장까지 있는데, 딱 하나만 비어있는 자리.
쇄골 근처가 간질간질한 것은. 기분 탓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을까.
“오트만.”
“음.”
홀에는 부모님이 어설픈 스텝을 밟으며 환히 웃고 계셨다.
그 모습을 눈 속 깊이 담았다.
“아까 말씀하셨죠.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만나고 싶은 사람을 모두 만날 수 있다고. 그 사람이 GG를 플레이한 적이 있어, 데이터 소울로 이곳에 존재한다면.”
“그렇지. 이곳에 한데 모인 이들이 다음 월드로 넘어가는 만큼, 우리 세계를 구성하는 사람이라면 전부 이곳 어딘가에 있겠지.”
“역시, 그렇겠죠?”
“역시, 그렇다네.”
내가 무엇을 묻는지 아는 듯 얘기하는 오트만.
마지막으로 부모님의 모습을 눈에 담은 다음, 자리에서 일어섰다.
“….저 갑니다.”
“그래. 다른 세계에서, 오트만이 아닌 누군가로, 또 만나세.”
오트만의 조용한 인사에, 교수는 깊이 고개 숙여 답했다.
“가십니까.”
“그웍. 교수 간다.”
“모시겠다고 맹세해놓고는, 또 홀로 보내게 되었군.”
차례로 지나친 동료들과도 인사를 나눴다.
세계수는 게드로이츠가 오래된 게임의 전통을 따랐다고 했으니까.
용사는 마왕을 물리치고.
도시로 돌아와 환영의 축제를 열고.
그렇게, 해가 질 때까지 행복한 시간을 보며, 길었던 스텝롤이 끝나갈 즈음-
막이 내린다. 화면이 검게 물들고, 다음 빛이 들어올 때는 새 게임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밤이라….”
창밖에 휘영청 떠오른 달을 보며 발걸음을 옮겼다.
쇄골의 간지러움이, 주술각인이 안개처럼 흐릿하게 끌어당기는 방향으로.
모두가 즐거운 이곳에서, 홀로 즐기지 못할 한 사람을 향해.
엑스트라 스테이지의 마지막 무대를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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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 딴딴-
딴 딴딴-
왈츠의 소리가 조금씩 멀어졌다.
춤추는 사람들의 플로어를 지나.
환한 불빛이 밝혀진 연회장을 가로질러.
나무와 풀숲에 가려진 정원, 어느 공터로.
희미하게 달빛이 스며드는 곳으로.
그 안에 몸을 숨긴 부드러운 그림자를 향해.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한 곡 신청해도 되겠습니까?”
남자는 손을 뻗었다.
그림자 속에, 두터운 손등을 쓰다듬는 부드러운 손가락이 느껴졌다.
“….눈치가 없는 걸까요. 아니면, 욕심이 많은 걸까요.”
“배려심이 많은 게 아닐지?”
“….”
“부디. 당신 생각처럼, 너무 깊이 다가가진 않을 테니.”
락샤샤는 망설였고, 남자는 끈질겼다.
‘아아, 저 눈.’
한없이 깊고, 올곧은 저 눈이란.
각오를 다진 여인에게 있어 반칙이 아닌가.
뜨거운 손이다. 서늘한 밤공기 속의 여인을 덥혀주기에 충분한, 거친 손길.
또각. 또각….
그림자 속에 숨어있던 여인은, 그 손길을 따라 달빛 아래 걸어 나왔다.
희미하게 왈츠가 들려오는 공터.
밤하늘을 닮아 반짝이는 검은 드레스.
갈등하는 눈빛. 다가서는 발걸음.
모두가 즐기는 가운데, 숨어있던 여인.
남자의 손이 허리를 감싸고
여자의 새틴 같은 머리카락이 그의 가슴에 기대어지며.
희미한 왈츠에 맞춰, 둘만의 무도회가 시작된다.
“반칙이었어요.”
작은 입이 달싹였다.
“모질지 못한 사람. 세상을 전부 담을 정도로 마음이 넓은 사람이, 죽어가는 여인의 마음을 내칠 수 없음을 알았답니다.”
“거부하기 힘들지.”
새침한 목소리와 낮은 울림의 웃음.
“그렇게 반칙을 해서라도 닿아보고 싶었어요. 그 따스함에. 화인처럼 영원히 남을 한순간의 기억을 갖고 싶어서.”
“저런. 무서운 여자네.”
하나가 웃으면, 다른 하나의 몸에도 떨림이 닿는다.
끌어안은 몸이 감정과 말을, 못다 한 이야기를 전한다.
상실의 아픔.
산 자와 죽은 자의 벽.
어째서 모습을 감추었는가.
어째서 부러 그녀를 찾아와, 이리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는가.
‘마지막이로구나.’
기다리고 있던 차가운 말, 혹은 애틋한 말이 모두 무의미함이라.
이 순간의 원무에 모든 것이 담겨있지 않은가.
오늘이 가면 끝이라.
락샤샤로서의 삶과 기억은 사라지며, 4월드의 다른 누군가로. 또 다른 삶을 이어가게 될 테니.
그 순간을 홀로 보내게 하고 싶지 않아 찾아온 것이다.
사랑의 말을 속삭이지도, 결별의 말을 흩뿌리지도 않은 채.
그저, 이 순간을.
이 시간을, 오롯이.
.
.
.
.
그렇기에. 그런 그 사람의 반쪽이 되고자 했던 그녀였기에, 이해했다.
목을 감싸 안은 손끝이 쇄골을 쓰다듬었다.
“아나야.”
“이제, 그 이름을 거둬가야 할 시간이에요.”
풀려나온 주술 각인은 달빛 속으로 흩어졌다.
딴 딴딴-
딴 딴딴-
춤추듯. 노래하듯 멀어진다.
왈츠가 끝나가고 여명의 끝자락에 걸친 달빛 속에 여인은 홀로 춤을 추었으며.
남자는 락샤샤라는 여인의 마지막 춤을 함께하는 대신.
어둠 속에 남아, 그녀를 지켜보았다.
창백한 달빛 속에 흐르는 검은 드레스가, 검은 머리칼이 나부꼈다.
왈츠의 끝.
여자는 드레스 자락을 들어 인사하고,
남자는 정중히 가슴에 손을 얹어 답례한다.
해가 떠오르며, 축제의 하루가 끝났음을 알렸다.
-띠링!
[데이터 소울의 전송이 시작됩니다.]엑스트라 스테이지에서의, 마지막 시간도.
축제의 도시도. 우리만을 위해 비워진 왕성도. 화려한 연회장과 그 많은 사람들도.
-뚝.
필름을 잘라낸 것처럼, 한순간 사라져 있었다. 남아있는 것은 드래곤과 관리자들뿐. 하얀 공간과 자판기, 안락의자가 있는 곳으로 돌아와 있었다.
마치, 끝난 게임의 전원을 끄듯. 훅 불어 꺼진 성냥불처럼, 한순간에.
“마지막 시간을 사별한 부모와 보내지 않다니. 의외로구나.”
“그쪽은, 시간 같은 게 의미가 없습니다.”
드래곤의 물음은 무의미한 것이었다.
아무리 많은 시간을 줬어도, 아무리 많은 이야기를 나눠도 지금과 똑같이 아쉬울 것을 아니까. 평범한 하루의 끝처럼, 그렇게 보내드렸다. 작별인사라면 살아서 충분히 하지 않았던가.
어머니와 아버지. 두 분의 마지막은 그분들의 행복한 모습으로 충분했다.
이곳에서의 미련도 털어냈고, 못다 한 락샤샤와의 마지막 정리도 끝냈다.
이제 남은 것은 하나.
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얕은 물이 어린 검은 공간.
-풀썩!
낡은 소파에 몸을 던지니 뿌연 먼지가 피어올랐다. 이 자리의 주인은, 벌써 저만치 걸어가는 중이었다.
‘가냐.’
[가야지 그럼. 여기 있다간 덤터기로 껍데기 너까지 끌고 갈 텐데, 평생 들러붙어서 욕먹을 일 있냐.]하이드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성큼성큼 걸어갔다.
문득, 저 녀석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 몸을 벗어난다는 것이 떠올랐다.
스물다섯 살의 경험과 지식을 가진, 두 살짜리 영혼.
생에 첫 홀로서기의 무대가 자타공인 지옥이라니. 누굴 닮아서 팔자가 저리 사나운 건지.
.
.
.
.
‘어이.’
대답도 없이 도망치듯 떠나는 녀석의 뒷모습을 보고 있으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내가 쟤한테 거짓말하는 걸 가르쳤어야 하는데.’
저렇게 티가 나게 행동해서야, 어떻게 이 거친 세상을 살아간단 말인가.
나는. 크게 숨을 들이쉬고, 점처럼 작아진 하이드의 뒷모습을 향해 크게 소리 질렀다.
‘오래 걸릴지도 모른다!!’
모른다-
모른다-
모른다-….
검은 공동에 메아리치는 울림.
그리고.
찰팍-
하이드의 걸음이 멈췄다.
‘나도 생각 없이 선택한 거 아냐. 관리자들은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AI라고. 그놈들이 입 모아서 불가능이라 말하는 세계다.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게 아니라, 무조건 실패할 수밖에 없게 만들어진 월드일 거야.’
[….]‘그러니, 최대한 천천히 진행할 거다. 지나가는 아낙부터 개미 새끼 한 마리까지 의심하고, 티끌만큼이라도 위험하다 싶으면 열흘이고 일 년이고 준비해왔던 계획 다 엎고 튀어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거다.’
[….그래서 뭐.]‘그렇게 토끼처럼, 새끼 사슴처럼 바들바들 떨면서 널 찾으러 갈 거라고.’
녀석은 4월드의 누군가로 다시 태어난다. 지난 2년간의 기억도, 지금 이 순간의 기억도 모두 잊어버리고 NPC로서 답도 없는 세계에서 아등바등 살아가겠지.
녀석의 발끝이 아슬아슬한 경계에 걸쳐있는 게 느껴졌다.
지난 2년간 세상 그 누구보다 가까이에 있었던 인격.
나의 모든 기억, 모든 감정을 공유하고, 생사의 경계에서 언제나 판단을 나눠왔던 존재.
삶의 일부에 가까운 존재가, 내게서 떨어져 나가려 하고 있었다.
찰팍.
경계에 걸쳐 선 하이드의 몸이, 천천히 이쪽을 돌아보았다.
바깥의 내 모습을 모방한 육체.
파르르 떨리는 어깨와 손끝.
두려움에 일그러진 얼굴과, 울먹이는 눈.
[혼자…. 할 수 있겠어?]‘그 얼굴로 울지마라. 무섭다.’
현실의 내 모습을 형상화한 괴물은 보이기 싫었던 얼굴을 벅벅 닦으며 돌아섰다.
‘가서 보자.’
‘그동안 쓸모있는 녀석이 되어 있으라고. 어디 가서 내 분신이라고 말하는 게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꽈아악!
그 말에, 하이드는 떨리는 손으로 주먹을 쥐었다.
그리고, 교수에게는 보이지 않는 흐름으로. 수많은 데이터 소울이 흘러가는 강물과 같은 흐름 속으로 마지막 걸음을 내디뎠다.
틱-
가늘고 긴 실이 끊어지는 듯한 감각과 함께, 한 몸에서 태어난 두 인격이 분리되었다.
‘….먼저 가서 기다려라. 하이드.’
들어줄 이 없는 독백이 낡은 소파를 맴돌았다.
언제나 마음을 읽고, 공유해주는 이가 사라진다는 것은, 꽤 쓸쓸한 일이었다.
생각보다,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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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이쪽도 마찬가지야. 껍데기.]거대한 흐름.
무수한 데이터 소울의 흐름 속에 휘말린 하이드는 교수의 마지막 감정을 떠올리며 쓰게 웃었다.
두렵다.
태어날 때부터 언제나 그와 함께한 인격. 아버지이며, 친구이며, 스승이자, 형제였던 ‘박교수’의 의식이 느껴지지 않는 것.
생각만으로 그의 사고와 감정을 공유할 존재가 없다는 것은, 생각 이상으로 두렵고, 외로운 것이었다.
[평범한 사람은 이것을 평생 견디고 산다는 말이지….]생각보다 진짜 ‘인간’은 꽤 가혹한 삶을 살아가는 모양이다.
그래서 그렇게 다들 무리를 지어 사는 모양이지. 껍데기와 나처럼 영혼을 공유할 상대가 없어서. 외로우니까.
하이드는 그의 기억이 점차 분해되어, 한 점으로 수렴하는 것을 느꼈다.
교수에게 물려받은 기억도.
그와 함께한 2년의 기억도.
그 모든 감정, 생각, 성격까지, 한올 한올 분해되어 흐름에 합류하고 있었다.
점차 분해되어가는 생각과 흐려져가는 의식 속에, 새로운 생각이 피어올랐다.
꽤나 외롭다. 아마도, 계속 이럴 것이다.
이 상태로 그리 오래 있고 싶지 않다.
교수가 내게 도착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만큼 멀고 험난한 길이라면. 저 녀석이 내게 도착하기까지 그렇게 오래 걸린다면.
그렇다면.
[….내 쪽에서 먼저 찾아가는 것도, 방법이 아닐까.]거대한 흐름에 휩쓸린 하이드의 의식은, 그 생각을 소중히 품었다.
알처럼.
다른 세계에서, 하이드가 아닌 누군가로 다시 태어나더라도.
이것 하나만큼은, 그 안에서 부화하길 바라며.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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