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end of the world, Cry Clear RAW novel - Chapter 392
Chapter. 17. 여행 준비(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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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술 냄새 좀 보라지! 이안님, 또 술 드시고 총 사러 오셨습니까? BDSM쪽 총무 하시는 분이 더는 술 드시고 왔을 때 물건 팔지 말아달라고….”
“잔말 말고 셔터나 올려, 게일. 너 우라늄 꿍쳐서 소형 핵반응 어쩌고 하려던거 소문나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핵 트라우마는 황무지 기본 소양이라고. 수많은 황무지의 열사들이 제2의 비극을 방지하겠다고 널 찾아오지 않을까?”
“아니, 언제적 실수를 아직도 얘기하십니까! 그건 그냥 호기심이었다니까요! 그래도 화약 팔아먹고 사는놈인데 호기심 정도는 가질 수 있잖아! 그건 한 세계를 끝낸 최종 보스격인데!”
“그래 그래. 호기심에 범죄도 저지르고, 그러다 사고도 치고 인생도 망치고 그러는거지. 아, 맡겨놨던 내 건케이스도 좀 찾아가야겠어. 수리는 끝났지?”
“누누히 말씀드리지만, 그런거 지고 다니면 늙어서 관절 다 나갈겁니다.”
들어오면서 봤던 총포상의 주인은, 밤늦게 찾아오는 이안이 익숙한지 툴툴거리며 닫았던 가게 셔터를 다시 들어올렸다.
먼저 꺼낸 것은 꽤나 익숙한 이안의 철제 건케이스. 이제 막 정비를 받아서 그런지 반들거리는 모습이 제법 멋들어졌다.
이안은 그것을 능숙하게 어깨와 허리에 고정시킨 다음, 정비된 건케이스와 마찬가지로 번쩍거리는 쇳덩이로 가득찬 내부를 보고 히죽 웃었다.
“좋아. 문제없군.”
“폭탄이고 화약이고 잔뜩 들어있는 물건을 맨날 휘둘러대셔서, 안쪽 완충소재를 좀 보강했습니다. 안에 넣어둔 물건이야 뭐, 늘 쓰시는 것들로 넣어뒀고.”
“흐흐흐흐. 매번 고맙수다. 계산은 BDSM으로 달아 둬.”
“그것도 어제 이미 보내 놨지요. 그래서. 가게 열라고 하신 것 보니까 건케이스만 찾으러 오신 것 같지는 않은데…. 이번엔 또 뭐로 하실겁니까? 신작 나온건 저번에 다 들여가서 새로 보여드릴건 없는데.”
이안이 이런 식으로 가게에 발주를 넣은게 한두번이 아닌 듯, 익숙하게 그에게 내용물이 보충된 건케이스를 건네는 상인.
“신기한거 말고, 제대로 검증된 놈들로 좀 꺼내봐. 비무장한 ‘도련님’이 한 명 있어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주 제대로 무장시켜야 하니까.”
“제우스 벨리 밑바닥에 ‘도련님’이? 아주 정신머리 빠진 놈팡이를 데려오셨구만. 그런 놈은 왜 쓰는거요? BDSM에 그렇게 인재가 없나?”
“크흐흐흐! 그러게나 말이다.”
이안이 여봐라는 듯한 눈빛으로 뒤를 돌아보는데, 뭐라 할 말이 없어서 불퉁한 얼굴로 걸어나오기만 했다.
“어…. 이거 내가 아는 그 사람입니까?”
“예~ ‘도련님’ 박교수올시다. 주제도 모르고 빈몸으로 여기까지 쭐래쭐래 걸어들어온 병신이 바로 나요.”
“아, 아니! 물건 필요한 사람이 교수님이면 그렇다고 말을 해주셨어야지! 아이고 이거 죄송합니다! 난 쌩판 책임감도 없는 진짜 도련님을 데려온줄 알고….!”
드르르륵- 철컥!
셔터 문이 열리고, 어둑한 가게에 조명이 확 들어오자 낮에 봤던 온갖 종류의 총기들이 다시한번 내 눈앞에 늘어섰다.
“어떻게, 우리 ‘도련님’한테는 총을 좀 골라줘야 하나? 방아쇠 당기는 법은 알고?”
“그만 놀려라 좀. 어디보자…. 방탄복은 어깨까지 가려지는걸로 쓰고. 시가전이니까 근접 화력 투사에 유리한게 좋을 것 같은데…. 주인장, 추천좀 받아도 됩니까?”
“예! 물론입니다! 저 안쪽에서 오래 생활하셨으니 요즘 트렌드에 조금 뒤처지는 건 어쩔 수 없지요! 우선 방탄복부터 보면, 요즘은 그런 일반 방탄소재가 아니라 다양한 탄두에 저항할 수 있는 복합 신소재 방탄을 사용하는데….”
철컥. 철컥.
착! 차각!
스르릉!
내가 익숙한 총기를 손에 들면, 주인은 난처한 표정으로 그것을 밀어내며 온갖 종류의 희한한 부착물이 달린 신세대 화기들을 권했다.
“셀 테크라고 아십니까? 변종 부산물 공학은 무기나 생활용품 뿐만 아니라 의체 분야에서도 혁신적인 발전을 이뤄냈지요. 아, 이미 하나 가지고 계시는군요! 내부 공간이 꽤 되는 것 같은데…. 잠깐 봐도 되겠습니까?”
몸에 맞는 방탄복을 찾다가 내 가슴을 덮은 철판을 보고 감탄하기도 하고.
“하하하! 안에 계시는 동안 문화 사회적 변화도 만만치가 않았거든요! 옛날에 무장도 안하고 다니는 ‘도련님’이 얼빠진 멍청이 정도로 여겨졌다면, 지금은 혐오의 대상입니다! 변종 웨이브를 피해 도망치는 동안 전투에 도움도 안되면서 같이 움직여서 살아남은 사람들을 ‘책임감이 없다’고 여기는 풍조가 생겼지 말입니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좀 하기도 하고.
“자, 갈레온 자동 권총 두 정은 서비스입니다! 이렇게 하고 나가시면, 이제 황무지의 그 누구도 교수님을 ‘도련님’이라고 부를 수 없을겁니다!”
확실히 장사 짬밥이 좀 되는 사람이 전문적인 설명을 곁들이며 이것저것 권해서 그런가, 어어 하는 사이에 람보 저리가라 할 정도의 무장을 주렁주렁 매단 상태가 되어 있었다.
“크흐흐흐. 어때, 재밌지?”
“신기하긴 하네.”
몸에 딱 달라붙는 신축성 있는 내의 위에 가죽 갑옷에 가까운 방탄복을 걸치고. 수납 공간이 많은 조끼 안에는 권총을 다섯 자루나 쑤셔 넣었으며 등에는 각기 다른 소총을 세 자루나 매어두었다. 심지어 허리춤에는 포션 벨트마냥 뭔가 주섬주섬 들어있는 다용도 벨트에 놀랄만큼 편안한 군화, 정강이부터 무릎 어림까지 보호하는 가드까지.
“탄까지 다 합하면 7, 80kg은 되겠는데? 요즘은 다 이렇게 주렁주렁 매달고 다니면서 싸워?”
“뭐, 공격 수단이 다양화 되어서 말이지. 그만큼은 아니라도, 필요한 것은 어떻게든 들고 다니는 편이야. 열 전도율이 기적처럼 낮은 달팽이 크림 같은거 라던가, 독이나 산성 중화제라던가. 옛날처럼 전장에서 출혈이랑 쇼크, 화학 대응만 하면 어떻게 되는 상황이 아니거든.”
“[적/중소 규모 무장집단/좋은 훈련/복귀한 신병]”
“예,예~ 알겠습니다요. 요즘 전투 트렌드도 못따라가는 촌놈은 시키는데로 해야지요. 가서 이거 다 써보고 오자고.”
한결 묵직해진 나를 보며 흐뭇한 얼굴로 이건 어디다 쓰고, 저건 어디다 쓰고하며 두 사람이 짚어주는 사이, 졸지에 가판대를 반쯤 비워낸 상인은 한결 밝아진 얼굴로 손을 비비며 다가왔다.
“역시나 돔의 영웅답게 손도 크십니다! 다 해서 1394만 7500실링 정도 되는데…. 지불이야 BDSM에서 해주시겠지요? 물건은 댁으로 포장해 드리면 되겠습니까?”
그렇게 말하며 자연스럽게 포장할 물건들을 꺼내기에, 손을 뻗어 저지한 다음 살짝 뛰어보았다.
쿵-
“….움직일만 한데?”
“너 내가 행정부에서 이따시만한 사슬도 끊고 일어나는거 봤다. 당연히 움직일 만 하지. 나도 70kg 정도는 지고 다니는데.”
“벼, 변한 모….습! 저, 적합, 적응….하면!”
“그러게. 확실히 근력이 높은건 쓸만하네. 이렇게 주렁주렁 매달아놓고 뛰었는데도 막 철그럭거리고 하는 소음이 없는걸 보면, 옷 자체도 이정도 외부 무장을 체결해도 단단히 유지되는 것 같고. 몸이 무거워져서 이동하는데 소음이 늘어나는 것은 문제지만, 선두 정탐 역할은 어차피 벡스 네가 할거지?”
“다닫, 당연….히!”
“역할이야 그대로지. 보고, 사격각 안나오는 구석은 벡스가 따로 돌고. 돌파 및 화력 투사는 내가, 데미지 컨트롤과 개인전 지휘는 네가.”
“음, 그럼 내가 좀 무겁게 움직여도 상관은 없겠구만. 작전 범위가 크게 넓은 것 같지도 않으니까.”
이대로 다 들고가겠다는 말에, 총포상 주인은 우리 모습을 유심히 살폈다.
온 몸에 총과 탄약, 방탄소재를 둘둘 감고 공간이 모자라 가슴속에 수류탄까지 다발로 집어넣은 나.
마찬가지로 방탄 소재를 몸에 두르며 그의 트레이드 마크 같은 건 케이스의 가죽끈을 어깨와 허리에 고정하는 이안.
팅- 하는 맑은 소리와 함께 품에서 꺼낸 나이프를 가게 불빛에 비춰보는 벡스.
“….어디 전쟁 나가십니까?”
“아, 전쟁까지는 아니고.”
황무지 사람답게 순식간에 몸을 긴장시키는 상인의 모습에, 나는 손사래를 저었다.
“쥐 잡으러 갑니다, 쥐.”
“쥐?”
“예. 요즘 온갖 괴물이 나돌고 있잖아요. 사람 잡아먹는 대형쥐가 있다길래. 좀 잡을까, 해서.”
“….그럼, 조심히 다녀오십쇼. 요즘 쥐들은 사람을 잘 뭅니다.”
잠시 골몰하던 총포상은, 그렇게 말하며 떠나는 우리를 배웅했다.
“사람 괜찮네.”
“그지? 실력도 좋고. 눈치도 있고.”
“….생존 능력도 있고.”
나는 우리가 나서자마자 총포상 안에서 들리는 짐싸는 소리에 피식 웃고 말았다.
자칫 렛 휴먼 진영과 전면전이 될 수 있으니, 미리 몸을 빼겠다 이거지.
“확실히 HIV의 명성이 많이 흐려졌나보다. 사람들이 믿음이 없네.”
“내 말이. 오늘 밤을 기점으로 달라지게 하자고.”
“이 정도 작전에서 다치면 쪽팔린거 알지? 대충 지휘할 테니까, 대충 알아서 작살내고 알아서 털어.”
“키힉, 힛!”
“너무 즐기지는 말자고. 익숙해지면 병이다. 잘 하는일에 종사하는 전문가 정도로만 즐겨.”
화력무장부터 정신무장까지.
오랜만에 소대장 할때의 기억을 하나하나 짚어본 나는, 뭘 그런 소리를 다 하냐는 듯한 녀석들의 얼굴을 보며 모비딕 밖으로 걸음을 내딛었다.
“거, 쥐 잡아죽이기 딱 좋은 날씨네.”
새벽의 밤하늘은 황무지가 늘 그렇듯 뿌연 달빛이 애매하게 길을 밝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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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직-
[아아. 여기는 EZ-07. 건담 1호 수신 양호한지.] [개소리 하지말고 주문 한거나 읊어봐. 있었지?] [아, 그게 있기는 했는데…. 찾다가 총장님한테 걸렸어.]“뭐?”
“야, 왜. 못 찾았데?”
“아니, 그건 아닌데….”
지하 의료-군수-생활가전 복합 판매 집단, 모비-딕의 관리 구역을 벗어난지 10여분.
본격적으로 작전에 들어간 우리는, 당장 필요한 정보부터 여기저기 쑤셔서 찾아내기 시작했다.
상대가 허접한 스캐빈저도 아니고, 수준이 떨어진다 해도 총에 맞으면 죽는 것은 우리도 마찬가지인 만큼, 무작정 돌격해서 난사 쇼를 벌일수는 없는 것이다.
애초에 인간사냥꾼=렛 휴먼 이라는 가설의 검증도 필요해서 잠입하는 방향으로 정한 만큼 개략적인 내부의 구조 정도는 알아야 했던 것이다.
그래서- 마침 행정부에서 시간 끌라고 보낸 에젤한테 거기 분명히 제우스벨리 지하 구조도 같은거 파놓은 게 있을테니까 찾아보라고 했는데.
새벽 1:30
하루 종일 고순도 알콜을 입에서 때지 않는 사람이, 훈련받은 전 감찰부 요원의 뒷덜미를 덜컥 잡아챘다는 것이다.
[영 총장 그 인간은 잠도 없어? 나중에 알고봤더니 ‘삐리릭- 저는 핵전쟁 이후에도 민주주의 정부를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안드로이드, 제로입니다- 아아 데모크라시- 데모크라시-’ 같은 소리 하는 거 아냐? 술을 그렇게 처먹고도 잠이 안 온데?] [몰라 나도. 아무튼, 걸린 김에 우리 쥐 좀 잡는다고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말씀드렸어.] [그랬더니?] [….제우스 벨리는 돔의 경제 허브에 가까우니까, 전소까지는 피해달래. 되도록 해 뜨기 전에는 끝내주고.] [오. 허가가 나왔네?] [말려도 안 들어먹을 거 아니까, 나중에 교수 형 그 몸으로 움직인 전투 데이터나 좀 추려서 보내달라고 하시더라고.]역시 영 총장. 돔이라는 거대 집단의 총수다운 대범함이다. 자기 도시에서 민간 군사작전이 벌어지는데 그걸 피해 범위나 좀 줄이라고만 하면서 허가하다니. 전쟁때 내 윗대가리가 이런 사람이었으면 발이라도 핥아 줬을텐데!
[아, 그리고 원래 목표로 한 것도 찾았어. 역시 감찰부에서 미리 조사해둔 게 있더라고. 근데 이걸 어떻게 전해주지? 골목 하나하나 불러줄 수도 없고.] [단말기로 사진 쩍어서 보내. 나름 지금 쓰는게 최신형이라, 간단한 디스플레이 정도는 내장되어 있다고 하더라고.] [‘내장’되었다니. 듣기 좀 거북한걸.] [야.] [아무튼, 보냈어.]반짝!
에젤의 통신과 함께 가슴의 철판, 그 여닫는 경계선에 희미한 불빛이 흘러나왔다.
“아, 됐다. 이미지 파일도 진짜 넘어오네.”
“거 편리하구만. 그래서, 이제 그걸 어떻게 보는데? 교수 네 망막에 직접 투사되기라도 하는거냐? 응?”
“딱히 그런 기능은 없는 것 같은데? 어디보자….”
촤라라락!
어둑한 시장 한 구석에 둘러앉은 우리는, 내가 가슴에서 꺼낸 두툼한 설명서를 한 장씩 넘겨가며 살펴보고 있었다.
“D-389 통신기, 기계화 보병 내장형 버전 사용법…. 이미지 파일을 다운 받을 수도 있다…. 전송된 파일은 통신기 측면 디스플레이에 나타나며…. 라는데?”
“뭐여. 그럼 그 안에 지금 에젤이 보낸 이미지가 나와 있다는 거야?”
덜컥. 끼이익-
“저, 저기 있….다!”
“속이 참 뜨뜻미지근 한게, 겨울에 커피나 엔진오일 같은 거 넣어서 다니면 좋겠어. 편리하네, 박교수.”
“개새끼야.”
짤깍, 티디딕-
“어디보자….아, 저 안에 있는 거, 거울인가? 저걸로 비춰서 네가 볼 수있게 되어있나본데?”
“으으으, 무슨 갈비뼈라도 뽑는 느낌이….”
“아, 미안. 어디 걸렸나 했더니, 위로 뽑아서 당기는 거였군.”
“이런 $&&#@ 개*@#!!!!!”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서야, 비로소 나는 가슴의 열린 구멍에서 튀어나온 작은 거울을 통해 안에 비친 구조도를 볼 수 있었다.
“으음…. 모비딕이랑은 좀 많이 다른데?”
“진짜 쥐새끼 아냐? 알고보니까 막 지능을 가진 번식형 변종들이라던가?”
“[작전/위험/난해한 지형]”
“좁은 통로. 1평 남짓한 방을 최대한 많이 연결한 구조. 그런 주제에 방과 방 사이의 연결은 직선적이지 않고 중구난방이군. 되게 복잡하네.”
모비딕처럼 커다란 공동과 활성화된 암시장을 생각했던 내게 있어, 놈들의 관리 지역은 상당히 난해했다.
“입구가 좁아. 그냥 좁은게 아니라, 사람 하나 간신히 지나갈 만한 입구를 수십 개는 더 지나야 해.”
“들어가고 나오는데 무지막지한 병목 현상이 생기게 해놔서 아예 속전 속결로 뚫기도 좀 난해하고.”
“내가 이런 새끼들을 아는데, 저렇게 입구를 틀어 놨으면 무조건 지들만 아는 뒷길을 만들어 놨을거다. 건드리면 꼬리만 벌때처럼 튀어나와서 앞을 막고, 그 사이 대가리들은 전부 뒤로 빠져나갈거야. 이런 놈들은 살아남으면 그때부터 더럽게 엉겨붙는거 알지? 가족이나 지인 납치, 자살테러, 방화…. 이거 생각보다 귀찮아지겠군.”
에젤이 보내준 지도는 꽤나 빈약했다.
돔도 이런 불법적인 존재를 인지하고 나름 요원을 침투시키긴 했지만, 본격적인 조사를 착수하기엔 인력이 없는 상황.
밝혀진 것은 초입 부근에 수백에 가까운 작은 방이 얽혀있고, 렛 휴먼을 이용하는 손님들은 각자 그 방에서 원하는 물건을 말하면 해당 물건을 취급하는 상인과 1대 1 상담을 통해 거래를 하게 된다는 것. 그리고, 그 방들 너머에 요원이 확인하지 못한 지하 공간이 더 있다는 것.
“모비딕 보다 더 깊이 판 것 같은데?”
“….그렇지?”
지하 건물이라는 것은 그냥 땅만 판다고 만들어지는게 아니다. 그 깊이가 깊어질수록 상상을 초월하는 건축공학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게 고층 건물과 더불어 이런 지하 구조인데, 모비딕 수준도 아니고 그것보다 더 깊은 지하 구조를? 일개 스캐빈저와 레이더, 온갖 범법자들이 모인 범죄자 집단이? 단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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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도와줬나본데?”
“애미럴. 설마, 돔?”
“돔….까지도 후보선상에 넣어두자고. 그만큼 자본이나 인재를 쓸 수 있는 누군가.”
“어이씨. 하룻밤 일 치고는 좀 빡쎈데.”
“[아군/기동타격대/요청]”
“어, 그래야겠다. 이건 자고 있어서 내버려두고 할만한 사이즈가 아냐. 한 놈이라도 세면 진짜 골 아파지겠어.”
건물의 구조만 봐도 보통 자본과 기술이 들어간 곳이 아니었다.
자본이야 불법 장사해서 벌었다 쳐도, 단기간에 이만한 건축물을 만들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상황.
[돔의 부장이라는 사람에게 간신히 접촉하긴 했는데…. 우리같은 사람들이 겪는건 환경 재난이라 돔에서 어떻게 해줄 수 없다고 하더라구요.]카밀라씨의 말에 의하면, 적어도 보고는 올라갔어야 할 상황을 딱 잘라서 반려해버린 돔의 높으신 누군가.
그런 상황의 사람들을 납치해가는 불법 사냥꾼들.
“뭔진 몰라도 양지쪽 누군가와 유착이 있다. 그냥 잡초가 아니라 어떤 놈이 씨앗을 뿌려서 키운 잡초로군.”
영 총장이 벌인 일일 가능성? 무시할 수 없다. 그는 돔의 이익을 위해 뭐든 할 수 있는 사람이다.
돔 상층부의 부패? 가능성이 높다. 돔은 최근 무리한 확장을 했으며, 몇 달동안 고된 업무를 반복했고, 그 보상으로 주어진 것은 평소와 같은 봉급과 약간의 수당, 그리고 명예 한 조각이다. 공무원에게 충분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을 경우 그들이 부패하는 것은 역사가 보증한다.
혹은, 적 세력의 간자가 활약하고 있을수도 있다. 안그래도 흔적만 남기고 돌아다니는 렙터 놈들이 수상했는데, 평소 전면전을 즐겨하던 성향과 달리 사람을 심어서 조져봐야겠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최근 돔은 사람을 많이 받아서 그런 침투에 취약해져 있었으니까. 부족한 인력을 충원하던 중 그런 외부의 첩자가 섞여들었다는 가정은 절대 과장된 게 아니었다.
조금 더, 제대로 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
“구조상 은밀한 잠입은 아예 불가능하고. 우리, 셋다 얼굴 팔렸지?”
“더 팔기 힘들 정도로 많이 팔렸지.”
“그럼 변장도 좀 힘들겠군.”
잠입도 힘들어. 전면전도 힘들어. 속전속결은 구조적인 문제와 정보 부족으로 힘들어.
그럼 남은 방법은 딱 하나였다.
“BDSM 애들중에, 좀 껄렁하게 생긴에 있냐?”
“아닌 놈이 없는데.”
“그럼 그중에 제일 험악하고 불법적으로 생긴 놈 하나만 붙여줘봐. 나머지는 밖에서 너랑, 벡스랑 돌입 대기하고.”
“….설마?”
철컥, 철컥, 철그럭!
나는, 대답 대신 몸에 주렁주렁 매달고 왔던 무기를 내려놓는 것으로 답했다.
“어. 손님으로 가보려고. 그냥 손님 말고, 아주 큼-지막한 손님.”
“어이 박교수. 너 그 몸, 총 맞으면 죽는 거 알지? 괴물 형태일 때야 전차랑 캐치볼 할 수준이였지, 돌아온 지금은 그냥 뼈가 튼튼하고 가죽 좀 질긴 인간이다 너? 이젠 재생력도 없다며.”
“알아. 근력이랑 뼈만 좀 남고 거의 다 인간으로 돌아온거.”
신체검사 이후 밖으로 나오기 전, 주치의 체이샤가 신신당부한 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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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문자 그대로 죽음에서 돌아왔어요. 무슨 뜻이냐 하면, 당신 몸 안의 변종 바이러스는 대단히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는 거에요. [이 숙주가 죽었나? 살았나?] 헷갈려하는 중 이라구요. 실제로 뼈나 가죽, 관절과 근육 일부 등 이전의 육체와 형태가 비슷한 부분은 아직 전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니까. 그 말은, 당신이 죽음에 가까워질 경우, 이 혼란에 빠진 변종 바이러스들이 완전히 돌아설 수 있다는 뜻이에요. [역시 죽었군!] 하면서 당신을 이번에야 말로 완벽하게 3형 변종으로 만들어버릴 거에요.’
‘오. 그거 유용하네.’
‘아니, 전혀. 그건, 당신이 죽지 않아도 죽음에 가까워지면 이 바이러스가 몸을 강제로 죽여버릴수도 있다는거에요. 이번에는 제 2의 기회따위는 없어요. 바이러스가 당신을 죽이고, 그들의 행동 원리에 따라 당신의 기억을 모방하며, 이번에야 말로 완전한 괴물로 뒤바꿀거에요. 돌아올 가능성도, 당신의 의식이 남아있는 괴물이 될 가능성도 없어요. 적응자나 지금 황무지의 2.5형도 아닌, 저어기 워킹 케인이나 올드 픽쳐 같은 순수 3형 변종으로 변한다는 거에요.’
‘….좋다 말았네.’
‘명심하세요. 당신의 몸은 황무지의 그 누구보다 불안정한 상태라는 것을. 그냥 죽는게 아니라 죽을 뻔한 상황만 와도 세상에서 박교수는 사라지고, 인간의 이성을 잃은 3형 변종 박교수가 도시 한복판에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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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장황하게 말했지만 결국 그거다.
‘거의 인간에 가까운데, 총 맞으면 죽는게 아니라 총 맞으면 터지는 폭탄 같은 인간이라는 거.’
이안이나 벡스가 뭘 걱정하는지는 알겠는데….
“내가 언제부터 슈퍼 휴먼으로 살았다고. 총 맞으면 죽는거야 예나 지금이나 똑같지 뭐.”
애초에 돌연변이 박교수 이전에, 이미 딱총이랑 다 낡은 무기 몇자루로 황무지를 평정한게 이 몸이란 말이다.
“안 죽을테니까, 밖에서 신호나 기다리고 있어. 때가 되면 다 때려부수면서 내려와야 할테니까.”
“그동안 넌 뭐하게.”
털그럭!
끝내 수류탄과 탄약이 들어있는 벨트까지 풀어버린 나는, 맨살에 드러난 검은 돌기들을 흐릿한 달빛에 비춰보며 말했다.
“나 잘하는 거.”
높으신 누군가와 거래를 튼 지하조직.
변종화가 진행된 인간을 사냥하는 놈.
카밀라씨가 그랬던 것처럼, 겉으로 보기에는 그들과 같은 증상으로 보이는 나.
“개 눈에는 똥밖에 안보인다지?”
거기에 약간의 액션이 곁들여지면, 그들이 나를 어떤 사람으로 여기게 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늘 그렇듯, 나는 전면전 보다 속이고, 파고드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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