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end of the world, Cry Clear RAW novel - Chapter 401
Chapter. 17. 여행 준비(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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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락- 사르르륵-
아침.
황무지의 야영자를 깨우는 것은, 보통 밤 사이 모여든 모래가 야영지 위로 흘러내리는 소리였다.
노곤한 몸 위로 흘러내리는 까슬까슬한 감각이 느껴진다.
어둑한 지평선이 은은하게 밝아져 오는 것이 느껴지고, 서늘한 공기속에 밤 사이 다 타들어간 모닥불이 힘겹게 발끝을 데우고 있으며,
“음…. 으음….”
팔과 가슴에, 새틴 같은 머리칼과 부드러운 살결과 함께 스스로를 완전히 놓아버렸던 지난밤의 기억이 떠올랐다.
“와….”
세상에. 이 느낌을 도대체 뭐라고 설명해야하는거지?
가장 격정적이고 완벽한 휴식? 평생에 단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충족감? 가장 오래된 비원을 달성한 자의 성취감? 대충 뭉뚱그려서, 행복?
그래. 행복이다. 나는 그야말로 행복을 만끽하는 중이었다.
나도 남자인 만큼 이런 순간을 상상해본적이 수만 번도 더 되겠지만, 맹세코 단 한번의 경험이 이렇게까지 사람을 뒤흔들어 놓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
실오라기 한 장 걸치지 않은 다나가 내 품에 안겨있었다. 서늘한 아침 공기가 싫다는 듯 품으로 파고드는 그 모습이 너무 귀엽고 아찔해서 심장이 녹아버릴 것 같았다.
문제가 있다면, 다나가 지금 파고드는 그 품 안에, 정확히 머리를 기댄 곳에 통신기가 들어있다는 것.
“….오지 말라고 연락해야하는데.”
어제 연락하기론 오늘 아침까지 이쪽으로 차를 한 대 보낸다고 했다.
아직 해가 완전히 뜨진 않았으나, 조금 있으면 아침이라고 부르기에 적합한 시간이 될 것이다.
돔에서 보내준 차량은 이른 아침에 도착할 것인가, 아니면 느지막한 아침에 올 것인가.
지금부터 차가 도착할때까지 시간은 얼마나 더 남았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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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르면한번더할시간정도는-
톡톡.
“무슨 생각해?”
“어으으윽! 윽? 어어?! 아, 아니야! 아무것도!”
잠이 깨는 만큼 그 자리를 치고 들어온 색마(色魔)가 막 폭주하려던 찰나, 품 안에서 손가락으로 가슴을 노크하는 손짓에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쪽!
가슴팍에 머리를 묻고있던 다나가, 그대로 고개를 들어 가볍게 입을 맞췄다.
“좋은아침~”
“조, 좋은…. 아침.”
죽겠다. 막 잠에서 깬 저 나른한 목소리도, 누구 때문에 피로한지가 선연한 저 발그레한 얼굴도, 반쯤 일어나며 이불이 흘러내린 자리를 아슬아슬하게 가린 저 폭포수 같은 머리칼도!
평소에 단정하고 정적인 이미지였던 다나인 만큼, 이런 그녀의 흐트러진 모습은 사람의 뇌를 마비시키는 그런 힘을 가지고 있었다.
“또 혼자만 생각하고있네. 어제 얘기했잖아, 우리, 숨기는 거 없이 전부 나누자고. 무슨 생각 하고 있었어?”
“도, 돔에 연락해서 열 두시간 정도만 늦게 구출하러 와달라 하려고 했습니다….!”
“여, 열두 시간 씩이나?”
“엇, 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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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라고 묻는 대신, ‘열두 시간 씩이나’ 라고 되묻는 다나의 모습은 이미 그녀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었다.
죽겠다. 진짜 여기저기 혈압이 터져서 죽겠어! 내 바뀐 몸의 가시거리가 얼마나 되지? 지평선까지는 거의 개활지인데, 아직 흙먼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차량이 도착하기까지 충분한 시간이 있다는 뜻이 아닐까? 괜찮지 않을까? 어차피 시작을 야외플레이로끊은거남들시선정도는도전적인과제로-
“으으으으으!”
큰일났다. 단 하룻밤의 경험으로 뇌가 고장나버렸어! 완벽한 내 사고회로의 중심에 크고 강력한 필터가 생겨버렸단 말이다!
내가 스스로 찰싹 소리가 날 정도로 뺨을 치고있자 옆에서 다나가 재밌다는 듯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떤 생각인지 알겠고, 나도…. 그러고 싶은 마음이 교수보다 더 했으면 더 했지, 부족하진 않겠지만.”
“….집에 가야겠지?”
“커뮤니티에 ‘박교수 커플, 서로만 있으면 아무것도 필요없다며 돔으로 귀환 거부해’ 같은 기사가 뜨는 것은 조금 부끄러우니까. 또…. 여기서는 조금…. 허리도 아프고, 무릎도 아프고…. 우린 앞으로도 같이 있을테니까 너무 서두를 필요는….”
“커흑!”
상상해버렸다. 상상해버렸어! 제기랄, 진정이 안돼!
다나가 덮고 있던 비닐 우의를 다시 껴입는 동안, 나는 눈덩이처럼 커져가는 상상력과 힘겨운 싸움을 이어나가야했다.
모닥불에서 불씨를 살리고, 약간 이상한 냄새가 나기 시작한 방사능 전갈 고기를 콘크리트 판 위에 굽기 시작할 즈음 세수하고 옷을 갈아입고온 다나가 옆에 앉았다. 그녀가 가져온 깨끗한 옷이 못내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이 입었다.
“와, 남자가 차려준 아침 식사.”
“뭘 이걸 가지고 아침 식사랄 것 까지야.”
“이것도 인류의 역사가 자랑하는 무구한 전통이잖아. 많은 것이 사라진 세계인 만큼, 남아있는 것은 소중히 여겨야지.”
다나는 맛이 가기 직전의 전갈 고기를 귀한 음식 대하듯 입으로 가져갔고, 옆에서 그걸 대충 입에 쑤셔넣고 있던 나는 그 모습에 맛을 느끼지도 못할 정도였다.
“아, 먼지다.”
“차량? 어디?”
“저어-기. 지평선 끄트머리에, 버섯 바위 옆에. 다나는 안 보일수도 있겠네.”
아침을 먹고 끓인 맹물차 한잔 까지 하고나니 저 멀리서 다가오는 트럭 한 대가 눈에 들어왔다. 그 흙먼지는 짧고도 강렬했던 나의 휴가가 끝났음을 알리는 신호나 마찬가지였다.
새벽 빛을 가르며 다가오는 흙먼지와, 내 어깨에 기대어 그것을 바라보는 다나.
“….다나. 어젯밤에, 내가 어디 가는거 아니냐고 물어봤었지?”
무의미한 이야기다. 내가 저쪽에서 얼마나 오랜 시간을 보내던 현실에서는 채 하루도 되지 않을 것이며, 그렇기에 지금 꺼내고자 하는 이야기는 쓸데없이 걱정과 불안을 초래할 의미없는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
가라앉은 내 목소리에 다나가 조금 더 강하게 내 팔에 기대어왔다.
“….가는거야?”
“사실만 따지자면. 대신, 이번에는 기다릴 필요 없어.”
그래도. 적어도 누군가는 알아주었으면 했다.
나는 아무도 모르게 전재산을 기부하거나 선행을 이어가는 그런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 착한 일을 하면 남들이 알아봐줬으면 좋겠고, 고생을 하면 누군가 인정해주기를 바라는 그런 소시민일 뿐이다.
적어도 누군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머릿속에 새겨두고 싶었다. 수년, 수십 년이 될지도 모르는 여정 속에서도 잊혀지지 않을, 밖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누군가를 만들고 싶어서. 그런 욕심을 참을 수 없어서,
“다나.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는 모두 비밀로 해줬으면 해.”
그만, 다 털어놓았다. GG와 게드로이츠. 완성자와 보상. 내가 얻은 것. 한 세계를 이룰 정도로 셀 수 없이 많은 데이터 소울들. 그들에게 예정된 지옥과, 나의 선택.
그녀의 곁을 떠나있을 시간은 찰나와 같지만, 내가 먼 길을 떠난다는 것도.
잠자코 듣고있던 그녀가 입술을 깨무는 것이 보였다.
그녀가 잡고있던 옷깃에 손톱이 파고드는 것이 느껴졌다.
“끝까지 감추려고 하던게, 이거였어?”
“응.”
“그래서, 4월드의 생성이 끝나는게 오늘이고?”
“맞아.”
“조금이라도 돌아올 가능성을 높이려면, 그 오염이라는 것이 더 퍼지기 전에 한 시라도 빠르게 접속해야되는 거지?”
“그래.”
“그렇게 해도, 역사에 다시없을 AI가 무슨 수를 써도 구하는게 불가능한 세상이라는 것도, 들어서는 순간 그 세상을 구하지 않으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것도 맞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세상에서 가장 행복했던 여자 같았던 다나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불안함. 두려움. 심지어 약간의 원망까지 서려있는 시선.
마침내 완벽하게 서로에게 닿았는데, 또다시 사지를 향해 걸어들어가는 연인에 대한 원망.
나는, 그런 그녀의 눈을 피하지 않고 마주했다.
“다나. 아까 얘기할 때 세계수가 나한테 뭐라고 했었는지 말했었지?”
“나가서 좋은 기억을 많이 만들고 오라고….”
“그래. 그거야.”
[그래. 되도록 좋은 기억을…. 많이 만들고 왔으면 좋겠구나. 앞으로, 음…. 너의 나날들을 위해.]현실로 돌아오기 전, 관리자의 공간에서 망설이듯 세계수가 내게 당부하던 말.
복귀가 눈앞에 다가온 지금, 나는 그 말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이정표. 어쩌면 내가 ‘박교수’로 살아왔던 시간보다 더 오랜 세월이 지나도 마모되지 않을 그런 단단한 이정표가 될 수 있는 기억. 그런 기억을 만들어 오라는 뜻이었어.”
나는 박교수로 스물 다섯 해를 살아왔다.
이번에 저쪽으로 돌아가면, 나는 다른 모습과 다른 능력을 가진 인물로서 내가 살아온 세월 이상을 살아가야 할 가능성이 높았다.
세계수가 말한 ‘좋은 기억’이란 그렇게 마모되어 사라져갈 ‘황무지 인간 박교수’의 남은 부분을 붙잡아 줄 닻을 말했다. 전쟁터에서 꺼내보는 가족사진처럼, 고통의 순간에 떠올릴 나의 목표지. 칠흑같은 어둠속에서도 내가 가야 할 방향을 일러줄 이정표.
“내 이정표는 너야. 다나.”
고개를 들어 밝아오는 황무지를 눈에 담았다.
지금 이 순간, 이 자리.
나와 모든 것을 나누기를 소원한 연인과 함께 나눈 이 순간의 모든 것을 뇌리에 새겨넣었다.
천년의 고통속에도 찬란하게 빛날 그런 기억을.
담담한 고백속에, 다나의 몸이 떨리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저쪽 사람들을 무시해버리면….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오늘과 같은 행복을 내일도, 또 그다음 날에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거 알고있지?”
“알아.”
“당신이 그러지 않을 거라는 것도?”
“그래.”
“정말…. 바보같아.”
다나는 떨리는 몸을 내게 기대며 얼굴을 파묻어왔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으러 간다는데, 그런 모습이 사랑스러워 견딜 수 없는 내가…. 너무 바보같아….”
흑, 끅, 흐윽.
눈물 몇 방울이 콘크리트 바닥을 적셨다.
“사랑해. 당신을, 내 삶에 다시 없을 정도로…. 사랑해.”
그녀의 말 한마디, 손짓 한번에 나의 일부가 이 순간에 묶여드는 것이 느껴졌다.
“….돌아올거지?”
“내가 언제는 돌아오지 못하는 것 봤어?”
“잊지 않을거지?”
“오히려 매일 밤 너무 떠올라서 아침마다 이불빨래 해야하는거 아닌지 걱정되는걸.”
“가서…. 또 다른 여자 만드는거 아니지?”
“커흠! 흠!”
“교수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지만…. 앞으로는 안돼. 정말로. 이미 나를 다 줬는데, 나로는 부족하다는 뜻이나 마찬가지잖아….”
“커흐흠! 흠! 흐흠!”
세상에. 눈물을 뚝뚝 흘리던 눈으로 질투하는 표정이라니!
….못 참겠다.
철컥!
나는 근처에 놔둔 라이플을 향해 손을 뻗은 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가지런히 준비해둔 탄약을 능숙하게 장전했다.
그리고, 이제 제법 다가온 흙먼지 쪽 허공을 향해 연이어 발포했다.
[탕! 타탕! 탕! 타앙- 탕! 타앙-….]“….훌쩍! 그거, 군용 신호야? 어….[접근/사살/2시간 뒤/접촉]?”
“어, 어디까지나 나의 생환을 위해서, 좋은 기억을 ‘충분히’ 확보해 둘 필요가 있지 않나…. 싶어서.”
“아….”
무슨뜻인지 이해한 다나는, 나와 지평선을 번갈아보더니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고개를 푹 숙였다.
해석하면 대충 ‘지금 오면 죽여버리겠다. 두 시간 뒤에 와라’ 라고 총성을 이용해 신호를 보낸 것.
연이어 발포된 총성이 황무지의 하늘에 울려퍼진지 얼마 되지 않아, 다가오던 먼지구름이 정지하는 것이 보였다.
[파앙! 팡! 파앙- 파앙- 팡!팡!….] [당소/현위치/야영도 가능/부족한 작전시간/2시간]“푸우웃!”
“푸흡!”
마찬가지로 총성을 이용한 군용 신호로 전해진 상대의 뜻에 우리 둘다 웃음을 참지 못했다.
샷건 특유의 공간감 있는 총성.
군용 신호에서조차 느껴지는 말투.
“저기 있는 거, 이안이랑 우리 애들 같은데?”
“어떻게….하지? 아직 멀기는 해도 저기에 아는 사람들이 잔뜩 모여있다고 생각하니까, 조금 부담이….”
다나는 그렇게 말하면 서도 애가 타는 눈빛으로 나를 봤다가, 먼지 구름을 봤다가. 내 팔을 조금 더듬었다가, 다시 먼지 구름을 바라보길 반복하고 있었다.
….어제는 그녀가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먼저 행동해줬으니, 이번엔 내쪽에서 리드할 차례겠지.
촤아악!
판초우의를 단숨에 벗어든 나는 모닥불 주변의 식은 숯을 하나 가져와 급하게 그 위에 휘갈겨 쓴 다음, 뚫린 외벽의 모서리에 대충 걸어서 펼쳐두었다.
“꺄아악! 교, 교수!”
“좋은 기억! 좋은 기억을 남기자, 다나!”
“자, 잠깐만! 잠깐….!”
그리곤, 망설이던 다나를 번쩍 안아들고 건물 안, 누울만한 자리로 돌격했다.
그들이 순식간에 떠나간 자리. 펄럭이는 빨간 비닐 판초우의 위에는
[Do not disturb(방해하지 마시오)]-라는 글자가 선연하게 펄럭이고 있었다.
****
2시간 뒤.
다소 헝클어진 옷차림의 커플앞에 트럭 한 대가 멈춰섰다.
“크흐흐흐! 여어~ 새신랑! 며칠 고생했다고 들었는데, 어째 신수가 훤해지셨어~?”
“메탈죠, 너, 너 이자식….! 이 위험천만한 황무지에 나랑 다나만 딸랑 내버려두고 갔겠다!”
와락!
“….평생의 은인이십니다 선생. 존나 고마워.”
“허허허. 이쁜 조카로 갚아라 무른 체리같은 새끼야. 그리고 감사를 표하고 싶으면 나 말고도 해야할 사람이 하나 더 있지.”
“음?”
멱살을 잡는 척 하며 평생의 은인이신 대(大) 메탈죠 선생께 감사의 인사를 올리는데, 이안은 실실 웃으며 막 트럭에서 내리는 중인 사람을 가리켰다.
훤칠한 키.
주근깨가 잔뜩 박힌 얼굴에 약간 날카로운 눈매.
주황색 머리칼에 청바지, 티셔츠.
그리고 소중한 듯 조심스럽게 배 위에 올려진 손과, 피곤한 얼굴로 뒤이어 내리는 조카스.
“어이~ 박씨! 실로 해피한 시간을 가지셨는가! 이 본좌께서 보다못해 한 수 거들어 주셨거늘!”
“설마…. 너?”
모든 정황이 가리키는 인물.
여자는 히죽 웃는 얼굴로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내 옆에 붙어있는 다나에게 달려들었다!
“했내, 했어! 이게 그냥 연인하고 같이 밤을 지새운 연인은 딱 봐도 거리감이 다르거든! 아이구~ 장하다 우리 동생! 그야말로 산에 올랐으니, 이제 하산해도 되겠구나, 제자야!”
“노, 노루 언니!”
“내가 박가 저놈이 혹시 기능고장일까봐 얼마나 마음 졸였는지 아니이~? 뭐 문제없든? 두 시간 잡아놓고 얘기만 잔뜩하다 온 거 아니지? 쓸만해? 입에 맞아? 쟤도 좀 교육시켜줘?”
“어, 언니!”
틀림없다. 인사도 하기전에 음담패설부터 쏟아내는 말종은, 내가 아는 사람 중 그 인간 하나밖에 없었다.
“노루Drug해요? 진짜 너냐?”
찰싹!
“그래 임마! 내가 박교수 복귀 첫날부터 깽판이나 놓으러 다녔다는 소식듣고 ‘아, 얘는 진짜 답이 없구나!’ 싶어서 이 무거운 몸을 이끌고 몸소 BDSM에 찾아갔지. 이 정도면 황무지식 웨딩 플래너라고 해도 괜찮지 않아? 흐히히힛!”
“조, 조카스….”
“이번에는 사과 안한다. 내가봐도 결과가 잘 나온 것 같으니까.”
허스키한 목소리에 거리낌없는 행동.
다나를 처음 만났을 때 커뮤니티와 현실의 차이에 괴라감을 느꼈다면, 이 인간은 어쩜 말과 행동이 이렇게 똑같을 수 있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내가 솔직히 소시민으로서 유명인 박교수의 덕을 많이 보고있는데, 기왕 빌붙은거 대를 이어서 빌붙어 먹으면 좋겠지 싶더라고! 내가 지금 임신 3개월이니까, 조금만 푸쉬를 해주면 우리 애랑 그쪽 박교수 2세도 친구처럼 지낼 수 있겠지- 싶더라고! 대를 이어서 잘 부탁한다, 박교수!”
미친 혐성. 그야말로 인간 ‘노루Drug해요’ 그 자체.
결국 조카스는 대신 고개숙여 사과하고 말았다.
“다 떠들었으면 슬슬 타라. 남은 이야기는 돌아가서 하자고. 어차피 이제 시간 많잖아?”
“음. 그렇지.”
“그렇네요….”
이안의 말에, 다나와 나는 말없이 눈빛을 나눴다.
그래. 충분히 즐겁고 행복했지. 감히 상상해본적도 없을 정도로.
그러니, 이제는 돌아갈 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한번 더 게드로이츠의 세계로.
돔으로 향하는 차 안에는, 싸구려 카오디오의 옛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저 멀리, 돔의 마천루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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