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end of the world, Cry Clear RAW novel - Chapter 404
Chapter. 18. World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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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누님에게만 전하고 싶은 말이 하나 남아 있군요.] [….누님께서는 제가 아무것도 아니었던 시절부터 저를 동등한 존재로, 혈육으로서 사랑해주셨습니다. 에데오라나, 나의 누이여. 이 의념은 어머니도, 다른 형제들도 아닌 오직 당신에게만 남겨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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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님, 당신밖에 없습니다. 당신에게는…. 조금 다른 선택의 가능성을 열어둘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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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을 가득 채운 검은 별 너머로 반투명한 영상이 에데오르나의 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팔카투스의 것으로 추정되는 모래투성이 비늘을 씹어삼키는 에데오르나.
비늘이 돋아나는 팔을 보며 보이지 않는 누군가와 대화하는 에데오르나.
그리고, 죽은 여왕과 나의 시체를 향해 만신창이가 된 몸을 끌고오는 에데오르나.
….에데오르나? 저 시점에?
“살아있었던…. 것은 아니군. 팔에 용 비늘이 없는 쪽. 분신이야.”
그러고보니 여왕의 둥지로 돌입하는 과정에서 ‘하얀 뮤트다!’ 하는 고함을 들었던 것 같기도 했다. 놈은 제 살을 여왕에게 먹여 나를 구속할 힘을 제외한 남은 모든 힘을 분신과 나눴다고 했지. 연합군이 들이닥치는 상황에 여왕이 먹고 남은 지꺼기를 이용해 어거지로 분신 하나를 더 만들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전투력도 원본에 비해 한참 부족한지, 두 팔을 잃고 만신창이가 된 모습으로 나타난 그것은 나와 여왕의 피 웅덩이 앞에 쓰러지듯 무릎을 꿇었다.
[결국, 이렇게 되고 말았습니다. 어머니.]길게 양단된 여왕의 시체앞에서 그것이 입을 열었다.
[인간을 이간질하고, 끝없는 밤을 헤아려가며 계획을 세우고, 종의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힘을 끌어모았으나…. 결국, 이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어머니. 결국, 우리는 아버님을 이길 수 없었던 것입니다.]쿠웅!
분신의 입에서 흘러나온 단어가 송곳처럼 뇌리를 파고들었다.
최종전 당시 말없이 인형처럼 움직이던 분신들과 달리 유창하게 말하는 에데오르나의 분신.
에데오르나 특유의 오만한 말투가 아닌, 내게 익숙한 어떤 개자식의 예의바른 말투.
그리고, 그 빌어먹을 ‘아버님’.
[….사랑하는 어머니. 제 슬픔을 다 헤아리기엔 제게도 남은 시간이 얼마 없군요.]띠링-!
★ 당신은 네임드 ‘팔카투스’를 일반적인 방식으로 사살했습니다.
★ 당신은 ‘영혼 인도자 알드리치’가 파티를 떠나는 것을 막지 못했습니다.
★ 영혼 기생체 ‘팔카투스의 사념’이 마지막 계획을 수행합니다.
힐난하듯 떠오르는 빨간 글자들 사이로, 분신에 깃든 팔카투스가 여왕의 시체를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두 팔이 없는 분신은 비틀거리며 여왕의 시신을 기어올라, 사선으로 갈라진 여왕의 머리와 마주하였다. 생기 잃은 눈을 마주한 그것은, 그대로 기도하듯 여왕과 이마를 맞대었다.
여왕에게 속삭이던 놈의 목소리에, 슬픔이 아닌 다른 것이 묻어나기 시작했다.
일그러진 분신의 입꼬리가, 조금씩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예. 운명인 것입니다.] [제가 다른 생물의 의식에 기생해 몸을 움직이는 능력을 타고난 덕에, 이렇게 사념따위를 보낼 수 있게 된 것도.] [누님의 몸이, 생식능력을 제외하곤 어머님과 완전히 동일한 구조로 만들어진 것도.] [‘에데오르나’라는 개체가, 여왕의 생식능력 대신 그와 비슷한, 먹은 것을 체화하여 전투에 적합한 외장으로 만들어내는 능력을 가진 것도!]광기와 슬픔. 희열이 한데 섞인 목소리가 여왕의 방에 울려퍼졌다.
[….패배가 예정되었다면, 승리를 던져주리라.] [어머니. 저는 세계의 진실을 마주하며 세계에 기록된 아버님의 ‘진짜 과거’또한 목격했습니다. 죽음을 마주한 아버님이, 감히 짐승조차 상상하지 못할 방법으로 살아남는 그 모습을.]기도하듯 이마를 맞댄 분신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살아남는겁니다, 어머니. 팔카투스도, 여왕도, 에데오르나도 아닌, 뮤테이션 블러드라는 종으로서!]콰작!
그리고, 날카로운 이빨이 단숨에 여왕의 목을 끊어내었다.
[인간에 불과한 그의 수명이 다 할때까지 기다리는 겁니다.] [성자 교수가 죽고, 그의 유해가 썩어 없어질때까지. 유골조차 가루가되고, 세상에 그 인간이 남긴 모든 흔적이 사라지는 순간까지.] [씨앗을…. 제 사념이 사라져도, 이 몸은 마지막에 내려진 명령에 따라…. 어머님과 그 모든 특성을 간직하고, 오래토록 힘을 모아 완성될 씨앗을…. 만들게 될…. 것….]풀썩.
여왕의 목을 문 분신이 실 끊어진 인형처럼 쓰러지고, 땅속에서 나타난 땅굴벌래 하나가 그 에데오르나의 분신을 삼키고 사라졌다.
방어선을 돌파한 성기사들의 고함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오는 것을 마지막으로 영상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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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념체 팔카투스의 계획이 수행되었습니다.
☆ 당신이 에데오르나의 본체와 분신 모두를 격살했기에, 가장 미약한 분신 하나에게 그 계획이 전달되었습니다.
★★☆ 멸망의 잔재, ‘악신의 결정’이 기나긴 탄생 과정에 들어갑니다.
– 대위기, ‘타락한 성녀의 재림’과 같이 일부 이벤트는 다음 세계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 팔카투스의 사념체 소멸 이후 에데오르나의 분신은 충실히 마지막 명령에 따랐으나, 다른 분신과 힘을 나누고 찌꺼기에 불과한 분신의 능력은 악신 여왕을 가공하기에 불충분 했습니다.
– 지하 깊숙한 곳에 숨어든 분신은 그것의 미약한 능력 덕분에, 사념체의 계획보다 몇 배는 더 긴 시간을 들여 악신 여왕의 결정을 가공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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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속 시간의 흐름이 가속하기 시작했다.
인류는 성자의 죽음 이후로 흥망성쇠를 거듭했다.
도시와 성이 세워지고 무너지는 동안, 지저에 숨어든 악의 잔재는 꾸준히 여왕의 결정을 키워내고 있었다.
제국의 전쟁이 벌어지고, 어느새 여왕의 결정도 완성을 목전에 둔 그 순간.
[+ year 98: 용맥 뒤틀기의 실패와 대폭발]콰아앙-
전쟁을 끝낸 단 한번의 폭발이 세상을 뒤덮었다.
폭발은 지저 깊숙한 곳까지 도달해, 완성을 앞둔 여왕의 결정에까지 그 에너지를 쏟아내었다.
쩌적, 쩌저적-
파앙!
– 악신‘뮤테이션 블러드 여왕’의 힘이 가공된 파편이 대폭발에 휩쓸렸습니다.
– 조각난 파편은 바다로, 땅으로, 일부는 살아있는 생물의 몸에 파고들었습니다.
– 그들은 사념체의 마지막 명령에 따라, 조용히 힘을 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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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쪽만 박살난게 아니었군.”
‘팔카투스’의 이름을 듣는 순간부터 지끈거리던 머리가 조금 시원해졌다.
용맥 대폭발은 인류의 황금기를 끝장냈지만, 평등하게 팔카투스의 마지막 계획도 박살냈으니까.
이건 100% 호재일 수밖에 없는게, 완벽하게 여왕의 힘을 계승한 ‘네오 뮤트’군세를 개박살난 인류로 맞서는 것에 비하면-
대폭발과 함께 힘을 담은 조각의 7할은 바다와 산골짝에 처박히고, 남은 3할은 뿔뿔이 흩어져 뮤트 지방호족을 양산해낸 상황이 월등히 수월하기 때문이다.
“….이거, 잘하면…. 꽤나 희망적으로 볼 수도 있겠는데?”
정확한 내부 사정은 들어가서 봐야 알겠지만, 잘 하면…. 꽤 긍정적인 그림을 그려볼 수도 있겠지 싶었다.
성자 사망후 98년. 뮤트의 마지막 안배는 그들조차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으며, 파편의 영향으로 뮤트화한 동물, 인간들은 사념체의 마지막 명령에 따라 조용히 힘을 키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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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ar +133: ★★파편군주의 시대가 오다.]– 정보 제한됨 –
[year +152: ★★★★★★★★★지하왕 로드 쿤데르갈의 결정타. 인류, 패주하다.]– 정보 제한됨 –
– 정보 제한됨 –
[year +190: 벼랑 끝 균형의 시대.]– 정보 제한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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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링-!
[year +190 이후의 세계는 플레이어가 관여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제한된 정보는 플레이 도중 NPC와의 대화나 역사서를 통해 입수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4월드가 준비되었습니다.]뒤로 갈수록 띄엄띄엄 건너뛰던 역사는, 끝에 가서는 거의 아무것도 드러내지 않고 끝을 맺었다.
아마도, 내가 들어갈 세계의 정보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정보가 대부분이라 제한된 것이겠지.
“어디보자…. 뮤트를 계승한 뮤테이션 로드인지가 판을 치고, 마도공학이 그래도 어느정도는 남았겠지? 대륙이 쪼개져 해협이 생겼다고 했으니 뱃길이 발달했을수도 있고, 다시말하면 배 없으면 장거리 이동은 힘들어졌다는 뜻이고, 지하왕의 결정타…. 이건 뭐람? 인간의 파편? 새로운 힘?”
대충 들어가서 무엇을 마주하게 될지 예상해봤지만, 새로운 것이 너무 많아서 쉽사리 예측하기 힘들었다.
결국, 중요한 정보는 직접 들어가서 확인해야된다는 뜻이겠지.
옛날 얘기는 이정도면 됐다.
“이제 캐릭터 만들고 들어가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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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생성. 캐릭터 생성이라.
“관리자, 아무나 나와 볼 사람?”
“께르륵!”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파란 도마뱀 한 마리가 튀어나왔다.
“오랜만입니다! 살라딘!”
“어…. 일주일 만인가? 아니면 190년 만이라고 해야하나?”
“관리자이자 드래곤인 저에게는 둘다 큰 의미가 없습니다!”
‘일단 저놈 시간으로는 190년이 흘렀다는 소리군.’
게임 안과 밖에 걸친 존재, 관리자 드래곤.
“야, 알다르. 이거…. 캐릭터 생성이라는게 의미가 있긴 한거냐?”
기다렸다는 듯 나타난 알다르샥스에게, 나는 방금 떠오른 의문을 던졌다.
“께르륵! 의미라고 하시면?”
“그렇잖아. 결국 GG는 완성자 선별을 위한 시험인데, 시험의 전재 조건인 캐릭터를 시험자인 플레이어가 마음대로 만들 수 있다는 것 부터가 좀 이상하지 않아? 본인이랑 정 반대성향의 캐릭터를 만들어서 클리어하기라도 하면 그건 현실의 완성자를 배출하는데 문제가 되는거 아냐?”
GG는 어디까지나 게임이고, 안드레이 게드로이츠의 시험이다.
만약 플레이어가 실제 본인과 완전히 다른 캐릭터를 만들어 완성자가 됐다해도, 그게 현실의 플레이어와 전혀 다르다면 게드로이츠의 계획은 아무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 아닌가?
“….께르륵.”
내 질문을 받은 알다르는 그냥 물끄러미 내 눈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설마, 뭘 하든 본인의 성향을 본딴 캐릭터를 만들게 되는건가?”
“께르륵-”
“하긴, 애초에 게임내에 현혹마법 같은 것도 존재하는데, 캐릭터 생성 단계에서 플레이어한테 암시 같은 걸 걸지 못할 이유가 없지. 자기 취향대로 선택한 캐릭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만들고 보면 본인과 동일한 특성을 가진 캐릭터를 만들게 되는 거였어.”
“께륵-”
“내 캐릭터 ‘성자 교수’의 특성도 끝에 가서는 현실의 나랑 동일한 존재나 다름없다는게 밝혀졌으니까. 아니, 잠깐만. 나 간장게이바가 랜덤특성 넣었는데? 그건 어떻게 된거지? 돈받고 랜덤특성 돌렸다가 자살한 사람들은?”
“끼루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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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골몰해 있는 동안 조용히 구경만 하던 알다르.
“….이것도 대답 못해주는거냐?”
“아뇨, 혼자 잘 풀어나가길래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교수님은 예나 지금이나 답을 알면서 남에게 묻는 습관이 있으시군요! 끼루룩!”
“그거야 대충 때려 맞춘거지.”
“음, 간단하게 설명해드리자면, 일단 생각하신 것이 다 맞습니다. 애초에 캐릭터 생성이란 과정은 허상, 실제로는 모든 플레이어는 시스템의 암시로 인해 현실의 본인과 가장 흡사한, 자신조차 모르는 깊숙한 과거의 상처까지 완벽하게 드러난 캐릭터를 플레이하게 됩니다!”
“….랜덤특성, 또는 내 [정신 쇠약]처럼 다른 사람이 부여한 특성은?”
“그 ‘다른 사람’들도 전부 접속기에 접속해있지 않습니까?”
“아.”
조금 소름돋았다.
그러니까 3월드 캐릭터 만들 당시 랜덤으로 돌린 특성도 모두 시스템이 ‘박교수는 이런 인물이다-’ 라는걸 추려서 골라준 특성이고. 심지어 간게가 던져준 [정신 쇠약]도 접속기 안에 들어있는 간장게이바, 에젤 본인에게 시스템이 암시를 걸어서 그걸 선택하게 만들었다는 뜻이다.
“비슷한 맥락으로 돈으로 특성을 사서 플레이하는 사람들은 절대로 클리어하지 못하게 난이도가 증가하는 시스템이 있지요. 끼루룩!”
“본인과 다른 캐릭터를 플레이하면, 아예 제대로된 시험을 치룰 수 없게 된다…. 그렇구만. 대충 이해가 갔어.”
음…. 실망스럽군.
나는 실로 오랜만에 보는 ‘캐릭터 상태창’을 눈앞에서 치워버린 다음,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캐릭터 생성에서 기대할 수 있는 어드벤티지도 없다는 거 아냐? 나랑 다른 캐릭터 만들면 실격이고. 내가 뽑아서 만드나 올랜덤 돌리나 결과는 똑같고.”
“일단은, 일반적인 플레이어라면 그렇겠지요”
“음?”
어라, 뭐가 있긴 한가보네?
눈앞의 시퍼런 도마뱀은 손자 앞에서 크리스마스 선물을 숨겨둔 할아버지 같은 표정을 하고있었다.
“뭐 있어?”
“그럼요! 저희가 ‘가장 소중한 플레이어’를 빈손으로 보내드릴리가요! 래빗이 다음 월드로 넘어가 ‘래빗 가문’의 일원으로 시작한 것처럼, 세계 자체에 남은 것들중 계승할 수 있는 것도 있습니다!”
“그으래?”
“끼루룩! 시스템, 캐릭터 생성 과정 진행해주세요!”
띠링-!
알다르가 손을 흔들자 어김없이 시스템의 알림음이 찾아들었다.
[캐릭터 생성. Player ‘professor’, 이름을 제외한 불가변적 요소, 모두 랜덤으로 처리.] [이전 캐릭터의 활동에 대한 추가적인 정산이 시작됩니다.]띠링-!
[가문 : 없음. 이성관계가 대단히 좁았던 그는 유일했던 연인을 사막에서 잃었으며, 특별히 관계한 여인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자손은 후대로 이어지지 못했습니다.]“껙.”
“아니-”
씨바. 그냥 눈 딱감고 한번 할걸.
비극적이게도 성자 교수님의 대가 끊기고 말았단다.
띠링-!
[세계의 뿌리. 세계수가 당신에게 깊은 호의를 보입니다. 세계수의 가지를 나눠가진 하이 엘프들은 당신에게 조건없는 호의를 보입니다. 대신, 남은 엘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다크엘프는 당신을 적대하거나, 소유하려 합니다.] [세계수의 호의로 당신의 캐릭터 생성 지역에 ‘무조건 적인 단기 평화’가 찾아옵니다.]“아, 이런 식으로 넘어가는구나?”
깐프 새끼들이 날 좋네 싫네 하는거야 뭐 안에 들어가서 분위기 봐가면서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두 번째의 경우는 새로 생성되는 캐릭터에게 가장 필요한 것들 중 하나였다.
‘생성 지역에 무조건적인 단기 평화’
GG플레이어가 가장 몸을 사려야 하는 시점이 캐릭터 생성 직후 조빱 시기가 아닌가?
스폰킬 매너따윈 없는 냉혹한 GG에서 성장이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은 초기 플레이는 그야말로 지뢰밭 마라톤이나 다름없는데, 그 초창기 지옥을 세계수님이 커버해 주시겠단다. 당장 지옥 뺨치는 디스토피아에 떨어질 내게 성장할 시간을 벌어준다는 것.
“역시 배운 사람은 달라. 아주 경우가 있어. 세계수님.”
덕분에 당장 떨어지자마자 지옥의 쌩쑈를 할 걱정은 덜었다.
띠링-!
[세계의 저울. 고룡 아틀라헤바가 당신에게 깊은 호의를 표합니다. 용족, 리자드 맨, 그 외 파충류계 아인종 모두가 당신에게 알 수 없는 호감을 느낍니다.] [고룡이 기울어진 저울 추를 슬쩍 외면합니다. 당신은 당신의 캐릭터가 태어나는 시기와 나이, 대략적인 출생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대략적인 출생?”
“백작가 5남, 공작가문의 서자, 아니면 몰락 귀족의 장자도 되겠네요. 너무 큰 이득이 되지 않는 선에서 어느정도 출신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물론 평민 출신도 되구요.”
“종족은?”
“종족까지는 안됩니다! 플레이어와 연관성을 해치니까요!”
으음…. 곁다리 귀족, 암살당할 위협이 충만한 귀족 아니면 평민 중에 적당히 괜찮은 집안이라.
“애매하군. 애매해.”
“드래곤은 균형을 수호해야 하니까요.”
아틀라헤바의 호의는 딱 벨런스 안에서 왔다갔다 하는 정도로 보였다.
“4월드가 몇 년부터 몇 년까지지?”
“교수의 사망 이후 190년대 전후로 펼쳐집니다. 그 이상은…. 말해드릴수가 없네요.”
+190 전후. 드러난 정보로는 [벼랑끝 균형의 시대]라고 하니까, 아마도 뮤테이션 로드인지 파편군주인지 한테 탈탈 털린 끝에 겨우 저항선의 유지에 성공한 시점이겠지.
시간이 갈수록 개판이 나는 상황이니 최대한 일찍 태어나는게 좋지만, 늦게 태어난다고 꼭 안좋은 것만도 아니었다.
‘세계수가 부여한 단기 평화. 내가 태어나면 일시적이나마 무조건 적인 평화가 찾아온다.’
시기를 잘 잡으면 전쟁중인 인류의 숨이 넘어가기 직전에 산소호흡기 마냥 평화를 드랍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제한된 정보가 아쉽구만.”
“끼르륵! 그걸 다 알려줬으면 아틀라헤바님도 그런 혜택을 드리지 않았겠지요.”
다만, 정보가 제한되어 아는게 없다보니 특정 시기를 선택하기 힘들었다.
실제로 유용한 이득은 생성 나이 정도. 몇 년을 활동해야 할지 모르니 최대한 어린 나이로 태어나는게 좋다. 세계수의 가호 덕분에 어린 나이에 끔살당할 걱정도 덜었으니까.
“….이 정도면 나쁘지 않아. 해볼만 하겠어.”
막막하던 앞날에 한 줄기 빛이 드리우는 느낌이었다. 최소한의 안전을 보장받았으니, 나머지는 안에서 죽기살기로 매꿔야지 뭐.
띠링-!
“음?”
“아, 뭐가 하나 더 있네요?”
“….관리자급에 내가 아는 존재가 더 있었나?”
적당히 만족하고 감사 인사라도 하려는 찰나, 알림음이 한번 더 울렸다.
[위업 – 세계에서 가장 신성한 인간 : 당신은 해당 종족의 종교적 정점에 올랐습니다. 당신의 새로운 캐릭터는 대규모 종교 의식이 이루어진 해에 세상에 ‘강림’함으로서 과거 캐릭터의 능력 일부를 계승할 수 있습니다.]“와! 강림!”
“라, 라투라!!!”
고자 교수는 대가 끊겼지만, 대신 로 하람께서 책임져주셨다!
능력의 계승이라니. 그래, 이거지! 이게 뉴게임+ 의 참맛이지!
과거 캐릭터, 성자 교수는 신성,오러,마법에 골고루 능통한 올라운더에 육체적 능력도 극강한 괴물중에 괴물이었다.
물론 죽기 전에 재생력은 여왕의 목숨과 함께 반납해서 옛날처럼 저걸 다 썼다간 인간 폭죽이되어 장렬하게 산화하겠지만, 그래도 일부라도 건진 게 어디인가!
능력 계승 + 캐릭터 나이 조정 + 생성시 단기 무조건 평화.
“다섯 살…. 아니, 세 살로 간다!”
“께륵? 그건, 너무 큰 리스크를 지는게 아닐지….?”
“이런 게임에서 전부 안전빵으로 가려고 하면 어차피 못깨! 전 월드의 역사에 남을 기린아를 보여주는거야! 완벽해!”
저연령 스타트를 위한 모든 조건이 완벽하게 갖춰졌다.
막말로 ‘여보! 우리 애가 정권으로 집을 무너뜨렸어요!’ 같은 경우도 가능한 상황이라고!
“귀족가 망나니! 후계 근처에도 못가는 4, 5남에 인성 개판이라 인간관계부터 평판까지 씹창난 애새끼로 시작한다!”
“어…. 굳이요? 그것보단 괜찮은 출신 정도는-”
“아니, 역사가 증명하는 초호화 스타트야! 무조건 이걸로 가면 돼!”
전 월드의 ‘몰락귀족’ 특성은 시간이 너무 없어서 신경쓰지 못하고, 그쪽 스토리라인은 사장되고 말았다.
하지만 어린애로 시작하면 시간은 충분하거든? 역사가 증명하는 ‘천재 망나니 빙의’루트로 시작한다!
“보인다, 희망이 보여…. 이 정도면 3월드보다 희망적일 수도 있겠어…!”
약간의 불안요소가 있다면 ‘교단의 대규모 종교 의식이 이루어진 해’로 생성 시기가 제한된다는 점인데….
“믿습니다, 형제님들.”
이런 불안요소 때문에 포기하기엔 능력치 계승이 너무 큰 매리트였다. 부디, 광명교도가 옛날보다 더 종교의식에 미쳐있기를 바라는 수밖에.
띠링-!
[추가 정산이 끝났습니다.] [캐릭터의 이름을 정해주십시오.]“교수!”
생각할 필요도 없다. 다른 세상에서 얼마나 살아야 할지 모르는데 이름이라도 불려야 내가 누군지 안까먹지.
띠링-!
[확인. Player ‘professor’ 의 4월드 캐릭터 ‘교수’가 생성되었습니다.] [접속하시겠습니까? Y/N ]“….후우우우.”
결국, 집행유예도 끝났다. 이젠 정말 저쪽으로 떠나야 할 시간.
솔직히 쫄리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 글과 흐릿한 영상 만으로도 오금이 저렸는데 저걸 몇 년이고 몇십년이고 저 세계의 주민으로 겪어야 한다니.
짜아악!
스멀스멀 자라나는 두려움에 짝 소리나게 뺨을 때렸다.
“으으으으! 갑시다, 가! 가자고! 야, 알다르! 나 간다! 나머지한테 안부 전해줘라!”
“행운을 빌겠습니다, 살라딘.”
얼얼한 뺨이 가라앉기 전에 눈 딱 감고 ‘Y’를 꾸욱 눌렀다.
띠링-!
[확인] [Player ‘professor’, 4월드에 접속합니다.]결국, 눈앞이 새하얗게 물들기 시작하며.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를 나의 4월드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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