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end of the world, Cry Clear RAW novel - Chapter 405
Chapter. 18. World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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꽈르릉! 꽈릉!
번쩍!
어느 폭풍우가 몰아치는 밤. 깎아지른 절벽 앞.
“오오오! 형제님들, 보이십니까! 저 어둠을 가르는 한 줄기 빛이!”
“보입니다, 보여요!”
“광명께서 저희의 기도에 화답해주신 겁니다!”
“라투라! 라투라!”
화려한 옷을 입은 남자와 남루한 옷을 입은 백여 명의 사람들이 작은 돌제단 앞에 모여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사랑하는 형제님들, 그동안 이 모진 세상에 얼마나 고통받아 오셨습니까? 삶이 곧 스스로를 깎아내는 과정이라 여기며 살아온 세월이 도대체 몇 년입니까? 오오오, 여러분. 오오오, 나의 불쌍한 형제들이여!”
“어흐흐흑, 교주님!”
“우리같은 것들을 위해 눈물을 흘려주시다니!”
사람들은 과장된 몸짓으로 눈물을 훔치는 교주의 모습에 정신을 잃도록 오열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을 알아들을 수 없는 말과 몸짓으로 광인처럼 어울리던 이들은, 교주가 그의 손에 쥐여진 홀을 높이 드는 순간 멈췄다.
“여러분. 한때 저도 여러분과 같은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어느 날, 햇살과 함께 광명의 옥음이 저를 찾아오기 전까지는.”
“저는 그분의 말씀을 따라 험난한 시련이 가득한 도시 밖으로 나섰으며, 고난 끝에 그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광명의 성지에 도착해 이 위대한 성물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위대한 광명의 신 라-후람께서 말씀하시길, 이것은 200년 전 전설적인 성자, 불사자 ‘교수’님의 정강이뼈로 만들어진 홀이라. 오직 당신들 눈앞에 있는 이 아훔텔만이 그분의 뜻을 전해 들었으니 앞으로 이 성물을 손에 쥐고 세상을 이끌라, 그리 말하셨습니다!!!”
“아훔텔! 신성한 계승자, 아훔텔 주교님!”
“믿습니다! 저희는 당신만을 믿습니다!”
“자자, 조용! 조용!!! 때가 왔습니다, 여러분. 제가 이 신성한 언덕에 여러분을 부른 이유는! 이제 여러분이 영원한 고통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눈부신 별이 되어 저 드높은 하늘의 성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순간이 왔기 때문입니다.”
후우우웅-!
교주라 불린 사내가 그의 ‘신성한 홀’을 휘두르자, 폭풍우에 휩싸인 절벽의 끝에 눈이 따가울 정도로 밝은 빛무리가 생겨났다.
“위, 위대하신 선지자 아훔텔이시여. 저 신성한 빛은 대체….”
“그야 당연히, 여러분을 더 높은 세계로 이끌 신성한 빛의 문이지요. 축하합니다, 형제님들. 여러분은 이 아훔텔을 믿음으로써 선택을 받았습니다. 자, 얼른 들어가시지요. 얼른!”
“하, 하지만 방금 전까지 저 자리는 절벽이었는데….”
“불경하다!!!! 그런 불신자의 마음으론 절대 빛의 문을 넘을 수 없나니! 감히 신성한 언덕에서 의심을 담은 그 혀를 잘라 내 광명께 너의 삿됨을 고하겠노라!!”
“아, 아닙니다! 이 무식한 놈이 너무 대단한 것을 봐버려서 그만! 가겠습니다! 당장 들어가겠습니다!”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달려들지어다! 가면서 큰소리로 기도문을 외워야 할 것이야!”
무시무시한 교주의 기세와 분위기에 휩쓸린 남자를 차례로, 언덕에 모인 남루한 신도들이 하나둘 앞이 안 보일 정도의 빛 속으로 달음박질하기 시작했다.
언뜻 ‘으아아악-’ 하며 누군가 추락하는듯한 소리가 들리는 듯했으나, 사나운 폭풍우 소리에 가려 대부분 그것을 듣기 전에 빛 속으로. 절벽 너머로 몸을 던지고 말았다.
“….다 갔나?”
“예 교주님! 전부 잘 ‘떨어졌’습니다!”
“그럼 빨리 불 안 끄고 뭐해! 저 정도 마력광 투사기가 마정석을 얼마나 잡아먹는지 알아!”
팡- 파방-
교주 아훔텔의 명령에 사제들이 언덕의 바위틈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미리 설치해둔 마력회로의 스위치를 끄자 절벽을 가리던 신성한 ‘마력광’이 사라졌다.
쏴아아아아-
꽈르릉!
“제기랄. 이 짓도 못 할 짓이야. 한번 할 때마다 두 시간이 넘게 빗속에서 고함을 질러야 한다니. 저 멍청이들은 가라면 갈 것이지 무슨 그렇게 질문이 많아?”
“헤헤헤. 교주님, 그래도 이번 ‘의식’도 제법 짭짤하게 땡기지 않았습니까? 헌금도 꽤 들어왔고.”
아훔텔은 계곡 뒤편 천막에서 마른 옷으로 갈아입으며 고개를 저었다.
“가난뱅이 무지렁이들이 전 재산 헌납해봐야 푼돈이지 뭐. 작업조는 내려가 있지?”
“미리 절벽 아래에서 대기하고 있습죠.”
“그래. 그놈들이 대박이 나야 해. 누누이 말하지만, 시체를 포를 뜬다는 느낌으로 아주 샅샅이 뒤져야 한다고. 알지? 특히 척추랑 심장은 꼭 따봐야 하는 거. ‘결정’은 그런 곳에서 잘 나오니까.”
결정. 파편. 인간의 조각. 혹은 인류의 마지막 기적이라 불리며, 마도공학의 편린과 함께 다 죽어가던 인류를 살아남게 한 위대한 힘.
아훔텔이 팔자에도 없는 교주 노릇을 하며 밑바닥 쓰레기들을 끌어모은 것은 전부 다 그 눈알이 튀어나오게 비싼 ‘결정’을 수확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교주 노릇은 어디서 배우셨습니까? 이전까지는 우리랑 같이 도적질이나 하셨으면서.”
“파하하하! 그게, 빌어먹을 고아구덩이에서 허구한 날 듣던 게 광명 기도문이거든! 우리 사제님이 나 같은 놈 계도하겠다고 그렇게 기도를 해주신 덕분에 지금 참 잘 써먹고 있지.”
“캬~ 역시 세상에 배워서 안 써먹는 기술이 없더라니! 그런 거 할 줄 알면 가끔 기도 좀 합시다! 원래 물건 보내는 쪽이랑 받는 쪽이 말이 맞아야 거래에 차질이 없잖수! 앞으로 우리도 ‘130놈 올려보냅니다- 잘 받으쇼-’ 하고 기도하고 보내면 저쪽에서도 편할 것 아뇨!”
“별 미친 소리를 다 하는군. 다 쉬었으면 너도 내려가서 시체나 따 임마! 기도 같은 헛소리 하지 말고.”
“니미럴. 다음에는 병신들 중에 한 명 꼬드겨서 잡일 시킵시다. 다 죽이지 말고.”
교주 아훔텔. 아니, 검은발 도적단장 아후트는 날카로운 단검을 챙겨 내려가는 부하의 뒷모습을 눈으로 쫓다가, 그가 완전히 사라진 다음에야 젖은 법복을 꺼내 그것의 안주머니 속에 보관된 물건을 꺼내 들었다.
희미하게 ‘빛의 말씀’이라는 글자가 비치는 기름종이로 정성껏 포장된 작은 책.
잠시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던 아후트는 고개를 저으며 교전을 던져버렸다.
“신은 무슨 얼어 죽을.”
화르륵!
작은 화로에 던져진 교전은 순식간에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신이 있었으면, 세상이 이 꼴이 날 리가 있나.”
잠시 불꽃을 바라보던 아후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망토를 쓰고 천막을 나섰다.
믿을만한 부하들이지만, 막상 시체에서 결정이 채취되면 다른 마음을 먹을 수도 있으니까.
쏴아아아-
폭우는 방금 백여 명의 사람을 죽인 사람조차 평등하게 감춰주었다.
바람에 펄럭이는 천막 사이로, 광명의 교전이 타들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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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링-!
[탄생시기 – ‘그거 말고 가능한 최대한 빨리’에 대한 검색이 종료되었습니다.] [광명교단의 이름으로 대규모 종교 의식이 행해졌습니다.] [규모 : 종교 지도자를 포함한 117명] [형식 : 원시 대규모 희생제 + 후기 광명교 승천 기원제] [당신의 탄생 조건이 만족되었습니다.] [의식, ‘사악한 승천제’의 힘을 빌어 탄생하시겠습니까? Y / N ] [승인할 경우 사악한 의식의 영향으로 태생에 ‘악한 기운 lv.3’이 추가됩니다.]뿌드득!
GG의 월드와 현실의 경계. 그 어딘가.
로그인 직전의 단계에서 부유 중인 남자가 무시무시한 소리로 이빨을 갈아대고 있었다.
“우리 형제님들…. 도대체 내가 없는 200년 동안 뭘 어떻게 해쳐먹었길래! 어떻게 의식이 하나같이 맛탱이가 가 있는 거냐고!”
약-간, 아주 약간 불안했던 건 사실이다. 왜냐? 저 조건부 자기수정도 불가능한 빌어먹을 벽창호 ‘시스템’이 세계 기록에 종교에 대한 이야기는 하나도 안 써있더라고!
나의 죽음 이후로 광명교단이 무소불위의 교세를 펼쳤을 것이 눈에 훤히 보이는데, 정작 종교적 언급이라곤 ‘성자의 죽음을 숨겼다.’ 라는 거랑 ‘풍요 교단이 밀을 무진장 뽑아서 텔드랏이 떡상했다.’ 정도만 나왔으니까.
그래도 설마 했지. 부자는 망해도 삼대는 간다던데, 설마 3월드 최고의 교단이 200년을 못 버티겠냐고.
[플레이어의 고유 권한으로 탄생 시기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의 고유 권한 ‘강림’ 으로 해당 종교의 대규모 종교의식이 있는 해에 탄생할 경우 이전 캐릭터의 재능 일부를 계승할 수 있습니다.] [현재 검색된 탄생시기 – 신 제국력 199년, 광명교 제 3 지파 고유행사 ‘무제한 혈투제’ / 신 제국력 204년, 빛의 교단 변형 제례 ‘부나방의 춤’ / 신 제국력 211년, 검은발 도적단 고유 제례 ‘사악한 승천제’]“개 패고 싶다.”
못 버텼다. 병신 같은 놈들.
물론 ‘광명교가 소멸하며 어떠한 종교 의식도 진행되지 않습니다. 강림 권한이 소멸됩니다-’ 같은 최악의 상황은 아니지만, 어째 튀어나오는 대규모 종교 의식들이 하나같이 범상치 않은 게 아닌가.
‘무제한 혈투제’. 이걸 선택하면 태생 특성에 ‘선을 넘어선 광전사’가 추가된단다.
일반 광전사보다 더 피에 심취하게 되는 특성인데, 이게 시간제한이 있는 것도 아니고 상시 발동이라니. 내가 알기론 달에 100명 이상 죽이지 못하면 캐릭터가 미쳐서 통제불능이 되는 매우 희귀한 특성이다. 와, 최소치로 잡아도 10개월이면 천인살 달성이군. 인류 공적이 되는 건 따놓은 당상이다. 겜 말아먹기 싫으면 당연히 걸러야 하고.
‘부나방의 춤’을 탄생의식으로 선택할 경우 영력, 사기(死氣)와 관련된 재능을 보너스로 부여받지만, 그 대가로 무려 [광원 주변에 있을 시 자살충동 Lv.9 의 효과를 얻습니다.] 라는 초특급 지뢰가 주어졌다.
의식 자체도 약에 취한 수백 명의 신도가 모여 ‘내가 빛이 된다!!’ 같은 소리와 함께 타오르는 장작더미로 몸을 던지는 행위. 전직 상습 자살미수자로서 절대 골라선 안 될 스타트였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뽑은 게 방금 그거, ‘사악한 승천제’였다.
“사악한 기운. Lv.3 짜리 사악한 기운 정도면…. 어떻게 커버할 수 있지 않을까?”
특성 [사악한 기운]. 보통 흑마법계열 캐릭터들한테 자연스럽게 달라붙는 특성인데, 쉽게 말하면 언데드 출몰 지역에 들어가면 이유 없이 섬뜩해지는 그런 분위기가 사람 몸에서 뿜어져 나온다고 보면 된다.
한마디로 태생적인 ‘비호감 캐릭터’가 된다는 것. 특히나 질서/선 성향의 NPC의 경우 웬만한 경우가 아니면 말도 섞지 않으려 할 정도로 꺼려하게 되는데, 이는 곧 과거의 샬롯이나 오트만 같이 선한 동료를 만드는데 일반 캐릭터보다 몇 곱절의 노력이 필요하게 된다는 뜻이다.
“끄으응, 막 플레이가 초토화될 정도의 특성은 아니지만, 이런 건 나중에 성장해서도 두고두고 발목을 붙잡는데….”
안 봐도 요지경일게 훤한 세상에서 비호감을 패시브로 달고 간다니. 안 그래도 미쳐 돌아가는 난이도를 생각하면 당연히 이것도 패스하고 다음번엔 멀쩡한 광명 신도들이 멀쩡한 제의를 수행해주길 비는 게 맞겠지만….
“….쫄려서 안 되겠다. 괜히 가챠 돌렸다가 망할 수야 없지.”
벌써 시작 가능 시점인 신 제국력 190년에서 21년이나 흘렀다. 21년 동안 광명 교단의 이름으로 행해진 대규모 종교의식이 고작 세 번. 이번에 패스하고 다시 굴렸는데 지금보다 더 병신같은 종교의식이 튀어나오면? 그거 또 넘겨? 다음번 의식은 몇 년 뒤에 있을 줄 알고?
띠링-!
[탄생의식으로 ‘사악한 승천제’를 선택하셨습니다. 신 제국력 211년, 당신의 캐릭터가 생성됩니다.] [탄생의식의 영향으로 캐릭터에 ‘사악한 기운 Lv.3’ 가 부여됩니다.] [고유 권한 ‘강림’의 효과로 ‘오러 재능 Lv. 3’ 가 부여됩니다.] [고유 권한 ‘강림’의 효과로 ‘수계 마법재능 Lv. 4’ 이 부여됩니다.] [고유 권한 ‘강림’의 효과로 ‘무골(武骨) Lv. 6’ 이 부여됩니다.]“….그래. 이거면 됐다, 이 정도면 준수하지. 암! 3월드 스타트 때를 생각하면 치트키나 다름없고말고!”
3레벨, 4레벨, 6레벨. 육체 재능을 제외하면 그리 높은 수치는 아니지만, 어린 아이에게 주어지기엔 과분한 재능이다. 시작이 빠르니까 저걸 기반으로 키워나가면 되겠지.
[고유권한 ‘고룡의 호의’에 의해 탄생 나이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해당 캐릭터는 플레이어가 선택한 나이까지는 평범한 NPC로서 자동으로 성장하다, 플레이 시작과 동시에 플레이어에게 육체를 넘겨주며 플레이어의 특성과 재능을 부여받습니다.] [당신의 캐릭터는 몇 살입니까?]“….아홉 살 정도로 하지.”
[9세. 당신의 캐릭터 ‘교수’는 9세의 나이로 시작합니다.]디메리트를 안고 가는 만큼 어느 정도의 욕심은 포기할 수밖에. 원래 계획했던 대로 세 살, 다섯 살쯤에 시작하게 되면 이제 막 걸음마 뗀 아이가 사악한 기운을 풀풀 풍기고 있는 건데, 말도 못 하는 시기에 후계 경쟁에서도 한참 거리가 있는 애가 부정한 기운을 마구 풍긴다?
장담하는데, 쥐도 새도 모르게 암살당하거나 버려진다.
어떤 귀족가의 자식으로 들어갈지는 모르나, 최소한 거기에 내 이름 석 자가 자리 잡을 정도는 되어야 어떻게 입을 털어서 무마하던가 할 수 있겠지.
화아악!
로그인 특유의 부유감이 점차 옅어지며 4월드에 더욱 가까워지는 게 느껴졌다.
[고유 권한 ‘고룡의 호의’에 의해 출생 지점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출생 지점을 선택해 주십시오.]“지도는 주냐?”
[플레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는 제공되지 않습니다. 플레이 중 대화를 통해 습득하거나, 기록된 정보를 습득하여 확인할 수-]“내가 말을 말아야지.”
200년. 황무지 시대에서 200년 전이면 1870년대, 그러니까 흥선대원군이 죽고 운요호 사건이 일어나던 시절부터 풀 다이브 가상현실이 등장할 때까지의 시간이란 말이다.
아무 생각 없이 ‘구 제국 수도요~’ 같은 주문을 했다간 뮤테이션 로드인지 뭐시깽이가 점령한 지역에 덜컥 떨어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고유 혜택으로 지역에 한정적인 평화가 부여되지만, 그것도 적진 한가운데 덩그러니 떨어지면 당장 죽을 거 시한부로 교체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물론, 망할 시스템 새끼는 이런 것까지 다 계산해서 ‘이 정도면 던져줘도 되겠다-’ 하고 판단했겠지.
“시스템? 내 혜택으로 주어지는 ‘무조건적인 단기 평화’의 범위가 막 우리집 앞마당까지라거나, 우리 마을 정도 크기는 아니겠지? 그게 어느 정도인지는 알려줄 수 있나?”
띠링-!
[가능합니다. 해당 권한은 소국의 국경 정도의 범위를 가지며, 지속 시간은 해당 지역의 위험 레벨에 따라 달라집니다.]소국의 국경정도라. 생각보다 더 주는군. 지속시간은 그 지역이 얼마나 위험한가에 따라 달라진다라….
“됐네 그럼. 시스템, 내 출생지는 단기 평화의 범위와 가장 흡사한 크기를 가진 섬으로 한다.”
이번 플레이는 길-게, 안전하게 가져가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는 만큼 특전으로 얻은 초반 부스팅을 극한으로 활용해야 했다.
출생지인 섬 전체가 평화지대가 되면 주어진 혜택을 풀로 당겨 쓸 수 있겠지.
[출생지 : 섬. 조건, 해당 플레이어의 고유 권한 ‘무조건적인 단기 평화’의 범위에 가장 유사한 섬. 검색되었습니다.] [구 자유 무역 연합 지역, 타리그덴 군도의 중심 섬으로 설정되었습니다.]띠링-!
[캐릭터 생성이 완료됐습니다.]그렇게, 장고 끝에 완성한 내 두 번째 ‘교수’ 캐릭터가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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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 : [교수]
+ 종족 : [휴먼]
+ 성별 : [남]
+ 연령 : 9세
+ 외형 : ‘강림’의 영향으로 외적 특성을 일부 계승 / 귀족 가문을 기반으로 한 태생으로 가문 고유의 외적 특성 추가로 계승.
+ 스타팅 : [월드 4 / 타리그덴 군도, 중심 섬 폴드라그]
+ 기원 : 가장 신성했던 인간의 흔적
– 특성
1. [적당한 오러 재능] : 당신은 특정 대규모 종교 의식을 기반으로 탄생한 신성한 존재의 잔재입니다. 해당 존재의 직접적인 개입이 없어 완전히 물려받지는 못했으나, 전설적인 인물의 흔적을 물려받은 것만으로도 우수한 재능이 부여됩니다 / 오러 재능 Lv. 3가 부여됩니다.]
2. [괜찮은 수계 마나 재능] : 상동 / 마나 재능 Lv. 4가 부여됩니다.]
3. [엄청난 육체적 재능] : 당신의 기반이 된 이는 인간의 한계를 몇 단계는 초월한 육체를 다뤘습니다. 그의 편린을 이어받은 당신은 선천적으로 강인한 몸을 타고났습니다. / 무골 Lv. 6가 부여됩니다.
4. [사악한 의식의 흔적] : 당신은 과거의 흔적을 물려받기 위해 사악한 종교의식의 힘을 빌렸습니다. 그 여파로 당신은 사이한 기운을 타고나게 되었습니다. / 사악한 기운 Lv.3 가 부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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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엿같군.”
애초에 GG의 캐릭터는 무슨 수를 써도 현실의 본인과 동일한 특성을 부여받기 때문에, 원래대로라면 ‘특성1. 당신은 박교수입니다.’ 하나만 붙고 끝났어야 할 상태창이었다. 그나마 아틀라헤바와 세계수 덕분에 뭔가 게임 같은 특성이 주렁주렁 붙일 수 있었던 것이지.
띠링-!
[캐릭터 생성이 완료되었습니다.]로그인 특유의 묘한 부유감이 사라지며, 먼 우주에서 추락하듯 세계가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불가능한 난이도라…. 아직까진 3월드보다 괜찮은 느낌인데, 또 뭐가 있으려나.”
방심하지 말자는 생각과 함께 하얀 빛이 나를 집어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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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으음….”
머리에 느껴지는 둔탁한 통증.
흐릿한 시야에 느껴지는 낯선 천장.
쨍그랑!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올림과 동시에 울려 퍼지는, 누군가 화병 같은 것을 떨어트리는 소리.
“도, 도련님! 정신이 드시나요, 도련님! 저를 알아보시겠어요?”
“아, 이거 완전히 제대로네. 관리자 친구들이 일을 참 잘해줬군.”
“도련님? 설마, 충격으로 머리에 문제가…!”
기상과 동시에 화들짝 놀라 물건을 떨어트리고, 도련님이 이상해지셨다며 다른 사람을 부르러 가는 하녀라.
전형적인 ‘망나니 출생’ 클리셰가 나를 흡족하게 했다. 이 예측불허한 세계에서 클리셰란 곧 예측이 가능한 상황을 뜻하니까.
전형적인 ‘망나니 출생’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화려한 침대가 아니네?”
허름한 것은 아니지만, 귀족이 쓰는 침대로도 볼 수 없는 목재 침대.
열심히 청소했으나 기본적으로 허름하게 지어진 방에, 한눈에 봐도 낡아 보이는 하녀의 메이드 복.
가난한 귀족이라.
“대단한 가문이 아닌 것도 나름의 장점이 있지. 정치 다툼에 휘말릴 걱정 없고, 내실이 괜찮은 경우도 많고.”
새 근거지에 대한 평가를 70점 정도로 조정하는 사이, 문 밖에서 쿵쿵거리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벌컥!
“신관님! 도련님 좀 봐주세요! 아무래도 머리를 다치신 것 같아요!”
“으으음…. 이 기운은, 설마…. 도련님. 혹시 제가 누구인지 알아보시겠습니까?”
‘흠. 역시 망나니 스타트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기억상실]로 시작하는 게 좋겠지?’
길게 보기로 한 만큼 최대한 변수 없이 갈 예정이라, 나는 내 침대 앞에 늘어선 두 사람에게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표정을 보여주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뿌우우-! 뿌우우우우우!!!!』
그 순간, 창 밖에서 엄청난 소음이 들려오지만 않았다면 노먼 대주교도 속아넘어갈 만큼의 연기를 펼쳐보였을 텐데.
“저, 저게…. 뭐야?”
“어흐흐흑! 어떡해요, 신관님! 도련님이 정말로…. 바보가 되어버렸나 봐요!”
“이거 큰일이군. 사람 이름 같은 정보는 몰라도, 평소에 그렇게 좋아하던 마도 열차까지 못 알아본다는 것은 꽤나 증세가 심각한 듯합니다만….”
“마도…. 열차?”
바보 연기가 아니라, 진짜 바보가 되어버렸다.
침대에서 나와 어색한 걸음으로 창가를 향해 걸어갔다.
두터운 커튼을 걷어내자 눈앞에 펼쳐진 도시.
쿵! 쿵!
철컥! 철컥!
깊은 밤에 잠긴 도시에 푸른 열기를 밝히는 처음 보는 형태의 용광로.
“열차다! 열차가 들어온다!!!!”
“빌어먹을! 스트라우그 쪽에서 기어이 해냈어! 엿 같은 지렁이 새끼들을 넘어왔다고!”
“공마석 가루 쟁여둔 거 다 가져와! 딱 봐도 엔진 터지기 직전이야!!”
“포대! 포대부터 가져와! 저 새끼들 정차가 안 되는 것 같다!”
털이 수북한 수인부터 키가 수인의 허리에도 닿지 않는 드워프에, 심지어 트롤까지 커다란 자루를 잔뜩 지고 바삐 움직이고 있었지만, 종의 대화합이 이루어진 노동장면 같은 것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정도였다.
『끼이이이이이이이이익-!!!!』
푸쉬익-!
내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거대한 쇳덩어리.
아지랑이가 피어오를 정도로 달아오른 동체는 인부들이 황급히 뿌린 물 세례에 뜨거운 증기를 피워올렸으며, 두터운 철문을 열고 나온 이들은 한눈에 봐도 피로가 역력한 얼굴로밖에 있는 인부들과 생환의 기쁨을 나누고 있었다.
그들이 열고 나온 문 사이로 마정석의 희미한 마력광과 기계적인 장치들을 엿볼 수 있었다.
커다란 굴뚝으로 푸른 증기를 마구 뿜어내는 그것.
도시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철제 선로와, 그 위에 모습을 드러낸, 거대한 증기기관차.
아니, 마도 엔진 열차.
살아 숨 쉬듯 연신 증기를 뿜어내는 도시도, 저 육중한 열차도, 매연에 뒤덮인 하늘도. 모두 한가지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장르가…. 판타지가 아니야?”
저 멀리 기차에서 내리던 기사들이 차고 있던 것.
허리춤엔 칼.
등 뒤에는…. 내가 잘못 본 게 아니면…. 저건 총이다.
총. 총이라고.
몇 번을 눈을 비비고 봐도, 총이라고!
“고맙다….. 고맙다 로만! 마도 공학을 세상에 풀어줘서 고오맙다아아아아!!!!! 으하하하하!”
“시, 신관님! 어떻게 좀 해봐요! 도련님이 이젠 옛 성현의 이름을 부르면서 웃고 있어요!”
“사태가 심각하구먼. 치료비가 제법 나올 듯하니, 우선 백작부인께 선금을 받은 다음에 마저 하도록 하지.”
마력 엔진으로 움직이는 유사 증기기관. 뿌연 증기에 뒤덮인 도시.
직선과 곡선의 조화가 아름다운 예스러운 총기.
환자를 찾아온 사제와 기사! 마법! 오러! 신성!
….그리고, 성벽 너머로 끝없이 펼쳐진 황폐한 대지와, 고독할 만큼 덩그러니 대지를 가로지르는 선로.
“그래…. 플레이에 ‘영향’을 미칠 정보는 제공하지 않았다고 했지….!”
내가 겪지 못한 세계의 기록을 보여주었으나, 정작 중요한 것은 하나도 알려주지 않은 시스템.
내가 떨어진 세계는, 내가 알던 200년 전의 세상이 아니었다.
“….빨리 시작하길 잘했어. 배워야 할 게, 아주 많겠군.”
4월드. 성자 교수의 사후 211년이 흘러간 다음의 시대.
세계는, 아케인 펑크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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