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end of the world, Cry Clear RAW novel - Chapter 417
Chapter. 18. Railed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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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볼테우스에게 ‘로드 파편 어쨌냐’ 라고 물었을 경우, 그는 어떻게 대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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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거. 내가 브라스톨 가문을 나온 뒤, 하루 종일 고민하고 있는 문제다.
상-당히 위험한 질문인 것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그렇잖아? 당장 예측 가능한 답변만 봐도 ‘내가 훔쳤다.’/‘거기 있는 다른 누군가가 훔쳤고, 함구했다.’/‘크아아아- 이놈! 눈치를 깠구나!’/ 이 정도란 말이다. 질문 자체가 밟으면 터지는 지뢰라고. 어떤 대답이 나와도 하나같이 좋게 끝나진 않을 것 같단 말이지.
목숨이 걸린 일이니 웬만하면 그냥 넘기고 싶었지만…. 당장 내 상황이 볼테우스가 이상한 놈이면 어딜가도 망하는 상황이었다.
‘레일 쉽이라는 열차 자체의 방어력을 제외하면, 정예 전투 인원은 볼테우스가 유일하니까.’
믿었던 볼테우스 외 4명의 기사들은 죄다 승객이었던 상황. 볼테우스가 없는 레일 쉽은 제대로된 전투를 치를 수 없는 집단이 되어버린다.
그렇다고 ‘우효~ 시체를 쪼개면 파편이 복사가 된다고!’ 같은 미친 짓거리나 하고있는 브라스톨 가문 쪽으로 갈아탈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러니 저러니 해도 볼테우스가 어떤 상태인지 잘~ 파악하고, 구슬려서 같이 다니는게 지금으로선 내게 유일한 해결책이었단 말이다.
그래서, 지뢰인 것을 알고도 밟았다.
물론 터지는걸 알고 밟았으니 당연히 대책도 마련했지!
훔쳤으면 ‘잘했다, 원래 주인을 찾아간거다! 역시 우리 기사님!’
대가를 받고 팔았으면 ‘어차피 귀족놈들이 가져갈 물건, 이익 실현에 성공했구나! 잘했다! 역시 우리 기사님!’
뭐가 됐든 일단 딸랑이 흔들면서 빌붙고 볼 생각이었다. 좀 큰 도둑질이긴 해도 볼테우스가 막 상종못할 인간이 되는 것도 아니니까.
심지어 가장 최악의 경우, 볼테우스가 알고보니 힘에 미친놈이라 ‘크아아아, 뮤트 로드의 힘! 이 힘만 있다면 나는….!’- 같은 로드 파편에 오염되는 경우라도, 어떻게든 어르고 달래서 같이 다닐 생각이었다!
뮤트가 인간 증오를 패시브로 달고 있다고는 해도, 어쨌든 당장 지금까지는 레일 쉽 사람들이랑 같이 다녔잖아? 이 시대의 뮤트는 로드 단위로 개별 행동을 하고 있으니 이것도 열심히 입 털면 어떻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고 있었지. 아직은 4월드에 대해 아는것보다 모르는게 많으니까,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했단 말이다.
“볼테우스님. 로드의 파편, 토벌당한 뮤트 로드 ‘쿨 파그’의 파편은 어디로 갔습니까?”
그렇게 모든 가능성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어떤 방향으로 지뢰가 터져도 피해를 최소화할 마음의 준비를 한 다음에 몸을 던졌는데.
철컥!
“묻겠다. 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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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
내가 뭐, 뭐시기?
“누가 보냈지? 기는 울음의 테베우스? 굉천의 아우탐? 아니면…. 본토에서 왔나? 로드의 파편을 회수하기 위해?”
??????
하늘에 맹세코, 예수님 부처님 로하람을 더불어 맹세코 저딴 대답이 나올거라는 예상은 눈꼽만큼도 한적이 없다!
‘왜? 왜 갑자기 뮤트? 어디서? 내가? 샤드 나이트는 경력직(?)을 알아보는 능력이라도 있나?’
당장 이마에 들이밀어진 총구인지 포구(砲口)인지 모를 구멍에선 내 머리를 날려버릴 에너지가 넘실거리고, 결정의 날카로운 끝은 내 눈알을 찍어낼 듯 자라나는 상황.
실로 오랜만에 겪는 촌각의 위기감이 군살이 낀 머리를 마구 굴려대기 시작했다.
‘뮤트. 해당 키워드와 관련된 발언이 뭐가 있었지?’
볼테우스는 [타인의 파편을 활성화하는 재능은 로드들 중에서도 몇 없는 희귀한 재능]이라 말했다.
볼테우스의 분위기가 급변한 것은 그의 파편무구가 활성화된 직후. 상황적으로 추론하면, 재능-파편 활성화 라는 의미가 되겠지.
‘그러고보니 묘하게 끌리는 듯한 느낌이 있었다. 볼테우스의 파편을 활성화 시킨 것은 나였다고 가정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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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브라스톨
갑자기 외부에서 유입된 인물.
고작 아홉 살에 대단한 마법적 재능을 가지고 있음.
아홉 살짜리 주제에, 집에 갔다오더니 그집에서 우리를 노리는 음모를 알아옴. 심지어 그집 출신.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 음모에 대항할 괜찮은 수단을 강구함. 아홉 살짜리 주제에.
딩딩딩!
결론 : 존나 수상하고 아홉 살짜리 답지않은 외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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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상황만 가지고도 꽤나 미스테리한 인물이었는데, 여기다 방금 확인된 사실이 추가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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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인의 파편을 활성화 시키는 재능, 소수의 뮤트 로드 ‘만’ 가지고 있는 재능을 가지고 있음.
= 존나 수상하고 아홉 살짜리 답지않은, 외부에서 온 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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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쏠만 한데?’
이 정도면 볼테우스의 신중함을 칭찬해야 하는게 아닐까? 나였으면 ‘그 집 출신임-’ 언저리에서 벌써 매달았을테니까.
까드드득-
‘으, 으아아악! 시간, 시간없다 시간!’
잠시 딴 생각 하는사이에 날카로운 결정이 속눈썹에 닿았다. 볼테우스는 굳게 다문 입술로 총을 쥐지 않은 반대 손으로 허리춤의 파우치를 뒤적거리는 상황. 보통 저 자리에 포션이나 지혈제 같은 비상 의약품을 넣어두는걸 생각하면….
‘파내고 치료한 다음까지 생각하고 있잖아!’
심문, 고문상황에서 치료는 친절이 아니라 장기 심문을 위한 생명유지 행위거든?
자칫 말 잘못하면 정말 4월드식 야전 고문을 18시간 풀코스로 즐길 수도 있게 생겼다.
저 파편 결정이 자라서 눈알에 닿기까지 몇초나 걸릴까? 10초? 15초?
‘원인은 알았다. 왜 오해했는지, 상대가 어떤 생각을 하고있는지도 파악했어. 그럼, 상대의 행동을 멈추려면 어떻게 해야하지?’
생각해라, 생각해!
‘해, 행동의 당위성을 끊는다! 굳어진 표정만 봐도 남의 눈알 파내는 일을 그다지 즐기는 사람은 아니야! [해야만 하는 일]이라는 사고의 흐름을 끊으면….’
재료가 부족해! 정보, 방금 대화에서 내가 놓친게 뭐가 있지?
고문. 대상에게서 원하는 대답을 이끌어내는 행위.
볼테우스가 원한 것? 나의 정체였지. 나 뭐냐고 물어봤잖아.
정비 20시간도 구라였지? 나 잡아놓겠다고 20시간 말했다니까…. 제기랄, 이미 레일 쉽 전원 나에 대한 심문에 동의한건가?
내가 뮤트라고 확신한 다음 물어봤던 것. 뭔가 멋들어진 이름 몇 개랑, 분명….
‘….본토에서 왔나? 로드의 파편을 회수하기 위해?’
‘로드의 파편을 회수하기 위해?’
파편을, 회수하기 위해?
회수? 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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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편! 볼테우스는 로드의 파편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레일 쉽 기관사 전원은 그것을 알고있어!’
갑작스러운 행동.
평소 행동거지와 다른 과격한 움직임.
감정적 동요가 거의 없는 볼테우스 조차 입술을 깨물 정도로 굳은 의지가 필요한 행위.
이 모든 행동의 기저에 깔려있는 것은…. 불안이다.
나를 만나고 떠올린게 아니라, 이미 한참 전부터 이런 상황에 대한 가정을 하고 있었겠지.
어느날, 뮤트와 관련된 누군가가 찾아와 로드의 파편이 어디있냐고 묻는 상황을.
내 질문이 떨어진 순간 ‘올 것이 왔구나.’하고 받아들인 것이고.
‘그러고보니 내가 브라스톨 가문의 음모에 대해 말했을 때, 분명히 말했다. 브라스톨 가문은 사라진 로드의 파편을 볼테우스가 가져갔다고 [생각한다]고.’
브라스톨 가문에서도 높은 가능성을 염두하고 추측할 뿐, 확언하지 못한 사항.
분명 그렇게 말했는데, 레일 쉽 기관사들중 그 누구도, 볼테우스와 허물없이 욕설을 나누는 나엘다도 ‘너 그거 가지고 있냐?’ 같은 질문을 하지 않았다.
왜? 이미 알고 있으니까!
지금 이렇게 꼬리칸에서 휘황한 에너지가 막 번쩍이는데,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것만 봐도 그렇다.
전부 한 통속. 레일 쉽 전원은 로드의 파편을 도둑질하는데 가담했으며, 매우 수상쩍은 외부인 교수 브라스톨이 그것에 대한 추적자라 은연중에 의심하고 있다.
‘폐쇄적인 집단…. 내가 마도 열차라는 집단을 얕봤군.’
힌트는 분명 있었다.
스트라우그에서 이곳 파르다우 요새까지, 적어도 일주일은 덥고 비좁은 열차에서 숙식을 했는데.
기관사들은 도시에 도착해서 그 답답함을 풀기는커녕, 정거장 울타리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않고 있지 않은가?
유일하게 출입한 사람은 딱 한사람. 볼테우스 스트라우그.
만약의 사태가 발생했을 때, 제 몸 하나쯤은 건사할 수 있는 샤드나이트가 유일.
이들은 무언가 굉장히 경계하고 있으며, 나의 존재와 질문은 그것을 치명적으로 자극하고 말았다.
‘설득할 방법이 없다.’
공포와 불안. 이성의 영역 밖에서 자라난 논리를 이성의 영역 안에서, 짧은 시간 내에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걸 해결하려면 뿌리부터 완벽한 논리가 불안의 언저리에 닿을때까지 장시간의 설득이 필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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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잘 됐군.”
히죽-
눈을 깜빡일 때마다 이물감이 느껴질 정도로 다가온 파편결정에, 돌연 웃음이 나왔다.
그 미소는 볼테우스의 불안감을 더욱 부추겼다.
“괴물. 딱히 지금 대답하지 않아도 좋다. 너를 위해 준비한 시간은 충분히 남았고, 몸에 남은 부위가 부족해 질수록 대답의 신뢰도는 올라갈테니.”
“그래? 그럼 어디한번 그 잘난 풀코스를 한번 감상해 보실까….?”
“음?!”
푸슉!
‘끄아아아악!’
고통이 익숙하다고는 해도, 날카로운 수정 같은 게 눈알을 뚫고 들어오는 느낌을 비명없이 참는데는 엄청난 인내심이 필요했다.
‘비이성, 무논리의 영역이라면, 이쪽도 챔피언 급이다 이자식들아!’
내가 누군가.
맹신 감수성 1위의, 무논리의 정점!
과거 종교계의 1인자이며, 감히 사람들이 ‘대영웅 성자님’이라 부르던 인간이 나다!
파르르르!
‘동요한다, 동요해!’
결정의 날카로운 끝자락에 찔린 눈에서 볼테우스의 떨림이 느껴졌다.
고문 직전이 말이 많아지는 것도 그렇고, 몇 번이나 망설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그렇고.
애초에 볼테우스는 이런 행위에 익숙한 사람이 아니다. 그저, 만에하나 내가 정말로 뮤트쪽에서 보낸 히트맨 같은 존재일 경우, 1대 1로 대응 가능한 사람이 그뿐이라 이런 역할을 맡게 된 것이지.
볼테우스는 천성이 선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가 마지막 마음의 준비를 마치기 전에 내가 앞으로 몸을 기울임으로서, 그는 갑작스럽게 상황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그의 손으로, 괴물로 ‘의심’되는 아홉 살 아이를 막 애꾸로 만들어버린 상황을.
‘괴물로 의심되는 아이! 의심! 거의 확정됐지만 아직 100%는 아닌, 내가 그냥 똑똑하고 무고한 9살 소년일 가능성이 남은 상황에서!’
나야 한때 온 몸을 프라모델 마냥 분해결합 하던 사람이니까 눈알을 어느정도 찌르면 회복하기 힘든지, 어디까지 터지면 포션과 기초 의료로 해결 가능한지 알고있지만, 볼테우스에게 있어서 지금의 상황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어버렸거든. 지금 내 눈에서 피가 줄줄 흐르고 있으니까.
“역시, 괴물이었군….”
“하, 괴물? 진심입니까, 볼테우스? 나의 어디가, 어떤 면모에서 내가 뮤트라고 생각하시는겁니까!”
지금, 단단한 그의 심지가 동요할 때, 사정없이 몰아쳐서 뿌리를 흔들어야 한다.
“머리가 좋은 것? 볼테우스 당신도 서자 출신이면 알지 않습니까?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외로움을 잊기 위해 무언가에 매달린 다는 것! 당신의 경우 그것이 육체적 단련이겠지요! 그러니 결혼 계약용 혈육 주제에 기사 훈련이나마 받을 수 있었겠지!”
“그것은….”
“나에겐 그것이 책이었습니다! 대화는 없어도 글로 이루어진 세상! 모험기! 나와 같은 이름을 가진 성자의 일대기! 내가 지혜로운 것이 죄라면, 내게 이름조차 주지않고 빗물받이 창고에 던져둔 가주를 성토하시지요! 버림받은 고독이 나를 지혜롭게 했으니!”
“그건 궤변이-”
“궤변이라! 그렇지요! 헤엄칠 줄도 모르는 어린 것이 커다란 물통에 빠져 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아무도 찾지 않는 것이야 말로 궤변이고 억측이지요! 세상에 그런 존재가, 그런 자식이 어디있겠습니까!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귀족가 서자가 아니고서야!”
공감. 동요한 볼테우스에게 비슷한 과거를 통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여기서 반걸음 앞으로.
결정이 더욱 깊숙이 파고드려는 순간, 눈에 띄게 동요한 볼테우스가 다가간 만큼 팔을 거둬들인다.
“….재능! 너의 재능은, 오직 강대한 뮤트 로드에게서만 발견되는 그 재능은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 샤드 나이트의 파편을 산채로 거둬들이는 그 권능이야 말로 조각난 대륙에서 그들을 굴지의 강자로 군림하게 한 유일무이한 뮤트의 것이거늘!”
“오, 이번엔 제가 대단히 특별하고 귀한 재능을 가진 것이 문제입니까? 뮤트밖에 가질 수 없는것에 대해서 물어보신다면, 마찬가지로 뮤트밖에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해 묻겠습니다!”
자박.
조금 더 깊게, 한 걸음 더. 뒤로 물러난 볼테우스가 그의 등에 닿는 벽을 느낄 수 있도록.
나는 제법 깊게 찔린 눈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손에 받아, 그에게 내밀었다.
“책에서 말하길, 뮤트의 피는 지독할 만큼 역겹고 단 향이 난다고 들었습니다. 볼테우스님은 무른 땅을 건너며 수많은 뮤트를 상대했으니 적어도 저 보다는 그들의 피에 대해 잘 알고 계시겠지요. 이 피가 괴물의 것입니까, 인간의 것입니까?”
팩트.
동요한 자가 내가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잊어버리도록, 보다 확고한 사실을 눈앞에 들이민다.
이 자리에서 유일하게 증명 가능한 팩트. 과거의 뮤트와는 다른 뮤트인 만큼 내가 알던 뮤트와 똑같은 특징을 가졌으리라 생각할순 없지만.
적어도, 그 피가 인간의 것과 다르다는 것 정도는 분명할 것이다.
샤드 나이트인 볼테우스가 내 손에 가득담긴 선혈이, 그의 손으로 찔러 뽑아낸 아홉 살 소년의 선혈이 순수한 인간의 것임을 못알아볼리도 없고.
….쯔즉!
‘끄아아아ㅏㅣㅏk#@*&!!’
현격하게 줄어든 살기대신, 동요와 낭패가 가득한 볼테우스의 얼굴.
그의 총구 끝에서 자라난 결정이 줄어들며, 눈에서 피가 더욱 콸콸 쏟아지기 시작했다.
음, 시각적인 효과로 아주 그만이군.
“볼테우스님. 제 질문에 아무것도 답하지 못하셨으니, 답할 수 있는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
“제게 물으셨지요. 저의 정체가 뭐냐고.”
“그럼, 제가 뭐라고 대답했으면 저에 대한 의심이 풀 수 있었습니까?”
“으음….”
“이것 만큼은 알고 계시겠지요? 대답을 듣기위해 고문까지 동반한 질문이니, 답과 오답 정도는 생각해 놓으셨을 것이 아닙니까!”
동요하고, 팩트로 얻어맞아 사정없이 흔들린 볼테우스에게, 마지막으로 논리를 쏟아낸다.
내가 뭐라고 답을 했어야 하느냐.
뭐라고 대답하면, 그 순간 나에 대한 의심을 거둘 것이냐.
‘대답 못하지? 못할걸? 애초에 불안감이 부추긴 상상력이 여기까지 끌고온 상황이니까!’
내가 논리적으로 볼테우스를 설득할 방법이 없었던 것처럼, 볼테우스도 논리적으로 지금 이 질문에 반박할 수단이 없다.
“….내가, 실수를…. 했군.”
씹어 뱉는 듯한 목소리와 함께, 볼테우스와 그의 병기를 묶어둔 결정들이 녹아내리듯 그의 어깨로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혀라도 깨물 것 같은 얼굴로 피가 뚝뚝 떨어지는 내 눈과 자신의 손을 번갈아 보는 볼테우스.
‘정신력이 강한 사람이다. 우연찮게 멘탈을 박살냈으니, 이 기회에 나에 대한 마음의 빚을 잔뜩- 지워두자!’
적어도 눈알 하나 값은 할 정도로, 적어도 대부(代父)가 되겠다는 맹세 정도는 하도록 몰아치려는 순간-
덜컹- 쾅!
“어어이. 아가? 불쌍한 꼬마 볼테우스는 그만 괴롭히고, 누나랑 얘기할까?”
“읏-”
호쾌하게 열리는 묵직한 철문과, 어둑한 꼬리칸을 환하게 밝히는 엔진의 불빛.
“다 들었지롱~”
“나엘다?”
“애늙은이, 제법이던데?”
누가 봐도 타락한 엘프, 나엘다가 땀에 젖은 머리를 털어내며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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