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end of the world, Cry Clear RAW novel - Chapter 430
Chapter. 19. 술래잡기(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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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이잉- 위이잉-
『골목마다 알람 아끼지 말고 뿌려! 타첼름 경을 따돌린 놈이다!』
『소총수 둘, 화염방사병 하나! 통로 차단하고 나머지는 따라와! 그리 멀리 가진 못했을거다!』
위겐 경비대와 그들이 사방에 뿌린 감지장비의 소음으로 시끄러워진 골목.
대도시 위겐은 그 이름 값 만큼 경비대에게도 값비싼 장비와 소모품을 지급했으며, 덕분에 타첼름의 연락을 받은 경비대는 복잡한 통로에 마공학 장비를 뿌려가며 포위망을 좁혀오고 있었다.
“덕분에 탈출이 한결 편해졌고 말이야. 안 그래, 아저씨?”
“컥! 꺼허어어….”
털썩!
애석하게도 그들이 뿌린 돈 만큼의 성과는 못 거두게 됐지만.
“흠흠흠~”
절그럭 절그럭, 뒤적뒤적-
“어디보자…. 투척형 반향탐지기 둘에, 화염방사기 혼합연료 두 통. 어이구, 돈도 좀 있네?”
“하이드님! 지, 지금 경비대 주머니나 털 때에요! 빠져나왔으면 당장 도망쳐야죠!”
“거 있어봐 좀. 오늘 쓸데없이 큰 거 하나 날려먹었으니 이렇게라도 충당해야지. 대도시 정규 경비대 장비, 이거 무시할 게 못된다? 부무장은 일반 파이크에…. 오! 공마석 팁 달린 단검도 있잖아? 이거 보라고. 이것만 해도 2만 실링은 된다?”
“괜히 밍기적거리다 탐지기에 걸리기라도 하면 어쩌려구요! 아니, 애초에 왜 지금까지 안 걸리고 빠져 나올 수 있었죠? 이미 통로 전체가 탐지기의 범위에 들어가 있었는데!”
“그야, 이게 있으니까?”
안절부절 못하는 파블로에게 하이드는 경비대의 허리춤에 걸려있는 것과 비슷하게 생긴 막대를 들어보였다.
마도공학 탐지기에 있어 일종의 인식표 역할을 하는 물건.
“그, 그것도 그 만능 주머니에서 나온거 에요? 아까처럼?”
“아-니. 도시 경비대가 쓰는 탐지기용 인식표는 주기적으로 갱신하는거라 밖에서 구해온 것은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오히려 미등록 신호로 표적이나 되지.”
“그럼….?”
“훔쳤지. 아까 돌기사 그 양반이랑 거리 확 좁혀졌을 때. 저기 가는 경비대들, 지금쯤 인식표 없이 유유자적 걷고있는 돌기사 그 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을 걸? 샤드 나이트야 제 할 일만 하고 나머지는 무관심한 놈들이니, 그 양반 감지기만 따로 밖으로 나가고 있어도 아-무도 의심하지 않을거고.”
파블로는 낄낄거리며 기절한 경비대의 속옷 안쪽까지 확인하는 하이드의 모습에 아연해졌다.
아니, 귀족의 함정에 빠져서 기습당한 그 순간에 저걸 훔칠 생각을 했단 말인가?
사각사각-
“….습관성 도벽이라고 적어드리면 될까요?”
“이게 내가 추구하는 패-쓰(Path:통로, 길)라는거다. 나가는 길을 찾을 땐 말이야, 일단 손에 닿는 가능성은 전부 주머니에 쑤셔넣고 봐야 하는거라고. 언제 어디서 키 아이템이 필요할지 모르는 거거든?”
어느새 나체가 된 경비병을 구석에 던져넣은 하이드는 그의 인식표를 지나가던 쥐의 목에 묶어두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바보가 아니면 우리가 모종의 수단으로 빠져나갔다는 것을 눈치챌 것이고, 그럼 돌기사님 다음 표적은 저기 가는 작은 친구가 되겠지. 보통 이런 감지장비는 아군 위치도 알려주거든? 혼자 이상한 곳에서 움직이는 아군, 딱 봐도 수상하잖아?”
“아, 그래서 일부러 저 경비대를 습격해서….!”“뭐, 겸사겸사지. 슬슬 지금쯤이면 밖에 있던 경비대도 다 포위망에 합류했을테니, 나가보자고. 적당히 서두르면 별 탈 없이 위겐에서 탈출할 수 있을거야. 어디, 이쪽으로 가면 되나?”
“예. 정거장 울타리 반대편으로 나올텐데….”
“딱 좋네. 역시 뉴스보이를 쓰는 게 가장 좋은 길 이었어.”
하이드는 어느순간 확 밝아지는 골목과 눈앞에 나타난 익숙한 울타리를 보며 환하게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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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파블로는 순식간에 급변하는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새벽에는 평생 처음 입어보는 고급옷을 입고 정거장 앞을 서성거렸으며,
아침 즈음에는 예의 ‘하이드 님’과 싸구려 스프를 먹으며 그의 길 안내를 부탁받았고,
점심에는 피난민의 총구를, 저녁에는 경비대의 총구를 마주하고 살아나왔다.
철그렁!
“뭐해? 잡아줄테니까 빨리 넘어와!”
그리고, 막 밤이 시작되는 지금은 정거장의 철조망 위에서 하이드님이 내미는 손을 바라보고 있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정거장 불법 침입은 중죄다. 귀족가 담을 넘은 것만큼이나.
철그렁!
쿵!
“으으으으….”
“뜀박질은 잘하던데, 근력이 영 별로구만. 미리미리 길러 둬. 자기 몸이야 말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도구라잖아? 특히나 이런 급박한 순간에는.”
“보통 사람은…. 이런 상황에 노출될 일이 별로 없거든요?”
“그건 보통으로 살다 죽는 놈이나 그렇고. 난 보통이 아니거든.”
파블로가 바닥에 찧은 엉덩이를 쓰다듬는 사이, 어느새 정거장 구석 창문에 달라붙은 하이드는 잠시 꼼지락 거리더니 순식간에 용접된 방범창을 뜯어내고 그에게 손짓하고 있었다.
“보수 안 받을거야? 우리 좀 늦게왔으니까 ‘다이너마이트 레이디’의 기관사들은 벌써 술 마시고 있을거고, 내가 대충 그 사이에 떨궈주면 오늘 나랑 있었던 일만 안주삼아 풀어도 코가 삐뚤어지게 얻어 마실 수 있을 걸? 거기서부터 쓸만한 정보를 챙기는 건…. 네 재량이고.”
“아, 보수…. 예, 옛! 지금 갑니다!”
보수. 그래, 보수. 길 안내의 대가로 기관사들의 술자리에 끼워주기로 했지. 고급 정보가 넘쳐나는 기관사들의 이야기. 그게 대가였지.
파블로가 이미 찢어지고 먼지 투성이가 된 그의 새 옷을 정돈하는 사이, 하이드는 정거장 지하를 향해 내려가며 말을 이었다.
“나랑은 아마 여기서 해어져야 할거다. 아까 골목에서 시간을 벌어놓긴 했지만, 우리가 완전히 빠져나갔다는 것을 알면 또 다른 수단을 강구할테니까. 그렇게까진 안 가겠지만…. 진짜 재수없으면 도시를 봉쇄할 수도 있고. 그렇게되면 오늘의 수십배는 더 고생할테니까 시간 있을 때 튀어야지.”
부스럭 부스럭-
“아, 이거 옷값 해라. 나름 큰맘 먹고 맞췄을텐데, 새 옷 입은 당일 날 그렇게 해먹게 만들어서 미안하다.”
“아, 예. 감사합니다.”
파블로는 낯익은 돈주머니가 경비대의 주머니에서 나온 것을 눈치챘다. 묵직한 것이 못해도 옷값의 두 배는 될 금액.
정거장 지하의 차고는 대도시의 규모 만큼이나 거대했다. 넓고 어둑한 공간에 여러 대의 열차가 정차 해 있고, 멀찍이 구석에 모닥불을 피운 몇몇의 사람들이 가죽 주머니를 기울이는 모습이 보였다.
“하이드님은 그럼, 이제 어떻게 하실건가요?”
“배차표가…. 음? 나? 파편 사냥꾼이 뭐 하겠냐? 사냥하러 가야지. 뜻밖에 귀한 정보를 얻었으니 확인하러 가려고.”
“워로드…. 말씀하시는거죠?”
“어어. 음…. 이 시간에 출발하는 열차는 없고. 준비가 끝난게…. 아, 이건가? 위겐 가문 직속 열차. 화물은 마정석이랑, 마정석이랑…. 이거 순 연료랑 마정석 뿐이군. 로드릭 방향 선로에 얹어놓은건 이것밖에 없네. 2-2라인이면 저쪽이군.”
열차의 위치까지 확인한 하이드는 망토 안쪽에 손을 팔꿈치까지 쑤욱 집어넣었다. 아공간 주머니 특유의 서늘함과 함께 나온 것은, 진한 갈색 액체가 병목까지 찰랑거니는 유리 병이었다.
“파블로, 이거 들고 네 보수 찾으러 가라.”
“이건….?”
“엄청 독한 술. 부득이 내가 이 동네 열차 한 대를 탈취해야 할 것 같거든? 그냥 보고만 있으면 공범으로 잡혀갈테니까, 저기 있는 내 지인 기관사들한테 좀 전해줘. 이거 마시고 뻗어있으라고. 너도 그쪽으로 합류하고.”
“열차도 몰 줄 알아요?”
“네가 무임승차해서 잡부로 굴려진게 몇 년인데. 나만큼 다종다양한 열차를 속속들이 아는 사람도 없을거다. 이제 됐지?”
하이드는 한눈에 봐도 귀족 가문의 소유가 분명한 으리번쩍한 열차에 오르며 손을 휘저었다.
어째서인지, 파블로는 그가 건넨 독주를 들고 망설이고 있었다.
그 모습에, 하이드는 가슴 속 깊은 곳에서 한숨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그냥 좀 가지.’
스톤 나이트와 마주했을 때는 일부러 얼굴이 가려지게 들었고, 난민촌에서 파블로의 얼굴을 보긴 했지만 그쪽에서 신고당할 염려는…. 없을 것이고.
일부러 지인 기관사들과 함께 알리바이로 써먹을 물건까지 들려줬잖아.
파블로 이 녀석아, 제발.
“어…. 열차 시동 거는 것 까지만 보고 가도 돼요? 이런 대형 마도열차 내부는 한번도 못봐서.”
에휴.
“….그래라. 그렇게 해야겠다면.”
하이드는 속으로 혀를 차며 그의 뒤에 따라붙은 소년에게 길을 열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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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익, 덜컥!
팍! 팍! 파악!
우르르르르! 터엉!
하이드가 석탄을 채우고, 마정석을 쏟아넣으며 열차의 엔진을 깨우는 동안 파블로는 얌전히 그의 뒤에서 구경하고 있었다.
“아까 그 워로드 얘기 말인데….”
끼이익-
콸콸콸콸!
“지금쯤 구 로드릭 지역은 일부, 어쩌면 절반 이상이 귀족들의 통제권에서 벗어나 있을수도 있겠지 싶다.”
“….”
“그렇잖아. 지금껏 잠잠했다가 최근 들어서 소문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는 건, 저쪽이 사람들의 입을 다물게 할 힘도 없어졌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거든. 여전히 타이트하게 정보를 잘 옭아매고 있는 이곳 위겐과는 다르게.”
“….”
-화르륵!
우우우웅-
연료에 불을 붙이고 탄수차의 물을 흘려넣자, 기관이 움직이며 열차의 동력이 천천히 들어오고 있었다.
“하이드님은…. 머리가 정말 좋으시네요.”“관찰력이 좋은 거지. 의외로 사람은 보고 들은 내용의 90% 이상을 잊어버리거든. 하루에 스쳐 지나간 사람은 수십 명이지만, 그 사람들의 얼굴을 다 기억하진 못하는 것처럼. 나는 그런 사소한 것 들을 한 번쯤 더 눈여겨보고 정리하는 습관이 있는거고.”
….탁.
“예를 들면요?”
“예를 들면? 음~ 가령, 너랑 처음 만난 골목이 그렇게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는 길목이라거나.”
자박.
“도시에 익숙한 뉴스보이들은 정해진 최단경로로 이동하기 때문에 우연히라도 그런 골목에 들어올 일이 없다거나.”
자박.
“로드릭 출신 피난민촌의 위치를 뉴스보이 친구에게 들었다고 했는데, 거기 사는 놈이 미치지 않고서야 그걸 떠벌이고 다닐 이유가 없다거나-”
철컥!
“처음 너와 난민촌에 도착했을 때 그곳 사람들이 나보다 먼저 시선을 둔 곳, 희미하게 오가는 눈빛, 더럽게 복잡한 길을 긴박한 상황에 딱딱 짚어내는 익숙함, 난민촌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아는 듯 조금씩 미리 나가있는 뉴스보이- 소년의 발끝까지.”
“….나름 최선을 다해서 숨긴건데.”
“뭐에 집중하느냐에 따라 눈에 보이는 것도 달라지는 법이지. 마른 소년의 두툼한 고급 조끼안에 권총이 들어있는 것도 그렇고, 이것도 그렇고.”
팔락!
하이드는 그의 머리를 겨눈 파블로의 총구를 돌아보며, 소매에서 작은 종이 수첩 하나를 꺼냈다.
얇은 목탄으로 깨알같은 글씨를 가득 써넣은 수첩.
“….그건 언제 훔쳐갔어요?”
“뒷골목에서 빠져나올 때. 목판에 쓰는거랑 종이에 기록하는거랑은 소리가 다르거든. 가난한 뉴스보이가 값비싼 종이까지 사서 뭘 그렇게 열심히 적는지 궁금해서 못참겠더라고.”
“….하이드씨는 친절하시네요. 이렇게 다 알려주기도 하시고.”
“아, 남한테 뭔가 속속들이 알려주면 기분이 좋아지는 습관이 있어서.”
여유작작한 그의 모습에, 소년은 그의 머리를 겨눈 총구를 관자놀이에 바짝 붙였다. 일렁이는 엔진의 불빛에 비친 소년의 얼굴은, 갈곳없이 쌓인 분노로 이글거리고 있었다.
“너지? 노인의 이야기 속에서 워로드의 약속으로 그와 함께 도시로 나온 임산부. 보호자 하나, 아이 하나.”
….꽈아악.
“워로드의 소문 이야기를 먼저 꺼낸것도 너였지. ‘던전을 홀로 토벌했다더라.’ , ‘단 하나의 파편도 팔지 않았다더라’. 파편 사냥꾼이면 흥미가 생길 수 밖에 없는 이야기지. 더욱이, 로드릭 인근에 상륙했다는 목격담까지 더해졌으니 그와 로드릭에 얽힌 이야기가 궁금해질 수밖에.”
덜덜, 덜덜덜덜-
“이상했어. 분명 노인의 이웃을 다 죽인 건 워로드인데, 이상하게 노인의 분노는 나를 향하고 있었거든? 심지어 그걸 차분한 척 숨기려고 애쓰는 모습도 보였고. 어머니는…. 이 도시에서 돌아가셨겠지? 도시를 드나들던 네 아버지는 파편 사냥꾼의 손에 돌아가셨을 가능성이 크고. 워로드도 참 섬세한 사람이로군. 아이 하나, 어른 하나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굳이 네 할아버지는 살려서 위겐으로 향하는 표를 쥐어준거야. 안그래? 로드릭 피난민 촌의 출신의-”
“전부 다 안다는 듯이 지껄이지 마!!!”
“-파블로.”
팔락.
떨리는 소년의 총구 아래에서 엔진의 열풍에 흩날린 소년의 수첩이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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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편 사냥꾼 제이드]– 팔에 동그란 문신
– 아빠보다 키가 컸어
– 단검과 아케인슈터
– 텔드랏 지역 남서부에서 활동, 사람사냥꾼.
– 술과 여자를 좋아하고, 살인을 한 날은 무조건 여자를 안는다.
– 죽여버릴 거야.
– 죽여버릴 거야.죽여버릴 거야.죽여버릴 거야.죽여버릴 거야.죽여버릴 거야.죽여버릴 거야.죽여버릴 거야.죽여버릴 거야.죽여버릴 거야.죽여버릴 거야.죽여버릴 거야.
– 잡지에서, 이번 경매 때문에 위겐을 찾아올거라고 했다.
– 유품을 판 돈으로 약과 창부에게 줄 심부름값을 준비했다. 어렵지 않았어.
– 죽였다. 파편은 버렸다.
[파편 사냥꾼 필 노라이]– 공마석 팁이 박힌 강궁을 씀
– 훈련중인 샤드나이트를 암살하는 것으로 유명
– 순발력과 관련된 무색파편을 내놓으면 높은 확률로 찾아온다.
– 정보부족
[파편 사냥꾼 이다우브 겔]– 오크 전사.
– 파편 사냥을 구실로 인간을 죽이고 싶어하는 종족주의자.
– 여름에 위겐 방문 예정. 어둑한 골목에 홀로 있으면 날 덮치지 않을까?
– 죽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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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참, 훌륭한 킬 리스트로군. 장래가 유망한데? 파블로.”
깨알같은 글씨로 정리해둔 것은 하나같이 파편 사냥꾼의 정보와 이동경로, 약점. 그리고, 적지만 분명히 그들을 제거했다는 기록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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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편 사냥꾼 하이드]– 자산가. 떠돌이
– 검과 갑옷? 기사도 신봉자? 라이플형 총기 소유
– 워로드의 정보에 관심을 보였다. 파편을 위해 인간을 사냥할 의지가 충분함
– 머리가 아주 좋음.
– 스톤 나이트의 손을 빌릴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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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윗장에 적혀있는, 하이드 그 자신의 정보.
“신문사라. 좋은 직장이지. 원망하는 상대가 세상에 흩어진 특정 직업군이고 그들의 약점을 캐내고 싶다면 특히나 더.”
“쓰레기같은 인간 사냥꾼 놈들…. 워로드나 네놈들이나 뭐가 달라! 전부 사람을 파편 보관함으로 밖에 보지 않는 살인자들 주제에!”
“….”
“아빠는 엄마 눈앞에서 돌아가셨어! 내 다섯 살 생일선물을 사겠다고 시장에 다녀오신 그날에! 그놈들은 나와 엄마가 보는 앞에서 아빠의 몸을 가르고! 찢고! 피와 기름에 범벅이 된 파편을 뽑아갔단 말이다! 우리 앞에 넝마가 된 아빠의 시체는 버려둔 채로!”
흔한 이야기다. 평범한 뮤트나 사람 시체를 뒤적거려 파편을 찾느니, 최하급 무색 파편이나마 네다섯개 이상은 흡수한 샤드나이트를 잡는게 훨씬 효율적이고 돈이 되니까.
아마도, 수첩의 첫장에 기록된 파편 사냥꾼이 그 주인공일 것이다. 이후에 기록된 것과 달리 무질서와 감정적인 기록이 돋보이는 대상.
파블로는 만족할만한 복수를 이룬 것으로 보였으나, 복수가 끝났다 하여 죽은 부모가 돌아오는 것은 아니었으므로, 갈곳잃은 그의 분노는 인간을 사냥하는 파편 사냥꾼을 향했다.
보다 철저하게, 고아 소년으로서 도시의 정보를 손에 넣고 지리를 숙지할 수 있는 뉴스보이가 되어, 파편사냥꾼을 잡아죽이기 위해.
“어이. 파블로.”
“닥쳐.”
“나 쏠거야?”
“닥쳐!”
“정말로? 그 방아쇠를 당기면, ‘하이드’의 머리가 네 눈앞에서 산산조각이 나는데?”
“닥쳐! 닥쳐! 닥쳐어어어!”
파블로는 손가락에 힘을 주었지만, 쉽사리 당길 수 없었다. 하이드가 손에 들고있는 수첩이 꼭 그의 머리를 겨냥한 권총처럼 느껴졌다.
“총 버려.”
“으으으으….”
“그렇게 하면, 내가 이걸 버려주지. 간단한 물물교환이라 치자고.”
파블로는 그의 원한으로 쌓아올린 수첩이, 그의 살인목록이 엔진의 불길을 향하는 것을 보았다.
뉴스보이로 일하며 필사적으로 모아온, 적의 정보.
드넓은 옛 텔드랏 지역에서 활동하는 모든 파편사냥꾼의 단편적인 정보가 적힌 수첩.
이미 한번 부서져버린 그의 삶을 여기까지 끌고온 유일한 원동력.
“안돼….”
하이드는 분명 좋은 사람이었다.
유쾌했고, 능글맞고, 깜짝 놀랄 정도로 재치있는 동시에 어딘가 어리숙한.
이상하게 누군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즐거워하는 사람.
“그놈들은, 죽어야 한단 말이야….”
눈앞에서 산채로 찢겨나간 아빠도 좋은 사람이었다.
충격으로 영영 일어나지 못한 엄마도 좋은 사람이었다.
평온한 도시 밖에서 이 지옥같은 도시로, 파블로의 곁으로 와버린 할아버지도 좋은 사람이다.
좋은 사람들.
언제가 됐건, 나쁜 사람들의 손에 끔찍하게 죽어야만 하는 사람들.
파블로는 그걸 더 보고 견딜 자신이 없었다.
할아버지만큼은. 할아버지마저 그렇게 된다면, 나쁜 세상이 착한 할아버지를 또 내 눈앞에서, 그렇게 처참하게 찢어서 내버린다면….?
“돌아갈 수가 없어.”
최근 몇 년 동안 사람을 죽이는 것만 생각해온 파블로 자신이, 그 ‘나쁜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는 자각은 있었다.
가끔 제 머리에 총구를 얹고 당기는 꿈을 꿨다. 혐오스러운 나쁜 사람을 향해. 꿈꿔오던 그대로.
그러니, 그 전에 하나라도 더.
“돌아갈 길이, 없어.”
끼리릭-
그렇게, 친절했던 남자를 향한 소년의 방아쇠가, 당겨졌다.
타아앙-
소년은 어린 팔을 타고오르는 충격과 부러지듯 넘어가는 하이드의 머리를 보며 생각했다.
마치, 총이 손에 붙어버린 것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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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으윽-
“그거, 돌아갈 마음은 있다는 말이구나? 길을 몰라서 그렇지.”
“이, 이런, 살아있었-”
우득!
“아아악!”
가까스로 피한 총탄에 이마가 길게 찢어진 패스파인더는, 총을 쥔 소년의 손목을 부러질듯 꺾으며 웃었다.
“그럼, 내 손님이네?”
이 도시 만큼이나 복잡했던 길의 출구를 찾은 것을 기념하듯, 환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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