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end of the world, Cry Clear RAW novel - Chapter 432
Chapter. 20. 오프로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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칙칙칙칙칙칙!
위겐에서 도망쳐 나온지 하루 하고도 반나절, 옛 로드릭 지역으로 향하는 선로 위.
하이드는 달리는 열차의 지붕 위에서 눈을 가늘게 뜨고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쩍쩍 갈라진 땅 위로 아직 백골이 되지 못한 시체도 보이고, 반쯤 부서진 상자도 보이고, 무른 땅의 환경에 적응한 모피 발 토끼도 한 마리 보이지만.
하이드가 찾고있는 것은 워로드의 흔적이나 오늘 저녁거리 같은 게 아니었다.
그는, 꼬질꼬질한 가죽조각 위에 상상을 초월하는 악필과 낙서로 표시된 어떤 지점을 찾는 중이었다.
가로도, 세로도 아닌 가죽조각의 외곽에서부터 둥글게 안쪽으로 돌아 들어가며 적은 글씨.
그 한가운데에는, 이해를 돕기 위함인지 혼란을 부추기기 위함인지 모를 작은 그림까지.
“어디보자. 선로 기준으로 좌측, 트롤 콧망울 같은 바위와 다크엘프 발톱모양 잔해. 정면의 산봉우리가 아스라이 보이는 지점과 우측의 바위 중 가장 멋들어진 녀석이 전부 눈에 들어오는 지점에서 멈추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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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소리하고 있네! 이딴 쓰레기를 ‘지도’라고 표현하다니!”
파악!
하이드는 빌어먹을 ‘지도’를 힘껏 바닥에 내던졌지만, 이내 흙바닥에 뒹구는 그것을 다시 집어들고 끙끙거리기 시작했다.
누군가를 안내하기 위한 지침 치고는 상상력에 의존해야하는 부분이 더 많았지만, 이 가죽 조각을 건네준 이를 생각하면 이 정도만 해도 대단한 친절을 베푼 편이었으며,
“후우, 생각해. 그놈처럼 생각해. 아스라이 보이는 봉우리, 멋진 바위, 트롤 콧망울…”
하이드는 지금 다른 이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왜냐하면, 지금도 그가 타고온 열차의 스피커가 위겐 경비대의 공식 마법통신을 읊어대고 있으니 말이다.
치직-
『다시 한번 말한다. ‘패스파인더’ 하이드. 당신은 위겐의 보안법을 위반해 도시에 혼란을 야기했으며, 도시의 생명줄과도 같은 마도열차와 최전방으로 가야할 전선 보급품까지 탈취했다.』
『이미 해당 열차의 이동 경로상의 모든 스테이션과 요새도시는 범죄자 및 탈취당한 도시 재산의 인도에 협력할 것을 약속했다. 네가 갈 곳은 없다.』
『투항하라, 패스파인더. 열차와 적재품을 손실없이 반환한다면 형량이 대폭 줄어들 것이나, 그렇지 않으면 손실 금액만큼 형량이 늘어날 것이다. 고귀하신 로드 아바이엘 위겐께서는 네 명성과 실력을 높이 사신 바, 금전적 배상을 제외한 다른 형벌은 노동형으로 감형할 것을 약속하셨으며….』
치직-
“노동형 좋아하시네. 노예 목걸이 채워서 평생 부려먹을 거면서.”
도시마다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절도에 대한 배상은 피해 금액의 50배를 기준으로 한다.
만약 내가 이대로 얌전히 잡히면?
중형 마도엔진 두 개, 연금술 합금 장갑으로 떡칠된 화물칸 여덟 개와 객실칸 세 개를 가진 대도시 위겐의 마도열차에 해당하는 금액과, 그 화물칸을 가득 채운 마정석, 가연성 연료 가격을 합친 것에 50배를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못하면? 몸으로 때워야지.
어떻게 돈이 된다고 해도 절대로 놔주지 않을 것이다. 위겐은 저들의 영역이니 뭐, 열차 가격은 가장 최신형 마도열차를 기준으로 한다던가, 전문가가 아닌 놈이 움직이는 바람에 수리비가 열차 가격보다 더 나왔다던가 하는 말도 안되는 이유를 붙여 끝끝내 지불하지 못할 가격으로 만들어버리겠지.
투항하면- 위겐의 영구노예 확정.
이대로 계속가면- 미리 연락받고 나를 기다리고 있을 도시 경비대와 기사들의 손에 잡혀, 마찬가지로 영구노예 확정.
대도시씩이나 되는 위겐의 정거장에서 열차를 훔쳐내는게 쉬웠던 이유가 이거다. 열차강도도 저어-기 외곽에 선로 복잡하고 전초기지 왔다갔다 하는 작은 열차 잡아다 팔아먹는거지, 주변이 요새도시로 둘러싸인 위겐같은 대도시에서는 열차를 훔쳐도 빠져나갈 선로가 없거든?
마도열차는 선로위를 달리고, 도시에서 나온 열차는 다음 도시로 향해는 외길 밖에 갈 곳이 없단 말이다.
“파블로 그 녀석만 아니었으면 이 고생 안하는데.”
뉴스보이 녀석 길 찾아준다고 계획에 없던 일을 몇 개 했더니 탈출루트가 완전히 꼬여버렸다.
덕분에, 나랑 내가 훔친 열차는 위겐과 맞은편 요새도시 사이에 갇혀버린 상황. 외길인 선로 위에서, 앞으로도 뒤로도 가지 못하게 된 것.
그게, 지금 내가 이 빌어먹을 가죽쪼가리의 주인에게 이입하며 상상력을 마구 발휘하게 된 이유였다.
한 반 시간 정도 고생한 끝에 트롤 특유의 납작한 콧망울을 닮은 바위를 찾았으며, 나머지는 그곳을 지점으로 대충 때려맞히니 어느정도 눈에 들어왔다.
다크엘프 발톱. 피와 살육에 도취된 타락한 엘프들은 더 조용히 움직이겠다고 제 발톱을 뽑는것으로도 유명했다. 콧망울 바위 옆, 뭐가 있었다가 없어진 듯한 공터를 말하는 것이고.
아스라이 산봉우리는 뭔가 했더니, 지평선으로 가며 멀어지는 선로와 산봉우리가 맞닿아보이는 지점이 있었다. 대충 내가 열차를 세운 곳에서 스물 다섯 걸음 정도.
멋들어진 바위는 이 지도를 만든 주인의 체형을 생각하니 찾을 수 있었다.
바위가 아니라 기둥. 한때 누군가 선로 옆 단단한 지형에 집을 지었었는지, 이제는 집터만 남아있는 곳의 돌기둥들 가운데 내 허리정도 높이에서 부러진 것.
“세 가지 참고점의 중심에 서서, 주변 선로 마디 중 다른 것 하나를 당겨라…. 케루자루 이 자식아, 이따위로 써놓으면 누가 알아보겠냐고.”
끼리릭-!
“나니까 알아보는거지.”
찾아놓고도 이게 맞나 싶었지만, 쭉 이어진 선로 위에서 다른 것은 이것 하나밖에 없었다.
두 개의 나사가 박힌 선로 마디 사이에서, 딱 하나만 세 개의 나사로 고정되어있는 것.
슬쩍 손끝으로 쓸어보자, 녹슨 금속 나사같은 모습과는 달리 공마석 특유의 이상한 매끈함이 느껴졌다. 아마도, 나사 머리 아래쪽 마력 회로의 마력을 감추기 위한 수단이겠지.
“위겐같은 대도시 코앞에서 그들 모르게 이런걸 만들어두다니.”
대담한건지, 정신이 나간 것인지는 모르지만 감탄이 나올 정도라는 것은 분명했다.
철컥 철컥!
그우웅- 차각!
바닥에서 솟아오른 것은 보통 스테이션의 교차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선로 교차용 레버와, 자그마한 나무 팻말 하나.
[개인용 은닉 선로] [사용 시 입장료 10만, 유지보수비 10만, 외부인 침입에 놀란 본인을 위한 위로금 30만 지불한다!] [돈 없으면 실험적인 폭발물의 피험체로 자원한 것으로 간주한다! 끽끽!]“하여튼. 돈 하나는 더럽게 밝히는 놈들이라니까.”
그를 열받게 했던 가죽지도와 마찬가지로 끔찍한 악필과 조악한 그림이 함께 그려진 안내문.
녹색 바퀴벌레같은 무언가가 달린 펫말뒤로 흙먼지에 뒤덮인 선로가 착착 올라오는 모습에 하이드는 한숨을 내쉬었다.
“고블린 놈들이랑은 웬만하면 얽히기 싫었는데.”
고블린. 정확히는, 고블린 마도공학자.
마도공학의 원조이자 ‘용맥 뒤틀기’ 이후 인간 마도공학자들이 스스로 폐기해버린 ‘자유마도공학’의 일부를 간직한 그들은, 그러한 이유로 종족 대통합이 일어난 세계에서 몇 안되는 배척받는 종족 중 하나였다.
도시에 있으면 이유없이 살해당하기 일쑤에, 여차하면 기술을 탐낸 귀족이 납치해서 노예로 부려먹기까지 하니.
얼마 남지 않은 고블린들은 이런식으로 그들의 기술을 활용해 숨어살고 있던 것이다.
그리고, 하이드는 놀랍게도 지인 중 ‘친한 고블린 마도공학자’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으로, 이곳 위치도 몇 년 전에 만났던 고블린 마도공학자 ‘케루자루’가 알려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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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이거 가봐라!’
‘앞으로 니놈이 가자는 곳은 때려 죽어도 안 갈 생각이다. 평생.’
‘나, 있는 곳, 아니! 난 여기 산다! 혼자가라! 혼자 가!’
‘….왜?’
‘패스파인더! 필연적인 과소비 인간! 너 산다! 우리 판다!’
‘뭐가 어째?’
‘도움 되는 녀석! 끼익! 끽끽!’
‘거기 뭐하는 곳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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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을. ‘필연적인 과소비 인간’이라니!”
녀석과 헤어질 때 건네받은 가죽 지도는 세 장.
그중 하나가 위겐 근처에 있다는 것이 기억이 난 덕분에, 이대로 열차를 끌고 나와봤자 소용없는 것을 알면서도 열차를 훔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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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집어삼킨다! 만든다! 산다! 뭐든 판다!’
‘돈만 있으면 뭐든, 얼마든지 들여올 수 있다! 얼마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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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의 말대로라면, 이곳은 세계 곳곳에 흩어져사는 고블린들에게 있어 집결지 이자 그들 종족의 생업을 담당하는 곳.
탐욕스럽고, 좋은 손재주와 나쁜 손버릇을 동시에 가진 종족의 재화가 모이는 숨겨진 은거지.
끄그그극-
철컥!
하이드는 거짓말처럼 솟아오른 선로의 교차로가 제대로 연결된 것을 확인한 다음, 그의 열차에 올라 속력을 올렸다.
앞으로 쭉 뻗은 선로 대신 옆으로 머리를 돌리는 열차.
“여기는 장물 시세를 얼마나 쳐주려나.”
은은한 마력광과 함께 솟아오른 선로에 들어서며 하이드는 행복한 상상에 잠겼다.
‘앞으로도, 뒤로도 못가면 옆길로 빠지면 그만이지.’
애초에 이걸 타고 로드릭지역까지 갈 생각이 없었던 그는, 알이 꽉-찬 위겐의 정규 열차를 열차째 팔아먹을 생각으로 타고 나왔으니까.
그의 고블린 친구의 말처럼 ‘필연적 과소비 인간’인 그는, 돈이 되는 일이라면 다소 불법적인 일에도 너그러워질줄 아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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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컹 덜컹.
덜컹 덜컹.
“와아아아….”
‘옆길’이 그리 길지는 않았다.
중요한 것은, 그게 땅 밑을 향해 뻗어있다는 점이지.
하이드는 고블린 특유의 ‘정교하게 조악한’ 마력등이 밝혀둔 지하통로를 보며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이게 가능한건가?’
기술도 기술이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이만한 길을 안전하게 사용할 암반지대를 만드는 일이었다.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일자 선로를 만드는 것만 해도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간다. 양쪽 도시에서 년 단위 계획을 잡고, 이 일에 전문화된 드워프 건축가와 대지 마법사, 화학 용재를 위한 연금술사, 그 외에 기타등등의 인력들 모아서 하는 일이 도시간 선로 건설이란 말이다.
‘케루자루의 말로는 조금 큰 마을 수준이라고 했는데….’
전초기지가 40호 정도의 인구를 수용하니 최대로 쳐도 그 아랫단계라는 뜻인데.
아무리 규모가 작아도 땅 밑에 거주구를 만드는 일은 하이드의 머리로는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더욱이,
콰앙-!
쿠우웅-!
….멀찍이서 들려오는 폭음이 증명하듯, 뭔가 태우고 부수고 폭발하는 연구에 전문화된 이들이 거주하는 지역이라면.
딸랑딸랑!
생각에 잠긴 하이드를 깨운 것은 천장에 실로 매달아둔 금속 쪼가리가 열차 천장에 스치는 소리였다.
[열차, 사근사근 싹싹한 속도로!] [아는 고블린이 있으면 머리칸에, 없으면 객실에 옷을 벗고 엎드려 있을 것!]“어…. 속도를 늦추라는 말이겠지?”
저 금속조각의 용도는 출입자가 저 간판을 읽게 하기위해 주의를 끄는 용도인 듯 했다.
뭐랄까, 인류 문명의 첨단을 달리면서 저딴걸 시설이라고 만들어놓은게 참 고블린 답다고 해야하나.
….덜컹. 덜컹.
서행 표지를 지나 얇은 가죽 끈이 치렁치렁한 통로를 지나기를 몇 분.
“깨애액! 정차! 정차! 손들고! 엉덩이 빼고! 웃으면서 나와라!”
쿠웅!
느릿느릿 나아가던 열차는 뭔가 부드러운 것에 충돌하며 그대로 멈춰섰다.
흠. 어디보자.
‘인기척 다섯. 발소리를 보아 체중은 어린아이보다 조금 무거운 정도. 독특한 비강구조에 기인한 특유의 거친 숨소리. 전부 고블린 맞군.’
‘흥분했고, 경계하고 있다. 그리고, 음…. 호기심? 신이 났어?’
깩깩대는 고블린 특유의 감정표현까지 다 알진 못하지만, 이들이 적잖이 흥분했다는 것 정도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너! 너 누구! 처음보는 얼굴!”
“고정 거래처가 아니면 ‘심리적 경계비용’으로 10% 인상된 가격을 받아야 한다!”
“이곳에 왜, 어떻게 왔는지 눈처럼 하얗게 까발려라!”
“그전에 돈부터! 입장료 내라 입장료! 55만 실링!”
고블린답게 생긴것도 비웃는 것처럼 생긴 놈들이 무례하고 강압적이었지만, 하이드는 군말없이 시키는대로 했다. 손을 들어올리고, 입꼬리를 끌어올려 웃는 낯을 보였으며, 쭈그려앉든 엉덩이를 뒤로 쭉- 빼고 열차에서 내려왔다.
왜냐하면, 떽떽거리는 이 녹색 꼬맹이들 뒤로 나열된 진짜 괴물들이 하이드와 그의 열차를 내려다보고 있었으니까.
‘저, 저게 뭣이다냐….’
아마도…. 기반은 도시 수비용 대형포대 같은 게 아니었을까 싶다.
사람 몸통만한 포신 옆에 주렁주렁 매달린 부포신과, 거기서 뻗어나온 사자 갈기같은 선들과 냉각장치, 대충 마력 전달용 단자를 꼽아서 밧줄로 매달아놓은 통짜 마정석 원석같은게 수십개씩 매달려있긴 했지만.
그런 식으로 마개조한 성벽포부터 거치형 아케인 슈터 같은 온갖 파괴장비가 통로 밖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고 있으니, 당연히 예의 바르게 굴어야지. 뒤지기 싫으면.
오러 대용으로 마도공학 장비를 쓰는 사람으로서, 잘못하면 뼈도 못추린다는 사실을 아는만큼 얌전히 굴었다.
“용건! 용꺼어언!”
“무, 물건을 팔러 왔다! 내 뒤에 있는 열차랑, 그 안에 있는 것 전부 다!”
“….열차까지, 전부 다?”
“너, 걸어나간다?”
“아, 뭐. 그렇게 되겠지?”
깨애액!
끼익! 깨액 깨액!
열차를 통째로 팔러 왔다는 말에 제자리에서 폴짝거리기까지 하는 녀석들. 뛰면서도 손에 든 총기의 조준선이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게 인상적이었다.
“….왜, 합격! 그럼 어떻게! 어떻게냐!”
“그건…. 아, 잠깐 주머니에 손좀 넣어도 되나? 증명할만한 물건이 있는데.”
“오호오오. 아공간 주머니. 귀-한, 물건! 그것도 팔아라!”
“이건 못 팔아.”
“팔 수 있다! 가격은 서로 조정하면 된다! 더 많은 돈! 더 많은 가치! 팔아라! 팔아!”
하이드는 어린아이처럼 떼를 쓰는 고블린의 손에 망토에서 꺼낸 물건을 쥐어주었다.
어제 위겐에서 마약쟁이 잡을 때 썼던, 실버 티클. 던지면 금속 실이 사방을 난자하는 물건.
“그거 보여주면 대충 다 알거라던데? 고블린은 고블린의 물건을 알아본다고.”
“끽끽. 맞다. 이건 고블린이 만든거다.”
“케루자루. 손마디가 예뻤다.”
“끽끽. 오팔을 좋아했었지.”
가느다란 눈에 아련한 빛이 스치더니, 손에 쥔 은색 구슬을 쓰다듬고, 노려보고, 핥아보기까지 하던 고블린이 이쪽을 향해 돌아섰다.
“너, 합격! 손님이다!”
구슬을 받은 쪽이 소리치자, 뒤에 있던 녀석이 잡동사니로 만든 목걸이 같은 걸 내 목에 걸어주었다. 대충 물어보니 손님의 표식 같은 것이라는 설명.
다른것보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개조 포대가 웅웅거리는 소리가 잦아드는 것에 마음이 놓였다.
“카이부엔의 고물 환생소에 온 것을 환영한다!”
“카이부엔?”
“나다! 지금은 내가 이곳 작업장의 주인이다!”
그렇게 말하며 카이부엔이 손짓하자, 통로를 가리고 있던 대형 포대들이 비켜나며 안의 모습을 드러내었다.
뭐랄까, 대형 폐기물을 쌓아놓고 그 사이를 쓰레기로 정교하게 채워넣은 그런 모습.
그럼에도 묘하게 생활감이 있는게 영 적응이 안되는 모습이었다.
“멋있지! 멋있지!”
“어. 괜찮네.”
보통 사람의 심미안에는 영 꺼럼찍할 광경이지만 하이드는 진심으로 이곳이 마음에 들었다.
숨쉬듯 뭔가 찾아야만 편안해지는 사람으로서, 낯선 곳이야 말로 그를 가장 편하게 하는 곳이니까.
하이드는 제법 들뜬 마음으로 그의 옆에서 끽끽거리는 고블린들과 함께 그들의 마을 안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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