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end of the world, Cry Clear RAW novel - Chapter 437
Chapter. 20. 오프로드(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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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러나이트?”
“그래. 이래봬도 텔드랏 하부 지방에서는 나름 유명한 놈이라고? 패스파인더, 방랑기사, 안절부절 하…. 음, 이건 됐고. 아무튼 들어본적 없나?”
“금시초문인데. 그럼 오러 한번 보여줘봐.”
“그러니까 ‘오러 못쓰는 오러나이트’로 유명한, 뭐 그런거라서….”
“그러면 칼 이라도 한번 뽑아보슈! 기사는 칼질 좀 한다면서!”
“아, 이 칼은 뽑으면 내구도가 쭉- 갈려나가는 칼이라 그것도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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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크흐으음!”
제기랄. 내가 말해놓고도 이상하군.
얼떨결에 참여한 장례식이 끝나고, 다들 모여있다보니 자연스럽게 나를 소개하는 자리가 되긴 했지만….
“….오러가 없으면 그걸 오러나이트라고 부를 수 있나?”
“그우우. 인양 안하는 인양선. 생선 안잡는 어선.”
“선장, 저놈 영 수상한데?”
아무리 내가 오러나이트다운 순발력과 근력, 동체시력 같은 걸 보여도 다들 믿는 눈치가 아니었다.
“몸 좋은 수행 사제나 뭐 그런 게 아니라? 그…. 뭐랬더라?”
“그웍. 몽크다. 광명교, 사람 패는 사제 많다. 전통.”
“그래, 그거! 걔들은 신성력이 높아지면 몸이 불어난다며! 그거네 그거!”
“몽크라면 이해가 가는군. 고행을 겸하여 세상을 유랑하는 수행사제들은 대부분 종교인으로서 혜택을 받지 않기위해 정체를 숨긴다고 하니. 이 나락과 같은 바다에서도 제일 밑바닥만 모여드는 인양선이라면 제 고통을 즐기는 미친 기도쟁이들이 자청해서 탈법도 하지. 세상에 말라붙은 어머니 나무여 맙소사.”
그보다는, 밑바닥의 끝자락인 이 인양선 사무소에서 펼쳐진 제대로 된 제의와 격식을 차린 장례 행사를 보고, 그것에 압도된 나머지 나를 그쪽 사람이라 단정 지어버린 것이다.
세상에. 엘프와 트롤, 인간 언저리쯤으로 보이는 구렛나룻과 수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내 정체를 의심하는 광경이라니. 어지러워라.
“아니, 내가 딱히 뭘 배운 게 아니라 신전 고아원 출신이라 좀 아는 것 뿐이라니까! 신전에서 몇 년 살다보면 어깨너머로 사제님이 하는것도 좀 배우고, 장난감 대신 제기(祭器)도 가지고 놀고 하는거지!”
“아, 나도 고아원 출신이야. 남부 풍요교단 고아원. 나도 열 살까지 고아원에 있었는데, 그런 복잡한 의식 같은 건 하나도 기억 안나는데? 교단에서 하던 온갖 농사 짓는 법이라면 똑똑히 기억나지만.”
“그러니까 그게, 나는 어려서 머리도 좋고 기억력도 좋다보니 사제님이 신전 사제로 키우겠다고 이것저것 가르쳐주신 것도 있고…. 으아익! 이걸 왜 내가 변명하고 있어야 하는거야! 아니라고! 나 사제도 아니고, 몽크도 아니라고! 로하람 개새끼! 로하람 병신! 자! 어때!”
비장의 수단. 나름 신전 고아원 출신으로서 살-짝 천벌이 두려운 것도 감수하고 과감하게 신성모독도 질러봤지만-
“와….”
“광명교는 교단에서 지위가 높을수록 로하람을 격의 없이 대한다지?”
“200년 전 그 전설의 성자님은 평소에도 로하람을 이 새끼, 저 새끼 하면서 불렀다면서? 교전에도 기록되어있는 정사라고.”
어이.
“되게 높으신 분인가봐.”
“수행하겠다고 비싼 뱃삯을 턱턱 내는 것만 봐도 보통은 아니지.”
“에, 음, 라후라…. 로하람? 이거 맞나?”
“그웍. 전통적으론 라투라다. 광명 3교중 태양교단이 라후라, 등대교단이 라투라, 성자교단이 나투라의 기도문을 사용한다. 이거 헷갈리면 사제한테 줘 맞는 수가 있다. 사제님, 광명교 어디 지파 출신?”
“아니, 일단 등대교단 고아원 출신이긴 한데….”
“그럼 라투라가 맞다. 그욱, 반갑다. 인양꾼 에그윌이다. 종족은 네가 보는 그대로. 트롤.”
“그러니까 그게…. 모르겠다. 그쪽 될대로 생각하시는, 하이드. 트롤은 오랜만이군.”
이곳 사람들에게 이미 나는 ‘수행을 위해 정체를 숨긴 광명교 몽크’로 단단히 인식된 모양. 변명을 해도 들어먹질 않으니, 알아서 생각하게 그냥 내버려두기로 했다. 딱히 부정적인 인식이 박힌 것도 아니고, 좀 지내다 보면 사제가 아니라는 걸 알아서 깨달을 테니까.
“그럼, 나머지 사람들은….”
“알 것 없소.”
“뭘 서로 알기까지 하려고 해. 그냥 배 타고 각자 할 일 하면 그만이지.”
트롤 에그윌을 시작으로 통성명이라도 좀 하려 했더니, 뭐가 잘못되기라도 한 양 다들 뿔뿔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내가 뭘 잘못했나?”
“아, 그럴 리가. 대충 인양선에서 뭔가 엿같은 일이 일어났다 싶으면 대부분 다른 놈 탓으로 돌려도 될걸? 워낙 막장 인생을 살아온 녀석들이라 사회성이 끝내주거든. 난 그림 록, 이 배의 선장이자, 저 막장 새끼들의 관리인이다.”
“어, 음. 만나서 반갑수다, 그림.”
“록이라고 불러. 배 위에서 소리지를 때 그쪽이 더 잘 들리거든. 아, 말 놨다고 밤중에 몰래 저주같은 거 걸거나 하는 거 아니지? 그런 이쁜이 대접을 원했다면 길 건너에 더 좋은 곳 소개시켜주고.”
“그건 사제가 아니라 흑마법사지. 애초에 난 사제도 아니지만.”
“와하하하! 뭐, 그렇다치자고. 인양선 같은거에 타는 놈 치고 제깍 제 이야기를 털어놓을 정도로 속편한 놈은 없으니까. 아무튼, 저놈들을 너무 고깝게 보진 말라고. 뱃놈들은 땅 위의 사람들과 다른 습성이 좀 있는 편이거든? 기도할 때 5대 선신이 아니라 어디 듣도 보도 못한 바다의 존재에게 기도한다던가, 빠져 죽은 놈을 위해 기도할때는 꼭 바닷물에 젖은 교전을 써야 그놈도 읽을 수 있다던가, 신입한테는 때려 죽여도 이름 안가르쳐 준다던가 하는 그런 바보같은 것들이 좀 있는 편이지.”
어쩐지. 교전이 물에 아주 푹 젖어 있더라니.
“그건, 미신 같은건가?”
“사제한테는 좀 불쾌하겠지만 뱃놈들이 다 그런걸 어쩌겠어?”
록은 껄껄 웃으며 손가락으로 그의 머리를 가볍게 두드렸다.
“이름을 가르쳐주면 그걸 머리통이 기억할 것 아냐? 신입은 대부분 첫 번째 항해에서 나가 뒤져버리는데, 그러면 자기 이름을 담은 머리통이 물속에 가라앉게 되는거지. 내 이름이 저 바다에 가라앉는다는 거, 그거 뱃놈들 입장에선 영 불편한거거든? 그게 쌓이면 언제고 가라앉은 이름들이 몸통을 바다 밑으로 끌어들인다, 그러니 뒈질 놈한테는 이름 같은 거 가르쳐주는 거 아니다- 하는 머저리같은 풍습이 생겨버린 것도 그런 미신때문이고.”
“아아, 그래서 이름 얘기할 때 그렇게나 후다닥 흩어진 거였어?”
“사제님이면 뭐, 특히나 우리 같은 놈들보다 이것저것 신비한 것들에 가까운 사람 아냐? 그러니까 더 멀리 하는거지. 물에 팅팅 불은 시체가 막 신성력으로 번쩍거리면 바다의 존재에게 더 잘 보일테니, 그놈 머리통 속의 이름은 더욱 바다에 가까워질 거라나 뭐라나.”
자신을 록 이라고 소개한 선장은 그 말과 함께 누런 이를 드러내며 씨익 웃어보였다.
덩치는 큰데 어딘가 마른 느낌이 있는 남자. 구렛나루에 더러운 두건. 누가 봐도 바닷일 하는걸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거친 피부까지.
‘잔뼈가 굵었다’는 표현을 그대로 가져다 박은 것 같은 외형의 선장은 나를 사무실 안쪽, 그의 방으로 보이는 곳으로 안내했다.
덜컥, 덜컥덜컥!
“이런 우라질!”
쾅!
와르르르!
대문을 열 때와 마찬가지로 발로 겉어차고 나서야 열리는 문. 안쪽에 잔뜩 엎어진 상자와 그 내용물을 발로 슥슥 밀며 길을 낸 선장은 머쓱한 표정으로 넘어진 상자들 중 하나를 내쪽으로 밀었다.
“앉아. 좀 더럽지만.”
“저게 인양물인가?”
“바스러진 장식, 녹슨 쇳조각에 그런 이름이라도 붙지 않았다면 이렇게 모아둘 필요가 없지 않겠어? 아, 그렇다고 막 귀한 물건 취급할 것 까진 아니고. 이미 조사 다 끝난거거든. 팔리지도 않는 고물, 내 취미로 모아둔거다.”
“고물이라.”
잘그락.
문이 걷어차일 때 쏟아진 물건 중 하나를 집어 들었다.
크기와 남아있는 형태로 보건데, 솥…. 이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금속 덩어리. 확실히 이 상태로는 별다른 가치가 없는 그냥 고철로 보이지만….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면.
“….마정석도 아닌게 마나를 품고 있잖아?”
“흐흐흐. 신기하지? 빅 블루의 인양물은 대부분 자잘한 마력을 품고있지. 워낙 마나가 미친 듯이 몰려다니는 바다니까 말이야. 물론, 이미 먹물쟁이들이 연구한 결과 아무짝에도 쓸모 없다는 게 판명 났지만. 저기 들어있는 마나를 추출하는데 들어가는 마나가 뽑아서 얻어 낼 마나보다 더 크다나 뭐라나.”
“그냥 물건에 마나가 깃들 정도로 많은 마나를 품은 바다라니.”
하루에 고급 마정석을 몇 개나 쳐먹는 대형 마력포라 해도 마력에 노출됐다고 포신 자체에 마력이 깃드는 일은 없는데. 도대체 저 바다는 뭐가 어떻게 된 곳이란 말인가?
“마법사들은 안 찾아오나? 마력이 달리는 마법사라거나, 물이라면 환장하는 수계 마법사라거나.”
“왔지. 옛날엔 꽤 자주 왔었고, 나도 돈 아낀다고 인양선이나 타는 짠돌이 마법사 한 명 정도 태워봤고.”
“결과는?”
“최악이었지. 출발하기 전까지만 해도 첫사랑 속옷에 얼굴묻은 소년처럼 발그레하던 늙은이가 바다 위로 나서자마자 헬쓱헤져서는, ‘이런 건 내가 알던 바다가 아니야아아아!’ 하면서 계집아이처럼 울던데? 나야 그 인간이 지랄하건 말건 돈 받은 만큼 배 태워줬고. 그렇게 게거품 물고 지랄 발광하던 마법사는 배에서 내리자마자 마법을 못쓰게 됐다며 눈물을 좔좔 흘리고. 그놈이 소속된 영지에선 우리한테 배상을 받아야겠다고 또 지랄하고. 아주 악몽이 따로 없었지. 으으, 마법사놈들.”
“수계 마법사도 못 견디는 물이라니. 그거 마법사가 야매라서 그런게 아니었나, 싶은데.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잖아? 수계 마법사가 물을 못견뎌하다니.”
“2위계 였으니까 마냥 야매라곤 못하지. 아무튼, 그때 그 마법사 놈 때문에 재판에 휘말려서 이것저것 주워들었다. 뭐, 정제되지 않은 대마법사급 마나가 해류 사이즈로 흘러다녀서 그렇다나? 우리가 모닥불을 이용할 수 있다고 해서 불난 집 한가운데에서 편히 있을 순 없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하더라고.”
“오호라.”
그 이후로도 선장 록은 이곳 딥 블루라인의 바다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씩 늘어놓았다. 거칠다고 자부하는 기관사 놈들이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거친 바다 생활 하며, 지난 수십년동안 수계 마법사가 몇 명이나 폐인이 되는 꼴을 보고도 종종 찾아오는 수계 마법사 하며, 기어이 바다의 마력을 추출하겠다고 항구에 들어선 마도공학 시설이 파도 한방에 박살났던 것이나 태풍에 휩쓸린 흉폭한 물고기들이 하늘에서 비처럼 쏟아져서 도시 전체가 초토화될뻔 했던 이야기나….
“이런. 내 이야기가 좀 샛구만? 앉아서 졸아도 돼. 지루한 이야기인거 아니까. 뱃놈은 무용담 늘어놓는 재미라도 없으면 사는게 영 팍팍하거든.”
“아니, 오던 잠이 깰 정도로 재미있는데.”
“거 얘기하기 편한 사제로군. 어…. 무슨 이야길 하려고 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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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거. 어쨌든 한 번 이나마 같이 항해를 나가고, 같이 잠수할 테니 이건 알려줘야지.”
….덜컥!
우르르르!
“아이구 이런. 어디보자…. 여기 뒀던가?”
좌르륵!
촤아아악!
“여기도 아니고…. 아, 여기 뒀었군!”
한참 녹슨 고물더미를 뒤적이더니, 그 안에서 더러운 장신구 상자 같은 것을 쏙! 하고 뽑아내는 선장.
콰르르르르르!
“어이구 이거, 치우려면 또 한 세월이겠군.”
끝내 위태롭게 쌓여있던 인양물 더미를 모두 무너뜨려버린 그는, 작은 상자를 열어 그 안에 있던 것을 내게 보였다. 일단, 겉보기에는 바싹 마른 종이 조각으로 보이는데.
“….제법 오래된 물건 같은데? 잉크는, 음…. 물에 젖었던 것을 복원해서 다시 기록한 것 같고.”
“오! 제법 식견이 있구만?”
“패-스 파인더라고. 옛 제국이나 과거 대륙의 유적탐사에 몇 번 몸을 담다보니 어느정도는 알아보지.”
“이거, 생각보다 더 쓸모있는 사제님이셨군. 그럼 이것도 알아 보겠네?”
“사제가 아니라….?!”
록에게 다시 한번 내 정체에 대해 말해주려던 순간, 그의 손가락에 가려져있던 종이의 아랫부분이 드러나며 내 말을 끊었다.
“마도 제국 문장?”
“공식 기록이지. 뭐라고 써 있는지 알아보겠나?”
“지금이랑 어휘는 좀 다르지만…. 명령서 같은데?”
물에 젖어 여기저기 지워졌지만 문장이 블록처럼 딱딱 끊어지는 저 형식은 마도제국의 명령서, 특히 군사 문서에서 많이 보이는 형식이다. 마도제국의 공식 명령서라면 저 찢어진 조각만 해도 역사적 가치가 상당한, 못해도 30만 실링 정도는 할 물건.
그리고 그 내용은-
“….비공정 1호. 별도의 출항 명령 없이 작전구역 진입…. 격추 불허…. 반드시 회수할 것?”
“의미심장한 기록이지. 자, 다음은 이걸 한번 보라고!”
마음이 급하다는 듯, 내가 기록을 다 읽자마자 새로운 기록을 건네는 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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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서, 나는 그 불온한 발명품을 막아야 한다. 마도공학은 그런 것을 위해 시작된 발명품이 아니거늘, 자유마도공학이라니…. 카일은 어째서 그런 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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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께선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을 예견 하셨을까? 그래서, 내게 그분의 이름과도 같은 발명품의 시동키를 맡기신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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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다. 이제는, 우리 모두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으니.”
“부디, 저주받을 아툼(A-Tomb)이 용맥에 닿기 전에 내가 도착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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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전에 보여준 것보다 더 귀한 것이지. 대 마도공학자 로만 가치아 멘슨의 두 제자, 카일과 베르한 중 실용마도공학을 선택한 베르한의 일기다. 사본이지만.”
사본이라고 해도 귀족 수집가들이 저런 역사적 기록을 그냥 내놓을리 없으니 엄청나게 귀한 물건이 분명하지만.
“이 내용, 이거 설마….”
“흐흐흐흐. 알겠나? 이게 뭘 뜻하는지?”
선장의 물음에 나는 신중하게 두 기록을 눈에 담았다.
기록 자체의 역사적 가치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귀중한, 그 안에 담긴 정보.
‘비공정은 마도공학의 정수. 대부분의 비공정은 마도제국 텔드랏에서 생산되어 그들의 관리를 받았으며, 양대 제국전쟁 당시 텔드랏의 가장 핵심적인 공세를 담당했다.’
‘기록에서는 [비공정 1호]가 별도의 명령 없이 비행에 나섰는데, 적에게 탈취됐을 가능성이 높은 전략병기를 격추하지 않고 반드시 회수하라는 명령이 내려왔어. 이건 [비공정 1호]자체가 귀하거나, 그것을 몰고나간 사람이 절대 죽어선 안되는 귀하신 분이라는 뜻이지.’
‘로만 가치아 멘슨의 제자, 카일은 자유마도공학의 수장으로서 마도공학 병기를 만들고, 종국에는 용맥 뒤틀기라는 끔찍한 재앙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이다. 또다른 제자인 베르한은 그것을 막기 위해 그의 스승, 멘슨이 남긴 무언가를 사용한 것 같고.’
대 마도공학자. 로만 가치아 멘슨의 이름과도 같은 발명품.
비공정 ‘1호’라는 명칭.
제국의 명운을 건 전쟁속에서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귀중함과, 멘슨의 수제자에게 맡겨진 시동키까지.
“아-툼. 빌어먹을 용맥 대폭발을 일으킨 세기의 병신 짓거리. 서제국은 그걸 막기 위해서, 마도제국은 그걸 가동하기 위해 엄청나게 많은 병력을 퍼부었고, 그 혼란을 틈타…. 멘슨의 수제자 베르한은 마도제국의 수도에 보관되어있던 엄-청난 물건을 몰고 블루라인으로 향했지. 그리고-”
퍼엉.
“폭발하는 용맥에 휩쓸려버린거지. 한 시대를 초월해서 발명되었다 평가된 정신나간 마도공학 장치, 완전히 박살내기 전에는 절대 추락하지 않는다는 마도제국의 괴물. 최초의 비공정, ‘1호’.”
“….로만 가치아 멘슨이 직접 만들고, 성자가 손수 그의 신체를 잘라넣어 생명을 불어넣었다는?”
“그래, 그거. 성자의 사후에 더 무시무시한 성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는 그 괴물. 기록에 따르면, 그건 분명히 블루라인으로 향했다. 그리고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
인양선의 선장, 록은 그의 인양물들을 향해 두 팔을 활짝 펼쳐보이며 말했다.
“비공정 1호! 그 괴물의 절대적인 방어력에 대한 기록은 셀 수도 없이 많다! 6위계급 대단위 마법을 선수로 들이받아 박살내고! 오러나이트의 오러조차 쉽사리 박히지 않으며! 무엇보다 하늘을 쪼갠다는 황제의 검을 쳐맞고도 끝내 마도제국으로 복귀했다는 불사의 비공정! 용맥 대폭발에 휘말린 비공정과 온갖 마도병기의 흔적은 딥블루 곳곳에서 찾을 수 있지만, ‘1호’의 흔적은 지난 15년의 잠수에서 단 한번도 발견된 적 없다! 단 한번도! 부러진 돛대 하나, 선수상 쪼가리 하나 발견되지 않았어! 베르한이 그것을 몰고 이곳에 도착한 것은 분명한데 말이야!”
“그 말은….”
“부서지지 않았다는거지. 적어도, 산산조각나 그 파편이 바다건너 대륙에서 발견될 정도로 박살난 다른 비공정들과는 달리, 어느정도 원래 형태를 유지한체, 가라앉았다는 뜻이다.”
“그 비공정이 마지막으로 향한 이곳, 딥 블루라인 깊숙한 곳 어딘가에!”
스으윽-
록은 테이블 위로 몸을 숙여 나와 얼굴을 마주했다.
“나는, 그걸 찾는거다. 과거와 현재를 통틀어 가장 귀한 보물중 하나가 분명한, 로만 가치아 멘슨의 역작. 비공정 1호를!”
탐욕과 꿈, 그리고 그 꿈에 버린 세월만큼의 미련이 동시에 이글거리는 광인의 눈.
“….뭐, 지난 15년동안 뽑아올린 거라곤 여기있는 쓰레기랑 괴짜들이나 수집하는 옛 물건들이 전부지만 말이야.”
“그렇게 말하는 것 치고는 포기를 못했나본데?”
“암, 포기 못하지. 누군가 박살난 ‘1호’의 잔해라도 찾기 전에는 절대 포기 못하고 말고.”
“아무튼, 우리 인양꾼의 목표는 그거라는 말이다. 넌 ‘용맥의 조각’을 캐러 왔다고 했지?”
“어.”
“잘됐군. 피차 어지간히 깊이 들어가야 할테니, 잠수 깊이 가지고 싸울 일은 없겠어.”
록은 언제 흥분했냐는 듯 처음의 나사빠진 목소리로 돌아오더니, 들어올때와 마찬가지로 쌓인 인양물을 발로 쓱쓱 밀어 길을 만들어 주었다.
“대충 이렇게 됐으니까, 앞으로 잘 해보자고. 사제님.”
“….그래, 선장님.”
“내일 출발할 거니까 좀 어렵더라도 애들이랑 얼굴은 터놔. 아무것도 못하면 내가 말려도 다른 놈들이 바다에 던져버릴테니까.”
“시도는 해보지.”
그의 방 앞에서 목판에 내 이름 몇 글자 끄적이는 것을 마지막으로, 선장은 챙겨줄 것은 다 챙겨 줬다는 듯 자기 갈 길을 가버렸다.
“사망 및 실종시 책임 부담 각서라…. 끝까지 승선을 환영한다고 하지 않는 이유는 있었구만 그래.”
죽거나 사라지면 전부 내 책임이라는 공증을 받아야만 탈 수 있는 배.
죄다 낡고 부서져가는 것만 있는 이 인양선 사무실에서 유독 그 목판만 새것과 같은 이유는 저어-기 제단위의 사망자 목록이 알려주고 있었다.
여기서 매주 새로 만들어야 할만한 물건은 저 사망 책임 각서랑 사망자 명단 정도일테니까.
“뒈지기 싫으면 내일까지 뱃일에 적응하라는 뜻인데….”
누구부터 할까?
하이드는 사무실 안과 밖, 뱃전 언저리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으로 대충 구분한 뒤, 누가 이중에서 제일 말이 통할지를 생각해보았다.
짧았던 만남에서, 그나마 대화할 의사가 있어보였던 녀석.
“역시 그놈이 제일 좋겠군.”
먼저 이름을 밝혔으며, 선원들 중에서 제일 이지적으로 보이던 트롤을 떠올린 하이드는 곧장 그가 있겠다 싶은 방향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출항은 내일.
하루 좀 안되는 시간에 신참취급 당하지 않을 정도로 일을 배우려면, 어지간히 바쁘게 움직여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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