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end of the world, Cry Clear RAW novel - Chapter 438
Chapter. 20. 오프로드(7)
****
트롤 에그윌.
항해사. 성실함, 친근함. 트롤치고는 이상할 만큼 붙임성 좋음.
“멍청한 에그윌한테 일 배우지 마라. 잘못 배우면 안된다.”
“멍청해? 네가?”
“그웍. 에그윌 멍청하다. 멍청해서 부족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추가로, 자기학대 경향 있음.
선원들 중 유일하게 내게 이름을 알려준 트롤은, 뱃일을 좀 배워야겠다는 내 말에 손수 밧줄 묶는 법을 가르쳐주며 말했다.
“멍청하다고 하기엔 발음도 좋고, 말을 참 잘하던….”
“말이 부드러운 것은 바다생활 때문이다. 그린스킨 종족, 비강(鼻腔)이 기관지 바로 위까지 이어진 특유의 구조로 인해 날숨에 콧소리 낸다. 코가 길고 좁은 고블린은 기침소리, 크고 넓은 오크는 콧물 섞인 췩췩소리, 낮고 넓은 트롤은 가래를 삼키는 듯한 그웍- 그우- 같은 소리. 에그윌, 바닷바람에 비염 생겼다. 코 안쪽이 좁아져서 다른 트롤처럼 막히지 않고 말 잘한다.”
“그, 그렇구나. 아무리봐도 머리가 나쁘다고 할 수는 없는 것 같은-”
“단어적 의미의 멍청함이 아닌, 트롤종족 관점의 멍청함이다.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인식의 엇갈림, 쉽게 이해할 수 없음을 이해한다. 지식이 다르면, 같은 말이라도 서로 마주할 수 없다.”
“아, 그래.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인식의 엇갈림’ 이구나…. 아하하하….”
꽈아악!
‘세상에 누가 멍청해, 누가!’
얘가 멍청한거면, 인간 사회는 병신과 머저리 딱 두 종류의 인간으로 구성되어 있을 것이다.
‘아니, 어떤 트롤이 질문 한마디에 저렇게 청산유수로 대답하냐고! 뭐, 종족적 안면구조의 차이로 인한 발화(發話)의 차이? 문화적 차이가 어쩌고 인식이 뭐 어째?’
도대체 어디사는 멍청이가 이따위 전문 지식을 좔좔 늘어놓으면서 얘기할 수 있는거냐.
비범하기 짝이 없는 트롤 선원 에그윌은 두툼한 손가락으로 그의 가슴을 툭툭 치며 말했다.
“오래전 위대한 트롤이 있었다. 야생의 삶을 살아가던 우리 종족에 지식을 전하고, 문화와 삶, 전통과 사회를 만든 위대한 어머니, 모든 부족을 통틀어 어금니로 인정받은 트롤, 노툼.”
“아, 나도 알아. 들어봤어.”
“우린 눈을 뜨기도 전부터 그 이야기를 듣는다. 트롤 노툼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어떻게 위대한 선각자가 되었는지, 어째서 인간 사회에서의 모든 지위를 버리고 숲으로 돌아오게 되었는지. 존경하는 대모, 선각자 노툼. 노툼께서는 손수 트롤 종족의 미래를 위해 그분의 지식과 재능을 전수하셨다.”
“와, 대단하신 분이구나. 트롤 종족이 몬스터 취급받던 시절이었으면 전혀 다른 삶을 가르치는게 쉽지 않았을텐데.”
“그웍. 대단한 성과. 실로 왕성한 활동. 현 세대의 부족장, 80% 정도가 그분의 피를 이었다. 위대한 피, 똑똑하고 재능있는 아이들에게 마구마구 이어졌고 빠르게 번성해 자리잡았다.”
“저, 정말 ‘대단’하셨구나….”
실로 원초적이고 확실한 방식으로, 음…. 아무튼 트롤 종족에 ‘현명함’을 전파하신 분이 아닐 수 없었다.
“그우우. 모든 트롤, 그분 존경한다. 실로 위대한 선조. 그래서, 뛰어난 주술 재능으로 선조의 말씀을 들을 수 있는 트롤이야 말로 현명한 트롤. 에그윌, 주술 재능 하나도 없다. 그래서 멍청한. 원시의 피, 다음 세대를 멍청하게 만드는 불길한 것. 차별받는다.”
“음. 트롤 부족사회는 꽤 가족적인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어디에나 차별은 있다. 너희 인간, 땅에 선 그어놓고 차별한다. 눈 색, 피부색 달라도 차별한다. 스스로를 우월하다 여기는 다수가 소수를 부정한 것으로 만드는 것, 어디에나 있는 일. 에그윌, 그래서 떠났다.”
주술 재능이 없는 ‘멍청한’ 트롤 에그윌은 차별을 견디다 못해 부족을 떠났다고 했다.
“인양선은 어쩌다가 타게 됐는데?”
“이곳 바다, 아무것도 아닌 돌맹이에도 마나 쑤셔넣는다. 멍청한 에그윌 머리도 돌이다. 잠수하다보면 나한테도 마나가 깃들까 싶어서 일부러 찾아왔다. 트롤들 사이에서도 마법사는 똑똑한 인간으로 여겨진다. 에그윌 똑똑해질거다. 똑똑해지면 어머니, 이웃, 친구들, 나 안 싫어한다. 고향 돌아갈 수 있다.”
배를 타는 것은 ‘멍청한’ 자신이 ‘똑똑한’ 마법사가 되기 위해.
이것저것 많이 알고있는 것은, 같은 맥락으로 똑똑한 트롤이 되고 싶어서.
‘자격지심이로군.’
위대한 선조 ‘노툼’의 흔적은 트롤 사회에 너무나도 깊은 족적을 남겼다.
그 흔적은 그대-로 노툼에 대한 우상화로 이어졌고, 위대한 주술사로 알려진 트롤에 대한 숭배는 주술 재능 자체에 대한 계층의식으로 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였다. 그러니까 이렇게 머리 좋은 녀석을 주술 재능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제 발로 고향을 떠나게 할 정도로 차별했겠지.
에그윌이 수준 높은 지식을 갖춘 것도, 그걸 주절주절 늘어놓는 습관을 가지게 된 것도 그러한 과거에서 기인했을 가능성이 높아보였다. ‘멍청한 트롤’이라는 이유로 고향에서 쫓겨났다는 사실이 그의 머리 깊숙이 박힌 나머지, 자신이 멍청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럽게 밖으로 마구 표출되고 있는 것이겠지.
‘마법사가 되고싶은 바다 위의 트롤이라….’
아무튼, 내 안에서 ‘트롤 에그윌’의 중요도가 꽤나 상승한 것만큼은 분명했다. 생판 모르는 장소에서 질문만 하면 좔좔 늘어놓는 녀석만큼 좋은 동료도 없으니까.
****
“저건 누구야?”
“그웍. 저 녀석은 엘프 타리무스다. 타림이라고 부르면 된다.”
“이건 어떻게 쓰는거지?”
“그우우. 이건 공마석 가루가 섞인 타르다. 딥 블루 바다생물은 다들 조금씩 마나를 품고 있어서 공마석을 싫어한다. 그래서, 배 구석구석에 두툼하게 발라준다. 안하면 뼈만 남은 배를 볼 수 있다.”
“인양선의 주 수입은 바다에 빠져죽은 사람 건져서 벗겨먹는거다. 빠르게 부식되니까 다른 배가 지나간 길은 신중하게 살펴서 재깍 찾아 건져야한다.”
동료 인적사항에, 뱃일에, 그리 알고싶지 않았던 인양선의 쏠쏠한 부수입까지.
내가 기대하던 대로 에그윌은 하나를 물으면 열을 가르쳐주었다.
가령, 저거.
저쪽에서 한아름 크기의 상자를 들고 정신 사납게 돌아다니는 녀석은, 엘프 타리무스.
남성, 갑판원, 눈매 사나움, 신경질적임.
“오오, 아아아…. 숲이, 숲이 보이는구나. 사라진 나의 숲…. 아아아아….”
추가로 확장된 동공과 침이 질질 흘러나오는 입, 떨리는 손과 풀려버린 다리. 눈밑이 퀭하고 안그래도 마른 엘프가 아예 나뭇가지처럼 깡말라버린 모습.
“….저거?”
“그웍. 맞다.”
“니기럴 뭔 엘프가….”
그리고, 마약쟁이. 마약중독자 엘프 타리무스.
“….세상 살다보니 진짜 별꼴을 다 보는군.”
“그우우. 인양선에선 이게 일상이다. 안하는 녀석을 보는게 더 어렵다.”
혀를 내두르는 내게 에그윌은 익숙해지라며 타리무스에 대해 몇가지 말해주었다.
엘프 타리무스가 인양선에 탄 이유는 간단했다.
첫째, 엘프 공동체에서 나온 그가 값비싼 마약을 사기 위해선 남창이 되거나, 인양선에 타거나 하는 두 가지 선택지만 있었기에.
둘째, 일반적으로 ‘목재’라 불리는 버섯목의 기둥 말린 것이 아닌, 진짜 ‘나무’의 묘목이 경매에 나온 것을 엄청난 가격을 주고 사버렸기 때문에.
“진짜 나무를 사? 그렇게 돈을 많이 모았어?”
“아니, 거의 다 빚. 타리무스 일 열심히 한다. 이자도 내고, 마약도 사고, 또 자기 나무를 위한 질 좋은 흙도 사야 한다. 지금 들고다니는 저거, 그의 보물. 조금이라도 햇빛이 더 잘 드는 곳에 두려고 저렇게 해를 따라다니며 들고 다니는 거다.”
“….하긴. 엘프치고 중증 우울증 환자가 아닌 녀석은 못봤으니까. 저런거라도 있어야 버틴다는 소리는 들었지.”
“장난으로라도 나무에 손대지 마라. 어제 네가 치러준 장례식, 그중 하나는 타리무스의 나무를 훔쳐서 팔려다가 죽었다. 머릿가죽만 빼고 분해되어 타리무스의 비료통에 들어있던 걸 겨우 찾아냈다.”
“….다크엘프 아니지? 그냥 엘프지?”
“모른다. 반쯤 걸쳐 있을지도.”
마약중독자에, 마음에 안드는 놈을 썰어서 나무 비료로 만들어버리는 엘프라니.
당장 내일부터 저 위험한 바다를 함께 해야할 동료들의 인적사항을 듣고 있으니 이번 탐사가 대단히 인상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마구마구 들었다. 개 같은 거.
그 외에도, 배에 타르 칠 하면서 돌아다니다 만난 수인족 셋.
“투아달, 이세나, 바이무스. 남매다. 셋 다 뭔가 바다와 관련된 종의 수인인데, 뭔지 알아보기가 힘들다. 물어봐도 죽어도 안 가르쳐준다.”
“혼혈종이구나. 보통은 안 가르쳐주지.”
물갈퀴가 있는 손에 언뜻 비늘과 털이 섞인 모습. 수인족들 사이에서도 터부시되는 이종간 혼혈종으로 보였다. 에그윌이 주술재능이 없어서 공동체에서 쫓겨난 것처럼, 저들도 수인족 사회에서 터부시되는 존재라 버림받은 것으로 추정.
“아인종 사회에서 다른 종에 뿌리를 둔 수인의 자식은 더러운 취급 당하곤 하니까 말이야. 그래서, 쟤들은 그것 말고는 특별한 것 없지?”
“연쇄살인으로 지명수배중인 것 말고는 없다.”
“아, 그 정도야 뭐.”
나도 열차강도 및 도시 보안법 위반으로 수배 중인데 뭐.
“정확히는 귀족 살인으로 알고있-”
“토, 통성명은 다음에 할까? 딱히 얽히기 싫은 건 아니고….”
‘씨발, 저건 눈만 마주쳐도 도매급으로 같이 끌려가는 폭탄이잖아!’
갑판 아래에 처박혀서 장비 수선이나 하고있는게 대번에 이해되는 순간이다. 귀족 살해범이면 쫓아다니는 현상금 사냥꾼이 한 트럭은 될 테니까!
‘공동체에서 쫓겨난 수인족 셋이 귀족과 원한 질 일이야, 음…. 셀 수도 없이 많이 떠오르지만! 그래도 귀족 살인이라니!’
촌구석 귀족이라 해도 멍청하게 혼자 돌아다니는 경우는 없으니, 적어도 저 셋이 기사급 호위를 썰어버리고 귀족의 목을 딴 다음 탈출할 정도의 실력은 있다는 뜻이었다.
같은 뱃사람마저 피할 정도로 사망률이 높은 인양선 생활이지만, 그만큼 다른 이들의 눈을 피해 잠적하기에 좋은 곳도 없겠지. 실력에 자신이 있으니까 잠적을 위해 인양꾼 생활을 선택했겠지.
‘어디보자. 셋 다 호리호리한 몸에, 손 마디가 두껍고…. 비늘이랑 털 때문에 영 보기 힘들지만 상당히 유연한 근육이 붙은 것 같군. 같은 스타일의 암살자 타입이야.’
슬쩍 곁눈질로 살폈을 뿐인데, 셋 중 하나가 그걸 느끼고 나를 마주봤다. 음, 눈이 좋으시고.
“….윌.”
“그웍. 불렀나?”
“저번에도 말했지만…. 다른 사람한테 우리 얘기 함부로 하지 말라고 했잖아.”
“네가 돈 욕심이 없어서 인양물을 우리에게 넘기지만 않았으면 너도 진작에 죽여 없앴을거라고.”
꽤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이야기 했는데, 그걸 듣고 살기등등하신 걸 보니, 귀도 좋으시고.
각자 단검과 발톱, 송곳 같은 무기를 꺼떡거리며 일어나는 모습을 보니 제대로 한바탕 하려는 것 같았다.
하긴, 귀족살해 급 수배자가 생판 모르는 놈에게 자기 정체를 들켰는데, 보통은 죽여서 입막음 하려는게 맞겠지.
“야. 에그윌.”
“그웍.”
“일부러 들리게 얘기했지?”
당연하지만, 수인족 삼남매와 오랫동안 같이 생활한 에그윌이 저들의 청력을 모를리도 없으니.
“삼남매 중 막내, 매일 불안하다. 외부인이 그들 주변에 있는 것 못참아서 항해 내내 죽이자고 조른다. 그래서 많이들 죽였다.”
“그래서?”
“어차피 쟤들은 너 죽이려고 한다. 못 이길 정도로 약하면, 바다보다 항구가 좋다. 항구, 도망갈 수 있다. 바다, 도망갈 수 없다.”
일부러 저들에게 들리도록 수인족의 신상을 털어놓고, 바다에 나가기 전에 나를 공격하도록 유도했다는 뜻이다.
“상대는 셋인데? 도망도 못가고 죽으면?”
“그정도 나약했으면 어차피 바다에서 죽는다. 칼 맞아 죽는 쪽, 훨씬 덜 아프다.”
“세상에, 친절하기도 하셔라.”
“고맙다.”
나름 인양선의 고참으로서 바다에서 일어날 분란을 미리 예방하는 행위. 에그윌이 어떤 종류의 사람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었으며,
뚜둑,
뚜두둑!
“아, 내가 쟤들을 줘 패는 경우에는 어떻게 되는거야?”
“간단하다. 같이 배 타고 바다에 나간다. 다른 선원들처럼.”
저들이 매번 다른 선원들에게 이렇게 굴었다는 대목에서, 지금 배에 남아있는 이들이 모두 이 귀족살인 삼남매보다 한 수 위의 전투력을 가졌다는 뜻이 되겠다.
‘일종의 통과의례로군. 마도열차나 배마다 있는 신고식 같은 것 말이야.’
마약쟁이 엘프도, ‘멍청한’ 트롤도, 구렛나룻 인양꾼 선장님도.
모두 기사와 귀족을 살해한 이 삼남매보다 강하다는 것. 그정도는 해야, 이 악명높은 바다에 잠수해서 살아 돌아올 수 있다는 뜻.
재수 없으면 죽는다는 점에서 평소 마도열차를 탈 때마다 겪었던 통과의례와는 조금 달랐지만, 뭐.
“한 달 씻지 못한 드워프 신발에 이것저것 넣어서 섞어 먹는 마도열차의 ‘탑승주’에 비하면….”
“망할 수다쟁이 트롤을 원망해라아아앗-!”
빠아악!
“-아각!”
“단순하고, 깔끔하고, 속도 안 버리고 좋은 편이지.”
어디까지나 에그윌의 ‘배려’에 가까운 자리인데, 이 정도에 위협을 느낄 정도면 그녀석 말대로 애초에 배를 타면 안 되는 거지.
아직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는 내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단검과 함께 달려드는 수인의 턱에, 그림같은 일격이 꽂혔다.
쿠당탕탕!
어머나, 피 봐라 피.
살살 친다고 했는데, 혀 깨물었나봐.
“막내야!”
“오, 성격 급하다는 막내가 쟤였구나?”
어쩐지. 자세도 좋고, 도약력에 비해 소리도 조용했는데 막 소리를 지르면서 뛰어들더라고. 기습을 해놓고 ‘죽어라아아앗!’ 하고 소리를 지르면 그게 어디 기습이야. 결투 신청이지.
“제기랄, 역시 그냥 사제가 아니었구나!”
“이젠 신전에서도 우릴 쫓아오다니! 역시 교단도 귀족 놈들과 붙어먹었어!”
“그러니까 몇 번이고 말했지만, 나는 독특한 사정이 있는 오러-”
“죽어라, 타락한 사제야!”
“여기서 붙잡힐수는 없어!”
….뚜둑!
“오러 나이트라고 귀머거리 새끼들아!”
다시 말하지만, 나는 ‘오러 못쓰는 오러나이트’다. 오러는 못써도, 오러나이트의 육체만큼은 자타공인이라고. 오러를 못써도 오러나이트가 맞다고 다들 인정해줄 만큼.
최전방에서 손상된 성벽 고칠 때, 집체만한 돌도 번쩍 들어서 옮기고! 무시무시한 힘으로 검도 휘두르고! 일반 마력탄 정도는 맨몸으로 딱딱 맞아도 악악 하고 말고!
“오직 물리력으로 샤드나이트와 자웅을 겨루는 폭력의 총아란 말이다!!!”
뻐어억!
빠아아악!
아무리 내가 반쪽짜리 오러나이트라고는 해도, 독발린 무기나 쓰는 암살자와 비빌 수준은 아니라는거다.
내가 망할 ‘이격 파산검’에 집착하는 이유가 뭐겠냐고. 만나서 치고 받고 하는 놈들이 어딜가나 이름좀 날렸다는 마스터급인데, 오러가 없어서 출력이 달리니까 이렇게 비효율적인 유물에 집착하는 것 아니겠냔 말이다.
“그아아악! 두 번 다시 잡혀가지 않겠다! 다시는!”
“아오, 좀 그냥 누워 새꺄! 안그래도 배 상할까봐 막 쳐날리지도 못하는데!”
“죽어어어엇!”
“너는 그 예고 살인부터 어떻게 하고 와라, 막내야!”
뭐, 에그윌이 유도했건, 선원들과 지내보라고 권유한 선장부터 예견했던 일이건, 어쨌건.
저들은 죽일 생각으로 손을 뻗었고, 내가 그걸 그냥 넘길만큼 호인도 아니었고.
“크아악!”
“제기랄, 달라붙어! 고작 사제 한명이다!”
“그래, 사제다 사제! 사망부터 장례까지 한방에 해결해주실 니놈들 전용 사제다!”
뻐억! 뻐억
뿌아악!
무엇보다 최근 복잡했던 머리가 격렬한 주먹질과 함께 깔끔하게 비어가는 것을 느낀 덕에.
“그, 그만! 우리가 오해를, 오해를 했던-그어억!”
“허허허허, 형제님! 이 사제는 그런 정제되지 않은 단어는 알아듣지 못합니다요!”
“끄아아악!”
아주 한-참. 수인족 남매가 잊고있던 종족 본연의 소리로 울부짖을 때까지, 인양선 웨일의 선실에서 북치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으로 출항 준비가 끝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