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end of the world, Cry Clear RAW novel - Chapter 440
Chapter. 20. 오프로드(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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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 배 넘어간다 배!”
“넘어가는게 아니라 굴리는거다!”
“뭐?! 이 미친-”
“몇 번 뒤집어질 테니까 죽어라고 매달려!!”
“우아아아아악!”
집채만한, 아니 성벽도 가뿐히 뛰어넘을 것 같은 파도.
“와아. 예뻐라.”
“그웍. 왜 그러냐.”
“아니, 저기 보라고. 새파란 바다 위에 빨간 베일 같은 게 너울거리잖아.”
“우극! 뭐, 뭐라고 했냐, 방금?”
“저어기. 꽤 멀지만 분명히 보이는데? 어디 상선이라도 난파됐다? 양이 아주-”
“그거 옷감 아니다! 표류게! 바다의 부유물을 닥치는대로 갉아먹는 놈이다!”
땡땡땡땡땡땡-!
표류게.
5분이면 금속 증기선 바닥에도 구멍을 뚫는다고 알려진 작은 섬만한 규모로 모여서 떠다니는 갑각류 군집.
쿠오오오오오-!
“매복 토네이도다!”
“빌어먹을, 자리가 너무 안좋아!”
어떠한 전조도, 조짐도 없이 갑자기 솟아오르는 토네이도와,
두다다다다닥!
“으아아악!”
“전부 선창으로 들어가!”
“내, 내 나무가 밖에!”
“하이드! 타리무스 잡아!”
“놔! 염수는 나무에 치명적인-”
“묶어!”
“으읍! 끄으으으읍!!”
그 토네이도에 휘말렸다가 떨어지며 갑판에 꽂히는(!) 송곳을 닮은 생선들까지!
“웨일 호 갑판, 철판 덧댄 거 아니었어요?”“그 덕분에 지금 이렇게 얌전히 숨어있기만 해도 되는 것 아냐.”
“….안 했으면?”
“밖에 나가서 목숨걸고 생선 소나기를 쳐내고 있겠지? 몸에 구멍나면 높은 확률로 죽지만, 여기서 배가 부서지면 무조건 죽으니까.”
세상에.
이곳 바다가 지옥이다 뭐다 하는 소리는 많이 들었지만 설마 이렇게까지 미쳐 돌아갈 줄은 몰랐다.
“나가서 배 좀 정리하고 슬슬 정박할 준비 하자고.”
“벌써 다 온건가?”
“좀 더 들어가야 하는데, 여기서 더 가면 닻이 해저에 안 닿거든. 배로 가는 건 여기까지야.”
항구에서 닻이 해저에 닿는 경계선까지 약 이틀 하고도 반나절. 잠수에 들어가기도 전에 벌써 진이 다 빠져버린 기분이다.
문제는 바다 말고도 또 있었다.
“어이, 선장.”
“돛 바느질하기 싫으면 가서 꼬치고기라도 뽑아놔. 그거 대가리 따서 화살촉으로 파는 물건이니까.”
“아니 그거 말고. 며칠 전에도 말했던 건데-”
“항해시 환각, 환청을 비롯해 이유없는 불안과 초조를 느끼며 신체적 균형이 무너지는 느낌과 이 자리에 있으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면- 맞아. 원래 그런거니까 그러려니 해. 그런 바다니까.”
“그런가….”
바다에 나온 이후로 뭔가, 컨디션이 영 별로였다.
자꾸만 누군가 나를 지켜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계속 신경이 곤두서 있다거나.
이러다 덜컥 심정지 같은게 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심장이 뛰고, 덕분에 혈압이 올라서 머리가 띵하다거나, 이상하게 안절부절해서 평소라면 하지 않을 실수 같은 것을 한다거나.
“그, 자꾸 바다에 뛰어들고 싶은 그런 생각이 막 드는데…. 그것도 바다에 나오면 생기는 증상인거야?”
“뭐여, 몽크 양반 세이렌이라도 만났어? 엘프놈이 주는 이상한 사탕같은거 받아먹진 않았지?”
혹은, 이상할 만큼 저 바닷속으로 뛰어들고 싶은 충동에 시달린다거나.
‘나…. 혹시 바다에 오면 안되는 거였나?’
이 느낌. 이 묘-하게 발끝을 잡아당기는 듯한 충동!
분명히 알고있는 종류였고, 그래서 더 불안했다.
선장은 처음에는 바다에 익숙하지 않아서 생긴 증상이라 말했지만, 조금 더 자세히 얘기하자 타리무스의 마약을 나눠먹은게 아닌가 의심하기 시작했다.
일반적인 현상이 아니란 말이다. 제기랄!
‘냉정하게 생각하면 내 개인적인 상태와 관련이 있다고 봐야겠지.’
경험에 빗대어 봤을 때, 나를 평생 괴롭혀온 ‘탐색 충동’과 비슷한 맥락이 느껴졌다.
심장이야 뭐, 워로드를 향해 나아가고 있으니 애가 좀 흥분했다 치자고. 고작 이정도 왔다고 이렇게 방방 뛰면, 이러다 워로드 앞에 서면 뻥! 터져버리는게 아닌가 싶어서 불안하긴 하지만. 어쨌든 내가 알고있는 현상이니까 패스.
어지럼증, 환청, 알 수 없는 시선은 선장 말대로 컨디션 난조 때문이라 볼 수도 있겠지. 도대체 어떤 오러나이트가 뱃멀미로 환청, 환각이 들리겠냐마는, 아무튼 그렇다 치자고! 심장 때문에 혈압 올라서 그렇겠지 뭐! 그런 거로 쳐! 일반적인 현상일 가능성은 존재하잖아!
하지만,
쏴아아아-
….움찔!
철썩, 철썩!
움찔! 움찔움찔!
도대체, 이 바다를 볼 때마다 자꾸 저 안으로 뛰어들어야 할 것 같은 충동은 뭘로 설명해야 한단 말인가!
‘설마, 28년동안 나를 괴롭혀온 탐색 욕구처럼, 내가 모르고 있던 또다른 욕구가 이제야 발견된건가?’
안돼. 이미 떠돌이 생활 하나 만으로도 벅차다고. 탐색 충동과 불안증, 불면증에 최근 워로드의 기억인지 환상인지 모를 것도 달라붙었는데 거기에 또 다른 멘탈 이슈가 참가하는 건 절대 사양하고 싶단 말이다.
이러다 바다에 뛰어들었는데, 고향을 떠났을 때처럼 편안해지면 어떡해? 미친 물 마법사들처럼 ‘히히! 물 좋아 물!’ 이러면서 영원히 물에서 나오지 못하는 신세가 된다면?
“저기…. 에그윌?”
“그웍. 너 잠수장비 저기 꺼내놨다. 가져다 입어라”
“아니, 그거 말고. 뱃사람들 이야기 중에 영원히 바다 위를 떠돌아다녔다는 저주받은 선장 이야기, 알지?”
“안다.”
“혹시 그 선장…. 자꾸 뭘 찾아야 한다고 말하거나, 그런 충동에 시달렸다는 내용은 없었어? 뭔가 찾아야만 하는 충동이 있었다거나, 방랑생활 중 바다에 나온 뒤로 그렇게 떠돌았다거나….”
“하이드, 헛소리한다. 타림이 주는 사탕 먹었나?”
아니, 그렇잖아. 만약 이게 나의 ‘탐색 충동’과 같은 급이라 앞으로 영영 나를 괴롭히게 된다면, 어쩔 수 없이 고향 땅을 떠나 방랑자가 된 것처럼 앞으로는 영원히 바다 위를 떠돌 수도 있는거잖아. 그 이야기 속 저주받은 선장이 어쩌면 나랑 비슷한 증상의 환자 1호였을지도 모르고.
두근 두근 두근 두근!
움찔! 움찔움찔!
제기랄. 망설이는 사이 잠수장비 눈앞에 다가와 버렸다. 바다에서 눈을 때기가 힘들어졌다.
“저, 저기, 내가 그, 오늘 혈압이 좀 있는 것 같아서…. 머리도 아프고, 음, 몸도 으슬으슬한게-”
“괜찮다. 신입이 입수 전에 쪼그라드는 것, 자주 봤다. 오늘 잠수 지역은 하이드 때문에 몇 번 훑었던, 비교적 확인된 지역으로 정했다. 잘 배우면 된다. 잘 배우면.”
“아니 저기요, 그게 아니라….”
“거 쫄지 마쇼 사제님. 우리 줘 팰 때 보여줬던 그 기개는 다 어디로 가셨소?”
“크르륵. 필요하면 기도할 시간 정도는 기다려주지.”
“….그거 아니라고 새끼들아!”
당장 저 바다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충동에 안간힘을 다해 저항해 봤지만, 논리적으로도, 이성적으로도 여기까지 와서 불안하다는 이유로 포기하는 것은 말이 안됐다. 파산검도 고쳐야 하고, 다들 목숨 걸고 나온데다 배를 타는 조건에 엄연히 인양작업 참가가 걸려있는데 여기서 빼는 것도 말이 안되고.
들어가고싶다.
아, 저 바다에 들어가야만 할 것 같아!
거의 90% 내 탐색 충동이랑 비슷한 느낌이지만, 여기에 빠지면 또 내 인생이 좆될 것 같지만!
“모, 못 참겠다!”
“어어. 천천히 입어라. 틈이 남아서 바닷물 들어오면, 너 죽는다.”
결국,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허겁지겁 장비를 몸에 걸쳤으며.
정신을 차려보니 준비가 끝난 선원들과 함께 배의 난간 위에 서 있었다.
“….바다 생활도 그렇게 나쁘진 않을지도 몰라. 영원히, 바다위에 몸을 싣고, 하염없이 떠돌며…. 헤헤, 헤헤헤헤….”
“으음…. 신참이 맛이 간 것 같으니까, 들어가면 좀 보살펴주고. 자아, 날씨 좋을 때 후딱 끝내자고! 어디보자, 잠수복! 확인!”
“예이~”
“호흡장비! 수중호흡 마법기판이랑 마정석!”
“문제없다.”
“그웍. 바보 아니면 지 목숨 달린 것 정도는 챙긴다.”
“갈고리랑 부표, 마른 풍선, 음…. 대충 다 된 것 같구만! 그럼, 다들 죽지 말고! 오늘도 거친 바다 양의 속살을, 마음껏! 난폭하게! 정성을 다해!”
마치 출전 직전의 군인들이 하는 것처럼, 익숙한 모습으로 구호를 외치는 선장.
“그우우, 하이드도 따라해라. 잠수 전 의식 같은 거다. 정성을 다해!”
“흐으으으…. 정성을, 다해에에….”
뭐에 정성을 다한다는 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하라니까.
이미 내 머리는 또다른 충동이 내 삶을 엉망으로 만들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만신창이가 되어있었다.
일단은, 확인해보는 수밖에.
풍덩!
풍덩 풍덩!
쓰러지듯 바다에 들어서는 나를 시작으로, 선원들이 차례로 바다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인양선 웨일, 조업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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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하악!
“어어이! 선장! 끌어올려!”
조업 1 일차.
딥 블루라인의 해저계곡 바로 앞, 통칭 ‘입구’라 불리는 구역.
“뭐야, 벌써 올라왔나? 사제라는 양반이 그리 평정심이 없어서야….”
“쫄아서 튀어나온게 아니라 갈고리 다 써서 올라왔으니까 갈고리 사슬 감으라고!”
일단, 걱정하던 것처럼 나도 모르던 ‘또다른 충동’ 문제는 해결된 것 같았다.
여전히 심장은 미쳐 날뛰고, 머리도 띵하고, 자꾸 더 깊은 곳으로 나아가고 싶은 것도 그대로지만, 일단 잠수를 했는데도 그게 다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최악의 상황은 면한 것이다.
털털털털털털-
항해 중에는 배의 동력원으로 쓰였던 마도엔진이 다섯 개의 쇠사슬을 감아 올리자, 인양꾼들이 잘 모아서 갈고리에 걸어둔 인양물들이 하나 둘 바다 위로 끌려나오기 시작했다.
초짜들이나 흥분해서 가져올 쓰레기 잡철을 기대했던 선장의 생각과 달리, 제법 가치를 따져 볼만한 옛 물건을 한가득 말이다.
“….조업 시작한 지 이제 네 시간 지났는데? 아니, 뭘 어떻게 한거야?”
“제국 유적 뒤지는 거랑 비슷하던데 뭐.”
“당신 진짜 패 뭐시기 하는 오러나이트였어? 몽크가 아니라?”
“알아서들 생각하시고, 남은 갈고리나 던져줘. 밑에 남은 게 좀 있으니까.”
“더 찾았어?”
“많던데? 그러니까 내가 몇 번이고 말 했잖아! 난 댁들이랑 관찰력의 차원이 다르다고! 다 썩고 헐은 제국 유적에서 유물 찾는게 쉬운줄 아쇼? 난 달인이야 달인!”
개인적으론, 사람들이 왜 그렇게 유물을 못찾아서 안달인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나는 그냥 ‘여기 있을 것 같은데?’ 싶은 지점을 슥- 들춰보면 떡하니 유물이 굴러다니고 있었으니까.
지금은 내가 관찰력이 좋아서 그렇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해저 인양도 무대가 바다라는 것만 빼면 제국 유적 탐사와 비슷한 작업.
오히려 어중이 떠중이가 쓸고 지나가지 못한 유적이니, 값나가는 것을 골라서 갈고리에 걸어올리는 작업은 쉬운 축에 속했다.
“으으으…. 사제인지 기사인지는 몰라도, 당신은 인양꾼을 해야 돼! 무조건! 평생!”
“지랄하지 마쇼.”
물론, 그런 내 사정을 모르는 선장에겐 하늘이 내린 인양꾼의 재목으로 보이겠지만.
조업은 점심을 거르고 저녁까지 이어졌다. 저녁 메뉴는 타리무스가 잡아온 눈이 주먹만한 생선들.
씹는 맛 만큼은 일품이었다. 씹는 맛 만. 나머지는, 굳이 표현하자면 노동자의 옷을 사흘 정도 바닷물에 절여 그것을 빨아먹는 맛.
바다에 생선이 이렇게 많은데, 왜 항구도시에서 다른 도시로 해산물을 수출하지 않는지 혀와 목구멍 깊숙이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날 밤, 선장은 밤새 해도를 살피며 새로운 인양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조업 2 일차.
딥 블루라인 해구를 거꾸로 뒤집은 산맥 형태라고 하면, 경사가 완만한 산맥의 초입 부분.
쿠르르륵-
[그웍. 들리냐.] [어어. 그런데 이거, 그냥 시중에 파는 단거리 통신기가 아니잖아? 이 정도로 고급 마도장비는 귀족가 의뢰가 아니면 쉽게 안 만들어 줄텐데?] [그래서 선장이 술만 마시면 바가지쓰고 샀다고 엄청 욕한다. 이곳 바다, 정제되지 않은 마나가 많아서 대충 만든 물건은 전부 먹통된다.] [그렇구나.] [마정석 가격 때문에 해구 안쪽에서 일 할때만 쓴다. 여기서 일하면 통신기 마정석 값은 가뿐히 넘길 수 있으니까.]‘이걸 위해서 굳이….?’ 라고 생각했던 어제와 달리, 한눈에 봐도 돈이 될만한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완만한 경사의 절벽 사이 사이에 박힌 씨알 굵은 마정석들도 보였고,
불운한 사고에 휘말린 어선, 대륙간 항해선, 그 외 기타등등 침몰한 이들의 잔해가 계곡 이곳 저곳에 낑겨 있기도 했으며,
쿠오오오오오-
따아악!
“으브르그르륽?!”
왜 먼저 오신 선배님들이 죄다 이 언저리에 유품을 남겨뒀는지도 알게 되었다.
[바다 사슴의 한 종류다. 배 위에서 타리무스가 준 주머니 열고, 던지고, 호흡기 다시 물어라. 여기 물 많이 마시면 죽는다.] [크헉, 허억! 사슴? 멸종된 그거? 저게? 마나가 송곳니 위로 한 뼘은 튀어나와있던데?] [그웍. 대충 머리통이 비슷하게 생겨서 붙은 이름이다. 내장을 좋아해서 그걸 미끼로 도망친다.] [씨발 신이시여.]이곳까지 오는동안 만났던 해양생물, 표류 게라던가 꼬치고기 같은 것들이 그렇게 극성이었던 이유는 딥 블루라인 중심에 자리잡은 해수(海獸)급 생물들을 피해 바깥 바다에 몰려들었기 때문이란다.
과거의 산맥 블루라인이 그 영험한 마나로 온갖 마수(魔手)와 악수(惡獸), 언데드 따위를 키워낸 것처럼 해저의 블루라인은 산산이 흩어진 용맥의 마나로 괴물같은 해수(海獸)들을 키워냈다.
이게 인양꾼 기본 조건이 최소 나이트급 전투력인 이유고, 그렇게 모여든 나이트급 신입의 생환률이 30% 이하인 이유였다.
그날 조업은 일찍 끝났고, 그림 록의 해도에는 ‘바다사슴 서식지’라는 큰 동그라미가 하나 추가되었으며, 그 와중에 주먹만한 마정석과 정체모를 유물을 두어 개 챙겨온 덕에 선장은 저녁 내내 나의 업적에 대한 칭송을 늘어놓았다.
저녁은 배에 실어놨던 보존식.
-바삭!
“….야. 야야 3호야, 막내야. 나 볼 좀 꼬집어봐라.”
“기꺼이!”
꾸아악!
“으아아악! 이 새끼 손톱 세웠어! 놔! 놔!!”
더럽게 아픈 걸 보니 낮에 마신 바닷물 때문에 환각 증세를 겪고 있는 것은 아닌 모양.
꿈이 아니라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내가 미친건가? 아니면 내 혀가 마침내 미각을 포기해버린건가?”
“하이드 녀석, 벌써 바닷사람 태가 나는 구만 그래?”
말린 버섯이 맛있게 느껴졌다.
빌어먹을 생선이 내 혀를 망쳤어.
.
.
.
조업 4일차. 5일차.
“정성을 다해!”
[정성을 다해에~]풍덩!
처음 확인했던 지역을 중심으로 움직이며 해구의 ‘완만한’ 지역에 슬슬 적응하며 더 깊은 곳으로 조금씩 나아가고 있었다.
이틀 동안 내가 확보한 인양물의 가격이 얼추 100만 실링에 육박한다는 사실에 나는 눈이 돌아가 버렸고, 나머지 선원들도 슬슬 나를 챙기기보다는 자기 업무에 집중하고 있었다.
선장은 어느 순간부터 인양물보다 다른 것에 집중하는 듯, 상당히 흥분되어 보이는 모습을 보였으며, 나는 첫 잠수 이전에 느꼈던 감각을 더 없이 선명하게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끄으으응-] [그웍, 여기서 싸지르면 우리 모두의 입에 그걸 처넣는 것과 같다. 자재해라.] [아니 그게 아니라, 어우 씨, 어우- 이걸 어떻게 설명할 수도 없고….]묘하게 끌리는 기운이 두 개로 갈라졌다!
평상시의 불안과 초조함, ‘워로드 반응’ 은 전과 같은…. 아니, 좀 다른가? 아무튼 익숙한 방향으로.
바다에 오고나서 느꼈던 충동은 저 깊은 해구 아래쪽으로.
[끄으응, 으으으으…. 죽겠네 진짜! 타림, 너 가진 약 중에 좀 차분해지는 약 같은 거 없냐? 진정제, 뭐 이런거?] [있지. 먹은 상대가 영원히 차분해지는 종류라면.] [에라이.]마치 심장이 둘로 나뉘어 뛰듯 위아래로 펄쩍대는데, 이러다 진짜 좌우로 갈라서서 따로 뛰는건 아닌지 걱정이 될 지경이다.
조업, 수인 삼남매 중 막내가 왼발을 잃을뻔 했던 것을 제외하면 순조로웠다.
원래 목표로 한 용맥의 조각은 특유의 녹색 빛이 선명하다고 했으니 아직까진 코빼기도 안보이지만, 어쨌든 돈을 잔뜩 벌었다는 점에서 기분이 썩 괜찮았다.
조업은 보통 14일 정도 진행되고, 쇠사슬 연장 지점을 확보하며 차츰 더 아래로 내려갈 계획이라고 하니까. 더 깊은 곳에 더 질 좋은 마정석이 있다니 내려가다 보면 나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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